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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능력 없는 사회

등록일 2022-11-10 18:00 게재일 2022-11-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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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봉정치에디터
홍석봉 정치에디터

나라 안팎의 중첩된 위기 속에 ‘개 소동’이 일었다. 이태원 참사의 애도기간이 끝나자마자 벌어진 일이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청와대에서 키우던 풍산개 3마리를 양산 사저로 데려갔다. 김정은에게 선물 받은 개다. 그런데 6개월 만에 더 못 키우겠다며 정부에 반납하겠다고 했다. 개 사료 값과 관리비 월 250만원을 정부가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야 공방이 벌어졌다. 단초를 제공한 문 전 대통령은 의식수준을 의심 받았다. 개는 장난감이나 사진배경용 소품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유야 어떠하든 국민과의 공감이 부족했다.

대통령실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웃기고 있네’ 메모 파문은 더욱 가관이다. 이태원 참사의 진실규명 자리가 돼야 할 국감장이 희화의 장이 됐다. 당사자들의 변명과 사과가 이어졌지만 대통령 참모의 저급한 표현에 아연실색할 뿐이다. 대통령실의 현주소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의 부실대처가 드러났다. ‘선 수사, 후 책임’만 앵무새처럼 되뇌었다. 책임자 문책 등 선제조치를 않았다. 국민의 슬픔과 분노에 공감하는 모습은 없었다. 뒤늦게 사과했지만 국민들의 상처를 보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재난 관리 주무부처 수장은 책임회피 발언으로 질타 받았다. 국무총리의 농담은 아예 상식밖이다.

정부 대응도 수준 이하다. ‘이태원 참사’ 대신 ‘이태원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라고 했다가 야당의 호된 질책을 받았다. ‘근조(謹弔) 글자 없는 검은 리본’ 패용 지시는 어안이 벙벙케 했다. 애도의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경찰은 민간단체 반응 조사라는 케케묵은 수법을 꺼내들었다가 힐난 받았다. 상부 눈치보기 행정이다. 민심을 읽지 못했다.

민주당의 행태도 오십보백보다. 민주당은 기회는 이때라는 듯이 정부를 물고 늘어졌다. 장외 촛불투쟁을 부추기며 윤석열 정부의 목을 죄고 있다. 전형적인 국면전환 수법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판을 뒤집어 보려는 것이다.

정치권의 혐오와 증오는 자신의 정치 집단만을 추종하고 민심을 읽지 못한 탓이 크다. 국민들의 공감 범위에서 벗어났다. 민심을 우선하고 상식이 지배하는 정당의 지향하는 바와도 거리가 멀다.

파업과 투쟁을 일삼는 민주노총과 참교육을 앞세운 전교조 등 진보 단체의 정치화도 국민들의 기대와는 어긋났다. 이들 단체의 종북 바라기는 북한 김정은의 핵위협에 치를 떠는 국민 정서는 안중에도 없다. 보수단체의 극단적인 주장과 행동도 국민의 관심 밖이다. 공감능력 부재가 우리 사회의 현상이 됐다.

국민들은 코로나19 속에 경제난과 북핵 위기로 몸과 마음이 지쳐 번아웃 상태다. ‘이태원 참사’는 국민들을 집단 트라우마에 빠뜨렸다. 국민들은 지도층이 생각 없이 불쑥불쑥 던지는 실언에 상처받고 있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와 위안이다. 그런데 껴안아 주지는 못할망정 국민 가슴을 헤집어 놓고 있다. 타인의 슬픔을 공유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없어서다. 우리 사회에 공감 능력 교육이 절실하다. 괴물이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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