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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장마가 아닌 ‘한국형 우기’가 온다

홍덕구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정말 지루한 장마였다.”1973년에 발표된 윤흥길의 소설 ‘장마’의 마지막 문장이다. 작중에서 한 달 가까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장마는 이야기에 음울한 분위기를 더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이념대립과 전쟁이라는 민족의 비극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런 장마를 경험하기 어렵게 될지도 모른다.장마철이라고 하면 6월 말에서 7월 말까지의 기간을 가리킨다. 이 시기 한반도에는 남쪽에서 올라온 고온다습한 고기압과 북쪽의 차가운 고기압이 만나 기압골이 형성되어 많은 비가 오게 된다. 이를 장마 전선이라 부르며, 7월 말 장마 전선이 한반도를 지나 북상하면 비로소 장마가 끝나고 8월 무더위가 찾아오는 것이 상식이었다.장마철에는 우중충한 날씨가 길게 이어지고, 그동안 비가 약해졌다 강해졌다를 반복하게 된다. 하지만 요 몇 년 동안의 장마철 날씨는 그렇지 않았다. 뙤약볕이 내리쬐다가 갑작스럽게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비가 그치면 다시 하늘이 개어 폭염이 이어지곤 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쏟아지는 폭우는 동남아시아 같은 아열대성 기후의 특징인 ‘스콜’, 즉 열대성 소나기를 연상하게 한다. 아열대 지역에만 서식하던 새, 곤충, 물고기, 식물 등이 최근 들어 한반도 남부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차가운 물에 서식하는 냉수성 어류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한반도의 기후 자체가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그러다 보니 몇몇 기상학자들은 ‘장마’가 아니라 ‘한국형 우기’라는 용어를 사용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장마’라는 단어로는 지금의 기상현상을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7월 9일부터 전국을 강타한 집중호우는 50명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졌고, 그에 대한 대비 또한 충분하지 못했다. 14명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간 충북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건은 시간당 30.5㎜라는 집중호우로 인해 인근의 하천(미호천)이 넘치며 일어났다. 미호천에 설치된 임시 제방이 집중호우로 인해 불어난 수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붕괴한 탓이다.기존의 장맛비가 아니라, 아열대성 집중호우 상황을 가정해 하천을 정비하고 제방 또한 그 기준에 맞춰 설치했다면 이와 같은 불의의 사고를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유행했던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개념을 기상이변 상황에도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작년 9월, 8명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지역사회에 큰 슬픔을 가져왔던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를 기억한다. 당시에도 냉천이 그토록 급격하게 범람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피해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안전불감증의 문제인 동시에, 수십 년간 쌓아온 기상상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기후위기 시대로 돌입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기후위기를 ‘뉴 노멀’로 상정하고 ‘한국형 우기’에 대비해 기상정책과 인프라를 정비하자. 탄소 배출량을 줄여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 상황 자체를 해결하려는 근본적 노력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2023-07-24

해외직구 트렌드

강길수 수필가 세 번째 해외직구다. 국내 한 오픈마켓 사이트를 통해 필요한 생활용품을 해외에서 직접 샀다. 그 첫 품목은 자동차용 점프스타터였고, 두 번째는 배터리형 물 분사기였으며, 세 번째가 배터리형 예초기다. 셋 다 중국제품이다.지난겨울, 일주일 정도 세워두었던 자동차 시동이 안 걸렸었다. 개선책을 알아보다가 새 배터리 마련보다 점프스타터를 사는 게 더 경제적이란 판단을 했다. 오픈마켓 사이트를 돌아보다가 ‘해외직구 상품’을 알게 되었다. 젊은이들이 많이 하는 해외직구를 한번 해보자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보다는 상품가격이 국내 구매보다 훨씬 쌌다.더욱이 국내 생산 동종상품과의 가격 차이는 생각보다 너무 컸다. 직장에서 품질관리 업무를 해 왔던 나도 ‘고장 나면 두어 번 새로 사도 더 싸겠다’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여, 비슷한 성능에 싼 상품을 고르게 되었다. 하긴 우리나라도 산업화 초기에 품질보다는 저가에 승부를 걸었지 않은가. 아무튼 품질을 중시하던 나도 너무 싼 가격 앞에서 생각을 바꾸고 말았다.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 때 따져 보는 요인은 다양하겠지만 마케팅이나 품질관리, 생산관리 등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세 요소는 가격, 품질, 납기라 본다. 해외직구 세 상품이 다 ‘마무리 품질’은 아무래도 모자라 보였다. 우리나라 상품에 비하면 겉모양 세련미가 덜 했다. 하지만, 걱정했던 성능은 일단 셋 다 제대로 나왔다. 수명이 문제겠지만, 가성비(價性比)를 고려하면 쓸만하다는 잠정 결론을 얻었다.웹사이트의 나무위키 사전에서 우리나라 해외직구 통계를 찾아보았다. 2022년 전체 온라인 해외직구 구매액은 5조3천억원이다. 나라별로는 미국 2조, 중국 1조4천800억, 유럽 1조1천300억, 일본 4천200억이다. 상품군별로는 의류, 패션 2조1천500억, 음·식료품 1조4천200억, 가전·전자·통신기기 2천964억, 컴퓨터 주변기기 885억, 생활용품, 자동차용품 3천85억, 화장품 2천507억, 스포츠·레저용품 1천558억이다. 이 통계에 ‘우리는 해외직구 트렌드 시대에 살고 있구나!’하고 놀랐다.1990년대 중후반, 나는 작은 공장의 책임자로 일했다. 그때 처음 중국에서 클로르칼크를 사서 소분, 포장하여 판매하기로 했다. 국내는 생산 중단, 일본제품은 고가에 구하기도 어려웠다. 품질 의심이 들지만, 할 수 없이 중국제품을 처음 샀다. 제품 도착 날, 상태 확인과 소분 포장 교육을 위해 직원들이 모였다. 포장 용기부터 엉성하고, 녹슬어 찌그러지기도 했다. 황당한 일은 뚜껑을 여는 순간 벌어졌다. 내용물의 거친 정제(錠劑) 상태에다 담배꽁초 네댓 개가 함께 들어있는 게 아닌가! 이 일은 중국상품에 대한 품질 불만과 의구심을 갖게 했다.그 후 4반세기가 흐르는 동안 중국상품도 품질이 많이 좋아진 모양이다. 올 해외직구 상품 셋이 과거 클로르칼크의 품질 불만과 의구심을 조금은 엷어지게 한 기분이다. 우리 집에도 주문자 위탁생산 해외제품이 여럿이다. 다른 나라 제품은 아직 직구는 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해외직구 트렌드’에도 잘 대처해 나가면 좋겠다.

2023-07-24

지도층은 국민과 공감해야 한다

김진국 고문 중국의 역사는 치수(治水)로 시작한다. 하(夏)나라를 세운 우(禹)왕은 치수에 성공해 선양(禪讓) 받았다. 나라를 경영하는 근본이 치수였다. 4천 년 전에 세워진 지도자의 역할이니, 지금은 당연히 많이 바뀌었다. 그렇지만 4천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치수에 실패하는 건 아이러니다.조선시대에는 가뭄·홍수·지진 같은 재해를 임금에 대한 하늘의 경고라고 생각했다. 세종도 즉위하고 몇 년간 가뭄에 시달렸다. 고기를 좋아하던 세종도 수라상을 줄이며(減膳) 근신했다. 임금이 소박하게 먹는다고 비가 내리지는 않지만 굶주리는 백성들과 고통을 나누는 것이 군주의 덕목이다.경주 최부자댁의 가훈은 이런 군자의 도덕을 담고 있다. 재산이 불어나면 소작료를 줄여서라도 만석 이상은 하지 않고, 흉년기에는 땅을 사지 않고,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했다. 며느리가 시집오면 3년 동안은 무명옷을 입혔다. 높은 벼슬을 마다한 최 부자댁이 그러한데, 지도자를 자처하면서도 이런 공감(共感) 능력이 결핍된 사람들이 있다. 사방이 물난리고,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고개를 치켜들고, 그게 왜 내 책임이냐고 소리친다. 농민이 죽건 말건, 산사태가 나고, 집이 부서지건 말건, 남의 일이다. 가뭄이 들어 논밭을 헐값에 내놓을 때 곳간을 열어 사들이면 땅은 계속 불어난다. 그러나 어려운 이들 형편을 헤아리지 않고, 그들의 약점을 이용해 불린 부(富)는 하늘이 용서하지 않는다고 선현들은 생각했다. 공감이 없는 사람은 지도자가 될 수 없고, 그런 사회 체제는 오래가지도 못한다.그래도 이번 물난리 중에 집을 잃은 이웃을 재워주고, 밥을 먹이고, 위험을 무릅쓰고 인명을 구하고, 내 일처럼 팔을 걷어붙이고 복구를 도운 사람이 많다. 그런 따뜻한 이웃들이 살아갈 희망을 준다. 국회 윤리특위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지난주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에 대해 제명을 권고했다. 김 의원은 상임위 중에만 200번이 넘게 코인 거래를 했다고 한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절, 민생을 논의하는 상임위에서 청년들의 눈물이 묻은 ‘흉년 땅’을 사고도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김 의원과 생각이 비슷한 의원들이 많아 제명안이 본회의를 통과할지 의문이다.홍준표 대구시장은 물난리 중에 골프 친 일로 사과했다. 처음에는 “주말에 테니스를 치면 되고 골프를 치면 안 되느냐”, “공직자들의 주말은 비상근무 외에는 자유”라며 트집 잡지 말라고 반발했다. 더구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라고 사과한 뒤에도 이를 ‘과하지욕’(跨下之辱)이라고 표현했다. 한신이 큰 뜻을 위해 불량배의 사타구니 사이를 긴 것을 말한다. 국민이 불량배인가. 국민에게 사과한 것이 그렇게 치욕스러웠나.21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가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수백억 원의 잔고증명서를 여러 차례 위조한 혐의다. 최씨는 공범에게 속았다며 울부짖었다. 그러나 사회 지도층이라면 아무리 큰 이익이 돌아온다고 해도 그런 불법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속았다 하더라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최 씨가 그 일을 저지른 건 사위가 대통령이 되기 전이다. 그렇지만 그때도 사위가 검찰의 고위층이었지 않나.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12일 리투아니아에서 명품 가게 5곳을 들어가 논란이 됐다. 명품을 샀다, 아니다. 매장 직원의 호객 행위에 끌려 잠시 들렀다, 아니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문화·예술계에 전문성이 있는 대통령 부인이 부가가치가 높은 명품 시장을 둘러볼 수도 있다. 그러면 떳떳하게 공식 일정에 넣을 일이다.때를 가리고, 장소를 가려야 한다. 물난리가 나기 직전이지만 큰비가 예보된 때다. 더구나 김 여사는 국민의 주목을 받고, 민심에 큰 영향을 주는 대통령의 부인이다. 일거수일투족이 메시지다. 서민의 삶은 고달프기 짝이 없다. 나라 살림이 위태위태하다. 환난이 닥친 유대 왕처럼 자루 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 쓰지는 않더라도, 최 부자 댁 며느리처럼 무명옷을 입지는 않더라도 근신할 때다. 명품매장은 임기 뒤에 얼마든지 갈 수 있지 않은가.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3-07-23

