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포항시장선거를 둘러싸고 새누리당의 여성우선 공천제가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정치적인 소용돌이를 만들고 있다.
새누리당의 여성공천우선 지역으로 포항이 선정된다는 소문이 퍼지자 지역에서는 남성입후보자들의 지지자들 중심으로 큰 반발을 가져왔고 급기야는 지지자들과 일부 사회운동 단체들이 서울의 당사 앞에서 농성데모를 하는 일이 벌어졌다. 또한 지역에서는 여러가지 사회단체들이 이것의 옳고 그름에 대해서 의견이 갈라지고 이 문제를 계기로 오히려 지역적으로 마음이 갈라지는 고충을 겪으며 지역적인 불화를 일으키고 있다.
여성 우선공천은 사회적인 소수자, 장애인, 여성들에게 정치적, 사회적 참여의 기회를 확대한다는 철학에 기초한다.
여기에는 두개의 개념이 기반이 되는데 미국에서 60년대초 부터 적극적으로 실시하기 시작한 공정한기회(EO:Equal Opportunity)와 적극적 고용정책 (AA:Affirmative Action)이 기반이 된다.
EO는 모든사람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으로 연령, 인종, 성별, 장애여부, 국적, 소수인종여부 등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균등한 교육, 직업, 정치사회적인 직위와 참여의 기회를 준다는 정신이다. 이러한 균형과 기회가 개방돼야 한다는 부분은 공정한 기회균등에 대한 자유주의적 원칙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위에 열거한 요소들에 의해 차별 받지않고 능력이나 자격에 기초해 모든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이다. 즉 능력이나 자격이 아닌 다른 요소에 의해 기회가 박탈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이 된다.
따라서 재능과 능력이 있으면 인정받고 출세할 수 있다는 자연적 자유체제의 입장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자유체제의 기본인 능력에 의한 차등의 성과원칙은 여전히 적용돼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평등원칙의 정신이다.
AA는 EO를 뛰어넘어 미국에서는 1965년부터 인종 및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취약계층(여성, 흑인 등)에 대해 고용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정부조달계약을 배제하거나 중지시키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도 여성인력 활용을 증대시키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제도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포함돼 있는 내용이다. 법률안에 따르면 공기업 및 일정규모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매년 직종별, 직급별 남녀근로자 현황과 시행계획을 작성해 노동부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남녀근로자현황을 분석해 동종 업종 및 규모에 비교해 특히 여성을 적게 고용하고 있다면 여성고용목표를 수립하여 시행토록 하고 실적이 우수한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이다.
문제는 이러한 기업에 적용되는 AA원칙을 그대로 정치에 응용하려는 데에 있다고 본다. 정치는 훨씬 복잡한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선거 같은 선출직 선거는 후보자의 능력과 주민의 신뢰와 지지도가 절대적인데 이에 AA를 여과없이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미국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을 때의 일이 떠오른다.
교수채용단계에서 EO·AA를 인정한다는 서류에 서명하도록 돼 있었다. 그리고 그 서류에 서명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서류에 보면 대학으로부터 즉, 고용주로부터 승진, 종신직임명, 혜택, 자원의 분배 등에 있어서 어떠한 차별도 받지않는다는 것에 동의한다는 서명을 했다. 그러나 실제로 승진, 종신직임명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했고 학교의 자원배분은 철저히 성과중심이었다.
필자의 경험을 되돌아 보면서 이번 새누리당의 여성우선공천의 소용돌이를 바라보면서 좀더 운영의 묘가 아쉬워진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여성이 남성과 지지도가 비슷한 지역에서 남성에 앞서 여성을 공천한다든가 후보자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여성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은 AA의 관점에서 고려볼만한 일이다. 그러나 지지도, 능력, 이러한 것을 도외시하고 AA를 적용하는 것은 기회균등과 적극적 고용정책이 오히려 기회불균형과 부당한 고용정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O와 AA는 또다른 제 3자에게 기회불균형을 줘서는 안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치권의 이 제도에 대한 운영의 묘가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