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전국적으로 도로명 주소 사용이 실시되고 있다. 2년간의 적응기간을 거쳐 전면적으로 실시된지도 이제 한달이 지나갔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도로명 주소에 대한 찬반양론이 봇물을 이루고 만나는 사람마다 새로운 제도에 대한 불평과 찬성의 토론이 이어진다. 우편배달부들은 아직도 옛날주소를 사용한 우편물과 새주소를 쓰는 우편물을 배달하는데 혼돈도 되고 또 큰 애를 먹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도로명주소와 글로벌 스탠다드`에 관해 칼럼을 쓰면서 도로명주소의 장점과 글로벌 스탠다드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도로명 주소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들의 도로명 주소 실시에 대한 파상적인 질문에 대해 안전행정부 장관이 대답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이 문제를 생각해 보고 싶다. 우선 대전제는 도로명주소는 익숙해지면 길을 찾기에 편리하고 또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다는 것이 대전제가 된다.
그럼에도 TV에서 한 국회의원의 몇 개의 질문을 생각해 본다. 우선 불편하다는 것이다. 헷갈린다는 것이다. 그건 새로운 제도를 시행할 때 항상 발생하는 문제이다. 기존의 주소체계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준비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도로명주소가 성공하려면 도로명이 길에 잘 표시돼 있어야 하고 사용자들은 도로명을 잘 외우고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이러한 것들이 익숙해 지기까지는 불편할 수도 있다.
현재 네거리 교차로에서 길이름이 명확히 적혀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길이름을 더 많이 부착해 진행하는 운전자가 언제 어디서든 길이름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 교차로 같은데 표지판이 옛날 그대로인 곳도 많다. 교차로에서 길 이름을 크게 잘보이게 표시해야 한다. 그래야 길중심의 지도가 사람들 머리속에 각인이 되도록 해야 한다. 현재 상황은 오히려 조그만 길만 조그맣게 표지판을 해놓고 큰길들은 별로 신경을 안쓴 모습이다. 큰길들의 교차로에서 길이름의 표시가 부족하다. 그리고 도로명 주소의 필수적인 요소인 번짓수의 부착이 각 건물별로 너무 작아서 걸어가면서는 보이지만 운전하면서는 보기에 너무 작다. 운전하면서도 건물 번지수를 확인 할 수 있도록 번지수를 건물표면에 크게 부착해 놓아야 한다.
또다른 질문은 도로가 바둑판같지 않은 한국에는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바둑판 모양이 도로명 번지수에 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이나 유럽도 조그만 도시들은 작고 꼬불꼬불한 길도 종종 있다. 하지만 길 이름이 잘 사용되고 있고 익숙해진 그들에게는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아무리 길이 꼬불꼬불해도 현재의 주소 보다는 찾기가 편하다고 말할 수 있다.
현재의 주소체계는 일본에서 들여온 것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일본식 지번체계를 쓰는 국가는 일본밖에 없다고 한다. 심지어 가장 시스템이 낙후됐다는 북한도 도로명 주소를 쓴다고 한다. 유럽, 미주 등 서구국가는 물론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들도 도로명 주소를 쓰고 있다.
도로명 주소의 논리는 사실상 간단하다. 사람은 길을 따라 움직인다. 따라서 길이름으로 장소를 찾아가는건 사실상 자연스러운 것이다.
또하나의 그 국회의원의 재미있는 질문은 원래 주소에 붙어있던 역사적인 이름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안행부 장관은 대부분의 역사적인 이름들이 보존되고 있다고 답했다. 아마 90% 정도라고 말한 것 같다. 역사적인 이름은 중요하다. 사실상 길이름을 쓰면 기존의 동명을 쓰던 때보다 길이름이 오히려 더 많아지기 때문에 역사적인 이름을 보존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효자동 같은 이름은 효자로 로 바뀌면 된다.
도로명 주소가 편한것도 사실이고 처음 어떤 주소를 찾아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도로명 주소가 훨씬 편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부터 길이름 표지판 정비에 중점적인 작업을 실시해 길이름을 보고 길을 찾는데 편하도록 만드는 인프라 정비에 정부가 힘을 기울이면 될 것이다.
다시 글로벌 스탠다드를 이야기 하고 싶다. 이제 한국은 아시아의 조그만 나라가 아니라 전세계에 경제적인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국가이다. 모든 시스템을 글로벌 스탠다드화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다소 불편하더라도 도로명 주소를 인내를 가지고 익숙해 지도록 노력해 보자. 도로명 주소의 성공은 바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