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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암 박태준, 당신이 필요합니다!”

등록일 2013-12-10 02:01 게재일 2013-12-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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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12월13일은 청암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 포스텍 이사장의 서거 2주기가 된다.

`한국의 강철왕 카네기`라고 불리우며 세계적인 기업에 이름을 올린 포스코를 40여년전 창설해 오늘에 이르게 한 청암.

포항, 포스코, 포스텍은 청암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청암의 의미는 포항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오늘 필자는 “청암 박태준, 당신이 필요합니다!”라고 외치고 싶다.

청암의 나라사랑을 우린 본받아야 한다.

필자는 90년대 어느날 포스코 연수원에 강의를 하려고 들어서면서 벽에 걸려있는 청암의 글들이 파여져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당시 정치적인 상황은 청암을 밖으로 내몰던 시대였다.

강의를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온 필자는 미국에 가있는 청암에게 전화를 걸었다. 청암은 전화를 반갑게 받았다.

그와의 30분간의 대화에서 일본, 미국에서 체류하면서도 포항, 포스코, 포스텍, 그리고 국가를 염려하는 청암의 솔직한 심정을 읽을 수 있었다. 평소에는 대화를 나누기 힘들 정도로 바쁜 분이었기에 이날의 국제통화는 필자의 일생에 감동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본인이 해외로 방랑하던 그 시절에도 그는 우리가 가야할 길이 무엇인가를 차분하게 설명했고 여러가지 철학들을 들려줬다. 그 철학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나라사랑이었다.

청암의 철학은 원칙을 지키는 정신에 있다. 그래서 항상 물리적인 원칙, 정신적인 원칙과 청렴을 강조했다.

잘못 건설된 고로를 전부 헐고 다시 지었다는 일화는 그대로 포스텍에도 적용 됐다.

필자가 포스텍 기숙사 사감으로 있던 시절에 청암이 포스텍을 방문하는 날이면 모두 비상이 걸리던 생각이 난다. 특히 기숙사의 청결을 강조했다. 그래서 먼지가 손에 묻어나지 않을 정도로 청소를 했었다.

당시에는 청암의 방문이 힘들게 했지만 돌이켜 보면 그의 완벽과 청결이 결국 포스텍이 초창기부터 최일류대학의 반열에 오르도록 만들어준 기반이었다고 본다.

언젠가 포스텍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중간에 이석을 하는 일이 있었다. 선진 외국에서는 엄숙하고 장중한 자리인 것이 졸업식장이다. 청암은 자리가 듬성듬성 비워지게 되자 한참을 불편한 마음로 내려다 보다가 이윽고 단상에서 내려왔고 관계자들을 크게 꾸짖었다. 이 일화는 그가 얼마나 물리적 청결뿐만 아니라 원칙을 지키는 정신적 청결을 강조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청암의 집념의 정신은 잘 알려진 우향우(右向右) 정신에서 찾을수 있다. “뜻을 이루지 못하면 죽겠다”고 말한 청암의 우향우정신 때문이 아닐까 한다. 당시 청암은 “포항제철소 못 지으면 모두 영일만에 빠져 죽자”는 정신으로 일사분란하게 제철소 건설을 독려했다. 그런 정신이 이제 침체된 우리 포항, 포스코, 포스텍에 모두 필요해 보인다. 아니 정체성 문제로 혼란을 걷고 있는 국가전체에 필요한 정신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청암의 내부승진 원칙을 한번 돌아보고 싶다. 청암은 인사에 있어서 지방색과 낙하산 인사 등 청탁인사를 배제하고 내부 승진을 철학으로 삼았다. 그것은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 한 동료, 후배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일 뿐 아니라 포스코의 제철보국 정신을 계속 이을 수 있다는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말 청암다운 정신이다.

청암의 이런 곧은 정신은 주변의 칭송을 받아왔다. 국내에서의 칭송은 물론이지만 해외에서 그는 더욱 인정을 받았다.

청암에 관련한 유명한 일화는 지난 78년 당시 중국의 실력자 덩샤오핑이 일본에 갔을 때 일화의 한 토막이다. 덩샤오핑이 당시 신일본제철 회장에게 `우리도 포항제철같은 제철소를 지어 줄 수 없겠느냐`고 물었을때 그 회장은 `중국에도 박태준 같은 인물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제는 청암의 정신을 이어 받아 대도약 대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한 나라에 국운이 걸려있는 일에 목숨을 바치겠다는 결연한 의지문에 오늘날의 포스코가 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결연한 의지가 이제 우리에게 새삼 필요하다. 우린 이제 청암의 그러한 정신을 다시 살려 침체된 지역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

2년전 우리곁을 떠난 청암의 명복을 빌면서 우리 모두는 그를 그리워 하고 있다.

그리고 다짐하고 있다. 그의 정신으로 우리는 반드시 다시 일어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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