허리 통증에 대한 오해와 진실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최근에 약 800억 건의 의료이용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이 흔히 걸리는 질병 1위는 요통이 차지했다. 선진국에서도 허리 통증은 흔한 질병이다. 독일의 경우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2가 1년 동안 적어도 한 번 이상 허리 문제를 겪는다. 요통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수진자수는 연간 4천만 명이 넘는다.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면서 한 번은 요통으로 고통을 겪는다. 허리 통증은 다른 어떤 질병보다 일상생활에서 받는 불편함이 크다. 그런데 허리 통증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그리고 허리 통증의 예방 및 개선에 무엇이 좋은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허리 통증에 대한 속설이 많다. 구부정한 자세나 가부좌 자세 또는 추간판 탈출증이 허리 통증의 원인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마사지는 항상 허리 통증에 도움이 된다는 사람도 있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명확히 알 필요가 있다.자세가 구부정하면 허리 통증이 생긴다는 것은 오해에 가깝다. 나쁜 자세는 일반적으로 허리 통증의 원인이 아니다. 구부정한 자세, 앉은 자세, 서 있는 자세는 허리 통증의 원인과 무관하다. 문제는 한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다. 장시간을 책상에 앉아 있거나 작업대 뒤에 서 있기 때문이다. 운동 부족은 척추 관절에 많은 부담을 준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통증은 보호 반응으로 발생한다. 그러므로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자세를 가능한 자주 바꾸는 것이 허리 통증에 도움이 된다.가부좌 자세나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이 허리에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체중이 75kg인 남성의 경우 척추의 천골 부위에 있는 추간판은 약 100kg의 무게를 지탱한다. 등을 곧게 펴고 앉으면 130kg, 등을 굽고 앉으면 180kg까지 하중이 걸린다. 따라서 앉아 있을 때 수시로 일어나고 앉은 자세를 자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앉을 때 약간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가 뒤로 기대고 규칙적으로 휴식도 취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직된 등 근육을 이완시키는 데는 매달리기와 같은 신전운동이 좋다.허리디스크라고 불리는 추간판 탈출증이 항상 심한 허리 통증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가 생각보다 흔다. 독일에서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에서 추간판 탈출증은 환자 100명 중 4명만 허리 통증의 원인이 됐다고 한다. 따라서 추간판 탈출증이 허리 통증의 원인이라는 생각도 오해에 가깝다. 다만 추간판 탈출증으로 인한 염증성 통증 질환은 허리뿐만 아니라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등에도 통증 및 저림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할 경우 감각이상과 운동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예로부터 허리 통증이 있으면 마사지로 통증을 완화하려고 해왔다. 그러나 그것도 옛말이다. 적어도 인지할 수 있는 원인이 없는 급성 요통의 경우에는 아직 과학적 연구를 통해 마사지의 이점이 입증되지 않았다. 그래서 선진국의 경우 의료지침은 운동을 처방한다. 수동적인 행동보다는 등 근육의 움직임과 능동적 운동이 치료의 초점이 되도록 권장한다. 다만 만성적이고 오래 지속되는 요통의 경우 마사지는 적어도 수동적인 근육의 움직임으로 통증을 치료하는 보조 요법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물건이나 짐을 자주 들면 허리 건강을 해친다는 것도 오해다. 등은 척추를 지탱하고 완화시키는 근육을 단련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움직임으로 강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등 문제는 등이 제대로 훈련되지 않고 등 근육이 너무 약할 때 발생한다. 극도로 힘든 스포츠가 아니면 규칙적인 운동과 물건이나 짐과 같은 자극은 허리 건강에 좋다. 이미 허리 통증을 앓고 있는 경우에도 운동은 유익하다. 자전거 타기, 수영, 규칙적으로 걷거나 빠르게 걷는 것도 도움이 된다.허리 건강을 위해 중요한 것이 근육이다. 척추기립근은 경추에서 골반까지 길게 뻗어있는 허리를 바로 세우는 역할을 한다. 허리와 골반을 이어주는 장요근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엉덩이 근육, 허리에서 등에 걸쳐 있는 광배근, 목 주위의 승모근도 척추의 안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허리를 뒤로 젖히게 해주는 신전근의 약화는 요통의 발병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심할 경우 디스크 수핵 탈출로 이어지기도 하므로 척추 주변 근육 강화를 위한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하다.허리에 통증이 생기면 막연히 척추 디스크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허리 통증의 대부분은 척추 근육의 약화로 인해 발생한다. 생활 습관을 고치고 운동을 꾸준히 하면 허리 통증이 개선되고 재발 빈도도 줄어든다.평소 바닥에 앉는 습관을 삼가고, 같은 자세로 1시간 이상 있지 말고, 숨이 살짝 찰 정도의 강도로 일주일에 세 번 이상 1시간 정도 걷기나 수영, 실내자전거 타기도 허리 건강에 좋다. 특히 척추 주변 근육을 이완하고 강화해주는 운동이 효과적이다.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의 스트레칭과 복부와 등배 근육의 강화 및 골반의 안정화 운동은 정확한 원인 규명이 어려운 비특이적 요통의 재발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2023-07-23

극한 대결 정치는 종식되어야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물난리로 전국이 비상상황이다.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고 여야가 앞다투어 구조현장에 나섰다. 여야 정치인들이 손잡고 함께 구조 현장에 갈 수는 없을까. 폭우가 그치면 이 나라 정치인들의 극한적인 대결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치인들이 국리민복을 위한 정치를 버린 지 오래고 자신의 영달과 진영 정치에 매몰되었기 때문이다.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여야는 사사건건 정쟁으로 치닫고 시원하게 합의했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다. 한여름 대낮 매미 소리처럼 여야의 마찰음은 덕 과열되고 있다. 여야 대변인들의 논평뿐 아니라 당 지도부의 발언까지 가시 돋친 독설로 차 있다. 정치인의 도덕성이나 품격은 찾아볼 수 없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부끄럽다. 여야의 정쟁으로 얼룩진 극한 대결의 정치는 인사, 노동, 뿐 아니라 외교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정치를 걱정하고 그 손해는 국민들이 온통 뒤집어쓴다. 이 극한 대결 정치의 악순환은 정치인들이 먼저 끊어야 한다. 그것이 결자해지의 원칙이다.국민들이 우려하는 이 대결정치, 극단의 정치 연원은 그 뿌리가 상당히 깊다. 이 땅의 대결정치, 극한 정치의 연원은 조선조 당파 싸움에서 찾는 사람이 많다. 사색당쟁은 동인과 서인, 남인과 북인, 노론과 소론으로 갈라놓았다. 조선조의 당쟁은 유학 특유의 명분론과 의리 론으로 무장하여 사림들의 대결로 연결시켜 권력의 쟁탈과정에서 엄청난 사화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결국 조선 왕조의 비극이 국력의 쇠진으로 나타나 일제의 식민 통치로 연결되었다. 그 후에도 독립운동 과정에서 친일 세력과 항일 세력의 사상적 갈등은 견원지간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해방 후의 정부 수립 과정의 대결은 분단 상황으로 이어지고 진영대결은 더욱 확산되었다. 정부 수립 후 반공 보수 세력과 반독재 민주화 세력의 갈등은 오늘날 대결정치의 토대로 작용하였다. 87 민중 항쟁 이후 두 차례의 정당간의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적대적 대결 정치는 아직 청산치 못하고 있다. 분열과 갈등의 민주적 조정이 정치의 생명인데도 말이다.한국적인 극한 대결 정치의 모순된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야 공히 상대를 공생의 대상이나 파트너가 아닌 타도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양 진영 정치는 중상모략, 흑색선전이나 가짜 뉴스를 통해 상대를 악마 화하는 거부의 정치로 치닫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내로남불 정치, 마타도어 정치를 통해 상대를 흠집 내고 쓰러뜨리기 위한 네거티브 정치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런 대립 정치 구도에서는 이성보다는 감정이나 정서가 앞설 수밖에 없다. 지난 정권에 이어 윤석열 정부는 출범이후 양극화 정치, 극한 대결 정치는 더욱 확대일로에 있다. 집권 1년이 넘은 윤석열 정부는 아직도 국정의 실패를 지난 정권의 책임으로 돌린다. 야당 역시 그 책임을 현 정권의 무지와 무능이라고 받아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강성 지지층의 팬덤 정치가 싸움을 더욱 부추긴다. 여야가 겉으로 보수와 진보를 표방하지만 실제는 사이비 이념 대결만 지속될 뿐이다. 이곳에 공생이나 협치의 토대는 마련될 수 없다.이 극한 대결정치가 초래하는 비극은 매우 심각하다. 이 나라의 언론, 학자, 시민사회까지 양분하여 대결의 싸움판이 확대되고 있다. 어느 편에도 들지 않는 중도적적 입장을 견지하기 어렵다. 중도층은 여론상 상당하지만 선거 때가 되면 양극진영의 등살에 한 진영에 편입된다. 중도층의 양비론은 먹혀들지 않고 때때로 기회주의자로 몰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선 정치인들은 자신의 영달을 위해 진영 보스에게 충성한다.역설적으로 한국적인 대결 정치구도가 ‘적대적 공조’를 통해 정치인들의 생명을 보전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대결 정치, 진영 정치, 팬덤 정치는 민주 정치의 공적임을 인식한다. 이러한 비생산적인 비효율적인 정치는 패륜의 정치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나라 정치의 대결 정치의 폐해를 공유하면서도 쉽게 고치지 못하는 것이 우리 정치의 현실이며 후진성이다.우리의 경제도 안보도 미래 전망이 어둡다. 국력의 상징인 국민 총생산(GDP)도 세계 10위에서 13위로 떨어져 버렸다. 북한의 핵 위협은 점입가경이며 한반도의 안보는 더욱 불안할 뿐이다.여야는 국가적 재난과 위기 앞에서도 극한 대결의 정치를 계속되고 있다. 우선 여야는 극단 정치의 악순환이 공멸을 자초한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급기야 전직 국회의장 등 정파를 초월한 원로 11인이 ‘정치 복원’을 간절히 호소하고 나섰다. 내년 총선의 승리만을 위해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 식 정치를 막자는 취지이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부터 국정의 효율성과 안정을 위해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야당 역시 정치 혁신을 통해 대타협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아직도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에게 줄 것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 대로 가다간 곧 나라가 말할 것 같은데 나라가 절단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정치인들의 결자해지의 결단을 촉구한다.

2023-07-23

100만 관광객 시대를 준비한다

남한권 울릉군수 울릉군의 가장 당면한 과제는 오는 8월 8일부터 11일까지 ‘섬이 그리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리는 제4회 섬의 날 행사다.섬의 가치와 가능성에 대한 국민의식 고취 및 섬 주민들 간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 울릉도 독도 관광 활성화를 위해 열리는 이 행사는 행정안전부, 경북도, 울릉군 주관으로 개최된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관광객 및 외빈들이 대거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며 100만 관광객 시대를 맞이하는 전초전이 될 것이다.섬의 날 행사는 한 번도 육지와 닿지 않은 울릉도만의 특수성의 가치와 섬이라면 가지는 보편성을 다양한 컨텐츠와 전문가들의 프로그램으로 보여주려고 한다.태고부터 형성된 울릉도의 천혜의 자연을 만나 볼 수 있는 생태존과 지혜롭게 척박한 환경을 개척한 선조의 발자취도 느껴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이를 통해 앞으로 어떻게 섬의 자연과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이 공존하고, 지속가능한 섬의 미래를 만들 것인지 재고할 수 있는 주제전시관을 준비 중이다.부대행사로 직접 울릉도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떼배 제작 및 체험과 너새너와 놀이 재현, 슬로푸드 시식 및 체험 등과 같이 보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감만족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또한,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위해 대대적인 홍보와 축제안전관리계획 실무위원회를 열어 안전관리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 주요 행사장 및 관광지의 환경정비와 음식 숙박업 종사자의 위생 친절 서비스 교육 등 민관군이 하나가 돼 성공적인 행사가 되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울릉군민의 염원을 담은 초 쾌속대형여객선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가 지난 8일부터 상업 운항하면서 포항~울릉도 간 2시간대 여객선이 본격적인 운항에 들어갔다. 총 t수 3천158t급의 초쾌속 대형여객선으로 울릉군민의 일일생활권 구축과 더불어 연안여객해운 발전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지난 11일 독도 교육 강화 및 울릉도·독도 탐방 활성화를 위해 서울시교육청과 울릉교육지원청 관계자 30여 명인 모인 자리에서 수학여행 추진을 위한 실무방안 마련을 위해 간담회를 개최했다.한반도의 동쪽 끝 섬 독도를 품은 울릉도는 전국 최초의 국가지질공원으로 충분한 자연유산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도를 직접 가보고 가치를 몸소 느끼며 독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애국심을 고취할 수 있어 전국 초·중·고 학생들의 수학여행 최적지로 부상되고 있다.2022년 7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만나 학생들이 독도 수호 의지 함양도 할 수 있는 동해 최고의 자연생태섬 해양관광지인 울릉도·독도 탐방을 추진을 요청했다.이에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과 교육과장 및 지원처별 초·중·고 대표 교장단 31명이 직접 울릉도를 방문, 사전답사를 진행했다.울릉군은 수학여행단 유치를 위한 울릉도·독도 역사체험 홍보영상을 제작하고 울릉도의 다양한 문화재와 역사적 가치가 높은 장소로 2박3일 수학여행 일정 표준안을 전국 교육청에 배포하여 손쉽게 울릉도에 올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대형여객선 취항으로 접근성이 확보됨으로써 전국 학생들의 독도 수학여행의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울릉공항 건설사업은 2020년 11월에 착공하여 2025년 개항을 목표로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이 공사에 앞서 대체도로인 공항터널을 개통했고 이후 공항부지 조성을 위해 가두봉을 잘라 바다에 메우고 있다. 현재 가두봉 상부 진입로 조성 중이고 시험발파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본 발파 진행 중이다.또한, 활주로를 구성하는 케이슨은 전체 30함중 올해 총 12함을 거치 완료했다. 올해 10월까지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최대 18함이 거치될 예정이다.재작년부터 이어진 관급자재 철근수급 불안정 등으로 공사가 다소 지연됐지만, 지금부터는 당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 울릉공항 공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예정대로 울릉공항이 건설된다면 서울에서 울릉도까지 걸리는 이동시간이 1시간 정도로 줄어들고, 연간 440억 원 정도의 교통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또한, 접근성 개선으로 관광객 100만 시대의 현실화와 그로 인한 부차적인 경제적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2023-07-23

