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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공포와 확률게임

등록일 2015-06-11 02:01 게재일 2015-06-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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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서로 악수 하지 말고 눈으로 목례로 인사합시다” 일요일 예배후 성도들을 걱정한 한 교회 목사님의 말씀은 메르스 공포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느끼게 한다.

메르스 공포가 전국을 휩쓸고 있다. 많은 학교들이 임시휴업을 하고 한국으로 오는 관광객 취소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메르스! 이름도 낯선 메르스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된 뒤 중동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바이러스 인데, 2003년 아시아에서 발생한 뒤 전 세계로 확산되며 1천명 가까운 사망자를 낸 사스와 비슷한 바이러스라고 한다. 사스와 마찬가지로 고열, 기침, 호흡곤란 등 심한 호흡기 증상을 일으키지만, 급성 신부전증을 동반하기도 하기 때문에 사스보다 치사율이 높다고 한다. 낙타가 전파한 바이러스라는데, 낙타도 없는 한국이 메르스 감염 2위국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중동과의 교류가 잦고, 한국인의 체질이 메르스에 약할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렇다 해도 악수를 거부하고 모임이나 관광을 취소할 정도의 공포감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여기서 확률과 공포감의 관계를 설명하는 확률게임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확률게임의 대표적인 예는 항공기 사고에 대한 공포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항공기 추락사고에 대한 공포 때문에 항공기를 타지 못하는 고공공포증 환자는 꽤 많다. 북한의 김정일이 기차만 타고 여행했다거나 유명한 미국의 미식축구해설가가 그 넗은 미국대륙을 특수 제작된 차를 가지고 돌아다니면서 해설을 했다는 일화는 항공사고에 대한 공포증을 잘 보여준다.

항공여행은 정말 불안한건가? 매일 전 세계적으로 뜨고 내리는 항공편은 10만회쯤 된다. 따라서 1년에 3천만번 이상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데 치명적인 항공사고는 10회 이내다. 그러면, 항공사고 확률은 지상의 교통사고보다 훨씬 적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 교통사고에 대한 공포증보다 고공공포증이 더 심한 것은 사람이 느끼는 공포의 크기가 사고의 확률과 사고가 났을 경우 피해의 곱셈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항공사고의 경우 확률은 작지만 사고가 났을 경우 거의 전원이 사망하므로 공포가 훨씬 크다. 사고의 확률은 적지만 사람이 느끼는 공포는 매우 큰 것이다.

현재 메르스에 대한 공포도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다. 메르스 공포는 메르스의 전염율과 치사율에 달려있다. 그런데 전염율이 과장됐다는 평가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메르스를 `낮은 전염성, 위험한 질환`으로 공식 분류한다. 네이처와 사이언스도 “인간끼리 전파는 매우 힘들다”고 보도했다. 잠복기에는 전염이 안되고, 바이러스가 폐 깊숙이 서식하기에 잘 튀어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메르스는 병원 내 감염이 75%나 되어 병원 밖에서 일반 접촉에 의한 전염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염율이 낮다고 해도 치사율이 공포의 큰 몫을 차지한다. 그러나 치사율도 공포를 느낄만한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감기 원인인 코로나바이러스는 상기도, 즉 코~목구멍을 감염시켜 경증 호흡기증상으로 끝난다.

낙타도 메르스가 상기도만 감염시켜 가벼운 호흡기 증상에 머문다. 문제는 메르스가 사람에게 전파되면 하기도, 즉 기관지와 폐 깊숙이 파고들어 중증호흡기 증상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그래도 면역력이 크게 떨어지거나 심각한 중병의 환자를 제외하면 치사율은 걱정할 만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물론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부 관련 기관과 병원들의 늑장 대응 등은 크게 반성해야 한다. 늦은 발표로 일반 국민들의 공포를 증폭시키고, 발생한 환자를 제때에 격리 시키지 못한 채 우왕좌왕한 보건행정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한다.

그러나 국민들도 지나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확률게임에서 보듯 과장된 전염률과 치사율 때문에 메르스공포 역시 과장됐기 때문이다. 다만 각자의 공포지수가 다르기 때문에 얼마나 조심할 것이냐 하는 것은 개인의 판단에 맡길 뿐이다. 어쨌든 정부와 의료당국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메르스를 퇴치하는 데 만전을 기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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