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불법조업 중국 어선 막을 길 없나

우리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의 선원이 한국 해경이 쏜 고무탄에 맞아 숨지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해경은 16일 오후 3시10분께 전남 신안군 홍도 북서쪽 90㎞ 해상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들을 발견해 단속에 나섰다. 중국 선원들은 해경이 배 위로 올라설 수 없도록 쇠꼬챙이 수십 개를 박고, 쇠톱과 칼 등 흉기를 휘두르며 격렬하게 저항했다고 한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해경은 진압 장비를 이용해 중국 어선 2척과 선원을 나포했으며, 격렬한 진압과정에서 중국 선원 장모(44)씨가 가슴에 비살상용 고무탄을 맞고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경은 장씨를 헬기로 긴급 후송,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끝내 숨졌다고 밝혔다. 참으로 애석하고 불행한 일이다.해경은 중국 선원들이 극렬하게 저항, “단속 대원의 생명에 위협을 느껴 진압장구를 사용했다”고 한다. 비살상용 고무탄이었지만 불운하게도 가슴을 정통으로 맞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둘러싼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08년 목포 흑산도에서 중국 어선 단속에 나선 박경조 경위가 중국 선원의 흉기에 찔려 사망했고, 2010년엔 군산 어청도에서 중국 어선이 우리 해경 경비정을 들이받아 중국 어민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2011년 12월엔 인천 소청도에서 이청호 경장이 극렬하게 저항하던 중국 선원에게 피살되는 참사가 있었다. 이런 뼈아픈 참사에도 불구하고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과 우리 해경의 단속, 중국 어민들의 격렬한 저항 등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비극이 반복되는 1차적인 이유는 중국 어선들의 끊이지 않는 불법조업에 있다. 다른 나라 어선이 자국 수역에 들어와 불법으로 고기를 잡는다면 그냥 두고 볼 나라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당연히 법 집행에 나서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처벌을 가하는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중국 어선들의 우리 해역 불법조업은 끊이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우리 해경의 정당한 법집행에 각종 흉기를 동원해 맞서고 있어 양측간 인명피해가 나고 목숨을 잃는 불상사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런 비극을 막으려면 중국측이 불법조업을 근절하려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 측도 혹시나 진압 과정에서 잘못 대응한 점은 없었는지 면밀히 조사해 문제점이 있다면 즉각 개선해야 한다. 아무리 정당한 법집행이라 해도 인명이 살상되면 상대국의 여론은 나빠지게 마련이다. 우발적인 사고 때문에 우리의 정당한 법집행이 매도당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단속과정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주길 바란다.

2012-10-18

구미 불산 사고 환경당국 대응 실망스럽다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당시 환경 당국이 인근 지역의 2차 피해를 예상하고도 뒤늦게 `심각경보` 발령을 하는 등 위기대응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고, 상황접수도 늦게 이뤄진 사실이 국감에서 뒤늦게 드러났다.대구지방환경청이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김경협(부천원미갑)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구미국가4산업단지 화공업체에서 불산가스가 누출된 지 6시간47분이 지나서야 심각경보를 발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이 공개한 사고조치 상황기록을 보면 환경 당국은 불산가스 누출이 인근지역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오후 8시20분 주민대피령을 내렸고, 동시에 발령해야 할 사고단계 심각경보는 1시간10분이 지난 오후 9시30분에야 이뤄졌다. 즉각 대응태세에 돌입해야 하는 심각경보의 발령을 늦췄고, 아무런 근거 없이 5시간만에 심각경보를 해제해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또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민주통합당 홍연표(인천 부평을)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는 구미시청은 사고 발생 8분만에 상황접수가 이뤄진 반면 대구환경청은 1시간15분이 지나서야 상황을 접수했으며, 사고현장에 환경 탐지 특정장비가 있었는 데도 이를 활용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홍 의원은 “대구지방환경청에서 작성한 `화학사고 상황 보고`를 보면 최초 상황접수를 사고 당시 오후 4시58분께 구미경찰서로부터 상황접수를 받아 오후 5시5분께 환경부에 상황보고했다”며 “하지만 소방방재청에서 작성한 상황보고서를 보면 사고발생 37분만인 오후 4시20분께에`B/H 및 행안부 등 유관기관(환경부) 상황 FAX통보`했다”고 밝혔다. 특히 사고 현장에 도착한 대구환경청 출동차량에는 9억원 상당의 환경과학원 차량에 있는 간이측정장비(보호복, 공기호흡기, KITAGAWA 검지관, pH페이퍼 등)와 동일한 탐지측정장비를 갖추고 있었으나, 제대로 측정을 하지 못한 사실도 드러났다.국감에서 드러난 환경당국의 안전사고 대응능력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위기대응 매뉴얼대로 사고단계 심각경보만 동시에 발령했더라도 상당한 부분의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사고현장에 출동한 차량에 탐지측정장비를 갖추고도 제 역할을 못해 현장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니 평소에 실시했다는 화학테러 모의훈련이 무색하기만 하다.정부당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독성 화학 물질 관리·화학 물질유출 사고 발생시 대처매뉴얼 정비 등을 포함해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에 총력을 다해주길 바란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정부가 큰 사고에 미숙하게 대응해 비난을 듣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랄 뿐이다.

2012-10-17

공공기관 `낙하산`인사가 부실을 자초

상급 부처나 외부 출신들이 공공기관장 자리를 꿰차는 관행이 여전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공공기관 286곳 중 약 30%에 달하는 82곳의 기관장이 주무 부처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처별로 보면 농림수산식품부(80%), 금융위원회(60%), 고용노동부(50%), 보건복지부(44%) 등이 평균치를 웃돌 정도로 심하다. 또 산하기관과 유관 협회가 많은 지식경제부에서는 퇴직한 후 기관장을 2~3번까지 하는 공무원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다른 부처나 정치권 출신도 틈만 나면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 자리로 밀고 들어온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칙없는 보은인사가 도마 위에 오르지만 그 때 뿐이다.공공기관 CEO 가운데 상급 부처 공무원을 포함한 전체 외부 출신은 233명으로 81.5%에 달한다. 내부출신은 고작 17.5%인 50명 뿐이다. 이들 중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대학병원 14곳의 병원장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내부 출신은 36명에 불과하다. 낙하산식 인사는 무사 안일주의와 냉소주의의 자양분이 될 뿐이다. 부적격자를 막기 위한 공공기관장 공모제도가 있기는 하나 유명무실하다. 오히려 낙하산 인사에 활용되고 있다. 지난 7월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선임과정이 대표적인 파행사례다. 금융위원회는 퇴임 기자회견까지 마친 안택수 이사장을 재연임시키고, 임원추천위가 이사장 후보로 추천한 3명을 모두 낙마시켰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정부부처 출신들이 전문성을 살려 산하기관을 잘 운영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현실은 부정적이다. 공공기관이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로 중병을 앓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작년 말 286개 공공기관의 총 채무는 464조원에 달한다. 3년 사이 100조원 넘게 불어나 국가부채보다도 더 많다. 부채비율은 거의 200%로, 국내 상장기업들의 두 배 수준이다. 일단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빚더미 속에서 성과급 잔치를 벌여 국민적 불신을 키운바 있다.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하면 영락없이 부실 경영사례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문제다.공기업들의 부실·방만경영은 낙하산 인사에 그 출발점이 있다. 상당수 인사가 전문성이나 경영능력과 무관하게 기관장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전문성이 없다보니 노조와 타협하고, 구조조정은 나몰라라 한다. 정치권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사들이 특정 대선 후보를 도왔다는 공로 등으로 공공기관장 자리를 꿰차는 일은 하루 속히 개선돼야 한다. 부처 공무원이 산하 기관장을 맡을 때도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철저히 심사해야 한다. 또한 능력 있는 내부 인사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줘야 한다. 아울러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를 지금보다 더 엄격히 해 무능력자를 과감히 퇴출시켜야 할 것이다.