페이지터너

오랜만에 친구와 앉았다. 귀국 음악회에서 도와달라고 했다. 무대를 떠난 지 오래라서 감각이 무뎌진 상태인 내게 친구는 가볍게 대답했다.“페이지터너야.”악보를 넘겨주는 사람이 페이지터너(Pageturner)이다. 몸은 무대 위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로 설정된 투명인간이다. 하지만 연주와 관객을 잘 이어주는 레가토(legato)로 연주자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다. 친구의 요청으로 연습에 들어갔다. 상대의 결에 맞춰 호흡을 늘이고 줄여갔다. 구름 같은 청중 앞에서 연주했던 나인데, 까짓것 악보를 넘기는 일쯤이야, 그런데 막상 공연에 닥치자 마음과는 달리 심장이 두근거렸다. 작은 실수도 없도록 악보 밑을 예쁘게 접어 손가락에 잘 잡히게 했다. 친구가 박수를 받으며 무대로 나갔다. 조명이 친구만 비추는 사이 나는 단상에 악보를 올렸다. 친구의 손가락이 날래게 한 음절 찍었다. 리스트의 ‘파가니니 에튀드 6번’이었다. 손가락이 탄력 있게 움직이자 음표들이 허공에 튀어올랐다. 묵직하면서도 경쾌한 음이 세게 또는 여리게 흘러나왔다. 음표들이 춤을 춰도 나는 로봇처럼 발을 움직이지 않았다. 얌전히 일어났다 앉았다만 되풀이하며 악보만 넘겼다. 한 장 두 장 세 장…, 친구는 음표와 쉼표를 몸짓으로 표현했다. 손가락이 춤을 추는 사이둘은 관객에게는 보이지 않는 언어로 서로의 몸짓을 조율했다.다음은 쇼팽의 ‘녹턴’이었다. 흐름이 느리므로 몸짓이 커 보이고 음정이 고요하므로 숨소리도 들린다. 연주자의 눈길이나 동선에 내가 있으면 안 된다. 이 무대의 주인공은 오롯이 연주자 한 명이다. 연주자가 끝까지 악보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수가 터질 때마다 나는 더 보이지 않도록 몸을 움츠렸다.나도 주인공인 적이 있었다. 동문들과 음악회를 열었을 때였다. 나는 친구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눈과 귀, 몸짓까지 놓치지 않고 오직 나를 위해 움직였다. 재빨랐지만 보이지 않는 손길이 있기에 나의 연주는 다뉴브강을 미끄러지는 돛단배처럼 순항했다. 내가 주인공이 되게 해주려고 무대 뒤의 사람이기를 자처한 친구가 고마워 눈물이 났다. 다시 친구의 몸짓이 빨라졌다. 흐름이 서서히 느려지면서 친구가 힘을 모아 마지막 음을 찍었다. 정적이 몇 초 흐른 뒤 함성과 함께 박수가 터졌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친구가 연거푸 허리를 숙여 답례했다. 꽃송이와 꽃다발이 한 아름 날아들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다시 갈채가 쏟아졌다. 감동이 밀려왔지만 나는 무엇도 할 수 없었다.지금 이 자리에서는 박수 한 조각도 나의 것이 아니다. 꽃송이 하나까지 모두 친구의 것이다. 지금은 친구가 빛나는 시간이다. 친구에게 눈길이 쏠린 사이에 나는 소리 없이 무대를 벗어났다. 내가 무대 뒤에서 안도의 숨을 쉬는 사이 무대 위에는 여운이 한참 더 이어졌다. 화려한 무대 뒤에는 숨은 사람이 존재한다. 혼자만 빛나며 세상을 지배하던 태양도 서쪽으로 이울면 달에게 자리를 비켜준다. 밤하늘은 짙고 망망한 어둠을 무대로 깔고 그 위에 별자리가 뛰어놀 마당을 펼친다. 카시오페아, 쌍둥이자리, 큰곰자리…. 별들이 초롱초롱 뛰어놀기에 밤하늘은 아름답다. 김경아 작가 바람은 계절의 악보를 한 장 한 장 넘긴다. 해오름달, 시샘달, 물오름달…, 열매달, 초목은 바람의 리듬에 맞춰 자신만의 삶을 연주한다. 흔들리면서도 대궁 끝에 꽃을 밀어 올리고 따가운 뙤약볕을 쬐어 열매를 익힌다. 들판에서 곡식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 뒤에 바람이라는 페이지터너가 있다고 믿어도 좋다. 우리는 누군가의 어둠이고 바람이다. 네가 빛날 때 나는 어둠이 되고 내가 춤을 출 때 너는 음악이 된다. 네가 바람일 때 나는 잎새가 된다. 너를 빛내려고 내가 숨어서 도울 때 우리의 협주는 아름다운 진행형 소나타이다.◇ 김경아 작가 프로필 ·수필 오디세이 신인상 ·포항소재 문학상 최우수상(2020) ·포항 스틸에세이 금상(2022) ·청송객주 문학대전 장려상(2022) ·울산 산업문화 축제 최우수상(2014) 외 다수 수상

2023-07-23

오은영과 서천석

유영희 작가 초등교사가 6학년 학생에게 폭행을 당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에 뒤이어 학부모 갑질 때문으로 짐작되는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을 접하고 나니, 착잡하기 그지없다. 어느 기사를 보니,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초등교사 사망자는 74명으로, 그 이전 4년 동안 46∼55명 사망에 비해 급격히 증가했다고 한다. 교원 죽음에서 극단 선택 비율도 전체 사망자의 11%라고 한다. 교원단체는 초등교사 사망 급증이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과 극단선택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는데, 그것이 얼마나 실증적인 근거가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흘려 들을 일은 아니다. 교사의 정신적 안녕은 교육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난데없이 금쪽이 상담으로 유명한 오은영이 소환되었다. 네티즌들은 상처받은 아이의 마음을 돌봐야 한다는 오은영의 해법이 교사가 훈육을 제대로 못하게 했고 학부모 갑질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이 힘을 보탰다. 서천석은 오은영의 방송이 몇 번의 상담으로 아이의 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고 비판한다. 그는 정신적 문제를 가진 아이는 상담이 아니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하면서, 아이들의 치료를 뒷받침할 법과 제도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그러나 방송을 가만히 보면, 오은영은 방송에서 우리에게 보여주는 영상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금쪽이와 부모의 일상까지 관찰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정도 밀착해서 관찰한다면 짧은 기간이라도 문제 원인과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출연자의 문제는 해결된다 해도, 시청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실제로 오은영이 감정 가라앉히는 방법으로 제안한 ‘생각하는 의자’는 많은 부모가 방치의 수단이나 체벌의 형태로 잘못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책이나 방송만 보고 적용할 때는 오남용 여지가 많다.얼마 전, 집이 너무 어수선해서 정리 팁을 얻으려고 유튜브 영상을 수십 개를 봤지만 문제와 해결책을 발견하기 어려웠는데, 컨설팅 업체를 불러 30분 상담하니 다 해결된 경험이 있다. 집 정리 같은 단순하고 물리적인 문제조차 이런데, 인간의 마음처럼 복잡한 문제를 영상을 보고 도움 받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교사에게 전치 3주의 부상을 입힌 초등학생은 작년 5월부터 정서행동장애로 하루 1시간 특수반 수업을 듣고 주 2회 상담수업을 받고 있었고 평소에도 상담 수업에 가기 싫다면서 교사를 여러 번 때렸다고 한다. 현재 이 문제를 교권 침해로 접근하여 엄벌을 청원하고 있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치료의 적절성을 더 문제 삼아야 할 것 같다.서천석의 말처럼 정신적 문제를 가진 아이는 적극적인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 오은영 방송이 상담에 환상을 심어준다는 서천석의 비판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아이들의 정신적 문제는 적극적 치료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그의 주장은 부모와 정책 입안자들이 경청해야 한다. 그래야 무너진 교권도 회복될 수 있다.

2023-07-23

눈으로 보는 관리의 지혜, 가시화VM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우리나라 속담에 ‘사람 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눈이라고 하는 감각기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사람은 오감(시각, 촉각, 미각, 후각, 청각)을 통해 상황을 판단하고 그 상황에 맞는 행동을 취하고 있는데, 시각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전체 오감을 통한 판단 중 약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며, 우리의 일상에서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전체 의사결정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상황을 눈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면 그만큼 문제를 확인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적절한 상황 대응을 할 수도 없을 것이다.VM(Visual management)은 ‘눈으로 보는 관리’라는 단어로 ‘현장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이 작업 현황이나 업무의 진행 상황이 정상인지, 이상이 있는지를 신속히 판단하여 대책을 세우는 것’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현장은 자율신경이 살아있는 가시화(可視化) 현장이 구축 되어야 한다. 또한 보이지 않거나 볼 수 없는 것을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어떻게 눈으로 보는 관리가 가능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여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가시화의 기본은 상대방의 의사에 상관없이 다양한 사실과 문제가 ‘눈에 들어 오도록’ 만드는 것이다. 즉 작업자가 ‘본다’ 가 아니라 작업자에게 ‘보인다’라는 것으로 문제가 눈에 보이면 행동을 일으킨다는 인간의 동물적 본능에 호소하는 것이다. 인간은 본래 자율적으로 사물을 판단하고 적정한 행동을 취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보이면 스스로 해결하려는 무언가가 마음속에서 싹트게 하는 것이다.필자는 철강업에 맞는 VM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동료들과 함께 현장 맞춤형 VM Guidance 연구회를 발족하여 추진하였다. 이 완성된 자료는 모든 관련 회사가 현재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성에 따라 색별 관리, 표시 관리, 형적 관리, 이상 관리의 4대 항목으로 구분하였고, 목적에 따라 작업 관리, 공정 관리, 안전 관리, 품질 관리, 설비 관리, 현품 관리, 환경 관리, 원가 관리의 8대 목적으로 세분화 하여 접목하였으며, 직원들이 자재를 신청하는 것부터 현장에 적용하는 것까지 쉽게 가이드 하여 좋은 호응을 얻었다. 그 결과 현장 곳곳에 VM모범구역의 명소가 선정되어 벤치마킹 장소가 되었다.세계는 급속히 변화해 가고 있다. 이는 기업 활동에서 자칫 우리에게 기본의 소중함을 잊게 하거나 끊임없이 개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환경이 변화할수록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나 문제를 예방하거나 사고 처리를 적절히 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사람 모두가 기본적인 현장 관리와 개선 활동을 성실히 수행해 나가야 한다.VM은 현장의 문제를 발굴하는 마중물과 같다. 전 종업원이 기본을 충실히 지키면서 이상(理想)을 가지고 주위에 발생하는 문제점을 스스로 발견하여 해결하는 노력을 지속할 때 체질이 강한 기업, 강한 현장이 이룩될 것이다. 이는 그 기업의 문화가 되고 안전 확보는 물론 기업 경쟁력이 향상되어 성공하는 기업이 될 것으로 믿는다.

2023-07-23

넘치는 자식 사랑, 그만 멈추라!

김규종 경북대 교수 20대 초반 여교사가 학교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 죽음을 둘러싸고 숱한 소문과 의혹과 추측이 난무한다. 죽음을 둘러싼 진영 사이의 대결과 충돌도 점입가경이다. 하지만 그들 목소리의 교집합이 있으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이런 주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멀리는 4·16 세월호 대참사와 가까이는 10·29 이태원 참사가 있다. 그런데 결론은 무엇인가?! 유야무야(有耶無耶), 꼬리 자르기,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았고, 책임자 처벌은 온데간데없다. 이런 일이 어디 한두 번 겪는 일인가?! 반짝하며 타오르는 분노의 불길이나, 절망과 좌절과 탄식의 파고(波高)를 인내하면, 은근슬쩍 지나가게 돼 있음을 원인 제공자들은 잘 알고 있다.1862년 출간된 ‘레미제라블‘에서 빅토르 위고는 프랑스 시민들의 짧은 기억력을 한탄한다. 불과 180일, 여섯 달만 지나면 모든 것을 망각하는 프랑스인들의 어리석음을 오래도록 한탄한 것이다. 하지만 21세기 20년대 대한민국 시민들의 기억력은 여전히 40일의 벽을 넘지 못한다. 불과 38일 지나면 그런 일이 있었나, 하며 조용히 손사래 치며, 그만하라고 목소리 높인다.기억은 힘이 있다. 특히 그것이 경술국치(庚戌國恥) 같은 국가 중대사이거나 제주 4·3이나 여순사건 같은 비극적인 참변이거나, 광주항쟁 같은 위대한 투쟁이거나, 87년 평화 대행진 같은 민주항쟁일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사람은 상실과 패배와 고난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일컬어 ‘고난 없이 영광 없다(No cross, no crown)’는 영어 속담도 있지 않은가?!그렇지만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우리 한국인은 비관과 부정에 휩싸인 과거를 서둘러 잊어버리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환향녀(還鄕女)와 호로자식(胡虜子息)이라는 비감하고 쓰라리며 절망적인 단어를 만들어낸 병자호란을 영화관에서 돌이켜보는 자세가 그것을 웅변한다. 어찌 됐든 작은 승리에 도취하고 행복해하는 작은 인간들이 너무도 많다.2011년 개봉된 김한민 감독의 ‘최종 병기 활’에 747만 관객이 들었다. 그들은 조선 신궁(神宮) 남이의 활에서 크나큰 위로와 활로를 찾는다. 작고 여린 남이와 그의 애깃살이 크고 무시무시한 쥬신타의 강궁 육량시(六兩矢)의 대결을 보면서 손에 땀을 쥐고 환호한다. 대국적인 견지의 처참을 극한 패배와 치욕은 사라지고, 남이의 작은 승리에 도취한 군중만 남는다.2017년 개봉된 황동혁 감독의 ‘남한산성’은 385만의 관객을 모았다.‘최종 병기 활’의 절반 수준이다. 이조판서 최명길과 예조판서 김상헌의 치열한 논리 대결을 바탕으로 조선의 완벽한 패배를 조명하고 인조의 구차한 삼전도 굴욕을 재연한다. 시종일관 무겁고 출구 없는 조선의 암군(暗君) 인조와 그를 보필하는 신하들의 허망한 충성 대결. 그 고갱이를 들여다봐야 한다.낱낱이 파헤치고, 진실을 찾아야 한다. 진실이 밝혀지면 책임자를 법정에 세워야 한다. 죽은 자를 되살릴 수는 없지만, 그의 죽음은 기억해야 한다. 추락한 교권을 일으켜 세우고,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자식 사랑을 억압해야 한다. 당신 자식만큼 교사의 생명과 인권도 소중하니까!

