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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트 대사 피습이 준 교훈

등록일 2015-03-12 02:01 게재일 2015-03-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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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주한 미국대사인 마크 리퍼트 대사의 피습사건(이하 리퍼트 사건)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내 행사를 위한 조찬 식사중에 기습적으로 한 진보성향의 운동가에게 피습을 당해 안면 등에 큰 부상을 당하고 입원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10일 리퍼트 대사가 치료를 끝내고 병원을 퇴원하면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 사건은 일단은 제 1막을 끝낸 분위기이다.

이번 리퍼트 사건은 우리에게 몇가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첫째, 피습후 리퍼트 대사와 그 가족이 보여준 의연한 자세와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의 표현이다.

필자는 작년 연말 서울에서 있었던 그가 졸업한 스탠포드대학 동창회에서 리퍼트 대사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당시 필자와의 대화에서 리퍼트는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였는데, 곧 태어날 첫아이에게 한국이름을 지어주겠다고 했고, 한국말 단어를 구사하면서 한국과 한국사람에 대한 깊은 친밀감을 보여 주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한 특별한 경호없이 동창회에 참석하여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사심없이 나누는 소탈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번 사건 후에도 그는 한국말을 자주 구사하면서 한국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을 표현하였다. 더욱 감동을 주는 건 리퍼트 대사의 아버지인 제임스 리퍼트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아들이 한국에 대한 호감을 잃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아들은 한국인을 사랑한다. 이 사건은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모든 이들이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퇴원 기자회견에서 리퍼트 대사는 자신을 세준아빠라고 불러달라고 했고 또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라는 한국 격언도 소개하면서 계속적인 한·미연합을 강조했다고 한다. 인상적인 대목이다.

이런 리퍼트 대사의 모습은 우리 외교관들도, 아니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태도라고 본다.

둘째, 공권력 위상의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범인이 수갑 없이 담요에 싸여 현장에서 체포된 후 이동식환자 침대에 실려 나오면서 경찰서 밖으로 소리가 들리도록 범행동기를 묻는 기자들에게 “키리졸브 훈련 반대”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는 사실상 미국과 같이 공권력이 강한 국가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범죄를 저질렀든가 공권력에 저항한 범인은 즉각 수갑을 채우고 체포하는 강하고 권위있는 공권력의 집행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한국의 심야의 파출소는 술먹은 사람들의 행패로 가득찬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고 길가에서 행패를 부리는 사람을 잘 다루지 못하고 어쩔줄 몰라 하는 경찰의 모습을 본적이 있는데 이제 우리 공권력은 권위와 힘을 가져야 하고, 국민들은 이러한 공권력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셋째, 이번 리퍼트 사건에서 우리 국민이 보여준 위로와 격려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병원비를 내겠다는 사람부터 음식을 준비하고 방문하는 분들 세브란스 병원측은 선물 접수대를 별도로 마련 해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퇴원 기자회견후 병원을 나설 때 여러 인파들이 환영한 것이나 꽃다발 등이 쌓인 모습은 외국에서도 흔히 볼수 있는 멋진 모습이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너무 지나치지 않은 것이 좋다는 교훈대로 광장에서 퍼모먼스 식의 부채춤이나 석고대죄라고 쓰고 단식을 하는 행위 등은 너무 과장된 행위로 보인다.

리퍼트 대사는 너무 많은 정치인들 중심의 위로방문에 피로감을 호소했다고 한다. 이는 사실상 위로가 아니라 자기과시이며 언론에 눈도장 찍기 형식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리퍼트 사건을 통해 두 국가의 국민들이 더 가까운 관계를 느끼고, 서로의 유대가 더욱 공고히 강화되어 세계평화와 발전을 위한 두 국가의 공헌이 빛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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