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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혁신과 성장 그리고 부강한 사회

정상철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한다. 우리는 6·25 잿더미에서 60여년만에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경제적으로 성장했으나 인륜적 가치는 무너지기도 했다. 한때 공무원은 복지부동한 자세로 정체되는 사회의 요인이 되기도 했고, 돈 봉투를 요구하는 교육자와 주지 자리를 놓고 계파간 싸움을 벌이는 일이 불과 20여년 전 우리 사회의 모습이었다. 자원이 없어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지침아래 사회적 문화성장에는 신경을 못 쓴 탓도 있고, 그 무엇보다도 건강체질을 만들어 가지 못한 요인이기도 하다.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 혁신비서관이 생겼고, 혁신비서관은사회적 부조리를 혁신적인 행정체계로 변화시키며 조직을 건강한 체질로 변모하게 한 것이다. 청와대에서 혁신행정기획을 세우면 남쪽 지방까지 행정력이 미치는 데 6개월 정도 걸리고 지속적인 지원과 일관된 정책이 필요로 했다. 그 결과 지방의 작은 시골마을을 나비축제로 국제적 유명 도시로 탈바꿈시킨 함평군수, 지역발전의 선두를 달린 남해군수 등 여러 유명 단체장이 탄생했다.이런듯 불가능해 보이던 공무원 조직과 기업이 건강해지고 성장하는 데는 ‘가치 있는 새로운 변화’라는 혁신이란 두 글자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공무원, 기업, 서비스업, 학교 등 혁신이란 두 글자가 들어가면 조직이 건강해지고 성장한다. 이러한 데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혁신을 하는 데는 5가지 절차로 이루어진다.첫째, 조직의 바람직한 모습, 즉 꿈을 그리며 함께 실현해 나갈 비전을 설정한다. 가끔 ‘당신의 꿈이 무엇인가’라고 물어보면 ‘행복하게 사는 것’ 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이것은 바람이고 꿈은 가령 ‘10년 내 5층 건물주가 되겠다’ 등 시간개념이 설정되어야 한다.둘째, 목표를 설정한다. 바람직한 모습과 현재의 차이가 목표가 되는 것이다. 즉, 5층 건물주가 되기 위해 필요 요건을 10년간 나눠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다.셋째,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수립한다. 계획은 목표에 대한 실행안을 도출하고 누가 언제까지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를 세우는 것이다.넷째, 계획을 실행한다. 유사한 꿈을 실현한 멘토를 찾아 자문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이 바위를 뚫는 것은 물의 힘이 아니라 물이 바위를 두드린 횟수라는 것을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다섯째, 성과 분석과 포상이다. 목표가 달성되면 바람직한 모습이 실현되는 것이다. 성과에 대해서 분석하고 인증해주고 포상하면 조직의 선순환사이클 속에 동기부여가 되어 끊임없는 성장문화로 갈 수 있다.혁신 활동은 지속성 속에 진화 발전이 있고 성장하고 문화로 갈 수 있다. 어떤 조직이든 혁신이 들어가면 건강한 조직으로 탈바꿈 할 수 있고 성장하는 지름길이며 부강한 사회로 가는 시작이 되는 것이다.최근 국가경영을 잘 하겠다는 대선 후보들은 혁신리더십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사뭇 궁금해진다.

2022-03-07

치곡(致曲)의 마음으로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 봄이 오는 길목이 순탄치만 않다. 날씨가 풀리기가 무섭게 미세먼지가 안개처럼 하늘을 가리고, 기류의 변화로 돌풍과 강풍이 불어와 나무와 풀들을 동면에서 깨우고 있다. 유례없는 겨울가뭄에 바람마저 잦아드니, 크고 작은 산불의 복병이 화마로 돌변해 여지없이 봄의 발목을 새까맣게 태우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증은 정점을 향해가는 듯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연일 역대 최다치를 보이며 애태움을 가중시키고, 후보 선출에서부터 선거유세까지 약 6개월간의 대선 레이스도 오늘로 마감되지만, 선거 막판 구도 재편에 초박빙 혼전이 안개보다 더한 깜깜이 판세로 요동치는 형세다.어쨌든 긴장과 불안의 동토에 요원할 것 같은 봄날이 가까운 발치에서 서성대고, 진영과 이념 대립의 난무 속에 치열한 혼조세를 보였던 혼돈의 대선정국도 내일이면 판가름 나게 된다. 추운 겨울 속에서도 풀과 나무는 땅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쉼없는 물긷기로 봄날을 준비해왔듯이, 지역과 세대, 계층과 선전의 소용돌이 속에 대선후보들은 진정한 민의와 대의를 읽고 수렴하여 새봄 같은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 기저에 지극하게 정성을 다한다는 치곡(致曲)의 마음을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치(致)’는 미루어 지극히 하는 것이요 ‘곡(曲)’은 전체가 아닌 일부분이니, 치곡은 작은 일에도 모두 지극하게 정성을 다한다는 뜻이다. 중용 23장에 나오는 구절로, 매우 정성스럽다는 ‘곡진(曲盡)하다’와 비슷한 말이다. 즉, 치곡은 사소한 일도 무시하지 않고 정성과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으로, 매사의 정성스러움(誠)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곧 겉에 배어 나오고, 겉으로 드러나면 곧 뚜렷해지며, 뚜렷해지면 곧 밝아지고, 밝아지면 곧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곧 변하게 되고, 변하면 곧 생육된다.(曲能有誠이니, 誠則形하고, 形則著하고, 著則明하고, 明則動하고, 動則變하며, 變則化니라)’-중용 23장그러니까 치곡(致曲)은 ‘誠→形→著→明→動→變→化’의 과정을 통한 변화는 전혀 새로운 존재의 탄생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밝아진다는 말과 변화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늘 긍지를 갖고 밝은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게 되면 겉모습만 변하는 아니라, 알맹이 자체가 완전히 변화하는 것으로, 오직 세상에서 지극한 정성을 다하는 것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唯天下至誠 爲能化)는 것이다.자연은 지성의 세계이다. 흙 한줌,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조차 공(空) 것이 아니라 모두 제 나름의 특성과 자질로 형체가 있고 성의를 다해 생육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이 감동하듯이(至誠感天) 하늘 아래 극진한 정성(天下至誠)이야말로, 사람과 세상을 능히 움직이고 바꿀 수 있을 것이다.위정자이건 대다수의 민초이건 온 마음을 다해 순리와 이치에 따르고 온전함과 순수함을 위해 정성과 노력을 기울일 때, 진정한 화평과 감화의 꽃이 피어날 것이다.

2022-03-07

냉철한 판단과 현명한 선택

변창구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벼랑 끝에 선 대한민국이 새 대통령을 선출한다. 선거운동에서 보여주었듯이 진영논리와 내로남불, 온갖 광고성 공약(空約)들이 국민을 우롱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지탄받아 온 유력 후보들의 도덕성과 자질문제는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과 혐오를 극대화시켰다.그럼에도 우리는 주권자로서 표심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후보들의 감언이설에 현혹되지 않고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할 책임은 유권자의 몫이다. 통합과 분열, 정의와 불의의 갈림길에 서 있는 대한민국이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감정 휴리스틱(heuristics)’의 인지편향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 두 눈을 더욱 부릅뜨고 냉정한 이성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새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사회적 갈등, ‘선택적 정의’를 정의라고 강변하는 정치꾼들, 부동산 블루로 잠 못 이루는 청춘들,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세계 최고의 자살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미·중 패권경쟁과 한국외교의 딜레마 등 그 어느 하나도 결코 해결하기 쉽지 않은 이슈들이다.이 난제(難題)들을 해결할 대통령은 누구인가? 아무리 둘러보아도 믿고 맡길 후보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탄만 하고 투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 최악이 아니면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선거는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다. 주권자의 심부름을 충실하게 이행할 보통사람을 뽑는 일이니 성인군자를 기대하지는 말자.그렇다면 후보 선택의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이다.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진솔하고 정직한 대통령이어야 한다. 선거 때는 통합과 포용을 말했던 사람이 당선되면 독선과 분열의 길로 갔고, 정의의 투사처럼 행세했던 사람이 당선되면 불의를 정당화하는 표리부동한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가면을 쓴 후보들의 교언영색(巧言令色) 속에서도 거짓과 진실을 구별할 줄 아는 유권자의 혜안이 절실하다.대통령은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한다. 편 가르기, 확증편향과 내로남불, 선택적 정의는 나라를 완전히 두 동강 내어 버렸다. 목적을 위해서 정의를 내팽개친 대통령이 바로 공동체 파괴의 주범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은 자업자득(自業自得)이었다. 새 대통령은 특정 진영의 보스가 아니라 모든 국민의 대표로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보편적 정의’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마지막으로 ‘비전’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 대전환 시대의 대통령은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국가적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통찰력과 위기관리능력이 필요하다. 경직된 이념과 흑백논리에 매몰된 후보는 국민을 미래로 이끌 수도 없고 당면과제들을 해결할 수도 없다. 오직 네거티브(negative) 공세로 반사이익만을 노리는 후보는 스스로 무능을 자인하는 셈이다. 독선적이고 무능한 사람이 제왕적 권력을 가지게 된다면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되겠는가?