2023-07-23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우정구 논설위원 조금 오래된 조사지만, 영국의 시장조사 기업인 입소스(Ipsos)가 세계 23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신뢰받는 직업을 조사해 봤더니 정치인이 9%로 대상 집단 중 가장 낮았다. 가장 신뢰받는 집단인 과학자(60%)의 반의반도 안됐다.민주주의 정치의 선진국이라는 영국과 미국조차도 정치인 신뢰가 꼴찌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공통으로 정치인을 가장 못믿을 집단으로 규정한 것이 눈길 가는 대목이다.지난 4월 ‘특권없는 공정 세상’을 슬로건으로 출범한 시민단체인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이 200개에 달한다고 했다. 1억5천만원에 달하는 세비와 장관급 대우의 사무실, 입맛대로 뽑을 수 있는 보좌진,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국회의원에게 특권이 부여된다는 것은 국민을 대신해 나라 발전에 기여하라는 뜻이다. 이런 뜻에도 불구하고 국민 불신이 높다는 것은 특권을 줄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시민단체의 특권폐지운동의 배경도 여기에 있다.거액의 코인을 보유하고 국회 회기 중 200차례 이상 코인 거래한 무소속의 김남국 의원에 대해 국회윤리특위가 제명을 권고했다. 제명은 의원직 박탈이라는 최고 수준의 징계다. 이제 결정은 국회 몫이다.당사자인 김 의원이 반발하는 가운데 과반수 이상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이번 권고를 받아줄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국정을 논하는 자리에서 코인을 사고 판 행위만으로 이미 의원 자격은 상실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 아닌가. 국회는 순리에 따른 결정을 내려야 추락한 정치인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7-23

장마 다음 폭염

우정구 논설위원 지금 미국과 유럽 등 지구촌 북반구에는 살인적 더위로 몸살 중이다. 기록적으로 치솟는 기온을 이기지 못한 온열질환자가 몰려들면서 병원 응급실은 비상이다.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 들어 폭염을 가장 위험한 자연재해 중 하나로 손꼽고 있다.우리나라도 2018년 최악의 폭염을 계기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해 폭염을 자연재해에 포함시켰다.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폭염으로 인한 죽음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고령자, 저소득층, 만성질환자에게는 폭염이 매우 위협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돈없고 힘없고 건강이 없는 사람에게 폭염은 잔혹한 재난일 수 밖에 없다.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우리나라 폭염사망자는 493명이다. 같은 기간 태풍이나 호우에 의한 사망자의 3.6배에 이르렀다.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선 최고 기온이 19일 연속 43도를 기록했다. 유럽의 이탈리아 로마도 41.8도를 찍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스페인의 주요 도시에서도 40도가 넘는 기온이 신기록 행진을 하고 있다고 한다.태풍은 피해자가 눈에 목격되지만 폭염은 실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 침묵의 살인자라 부른다. 지난해 유럽 35개국의 온열질환 사망자가 6만1천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WHO는 살인적 폭염을 이제는 새로운 현실로 받아들여 할 때라고 설명한다.우리나라라고 살인적 폭염이 예외일 수는 없다. 지난주 쏟아진 집중호우로 홍수와 산사태 등이 일어나면서 적잖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장마 뒤 찾아올 폭염에 대비한 준비도 서둘러야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7-20

국민정서법이 뭐길래

홍석봉 대구지사장 #1. 홍준표 대구시장이 ‘수해 골프’ 논란을 사과했다. “국민정서를 고려하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고개 숙였다. 고심 끝의 사과였다. 전날까지만 해도 “주말 테니스는 되고 골프는 안 된다는 규정이 어디 있냐”며 항변하던 그였다. 재난 대응 매뉴얼까지 내세우며 잘못이 없다며 당당하게 소신을 밝혔었다.그러나 여론은 홍 시장의 뜻과는 반대로 전개됐다. 당 지도부까지 나서 비판하고 징계마저 논의됐다. 결국 홍 시장은 한 발 물러서며 수습에 나섰다. 사태 발발 당시 홍 시장이 “부적절한 행동이었다.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한마디만 했으면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대응이 꼬이면서 일이 커졌고 ‘국민정서법’이 더해져 화를 키웠다. 홍 시장은 그동안 누구보다 정국을 잘 읽고 대처해왔다. 적절한 국면에 정치 훈수를 아끼지 않았다. 국민감정과 정서 또한 잘 알 터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해 골프’논란과 수습과정은 아쉬움이 남는다.#2. 국내 입국이 거부된 가수 유승준(47)도 국민정서에 반한 괘씸죄에 걸려 애를 먹었다. 그는 20년 동안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는 고문(?)을 당해야 했다. 유 씨에게 비자를 발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유 씨는 2002년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가 그해부터 입국이 막혔다. 비자를 내주지 않았다. 재판부가 체류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무부 등의 협의가 필요하다. 유 씨는 병역 회피가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그의 연예 활동과 인생의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을 터이다.교육과 병역 의무는 우리 국민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다. 자칫 잘못 건드리면 국민이 용납않는다. 국민정서법이 가장 민감하게 작동하는 분야다.국민정서법이란 한 나라의 국민이 특정 사건에 대해 집단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감정이나 정서를 말한다. 통상 ‘국민정서’가 법치에 영향을 주는 쪽으로 작용할 때 사용된다. 부정적인 의미를 부각, ‘떼법’이라고도 한다.‘국민정서’가 실정법과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보다 중히 여겨지는 상황을 비꼬는 말이다. 논리적인 법 잣대로만 재단할 수 없는 것이 국민정서법이다. 한국에만 작동하는 독특한 불문율이다. 실체가 없는 모호한 주장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다.하지만 국민정서법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알게 모르게 작용한다. 우리 국민의 반일정서는 법적으로 해결된 사항을 뒤집기도 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등의 속담처럼 혼자 앞서거나 튀는 행동 등에 대한 반발 심리가 내재돼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남의 눈치를 많이 보게 하는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다.국민정서법은 ‘법 위의 법’이 됐다. 집단이기주의와 결부돼 각종 국책사업과 정부정책을 뒤흔들기도 한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기도 한다. 평준화 교육에서 보듯 하향평준화의 부작용도 초래한다.공직자와 연예인 등 유명인사는 일반인보다 더 엄격한 처신과 사생활을 요구받는다. 특히 선출직 공직자의 경우는 더하다. 청렴과 성실성 기준이 더 높게 적용된다. 국민정서법에 저촉되면 남아날 장사가 없다.

2023-07-20

피스로드 통일대장정의 꿈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19일 포항 덕업관 대강당에서 ‘신통일한국 피스로드 2023 경상북도 통일대장정’ 행사가 열렸다.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 경북도회와 경북평화대사협의회 주관으로 6·25 전쟁 정전협정 70주년과 피스로드 10주년을 맞아 마련한 행사였다.마침 장맛비도 그치고 푸른 하늘이 열렸기에 걷기 편한 복장으로 나서는 마음은 가벼웠다. 식장에 들어가 앞자리에 앉으니 ‘6·25 전쟁 참전 학도의용군의 고귀한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슬로건도 보인다. 초청 내빈과 도민 400여 명이 자리를 채우고 특히 맨 앞줄에 흰 모자 쓰고 훈장 달린 정복을 입은 현재 생존하신 6·25 참전 학도의용군 일곱 분이 눈에 띈다.1부는 6·25 참전용사 추념식. 헌화와 묵념에 이어 낭독한 ‘어느 학도병의 편지’를 듣노라면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라는 중3 의용군의 절규가 가슴을 저린다. 영상을 본 후 팔순이 넘은 노병들을 무대 위로 모시고 꽃목걸이를 달아드렸더니 “오늘 멋진 대접을 받으니 참 고맙다”라고 하신다.2부에서 평화 통일을 염원하는 축사, 격려사, 대회사가 끝나고 청년대표의 평화선언에 이어 ‘통일의 노래’를 합창할 때면 오랜만에 마음이 뭉클해져 우리의 소원을 마음에 새겨봤다. 태극기 흔들며 만세삼창도 힘껏 외쳤다.마지막 3부 순서가 걷기대회였다. 모두 행사장을 나와서 참전국 국기를 앞세워 형산강둑을 따라 20여 분을 걸어 해도근린공원 숲으로 갔다. 6·25 전쟁 당시 44일간 결사 항전했던 최후의 방어선 ‘워크라인’이었던 곳이다. 참전 유공자 명예선양비 앞에 헌화하고 전몰용사 3천234명의 영혼을 기렸다.이 ‘피스로드 통일대장정’ 행사는 1981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제10차 국제과학통일회의에서 문선명 총재가 제안한 ‘국제평화 초고속도로’ 주창을 기반으로 해서 세계의 분쟁과 갈등을 해소하고 지구촌의 평화시대를 열어 보자는 운동이며, 2013년 ‘한·일 3천800㎞ 평화의 자전거 통일대장정’으로 출발했다. 이후 동참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2015년 ‘피스로드’라는 이름으로 되어, 걷기와 자전거, 자동차 등 다양한 방법으로 평화의 길을 간다는 세계적 행사로 확대되었다. 그동안 칠레 산티아고에서 피스로드 세계 출범식을 가졌고 아시아, 유럽, 북·남미, 아프리카 등 6대륙을 하나의 길로 연결하여 서울에서 아프리카 희망봉, 그리고 남미 산티아고까지 ‘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인류를 한 가족처럼 묶어 평화에 다가가는 금세기의 기념비적인 꿈의 프로젝트이다. 이미 한·일간 해저 터널은 첫 삽을 떴고 유라시아 횡단철도의 꿈도 그리며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가 북한의 개혁과 개방에 촉매제를 뿌리는 것이다.‘2023 피스로드 통일대장정’은 전 세계 160개국 약 100만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2021년에는 포항영일대해수욕장에서 시민 걷기대회를 열었고 작년에는 영천 시민회관에 모여 금호강변을 걷고 자전거를 달리기도 했다. 올해는 정전 70주년이라 한·미·일 등 8개국의 젊은이들로 구성된 국토종주단이 고성에서 임진각까지 DMZ 자전거 횡단을 계획하고 있다. 이제 남북이 다시 어우러지는 행복한 꿈을 이루어야 하리라.

2023-07-20

난세의 영웅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정국(政局)이 몹시 혼란하다. 난무하는 유언비어와 괴담에 부화뇌동하는 무리가 나라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다. 국가의 흥망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신의 안위와 영달에만 혈안이 된 정치꾼들이 온갖 음모와 협잡으로 국민들을 선동하여 적개심과 분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숱한 부정과 비리에 연루되어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야당 대표와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 반정부투쟁에 영혼을 판 종북좌파들이 퍼뜨리는 악의에 찬 괴담과 루머는 극심한 불안과 불신을 조장하여 나라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대한민국 국민들이 괴담이나 유언비어에 취약한 까닭은 뿌리가 깊다. 조선말기의 가렴주구와 일제 식민통치의 억압과 굴욕, 좌·우 이념투쟁과 동족상잔의 전쟁 등으로 누적되고 잠재된 불신과 적의가 작은 충동에도 기폭제가 되어 쉽사리 폭발하는 것이다. 온 나라를 불안과 공포의 광란으로 들끓게 했던 광우병 괴담과 사드전자파 괴담, 요즘의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에 이르기까지 무언가 꼬투리만 있으면 전염병처럼 괴담이 퍼져 온 나라가 들끓는다. 나라가 이렇게 흉흉해진 것은 극심한 좌·우의 대결 때문이다. 동족을 살상하는 전쟁을 일으키고 아직도 적화통일을 노리는 북한의 세습체제가 상존하는 한, 종북주사파들이 주축이 된 좌파들과 자유우파는 공존할 수가 없다. 북한의 세습체제에 동조하는 좌파집단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우파정권을 타도와 탄핵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한 타협이나 공조의 여지는 없는 것이다.좌파 정권 5년 동안 그들은 국익이나 민생에는 아랑곳없이 우파를 말살하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좌파들의 세상 만들기에만 전념했다. 그러다보니 내세울 만한 공적은커녕 곳곳에 파괴와 파탄이 속출하고 제 잇속 챙기려는 부정과 비리가 만연했다. 그들의 전략은 오로지 루머와 괴담을 퍼뜨려 혼란과 공포분위기를 조장해서 무능과 비리를 호도하고 국고를 거덜내는 포퓰리즘으로 민심이반을 막는 거였다. 그런 실상을 낱낱이 밝혀 민심을 바로잡는 것이 그들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우선 과제이다.세계 최빈국에서 십위권 경제대국에 올라선 것을 두고 흔히 한강의 기적이라고 한다. 그 기적은 물론 저절로 굴러온 것이 아니라 혁신적 비전과 의지와 노력의 결과다. 척박하고 혼란한 처지를 극복하고 새로운 역사를 이룩한 영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투철한 신념과 의지로 대한민국을 건국한 이승만 대통령이 그러하고, 피폐하고 지리멸렬해진 민심을 다잡아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한 박정희 대통령도 영웅이었다. 그 분들이 영웅인 까닭은 북한의 김일성과 비교해보면 극명해진다. 주민들을 굶겨 죽이는데도 절대존엄으로 떠받드는 김일성 일족에 비한다면 영웅 칭호로도 오히려 부족한 것이다.대한민국은 지금 궁지에 몰린 좌파들의 극렬한 저항과 난동으로 난국에 처해 있다. 그들에 맞서 기대 이상으로 고군분투 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 난국을 타개하고 또다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면, 이승만과 박정희를 이은 영웅으로 역사에 자리매김 할 것이다.