2012-10-17

포스코, 지역 발전에 좀더 관심가져야

포스코가 본사를 두고있는 포항지역 발전에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 1968년 4월 열연 및 후판제품, 전기강판 등을 생산하는 포항종합제철로 설립된 뒤 지속적으로 성장해 이제는 시가총액만 30조원, 매출액 32조6천억원(2010년 현재)에 이르는 글로벌 철강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다.그런 포스코가 최근 포항에서 열리는 `포항스틸아트 페스티벌`에 별다른 후원을 하지 않아 눈총을 받고있다. 포스코의 후원 외면으로 스틸아트페스티벌은 정부지원금 5억원과 시비 5억원, 도비 2억원 등 모두 12억원의 지원금만으로 지역 예술인들이 운영위원회를 조직해 꾸렸다고 한다.지난 13일 오후 포항 동빈내항 해상무대에서 막이 오른 스틸아트페스티벌은 앞으로 한 달간 일정으로 환호해맞이공원 전시를 시작으로 북부해수욕장, 동빈내항에 이르는 아트웨이에 50여점의 스틸조각 예술품들을 전시해 도시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게 된다. 포스코는 운영위원회의 후원요청에 대해 영업실적 부진을 이유로 작품 6점을 기증한 게 전부였다고 한다.포항에서 스틸 아트페스티벌이 열리게 된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세계적 철강기업 포스코가 포항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포스코의 후원 외면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세계 최초로 철과 지역의 문화, 철학을 융합한 21세기 신철기시대(Neo-iron Age)를 여는 스틸축제라는 취지를 생각하면 포스코가 먼저 기획해 만들어야 했을 행사가 아니냐며 포스코의 지원외면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포스코가 포항지역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있는 지를 반영하는 또 다른 사례는 바로 포스코플랜텍과 성진지오텍간 통합으로 인한 통합법인의 본사 포항 이전건을 둘러싼 포스코의 태도다. 포스코는 지난 10일 울산 성진지오텍에서 이사회를 열고, 통합법인의 포항이전안을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이사회 자체를 무기연기하고 말았다.이사회가 연기된 배경은 두 회사의 통합과 본사 이전문제를 놓고 울산과 포항지역의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는 데, 포항시는 물론이고 포항시의회, 포항상의 등 포항지역 관계와 경제계 모두가 한 목소리로 성진지오텍 본사의 포항이전을 요청한 이후의 결정이란 점을 생각하면 씁쓸하기 짝이 없다. 울산과 포항의 여론이 대립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올해 안에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포스코 관계자의 설명이다.이래서 포스코가 본사 소재지인 포항지역 발전에 소홀하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비록 포항지역이 포스코란 글로벌 기업의 그늘아래 경제가 움직이긴 하지만 포스코 역시 포항지역을 토대로 성장해 온 향토기업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게 포스코가 포항지역의 문화나 예술, 경제발전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포스코의 각성을 촉구한다.

2012-10-16

정부기관 보안시스템 전면 재점검해야

정부 중앙청사가 정신질환자의 습격에 뚫려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행정부의 심장과도 같은 상징적인 건물이다. 국무총리실과 행정안전부, 통일부, 외교통상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8개 부처의 사무실이 들어있다. 이렇게 중요한 국가기간시설이 60대 정신질환자에게 무방비로 뚫렸다니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우울증 치료를 받아온 김모(61)씨는 위조 공무원증으로 청사 후문을 손쉽게 통과했다. 등에 멘 배낭에는 휘발유가 든 생수병이 들어있었지만 검색대와 보안게이트를 무사통과했다. 그가 18층 교육과학기술부 사무실에 들어가 불을 지를 때까지 제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김씨가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는 것도 막지 못했다. 백주 대낮에 대한민국 정부 중앙청사에서 벌어진 일이라곤 믿기지 않는다. 만일 테러리스트가 폭탄이라도 들고 침입했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대한민국에는 수많은 관공서들이 있고, 건물과 시설 마다 보안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 건물인 정부 중앙청사는 가장 철저한 보안시스템이 적용돼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정부 청사의 보안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여지없이 드러났다. 경비를 서던 의경은 소속 부서도 적히지 않은 가짜 공무원증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았다. 위험물질을 검사하는 보안검색대는 아예 꺼져 있었다. IC칩이 내장된 카드를 찍어야 통과할 수 있는 보안게이트 역시 활짝 열려 있었다. 3중의 보안시스템이 모조리 먹통이었던 셈이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뚫을 수 있을 만큼 허술한 것으로 드러난 보안시스템을 당장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 청사 뿐 아니라 다른 관공서의 보안시스템에도 문제가 없는지 전면적으로 재점검해 시급히 개선해야 할 일이다.얼마 전에는 북한군 병사가 동부전선 철책을 뚫고 넘어와 최전방 소초 생활관 문을 두드리는 일이 있었다. 그가 병사들의 숙소까지 들어오는 동안 우리 군은 까맣게 몰랐다. 경계용 CCTV나 3중 철책도 무용지물이었다. 또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선 고등학교를 중퇴한 10대가 교실에 무단침입해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도 있었다. 전방에서부터 정부 청사, 학교에 이르기까지 안전을 위한 보안시스템이 줄줄이 구멍 뚫렸다. 이처럼 국가 보안과 치안시스템에 총체적으로 구멍이 뚫린 데에는 근무기강이 많이 해이해 진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정권 말기여서 그런지 공직자들의 나사가 풀릴 대로 풀렸다는 얘기다. 이번 사건의 범인이 정신질환자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경쟁에서 낙오한 `은둔형 외톨이` 중 일부가 `묻지마식 범죄`로 사회적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는 국민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공무원들의 해이해진 근무기강을 확실히 다잡아주길 바란다.

2012-10-16

포항철강공단 환경단속 겉돈다

포항철강공단 내 1,2종 사업장들의 환경오염 단속이 겉돌고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로 이원화 돼 있는 단속시스템이 그 한 원인이라고 한다. 현재 경북도가 관리하고 있는 철강공단내 1, 2종 사업장(대기·수질)은 모두 93개사. 1, 2종 사업장의 경우 대기는 연간 오염물질발생량이 20~80t 이상, 수질은 1일 폐수배출량이 700~2천㎥ 이상 업체다. 문제는 1, 2종 사업장을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이 경북도 밖에 없다는 점이다. 1, 2종 사업장에서의 오염배출 행위가 눈앞에서 펼쳐 진다해도 포항시로서는 구경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시스템이다. 왜 이런 불합리한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고 계속 진행되고 있을까. 구미공단의 불산 누출사고 역시 이런 불합리한 시스템이 낳은 결과물이 아닐까 의심스럽다. 실제로 포항철강공단 1, 2종 사업장에서 오염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단속관청인 경북도의 즉각적인 출동은 물론 오염배출 현장의 상황 파악도 어렵다. 경북도청에서 포항까지 오는데 1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경북도 녹색환경과의 직원들조차도 “포항공단 1, 2종 사업장의 오염행위 신고를 받더라도 즉시 현장으로 출동하기는 어렵다”며 “현장에 도착하면 이미 모든 상황이 종료된 이후라서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포항시 환경위생과 직원들도 “단속권이 없다보니 어떻게 손쓸 수가 없다”며 “현장에서 경북도 공무원이 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 했다. 또 1종 사업장의 경우 2년에 1번씩만 단속하도록 규정돼 있는 환경부지침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지난 2000년대만 하더라도 포항철강공단 내 중심부에는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 산하 포항환경출장소가 자리 잡고 있어 공해업체들의 오염행위는 엄두도 못 냈다. 그 당시 환경출장소에는 수질, 대기, 폐기물 등 각 분야의 전문직 공무원이 6~7명이 상주하면서 철강공단내의 환경감시에 대한 첨병역할을 했다. 그러나 포항환경출장소가 폐쇄되면서 1, 2종 사업장의 단속권도 경북도로 이관됐다. 그 이후부터 1, 2종 사업장들에 대한 단속력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환경전문가들도 “구미공단의 불산 누출과 같은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경북도가 관리하고 있는 1, 2종 사업장의 단속권을 해당 지자체(포항·구미시) 등에 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경북도 공무원 1~2명이 수시로 내려와 단속하는 것보다 인력과 접근성이 좋은 해당 지자체에서 맡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포항철강공단 내 공해배출 업체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단속을 하려면 현재 경북도가 맡고 있는 단속권을 각 지자체로 이관해야 한다. 구미 불산 누출 사고를 계기로 환경단속 시스템도 지역 실정과 현실에 맞게 과감히 손질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2012-10-15

350m 거리에 출장비 챙긴 통계청 직원들

매년 국감때면 정부기관과 공기업 직원들의 모럴해저드 사례를 듣고 분통을 떠뜨리는 국민들이 적지않다. 올해 역시 나랏돈을 펑펑 쓴 사실이 국감에서 드러났다. 바로 통계청 이야기다. 정부 대전청사에 입주해 있는 통계청에서 부속기관이 있는 통계센터까지는 불과 350m 거리다. 행정구역은 각각 둔산동과 월평동으로 다르지만 대로를 따라 걸으면 7분정도면 갈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더구나 대전청사 앞에는 대전시가 마련한 공공자전거 타슈까지 항상 비치돼 있어 이를 이용하면 3~4분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통계청 직원들이 코앞에 둔 건물 사이를 업무협의차 오갔다며 출장비를 챙겼다고 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통합당 이낙연 의원은 국정감사 자료에서 통계센터에서 근무하는 충청지방통계청장은 통계청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출장비 2만원을 지급받았다고 밝혔다. 이런 식으로 통계청과 통계센터에 입주한 직원들이 양쪽 기관을 오가며 받은 출장비가 무려 5천99차례 8천469만원에 이르렀다니 기가 막힌 일이다. 정부기관이 국민 혈세를 얼마나 어이없게 집행하고,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어느정도로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통계청은 2009년 말부터 반경 12km이내 관내 출장은 거리에 상관없이 2시간 이상 다녀오면 1만원, 4시간 이상 갔다오면 2만원을 지급하는 규정을 만들어 지난 4월까지 운영했다고 한다. 어떻게 엎드리면 코닿을 거리를 오가는데 출장비를 주기로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받은 뒤 통계청은 최근부터 양쪽 건물을 오가는 직원에게 출장비를 지급하지 않도록 규정을 바꿨다. 정부는 나랏돈을 엉뚱한데 펑펑 쓰는 황당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내부규정 등을 다시 점검해 봐야한다.더 큰 문제는 통계청의 기강 해이사례가 다른 공공기관 전체에서 보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기관과 공기업의 모럴해저드와 방만한 편법운영 사례는 국감에서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2년여동안 461차례에 걸쳐 골프장을 찾았고, 평일 이용도 51차례에 달했다. 골프장에서 금리나 통화정책을 논의하는 모양이란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마사회 임직원들은 최근 3년간 회원권을 보유한 골프장 3곳에서 근무일 870일 가운데 36%인 313일간 814회나 골프를 쳤다. 한은이나 마시회 임직원들은 천안함 1주기나 을지훈련 기간에도 골프장을 찾았다니 나사가 풀릴대로 풀린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한심스럽다. 경영평가 최하위인 공기업들이 자구노력없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한편으로는 요금인상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몰염치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번 통계청의 사례를 계기로 정부기관과 공기업의 기강을 확고히 잡아야 한다.