2022-03-07

양간지풍(襄杆之風)

양간지풍은 ‘강원도 영동지방의 양양과 간성 사이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뜻이다. 봄철 이동성 고기압에 의해 영서지방에서 영동지방으로 부는 서풍으로, 고온건조하고 풍속이 빠르다.‘양양과 강릉 사이에서 부는 바람’이란 뜻에서 양강지풍(襄江之風)이라고도 불린다.양간지풍은 왜 생길까. 먼저 봄철에 한반도 남쪽에 이동성 고기압이 위치하고, 북쪽에 저기압이 위치한다. 남고북저의 기압배치에서 강원도 지역에 따뜻한 서풍이 불게된다. 영서지방과 영동지방의 차가운 공기 위에 따뜻한 공기가 위치해 연속적인 역전층을 형성한다. 역전층 아래에 위치한 차가운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상층의 따뜻한 공기와 태백산맥 사이의 좁은 공간을 압축해 지나면서 풍속이 빨라진다. 결국 태백산맥을 지난 차가운 공기가 태백산맥을 가파르게 내려가면서 풍속이 더욱 빨라지며, 고도가 낮아지면서 공기덩어리 내부의 기압과 기온이 높아지고, 습도가 낮아진다.태백산맥을 지나고 나서 공기가 고온건조해지는 특성은 푄 현상인 높새바람과 비슷하다. 높새바람은 늦봄과 초여름에 영동지방에서 영서지방으로 부는 동풍으로, 태백산맥을 오르는 동안 수증기가 응결하여 구름을 생성한다. 그러나 양간지풍은 발생과정에서 수증기가 응결하지 않고, 역전층을 유지하며 서풍으로 태백산맥을 넘는다.또한 역전층이 강할수록, 영동지방의 태백산맥 경사가 심할수록, 해풍이 부는 주간보다 육풍이 부는 야간에 풍속이 커진다. 그래서 산불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05년 고성군 산불과 2019년 4월 고성·속초 산불 등이 양간지풍으로 산불이 번진 사례다.이번에 발생한 경북 동해안지역 산불 역시 양간지풍 탓에 산불이 더욱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대자연의 조화를 인간이 막기란 참으로 지난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3-07

새 대통령, 위기일수록 기대도 크다

김진국 고문 36.93%. 지난 4~5일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결과다. 과거 다른 선거와 비교가 안 되게 높다. 5년 전 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율은 26.06%. 그보다 무려 10.87%가 높다. 코로나19, 각 정당의 사전투표 독려를 고려해도 뜨거운 열기다.가장 큰 배경은 정치에 대한 갈증이다. 사전투표 직전 넥스트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53.2%였다.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정치 교체’를 선거 막판 반전 카드로 내밀었다. 현재의 정치에 불만, 새로운 변화에 대한 갈망이 국민 마음에 크게 물결치고 있다는 뜻이다.선거 열기가 뜨거운 만큼 그 이후가 걱정이다. 대결이 치열할수록 하나로 통합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새 대통령이 5월 10일 취임하자마자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또 치러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는 2년 남았지만, 국회 상황이 만만치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4일 발표한 조사를 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도가 38%로 같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국회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잘못된 선거제도 탓이긴 하지만 그 괴리에서 오는 갈등은 고질적인 정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국회의 협조는 받겠지만 여론과 의석의 불일치에서 오는 갈등이 심각해질 수 있다. 민주당의 독주가 여야 대치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협조를 받기가 어렵다. 협치로 나아가면 다행이겠지만 행정부와 국회의 대립, 민주당 흔들기, 정계 개편 등 정치 혼란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더구나 두 후보가 내놓은 공약과 유세 때 쏟아놓은 말들에는 설익은 약속이 많다. 윤 후보는 준비 기간이 짧았다. 일단 전문가들의 제안을 학습하기 바빴다. 이 후보는 선거 기간 중 기존에 내놓은 정책을 많이 바꾸었다. 이 후보는 이를 실용주의라고 하지만 표를 따라다닌 결과다. 누가 되건 정책의 불확실성이 크다. 빨리 정리해야 한다.여기에 미국과 러시아, 미국과 중국의 대립 격화가 가져온 국제 무역 질서의 혼란, 코로나19로 죽어가는 중소상공인과 방만한 재정 운용의 후유증이 다음 정부로 부담을 떠넘기게 돼 있다. ‘취업 포기’, ‘평생 알바’라는 딱지는 젊은 층에 평생 짐을 지워놓았다. ‘일자리 대통령’이 만든 사라진 세대다.새로운 비전보다 이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재명 후보까지 지난 5년을 ‘반성한다’, ‘사죄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문재인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먼저 말과 행동을 일치시켜야 한다. 문 정부에서는 오른쪽 깜빡이를 켜면서 왼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일이 너무 잦다. 말을 그대로 믿을 수가 없다. 선거 중에 후보가 한 말은 당선을 위한 안간힘이라고 이해한다. 그렇지만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내 말을 진짠 줄 안다’고 뒤집어서는 안 된다. 말이 분명해야 정책이 투명하고, 예측 가능해진다.빨리 정국을 안정시켜야 한다.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선거 막바지에 약속한 다당제의 상생 정치를 이행해야 한다.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갖고 있지만 그 정신대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기를 기대한다. 윤 후보가 당선되면 의회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 힘들어도 최대한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진영을 뛰어넘는 인재를 발굴하고 등용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을 들으면 모두 범죄자다. 죄가 있으면 조사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는 게 좋다. 또다시 임기 내내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사법제도를 정치에 이용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다.임기 중 거대한 업적을 쌓으려는 욕심도 금물이다.통일이건, 탈원전이건 좋은 목표라고 서두르면 뱁새 꼴이 난다. 이불 속에서 만세 부르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패권국인 미국도 혼자서 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함께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도자의 개인 취향 따라 움직이면 국민만 불행하다. 임기는 5년이다. 그렇다고 서두르면 안 된다.    /본사고문

2022-03-06

대통령 선거 유감

김규종 경북대 교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다. 지금까지 있은 어떤 대선보다 후보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호감도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를 돌아보면 이런 견해가 올바르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을까, 하는 심사를 금하기 어렵다.‘87체제’ 이후의 대선만 회고해 보자. 1노 3김 경쟁체제로 치러진 1987년 대선은 문자 그대로 ‘양김’의 분열과 노태우의 어부지리로 종결됐다. 하지만 박정희·전두환의 체육관 선거를 종식했다는 점에서 기억할 만한 대선이었다. 1992년 김영삼-김대중-정주영의 3자 경쟁 구도는 흥미진진했다. ‘3당 합당’으로 만들어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진 대선의 백미는 ‘우리가 남이가?!’였다. 문민정부 탄생은 그 결과물이다.1997년 이른바 ‘디제이피 연합’과 ‘아이엠에프 구제금융’으로 촉발된 위기 상황에서 대선이 치러졌다. 김대중의 승리로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룩한 나라가 되었다. (일본은 2009년에야 하토야마 유키오의 민주당 정권이 탄생한다). 2002년은 고졸 신화의 노무현이 보수우파의 거목 이회창을 이긴다. 정몽준의 단일화 약속 파기에 굴하지 않은 승리로 노무현은 한국 정치사를 새롭게 쓰게 한다.2007년 대선은 결과가 나와 있었다. 국민의 관심은 오히려 이명박과 박근혜 가운데 누가 보수의 대표선수가 되느냐에 쏠려 있었다. 2012년 대선은 노무현의 서거와 이명박의 실정이 맞물려 문재인과 박근혜의 박빙 승부가 흥미로웠다. 민노당 이정희 대표의 돌출발언으로 박 후보가 승리한다. 그리고 촛불시위로 창출된 2016년 대선 공간은 싱거운 대결로 끝나 문재인이 당선되어 오늘에 이른다.지금까지 거론된 인물들은 상당히 비중 있고 역사적인 책무를 수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20대 후보들의 면면은 다르다. 누구도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나 호응을 받지 못한다. 그들을 둘러싼 저급한 수준의 뒷얘기가 토론회까지 잠식할 정도이고 보면 중언부언이 필요 없다. 어쩌다 저리 추락하고 말았을까?! 정치가들의 수준을 보면 그 나라 국민들의 수준, 즉 민도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행정부인 내각과 입법부인 국회의원들의 얼굴을 보면 그 나라 국민의 지적·정신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참기 어려운 분노와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숱한 정치인들과 행정관료들이 득세하는 세상 아닌가. 더욱이 어떤 후보는 투표용지 인쇄가 끝난 다음 갑자기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로 태연자약하게 유권자들을 우롱해놓고도 천연덕스러운 사람의 심사는 무엇일까?!투표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투표장에서 권리를 행사하자! 그러나 다음 선거에서는 사람 같은 사람, 배포 크고 식견도 넓고, 도덕적으로 순결하고, 능력도 있으며, 역사 인식도 투철하고, 미래기획도 튼튼하게 준비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도록 판 자체를 바꿔보자.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최소의 도리 아닐까?!

2022-03-06

핵 전쟁의 위협

우정구 논설위원 1, 2차 세계대전에 이어 미지에 닥칠 세계 대국간 전쟁을 주목해 제3차 세계대전이라 칭한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지구촌에는 여러 번 3차 대전의 위험이 있었으나 다행히 전쟁에 이르지 못했다.전문가들은 만약 3차 대전이 일어난다면 1, 2차 대전보다는 훨씬 더 격렬하고 파멸적 전쟁이 될 것으로 본다. 이는 1947년 냉전시대 도래 이래로 다수 국가에 의해 개발된 핵무기 때문이다. 따라서 3차 대전은 지구문명과 인류생명을 파국으로 몰고 갈 지구 궤멸적 전쟁으로 보는 시각이 크다.3차 대전의 핵심은 핵무기다. 2차 대전 때도 핵무기가 등장했지만 주고받지 않고 한쪽의 일방적 사용이란 점에서 핵전쟁이란 표현은 쓰지 않는다.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 도발로 세계인의 시선이 우크라이나에 쏠리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핵무기 관련 발언을 하며 “제3차 대전이 일어난다면 파멸적인 핵전쟁이 될 것”이라고 해 국제사회 비난을 샀다.지금 세계열강들은 비약적 과학기술 발전에 힘입어 핵무기뿐 다양한 신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될 막강한 전력이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핵무기나 신무기의 사용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한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세계가 전면 핵전쟁에 들어가면 50억명 이상이 전쟁 당일 사망하고 나머지도 살아남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지금 세계는 표면적 모습과 달리 살얼음판을 걷는 듯 불안한 국면이다. 2차대전의 베테랑인 미국의 브레들리 장군은 “핵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그것이 시작되지 않게 하는 것”이란 말을 했다. 지구촌 사회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3-06

