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은 어떤 도시죠?” 질문들이 이어졌다. 포항, 포스코, 포스텍의 홍보가 이 먼 나라 아일랜드에서 이어진다는 것이 어깨가 으쓱거리는 느낌이었다.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는 지난주 영국 타임즈 신문에서 파생한 타임즈고등교육 전문지 (THE: Times Higher Education)가 매년 발표하는 `설립 50년이하 세계 100대 대학 랭킹(THE 100/50)` 이 발표되었다.
포항의 포스텍은 스위스의 로잔공대(EPFL)에 이어 세계 2위로 랭크 되는 영광을 가졌다. 지난 3년간 1위로 랭크되어 약간 하락은 했지만 여전히 세계적인 대학의 위상을 보여주는 쾌거였다.
세계 50여개 대학에서 온 200 여명의 대표들은 호기심 어린 질문을 던졌다.“포항은 어떤 도시이죠? 포스코의 매출은 얼마인가요? 포스텍의 학생수는 얼마죠?”
포항이 이 유럽의 유서깊은 국가 아일랜드에서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아일랜드는 오랜 영국지배에서 1921년 독립한 전통깊은 국가이다. 더블린에서 회의 시간에 쫓기면서도 두 군데를 둘러보았다.
3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흑맥주의 세계 최고봉 기네스 맥주회사는 세계기록을 기록하는 기네스북의 발행으로도 유명한 회사이다. 워낙 마니아들이 많고 맛과 색이 특이한데다 광고 역시 독특해서 기네스는 맥주로서뿐만 아니라 아일랜드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코카콜라가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라면 기네스 맥주는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브랜드일 것이다.
덴마크의 칼스버그, 네덜란드의 하이네켄과 함께 아일랜드의 기네스는 세계적인 아일랜드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국가브랜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국가적인 자부심 일 것이다.
또 하나 방문해 본 것은 1592년 세워진 트리니티 대학이다. 트리니티 대학은 유서 깊은 보물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구 도서관에는 20만여 권의 고서와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하프가 보관되어 있다고 하며, AD 800년경 제작된 복음서 `켈스 서`도 이곳의 자랑이라고 한다.
이 대학은 국립으로 아일랜드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평가를 받는다. 형식상 단과대학이지만 성격상 종합대학교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더블린 대학교의 일부이지만 더블린대학은 설립 이후 트리니티 대학 이외에 다른 단과대학을 만들지 않았다. 이 때문에 트리니티 대학이 더블린 대학교의 유일한 단과대학이 됐다. 더블린트리니티 대학은 대학평가 기관들이 아일랜드 1위, 세계 50위권으로 평가하는 명문대학이다.
이 대학은 노벨상도 여러명 배출하였는데, 특히 세계적인 문학가 오스카 와일드와`고도를 기다리며`로 우리에게 익숙한 노벨 문학상의 사무엘 베케트 등을 배출하였다.
아일랜드를 떠나며 공항의 책방에서 아일랜드가 배출한 또 하나의 유명 작가를 만났다. 제임스 조이스 (James Joyce).
1900년대 초 중반 문학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조이스 문학의 정점은 1914년이었다. `더블린 사람들`이 출간되고,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연재를 시작하고, 그 유명한`율리시스`집필을 시작한 해가 1914년이었다. 이른바 `더블린 3부작`이 1914년에 모두 어떤 식으로든 결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1914년부터 `에고이스트`지에 연재되기 시작한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1916년 출간됐다. 그러나 조이스와 조국의 불화가 1914년 극점에 이르렀다. 계속되는 항의와 무시, 소송에 대한 두려움, 자신의 문학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불만 때문에 조이스는 1915년 아일랜드를 떠나 스위스 취리히로 옮겼고 다시는 아일랜드로 돌아오지 않았다.
인천공항을 거쳐 KTX로 포항역에 도착했다. 제임스 조이스를 그토록 좋아하여 자신의 닉네임을 조이스(Joyce)라 부르고 포항에서 성장한 한 작가의 모습이 문득 차창 가에 떠올랐다. 이번 아일랜드 여행은 포항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한 작가에 다시 한번 빠져들었던 감동적인 여행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