2012-10-15

軍, 이대로 안된다

지난 2일 강원도 전방철책선을 넘고 귀순한 북한 병사가 당초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가 발표한 우리 군의 CCTV에 발각된 것이 아니라 전방초소 생활관 문을 두드려 귀순한 것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 도발을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최전방의 경계수위가 `뻥` 뚫린 것에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국민적 여론이다. 더욱이 해당 부대는 당초 이 사실을 합참에 `허위보고`까지 하는 등 지휘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해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마저 받고있다.정승조 합참의장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GOP 내무반 앞에 북한군 1명이 있는 것을 초소상황실 근무자가 CCTV로 확인하고, GOP 근무병에게 연락해 신병을 확보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합참조사단이 해당 부대를 조사한 결과, “북한군 병사는 2일 오후 11시20분께 GOP 내무반 문을 두드렸고, 우리 장병이 나가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북한 병사가 해당 부대 경계지역인 전방철책선을 넘어 올 때까지 전혀 몰랐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 터진 것이다.좌파 정부 당시 터진 대북 관련 대형사고는 당시 통수권자의 북한관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군 지휘부도 통치권자의 성향에 코드를 맞추다 보니 오늘 이 지경에 이르렀고, 그 사고 또한 정권이 교체됐음에도 불구하고 `체질개선`이 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북한 도발을 두고 그나마 지휘체계가 `선보고 후조치`에서 `선조치 후보고`로 바뀐 것은 다행이지만, 본질적으로 군 문화를 `군 답게`조성하지 못한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최근 군은 입대 장병을 위해 입·퇴소식을 거행하고 있다. 행사의 취지를 군 부대 인근 경제활성화를 한다는 경제논리로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남부권 부모가 최전방 부대에 입소하는 자식을 위해서 당일 최하 40만원 이상 경비를 써야 하는 데, 국가적 손실이자 넉넉지 못한 부모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꼭 참여해야 할 `입영문화`로 정착돼가고 있는데, 조손가정, 결손가정 자녀는 부모 없이 이등병 계급장을 달아야 하는 등 위화감까지 조성되고 있다.또 현 정부 들어 사병들의 사고 방지를 위해 입대 동기끼리 한 내무반을 사용케 하고, 군 내부 사정이 외부로 실시간 전달되는 통신시스템 등 문제투성이다. 남북한 대치 상황에서 우리 군은 더욱 강해야 한다. 엄격한 명령체계로 유지돼야 유사시에도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군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군 `지휘부`는 깊이 성찰하고, `군 다운` 환경을 새롭게 조성해야 만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2012-10-12

불산가스 사고 때늦은 책임공방

구미 불산가스 누출 사고로 피해가 커진 데 대한 책임소재를 놓고 초기 대응이 부실했던 환경부와 구미시 사이에 때늦은 책임공방이 한창이다. 특히 환경부가 불산가스 누출사고 직후 불화수소가 함유된 증기를 확인하고도 화학물질사고 위기경보 `심각`단계를 해제한 사실이 국감에서 드러나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이 대구지방환경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환경과학원은 사고 발생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오전 2시30분 사고지점 탱크 주변에 불화수소가 함유된 `미스트 형태의 증기`가 정체하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스트 형태의 증기는 기체 안에 떠다니는 매우 작은 액체 입자로 액체 물질이 물리적 힘을 받거나 증발한 뒤 공기 중에서 다시 액체로 응축될 때 생긴다. 문제는 환경부가 이 증기를 확인한 지 1시간 만인 오전 3시30분 간이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심각` 단계 경보를 해제한 것이다.이렇게 되자 구미시는 환경부의 `심각`경보 해제조치를 토대로 주민 대피령을 해제해 귀가시켰고, 이 때문에 시민들의 피해가 늘어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즉, 2차 피해를 키운 조기 귀가 책임이 구미시가 아닌 환경부의 성급한 판단 때문에 일어난 일이란 얘기다.구미시는 국립환경과학원이 소석회 살포를 지시했는 데, 이행하지 않았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나오자 남유진 구미시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남 시장은 “보도 내용 중 `구미시, 불산 사고 직후 피해 막을 기회를 7번 놓쳤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발생 후 국립환경과학원이 7차례 소석회 살포를 지시했다는 방제 요청을 듣지 못했고, 사고발생 이튿날(28일) 오전 9시에 사고 현장 및 주변 공장을 소석회로 방제 작업을 하려 했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작업으로 현장접근이 차단돼 방제가 불가능했다”면서 “국과수 감식단이 오후 1시에 철수한 후 25분 뒤 오후 1시25분부터 소석회로 방제작업을 시작해 오후 1시 50분에 사고현장과 주변 50m이내 방제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이런 안전사고가 날 때마다 벌어지는 책임공방은 늘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이번 불산가스 누출사고의 경우도 중앙부처인 환경부와 해당 지자체의 책임 떠넘기기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각종 재난에 대한 예방 체계는 선진국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다. 선진국이라면 마땅히 갖춰야 할 촘촘한 재난 예방 체계와 사후 대처매뉴얼이 이처럼 느슨해서야 어떻게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을까.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를 계기로 전국의 위험물 취급업소에 대한 전수조사와 사고 예방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아울러 사고발생때 행동지침을 규정한 사후 처리 매뉴얼을 만들어 유사시에 대비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 정부의 최우선과제다.

2012-10-12

국적악용한 병역회피 철퇴내려야

국민에게 병역의무는 신성한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아닌 현직 고위 공직자 자녀 33명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33명 중에는 정부기관의 장과 국립대 학장, 지자체장, 청와대 비서관의 자녀도 포함돼 있다. 개중에는 하나도 아닌 두 아들의 국적을 모두 포기시키거나 영주권을 취득토록 해 병역면제를 받은 고위 공직자도 4명에 달했다. 또 공직자 본인이 일시적으로 해외 영주권을 받아 병역면제를 받은 이후에 국적을 회복해 공직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도 2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이 아니다. 병역의무를 하지 않고 외국에서 불법체류를 하는 고위 공직자의 자녀도 2명이나 됐다.우리사회 지도층 인사나 그 자녀들이 병역회피 등으로 지탄을 받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병역 기피 방법도 다양해지고, 지능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질병을 이유로 하거나 해외 원정출산 등을 악용한 병역회피 사례가 많았지만 지금은 가짜 해외 대학 재학 증명서까지 만들어 병역을 피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국적 포기를 통한 병역면제는 새삼스런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5년간 대한민국 국적을 버리거나 상실한 18-35세 남자는 1만5천560명에 이른다. 한해 평균 3천112명꼴이다. 이들 가운데 94%가 국내에서 태어난 후 나중에 외국 국적을 취득해 국적을 상실한 남자들로, 병역 회피가 의심되는 사람들이다.병역법상 37세만 지나면 입영의무가 없어진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국적을 버린 후 37세가 지나 다시 국적을 회복할 경우 합법적으로 병역을 피할 수 있고, 국적을 포기하더라도 대한민국 비자만 받으면 국내에서 활동할 수 있다. 이번에 드러난 고위공직자 자녀들의 병역면제 실태는 현행법의 이러한 틈새를 노린 병역회피가 공직사회는 물론 사회 기득권층에 만연돼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솔선수범해야 하는 사회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부재와, 기강이 해이된 공직사회의 단면이 또다시 드러난 것이다.반면에 스스로 군 입대를 선택한 해외 영주권자가 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갑다. 그 숫자가 최근 6년새 1천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들은 외국에서 영주권을 취득해 병역이 면제됐지만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자 하는 이유 등으로 자진 입대를 선택했다. `국적세탁`의 방법으로 신성한 병역의무를 저버린 사람들로서는 평생을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차제에 국적을 악용한 병역회피를 막기 위한 병무 당국의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다. 법무부 등 관계기관 공조를 통해 대한민국 국적 상실이 병역회피를 목적으로 한 것인지를 가려내 국내 입국금지 등으로 경종을 울려야 한다.