대인하류(大人下流)의 실천

김순호 영천YMCA 이사장 어떤 조직이든 리더의 역할이 참으로 중요하다. 리더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방향을 가리키냐에 따라서 그 조직의 방향, 흥망성쇠(興亡盛衰)가 정해지기 때문이다.노자가 쓴 도덕경(道德經)에는 대국하류(大國下流)라는 말이 나온다. 큰 나라는 하류에 흐르는 물과 같아서 아래로 흘러 바다와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자연의 이치가 그러하듯 낮은 곳으로 물은 흐르는 법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대인하류(大人下流)하여야 한다. 큰 사람은 낮은 곳에 있어, 작은 것을 품는 사람이어야 한다. 작은 것들과 사사로이 맞서거나 경쟁하지 않고 그들을 품을 줄 아는 사람이다.가난하고, 외롭고, 힘이 약한 사람들을 품어준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한다. 그들은 높은 곳으로 향하거나 높은 사람들을 동경하지 않고, 어린아이와 사회적으로 무시를 당하는 사람 곁으로 가서 그들의 친구가 되어준다.예수가 그랬고, 석가모니가 그랬다. 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위에 사람 곁에만 있는 사람은 좋은 리더라 할 수 없다. 리더는 대표선수다. 시민의 대표로 세운 대표선수다. 그래서 잘 보여야 할 사람은 위에 사람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시민이다.지역민들 속으로, 아래로 찾아드는 리더를 우리는 원한다. 선거 때 잠시 시장에 들러 어묵을 주워 먹고, 맘에도 없는 악수를 하면서 “일꾼이 되겠다”라고 거짓 약속을 하는 사람은 당선이 되면 얼굴 보기가 힘든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사람은 좋은 리더라 할 수 없다. 그런 사람은 시민들을 위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야망을 위해 시민을 이용하는 사람이다. 지역민과 지역을 위해 존재하는 리더가 아닌, 자신을 위해 지역민이 필요하고, 지역이 필요한 사람은 좋은 리더라 할 수 없다.사람들은 모두 좋은 리더를 원하고 있다. 좋은 리더를 통해서 자신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리더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몇 가지를 제시해보고자 한다.먼저, 앞서 고민하는 리더였으면 좋겠다. 고민하지 않는 리더는 좋은 리더라 할 수 없다. 시민들보다 앞서 고민할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고민한 결과로 시민들이 좀 더 좋은 세상에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리더가 고민하지 않으면 시민이 대신 고민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앞서 고민하는 리더를 원한다.둘째, 늘 시민 곁에 있는 리더였으면 좋겠다. 리더는 시민과 함께하고 시민의 눈높이에서 얼굴을 마주 보고 얼굴을 맞대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진짜 삶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다. 시민 곁에 있음으로써 살아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리더를 우리는 원한다.셋째, 작은 것을 크게 볼 줄 아는 리더였으면 좋겠다. 큰 댐이 무너지는 것도, 큰 건물이 무너지는 것도 모두 아주 작은 문제에서 시작된다. 시민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알고 바로 처리해 줄 수 있는 리더를 우리는 원한다.넷째, 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시민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귀담아 청취해서 필요한 것을 제공할 수 있는 리더였으면 좋겠다. 가려운 사람에겐 등을 긁어 주고, 목이 마른 사람에겐 시원한 물 한 잔 줄 수 있어야 한다. 목말라 물을 애타게 찾는 사람에게 물은 주지 않고 “좋은 책이니 읽어 보라”고 물 대신 책을 건네는 리더는 좋은 리더라 할 수 없다.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필요한 것을 제공할 수 있는 리더가 좋은 리더다.예수가 제자의 발을 씻김으로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섬김을 받으려 하는 사람은 먼저 남을 섬길 줄 알아야 한다. 어른이 어린아이를 섬겨야 하고, 회사의 사장이 직원을 섬겨야 한다. 힘을 가진 사람이 힘이 없는 사람을 섬겨야 하고, 대통령과 지도자가 국민을 섬겨야 한다. 그것이 바로 대인하류(大人下流)의 진정한 실천이다.

2022-03-06

바람을 기다리는 집

7번국도를 달리다 재미난 이정표를 발견했다. ‘바깥멋질’, 위로 가면 울진 평해가 나오고 옆으로 가면 학곡1리와 바깥멋질이 나온다고 초록색 바탕에 하얗게 써놓았다. 입말로 부르는 듯한 동네 이름을 관공서에서 떡하니 간판에 새겨놓은 게 신기해서 차를 돌려 들어가 보았다. 그냥 빈집이 늘어가는 평범한 시골이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누군가 나처럼 궁금해서 알아보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바깥멋질은 옛날 고을 원님이나 관찰사가 평해에 부임할 때 머무르며 행차를 준비했던 곳이란다. 조용한 동네에 왁자지껄한 퍼레이드를 보는 그 자체가 큰 구경거리여서인지, 그곳을 언제부턴가 ‘멋질골’이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도를 보면 ‘안멋질’도 있어서 동네를 바깥과 안으로 구분해 불렀다. 우리나라 어르신들이 이름을 참 쉽고 알맞게 짓는다는 걸 새삼 느낀다.목적지 없이 해안선을 따라가다가 경치 좋은 곳에 차를 멈추자는 게 오늘의 여행 콘셉트였다. 국도에서 내려서 해안선 가까이 드라이브 길로 달렸다. 소나무 숲 사이로 바다가 언듯언듯 비쳐서 더없이 좋았다. 그러다가 ‘대풍헌’이라는 이름을 발견했다. 내비게이션에서 찾으니 5분 거리라 그리로 말머리를 돌렸다. 다가갈수록 바다가 가까워지더니 항구 가까이 독도 모양의 조형물이 나앉았다. 그 앞에 말쑥한 한옥이 우리를 맞는다.새로 단장하고 문을 연 지 일 년 된 수토문화전시관, 그 뒤로 대풍헌이 자리했다. 그 이름을 풀이하면 바람을 기다리는 집이다. 서남풍이 불면 배를 띄우고 한류를 타면 울릉도까지 하룻밤 하루낮이 걸렸다. 울릉도에는 육지로 돌아오기 위한 바람을 기다리는 언덕인 ‘대풍감’이 있다. 그곳에는 조정에서 파견된 수토사들이 묵었는데, 수색하여 토벌하는 일을 맡은 관리였다.예부터 우리는 새로운 말을 잘 만들어내고, 또 경제적으로 짧게 잘도 줄였던가 보다. 대풍헌과 수토사에서 지금은 부먹찍먹, 단짠단짠 같은 말은 나이 든 사람들도 그 뜻을 다 알지만 ‘많관부’라고 하면 대부분 모를 것이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를 줄였다. 별다줄이다. 별 걸 다 줄인다는 말이다. 그중에 대풍헌처럼 창의력이 돋보이는 신조어도 있다. 임신 중기에 먹성이 늘어 잘 먹는 것을 입덧에 빗대어 먹덧이라 하고, 무엇이든 처음 접하는 일이라고 어린이를 붙여서 요리 초보는 요린이, 주식 초보는 주린이라는 표현도 귀엽다.조선 시대에 울릉도와 독도를 침략하여 벌목과 어로를 일삼는 왜군을 수색하여 토벌하는 수토사를 2-3년마다 파견하였다고 조선왕조실록에 전한다. 동해의 난류와 한류가 울진 앞바다에서 만나 먼바다 방향으로 흘러나감으로 울진 구산포항이 울릉도로 가기에 가장 적합했다는 사실을 조선사람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언어조합능력 또한 그런 지혜에서 나온 것이리라.고급 관리들은 이곳에서 잠을 잤지만, 200여 명의 수군들은 근처에 월송포진성에서 야영을 하고 있다가 출항했다고 한다. 인근의 마을 사람들과 유지들이 각출해서 이들의 숙식을 해결했다고 대풍헌 내의 현판에 기록되어 있다. 이런 기록들이 문화재로 인정받아 전시관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수토사문화전시관에는 울릉도와 독도에 관한 퀴즈 교실 같은 프로그램이 있어서 즐길 수 있고, 독도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화면이 있어서 섬의 작은 집과 그 아래로 해안선을 간지럽히는 파도와 섬 사이를 나는 괭이갈매기도 볼 수 있다.전시관을 나와 전망대로 오르면 수토사들을 추모하는 공원이 있다. 비석과 출정 모습이 재현된 석판 그림을 보면 역사에 새겨진 그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조금 더 올라가면 구산항전망대가 있다. 날씨 좋은 날은 망원경으로 울릉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푸른 바다 전경이 마음을 탁 풀어놓게 만들어, 바람을 기다리며 여기에 머물렀을 수토사들의 숨결도 함께 느껴본다. 순풍이 불자 수토선에 일행들을 싣고 깃발을 휘날리며 나서는 이들의 모습이 멋지다. 바다로 미끄러져 가는 당당한 뒷모습을 상상하니 멋질골이라 부르고 싶다. /김순희(수필가)

2022-03-06

객체지향적(O-O) 사고가 필요하다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3월 9일 대통령선거가 있다. 선거는 치열하게 치러지고 있고 결과에 들뜨고 있다.그러나 후보들의 TV 토론을 들으면 답답한 마음이 생긴다. 상대방을 헐뜯기에 바쁘고 정작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정책과 방향에 관한 연구와 소견은 부족하다. 여러 번의 토론에서도 계속 상대 약점 들추기에만 급급해한다.이런 후보들의 토론을 들으면서 늘 가지고 있던 우리 사회의 ‘객체 지향적 사고’의 필요성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객체 지향(Eject-Oriented: O-O)이라는 단어는 1960년대 시뮬레이션(모의실험) 언어를 연구하는 그룹 노르웨이의 Simula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개념으로 내어놓은 말이다.이것은 1970년대 미국 Xerox PARC에서 개발한 스몰 토크(Small Talk)라는 언어의 중요한 밑거름을 제공한 개념이기도 하다.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기 위한 언어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이러한 언어들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지는데, O-O 언어와 절차 지향(Process-oriented) 언어이다. O-O이란 실제 세계를 모델링하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법으로서, O-O 프로그래밍에서는 데이터와 절차를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서 생각한다.이는 마치 컴퓨터 부품을 하나씩 사다가 컴퓨터를 조립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O-O 언어는 그 중 ATT의 벨 연구소에서 비야네 스트롭스트룹등에 의해 개발된 C++ 등을 거쳐서 1990년대 중반 이후로 각광받고 있는 자바(Java)로 연결된다. 가전제품에 사용될 소프트웨어의 개발 목적으로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의 제임스 고슬링에 의하여 고안된 언어이다.요즘 대학에서 주로 가르치고 한참 인기를 끄는 파이썬은 현재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서 매우 강력한 언어 중에 하나가 되었다.파이썬으로 인해 프로그래밍, IT 산업에 대한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돌이켜 보면, 필자가 대학 다니던 시절 배우던 포트란(Fortran)이나 코볼(Cobol)에서 이러한 새로운 프로그래밍의 발달은 O-O에 기반한다.O-O는 O-O 디자인이라든가 O-O 분석이라든가 프로그램밍 개념을 떠나 한 개의 분석개념으로 쓰이게 되었다. 사실상 O-O 개념은 우리가 유치원에서부터 배웠다. 개체와 속성, 클래스와 멤버 등의 개념은 알게 모르게 우리는 어려서부터 인식해 왔다.이런 것들 개념적으로 정리되고 프로그래밍 또는 분석기법 등지에 응용되면서 좀 더 친숙하게 느껴짐에 따라 이러한 언어들이 각광을 받게 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O-O의 여러 가지 특성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보호하기(Encapsulation)인데 어떻게 보면 정보화 사회에서의 공개(Openness)와 이율배반적으로 느껴진다.그러나 이 단어의 핵심은 전체적인 프로그램 구조를 개발할 때 각 프로그램의 각 부문은 내부적인 결정이나 작업을 최대한 감싸고 있어서 상호간의 간섭을 배제하는 데에 있다.이러한 방법의 장점은 새로운 시스템을 구성할 때 작업의 양을 최소화하는 데에 있다.40여 년 전 유학을 위해 미국에 처음 갔을 때 그리고 일본출장을 처음 갔을 때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두 나라는 역사나 문화적 배경은 다르지만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길거리에서 자동차 경적 소리를 듣기 힘들다. 통학길에서는 버스 양쪽 도로의 차들이 모두 정지한다. 회의시간을 정확히 지킨다. 회의 준비가 철저하다. 일본어로 쓰미마생, 아리가또, 영어로 Please, Thank you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이런 등등의 공통점이 있다.한마디로 전체적인 인상은 각자가 업무에 충실하고 남을 간섭할 때는 정중한 단어로 간섭에 대한 예의를 표한다는 것이다.남의 옷깃을 강하게 스치면서도 미안하다는 말을 안 하는 우리와 대조가 된다.이것이 O-O 사고와 사회의 단면을 보여 준다.한국에서 국회에서 청문회나 대통령 유세에서 남을 헐뜯고 약점만 들춰내고 군인이 정치를 간섭했던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보면 또 정당들이 미국이나 일본처럼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이름을 자주 바꾸는 것도 아마도 O-O 사고의 부족으로 볼 수 있다.대학입시 제도가 자주 바뀌는 것도 교육부가 대학의 고유권한인 학생의 입학선발에 수시로 간섭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대학은 대학대로 학생선발, 교육, 연구에 충실하고 교육부는 선진 고등 교육과 연구 대학육성을 위한 기본적인 역할에 충실하다면 이러한 문제는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는 O-O 사고의 부족에서 온다.이제 우리 정치, 사회는 모두 O-O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앞당기고 존경받는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22-03-06

