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전 미국에 처음 갔을 때는 모든 것이 서툴고 새롭기만 했었다. 이미 제트여객기가 운항중이라 지금과 같이 10여 시간 비행 끝에 미국에 도착했지만 언어, 음식, 주거 등 모든 면에서 한국과 다른 점들이 매우 컸었다.
시카고공항에 내렸는데 폭설로 인해 연결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방안이 좀 쌀쌀함에도 온도 올리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 따뜻한 샤워 하며 밤을 지새웠던 기억이 난다. 아이오아주에서 미국생활이 시작되었는데 영어가 서투르니 바디랭귀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유난히 `읍스, 익스큐스미`하는 단어가 귀에 많이 들어 왔다. 좁은 통로에서 마주치면 미국인들이 `죄송합니다` 하고 손쉽게 하는 말이었다.
미국식당에 가면 음식도 많지만 주문하기가 매우 까다로워서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나는데 고기를 어떻게 구울 것인가 물으면 `웰 던`, 샐러드에 드레싱을 어떤 것으로 할까요 물으면 `싸우전 아일랜드` 하고 외웠던 기억이 난다. 그 이외에도 수박이 어느 것을 사나 매우 달고 맛있었던 것, 한국에서는 비싸서 잘 먹지 못하던 바나나가 매우 싸서 한동안 매우 즐겨먹던 기억도 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우리 한국이 크게 발전하여 미국과 한국 두 나라 사이에 생활수준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수 많은 건물과 자동차, 대형마트와 식당들, 극장, 커피숍…. 이들이 사는 집에 우리도 살고 이들이 먹는 음식을 우리도 먹고 있다.
한국에서 갓 결혼한 조카부부가 멕시코 휴양지에 신혼여행 갔다가 필자가 몇 주 머무르는 로스앤젤레스에 들러 1박2일을 함께 지내었는데 우선 이들이 기성세대 한국인들과 달리 키들이 미국사람들 만하고 미국에 처음 왔음에도 서투르나마 당당하게 말하고 듣고 쇼핑하며 마치 이웃도시에 여행 온 것 같은 정도의 느낌을 주고 있었다. 필자가 30여년 전 느끼던 그러한 미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30~40년간 우리 한국의 발전은 놀라운 것이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꿈꾸던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우리 한국사회가 정말 미국사회와 같아진 것인가? 우리의 소득, 도시시설, 사회복지, 지역정치, 그리고 국제적인 위상까지 같아진 것인가?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
우선 미국은 큰 나라이다. 국토가 넓고 갖가지 자원이 풍부하고 국민총생산이 절대적인 세계1위이며 군사적으로도 최강국이다. 잘 알려졌듯이 중앙정부의 재정적자, 소득불균형, 슬럼지역, 인종차별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없는 것이 아니며 미국식의 자본주의를 본받을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은 아직도 다른 나라들이 경쟁하기 힘든 큰 강점을 지닌 나라이다.
우리 한국은 아직 이러한 미국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40%, 국민총생산은 5%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한국은 국토가 적고, 인구도 적고, 지난 30~40년간 큰 발전을 이루었지만 아직도 자본과 기술면에서 미국과 일본 등에 비해 크게 부족한 형편이다.
우리 한국의 강점이 무엇이었는가? 이는 우리의 잘 교육된 인적자원이고 국민들의 남다른 부지런함이고 그리고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신념이라고 보아진다. 이러한 자산들을 바탕으로 산업화를 이루고 첨단의 제품들을 생산해내고, 세계적인 기업들을 키워내었다.
하지만 작금의 우리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불황과 맞물려 있다 하더라도 너무나 긴 세월 동안 국민소득 2만불 전후에 머물러 있다. 과거 우리의 강점인 잘 훈련된 저렴한 비용의 노동인력이 지금도 존재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하이텍 제품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우위를 나타내며 크게 번성해야 할 우리 산업들이 중국 등 여러 나라의 추격을 받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 크게 있는 것도 아님이 큰 안타까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