2012-10-11

치료되지 않는 안전불감증

구미시민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불산 누출사고는 행정기관과 회사, 작업자 등 총체적 안전의식 실종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경찰이 발표한 불산사고 수사 결과에 따르면 작업자들이 불산 원료탱크에 주입 호스가 빠져 있는 상태에서 불산가스 주입밸브를 열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작업자들이 밸브의 호스 연결 상태에 대한 안전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었다. 회사의 안전관리도 허술했다. 이 회사 안전관리 책임자는 이날 충북 음성 공장에 출장을 가 자리에 없었고, 또 다른 안전관리자는 현장 관리를 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위험물을 취급하는 회사의 안전규칙이 완전히 망가진 상태나 다름없었다.위험물질을 취급하는 이 회사가 첨단산업공장이 밀집해 있는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자체도 문제거리였고, 정부의 유독물 사업장에 대한 안전관리도 허술했다.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에 따르면 이 회사는 설립 당시부터 관리 당국의 공정안전관리(PSM) 대상에서 제외됐던 것으로 밝혀졌다.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인화성 가스나 불화수소, 염화수소 등 21개 화학물질을 규정량(불화수소 1t) 이상 제조·취급·저장하는 사업장은 정기적인 점검·지도를 받도록 하고 있다.그러나 이 회사는 `공정안전차등관리(PSM )명단`에 들어있지 않았고, 구미지방노동청은 이 업체가 설립된 이후 단 한 번도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제도가 처음부터 잘못됐고, 이후에도 고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아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결국 구미 불산사고는 안전불감감증이 빚어낸 예고된 인재였고, 이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다.불소의 정식명칭은 불화 수소산이다. 제초제와 살충제, 살균제 원료로 사용되고, 유독성으로 피부에 쉽게 침투해 피부를 태우고,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흡수되면 사망할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다. 이번 구미 불산누출사고로 5명이 숨지고, 8명이 입원치료중이다. 불산에 노출된 근로자와 주민의 진료건수가 5천여건에 이르고, 공원녹지와 농작물, 산림이 고사하는 등 엄청난 피해가 났고, 현재도 피해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안전불감증 문제가 제기되곤 한다. 우리는 하루하루 안전사고의 위험속에서 살고 있고 사고가 난 뒤 원인을 따져보면 거의 대부분 안전의식 결여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이처럼 안전불감증 사고가 되풀이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의 안전의식과 우리 사회의 안전문화는 크게 개선되지 않은 채 오히려 안전불감증에 익숙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든다.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속에 안전사고의 그물이 겹겹이 쳐져 있고 모두 안전불감증이 적용된다. 이제부터라도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2012-10-11

한국이 노벨상 수상 어려운 이유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사람들의 화제를 모으는 게 바로 노벨상 수상소식이다. 이번에는 한국인 수상자가 나올 수 있을지 기대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노벨상 발표가 끝나면 우리는 언제쯤이나 수상 소식을 접할수 있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앞선다. 특히 이런 아쉬움은 이웃 일본에서 수상소식이 들리면 더욱 커지게 된다. 올해도 노벨상 6개 분야 중 가장 먼저 발표된 생리의학상 수상자에 일본인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대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일본은 1949년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교수가 아시아 최초로 물리학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19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 중에는 물리학·화학·생리의학상 등 과학 분야 수상자가 16명이나 된다. 2001년 이후엔 거의 매년 수상자가 나와 10명이 과학분야에서 노벨상을 거머쥐었다. 노벨상이 서구에서 제정한 상이어서 아시아인들에게는 아무래도 불리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 놀라운 실적이라 해야겠다. 아직까지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한 명도 없는 우리로서는 부러운 일이다.우리도 일본을 부러워하고만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일본이 이처럼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데는 오랫동안 축적된 기초과학 연구의 저력과 정부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원동력이라는 분석이다. 또 대학의 자율적이고 독창적인 연구 풍토, 일본인 특유의 장인정신과 세태에 휘둘리지 않고 한우물을 파는 연구 자세 등도 기초과학 강국으로 우뚝서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패전 이후 일찍이 과학입국의 기치를 내건 일본은 1995년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해 장기불황에도 불구하고 과학연구 예산을 꾸준히 늘려왔다. 2001년에는 50년 안에 노벨 과학 분야에서 30명의 수상자를 배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우리도 과거와는 달리, 지난 20여년간 기초과학 분야 등에 대한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GDP 대비 RD 투자비율은 4%를 넘어섰다. 2012년 국가 RD 투자 총액은 12조원으로 세계 5위 수준이다. 이만하면 우리 과학계도 머지않아 노벨상 수상의 낭보를 국민에게 선사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기대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학분야에서 한국인 노벨상을 배출할 사회적 토대나 분위기가 돼 있느냐 하는 점을 보면 여전히 암울하고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다. 기초과학의 토대를 쌓아야 할 초중고 과학교육이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황폐화됐고, 인재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심지어 과학영재들도 진학할 때에는 기초과학을 외면하고있다. 청소년기의 창의적인 과학교육이 도외시되고, 이공계가 취업이나 보수 때문에 푸대접을 받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데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2012-10-10

공기업 제식구 챙기기 이래도 되나

부채를 잔뜩 안고있는 공기업들이 경영내실화를 통해 효율적 운영은 생각않고, 제식구 챙기기에만 몰두해 국민혈세를 낭비한 사실이 국감에서 드러났다. 그 장본인은 바로 한국도로공사와 LH다. 경북 영양·영덕·울진·봉화지역 국회의원인 강석호 의원은 8일 한국도로공사의 제식구 챙기기 행태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국도로공사는 2011년말 현재 24조 6천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순찰 업무`를 수행하는 대표자를 100% 공사 퇴직자(5·6급, 안전원) 출신으로 선정했고, 회사의 수도 2010년 35개, 2011년 35개, 2012년 45개로 늘려나가며 총 779억1천200만원(업체당 7억 3천만원)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또 공사는 8월 현재 공사선진화 사업의 일환으로 326개의 `영업소 운영 민간위탁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데, 이중 92%에 이르는 300개의 영업소가 퇴직자들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부채 1위 공기업 LH 역시 제식구 챙기기용으로 퇴직자들에게 일반경쟁입찰율(80~85% 수준)보다 높은 낙찰율(95~97%)로 수의계약을 통해 일감을 몰아줘 막대한 국민 혈세를 낭비한 사실이 드러났다.민주통합당 박수현 의원에 따르면 LH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LH가 2011년 발주한 현상설계 용역에서 선정된 업체의 68.4%가 주공 출신 인사가 소속된 것으로 드러나 공기업의 전형적인 구태이자 비리의 주원인인 LH의 퇴직자 일감 몰아주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낙찰가로 따졌을 때도 2009년 전체 발주금액의 68.5%인 1천497억원, 2011년은 69.2%가 주공출신 대표 혹은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업체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더구나 국토부에 신고된 건축사무소가 2011년 기준 1만여개인데, 지난 5년간 현상설계 선정업체는 총 59곳으로, 이중 주공출신 인사가 소속된 업체는 28곳이었으니 전체 업체의 0.03%에 불과한 주공 출신이 속한 업체가 LH 설계용역을 독차지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설계비 낙찰율도 일반경쟁입찰의 낙찰율이 80~85%인 데 비해 LH 현상설계 수의계약 낙찰율은 예가의 95~97%에 이르러 지난 5년간 최대 1천189억원, 적게는 700억의 국민 혈세가 낭비됐다고 한다. 하루 이자만 120억 원이 넘는 부채 1위 공기업인 LH는 뼈를 깎는 경영 혁신이 필요한 상태인데도, 도덕적 해이와 방만 경영을 일삼고 있었던 것이다.이명박 정부 들어 공기업의 재무구조 건전성 강화, 조직의 슬림화, 인력활용의 효율화 등을 목표로 공사 선진화를 추진해 왔는 데, 이번 국감으로 이런 노력들이 허사였다는 게 드러났다.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부실을 해결할 강도높은 개혁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2012-10-10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늑장대응의 표본

경북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피해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정부는 8일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내려진 결정으로, 사고 발생 12일 만이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서 피해 지역에는 분야별 지원 기준에 따른 행정·재정 지원이 이뤄진다. 정부는 2차 공동 조사를 통해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위험물 관리체계도 개선하기로 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가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은 다행스럽다. 주민 건강에 미친 영향과 농축산물, 산림 등의 피해를 정확히 파악해 적절한 지원이 적시에 이뤄지도록 빈틈없이 준비해주기 바란다. 불산 누출 사고 대응 과정을 보면서 우리 정부가 과연 재난 대처 능력을 갖췄는지 의구심이 든다. 지난달 27일 사고가 일어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차관회의를 열어 합동조사단 파견을 결정한 것부터 비판받아 마땅하다. 사고 수습책임을 해당 지자체에 떠넘기려는 속셈은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꾸물럭거리는 사이에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주민 수백명이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으면서 보금자리를 떠나 피신했다. 농작물은 말라 죽고, 가축들에게도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 가스 누출 사고로 5명이 죽고, 18명이 부상한 것 말고도 병원 치료를 받은 사람만 3천명을 훨씬 넘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피해 규모 축소에 급급했다는 비난을 샀다. 관계 부처 간 정책 조율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현지 주민들은 분노와 함께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일부 피해 주민들은 집단소송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고 한다.현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산 누출이 주민 건강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밀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또 현지 토양이나 지하수는 물론 하류 지역 식수원인 낙동강 오염 가능성 등 3차 피해 우려를 없애는 일도 시급하다. 그런 점에서 환경 당국이 오늘에서야 해당 지역 불산 잔류 현황에 대한 정밀 측정에 나선 것은 늑장 대응이라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환경부와 해당 지자체의 책임 떠넘기기 때문이라고 하니 주민의 안전과 건강을 안중에 두지 않은 한심한 행태다. 각종 재난에 대한 예방 체계는 선진국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은 대체로 촘촘한 예방 체계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사후 대처도 기민하고 완벽하다. 구미 불산 사고와 같은 대형 재난이 일어날 위험은 전국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제라도 완벽한 예방 체계를 구축하고, 사후 처리 매뉴얼을 만들어 엄격히 시행해야 한다.