2023-07-20

공직자와 골프 수난사

홍석봉 대구지사장 골프업계는 국내 골프 인구를 통상 500만명으로 추산한다. 성인 기준 5명 중 1명이 골프를 치는 셈이다. 구기 종목 중 가장 많은 애호가를 갖고 있다. 귀족 스포츠로 취급받던 골프가 이제 대중스포츠 반열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젊은층의 외면 등으로 골프 인구의 증가세가 둔화추세라고 한다. 하지만 급등한 그린피와 캐디피, 카트비 등 골프장 이용료와 골프용품 값은 이용객들에겐 여전히 부담이다.홍준표 대구시장이 ‘폭우 속 골프’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공무원노조와 시민단체의 비난이 쏟아지고 당 징계까지 거론됐다.공직자들이 재난 상황 중에 골프를 쳤다거나, 공무원 비상대기령 속에 라운딩 한 사실이 드러나 지탄을 받는 등 물의를 빚는 경우가 적지 않다.홍 시장에 앞서 지난 3월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홍천군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 중인 가운데 골프연습장을 찾았다는 보도로 논란을 빚었다. 2019년 10월엔 오거돈 부산시장이 태풍 미태가 닥친 상황에서 골프를 치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문을 발표했다. 고위공직자들의 골프 수난사다.국무총리가 사퇴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권 때인 2006년 3·1절 골프로 물의를 일으킨 이해찬 총리가 야당의 공세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2007년엔 공군참모총장이 폭탄테러로 전사한 아프가니스탄 파병 용사의 애도기간에 골프를 쳤다가 자진 사퇴했다.신입 사원이 버젓이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니고, 말단 공무원들도 골프를 치는 시대다.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골프를 친다고 해서 탓할 일은 아니다. 다만 당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골프 라운딩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서는 곤란하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7-19

빗줄기 속에서 생각한다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기다렸던 비가 내렸다. 목이 타도록 고대하던 빗줄기가 시원했다. 청청한 초록이 싱싱한 기운을 흠뻑 들이켰다. 신기하게도 장마는 한반도를 오르내리며 나름 고르게 물줄기를 대었다. 더욱 신통한 것은 장마가 지나면 폭염이 찾아올 터이다. 흠씬 적신 대지를 익히며 뜨거운 햇발이 쏟아질 것이다. 정성으로 심은 곡식들이 장마 뒤 폭염 속에 푹푹 익어갈 참이다. 그래서 ‘장마에는 돌도 큰다’고 했을까. 자연은 이렇게, 소리없이 인간을 돕는다. 장마를 지나며 바라던 대로 풍성한 결실을 내려면, 장마 전에 여러 가닥 준비를 해야한다. 장마를 홍수로 까먹지 않으려면 치수에 미리 손을 써야 한다. 기다리던 장마가 왔다고 저절로 모든 것이 좋아지는 것이 아닌 것은, 인간에게 장마를 대비하는 지혜를 깨우치게 하려는 것일까. 하늘이 도울 테니 사람은 준비하라는 소리가, 거의 들린다.윤흥길의 소설 ‘장마’는 마침 이즈음에 맞았던 한국전쟁의 모습을 여러 갈래로 그리고 있다. 준비없이 맞았던 민족의 비극이어서 그랬을까, 어둡고 지겨운 어려움으로 다가온 전쟁을 마침 함께 찾아왔을 긴긴 장마 빗줄기에 빗대고 있다. 삶의 어려움이 지나가면서 장마가 그친다는 복선에 장마를 바라보는 시선이 보인다. 기다림이 기대만큼 열매를 거두려면, 장마가 오기 전에 가져야 할 태도를 가다듬어야 한다. 혹 준비하지 못했다면 퍼붓는 빗줄기 속에라도 다음엔 어떻게 할 것인지 다짐해야 한다.전국 각지에서 물난리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목마름이 애통함으로 바뀐 뉴스는 안타까울 뿐이다. 애타게 기다리면서 준비하지 못한 결과를 보는 참이다. 더이상 빗줄기가 재난이 되지 않도록 했어야 했는데 나라는 무엇을 했을까. 해마다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각오와 다짐을 새롭게 해야한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모두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물난리에서조차 좌우로 갈라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념이란 결국 더 나은 내일을 만나기 위한 지향성과 방법론의 차이가 아니었을까. 그 바라보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은 더욱 나라다운 나라를 당기기 위한 또다른 모습의 간절함이 아니었을까. 진영으로 갈라서 생각없이 손가락질만 퍼부을 일이 아니라, 생각이 다른 마음 가닥들을 모아가야 하지 않을까. 더이상 반목과 비난으로 아까운 날들을 허비하지 않아야 한다. 다가온 장마가 뒤이을 폭염 속에 온갖 과실을 맺는 것처럼 다른 생각들 속에 숨은 모든 이들의 열정을 묶어 진정한 나라다움을 일구어야 한다.기다림이 장마로 이어진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간절함이 기다림을 건너 빗줄기를 만난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사람을 도우려는 자연의 마음에 화답하지 못한 인간의 미련함을 다시 보았다.이제 다시 하는 다짐 속에는 간절했던 기억을 반드시 함께 심어야 한다. 장마 후 결실을 위해 무더위가 찾아오듯이 희망과 함께 공동체를 건져 올리려면 열정 가득한 담론과 비평과 함께 구체적이며 실증적인 준비가 있어야 한다. 장마를 홍수로 까먹지 말아야 한다.

2023-07-19

줄무늬와 주름살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며칠 전 독일 사는 사촌이 휴가로 귀국해 모처럼 우리집에 놀러왔다. 집안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벽에 걸린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손녀 린의 돌사진이었는데 우리 가족 외엔 아는 사람이 없어선지 누구냐고 물었다. 건이 쪼르르 달려가더니 사촌에게 자기를 번쩍 들어올려달란다. 독일 할머니 내가 가르쳐줄게요. 이 사람은 큰아빠고요, 이 아이는 서울 동생 은이에요…. 근데 이 사람은 누구지? 아 작은할아버진가? 열심히 가족을 안내해주고 있었다.내친김에 동생에게 두 아이들 결혼식 앨범을 꺼내 보여주었다. 건은 또 옆에 와서 참견한다. 큰아빠 큰엄마 결혼식에 엄마는 왜 없어? 그때 너희 엄마는 아직 결혼 안해서 여기 없지. 그럼 아빠는 왜 있어? 아빤 큰아빠 동생이니까 있지. 건의 물음은 끝이 없었고, 설명에 진이 질 지경이었다. 한복 입은 내 사진을 보더니 한참 들여다본다. 근데 이 사진에는 왜 줄무늬가 없어? 줄무늬? 우린 건을 바라보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의아해했다. 동시에 건에게 물었다. 줄무늬가 뭐야? 건이 대답했다. 할머니 얼굴에 줄무늬가 없잖아…. 아 주름…. 건이가 말하는 줄무늬란 얼굴의 주름을 말하는 거였다. 대답해 주었으나 궁색했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나이가 적었고, 화장도 했고, 또 속말로는 ‘아마 사진사가 포토샵도 했을걸’이라며 설명하면서 동생과 나는 다시 또 마주 보며 크게 웃었다. 어쩌면 주름살이라는 단어를 몰라서였겠지만 주름살을 줄무늬라 표현한 건의 표현력과 어휘력에 새삼 찬탄했다.지금 생각하니 주름보다는 줄무늬가 더 아름답고 적합한 표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늬란 옷감이나 조각품 따위를 장식하기 위한 여러 가지 모양이라고 사전에 쓰여있다. 옷감에 수를 놓거나 조각에 새기거나 하여 예쁘게 장식하는 것이니 줄무늬란 줄로 장식을 한 무늬다. 얼굴의 주름은 장식을 위해 줄을 새겨넣은 무늬인 셈이다. 그에 반해 주름이란 피부가 쇠하여 생긴 잔줄, 또는 옷감이나 종이의 구김살이다. 일부러 새긴 무늬가 아닌 피부의 노화로 생긴 줄이요, 원래 팽팽하던 피부가 구겨져 생긴 줄이 주름이다. 그러니 나이가 들면 절로 생기는 주름이라도 되도록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열심히 노화방지에 애쓰고 또 원치 않은 구김살이니 펴려고 갖은 애를 쓰는 것 아닌가.생각의 차이고 표현의 차이다. 나이들면서 저절로 생긴 주름을 무늬라고 치자. 눈가에 잘게 잡힌 눈주름은 실은 평생 열심히 보며 울며 웃으며 만든 웃음줄무늬이다. 또 나이들어 보이게하는 팔자 주름은 한평생 먹고 마시며 말하면서 입가 양옆에 새긴 무늬다. 그렇다면 두 눈썹 사이에 생긴 미간 주름은 걱정근심 고통을 이기며 참아서 만든, 미간에 새긴 세로 줄무늬이다. 돌아가신 엄마의 유난히 굵고 깊게 팬 이마 주름은 오직 자식을 위해 사셨던 극진한 모정의 삶이 새겨넣은 큰 가로줄무늬였던 셈이다. 이제부터라도 내 얼굴에 이런저런 자잘한 줄무늬를 새기려면 더 열심히 웃으며 말하며 살아야겠다 싶다. 아픔과 고난이 닥쳐도 지혜롭게 이기면서 미간과 이마엔 결고운 잔무늬를 새겨넣어야겠다. 손자의 재밌는 말 덕에 나의 남은 삶은 다시 더욱 여유로워질 터이다.

2023-07-19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허리는 우리 몸을 지탱해주는 신체의 중심으로 통증이 생기면 움직이는데 불편함이 크다. 실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약 800억 건의 국민건강보험 전국민 의료이용 통계 분석에 따르면 한국인이 흔히 걸리는 질병 순위에서 척추 질환 등으로 인한 요통이 1위를 차지 할만큼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는 질환이다.허리 통증은 이와 같이 가장 흔한 질환이지만 환자의 고통은 생각보다 크다. 허리는 아프면 걷고 움직이고 하는 일상생활 모든 것이 불편해지기 때문에 다른 부위가 아픈 것 보다 환자의 불편과 고통은 심하다고 할 수 있다.허리 통증은 간단하게 급성과 만성, 그리고 신경이 눌리는 증상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나눌 수 있다. 대부분은 일하다가 혹은 무거운 것을 들다가 허리를 삐긋 해서 왔다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급성 상태라 더이상 허리를 써서는 안 되며 즉시 안정을 취해줘야 한다. 치료는 즉시 통처를 찾아 습부항으로 피를 뽑고 약침과 침과 추나로 치료를 해야 한다. 통증이 너무 심해 걷지 못하는 경우는 일주일 정도는 매일 치료를 하고 절대 휴식을 취해야 한다. 심한 경우라도 급성염좌는 보통은 1~2주 열심히 치료하면 거의 다 회복하니 통증이 심하다고 너무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절대 안정을 하고 꾸준히 치료하면 회복이 빠른 편이다.만성 통증은 말 그대로 오랫동안 아픈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라 보면 된다. 아픈지 몇 년 되었고 꾸준히 아프긴한데 최근에 심해졌다 해서 오는 경우가 많다. 보통 40대 이상의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고 퇴행과 약간의 디스크가 같이 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요추 골반 고관절의 균형이 무너져 있는 경우가 많다. 치료는 급성과 마찬가지로 하면 되나 허리 복합체의 균형이 무너져 있어 추나를 꼭 같이 해서 허리 골반 고관절의 균형을 맞춰 주는 게 좋다. 일반적인 치료로도 충분히 좋아지니 상태에 따라서 치료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빠른 치료를 원하면 추나를 하면 된다. 허리 통증이 빨리 좋아지고 허리가 안정되면 허리 통증만 아니라 고질적인 무릎 통증과 발목 통증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제일 고통스러운 통증은 디스크나 협착증 좌골신경통 등의 신경 눌림 증상이다. 이런 경우는 신경이 눌려서 허리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의 뒤나 옆을 타고 저림이나 당김 방사통이 생긴다. 허리 장골(골반) 고관절이 복합적으로 틀려 있는 경우이고 거기에 디스크나 퇴행으로 인한 신경 눌림까지 있다. 심한 사람은 걷는 것도 힘들고 걸을 때마다 다리가 너무 당겨 파행이 일어난다. 허리가 아픈 것도 그렇지만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게 너무 힘들어 짜증이 난다고 표현을 할 정도로 환자는 고통스럽다. 치료는 추나를 기본으로 침과 부항 약침 한약 등을 이용해서 치료한다. 당장 걷기 힘들 정도가 아니곤 한달 정도 치료를 하면 일상 생활이 가능해진다.아주 심한 경우라도 허리는 휴식을 취하고 치료를 잘하면 대부분은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거의 다 회복된다. 심하지 않는 경우는 일을 하더라도 꾸준히 치료를 병행하면 대부분 좋아진다.

