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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제자와 스승의 날

등록일 2015-05-21 02:01 게재일 2015-05-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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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 포스텍 교수 ·산업경영공학과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우러러 볼수록 높아만지네/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스승의 날이면 울려 퍼지는 노래가 새삼스럽다.

외국 대학에서 교수를 하는 친구들이 한국에서 교수를 하는 필자를 제일 부러워 하는 것이 한국의 `스승의 날`이다.

페이스북에 제자들에게서 받은 꽃다발 사진을 여러 개 올려놓으니까 반응이 폭발적이고 여러 제자들의 댓글이 달린다.

특히 외국에 있는 동료 교수들이 부럽다는 감탄사의 댓글이 눈에 띈다.

스승의 날에는 졸업생, 재학생들로부터의 꽃다발로 꽃가게를 열어야 한다는 조크도 나오고 제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사제지간의 정을 나눈다.

제자들도 다양하다. 졸업생, 학부생, 대학원생, 그리고 동아리제자들, 주례를 서준 제자들 모두 한마음으로 함께 정을 나누는 날이다. 연락을 주는 제자들이 그렇게 고맙게 느껴진다.

그런데 올해 스승의 날은 특히 감명이 깊었다. 올해 스승의 날에는 30여년 전 미국 유학을 가기 직전 필자가 2년 동안 가르쳤던 한 대학에 초청을 받게되었다. 그 대학의 학과 설립 40주년 기념식이었고 옛 원로교수님들을 찾아서 초청하게 된 것이다.

20대 후반 필자 자신이 청년이던 시절 가르쳤던 제자들은 나이 차가 불과 4~5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기에 친구처럼 어울렸고 이제 함께 중년의 나이를 넘기고 있다.

희끗희끗한 머리가 보이는 그런 제자들이 모여 들었다.

당연히 화제는 30여 년전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한 번은 수학여행을 가서 배를 타고 가는데 학생들이 하도 떠든다고 어른들에게 핀잔을 들었는데 “여기 교수님도 계시니까 반말 쓰지 마세요”라고 하니 “누가 교수님인데”라고 물었고 그래서 학생들이 필자를 가르치니까 “장난 하지마”라고 하면서 필자의 머리를 툭 치던 그 어른 이야기. 그리고 복학하고 난 후 돌아온 강의시간에 용어를 몰라서 쩔쩔매던 이야기. 학교축제 때 학생과 교수가 구분없이 어울렸던 추억들. 공부를 등한히 했던 제자는 “이제 교수님께 석고대죄합니다”라고 즐겁게 웃고 있었다.

사은회의 추억들도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다. 그 당시엔 여학생들은 사은회날 한복을 입고 와서 스승들에 대한 예의를 차리던 그런 시절이었다.

그런 제자들이 이젠 대기업 사장, 교수, 벤처사업가, 고위공무원 등 어엿하게 성장하였고 제자들의 자녀들도 모두 대학을 졸업할 나이가 되었다.

30여 년만에 찾은 캠퍼스는 이젠 완전히 변해서 옛 강의실을 찾기도 힘들었다.

스승의 날은 1950년대 스승의 은혜를 기리기 위해 시작되어 청소년 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에서 1963년 5월 26일을 `은사의 날`로 정하면서 시작 되었다고 한다.

그후 1965년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하고 이 때부터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는 전국적인 기념일이 되었다고 한다.

1970년대 초 한 때 정부의 사은행사 규제 방침에 의해 `스승의 날`이 일시적으로 폐지되기도 하였지만, 1982년부터 다시 국가기념일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 스승의 날이 오래 오래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아름다운 행사가 각국으로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은 퇴색되는 듯한 스승과 제자 사이도 좀더 가까워 졌으면 좋겠다. 스승의 날 한복을 입는 옛 관습도 그리워진다.

스승의날에 받은 꽃의 향기가 오늘도 사무실에 가득하게 퍼져 흐른다. 저 꽃들이 시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승과 제자의 영원한 사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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