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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과 서울대

등록일 2015-05-14 02:01 게재일 2015-05-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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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포스텍과 서울대는 어디가 더 좋죠? 어떤 차이가 있죠? 어디를 가야 하나요?”

포스텍 홍보를 위해 고교를 방문하거나 고교생들을 학교 투어를 시키면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쉽게 들을 수 있는 질문이다.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차이점은 `소수정예`의 차별화 일 것이다. 포스텍은 연구중심 대학이고 작은 대학이니까 학생들과 교수들이 집중적인 교육과 연구가 가능하다는 것. 차별화의 또 하나는 중소도시에 위치하여 교수, 학생이 모두 같은 캠퍼스에서 생활하는 환경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두 대학의 차별화를 가져올 중요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최근 서울대 일부 과목 중간고사에서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되었다고 한다. 일부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훈계로 끝날 수준을 넘어서 대학전체의 학생들의 시험에 관한 윤리의식이 위험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최근 한 교양 과목의 중간고사에서 수강생들의 집단커닝이 있었고 조교의 눈을 피해 서로 커닝을 하거나 시험 시간 중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강의실 밖으로 나가 스마트폰에 찍어온 교재를 보고 들어와 답안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수강생 전원이 재시험을 치렀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서울대에 따르면 지난달 전공필수 과목인 한 과목에서는 중간고사 1차 시험에서 일부 학생이 채점이 끝난 답안지를 고쳐 쓴 뒤 성적을 바꿔보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강생 전원의 성적이 전부 무효처리 됐다고 한다. 남의 답안이나 메모를 베끼는 `커닝`수준을 넘어 일종의 성적 조작에 해당하는 셈이어서 담당 교수는 시험을 무효처리 했다고 한다.

포스텍의 학생회관에는 이런 구호가 걸려져 있다.

“정직과 타인에 대한 존중이 함께하는 포스테키언의 미래는 명예롭다”

정직을 지키고 타인에 대한 존중을 지키려는 학생들의 의지가 돋보인다. 그래서 포스텍에서 시험윤리는 스스로 잘 지켜지고 있다.

포스텍과 서울대를 구분하는 중요한 아이템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문득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경험이 떠오른다. 스탠포드대의 어너 코드(honor code : 명예선언)는 스탠포드대 학생들의 자부심이다.

시험시간에 교수는 들어와 5분정도 해설과 질문만 받고 반드시 시험장을 나가야 한다. 학생들의 명예를 의심하지 않기 위해 교수가 시험감독하는 것은 허락 되지 않으며 무감독 시험을 치룬다.

한 번은 한국학생 하나가 답안지를 걷는 시간에 제출된 답안지를 순간적으로 다시 잡아서 답안을 고쳤다. 답안지를 걷는 와중이었으므로 충분히 이해할 수도 있는 행위였다.

그러나 이는 곧바로 어너 코드에 걸리면서 대학내 재판소에 회부되었다. 몇달에 걸친 대학내의 재판과정에서 큰 곤욕을 치르면서 무죄가 되긴 했지만 그 학생은 결국 석사만 끝내고 졸업해야 했다.

사실 서울대의 시험윤리 부족은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70년대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입학의 기쁨도 잠시 시험시간에 커닝을 일삼는 서울대의 풍토를 보면서 매우 낙담하였던 경험이 있다.

당시 정치 독재에 항거하는 데모가 자주 일어났는데 하루는 한 학생이 일어나서“시험 커닝을 한 학생들은 나가 달라. 정치적인 독재와 부정에 항거하려면 우리도 깨끗해야 하지 않은가”라고 외쳤던 기억이 난다.

포항의 이웃에 있는 한동대는 개교 당시부터 무감독 시험을 실시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학생들이 정직성을 강조하며 먼저 제안해 무감독 시험을 치러왔고, 현재까지 자체적으로 이 원칙을 잘 지키고 있다고 한다.

포스텍이 서울대와 구분되는 점은 여러 개 있지만 이러한 시험윤리에서 구분된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포스텍도 시험전에 반드시 명예코드에 사인을 하고 시험을 치른다. 그리고 그러한 명예를 지키는 건 바로 학생 자신이다.

이러한 전통은 포스텍을 확실하게 차별화 된 대학으로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다.

포항의 한동대와 포스텍의 차별화가 정말 멋지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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