2023-07-19

경술일주

육십갑자 중 마흔일곱 번째는 경술(庚戌)이다. 천간(天干)의 경금(庚金)은 금(金) 기운 가운데 가장 세며, 지지(地支)의 술토(戌土)는 불타는 평원이다. 동물로는 하얀 개다.경술일주는 자기 주관이 뚜렷하며 냉정하나 내면은 온화하며, 정신적으로는 강한 성격의 소유자다. 마치 산 위에 불쑥 솟아오른 흰 바위 봉우리 모습으로 기상이 높고 변절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집념과 투쟁심이 매우 강한 일주다. 타고난 리더십으로 독립심이 강하고,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여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머리도 좋아 공부를 잘하며, 몸이 건장하여 운동에도 소질이 있다. 지성미의 매력을 풍기기 때문에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어 인기가 높다. 명예와 체면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명분 없는 일은 하지 않는 성격이다. 하지만 평소에 잘하다가도 한순간 성질을 못 참아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어 경계해야 한다.경술일주는 보름달이 떠있는 물상으로 풍류를 즐기고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며 감성적인 성격이다. 안으로는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동시에 성취욕도 강하여 성공한 경우가 있지만, 옹고집으로 독불장군이 되기도 한다. 그로 인해 만년에는 외롭고 고난에 빠지므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이와 같은 사례로 미국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의 ‘노인과 바다’가 있다. 늙은 어부 산티아고는 84일째 물고기 한 마리도 잡지 못한다. 그러나 오늘도 물고기를 잡으러 나간다. 긴 항해 끝에 청새치와 마주하게 되고, 며칠에 걸친 사투 끝에 잡게 된다. 하지만 상어 떼로 인해 뼈만 남은 물고기를 가지고 돌아온다. 그리고 노인은 사자의 꿈을 꾸며 잠이 든다.그는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라고 말한다. 늙은 어부를 통해 최악의 상황에서도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나이 들어 약해진 본인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헤밍웨이다.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단편소설 ‘킬리만자로 눈’에 나오는 표범처럼 강한 노인상을 산티아고에게 투영하지 않았을까. 이 소설 내용은 어느 작가가 아내와 함께 아프리카에서 우연한 사고로 괴저병에 걸려 다리가 괴사(壞死)해가는 이야기다. 죽음을 예감하며 느끼는 공포와 회한이 녹아 있다.첫 구절에 “킬리만자로는 5천895미터 높이의 눈 덮인 산으로, 아프리카의 가장 높은 산이라 한다. 서쪽 봉우리는 마사이어로 ‘신의 집’을 뜻하는 ‘은가예 은가이’라 불린다. 서쪽 정상 부근에는 말라 얼어붙은 한 마리 표범의 시체가 있다. 도대체 그 높이에서 표범이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아무도 설명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고 쓰고 있다.경술일주 남자는 추진력이 좋고, 독불장군 스타일의 지도자형이다. 관심이 많고 무슨 일이든지 혼자 해결하는 책임감도 뛰어나다. 여자는 남자를 건사할 만큼 힘과 욕망을 가지고 있다. 남자가 무능한 경우가 많으며, 착하고 조용한 사람을 선호한다. 남녀 공히 시원시원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 많다.경술일주의 술(戌)은 동물로는 백구(白狗)다. 개 술(戌) 기운으로 보면 하늘이 경(庚)을 치는데, 겁 없는 개(戌)가 홀로 맞이하는 격이다. 개는 전투견이거나 경비견 등 살벌한 기운을 가졌다. 평소에는 얌전하다가 화가 치밀면 칼을 휘두를 정도로 아주 무섭게 돌변한다. 마치 부조리한 꼴은 못보고, 다 쓸어버릴 기세다. 그러니 건드리지 말고 그냥 풀어두어야 한다.평소 말이 없고, 힘들어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슴에 품은 뜻은 아주 크다. 기본적으로 폭력성이 있어 끝내 재물도 얻고 성공도 하지만, 결국 상처뿐인 영광이다. 그러나 거친 인생을 살수록, 많은 경험 할수록 성장하는 타입이다.현대사회의 폭력성은 학교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소위 ‘학폭’으로 사회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소설가 전상국(1940-)의 소설 ‘우상의 눈물’은 새로운 학교 폭력을 다룬다. 고등학교 2학년 재수생 최기표는 악마의 자식이자, 폭력의 화신이다. 그에게는 독재자의 모든 특성이 남김없이 구비되어 있다. 담임은 기표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공부 1, 2등하는 형우에게 반장을 맡기고, 기표는 달래어 부반장을 시킨다.한 사건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반장 형우가 자발적인 부정행위로 최기표를 도운 것이 발단이다. 달라고 하지도 않은 떡을 주어 자신의 비위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전치 2주의 린치를 당한 형우. 이 일로 형우는 영웅의 길을, 기표는 몰락의 길을 걷는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형우의 복수는 겉으로 아주 감동적이고 아름답게, 속으로는 용의주도하고 치밀하게 전개된다. 담임선생의 침묵 하에, 기표는 가난 속에서도 지극한 효성과 뛰어난 의리를 지닌 것으로 묘사되면서 악마의 자식에서 졸지에 천사로 둔갑된다. 형우는 기표의 삶이 한 인간의 위대한 승리로 포장시켜 매스컴에 조명을 받게 한다. 이 미담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단계에 이른다. 마침내 영화사 제작팀이 찾아올 무렵에 기표는 홀연히 사라진다. 여동생에게 “무섭다. 무서워서 못 살겠다”는 글을 남긴 채.여기에 두 개의 폭력을 다루고 있다. 기표의 폭력은 드러난 물리적 폭력이다. 형우의 상처는 2주 동안의 입원으로 치유될 수 있지만, 담임선생과 반장 형우의 폭력은 진실과 호의로 가장했기에 폭력성이 한층 절망적이고 치명적이다. 기표처럼 악랄한 존재도 무력화시킨다. 기표가 “무섭다. 무서워서 못 살겠다”고 절규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우리는 타인을 알아가고 가까이 사귀어 신분을 공고히 하는 것을 사교 혹은 교제라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사회 속에서 타인과의 교제를 통해 자신의 순수성을 잃어간다. 심지어 비열해지기까지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강인해져야 한다. 타인의 주장이나 인간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본래의 자신을 지켜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언가를 버리는 단호함과 용기, 통찰력이 필요하다. 그런 자만이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고독 속에서 자신만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2023-07-19

눈(雪), 위에 길을 내다

배문경 수필가 “처지가 떳떳했으면 날이라도 좀 밝은 다음에 길을 나설 수 있었으련만, 그땐 어찌 그리 처지가 부끄럽고 저주스럽기만 했던지. 그래 할 수 없이 새벽눈길을 둘이서 나섰다. 시오리나 되는 장터차부까지 산길이 멀기는 또 얼마나 멀더라냐.”-이청준의 소설 ‘눈길’부분큰아들이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마지막 집마저 남의 손에 넘어갔을 때 집주인에게 부탁해서 막내아들이 돌아오면 마지막으로 밥을 먹이고 살던 집에서 잠을 재우려고 어머니는 아들 오는 날까지 쓸고 닦았다. 모든 재산을 다 잃고도 아들의 가슴에 남겨둔 자신의 집 한 채를, 기억 속에 심어둔 어머님의 심정을 알기에 사는 일이 척박할 때는 ‘눈길’을 떠올리곤 했다.친정어머니는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이 아니었지만 수완이 좋아 돈을 벌고 집을 사고 논을 샀다. 만물상회도 하고 곰탕집도 하고 방앗간도 했지만 화재로 전 재산을 잃고는 촌의 허름한 집으로 밀려와 온 식구가 같이 살았다. 그곳에서도 방을 만들어 세를 받았고 도랑에는 오리를 길러 중풍에 좋다는 오리 알을 팔았다. 자식들이 객지에서 미용실을 한다며, 양재학원을 한다며, 오토바이센터를 한다며 어머니의 돈을 계속 가져갔다. 돈이 필요하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만들어 보냈다. 내가 태어났을 때는 가세가 더욱 기울어져 막내인 내 학자금을 대줄 여건이 아니었다.투자된 돈은 나가면 다시 들어오지 않았고 집은 점점 빈곤해져갔다. 함석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요란했다. 어머니의 삶은 객지에서 성공하고 올 자식을 기다리는 망부석이셨다. 나는 연로하신 부모님과 유년을 보내야 했다.나또한 낯선 식당업을 시작했다가 모든 것을 잃었다. 그때 피붙이도 아닌 사람이 빈집을 내주었다. 그냥 집이 팔릴 때까지라는 단서만 붙은 상태였다. 초등학교를 다니지 않던 아이들과 시어머니와 부부가 같이 한 집에서 아웅다웅하며 살았다. 결국 몇 년 후에 아파트가 팔리고 우린 급작스럽게 같은 아파트에 있는 다른 집에 세 들어 살았다.지상에 많고 많은 집 중에 ‘나의 집’이 갖는 의미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자리를 차지했다. 한 채의 집을 갖는다는 것은 지구상에 나의 몸을 뉠 완전한 공간이 생기는 일이다. 자식이 자라는 만큼 집을 사고 그곳에서 성장을 바라보는 뿌듯함은 부족한 집을 좋은 집으로 바꾸리라는 염원은 커져갔다. 작은 아파트 두 개를 사서 살게 되었다. 고부간의 갈등도 다소 사라지고 여아와 남아를 따로 키울 수 있으니 좋은 점도 있었다.‘즐거운 나의 집’이란 노래가 있듯이 보금자리가 따뜻하고 안전해야 모든 것이 안정적이다. 아이들이 자라며 독립하게 되자 원룸을 빌리게 되고 매달 집값으로 나가는 금액이 수월치 않았다. 생각한 것이 아이들을 위해 집을 사서 조금씩 갚아나가자, 아이들은 스스로의 돈으로 원룸보다 넓은 공간을 활용하게 될 일이다. 내가 사는 집보다 넓은 공간을 아이들에게 줄 수 있다는 것이 조금은 뿌듯하다.이사에 대한 생각은 늘 해오던 것이지만 막상 저지르기까지 갈등은 깊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날뛰고 젊은이들이 이생에서 집 한 채 장만을 포기한다고 했을 때 즈음 집값이 폭락했던가. 마음을 내어 덤벼도 집값은 만만하지 않다. 아파트가격은 단단한 양파 속처럼 켜켜이 돈으로 뭉쳐져 여전히 부담되었다. 비어진 공간에 흰색 페인트로 곳곳을 칠했다. 벽지와 장판에 페인트자국이 묻어있어도 개의치 않아도 된다. 벽지와 장판이 새로 붙여지고 깔릴 테니까. 이전의 역사는 종이 뒤에 장판 뒤에 묻혀 질 테니 깨끗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살아온 날들의 힘듦과 절망과 눈물도 새 벽지나 새 장판처럼 새로운 것으로 바뀌어 즐거워진 삶으로 연결되면 좋겠다. 삶의 뒤안길에서 울먹임도 이젠 안녕하며 만사형통이 되면 좋겠다. 씻고 닦으면서 뭉클하니 기쁨이 묻어난다.어머니도 자식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듯 좋은 곳에서 우리형제를 키우고 싶었으리라. 이젠 어머니 나이가 된 내가 아이들에게 따뜻한 잠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지상의 작은 집 한 채, 눈길 속으로 뽀드득 발자국 소리를 내며 앞서 길을 내주는 일이다.