극단적인 선택은 정부 책임이 크다

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동안 우리의 삶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퇴근이후 일정이 변화가 가장 크고 많은 인원이 함께하는 모임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자리도 줄고 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경제적 손실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이로 인해 불안 공포가 우리 삶에 스며들고 있다. 매일 갱신되는 확진자, 입원자, 위증자 수는 코로나로 인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사망률은 2월 4주 기준 1.05명(중앙방역대책본부)에 이르는 등 실로 위험한 사회적 불안 요소다.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또 다른 그림자는 바로 극단적인 선택이다. 지난 2021년 7월 30일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28.6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극단적인 선택 사망률이 코로나로 인한 사망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를 보여준다. 극단적인 선택율은 20년 가까이 OECD 34개 회원국 중 1위도 고수하고 있다.이러한 오명뿐 아니라 극단적인 선택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6조원을 육박한다는 조사결과도 제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의 수는 이라크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전쟁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고 한다.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다.극단적인 선택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들이 제시되고 있다. 과거엔 노인의 극단적인 선택, 사회적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문제 제기가 성인, 청년, 청소년 등으로 추이가 전이되고 있다.특히 10대와 20대의 젊은 층의 극단적인 선택문제는 심각하게 부상하고 있다. 자아정체성 미숙이나 혼란 등으로 충동적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 쉬운 시기이다. 10∼30대 사망원인 1위가 사고나 병이 아니라 극단적인 선택이니 더욱 사회적 관심과 안전장치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일부 언론에서 극단적인 선택과 관련된 보도 후 모방 극단적인 선택로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청소년 사이에는 습관적으로 자해하는 사람에게 ‘패션 자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일부 SNS에서는 ‘극단적인 선택송’, ‘자해 굿즈’등 자해관련 콘텐츠도 생겨나 자신의 존재감을 내세울 수 있는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OECD에서도 극단적인 선택은 25세 미만의 청년층과 노인층에게 더 강한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우리가 극단적인 선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중요한 사회문제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20년 가까이 증가하고 있는 극단적인 선택률 추이, 특히 노인 및 청소년 극단적인 선택 사망률의 지속적 증가이다.사회적 취약계층이 극단적인 선택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면서 더욱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 확충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미국, 핀란드, 영국, 이스라엘, 홍콩 등에서는 주변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극단적인 선택 원인을 규명하는 심리적 부검(psychological autopsy)을 실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유가족의 참여가 부진해 크게 활용이 되고 있지 않다. 심리적 부검을 통해 극단적인 선택의 원인을 규명해 예방대책을 수립하는데 도움이 된다.특히 핀란드는 1992년 세계최초로 국가주도 ‘극단적인 선택예방 프로젝트’를 수립했다.우리나라는 코로나로 인한 사망률보다 극단적인 선택로 인한 사망률이 더 높음에도 이에 대처하는 관심과 정책은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의 경우 감영 증상이 나타날 경우 매뉴얼에 따라 대처하고, 여러 가지 지원제도가 마련돼 있다. 극단적인 선택도 마찬가지로 반드시 이를 시도하기 전 주위사람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즉, 극단적인 선택 징후가 나타나기에 이러한 위험신호를 알게 되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정부의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한사람의 극단적인 선택은 남겨진 사람에게 트라우마를 남겨주고, 또 주위에 같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무서운 전염성도 가지고 있기에 더욱 중요한 사회문제로 제기돼야 한다.WTO에서도 극단적인 선택 예방지침서를 제시하고, 분야를 망라하는 종합적인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극단적인 선택과 관련된 우리정부의 정책은 미비하지만, 생명존중과 더불어사는 사회 실현을 위한 통합적인 대책수립이 필요하다.특히,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고위험군의 경우 체계적 관리를 통해 재발을 방지 할 수 있는 사후 관리 사업에도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또 유족에 대한 편견을 해소를 위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함께 병행돼야 할 것이다.데이터를 통해 극단적인 선택을 분석한 연구 자료를 보면 과거에는 군대와 학교에서의 폭력이 원인이었으며 정부가 이에 대한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최근에는 20대의 극단적인 선택이 증가하는 이유는 일자리부족에 근거한다.정부가 통계상 일자리를 늘렸다고 자화자찬할 때 우리의 소중한 미래세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극단적인 선택이 정부의 책임이 큰 이유이다.

2022-03-06

그래도 살만한 세상

강길수수필가 차를 몰고 돌아오는 도중이다. 웬일인지 뭔가 찜찜했다. 도착하자마자, 가지고 갔던 봉투 서너 개 속 서류를 손가락으로 벌려가며 두세 번 안을 살펴보았다. 호주머니도 다 뒤졌다. 그래도 가지고 갔던 통장과 법인카드가 든 비닐 커버는 보이지 않는다.조수석에다 봉투의 내용물을 다 쏟았다. 하지만 찾던 물건은 없다. 돌아오면서 이상하게 찝찝하던 기분이 이해되었다. 담당 공무원에게 확인 전화를 했다. 그도 가져가지 않았단다. 분실이 확실해졌다. 통장 잔고가 없어 분실해도 금전적 손해는 안 보지만, 새로 통장과 카드를 발급받으려면 성가신 게 사실이다.군 제대 후 대기업 실험실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실험분석과 품질관리, 환경 관련 실험과 분석, 관리를 해왔었다. 이런 업무들은 절차와 과정이 하나하나 연결되어 있기에, 어느 한 단계만 에러가 있어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절로 단계마다 확인에 또, 확인하는 습관이 붙었다. 때문에, 사림들이 꼼꼼하다거나 분명하다고 하는 평을 들으며 살았다. 한데, 오늘 어이없는 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차를 몰고 시청으로 다시 가는 동안, 통장과 카드 분실신고하고 재발급받을 각오를 하였다. 그것을 두고 간 지가 한 시간 가까이 지났으니 말이다. 청사 입구에 코로나로 인한 손 소독과 온도 체크를 겸한 장비가 있다. 그 뒤에 들어오는 사람을 점검하고, 안내하는 직원 데스크가 있다. 입구 문을 들어서며 직원에게, 혹시 분실물 통장이 없느냐고 물었다. 없다는 대답과 함께, ‘아까 오신 분이지요? 빨리 아까 자리에 가 보시라’는 친절한 말을 덧붙였다.얼른 두 층을 올라가 직원을 만났던 탁자로 갔다. 거기엔 통장과 카드가 든 비닐 커버가 아까 놓아둔 그대로 얌전하게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속으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통장과 카드가 든 비닐 커버를 보물처럼 사뿐히 주워 안주머니에 넣고, 발걸음도 가볍게 계단을 내려왔다. 안내 직원에게, “찾았어요! 오늘은, 기분 좋은 날입니다.” 하였더니, 그녀도 “잘 됐어요!” 하며 함께 즐거워했다.차를 몰고 두 번째 같은 길을 돌아오면서 보이는 세상은, 처음 돌아올 때와 같은 곳인데도 달라 보였다. 세파에 휩쓸려 지레 실망했던 마음이 희망으로 바뀌었다. 정치권, 운동권이 진실과 거짓을 뒤바꾸고, 여론과 선거를 조작한다는 데이터와 의혹이 팽배해도 집권층은 아랑곳하지 않고, 갈라치기만 일삼았다. 그래도 백성들은 민심이 천심답게 서로 믿고, 도우며 사는 거란 마음이 푸르게 물들었다.발원지의 작은 물줄기가 내가 되고 강이 되어, 마침내 바다를 이룬다. 하천과 바다의 물이 자정작용으로 스스로 깨끗해지듯, 나라의 물 백성들은 사회의 오염원들을 물처럼 묵묵히 정화하고 있다고 믿어졌다. 그 증거가 오늘 내가 겪은 통장과 카드를 잃었다가 되찾은 일이라 싶었다. 개인 모여 가정과 사회, 백성을 이룬다. 탁자 위에 놓인 통장과 카드가 든 비닐 커버 앞을 지나면서도 그대로 둔 사람들이 바로, 물 같은 백성들이리라. 하여, 우리 사회는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 아니겠는가.