2012-10-09

한글날 566돌에 부쳐

세계에서 처음으로 한글을 공식표기 문자로 도입했던 인도네시아 바우바우 시에서 최근 한국어 교육기관과 한국인 교사가 철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말은 있지만 문자는 없는 세계 도처의 소수 민족에게 한글의 과학성과 우수성을 보여줄 대표적 한글 보급 운동이 무산돼 안타까운 일이다. 훈민정음학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소수민족 찌아찌아 족이 거주하는 술라웨시 주 부톤섬 바우바우 시에 운영되고 있던 한국어 교육기관 `세종학당`은 운영 7개월 만인 지난 8월31일 철수했다. 찌아찌아 족은 독자 언어는 있지만 문자가 없어 고유 언어와 문화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가 훈민정음학회 건의로 2009년 한글을 표기 문자로 도입했다. 그 후 문화부, 서울시, 경북대학교 등의 노력으로 세종학당을 설립, 한글 교육을 해왔지만 예산 부족, 현지 시 당국과의 알력, 문화적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한다.문화부는 세종학당을 맡을 다른 대학을 찾아서 운영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글 도입부터 운영과정에서 지적됐던 예산 등의 지원과 관련한 현지 당국과의 알력, 지역 사회와의 문화적 갈등 등을 잘 파악해 대표적 한글 보급 활동이 순조롭게 재개되기를 기대한다. 이는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볼리비아, 태국 오지 등의 문자가 없는 소수 민족을 대상으로 표기 문자로서의 한글 보급 활동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한글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알리는 한글 문자 보급 활동은 그 대상이 소수에 국한되더라도 자랑스러운 문자를 유산으로 받은 후손으로서는 쉽게 포기하지 말아야 할 중차대한 사업이다. 이런 한글 세계화 사업에 더해 비약적인 한류 문화 확산의 뿌리도 한글 문화에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한글날 566돌에 접하는 이런 저런 소식들은 여러 생각을 들게한다. 한글날은 자기 뜻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백성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타개하려 한글을 창제한 취지를 되새기고, 한글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날이다. 그래서 밖으로는 이처럼 한글의 우수성, 세계화에 대한 찬사와 기대, 안으로는 외래어 남용, 한글 오염에 대한 개탄이 교차하는 날이기도 하다. 올해 한글날은 일제가 1942년 조선말 큰사전 편찬사업을 주도한 조선어학회 학자들을 투옥한 조선어학회 사건 70주년이 되는 해여서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말과 글이 그 민족의 얼임을 보여준 숭고한 희생이 있었던 해란 얘기다.이에 덧붙여 `공휴일이 많아 노동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난 1991년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한 것은 역사를 망각한 얼 빠진 결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국민들의 83.6%가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글날은 민족의 얼이 새겨진 진정한 국경일이다. 한글날의 공휴일 제외는 재고돼야 한다.

2012-10-09

새누리, 친박계 2선퇴진 정답 아니다

새누리당이 `친박계 2선 후퇴론`으로 어수선하다. 결국 이른바 신(新)친박계 핵심인사이자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비서실장을 맡고있는 최경환 의원이 대선을 73일 앞두고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추석 전후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붕괴되자 전면적인 인적쇄신을 단행해야 한다고 아우성친 결과다. 대선승리를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집권여당이 위기탈출의 해법으로 들고 나온 처방전이 고작 자중지란 성격의 인적쇄신이란 것은 옹색하기 짝이 없는 처사다.`친박계 백의종군론`이 나온 배경을 생각하면 수긍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친박계는 4·11 총선 후 당 대표를 위시해 원내대표와 사무총장은 물론, 국회 상임위 위원장 자리를 독식하다시피 했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자기확신이 도를 넘어서는 일이 잦아지기 시작한 게 그 때부터였을 터다. 친박계의 좌장이었던 홍사덕 전 의원은 금품수수 의혹으로 검찰조사를 받게되자 급기야 탈당까지 했다. 친박계인 김재원 의원은 대변인에 내정됐다가 취중폭언으로 하차했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과 선대위 간부들의 `개천절 골프 라운딩` 역시 부적절한 처신이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봇물 터지듯 쏟아졌던 인적쇄신론은 박근혜 후보의 반대로 급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박 후보는 최경환 비서실장의 사퇴에 대해 “충정에서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며 “충정을 존중한다”고 말한 뒤 추가 인적쇄신 가능성에 대해선 “자꾸 인위적으로 친이(친이명박)ㆍ친박(친박근혜) 으로 나눠서 당과 국민에 혼란을 줘서는 안 된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최 의원의 사퇴로 친박계 퇴진론을 마무리짓겠다는 뜻이다.어쩌면 지금 여기서 더 이상 손을 댔다가는 적전분열로 일사불란한 선거전을 치르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유권자들에게는 눈가림만 하려는 것 아니냐는 꼼수로 치부될 우려도 있다.새누리당은 앞으로 당장 눈에 들어오는 인적쇄신 등의 극약처방 보다는 후보선출 당시 말했던 국민대통합 행보를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경제민주화 실행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박 후보와 친박계는 이제라도 당내 소통의 노력을 배가하고 야권과 정책대결로 당당하게 승부를 보겠다는 준비와 각오를 다져야 한다. 새누리당은 언론의 지지율 추이에 일희일비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실력과 비전을 보여주는 일에 전념해야 할 때다. 그게 집권여당이 취할 태도이자 국민들이 바라는 대선후보의 모습이다.

2012-10-08

성진지오텍 본사 포항 이전은 당연

포스코의 구조조정으로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과 성진지오텍이 올 연말 안으로 통합하게 되면서 성진지오텍 울산 본사의 포항 이전에 대해 울산상의와 울산지역 경제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다. 30년 넘게 울산지역에 경제적 도움을 주던 기업체의 본사가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고 하니 반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성진지오텍은 지난해 6천328억원의 매출액을 올려 울산시에 납부한 지방세만도 4억여원에 달하는 중견기업이다. 또 본사와 5개 공장에 7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협력업체 직원까지 포함하면 3천여명에 이르는 거대 집단이다. 이 때문에 울산경제계가 성진지오텍의 본사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김 철 울산상의 회장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성진지오텍 본사가 포항으로 이전하게 되면 인구유출은 물론 세수감소와 자금의 역외 유출, 협력사 일감 감소 등 울산 지역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크다”며 “3년 전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을 인수할 당시 본사를 울산에 두고 고용창출과 사업 확장 등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010년 3월 키코 계약에 따른 3천억원의 손실을 입고, 존폐 기로에 선 성진지오텍을 울산기업도 아닌 포스코가 구제해 줬다. 그 때의 은혜는 송두리째 잊고 이제 와서 본사 이전은 안된다고 억지를 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 주니까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다.이날 울산 성진지오텍 본사에서 열린 포스코 이사회의 울산 본사 포항 이전안 결정이 잠정 연기된 것도 매우 유감스럽다. 울산지역 상공계가 반발한다고 해서 일단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안된다. 본말이 전도되지 말아야 한다.글로벌 기업 포스코의 사정도 좋지 않다. 올 연말안으로 현재 70개인 계열사(손자회사 포함) 가운데 16~19개사를 줄여 52~54개(25%)로 축소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업종이 유사한 계열사는 통합이 불가피하다. 그 대상 1순위가 포스코플랜텍과 성진지오텍이다. 계열사 몸집을 줄여야 하는 포스코의 심정도 헤아려야 한다. 당장 울산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한다고 해서 토종기업의 본사 이전은 안된다고 하는 논리는 합당하지 않다.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포항과 울산간의 지역정서가 아닌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 성진지오텍의 대주주는 포스코다. 본사 이전 문제 역시 대주주인 포스코가 결정할 사안이다. 울산경제계가 아무리 본사이전을 반대한다고 해서 포스코의 원칙이 번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성진지오텍과 통합할 포스코플랜텍의 본사가 포항에 있고, 포스코의 본사가 포항에 있는 한 성진지오텍의 본사 역시 포항으로 이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이달 중에 열릴 2차 이사회에서는 울산 본사의 포항 이전이 결정되기를 기대한다.

