포스코가 새로운 포스코 회장으로 기술 부문 권오준 사장을 선임했다.
권 차기 회장은 정통의 엔지니어 출신으로 순수한 엔지니어링 연구의 길만을 걸어온 첫 회장 선임으로 기록된다고 한다. 금속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86년 포스코입사 후 줄곧 포항과 광양에 머무르면서 기술연구에 매진한 정통 기술인이다.
우선 외부영입 없이 지난 2000년 민영화 이후 이어온 `CEO 내부 승진`의 전통을 지킨 것은 일단 환영할 일이다. `정통 기술인`이 선임됐다는 점도 큰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기획이나 경영 관련 경험이 적다는 것은 단점일수 있지만 기술우선의 포스코를 키워나간다는 점에서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필자는 90년 초반 운동 만능인 권 차기 회장이 RIST에 있을 당시 함께 같은 캠퍼스에서 테니스를 즐기면서 교류를 나눴었다. 그는 침착하면서도 끈질긴 일벌레로 알려져 있고 그러한 성품은 테니스 경기 스타일에서도 엿볼수 있었다.
그가 포스코의 대표 기술이 된 `파이넥스 공법`을 상용화하는 데에 많은 역할을 했고 자동차강판·전기강판 같은 고부가가치 강과 신소재 개발, 배터리 필수 소재인 리튬을 염수에서 직접 추출하는 신기술도 개발했다. 장영실상, 대한금속학회상, 기술경영인상 등 각종 수상을 통해 기술인임을 견실하게 입증하였다.
포스코는 철강경기나 국제경쟁 등 여러가지 이유로 영업이익이 계속 하강하고 있다. 철강 경기 하락기에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것도 문제였다. 부채비율도 높아졌다. 이러한 시점에서 권 차기 회장의 어깨가 매우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권 차기 회장은 “포스코를 국민의 존경을 받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늘 그가 강조하던 말은 “존경받는 기업 그리고 기술로 돈을 버는 회사”였다. 이는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와도 일맥상통하는 정신이다. 향후 포스코, 포항, 그리고 한국을 먹여 살릴 기술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철강 기술자의 회장등극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권 차기 회장에게 대학에 있는 필자가 보는 산학연 협력 관점에서 몇가지 주문을 하고 싶다.
우선 포스코의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의 리딩롤(leading role)을 강조하고 싶다.
삼성전자, 현대기아 자동차가 세계속의 한국기업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포스코의 가세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포스코는 재작년부터 성장세가 현격하게 둔화되고 있다. 매출과 수익성 모두 감소세다. M&A로 커진 덩치는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제조기술과 IT기술의 융합을 통한 평소의 지론인 `기술우선주의`가 현실화 되길 바란다. 포스코가 철강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종합그룹으로 탈바꿈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최근 인도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때마침 포스코의 오랜 숙원사업이던 인도 제철소 건립에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줬다는 점에서 포스코가 삼성과 현대와 나란히 글로벌 3총사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길 주문하고 싶다.
둘째, 산학연 모델 경험을 바탕으로 산학연 협력을 통한 기술개발의 초석을 다져주길 부탁한다. 그동안 기술연구소장, RIST 원장, 포스코 CTO 를 거치면서 포스텍의 철강대학원과 엔지니어링 대학원을 통해 산학연의 협력의 풍부한 경험과 노우하우를 최대한 활용해 대학을 이해하고 연구와 창의가 어떻게 기업에 기여할수 있고 기업이 어떻게 대학의 연구를 촉진할 수 있는지 삼각관계를 잘 정립해 주길 바란다.
셋째, 새로운 기술 창출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데 포스코가 더 큰 역할을 했으면 한다. 그는 포스코의 글로벌 기술경쟁력 확보에 중추적 역할을 해 오면서 유럽사무소장 근무 등을 통해 많은 글로벌 경영 현장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포스코-포스텍의 해외 네트워크를 강화한다면 포항의 실리콘밸리 모델화는 더욱 앞당겨 질 수 있다. 포스코 회장으로서 권 차기 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그 어느때보다 큰 것은 순수한 엔지니어와 연구의 길을 걸어온 그가 창조경제의 현정부 아이디어와 맛물리면서 제2의 실리콘밸리로 도약하려는 포항의 야심과 함께 크나큰 시너지 효과를 낼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권 차기 회장에게 축하와 함께 큰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