2022-03-06

세상의 논쟁을 대하는 법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이제 3월 9일이면 20대 대통령이 선출된다. 이 날이 오기까지 정치인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모습을 보자니 분노와 실망을 넘어 무력감을 느끼는 국민도 있었을 것이다. 너무나 분명해 보이는 사실에 대해서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모습을 볼 때면 인간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기도 한다. 오죽하면 심신 건강 전문가들이 이구동성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뉴스를 멀리해야 한다고까지 할까? 이럴 때는 중국 고대의 현자, 장자를 떠올리며 세상의 시비에서 벗어나고 싶어진다.장자는 기원전 4세기 무렵 중국 전국 시대 송나라에서 태어난 사상가이다. ‘장자’는 내편 7편, 외편 15편, 잡편 11편으로 이루어진 책 이름이기도 하다, ‘장자’ 내편 중 제2편 제물론은 ‘세상의 논쟁을 잠재우다’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장자는 세상에서 옳고 그름을 다투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한다.“내가 당신과 논쟁을 했다고 합시다. 당신이 나를 이기고, 내가 당신에게 졌다면 당신이 옳고 내가 틀렸을까요? 내가 당신을 이기고 당신이 내게 졌다면 내가 옳고 당신이 틀린 걸까요? 그 한쪽이 옳고 다른 쪽이 틀렸을까요? 아니면 양쪽 다 옳을까요? 양쪽 다 틀린 걸까요? 이 판단은 나도 당신도 알 수가 없소. 그렇다고 제3 자가 와도 판정할 수가 없소. 제3 자가 당신의 입장과 같은 사람이라면 당신과 같으니까 공정한 판단이라고 할 수 없고, 제3 자가 나와 입장이 같은 사람이라면 그는 나와 같으므로 공정한 판단이라고 할 수가 없소…. 그러니 누구에게 공정한 판단을 기대한단 말이오? 이렇듯 불안정한 세상의 의견을 옳다고 의지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라오.”사람들은 자기 의견과 같은 사람을 끌어들여 자기 의견이 옳다고 증명한다. SNS에서는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차단하고 의견이 같은 사람들의 그룹에서만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이미 그 사람은 나와 의견이 같은 사람이니 그 사람이 내 의견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줄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장자의 이런 회의주의가 그럴듯해 보이고 속이 뚫리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장자가 끝까지 회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같은 상황을 보고 어떤 사람은 옳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옳지 않다고 하니, 이 대립된 의견의 균형을 잡아 두 의견을 조화시켜 무한한 경지로 뻗어 나가 무한한 세계에 머물게 해야 하오.”대립된 의견을 조화시키는 기준을 하늘의 길, 천예라고 한다. 장자는 이 천예를 통해 대립을 초월하고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자고 한다. 그 자신도 자유를 추구하며 제자들과 자연 속에서 살아갔다. 하지만, 이 천예를 누가 알 것인가, 숲속에서 사는 것이 정말 천예를 따라 사는 삶인가? 이런 의문을 따라가다 보면, 장자의 말이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든 뉴스를 끊고 세상을 등지고 살 것이 아니라면, 장자의 이야기는 나만 옳다는 자만을 돌아보는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선택 과정에서 대립은 불가피하지만, 조화와 균형의 여지를 남겨두는 열린 마음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2022-03-06

경칩날

주말인 5일은 경칩(驚蟄)이다. 경칩은 24절기 중 우수 다음으로 오는 세 번째 절기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날이다. 겨울철 한반도에 뻗쳐 있던 대륙성 고기압이 약해지면서 이때부터 기온이 조금씩 상승해 계절은 봄으로 넘어간다.우리의 옛 조상들은 하늘에서 천둥이 치고 그 소리를 듣고 놀란 벌레들이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열 계(啓)자를 써서 계칩이라고도 불렀다. 입동(立冬)이 벌레가 동면에 들어가는 절기라면 경칩은 그 벌레가 긴 잠에서 깨어나는 시기다.“우수와 경칩이 지나면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속담이 있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기운이 완연해진다는 말이다. 옛 사람들은 나무의 물이 차기 시작하는 이때, 나무의 고로쇠 수액을 받아먹기도 하고 산으로 들로 다니며 개구리 알을 먹으며 몸보신 하는 풍속도 있었다. 또 이 시기에 나는 냉이, 달래, 쑥 같은 봄나물을 먹으며 긴 겨울철 부족했던 비타민 등 영양도 보충했다.농사철로 보면 본격적인 영농 준비가 시작되는 때다. 농민들은 농기구를 챙기고, 밭갈이와 보리심기 등으로 흙길에도 나선다. 농사의 본을 보여주는 임금의 선농제 행사도 이 때 이뤄진다. 한햇동안 먹고사는 생업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라 하겠다.두 번의 악몽같은 경칩을 보낸 우리는 이번 경칩에 바라는 꿈이 있다. 바이러스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하루속히 일상이 정상화됐으면 하는 것이다. 하루 20만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 발생을 바라보면 까마득한 먼 날의 일 같지만 땅속에서 생물이 깨어나고 꽃들이 피는 자연섭리처럼 우리의 일상도 반드시 회복될 거라 믿는다. 봄은 희망이다. 경칩이 봄의 시작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3-03

세상을 품고 내일을 생각하며 폭넓게 담으라

장규열 한동대 교수 새 대통령을 만나기 일주일 전. 걱정과 긴장, 기대와 흥분이 오가는 마지막 몇 날. 나라와 국민은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습관이 되어버린 코로나와 새롭게 마음을 어지럽히는 우크라이나. 정권교체와 정치교체, 혐오정치와 비전제시 가운데 국민은 하루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지지하는 이들이 몰려다니고 서로 간에 진영을 넘어서는 지지선언들이 들려오면서 선거판은 혼란스럽다. 주권재민이라지만, 표심으로 승부를 결정할 날들이 며칠 남지 않았다. 마지막 날들을 지혜롭게 사용하려면, 유권자는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 구호와 주장이 정치적 관심사라면, 정말로 중요한 것들이 모두 담겼을까. 찬찬히 숨고르며 헤아려보자. 나라의 내일과 모두의 일상에 진정으로 필요한 가닥을 빠뜨리지는 않았을까.글로벌마인드(Global mind). 국제통상과 외교정책은 누가 돌아보는가. 반도국가의 미래운명은 이해당사국 간의 관계조정에 달렸을 터에 특정 국가에만 의존하는 습관을 언제 벗어나려는지. 관계망의 폭도 넓히고 깊이도 다뤄야 하는데, 누구도 소상한 계획을 말하지 않는다. 디지털과 온라인으로 국경의 의미도 흐려지는 세상에 국민도 이제는 더 넓은 세상을 만나야 하는데, 담론과 토론은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고 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은데 좁다란 한반도에 갇힌 정신세계는 어떻게 탈피할 것인가.다음세대(Next generation). 말재주와 사탕발림으로 20·30을 회유하려는 정치는 그 자체가 구태스럽다. 긴 안목으로 백년대계를 꾸려야한다. 다음세대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줄 것인지, 그들과는 무엇을 나누어야 하는지, 어떤 교육으로 가르치고 배울 것인지. 철학과 나침반이 보이지 않는 교육이 진짜 문제가 아닌가. 오늘을 퍼먹이기에 급급한 공부로는 든든한 내일을 준비하지 못한다. 다음세대는 다음시대에 어울릴 공부로 만나야 한다. 학령인구 동태는 심상치 않은데 대책없이 옛 모습을 답습하는 대학과 입시제도는 언제 손볼 것인가. 오늘만 겨우 담는 교육정책으로는 다음세대를 기를 수 없다.다문화(Multiculturalism). 급격하게 바뀌는 우리의 모습 가운데 무시할 수 없는 부분, 다문화인구. 그들에겐 표가 없어 정책적인 영향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우리 전체인구의 2.7%를 차지하며, 전체 출생아수 대비 6.0%, 학교 내 전체 학생대비 3.0%에 이르고 있다. 개념적으로도 인구 5%를 넘으면 ‘다문화사회’라고 부른다는데, 그럴 날도 머지않았다. 사회적, 교육적, 문화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나라의 얼굴과 습관이 새로운 배경과 환경에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풍성하고 다양한 문화를 담고 만들어낼 그릇을 마련해야 한다.디지털과 온라인에 더하여 글로벌, 넥스트와 멀티환경에 너끈하게 어울릴 이 땅이 되어야 한다. 대선이 그만한 역량을 불러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편가르기 표싸움에만 몰두한 정치는 미래를 당당하게 열어야 하는 나라와 국민에게 턱없이 부족하다. 넓게 바라보고 내일을 생각하며 다양하게 품는 리더를 기다린다.

2022-03-02

폴리서치

‘폴리서치(politics+research)’는 여론조사업계에서 쓰이는 말로,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여론조사를 함으로써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경우를 가리킨다. 이같은 신조어는 폴리페서(Polife ssor)가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스(politics)’와 ‘교수’를 뜻하는 ‘프로페서(professor)’의 합성어로 이뤄진 것과 같은 방식으로 구성됐다.폴리페서가 대학 교수직을 발판으로 입신양명을 꿈꾸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것처럼 폴리서치도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폴리서치란 용어가 등장한 것이 바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최근 3·9대선 여론조사에서 조사 방식이 다른 두 개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바람에 빚어진 논란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한국사회여론연구소는 기존 정례 조사를 ARS(자동응답) 100% 조사로 해왔으나 대선 종반전에 접어든 시점에 별개로 전화면접 100% 조사를 진행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ARS 조사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접전을 보였지만,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KSOI 측은 조사 방법에 따라서 결괏값이 다른 점을 있는 그대로 알려 여론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라고 밝혔다.하지만 여론조사에서 중요한 건 추세인데, 기존 조사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 조사를 갑자기 발표하는 건 통상적이지 않다는 비판이다. 때마침 모 여론조사기관 대표는 SNS에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가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쳐 해당 기관의 공정성을 의심케 하는 일도 벌어졌다.공정성이 생명인 여론조사기관의 폴리서치는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결코 용납돼선 안 될 범죄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3-02

주권자의 시간이 돌아온다

조혜신포항시북구선거관리위원회 위원 한동대 법학과 교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한때 광장에서 노래로 불리기도 했던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이다. 대한국민은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근거이자 이유인 것이다. 이제 곧 이 주권자에게 특별한 시간이 다가온다. 바로 선거이다. 주권자가 주권을 행사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대통령 선거는 주권자의 의사가 가장 직접적이고 선명하게 드러나는 방법이다.물론 주권자는 하나의 의사를 갖지 않기 때문에, 다수의 의사를 전체의 의사로 간주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다수의 의사를 끌어모으기 위한 정치세력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게 된다. 이 과정은 때로 주권자의 심기를 어지럽히기도 하고 주권자의 이익과 바람을 소외시키기도 한다. 총성 없는 전쟁을 방불케 하는 이 시간은 그간에 잠복되어 있던 갈등과 대립이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때이다. 이것이 정치에 대한 회의와 무관심이라는 폐단을 낳기도 하지만, 5년에 한 번 돌아오는 가장 특별한 시간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볼 때이다.얼굴 생김새만큼이나 생각도 다르고 이해관계도 다른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공존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민주주의, 특히 대의제 민주주의는 이 어려운 일을 상당히 지혜로운 방법으로 해결한다. 주권자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주권자의 시간이 도래하면 그간에 쌓인 갈등과 대립을 드러내고 새로운 공존의 조건을 합의한다. 바로 그 주권자의 시간이 선거인 것이다. 그 다음 주권자의 시간이 돌아오기까지 우리 공동체가 평화롭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선거를 통한 대타협이 원만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대선이 대통령이라는 한 공직자의 선출 그 이상의 의미로 이해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렇게 보면 선거 과정을 통해 분출되는 다양한 목소리는 타협점을 모색하는 주권자들의 대화이자 토론일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가 지혜로운 주권자를 광장으로 불러내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향연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2022-03-02