2012-10-08

지역현실 외면한 경주시 체육행정

경주시가 체육활성화 명목으로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새로운 스포츠 시설을 건립할 계획을 세웠다. 현실적으로 시급한 사업이 아님에도 시가 무리를 하면서 이 사업을 추진하려는 의도에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시민들의 반응이다.경주시는 황성공원 내 시민운동장을 철거하고 인근에 대체시설로 `스포츠 컴플렉스(종합경기장)`를 건립할 예정이다. 건립 예산만 700억원 규모다. 시측은 이 사업 추진 배경에 대해 30년 이상 된 현재의 시민운동장이 노후됐고, 국제 경기를 유치하기 위한 시설물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2020년 전국체전과 도민체전 유치를 위해서도 현재 시민운동장이 규정 미달이고, 그리고 체육인들이 새로운 시설 건립을 원하고 있다고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고위 관계자도 “도민체전 및 전국체전 유치를 위해서도 기존 시설로는 불가능해 대체시설 건립이 시급하다”며 사업 강행의사를 분명히 했다.그러나 시민사회와 선출직들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경주시의 재정자립도는 현재 30%에도 못 미치고 있다. 특히 지역경제는 침체돼 바닥을 치고 있고, 내년도 경기지수도 불황을 예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에서는 지역 경기활성화를 위한 여러 조치들을 요구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경기활성화 대책에 관해 묵묵부답이다. 결국 상당수 경주시민들은 “지역경제가 최악인데 경제활성화에 대한 대책은 제시 않고 체육시설 건립에 나서는 것은`전시 행정`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경주시와 새누리당경주당협 정책간담회에서도 국회의원과 시·도의원들이 경주시의 이같은 계획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그런데도 불구하고 경주시는 이 사업 추진을 위해 절차를 밟아 나가고 있다. 경주시는 지난 24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체육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주시 체육활성화 계획 설명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경주시와 관련단체 관계자 22명이 참여한 체육발전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촉장까지 수여했다. 시는 이어 사업 강행을 위해 현곡면 금장리 서경주역 인근 부지와 천북면 물천리 일대를 후보지에 넣는 꼼수를 부렸다. 이 두곳은 집중성과 접근성 측면에서나 사업비가 1천억원 이상 소요되는 등 현실적으로 어려운 곳임을 알면서도 `구색 맞추기` 용으로 보고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경주시가 열악한 재정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시민 합의`라는 명분을 달아 체육시설 건립 사업을 강행하려는 것은 문제다. 경주시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자칫 지자체장 `실적용`으로 비칠 수 있는 체육시설 건립에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는 것은 재고돼야 한다. 시민의 혈세는 시민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는데 최우선으로 쓰여야 한다고 믿는다.

2012-10-05

구미 가스누출사고 안전관리 재점검해야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에서 발생한 가스누출사고로 우리 사회가 안전사고에 대해 얼마나 취약한 지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달 27일 구미 국가산단의 불산 가스누출 사고 발생 이후 지금까지 주민과 소방관, 경찰관, 시 공무원 등 400여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특히 사고 당일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 중 상당수가 온몸에 발진이 일어나고, 호흡 곤란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일까지 구미시에 접수된 피해상황을 보면 농작물 피해면적이 90㏊를 넘고, 소 1천300마리가 기침, 콧물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번 사고를 돌아보면 가스누출부터 현장 대처, 사고후 수습에 이르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안이함과 무감각이 연속적으로 작용해 피해규모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고가 발생한 4단지의 화공업체 휴브글로벌의 작업현장에서는 직원들이 독극물인 불산을 만지면서도 어느 누구도 보호장구를 착용한 적이 없었고, 평소에도 가스가 수시로 새나오는 위험한 상황인데도 관리·감독자 조차 없었다. 이때문에 가스누출 현장에서만 4명이 숨지고 말았다. 사고 발생직후 소방·행정당국이 피해를 막기위해 고군분투했지만 불산 중화제인 소석회를 확보하지 못해 물로 가스를 희석하는 임시방편에 의지해야 했다. 국가산업단지내에 이런 정도의 대비도 돼있지 않다는 사실이 놀라울 지경이다. 사고 발생이후 공장 근로자와 주민 대피 조치도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구미시는 사고발생후 몇시간 뒤에 4단지 입주업체에 전원 대피령을 내렸고, 주민들에게는 그보다 늦은 시각에야 대피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사고직후 봉산리 마을 이장의 긴급대피령이 없었다면 자칫 대형인명사고가 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고 전하고 있다.대구환경청은 지난 1일 구미 한천과 낙동강 등 5곳의 수질을 측정한 결과 불산 누출사고의 영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다행스런 일이지만 섣불리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 불산은 맹독성으로 기체상태에서 흡수될 경우 호흡기 점막을 해치고, 뼈를 손상시킬 수 있으며, 신경계를 교란하는 물질이다. 또 공기보다 가벼워 확산속도가 매우 빠르다. 그만큼 2차 피해를 예측하기 어렵고, 피해 범위도 예상을 벗어날 우려가 크다. 지자체가 감당할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이 들면 중앙정부의 지원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피해지역이 주민들의 지속가능한 생활터전으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이 나올 경우 특별재난 지역으로 지정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전국에 산재한 유독물질 취급업소의 안전관리 실태를 전면 재점검하고, 사고재발 방지대책을 세워야한다.

2012-10-05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

추석 연휴 기간에 끔찍한 사건이 터졌다. 일명 `묻지마 범죄`로 즐겁고 풍성한 추석을 우울하게 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1일 칠곡군 왜관읍 왜관지하시장 지하도에서 지적장애인 2급인 윤모씨(34)가 흉기를 휘둘러 마침 이곳을 지나던 21살의 여성이 그 자리에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지난달 28일 오전에는 서울 서초구 반포초등학교 4학년 3반교실에서 우울증을 앓던 김모군(18)이 흉기를 휘둘러 학생 6명이 다치는 사고도 났다. 모두 아무런 이유도 없이 흉기를 휘둘렀다.최근 우리사회에 이처럼 흉폭한 `묻지마 범죄`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선천적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급속한 사회발전을 따라가지 못한 후천적 인격장애자들에 의해 이런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다. 묻지마 범죄는 사회에 대한 불만을 불특정 다수를 향해 표출하기에 범죄 예측이 어려운데다 잔인하고 흉폭한 특징이 있다. 이들은 사회적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거나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의식을 못느끼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준다. 지난 2008년 12월에 발생한 8살 초등생을 교회 화장실로 납치해 성폭행했던 일명 조두순사건, 부산여중생 납치 살해한 김길태 사건,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 부녀자 연쇄납치 살인범 강호순·유영철 사건 등 정신이상자들의 흉악범죄도 늘고있다.지난 2일 국회교육과학기술위 신학용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정신이상 상태 범죄가 739명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2천120명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우리 사회가 흉악범죄의 위험군인 정신적, 인격적 장애를 양산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온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핵가족화에 따라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는 가정교육에서부터 아동들의 폭력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어긋난 인성을 바로잡아 주지 못하는 학교교육, 어릴 때부터 명문대 진학을 강요하는 입시제도와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청년실업문제 등 사회부적응자를 양산하는 구조다. 이들이 일으키는 `묻지마 범죄`는 모두 아동이나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겨냥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정신 이상자에 대한 정부차원의 체계적인 관리와 치료시스템 마련 등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2012-10-04

19대 국회 첫 국감에 거는 기대

19대 국회가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관련 산하기관 및 단체 등에 대한 첫 국정감사에 들어간다. 5일부터 20일간 진행될 이번 국감은 오는 12월의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전략과 맞물려 치열한 정치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지낸 문재인 후보를 겨냥해 `노무현 정권 실정론`과 도덕성 문제를, 안철수 후보에 대해선 국정경험 부재와 도덕성 문제를 집중 부각시킬 태세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박근혜 후보의 과거사 문제 및 친·인척 비리 의혹 등을 따지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에서 박 후보의 조카사위 박영우 대유신소재 회장, 법무법인 부산의 대표변호사인 정재성 노무현 전 대통령 조카사위, 안랩(옛 안철수연구소) 전 2대주주 원종호씨 등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이 밖에도 곳곳에 전선이 널려 있다. 대선을 앞둔 만큼 국감장에서 대선 후보 검증이 다소 불가피한 면은 있으나 거기에만 골몰해서는 안 된다. 한 해 국정을 총체적으로 점검해 국정의 투명성을 개선토록 하는 국감 본연의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이명박 대통령 정부의 국정 운영을 둘러싼 여야 공방도 치열할 듯하다. 민주당은 민간인 불법사찰,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의혹, 대통령 친인척ㆍ측근 비리 등은 물론, 4대강 사업, 방송사 파업, 쌍용자동차 부당해고 및 폭력진압 문제 등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그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입장이다.군사정권 때 폐지됐다가 1988년 부활한 국정감사는 헌법과 국정 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행정부의 국정 수행이나 예산 집행 등을 감사하는 활동이다. 그러나 역대 국감 가운데 정말 알차고 훌륭했다는 평가를 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 여야가 행정부의 정책 집행이 제대로 됐는지를 따지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국감`을 하기보다는, 시작부터 정치공방으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예삿일이 됐다. 의원 면책특권을 무기로 삼은 무책임한 정치 폭로는 일상화됐고, 막말과 고성, 삿대질에 이어 몸싸움도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19대 국회의 첫 국감인 만큼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길 기대해 본다.수백개가 넘는 정부 부처 및 기관의 지난 1년간의 정책 집행 내역을 20일 만에 세밀하게 따지고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의원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느냐에 따라 그 성과는 많이 달라진다. 사전에 해당 부처 및 기관 등의 1년 정책 집행 자료를 꼼꼼히 분석하고 그 대안을 준비해 정책국감, 민생국감이 되도록 해주길 바란다. 추석 연휴 기간에 여야 의원들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비판과 요구사항, 현 정부의 국정 운영, 파탄 위기에 몰린 서민·중산층 문제 등과 관련해 생생한 민심의 목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런 민심을 소중히 담아내 고달픈 삶을 사는 대다수 국민에게 다소나마 희망을 주는 국감이 되도록 힘써 주길 기대한다.