2023-07-19

재난대응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꿔야

피현진 경북부 재난의 범위는 다양하다 말할 수 있다. 겨울과 봄철에는 산불 등 불로 인한 재난이 많이 발생하고 여름에는 장마, 집중호우 등 물로 인한 재난이 많이 발생한다. 더욱이 최근 기상이변으로 재연 재해는 해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더 자주 광범위하게 발생한다.이렇다 보니 이제는 자연재해라고 부르기도 이상하다. 모든 것이 인재다. 고대 로마제국이나 우리나라 삼국시대 만들어진 고지대의 저수지와 깨끗한 생활용수를 이용한 수리시설을 보면서, 2천년이나 지난 지금 가뭄·홍수에 시달린다는 것은 모두 인간이 만든 재난이라는 생각이 든다.지난 13일부터 충청남부와 경북북부지역에 상당한 양의 물폭탄이 떨어졌다. 이로 인해 15일 경북북부지역에서 산사태와 불어난 토사에 휩쓸려 인명피해가 27명이나 발생했다. 이 중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도 5명이나 된다. 같은 날 청주에서는 지하차도에 갑자기 물이 들어차 14명이나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는 등 전국에서 50명에 달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국가적 대재앙이다. 더욱이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때 포항 인덕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7명이 목숨을 잃은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지하 공간에 물이 차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후진적 사고가 반복된 것이다.해마다 반복되는 풍수해는 골든타임에 현장에 출동해 기상예보와 재난관리 매뉴얼을 단계적으로 실행하지 않고 탁상에서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하차도 사고 역시 인접하천에 홍수경보가 내린 것을 알고도 상황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피해를 키웠다. 예보나 매뉴얼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는 매너리즘에 젖은 행정이 빚은 참사라는 생각이 든다.산사태의 경우도 정부 등에서 문자폭탄만 퍼부었지 어디로 어떻게 대피하라는 구체적 실행계획이 없었다. 위험하면 알아서 대피하라니 폭풍우가 몰아치는 한밤중에 안내도 없이 도대체 어떤 수단방법으로 피신하라는 것인지 황당한 일이다. 대부분이 고령자인 주민들이 전쟁터 같은 천재지변에서 각개전투를 하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들 대부분은 그동안 집이 가장 안전한 곳으로 알고 살아오신 분들이었다.여러 사고를 겪으면서 아직 기본적인 매뉴얼로는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송 지하차도의 경우 담당공무원들은 서로 책임을 회피하면서 매뉴얼 어디를 봐도 교통을 통제하라는 내용은 없다는 책임 회피성 주장만하고 있다.그러므로 이제는 재난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 기본적으로 200년 통계기준을 반영구적으로 전환하고 스마트기술 AI까지 동원해 천재지변을 예방할 수 있는 매뉴얼과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더 이상 원시적인 재난관리로 무고한 국민의 목숨을 잃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는 수량적인 재난관리 뿐만 아니라 수질적인 재난관리시대로 대전환이 필요하다. 백년에서 천년주기로 발생하는 자연재해라고 손놓고 있어선 안 된다. 지금부터라도 이번 재해를 반면교사로 삼아 차근차근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phj@kbmaeil.com

2023-07-18

사후약방문

우정구 논설위원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란 사람이 죽은 뒤에 처방전을 내놓는다는 뜻으로 “어떤 일이 지나간 다음 애를 써봐야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서양 속담에도 “말 도둑 맞고 마굿간 잠근다”는 표현이 있다.이달초 인천 검단신도시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지하주차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밤늦은 시간이라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사람이 많이 다칠 수 있는 아찔한 사고였다. 건교부의 정밀조사 결과, 이 공사는 설계부터 감리, 시공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부실로 판단됐다고 한다.이 아파트 공사를 맡은 GS건설은 공정률 67%인 1천666세대 공사를 부수고 재시공키로 결정했다. 회사 이미지를 위한 조치였지만 재시공에 따른 비용이 1조원에 이를 것이란 추정도 있다. 사후약방문이지만 회사는 기업 이미지 추락보다 논란을 종식시키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섰던 것이다.이런 경우는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적합하다. 그래야 다시는 소 잃는 일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폭우와 태풍 등으로 해마다 수많은 수해가 반복 일어나고 있지만 그 고리가 끊어지질 않는다. 자연재해란 점에서 불가피한 부분도 있으나 상당부분은 인재가 원인이다. 폭우로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오송 지하차도는 인근 제방관리와 도로통제만 잘했어도 인명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인재가 빚은 비극이다.아동학대 방지와 취약계층 아동보호를 위한 입법이 사고가 난 뒤에 국회에서 입법 소란을 떠는 것이나 반지하주택에 물이 차 인명사고가 난 뒤 그제서야 건축이 전면 금지되는 것 등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었다. 이 모든 것이 사후약방문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7-18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거는 기대

심충택 논설위원 최근 온라인 과외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사람을 죽여 보고 싶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해 여러모로 우리사회에 충격을 줬다.정유정의 동창들은 “말이 없고 혼자 다녀서 반에서 존재감 없는 친구였다”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걸어도 잘 받아주지 않았다”는 증언을 했고, 범죄심리학자들은 정유정을 은둔형 외톨이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정유정의 휴대전화 속에는 단 한 명의 친구 이름이나 통화 내역도 없었다. 철저하게 사회에서 소외된 외톨이였다. 정유정은 고등학교 졸업 후 취직 준비를 했지만 특별한 직업 없이 5년간 무직으로 지냈다.정유정은 은둔형 외톨이가 얼마나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인지를 말해주고 있다.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이번주부터 다음달 말까지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전국 단위 첫 실태조사에 들어간 것은 잘한 일이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지금 심각하게 증가하고 있는 청년들의 고독사와도 연결된다. 정부는 우선 8월 31일까지 이러한 청년 5천명을 찾아 고립·은둔의 계기, 고립기간, 은둔 양상 등을 파악해서 해법을 모색해 보기로 했다.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사회에는 고립·은둔형 청년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가 아니더라도, 주위를 돌아보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현상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비대면 문화를 확산시켜, 1인가구 청년들을 더욱 고립시킨 경향이 있다. 사회에서 고립된 은둔 청년들은 저마다 가족관계 단절이나 진학·취업 실패, 학교·직장 부적응 등 온갖 안타까운 사연을 안고 있기 마련이다. 밖에 나가면 사회로부터 무시당할 것이 두려워 방안에 숨게 되는 것이다.우리나라는 지금 이러한 사회병리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갈수록 혼인율과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은둔형 청년의 증가는 특히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직결돼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청년기는 성인기로 나아가기 위해 교육과 직업훈련이 이뤄지는 중요한 시기인데 교육과 고용의 단절은 만성적 실직, 빈곤, 건강 악화, 고독사 같은 또 다른 사회문제를 낳는다.은둔형 청년 문제는 이제 두고 볼 수 없는 사회현안이 됐다. 청년시절의 고립과 은둔은 장년, 노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선제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현재 실태조사를 하고는 있지만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사회와 단절된 채 집 안에 고립돼 있던 청년들이 정부조사를 받아들이며 문을 열고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성을 가진 조사인력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성과를 내는 관건이 될 것 같다.정부는 이번 기회에 가능한 한 많은 은둔형 청년들을 찾아내 그들이 왜 우리사회의 이방인이 됐는지, 그 이유와 삶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을 사회로 흡수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원해야 한다. 관련 업무에 인력을 증원하고 예산도 투입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은둔형 청년들에 대해 지원을 하는 곳도 있지만, 중앙정부가 컨트롤타워가 돼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짜야 한다.

2023-07-18

드라마 같은 노래

요즘 대중가요 노랫말은 비문학적 말장난 투성이다. /언스플래쉬 “몰랐었어, 나를 용서해. 요즘 네가 술에 기대어 말 못하고 아파했던 이유가 나인 줄은 몰랐어. 한동안 넌 사랑을 하고 이별한 걸 알았기에 너를 떠난 그 사람이 그리운 그 탓인 줄 알았어. (…) 날 사랑한다고 지금까지 왜 말 못 했어. 나 얼마나 그 말을 기다려왔는데. 그래 늦지 않았어. 미안하단 말은 하지 마. 이제 시작해. 우리 사랑을 위해.”며칠 전 운전하며 집에 가는데 라디오에서 녹색지대의 옛 노래 ‘그래 늦지 않았어’가 흘러 나왔다.비도 자분자분 내리고, 비에 젖은 네온사인 불빛들이 알록달록 글썽거리는 밤의 낭만에 취해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노래를 목청껏 따라 불렀다. 그러다 문득 ‘요즘은 왜 이런 노래 가사가 없지?’하는 생각이 들었다.상호 호감이 있던 남녀가 바보 같이 서로의 마음을 모른 채 친구처럼 지내다가, 뒤늦게 사랑인 걸 알고 “그래 늦지 않았어” 외치는 노래다. 4분짜리 짧은 노래를 들었는데 16부작 미니시리즈 드라마 한 편을 본 것 같다. 가사 한 마디마다 서사가 있고 장면이 있다.“술에 취한 네 목소리, 문득 생각났다던 그 말. 슬픈 예감 가누면서 네게로 달려갔던 날 그 밤. 희미한 두 눈으로 날 반기며 넌 말했지. 헤어진 그를 위해선 남아있는 네 삶도 버릴 수 있다고. 며칠 사이 야윈 널 달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지막까지도 하지 못한 말 혼자서 되뇌었었지. 사랑한다는 마음으로도 가질 수 없는 사람이 있어. 나를 봐, 이렇게 곁에 있어도 널 갖지 못하잖아.”이 노래는 또 어떤가? 한국 대중가요 불후의 명곡이라고 생각하는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다. 추운 겨울밤, 짝사랑의 대상인 ‘너’가 술에 취해 전화를 건다. 생각났다고, 보고 싶다고. 쿵쾅거리는 가슴 안고, 허연 입김을 뿜으며 술집으로 달려가 마주 앉았더니 그녀는 개차반인 전 남친 얘기만 한다. 우는 모습을 보자니 가슴이 찢어진다. 한 편의 멜로 영화다.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핸드폰을 가졌는데, 그때 대리점에서 뒷 번호 네 자리를 의미 있는 숫자로 하라고 해서, 자주 가서 부르던 우리 동네 만남노래방 금영코러스 ‘가질 수 없는 너’ 3668로 한 게 아직까지 내 전화번호다.“사랑한다는 마음으로도 가질 수 없는 사람이 있어” 어릴 때부터 이 노래를 좋아했는데, 마흔이 되도록 이 노래대로 살줄은 몰랐다.“머리를 쓸어 올리는 너의 모습. 시간은 조금씩 우리를 갈라놓는데 어디서부턴지 무엇 때문인지 작은 너의 손을 잡기도 난 두려워. 어차피 헤어짐을 아는 나에겐 우리의 만남이 짧아도 미련은 없네.(…) 멈추고 싶던 순간들 행복한 기억,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던 너를 이젠 나의 눈물과 바꿔야 하나. 숨겨온 너의 진심을 알게 됐으니.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날 보는 너의 그 마음을 이젠 떠나리. 내 자신보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널 아끼던 내가 미워지네.”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 사이’다. ‘남녀 사이에 친구는 있다 혹은 없다’는 영원한 화두를 우리에게 늘 던져주는 노래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친구 사이지만 미묘한 긴장 관계에 있는 두 남녀가 사랑이 깊어져 연인이 되면, 언젠가 이별의 순간 친구로마저 지낼 수 없게 될 것을 두려워한다는 내용이다. 2절에 “연인도 아닌 그렇게 친구도 아닌 어색한 사이가 싫어져 나는 떠나리”를 따라 부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단 몇 줄의 노래 가사인데도 가사에 없는 수많은 장면들, 벚꽃부터 첫눈까지 두 사람이 나눴을 우정 또는 사랑의 추억들, 서로를 바라보는 애틋한 표정이 그려진다.프랑스 철학자 리오타르는 포스트모던 사회에서는 서사가 사라지고 파편적인 작은 이야기들만 남는다고 말했다.장편소설이 점점 자취를 감추는 문학의 풍조도 시대적 현상이다. 현대사회는 찰나의 감각적 도취, 말초적 자극, 일회성 흥미로만 가득하다.그래도 90년대까지는 노랫말도 문학이었는데, 요즘 대중가요 노랫말을 보면 뜻을 알 수 없는 의성어, 조어, 외국어, 심지어 욕설까지 온갖 비문학적 말장난 투성이다. 내용을 정서적으로 ‘전달’하는 것보다 비트와 멜로디를 직관적으로 ‘투척’한다.아아, 영화 같은, 드라마 같은 노래 어디 없을까? 노래의 주인공이 되어, 애절한 발라드풍의 연애 한 번 해보고 싶다.

2023-07-18

우울 유리병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고 고된 일상이라면 우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처음 누군가에게 우울감에 대해 토로했을 때 그는 나에게 마음이 약해지지 않기 위해선 그 누구보다 부지런히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만원 버스를 타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장에 가서 그들이 일구어내는 땀과 피로 가득한 삶의 현장을 똑똑히 지켜보라고, 우울은 인생을 안일하게 대할 때 따라오는 것이고 그러니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는 당부를 또박또박 힘주어 내게 말했다.그 긴 이야기를 듣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잘 이해했다는 제스처를 취했으나 결국 나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인생의 중대한 비법을 털어 놓는 것처럼 은근히 상기되어 있는 타인의 기분을 맞춰 주느라 필요 이상으로 눈을 반짝이는 척 했던 나의 모습에 작은 분노가 일렁였다. 더는 누군가에게 이런 피곤한 질문은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주먹에 힘이 실렸지만 모든 게 피로해졌고, 결국 다시 우울이라는 이불을 덮고 무력감에 빠졌다.흔히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깊은 슬픔에 빠져 온종일 눈물을 흘린다거나, 바깥세상과의 단절을 자처하거나, 엉망인 꼴을 하며 하루하루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울증은 그렇지 않다. 온 힘을 다해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도, 말끔하게 차려입은 사람도, 사랑하는 이들이 곁에 있어도, 인생에 정말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있어도 우울은 자연스레 따라 붙는다. 태어날 때부터 지어 입은 오래되고 낡은 옷처럼 늘 아주 가까이 붙어 있다.그러니 별 수 있는가. 어쩔 수 없이 나는 이 옷을 입고 우울과 친하게 지내려 애쓰며 살아간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선 고생했다며 나를 씻기고, 밥을 만들어 먹고, 흥미로움을 느끼기 위해 무언가를 보거나 읽는다. 새로운 취미를 생기는 것에 대한 열망이 가득해서 보석십자수도 하고 뜨개질도 배운다. 사랑하는 이들을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는 강의를 듣거나, 새로운 사람들과의 대화에도 끼어 본다. 어느 하루는 이 정도면 괜찮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또 다른 하루는 이 모든 애씀이 발버둥처럼 느껴질 만큼 우습고 지루해진다.우울이 없는 정상적인 삶의 압박에 시달리며 괴로워하지만, 그 괴로움 속에서 삶은 결코 단순하고 명쾌히 굴러가지 않는 다는 걸 안다. 어떤 삶이든 인생은 평범한 즐거움만을 느끼며 살 수는 없고, 이성적인 계산과 행동, 의지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인생의 굴곡은 누구나 있기 마련이라고. 그러니 우울로 지은 옷을 입는 나를 이제는 필요 이상으로 가엽게 여기지 않고, 이해 받지 못한다고 타인에게 분노를 느끼지도 않는다.최근엔 우울과 친해질 수 있을까 싶어 자괴감에 빠질 때마다 눈에 보이는 종이에 우울의 이유를 적어 유리병에 담아두고 있다. 유리병은 불투명한 유리 재질로 속이 훤히 보이지 않고, 꽤나 두께가 두터워서 묵직한 편이다. 뚜껑은 단순히 덮여 있는 게 아니라 다소 열기 힘든 까다로운 구조로 되어 있어 여닫기가 불편하다. 때문에 반쯤 열어 책상 위, 잘 보이는 곳에 뒀다. 그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든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요즘은 그래서 기분에 대해 많이 기록하고 있다. 지금 어떠한 종류의 우울을 느끼고 있는 지에 대해 골똘해지고, 종이에 쓰는 순간 우울을 더욱 자세히 파악하게 된다. 종이를 반으로 접어 유리병에 넣을 때엔 무겁고 눅눅했던 기분이 조금 덜어지곤 한다.어느 날은 유리병 속 쌓여 있는 우울을 꺼내어 본다. 종이를 열어볼 때마다 들쭉날쭉 쓰인 지난 우울이 드러나고 그것을 다 읽고 나면 생각보다 힘없는 우울의 모습에 깜짝 놀란다. 우울의 색은 어느샌가 옅어져 있고 날것으로 퍼덕이던 힘은 시들해진 채 홀쭉히 놓여 있다. 그것이 퍽 안심이 된다.기분이 조금 정리가 된다면 그제야 몸을 움직여 운동을 한다. 힘을 반복되게 실어 울적함을 밀어 넣고, 운동이 끝나면 얼음 띄운 물을 마시며 성취감을 온 감각으로 느낀다. 찬물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인스타그램, 유튜브, 넷플릭스를 거치는 콘텐츠 유목민 생활을 하다 잠이 든다.새로운 아침. 우울은 정해진 크기나 깊이가 없어 언제, 어떻게, 얼만큼 앓을지 쉽게 가늠할 수 없지만 그래서 삶을 더욱 겸허히 살아가게 되고, 나는 얼마만큼 작으면서 또 얼마나 거대한 사람인지를 자꾸만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

