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도 연례행사처럼 방학을 이용해 미국 동남부 지역을 돌아보고 돌아왔다.
개인적으로는 필자의 가족들 몇사람이 일하고 생활하는 인연이 있는 지역이기도 하지만 기술경영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아틀랜타를 중심으로 하는 미 동남부 지역은 항상 경제와 기술에서 새로운 생동감을 주는 지역이기 때문에 이 지역을 매년 돌아보는 기쁨과 보람이 있다.
특히 이 지역에서 코리언 드림(Korean Dream)은 이제 코리언 프라이드(Korean Pride)로 바뀌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 지역의 단연 선두 도시는 아틀랜타다. 1970, 80년대 아틀랜타는 카지노로 이름난 아틀랜틱 시티와 혼동이 될 정도로 한국에서 알려지지 않은 도시였다. 아틀랜타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의 수도였고,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무대 도시이며, 코카콜라의 본사가 있는 지역이었지만 여전히 뉴욕, 워싱턴,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에 몰려 살던 그 당시 한국 교민들에겐 꽤 낯선 지역이었다.
한국 교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역시 1996년 하계 올림픽의 아틀랜타 개최가 계기가 됐다고 보인다. 이 지역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미국 여러 지역의 교민들 특히 워싱턴 지역 교민들의 아틀랜타 이주가 증가했다.
아틀랜타는 코카콜라, CNN 등 대기업의 본사가 위치함은 물론이고 많은 미국 대기업 본사들의 이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메르세데스벤츠, NCR, BMW 등 미국과 외국기업 본사들이 아틀랜타로 몰려오고 있다.
아틀랜타 공항은 이미 세계 최대의 공항으로 알려져 있고, 아틀랜타 인근 항만인 사바나와 찰스톤을 합치면 미국에서 가장 물동량이 많은 항구가 된다고 한다. 또한 동남부 지역을 망라한 노동력이 풍부하고 비교적 온화한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한국 교민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국 교민들에게 이 지역이 코리언 드림을 코리언 프라이드로 바꾸는 여건이 조성된 건 이 지역에 최근 10여년 동안 한국기업들의 공장이 우후죽순처럼 세워지고 있는 것이다. 기아, 현대, 삼성, SK 등 수십개의 대기업들이 공장들과 지사를 아틀랜타 인근에 설치하고 있는데 그중 단연히 돋보이는 것은 인근 알라바마 몽고메리시에 세워진 연산 35만대 수준의 현대자동차 공장과 비슷한 규모의 조지아주와 알라바마주 경계선인 웨스트포인트에 세워진 기아자동차 공장이다. 알라바마 몽고메리시의 현대 블루바드라고 부르는 큰길을 따라가면 광대한 대지에 한국의 현대자동차 몽고메리공장이 나타난다. 수십만평의 광활한 대지 위에 세워진 현대자동차 공장은 3천명 가까운 직원을 고용해 미국 남부지역의 고용창출과 인근에 들어선 한국의 부품업체들과 함께 연간 약 20억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이 지역에 가져 오면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몽고메리에서 불과 한 시간 거리인 웨스트포인트라는 조지아주 도시의 기아자동차 공장을 잇는 85번 고속도로는 한국 자동차의 벨트라인이다. 주변의 부품공장도 수십개가 산재해 있다. 몽고메리와 인근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줄잡아 1만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사실 미국 내에서 자동차 뿐만이 아니다. 가전제품이나 스마트폰 IT 제품 시장에서 한국제품의 비중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과거 일본이나 미국제품에 밀렸던 가전제품시장에서 한국가전제품의 약진은 실로 매우 놀라운 것이다. 이제 미국 동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70년부터 봇물을 이루었던 한국의 코리언 드림은 이제 코리언 프라이드로 바뀌고 있다.
미국의 비자가 필요 없는 노비자 지역으로 선포돼도 불법체류자는 감소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프라이드는 증가하면서 합법적인 거주자가 300만을 육박하고 있다.
현대의 국가의 힘은 면적이나 인구숫자에 상관없이 얼마나 세계로 뻗어나가는가 하는 세계적인 민족의 분포로 결정된다.
이제 한국은 기업, 경제, 문화, 교육 모든 분야에서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그러기에 인천공항에 도착한 필자의 가슴에서는 새해 벽두의 코리언 프라이드가 강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