시대정신과 예수

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한 시대가 공유하는 정신과 문화양식, 이념과 신앙은 그 시대의 삶의 방식이 되는 보편적 정신으로 이를 시대정신이라 한다. 역사를 평가할 때에 당시 시대적 상황에서 평가하는 내재적 접근방법과 지금의 잣대로 평가하는 외부적 접근방법이 있다. 과거 역사의 인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이 이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그 시대에는 어쩔 수 없었다는 내재적 접근법으로는 높은 점수를 받고 이승만은 외부적 접근법으로는 백 년을 내다봤다는 높은 점수를 받는다. 백 년 앞을 내다보며 산 사람을 내재적 접근법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백 년이 지난 다음 외부적 접근법으로 평가를 해야 한다.역사적 인물 중에 내가 본 최고의 선구자는 예수이다. 성경은 선구자를 선지자로 표현한다. 선지자는 현재의 시대정신으로 산 사람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의 시대정신을 열어가는 자를 의미한다. 예수는 당시 시대정신과는 전혀 다른 앞서가는 정신을 가지고 살았다. 당시의 시대정신은 유대의 전통인 율법주의로 대변된다. 그 당시의 보편적 시대정신은 남자와 여자, 내부인과 외부인, 주인과 종, 성인과 어린이를 차별하였으며 약자에게 불공정한 성전 제사제도와 안식일 법, 부정한 것과 정한 것을 구분하는 정결제도와 음식을 차별하는 음식규정, 죄인, 세리, 이방인, 병자, 장애인 등과 접촉을 금하는 차별적 율법 규정들로 대표된다. 예수는 이런 시대정신을 뛰어넘어 새로운 법을 제시하면서 성전을 허물라 하고 제물을 파는 자들의 상을 엎어 버린다. 안식일에 병자를 고치고 음식을 먹는 것을 허락하여 약한 자들을 억압하는 안식일 법을 깨뜨린다. 부정한 것과 정한 것을 구분하고 차별하는 정결규정도 깨어 버린다. 여성과 어린이, 남자와 여자, 내부인과 이방인, 주인과 종을 차별하는 규정도 깨어 버린다. 접촉이 금지되어 있는 죄인과 세리와 이방인과도 접촉을 하고 교류를 한다.예수는 이런 차별과 불공정으로 사람을 억압하는 것을 사회적 죄로 보고 이 억압구조를 깨뜨려 해방시키고자 했다. 당시의 시대정신으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종교적으로는 이단이요 정치적으로는 지배체제에 대한 반역이다. 그러기에 당시 시대정신은 당연히 예수를 제거하려고 하였다. 그들이 이렇게 한 것은 예수의 비전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예수는 수없이 “내가 가는 길을 너희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아이슬러(Eisler)는 예수가 살던 그 시대에 예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 사람은 소크라테스나 피타고라스 정도라야 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예수는 영원을 관통하는 시대정신의 소유자였고 선지자요 구원자였다. 그 시대에는 예수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예수의 말대로 그는 길과 진리와 생명이 되는 시대정신으로 살았다.

2022-03-02

개화(開花) 즈음

배문경수필가 툭, 겨울을 뚫고 매화가 가지에 꽃잎을 열었다. 제주도부터 꽃소식을 들고 달려오는 봄바람의 발걸음 소리가 분분하다. 꽃소식에 점심시간에 황성공원을 걷다가 칼바람에 겉옷을 목까지 당겨 잰걸음으로 돌아왔다. 겨울 끝이라고 방심한 탓이다. 입춘이라고 봄에 들어서려다 문지방에서 넘어질 뻔했다. 겨울은 조금 더 기다리라고 아직 방을 뺄 생각이 없다.나는 매화를 좋아한다. 유유상종이라고 얼마 전 매화만 그리는 친구의 전시회에 갔었다. 매화 가지가 작은 종지에 꽃물이라도 떨어뜨릴 듯이 어사화처럼 둥글게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바탕색이 파랑일 때와 붉을 때 매화의 느낌이 전혀 달랐다. 그림을 그린 친구도 한복을 곱게 여밀 때와 원피스로 정장을 차려입었을 때의 느낌이 전혀 달라 화들짝 나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파란 바탕의 매화를 보니 고흐의 ‘아몬드 꽃이 피는 나무’가 오버랩 된다. 일본 에도시대 서민층 사이에 유행하던 목판화 우키요에가 도자기를 감싸고 바다를 건너 고흐에게까지 당도했다. 새로운 화풍에 놀란 화가들이 앞 다투어 흉내를 내기 시작했고, 고흐는 자신의 그림 곳곳에 일본을 담았다. 고흐의 ‘꽃피는 매화나무’는 히로시게의 ‘가메이도 매화정원’을 유화로 모사한 작품으로 용이 누워 있는 것과 같은 판화인데 고흐가 유화로 모사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일본 땅에서 피어난 매화가 바다 건너 저 멀리에서 다시 피어난 것 같다.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사람인 김홍도는 매화를 무척 사랑했다. 하루는 매화나무를 팔 사람이 왔지만, 김홍도는 살 형편이 아니었다. 때마침 그림의뢰를 하는 사람이 사례비로 3천냥을 주자, 김홍도는 2천냥으로 매화나무를 사고 800냥으로 술을 사서 친구들을 불러 매화를 감상하며 함께 술을 마셨다. 그 술자리를 ‘매화음(梅花飮)’이라 했다. 남은 200냥으로 겨우 쌀과 나무를 들였다고 하니 단원의 고결한 성품과 의연함을 느낀다.매화만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꽃이 있을까. 매화나무는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일찍 피는 ‘조매(早梅)’, 추운 날씨에 핀다고 ‘동매(冬梅)’, 눈 속에 핀다고 ‘설중매(雪中梅)’라 한다. 중국 양쯔강 이남 지역에서는 매화를 음력 2월에 볼 수 있기에 매화를 볼 수 있는 음력 2월을 ‘매견월(梅見月)’이라 부른다. 가족들과 즐겨 치는 화투의 두 번째가 2월 매화인 것이 우연은 아닌 듯하다.대학 다닐 때 차편이 불편했던 나는 정원에 매화가 구름처럼 피어나던 친구 집에서 얹혀살다시피 했다. 아침이면 한 상 차린 밥상에 허겁지겁 내가 밥숟가락을 옮기면 친구는 늘 서너 숟가락 뜨고는 가자고 재촉했다. 어머니는 늘 좀 더 먹으라며 친구에게 애원하다시피 했지만 깨작거리곤 했다. “야야, 더 먹어라, 이렇게 잘 먹으니 얼마나 좋아”라며 잘 먹는 나의 식성을 칭찬하셨다. 열여덟의 허기지던 나는 어느새 쉰 고개를 넘은 지 오래다. 그 사이 친구 어머니는 치매로 인해 자녀들의 보살핌을 받는 형편이다.어떤 이는 치매의 한자를 어리석다는 뜻의 ‘치매(癡呆)’가 아닌 ‘치매(致梅·매화에 이르는 길)’라고 한다. 치매(致梅)는 무념무상의 세계에 이른다는 뜻으로, 순진무구한 어린아이가 되는 병이라고 낭만적으로 표현한다. “누구세요”라는 어머니의 말이 엄마 손 잡고 놀러 나갔다가 길을 잃은 아이의 떨리는 목소리 같다. 울컥 눈물이 나다가도 자신의 병을 안다면 더 고통스러울 터인데,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나빠지는 결과를 이미 알고 있기에 치매를 감당해야 하는 가족들의 고통이야말로 절망적이다. 다만 치매(癡呆)일지라도 치매(致梅)로 가는 길이라고 서로의 등을 어루만지며 한겨울을 이겨내고 있다. 저 어머니 머리에 환하게 피어나는 매화야말로 자식들의 세상을 밝히고자하는 매화등은 아닐까.봄으로 들어선다는 입춘과 동면 개구리가 놀라서 깬다는 경칩 사이에 있는 우수(雨水)를 지나도 겨울은 물러날 기색도 없이 영하의 날씨를 고집한다. 하지만 제주도를 출발한 꽃소식이 통도사 홍매화를 피워 올렸다. 이제 갓 어린아이 새끼손톱만 한 발긋한 꽃망울이 가지를 뚫고 올라온 것이 보인다. 추위 속에서도 매화가 꽃문을 열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대견하다. 그래도 봄은 곧 올 터이니 나는 매화 향에 그윽이 잠겨 볼 참이다.