2023-07-18

기후 위기는 현실이다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미국 국립환경예측센터(NCEP)가 2023년 7월 4일이 1979년 위성 관측 이래 지구 평균기온이 가장 높은 날이라고 발표했다. 불과 하루 전인 7월 3일에 17.01℃로 최고 기록을 기록했으나, 하루 만에 17.18℃로 다시 바뀐 것이다. 문제는 2023년에 더 더운 날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인류는 한 번도 가지 못한 미지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지금 인류가 만나고 있는 이례적인 기후 현상은 몇 해 전부터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2020년 초 호주의 대형 산불로 희생당한 코알라와 캥거루의 사진은 우리를 안타깝게 했다. 2021년 서유럽, 특히 독일이 홍수로 큰 피해를 겪었으며, 2022년 방글라데시는 100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홍수로 수십 명이 사망하는 비극을 겪어야 했다.당연히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지난 5월, 해외 IT업체의 7월 한국에 사흘을 빼고 모두 비가 내린다는 기록이 널리 공유된 바 있다. 그리고 7월이 절반 이상 지난 지금, ‘장마 괴담’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여기서 정확히 사흘을 빼고 비가 모두 왔느냐를 따지는 것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이상 기후로 한국의 7월에 예년과 다르게 비가 지속되고 우박이 동반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주 전국적인 호우로 도로가 붕괴하고 제방이 유실되어 시민들이 긴급대피하고 안타까운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우리는 이미 작년의 집중 호우로 안타까운 목숨을 잃는 경험을 한 바 있다. 똑같은 일이 더 큰 규모로 올해도 반복된 것이다. 기후 위기는 우리 삶을 통째로 뒤바꾸는 사건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여전히 기후 문제를 피부로 실감하지 못한다. 왜 그럴까? 당장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진학이나 취업, 연봉 인상 등 경제적인 문제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론은 늘 개인이 자신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재난 영화의 논리로 수렴된다.2020년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치고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경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기업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가진 주체로 변화하고 있다. 대학도 예외가 아니어서 ‘ESG 대학’을 실천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 이런 움직임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ESG 경영은 성장 중심의 정책을 보완하는 것으로 문제의 본질은 외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기후 위기는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이 만든 결과이다. 뒤집어 말해서 기후 위기를 막아내려면 성장을 목표로 하는 경제의 방향성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탈성장은 불필요한 생산을 줄이고 다른 존재와의 근본적인 친밀함을 회복하는 것이다. 성장 중심의 경제가 만든 위계와 경쟁의 구도를 생각한다면, 탈성장이 가지는 문제의식이 가지는 함의를 파악하기 어렵지 않다.기후 위기는 생존을 위협한다. 더 많은 생명을 잃기 전에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

2023-07-18

폭우의 경고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폭우 피해가 심각해 안타깝기만 하다. 전국 곳곳이 기습적인 폭우와 산사태, 제방 범람 등으로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초래해 애타는 가슴이다. 물폭탄 같은 집중호우가 사정없이 쏟아지니 온전한 곳인들 어디 있었으랴. 난데없는 수마의 할큄으로 국토가 신음하고 국민의 시름이 깊어지니 이 무슨 날벼락 같은 변고란 말인가. 절망이란 불청객과 같다지만, 전혀 예기치 못한 순식간 자연재난의 불청객치고는 갈수록 과격하고 빈번해지는 추세니 망연자실할 따름이다.포항이나 경주 등 인근지역에서는 작년 9월초에 들이닥친 태풍(힌남노)의 막대한 피해를 겪어본 터라 간담이 서늘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상이변은 지역을 막론하고 예고없이 돌변하기도 하고 영향범위나 피해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심각해지는 양상을 띠고 있기에, 철저한 준비와 선제적인 대응만이 최선의 방책이 아닐까싶다. 변화무쌍한 자연현상에서 비롯되는 천재(天災)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응태세와 방재시스템의 체계적인 관리·과학적인 운영에서 비롯되는 실책이나 인재(人災)가 있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음산한 구름떼/회오리에 휘감겨//비바람 사정없이 마구마구 쏟아지고 휘몰아쳐/땅과 하늘이 할퀴고 소스라치니 골(谷)과 내(川)가 요동치고/…./적시고 파고들어 불어나 넘쳐 둥둥 떠서 여지없이 휩쓸려 떠내려가는/과욕의 부유(浮遊)같고 오욕의 민낯 같은 잡동사니의 난무(亂舞)-//삼킬 듯 날름거리는/황토빛 하류의 혀’ -拙시조 ‘下流’ 전문하천 범람이나 제방 유실 등의 물난리는 물길이 모이는 하류지역에서 주로 발생되지만, 최근에는 기록적인 폭우로 순식간에 불어난 물이 급류를 타고 흐르다가 약한 제방이 터지면서 중·상류지역에서도 많은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이번 충북 오송의 지하차도 참사 역시 폭우로 인근 미호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흙탕물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는데도 긴급통제 미실시, 제방관리 부실 등의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논란 속에 전담 감찰팀이 조사 중에 있다. 수년 전 부산지하차도 침수사고도 있었지만, 반복되는 유사사례는 과연 안전불감증인지, 수해대처 미흡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경북에서 가장 많은 인명·재산피해가 난 예천군의 수해현장은 비참하기만 했다. 도로가 종이처럼 접히고 수백톤의 바윗덩이가 마을까지 덮쳤는가 하면, 산사태로 대대로 살아온 집들의 형체가 없어질 정도로 초토화돼버려 아연실색할 따름이었다. 또한 예천군의 산 속에서 유명 ‘자연인’으로 살아가던 부부나 귀농·귀촌하여 ‘인생 이모작’을 살아가려던 꿈은 산사태에 휩쓸려버려 안타까움을 더했다. 기습적인 폭우가 이어지고 삼킬 듯한 급류와 한밤 중에 들이닥친 산사태에 속수무책으로 참변을 당해 씁쓸하기만 했다.무참한 수해현장과 참혹한 인명피해까지 몰고온 가증스런 폭우는 과연 기상이변의 경고인가, 기후위기의 암시인가. 어쩌면 기후위기의 다른 이름이 ‘기습 폭우’라면 우리는 자연환경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고마우면서도 무서운 자연과의 동행을 언제까지 위태위태 계속 해야하는 걸까?

2023-07-18

‘산사태위험지도’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연구본부장 지난 7월 13일부터 16일 오후 6시 현재까지 충청권과 전북, 경북권 내륙에 300~570mm의 극한의 집중호우가 내렸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등에 따르면 16일 오후 6시 현재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37명으로 파악됐다. 경북에서 19명, 충북에서 13명, 충남에서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실종자는 9명, 부상자는 35명이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경북 포항에서 하천 범람과 아파트 지하 주차장 침수로 7명이 사망한 데 이어 이번에는 영주시와 예천군 등 경북 북부지역에서 산사태로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했다.충북 청주시 궁평 제2지하차도가 인근 미호강에서 유입된 물에 잠겨 지나던 차량 15개가 지하차도에 고립되어 사망자가 9명 발생하였고 많은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될 것이 우려된다.작년 포항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사고와 유사한 사고가 재발한 것이다. 이제 겨우 7월 중순인데, 벌써 지난해 집중호우 인명피해 규모를 훨씬 뛰어넘고 있고, 사망·실종자가 12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으로 올라갔다.이번 집중호우의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한반도에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유입되었고, 장마전선과 저기압을 만나 집중호우로 한반도에 쏟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 원인물질인 온실가스의 대기중 농도가 극적으로 감소하지 않은 한 기후변화가 진행되어 이번처럼 500년 빈도를 훌쩍 뛰어넘어 1천년 빈도에 근접한 집중호우가 계속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결국 우리는 앞으로 계속 반복될 극한의 기후재난에 현명하게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국민재난안전포털(www.safekorea.go.kr)에서 제공하는 자연재난 행동요령의 산사태 부문을 살펴보았다. 여름철 우기 및 태풍 전에 산사태 취약지역 주민은 대피장소를 확인하고, 잡목 및 배수로 등을 정리하며, 산사태 단계별 행동요령 및 비상연락처를 사전에 숙지할 것을 권고한다.태풍과 집중호우 시에는 방송, 인터넷, 모바일 등을 통해 기상예보 및 위험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PC의 ‘산사태정보시스템’(sansatai.forest.go.kr) 또는 모바일앱 ‘스마트산림재해’를 통해 산사태 주의보·발령 지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라고 권고한다. 대피명령이 발령되면 지정된 대피장소나 마을회관, 학교 등 산지로부터 떨어진 안전한 곳으로 반드시 대피하고, 대피 시 산사태 발생방향과 수직방향의 가장 가까운 높은 곳으로 이동하라고 권고한다. 차량 운행 시에는 저속 운행하고 안전거리를 확보하며, 산사태 발생상황을 확인한 경우 즉시 신고하라고 권고한다.이처럼 산사태 행동요령은 대체로 이해하기 쉽고 잘 숙지하면 될 것 같으나 민방위 훈련과 같이 평소에 모의훈련을 하지 않으면 행동으로 바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산림청의 ‘산사태정보시스템’에 들어가 이번 경북 북부지역 산사태 피해지역을 살펴보니 ‘산사태위험지도’에 위험등급 지역이 많이 분포하고 있어 미리 대비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크다.

2023-07-17

산사태, 천재지변(天災地變)인가?

홍석봉 대구지사장 빗물이 스며들어 무거워진 토층이 암반경계면을 따라 일시적으로 흘러내리는 재해가 산사태다. 건물과 차량 등이 파괴돼 재산 및 인명피해를 발생한다.우리나라의 산사태는 주로 집중호우가 내리는 시기인 6월에서 10월 사이에 발생한다. 장마와 태풍이 주원인이다. 외국엔 지진이나 화산폭발 시 산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공사현장이나, 주택가 옹벽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산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다양한 징후가 먼저 나타난다. 하지만 산사태 징후를 발견하고 비탈면이 무너질 때까지는 시간이 매우 짧아 대비가 쉽지 않다. 징후를 알아차리는 즉시 대피해야 한다.대표적인 징후가 작은 돌이 떨어지고 비탈면에 균열이 생기며 흙탕물이 나온다. 큰 인명피해를 낸 예천 산사태의 경우 주민들이 산이 울었다고 했다.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2~2021년) 국내에서 모두 2천603ha의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별로는 8월 1천271ha(48.8%)와 9월 644 ha(24.7%)가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영남 912ha(35.0%)와 중부 677ha(26.0%)에 피해가 집중됐다.2002년 태풍 ‘루사’ 때는 2천705ha의 면적에 산사태가 발생, 35명의 인명피해를 입었다. 복구비만 2천994억원에 달했다.이번 산사태는 집중호우가 원인이다. 1천년에 한 번 쏟아질 정도의 집중호우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300mm의 비가 더 내릴 것이라는 예보다. 당국은 사방댐 건설 등과 함께 산사태 발생지역 예찰 강화와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 천재지변이라지만 방비만 잘하면 얼마든지 피해를 줄이고 막을 수 있을 터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