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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의 눈물

등록일 2014-02-18 00:21 게재일 2014-02-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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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러시아 소치에서 벌어지는 동계올림픽을 보느라고 밤잠을 설치고 있다. 올림픽을 보면서 한국을 응원하는 재미는 해외거주 교포들이 가장 부러워 하는 모습이다.

지금 한국 쇼트트랙의 스타였고 국가대표 선수였던 안현수 이야기가 뜨겁게 매스컴을 달구고 있다.

그는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1천m 경기에서 우승한 후 빙판에 엎드려 흐느꼈다.

그 흐느끼는 사진 한 장이 우리에 가슴, 아니 전 세계의 가슴을 울렸다. 그리고 그는 `빅토르안`이라는 이름으로 태극기 대신 러시아국기 아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애국가 대신 러시아 국가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세계선수권을 5회나 우승하고, 2006년 토리노 올림픽 금메달 3관왕인 안현수는 그후 고질적인 빙상업계의 파벌싸움과 부조리 때문에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못해 밴쿠버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비운의 안현수는 눈물을 머금고 2011년 러시아로 떠났고 러시아국적을 취득했다. 그리고 그는 러시아 소치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쏴올렸다. 아니 부활이 아니라 원래 한국 최강의 선수였다. 밴쿠버에서도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선수가 8년을 기다려야 했던 것은 전적으로 한국빙상연맹의 책임이다. 너무도 씁쓸하고 참담한 상황이다.

뉴욕타임즈도 이 상황을 크게 보도 했다고 한다.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따낸 빅토르 안이 러시아 국기를 흔들고 러시아 국가를 따라부르는 모습은 한국인들에게 가슴아픈 장면이었다. 한국인은 그의 이름을 모두가 알고 있다. 한국에서 올림픽 금메달은 국가적인 자랑이고 애국자로 받아들여지기때문”이라고 보도하면서 타임스는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들이 시상대에서 애국가를 부르기를 바랬지만 한국에서는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는 안현수 선수 아버지의 말을 인용했다.

한국의 미디어와 인터넷 블로그, 트위터에서는 스캔들로 얼룩진 한국빙상연맹에 맞서 금메달을 딴낸 안현수를 축하하는 분위기다.“우리나라가 금메달 딴것보다 더 기쁘다”는 비아냥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빙상연맹 홈페이지는 분노한 네티즌들의 접속이 폭주해 다운이 됐다고 하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체육계의 고질적인 파벌과 부조리에 대해 언급하면서 문제를 제기 하였다.

필자도 과거 한국의 한 종목의 체육협회 임원으로 있을 당시 한국 체육계의 문제점을 경험한 일이 있기에 이문제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해당 종목에서도 지금 빙상연맹과 같은 여러가지 유사한 문제가 있었다.

사회 곳곳에 이러한 파벌주의가 있지만 체육계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승리제일주의가 강하게 지배하는 것이 체육계이고 승리는 곧 지도자와 그 지도자가 속한 그룹의 승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체육계에 있는 것만도 아니다. 필자가 경험하고 있는 대학세계에도 이런 문제가 있다.

유능한 교수를 파벌적인 이유나 부조리로 수용하지 못해 대학을 떠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른 대학으로 떠나는 교수들은 예외없이 다른 대학에서 더 큰 인정을 받고 더 큰 연구업적이나 대학운영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경우를 종종 봐왔다.

사회 곳곳에 이러한 문제가 있어왔다.

안현수 선수의 재기와 성공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가 안현수 선수의 금메달 소식에 감동을 느끼는 것은 한 개인이 감당하기 힘들었을 시련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꿈을 위해 노력해 끝내 성취를 이끌어낸 그의 용기와 노력 그리고 그것이 던져주는 메시지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그동안 말이 많았던 체육계의 부조리와 파벌문화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려야 한다. 트위터에는 이런 글이 게재 됐다고 한다.

“왜 안현수가 태극기 대신 러시아 국기를 들어야 하는지 누군가 설명해야 한다”

사실상 같은 맥락으로 대학을 포함한 모든 조직은 왜 인정받지 못한 구성원이 다른 조직으로 가서 더 크게 인정받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까지 이의를 제기한 이 문제는 이번 기회에 철저히 분석하고 대수술을 해야 한다고 본다. 더 이상 이 문제가 방치돼서는 안된다. 수술은 빨리 할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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