2022-03-02

‘피넛’의 미래, 전기추진선박으로 이어지나

EBS 교육방송과 친해진 계기는 육아 때문이었다. 울음을 뚝 그치게 만드는 마법 같은 ‘뽀로로’의 도움으로 매일의 육퇴(육아퇴근)가 가능했다. 온 몸이 젖은 스펀지처럼 무거울 때 아이와 함께하는 애니메이션 휴식도 달콤했다. 이야기와 주제도 다양해 어른들도 쉽게 빠져들었다. 덕분에 갇힌 육아 속에서도 세상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꼬마버스 타요’의 ‘피넛’ 등장이 대표적이다. 유치원에서 막 돌아온 아이의 간식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땅콩버스 ‘피넛’의 에피소드를 듣게 됐다. 참고로 엄마들은 손으로는 간식을 만들며 귀로는 애니메이션을 듣는 멀티플레이어다. 집안일과 함께 끊임없이 이어지는 아이의 질문공세에 시달리다 생긴 기술인 셈이다. ‘꼬마버스 타요’는 새내기 버스인 ‘타요’를 주인공으로, 버스 친구들의 우정을 담은 EBS 장수 애니메이션이다. 이 날은 새로 온 친구인 전기버스, ‘피넛’이 소개됐다. 갑자기 피곤해져 ‘타요’의 도움으로 충전소를 찾았지만 천연가스충전소(CNG)인 바람에 전기충전소로 이동하는 모습이 그려졌다.그 후로 이어진 아이의 질문세례는 상상에 맡긴다. 피넛의 실제 모델인 ‘프리머스(PRIMUS)’가 ‘선두’를 의미한다는 것과 전기를 발명한 에디슨이 버스 회사 이름인 ‘에디슨’과 같다는 이야기, 카본이 말랑말랑해 땅콩처럼 둥근 모양의 차가 됐다는 등 진땀을 흘려가며 설명해 준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덕분에 엄마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각종 기술과 탄소중립에 관한 상식을 얻을 수 있었다.얼마 전에는 선박용 배터리팩을 실은 자동차가 개발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엄밀히 말하면 전기추진선박의 전원공급시스템(배터리팩)이 차량형태로 구현되는 것이다. 항만과 터미널에 충전소를 갖추는 데 드는 비용과 기술문제로, 이동·교체가 가능한 배터리팩을 차량에 싣고 다닐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순수 전기추진 선박의 배터리가 탈부착 가능하며, 세계 최초라고 한다.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전기추진선박도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2010년 이후로 선박과 항만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국가별, 국제기구별 각종 대책이 쏟아졌다. 대형 컨테이너선 1척에서 배출하는 초미세먼지가 화물트럭 50만대와 맞먹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우리 정부도 ‘2050 탄소중립추진 전략’을 발표하고, 후속계획에 착수했다. 해운·항만·수산분야는 ‘환경친화적 선박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친환경선박법)을 필두로 정책적 지원을 받고 있다. 배터리팩을 차량 형태로 구현한 전기추진선박(전기추진차도선-K1)도 해양수산부의 지원 덕분에 세계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내년 시운전에 나선다.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저감 외에도 친환경선박법이 갖는 의의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시장 선점 효과다.탄소배출을 줄여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자는 데에는 모든 이들이 동의한다. 다만 그 성장이 특정 산업을 선점하는데 유리하다는 사실에는 침묵한다. 영국 캠브리지대학 경제학부 장하준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책 출간으로 이 문제를 짚었다. 경제대국들이 어떻게 시장을 선점하며 산업을 주도해왔는지,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들에게는 어떤 패널티가 주어졌는지 역사적인 사실을 나열하며 선진국의 위선을 알렸다. 후발주자로 힘겨운 압축 성장을 이뤄낸 우리에게 이번 기회가 허투루 보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미세먼지로 악명 높았던 LA항이 최근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80%가량 줄였다고 한다. 이해관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파트너십이 유효했다고 하지만 정작 들여다보아야 할 점은 육상전원공급장치(AMP) 설치 비용이다. 부두에 정박한 선박은 냉동고 등 자체 설비를 사용하기 위해 유류발전기를 가동한다. 정현미작가 차량 공회전과 마찬가지로 이 때 내뿜는 초미세먼지가 대기오염의 주범이다. LA항은 이를 줄이기 위해 7개 터미널에 2억 달러(한화 2천400억)를 들여 AMP를 설치했다고 한다. 물론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펀딩을 통해서다. 정부의 특정 산업 지원이 어떤 효과를 노리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참고로 전기추진선박 시장규모는 2018년 8억 달러에서 10년 후 124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2022-03-02

네? 그건 상식이라구요?

인터넷 커뮤니티의 게시판들을 돌아다니다보면 종종 그런 글들을 마주치게 된다. “영국이 섬이라는 게 상식이야?”, “시계 읽을 줄 모르면 멍청한 거야?”, “꼭 자기 이름 한자로 쓸 줄 알아야 해?” 등등, 타박을 듣거나 혹은 창피함을 느꼈던 경험을 토로하며 정말 상식이 맞는 것인지 되묻곤 한다. 물론 여기에 달린 댓글은 대개 “응, 상식이야. 그 정도는 제발 좀 알아둬”와 같은 상식(?)적인 댓글이 달리기는 하지만, 간혹 그러한 글들을 읽다 보면 나 또한 의문이 들곤 한다. 대체 상식이라는 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건가 하는 의문.초등학교 1학년 때 한자 시간에, 담임 선생님에게 그런 타박을 들은 적이 있다. 숫자를 10까지 한자로 쓸 줄 모른다는 이유로 상식이 없다는 둥 가정교육을 못 받았다는 둥, 온갖 모멸적인 말이 8살 아이에게 쏟아졌다. 그땐 그게 어마어마하게 큰 죄인 것처럼 느꼈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8살짜리 애가 모를 수도 있지. 왜 남의 집안을 들먹거린담? 자기는 8살 때 그렇게 잘 알았나? 아니 그리고, 애가 모르면 가르쳐야지. 참고로 그날 울먹이며 집에 돌아온 나를 본 할머니께서는 이야기를 듣곤 화가 머리끝까지 나셔서 교무실을 아주 뒤집어 버리셨다. 애가 모르면 가르쳐야지, 선생이 애한테 못된 소리나 하고 있다며.조금 상관없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모르는 건 죄가 아니다. 누구든, 무엇이든, 모르는 건 언제나 존재한다. 박사에 평론가에 이런저런 타이틀을 달고 있는, 밖에서 보면 어쩌면 꽤나 수재(?)같아 보일 나는, 사실 상식이 없다. 아닌 게 아니라 고등학교에서 당연히 배우는 내용은 잘 모른다. 열일곱 살 때 고등학교를 자퇴했었고, 복학해서도 3학년 때까지 수업시간에 제대로 집중해본 일이 없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들께 참 죄송하긴 한데… 뭐, 그럴 수도 있지. 어떻게 모두가 똑같이 모범적이고 평범하게 살겠어요.지금도 학교에서, 문단에서, 출판사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내가 모르는 게 참 많다는 걸 느낀다. 매번 대화를 끊고 모르는 걸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보니, 요즘엔 모르는 게 나오면 조용히 기억해놨다가 대화가 다 끝나면 옆 사람에게 몰래 묻거나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보곤 한다(심지어 웃긴 얘기조차 뒤늦게 이해하곤 혼자 낄낄거리기도 한다). 이런 경험들 속에서 나름 체득한 게 있다면, 모르는 게 죄는 아니지만 다만 어떤 순간에는 실례일 수도 있다는 것. 나로 인해 회의가 중간에 끊어지거나, 혹은 대화의 맥이 끊기는 경우들 말이다.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턴가 모르는 이야기가 나올 때면 나도 모르게 정중함을 장착하곤, 물어볼 타이밍을 조심스럽게 재곤 한다. “저, 사실, 제가 그런 쪽은 잘 모르는데, 그게 어떤 거죠?” 그렇다보니 누군가 내 이야기에서 모르는 부분에 대해 물을 때면 역시나 정중해지게 된다. “어, 음, 그게 말이죠. 사실 저도 잘은 모르는데 이런저런 이야기예요.” 중요한 건, 그 사람에게 부끄러움을 안기지 않는 것. 묻는 일에서도 대답하는 일에서도 중요한 건 ‘나’의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누군가의 눈에는 지금이 무척이나 자유롭고 평화로운 시대로 생각되겠지만, 나에게 체감되는 ‘현재’는 좀 과하게 엄하고 과도하게 엄밀한 시간 같기도 하다. 글에서 혹시라도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틀릴 때면 곧장 자격논쟁이 벌어지기도 하거니와 방송에서 조금이라도 꼬투리 잡힐 이야기를 하면 하차하라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비판과 비난의 경계쯤에 놓인 그 엄정한 말들에서, 모르는 것은 ‘죄’로 취급받으며 그에 대해 사죄하라는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진다(마냥 모르는 것도 마냥 틀린 것도 아닌데도). 나도 모르는 새에 우리나라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가 아주 상식적인 것으로 굳혀진 것 같다. 정작 그래야 할 부분에선 안 그러면서.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긴 했지만, 이 이야기의 논점은 모르는 게 죄는 아니라는 것이다. 무지를 죄로 취급할수록 무지한 자들은 자신의 무지를 숨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타인의 무지를 물어뜯는 것에만 더욱 집중하게 된다. 반대로, 모르는 게 자랑은 아니다. 알려는 노력이나 자신의 무지에 대한 인정 없이, 사람은 나아질 수 없다. 모르는 게 죄냐며 발끈하는 사람과, 모르는 건 죄라고 발끈하는 사람 사이에서 어떻게 말해보는 게 좋을지 고민이 많다.

2022-03-01

패배한 조연이 향하는 곳은

추억의 만화영화를 찾아보는 재미에 빠져 있다. 매주 같은 시간에 방영되던 만화영화를 보기 위해서 놀이터의 미끄럼틀까지 포기하고 텔레비전 앞을 향해 달려갔던 어린 시절을 지나왔더랬다.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오프닝 음악을 따라 부르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었다. 만화 속의 세계는 얼마나 매력적인지. 상영 시간은 어찌나 짧게 느껴지던지. 그렇게 한 화가 끝나고 나면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누가 이겼는데? 주인공은 어떻게 되었는데? 내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르는 것만이 어린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OTT 서비스의 시대가 왔으며 좋아하는 만화의 시작부터 완결까지 한 번에 볼 수 있는 재력을 갖추게 되었으니. 원하는 시간에 보고 싶은 만큼 만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달콤한 과자를 곁들이며 편안한 자세로 누워 만화를 보고 있노라면 성공이라는 개념에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최근 내가 보고 있는 애니메이션은 ‘요리왕 비룡’이다. 주인공인 비룡은 열세 살로 사천 출신의 천재 요리사다. 사천요리의 대가였던 어머니의 비기(秘技)를 물려받아 특급 요리사 시험에 응시하게 되고 최연소로 합격하는 영광을 누린다. 비룡의 신념은 명료하다. 요리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선사하는 것이라는 것. 그는 사명을 가지고 불우한 이들에게 최상의 요리를 선물하는 역할을 자처한다.비룡과 요리 대결을 펼치는 대부분의 조연은 그러한 신념과는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다. 명예나 돈, 이기심을 앞세워서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한다. 요리를 순수하게 즐기지 못하고 현실과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일까. 비룡은 그들과의 대결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비룡을 응원하고 그의 승리를 바랐던 어린 날과 달리 지금은 조연들에게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일생일대의 승부에서 무참하게 패배한 그들의 얼굴이 자꾸만 어른거렸다. 아무리 노력해도 뛰어넘지 못하는 벽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세상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모습과 나 자신이 서서히 겹쳐 보이는 것이었다. 불현듯 깨달았다. 나는 지금 패배한 조연에 공감하고 있구나. 그때 비로소 나는 내가 정말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매번 승리하는 주인공은 비룡뿐만이 아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거나 어떤 어려운 상황이 찾아와도 씩씩하게 헤쳐나가는 인물은 주인공이라는 이름으로 주인공의 자리에서 원하는 바를 이뤄낸다. 그들은 어떤 형태로든 승리를 쟁취하며 겸손이란 미덕까지 겸비하고 있다. 그건 패배자를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패배자의 절규로 인해 주인공은 진정한 승리자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그건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젊은 나이에 놀라운 결과를 이뤄낸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현대 사회에서 원하는 인재이자 세상을 바꿀 힘을 가진 이들이 아닌가. 그러니까 주인공이라는 칭호는 이런 사람들에게 적합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면 나 자신이 보잘것없게 느껴진다.이따금 우리는 자기 자신이 세상의 변두리에서 헤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들은 정해져 있으며 우리가 흘려보내는 일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만 같다. 나라는 사람의 존재 이유는 주인공을 빛내주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불안이 신발에 들어 있는 모래 알갱이처럼 거슬린다. 툭툭 털어내도 떨어지지 않는 우울감이 덮쳐오면 이 지난한 시간이 별 볼 일 없는 삶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누가 그랬던가. 승리하면 배울 수 있는 것이 적지만 패배하면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고. 그러나 연이은 패배만큼이나 인간을 무력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끊임없이 승리한다는 것은 비현실의 영역이며 그것이야말로 만화적 상상력이라는 걸 안다. 그렇기에 승리로 점철된 주인공의 인생을 관조하고 일종의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낙관이 가득한 세계와 만나는 일. 그것은 지금까지도 만화영화를 시청하는 까닭이자 동시에 거기에서 보여주는 이야기가 어렸을 때만큼 마냥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주인공에게 패배한 채로 떠나는 조연의 등을 본다. 그들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거기에서는 과연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까. 또 다른 승부에서 비참하게 패배할 수도 있고 어딘가에서 전설의 요리를 만들어낼지도 모를 일이다. 이깟 요리, 더 이상 안 하겠다고 포기할 수도 있다. 어쨌든 패배한 조연은 자신만의 길을 떠났다. 비록 ‘요리왕’이라는 칭호는 얻지 못했지만 나는 그들의 서사가 애틋하고 그들이 그려낼 내일이 궁금하다.