2012-10-04

건군 64주년 국군의 날에 부쳐

건군 64주년을 맞은 올해 동북아의 안보환경이 심상치 않게 변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일 사후 권력승계 및 지도체제 개편의 와중에도 대남 도발 위협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의 새 지도자인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은 지난 8월 서해 최전방을 방문해 한국을 겨냥한 `섬멸적 반타격` `조국통일 성전`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호전성을 드러냈다.우경화하는 일본과 군사력을 강화한 중국이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우리도 독도와 이어도를 놓고 일본, 중국과의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안보 환경의 변화는 우리 국군이 대처해야 할 도전이다. 국군은 일단 유사시 국토를 방어할 수 있어야 존재 의의가 있다. 국군이 국토를 방어해야 하는 상황은 북한의 공격일 수도 있고, 다른 인접국의 도발일 수도 있다.오는 2015년에는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고, 전시작전권이 한국으로 넘어온다. 이제는 한국이 국토 방위의 주도권을 갖고 미국은 지원만 하는 체제가 되는 것이다. 이 체제가 제 역할을 하려면 한국의독자 방위력이 지금보다 훨씬 증강돼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방위력 증강사업은 순조롭지 못하다. 미국은 중국, 일본의 눈치를 보며 여전히 한국의 미사일 능력을 제한하려 하고, 지상전에 필수적인 공격용 무인항공기(UAV)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차기전투기 (F-X) 도입 사업도 순조롭지 않다. 불과 3년밖에 남지 않은 전작권 전환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들이 신속히 해결돼야 한다. 첨단 무기 뿐만 아니라 여러 형태의 도발에 대비하는 태세도 중요하다. 그런 도발에는 9·11 사태 같은 민간인을 겨냥한 테러 공격이나 위치정보시스템(GPS) 신호 교란 전파로 민간항공기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들도 포함된다.방위력 증강을 위해서는 또 군인들이 강인한 정신력과 투철한 국가관을 갖고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무기를 갖고 있어도 그것을 제대로 사용할 정신력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또 군복무자들에 대한 합리적인 대우도 필요하다.우리는 올해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대선 후보들도 대북 유화정책만 나열할 것이 아니라 차제에 달라지는 안보환경에 맞춰 어떻게 우리 군의 전력을 강화해 나갈 것인지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2012-10-02

투표시간 연장문제, 정략적 접근말아야

제18대 대선을 석달 정도 앞두고 투표시간 연장 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대선을 포함한 각종 공직선거의 투표시간을 현행 오전 6시~오후 6시에서 2~3시간 연장하자는 요구가 노동계를 중심으로 거세지고 있다. 지난 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투표연장 논의에 급제동이 걸리자, 시민사회단체들이 집단의사 표시에 나섰다.참정권 행사의 사각지대에 놓인 유권자들에게 주권행사의 기회를 보장하는 일은 사실 너무도 당연한 민주주의 국가의 책무다. 투표시간 제약으로 투표를 포기해야 하는 유권자가 노동계 주장대로 500만~600만명에 달한다면 이 문제를 방치할 수 없는 노릇이다. 지난 1971년 이후 한번도 손질하지 않은 현행 투표시간을 들여다 봐야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다만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하는 쪽도 지나치게 정략적으로 접근해선 안된다. 선진 외국의 투표시간 운영 사례 가운데 우리나라 투표시간 마감이 가장 이르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프랑스와 독일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오후 6시다. 절대시간 측면에선 프랑스와 독일, 호주의 경우 투표시간이 10시간으로 우리나라 보다 오히려 짧다. 영국은 15시간, 일본은 13시간이다.문제는 투표시간을 연장하려면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투표시간은 투표율과 함수관계에 있고, 이는 여야의 명운을 가르는 중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표율이 낮으면 여당,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이 유리하다는 게 정치권의 통설이다. 당장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투표시간 연장에 찬성으로 응답했으나, 새누리당은 시큰둥하다. 투표시간 연장에 정략적 의도가 엿보인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그렇다면 여야는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투표시간을 1시간 연장한다든가, 이번 대선은 예외로 하고, 내년부터 치러지는 공직선거부터 2~3시간 늘어난 투표시간을 적용하는 등의 타협안을 내놔야 한다. 미국처럼 선거일 전에 편리한 시간을 선택해 투표하는 `조기 투표(early voting)`의 도입도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재외국민투표도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결국 실현된 것 처럼 투표시간 연장문제도 정략적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주권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답이 나온다.

2012-10-02

교육감 직선제 폐해 막을 대책 마련해야

후보자 매수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결국 교육감직을 잃고, 실형을 살게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010년 6월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중도 사퇴한 박명기(54)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원을 건넨 혐의(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곽 교육감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27일 확정했다. 이로써 진보성향 인사로는 처음으로 서울 교육의 수장을 맡았던 곽 교육감이 2년3개월만에 교육감직을 상실하고 약 8개월의 잔여 형기를 복역하게 됐다.첫 직선제 선거에서 당선됐던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퇴진한데 이어 후임자인 곽 교육감까지 중도에서 물러나게 돼 서울시 교육정책은 큰 혼선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서울시의회나 정치권에서 공감대를 보임에 따라 무상급식은 지속된다 해도 학생인권조례나 혁신학교 정책은 미래가 불투명하다. 또한 곽 교육감이 추진 중이었던 조직개편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무엇보다 차제에 교육감 직선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교육감 직선제는 군사정권 시절 중앙정부 임명제나 매표행위가 성행했던 간선제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선거과정이 고비용 구조인데다 투표권자인 주민들의 무관심으로 투표율도 지나치게 낮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교육감과 지자체장의 교육이념이나 정책노선이 달라 지방행정청과 교육청이 서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특히 과도한 선거비용은 부정 선거로 이어지기 쉽다. 2010년 선거 당시 서울시 교육감의 경우 선거비용이 38억5천700만원에 달했다. 그러다 보니 현재 교육감 중 곽 교육감 외에도 장만채 전남교육감, 장휘국 광주교육감, 임혜경 부산교육감, 김상곤 경기교육감, 김승환 전북교육감 등도 수사를 받고 있거나 소송중이다.교육감 직선제의 폐해가 드러난 이상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지난해 정부와 여권에서 검토된 교육감 후보자와 지자체장 후보자 공동등록제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부정선거의 빌미를 주는 고선거 비용체제 개선 노력도 필요하다. 교육정책이 요동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이 입게된다. 말로만 백년대계라고 하지 말고 진보와 보수를 떠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서 교육감 직선제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2012-09-28

시민체전 취소한 김천시 본받아야

제16호 태풍 `산바`로 전국적인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김천시가 다음 달 개최할 예정이었던 `김천시체육대회`를 전격 취소했다. 시의적절하고 금도있는 결정이란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당초 김천시는 연례행사로 10월달에 김천시민체육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연례행사라고 해도 모든 일에는`시`와 `때`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태풍 산바로 주민들이 실의에 빠져 있는데, 시민잔치 성격의 체육대회를 추진하는 것은 후진행정이랄 수 밖에 없다. 태풍 산바는 김천시 중산면에 강우량 386mm라는 물폭탄을 뿌렸고, 이로인해 주택 276동이 침수되고, 축사, 비닐하우스, 농경지 등 1천274ha가 물에 잠기는 등 곳곳이 폐허로 변했다. 잠정집계지만 실제 피해는 이보다 더욱 심각하며, 피해금액만 해도 3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돼 경북도내 시·군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따라 김천시는 지난 20일 김천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박보생 시장 주재하에 태풍 피해조사 및 긴급복구 대책 간부회의를 열고, 전 공무원들에게 피해복구 및 피해조사가 정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10월 예정인 김천시민체육대회를 전격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김천시는 시의회와 시체육회에 지역 현안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를 취했다는 것이다.김천시가 연례행사를 과감히 취소한 이유는 체육행사를 통해 시민들의 시름을 달래기보다 피해복구 등 현실적 대응에 나서는 게 피해를 입은 시민들을 돕는 일이란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지역 화합차원에서 열리는 체육대회가 실효성이나 성과는 미미하고, 예산만 낭비한다는 지적과 함께 민선 지자체장이나 선출직들의 `광내기 행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경북지역 23개 시·군 가운데 태풍 피해로 행사를 취소한 곳은 김천시뿐이다. 김천시는 이번 체육대회에 쓰일 예산 8억원을 전액 태풍 피해복구비용으로 쓸 예정이라고 한다. 지자체가 시민들의 시름을 달래는 일을 최우선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칭찬해주고 싶고, 다른 지자체들이 본받아야 할 대목이다.

