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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새로운 정당인가?

등록일 2014-03-18 02:01 게재일 2014-03-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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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또 하나의 새로운 정당이 창당됐다.

이름하여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새로운 정당이 출범했다.

한국에서는 너무도 많은 정당이 생겨나고 그리고 사라지곤 한다. 해방이후 현대사에서 한국에서는 기억하기도 힘든 수십개의 새로운 정당이 창당됐고 사라졌는데 이제는 새로운 이름을 만들기가 힘들 정도로 대부분의 이름은 사용됐다고 한다. 그래서 정당을 새로 만들 때 이름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언젠가 필자는 한국에서 바꿔야 할 것과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는 칼럼을 쓴적이 있는데 선진 외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정당은 너무도 많이 바뀌어 왔다. 정당이름이야 말로 바꾸지 말아야 할 것 중에 하나라고 생각된다. 정치적인 계산에 의해 이리저리 정당이름을 바꾸고 정치인들이 이합집산을 하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한국 정당사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지속돼 왔고 이에 국민들은 정말 매우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선진외국의 상황은 어떤가?

의회정치의 시조로 꼽히는 영국은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발생했던 것처럼 근대적인 정당의 시작도 영국에서 시작됐다. 거의 200년동안 보수당과 자유당, 노동당 등으로 발전해 보수당, 노동당의 양당체계가 자리잡았다. 의원내각제로 운영되는 정부는 의회를 지배하기 위한 정쟁이 치열하지만 양당제는 확고하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에는 2개의 주요 정당인 민주당과 공화당은 역시 200년 가까이 미국 전통의 상징이다. 두 정당은 다양한 계층의 미국인으로부터 지지를 얻어 광범위한 정치적 견해를 수렴하고 있으며 연방과 주 정부를 장악하고 있다. 의원이건 국민이건 미국에서 소속정당을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만큼 정당의 뿌리는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두 정당의 정강정책도 확고하다.

우리 이웃인 일본도 여러 정당이 있지만 일본자유당과 민주당이 합해서 만든 자유민주당은 1955년 이후 보수정당으로 자리잡아 90년대 만들어진 민주당과 주요정당을 구성하고 있다. 민주당, 자유민주당(자민당), 공명당, 사회민주당(사민당), 공산당 등 여러 정당이 있지만 명칭은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다.

사실상 이름이 바뀌는 건 정당명칭 뿐만 아니다. 한국에서는 새 정부가 탄생되면 관례처럼 해오는 일이 정부부처 이름 바꾸기이다. 수없이 새로운 명칭의 부처가 탄생하고 사라진다. 일일이 기억하기도 힘들고 외국정부가 한국정부를 상대할 때 어떤 부처를 상대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 한다고 하는 이야기가 들린다.

새 대통령이 탄생할 때 마다 부처이름이 바뀌니까 이제 어떤 부처가 무슨일을 하는지 조차 국민들도 혼동될 때가 많다.

요즘 한창 화두가 되고 있는 국정원도 중앙정보부, 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이제 또 무슨 이름으로 바뀔지 궁금하다. 국정원과 같이 국가의 기밀과 안전을 다루는 기관은 정말 안정된 명칭을 가지고 일에 충실해야 하는데 문제가 있을 때 마다 이름을 바꿔 상황을 피해나가려는 전통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200년 역사의 미국은 행정부처의 이름을 거의 바꾸지 않으며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중앙정보부(CIA), 연방수사국(FBI) 등 이름을 바꾸지 않는다. 그렇지만 미국이 정부부처 이름을 안바꿔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 점은 대부분의 서구의 선진국가들도 마찬가지며 정부나 국가기관의 이름을 거의 바꾸지 않는다.

정당이름을 바꿔 크게 정치가 나아진 경우를 별로 본 기억이 없다. 정치적인 이익과 계산에 의해 정당이름을 바꾸는 별로 좋지 않은 전통은 사라졌으면 한다.

정당이름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인들의 혁신적인 자세이다. 이미지가 나빠진다고 이름을 바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정하여 반성하고 그리고 새로 태어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는 정당조직문화와 운영방식을 개선하여 정당을 운영하고 정치를 잘 할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는 것이 정당이름을 바꾸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우리가 선진국임을 자부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은 수없이 많은 정당이름으로 국민을 혼돈 시킬것이 아니라 선진정치를 해나갈 수 있는 성실하고 모범적인 자세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이름을 바꾸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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