2022-03-01

캥거루 케어(Kangaroo Mother Care)

조현태수필가 의학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을 인용해 본다.2010년 8월 26일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매우 흥미로운 기사를 냈다. 죽었다고 판단한 미숙아가 엄마 품에서 2시간 만에 회생했다는 보도였다. 그 대충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호주 퀸즐랜드에 사는 오그 부부는 수년 동안의 노력 끝에 임신에 성공했다. 그러나 예정보다 14주나 일찍 태어나 체중 1kg도 못 미치는 미숙아는 숨이 멎었다. 의료진은 20분 동안이나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어 사망으로 결정하고 시신을 산모에게 건넸다. 아기와 이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산모는 축 처진 아기를 받아 안고 모두 병실에서 나가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산모와 남편이 상의를 모두 벗고 두 사람의 품 안에 아기를 함께 안아 따뜻한 체온을 나눴다. 아기를 안고 ‘아가야 사랑한다’ 말하며 쓰다듬고 키스하고 입을 열어 젖을 물렸다. 그렇게 2시간이 지나자 아기의 몸에서 미세한 움직임을 느끼고 의사에게 알렸다. 의사는 숨진 아기의 반사행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산모는 손가락에 모유를 찍어 아기의 입술에 발랐다. 잠시 후 아기가 헐떡거리는 숨을 쉬기 시작했다.신문은 이러한 방법을 ‘캥거루 케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방법은 1983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처음 시행됐다. 미숙아를 위한 인큐베이터가 부족해 고육지책으로 시작했으나 현재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이처럼 미숙아에게 어머니가 피부를 맞대는 스킨 투 스킨(skin to skin)은 아기의 저체온 위험과 심각한 질병의 발병률을 낮춰준다고 한다. 엄마의 심장소리를 들으면 아기의 호흡, 심장 박동수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체온 손실을 막아주며 잠도 잘 자게 해 준다고 한다. 또 신생아 때 부모와 접촉을 많이 한 아이는 뇌신경도 잘 발달하며 캥거루 케어를 하는 엄마는 모유수유를 더 오래 하는 경향이 있고 아기를 돌보는 데 자신감을 갖게 한다.제일병원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는 “미숙아들은 어머니 젖을 직접 못 빠는 경우가 많은데 캥거루 케어를 통해 개선할 수 있으며 어머니도 모유의 양을 늘일 수 있다”고 했다. 더 나아가 일산 허유재병원 산부인과 홍승옥 원장은 “캥거루 케어는 보통 미숙아에게 활동된다고 생각하지만 만삭아에게도 놀라운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애착관계 증진, 면역력 상승 및 두뇌발달 측면에서 권장되고 있다”고 말했다.신생아에게는 부모가 곧 토대요 바탕이며 환경이라 하겠다. 그래서 부모가 건강해야 하고 슬기로워야 하고 용감해야 한다.아직 당선되지 아니한 후보를 미숙아에 비긴다면 신생아는 당선자라 해도 될 터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모든 배경(국민)은 부모에 견주어진다. 최고 통치 자리를 차지하게 허락한 주체는 국민이 아닌가. 당연히 건강하고 지혜롭고 용감한 국민이 애착과 긴밀한 소통으로 훌륭한 통치를 이끌어 낼 것이다. 그럼에도 훌륭한 통치는 마치 저 혼자서 터득한 걸로 알면 또 실패자다. ‘아가야 사랑한다’에 포함된 체온과 모유는 은근 슬쩍 던져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2022-03-01

없는 죄 감옥?… 과오 있어도 예우를

이명균창원대 명예교수 어느 대선 후보께서 유세 중 “…. 제가 지면 없는 죄를 만들어서 감옥에 갈 것 같다…. 검찰은 있는 죄도 덮어버리고 없는 죄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조직”이라 하였다고 한다. 이 말은 아마 진심에서가 아닌 유세장 분위기에 휩싸여 엉겁결에 나온 말일 것이다. 그게 아니면 이 표현은 단적으로 말해서 민주국가이고 법치국가인 우리나라 법질서를 전면 무시하는 발언이며, 나아가선 우리 헌법 제1조 1항(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을 부정하는 것이 된다. 어떤 사건에 대해 검찰의 기소에 다소 무리가 있다하더라도 그 행위자가 수감되려면 최종적으로 법원판결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죄 없음에도 감옥 간다는 말은 검찰과 법원을 모두 불신한다는 뜻인데 결코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누가 뭐래도 법질서와 민주적 절차들이 잘 지켜지고 있는 우리나라이기에 설령 감옥에 가고 싶다고 해도 없는 죄를 만들어서 갈 수는 없다.얘기가 나온 김에 독자들의 양해를 구하며, 황당하다고 여길지 모를 인문 논리적 담론을 한마디 하려한다. 즉 전직 대통령에 대해선 헌법 제84조에 해당하는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가 아니면 재임 중 중대 과실이 있었다 하더라도 퇴임 후 형벌을 받는 일은 없도록 하는 예우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만약 대통령 퇴임 후 형벌에 해당하는 과오를 범했던 사실이 발견된다면 그 사안의 진행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대통령을 보좌한 참모나 장관은 반드시 엄한 처벌을 받게 되는 장치는 있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대통령에게 보고할 사항에 대해 실무 담당자나 중간 보고자가 합리적 타당성을 근거로 윗사람의 뜻과 다른 의견을 제시했을 때 “너 죽을래?”라는 식으로 말하는 부류의 사람을 엄히 처벌하자는 것이다. 대통령을 그런 형태로 보필하는 사람은 업무적 판단뿐만 아니라 대통령을 모시는 자세마저 잘못됐기에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대통령으로부터 높은 자리에 앉는 하늘같은 은총을 받은 사람은 대통령과 국가를 위해 신명을 바쳐 올바르게 잘 보좌할 각오를 해야 하며 그것이 의무이고 도리이다. 대통령도 인간이니 오판이나 착각이 있을 경우 힘들거나 마음이 아파도, 올바른 조언과 충언을 전하여 바로 잡아야한다. 응당 해야 할 일을 성가시다고 피하기만 하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대통령에게만 미루고 떠맡긴다면 이는 임명권자에 대한 불충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의 오판이나 잘못된 업무수행을 바로잡거나 말리는 일을 못하겠다면 그 대신 벌 받을 각오를 하든지 아니면 자리에서 즉시 물러나는 것이 옳은 자세다. 다만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해선 관련내용과 그 진행의 전후관계를 자세히 공개해 국민들과 후세 사람들이 알 수 있게 하는 절차나 제도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 광복 후 우리 손으로 뽑은 아홉 분 대통령 중에 퇴임 후 무사히 생을 마치신 분은 단 두 분뿐이다. 이는 매우 슬픈 일이면서도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나 국가품격에 비추어 봐도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22-03-01

촌철살인의 선거

선거전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대선후보 진영의 입도 거칠어지고 있다. 말 한마디로 상대 후보를 제압하기 위한 용어 구사가 불꽃을 튀긴다. 이럴 때 선거용 입은 촌철살인(寸鐵殺人)이어야 제구실을 한다. 짧은 말 한마디로 상대의 급소를 찔러 유권자의 마음을 뺏어야 하기 때문이다.문 정권을 빗대는 대표적 용어 중 하나가 내로남불이다. 한자말은 아니지만 사자성어 형식을 통해 국민에게 그 뜻이 잘 인식된 용어다. “내가 하면 괜찮고 남이 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이 말은 이젠 이중적 모순된 행동을 꼬집을 때 쓰는 대중 용어가 됐다.대선 후보 간 경쟁에서 진 사람이 잘 쓰는 말 하나 있다. 백의종군(白衣從軍)이다. “스스로 계급장을 떼고 뛰겠다”는 뜻이다. 경쟁에 져 승복은 했지만 마음의 불편함도 함축한 말이다. 민주당 이낙연과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가 이 말을 사용했다.중국 전국시대 최강국인 진나라에 대항하기 위해 초나라 등 6개국이 동맹을 맺은데서 나온 합종연횡(合從連橫)도 선거철에 자주 등장한다. 선거에 불리한 당이 소수당과 힘을 합치자는 것으로 과거에도 있었고 20대 대선서도 시도되고 있다.속담 중 “오얏나무 밑에서 신발끈을 고쳐 매지 마라”는 말도 선거에 잘 등장하는 것 중 하나다. 특히 여당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행사에 참석할 때 야당에서 이를 인용한다.최근 이재명 후보가 “정치 보복은 나중에 몰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가 야당으로부터 구밀복검(口蜜腹劍)이란 비난을 받았다. “겉으로는 친한척하면서 뒤에서 뒤통수 친다”는 뜻이다. 선거에서 촌철살인은 가늠키 어려울 만큼 위력적이다. 하지만 그 말에는 팩트와 진실이 담겨야 힘이 살아나는 법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