2012-09-28

영일만항은 조기건설돼야 한다

영일만항 남방파제 공사가 장기 표류하고 있다. 영일만항은 지난 1992년 착공, 2009년 8월 컨테이너 부두를 완공하며 국제무역항으로 개장한 데 이어 항만기능 강화를 위해 항내 파도를 막아주는 남방파제 공사가 추진되고 있다. 남방파제는 1, 2공구로 나눠 진행되고 있고, 흥해읍 죽천리 및 우목리 전면 해상 일원에 방파제 800m와 등대 1기, 공사용 등부표, 오탁방지망, 전기시설 등을 건설하는 1공구 축조공사 1순위 실시설계적격자 심사 대상으로 SK건설이 선정됐다. 하지만 공사 계약을 앞두고 조달청이 SK는 입찰참가자격 제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제동을 걸었다. SK는 즉시 실시설계 적격자 지위보전 등 가처분신청 소송을 제기했다. SK는 1심에서 패소했으나 2심에서 승소하자 조달청이 이에 불복해 항소를 했고, 대법원은 지난 20일 조달청의 가처분 이의신청을 기각, SK건설의 실시설계 적격자 지위를 사실상 인정했다. 이 법적 공방은 이제 조달청의 항소 절차를 남겨 놓고 있다. 조달청이 항소를 할 경우 재판이 계속 이어져 남방파제 공사는 장기 표류가 불가피하다.함께 발주한 남방파제 2공구 공사는 현재 23%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나 1공구는 아직 착공도 못하고 있다. 1공구는 공사금액만 1천255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건설사업으로 공사 장기 중단시 문제가 심각하다. 지역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지역 경기침체는 제쳐두고 영일만항 조성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방파제의 고유 기능인 항내 정온도 유지가 어려워져 호안 축조공사나 선석공사 등 항내 다른 공사에까지 지장을 주게 되는 것이다.항만은 선박이 입출항하는 단순기능을 넘어 물류가 집중되는 경제활동의 중심이다. 바다를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했다. 항만은 이제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시설이다. 영일만항은 동해안의 유일한 국제무역항으로 환동해권 물류중심항으로 대도약을 준비하고,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축이자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기간시설이다. 포항지역 상공인들과 기관장들이 조달청을 수차례 찾아 영일만항 조기 건설을 위한 협조를 정중하게 부탁한 것도 이같은 이유다. 이처럼 중요한 국가 기간시설이 서류 양식 오류에 발목이 잡혀있는 모양새다. 조달청이 지역과 국가발전을 위해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

2012-09-27

원전 안전불감증 총체적 재점검 시급하다

원전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마약을 하다가 발각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부산지검 강력부는 마약인 히로뽕을 2-3차례 투약한 혐의로 고리원전 재난안전팀 소속 직원 2명을 구속했다. 특히 구속된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원전내 사무실에서 마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국가기간시설인 원전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더구나 안전사고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책무를 맡은 직원들이 상습적으로 마약에 취해 있었고, 그게 뒤늦게 드러났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들의 마약 행위는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더구나 고리원전측은 마약을 한 직원들은 원전 화재 진압 등으로 업무가 한정돼 있는 소방요원들이어서 원전 안전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해명했다니 더욱 개탄할 일이다. 문제의 직원들이 원전발전설비 운영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요원들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아니라는 식의 안이한 상황인식은 원전사고를 걱정하는 국민들의 우려를 더욱 크게 만들고있다.대한민국 원자력발전소의 효시인 고리원전에서는 유달리 원전의 안전과 신뢰를 뒤흔드는 일들이 잇따랐던 게 사실이다. 올 2월에는 발전기가 고장나 12분 동안 전원공급이 끊기는 중대 정전사고가 발생했으나, 이 사실을 한달이나 은폐했다가 김종신 사장이 뒤늦게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또 7월에는 수십명의 원전 직원들이 재활용 부품을 새것인 양 하청업체로부터 납품받는 대가로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가 무더기로 구속되기도 했다.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사례에서 보듯 원전은 유사시 국가적 재앙이 초래되는 국가기간시설이다. 원전에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투입되는 재난안전요원들의 마약행위를 개인차원의 범죄행위쯤으로 치부하는 고리원전의 태도로 볼 때 원전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고 봐야한다. 이대로라면 고리원전은 물론 다른 원전에서도 지난 2월의 정전사고 은폐나 직원들의 뇌물·납품비리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직원들의 안전불감증과 도덕불감증에 대해 총체적 재점검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한수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원전에 대한 신뢰제고의 계기로 삼아 국민들로부터 신망받는 원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12-09-27

대구시 생활체육회 운영 이대론 안된다

대구시의 예산지원을 받고있는 대구시생활체육회의 법적 근거없는 예산운영과 관리감독 부재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대구시생활체육회는 매년 대구시로부터 생활체육 보조사업비 15억8천여만원과 국민생활체육진흥기금 6억원 등 20여억원을 지원받고 있는 임의단체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지난 1991년 2월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사단법인으로 설립된 국민생활체육회의 지방조직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정부여당의 시책 홍보에 적극 부응하는 관변단체인 셈이다.문제는 이 단체가 시민의 혈세로 조성된 예산을 지원받는 데도 불구하고, 대구시의 감사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예산 지출에 대한 감사를 받지 않다보니 생활체육회는 지원받은 보조금 지출 내역을 영수증 형식으로 첨부하는 방식으로 회계처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임의단체의 특성상 보직 인선규정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아 회장이 바뀌면 주요 간부들이 모두 바뀌는 일도 다반사다. 그래서 회장이 장기집권하게 되면 회장 측근들이 생활체육회의 주요 보직을 싹쓸이하기도 한다.현재 회장을 맡고있는 장영도 회장의 경우 4선 연임에 성공하면서 주요 보직을 자신의 인맥으로 모두 채웠다. 주요 보직인 사무처장은 지난 5월 대구시 공무원을 지낸 고교동창을, 2년 전 채용한 총무부장은 회장의 친구 동생을, 감사도 고교동창을 각각 선임해 생활체육회 자체가 장 회장의 사조직화됐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더구나 대구시생활체육회는 지원받은 예산을 법적 근거도 없이 사무처 운영비에 쓰고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대한체육회 등 그 밖의 체육단체에 필요한 경비나 연구비 일부를 보조한다`고 명시돼 있어 `사업비`지원은 가능하지만 `운영비`는 지원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현재 대구시생활체육회는`생활체육 보조사업` 명목으로 지원된 15억8천여만 원을 사무처 직원(9명) 급여와 사무실 운영비 등에 5억8천여만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시민의 혈세를 지원받는 단체가 시의 관리감독도 받지 않은 채 예산을 지출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대구시는 지금이라도 생활체육회에 대한 예산지원 근거와 감사권한을 명백히 규정한 조례제정 등을 통해 제도적 헛점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2012-09-26

내년 예산안 균형재정기조 유지하나

정부가 25일 국무회의에서 올해보다 5.3% 늘어난 342조5천억원 규모의 2013년 예산안을 확정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세입 여건은 나빠졌는데, 경기진작이나 복지 수요 증대 등으로 써야할 돈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균형재정과 경기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한다. 균형재정을 위해 정부가 이차보전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차보전이란 재정융자를 시중은행 대출로 전환하고, 재정은 이자 차액만 지원해 재정지출 확대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이로 인해 내년 나라 살림은 중기재정 계획상의 올해 대비 5.1% 가 아니라 5.3% 늘어난 규모다. 그래도 경기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재정지출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기에 정부는 재정융자 6조7천억원을 이차보전 방식으로 지원해 실제 총지출 증가율을 7.3%로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이 방식으로 조달한 재원 3조5천억원은 경기 활력과 민생안정에 집중 활용하겠다고 한다.또 하나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대목은 중기재정계획의 수정이다. 정부는 내년도 소폭이나마 흑자를 내겠다던 중기재정계획을 수정해 0.3% 적자예산을 편성했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3% 이내의 적자는 유럽연합(EU)에서 균형재정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문제는 내년 정부 재정적자가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선 정부의 예산안 편성 기준이 되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4.0%로, 지나치게 낙관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성장률을 종전 4.1%에서 3.4%로 대폭 낮췄고, 다른 연구기관들도 3%대 전망이 많다. 즉, 내년 세외수입을 실제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대선 후보들의 포퓰리즘적인 복지 공약도 재정지출을 크게 늘릴 우려가 있다.재정건전성은 매우 중요하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잇따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것도 재정건전성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정부는 내년에 재정지원 일자리를 58만9천개 만든다고 한다. 정부가 예산으로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내수산업을 키우고 기업의 투자를 살려 획기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방안마련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012-09-26

박근혜, 과거사 인식 달라졌나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4일 오전 5·16쿠데타, 유신독재, 인혁당 재건위 사건 등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의 그늘진 부분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했다. 박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은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민주주의 가치”라며 “그런 점에서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관련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했다.박 후보는 그동안 5.16쿠데타와 유신독재 등을 대한민국의 경제발전과 국가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그 평가는 “역사에 맡기자”고 주장해 야당은 물론 상당수 국민들로부터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에 박정희 시대의 어두운 과거사를 비판적으로 평가한 것은 뒤늦게나마 국민과 공감대를 이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사실 박 후보가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잘못을 공개 사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박 후보가 회견에서“우리나라에서 자녀가 부모를 평가한다는 것, 더구나 공개적으로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시리라 믿는다”고 토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어쨌든 박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 아니라 공인인 `새누리당 대선후보`로서 과거사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노력을 보였다. 진작 이랬어야 했다. 이번 회견으로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부친이 집권했던 시절인 1960~70년대의 권위주의 정권이 되지 않겠느냐는 상당수 국민들의 우려를 덜었다.이제 남은 것은 박 후보가 과거사 인식을 새롭게 한 만큼 그에 따르는 후속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렇지않고 단순히 과거사 인식에 대한 안이한 대처로 지지율이 급락했기 때문에 마지못해 사과했다면 박 후보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실망으로 바뀔 것이다.박 후보는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서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국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재조명되고 있는 고(故)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 작업에 적극 협력하거나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들에게 법적·제도적으로 보상하는 방안,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문제 등도 후속조치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2012-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