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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한 해가 가니 또 다른 한 해가 온다. 절기상으로도 세상사 흐름으로도 크게 새로울 것 없이 동일한 패턴으로 흘러가는 것이니, 중장년층에게는 연말연시가 그리 대단할 리가 없다고 본다. 연말연시를 무언가 특별한 계기로 삼아 장사를 잘 해보자거나 공부를 잘 해보자는 등의 작정을 하는 사람들에게나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 삶이 길어져서 80년이라 해도 춘하추동을 80번 정도만 겪어 볼 수 있고, 많은 이들이 몇 십번을 겪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무언가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또한 매사에 겪는 예측불허의 사건과 위험들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삶 하루하루가 소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1년과 하루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가? 지구의 자전속도는 24시간으로 낮과 밤이 12시간씩이다. 그리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바퀴 도는데 365.2425일이 걸리고, 이것이 1년이다. 그래서 400년 중에 303년은 1년이 365일이고, 97년은 1년이 366일이 되었다. 이러한 자전과 공전속도가 인간의 생체리듬과 그에 따른 사회활동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자전으로 인해 낮과 밤이 12시간씩이고, 우리는 8시간 일하고, 8시간 정도 여가생활을 하며, 나머지 8시간 정도는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이상적인 시간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 지구가 태양주위를 도는데 걸리는 공전속도도 생명체의 생활패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한 달은 30일이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이 약 3개월 단위로 규칙적으로 바뀌고, 조수간만, 식물의 개화와 결실 등 모든 자연계가 일정한 리듬을 가지고 작동한다.왜 이런 것들을 따져 봐야하지? 하고 묻는 것은 우리 인간이 왜 공부를 해야하지? 하고 묻는 것처럼 대답이 간단할 듯 하면서도 쉽지 않다. 물론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사회며 제도란 무엇인가처럼 철학을 넘어서는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역사상 많은 이들이 사고하고 체계를 세워가기도 했겠으나, 우리 평범한 시민들은 그 사회의 틀 안에 안주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서 우리 시민들이 사고할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사고할 필요도 시간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 자동적으로 사회의 틀 안에서 자라나고, 직업을 찾고,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 만큼 이 사회는 확고·강력하다. 이는 무생물이고 무형태임이 당연하지만, 스스로의 법칙 하에 유기체와 같이 작동함도 사실이다.2015년을 보내고 2016년을 맞이하며, 예전과 달리 좀 따분한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있음을 필자도 잘 알고 있다. 아직은 살아갈 날이 수 십년도 더 남아있음을 낙관하던 필자로서도 얼마 전 사소하게 보이던 신체검사 건강지표 한 두 개 때문에 겪었던 정신적인 충격의 후유증 탓일지도 모르겠다. 학기 중 이 나라 저 나라 학술여행을 다니기도 했고, 여행 중 치아 하나가 부러지기도 했고, 감기몸살로 항생제 처방된 감기약을 꽤 오래 복용해야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스케줄대로 잘 지켜나가며 내심 자부심도 느끼며 흡족해 했었는데, 자그마한 사건 하나가 생활을 뒤흔들었던 것이다.물론 한달 후 재검사의 결과는 정상이고, 다시금 필자는 해피앤딩의 상황으로 와 있지만, 연말연시를 대하는 마음의 자세는 약간은 달라져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거대한 우주에서 사소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우리 자신의 건강한 삶과 가족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사소하게 느꼈던 바이오리듬, 건강검진, 식이요법, 운동 및 취미생활, 신앙 및 신념 등이 무시할만한 사안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하루하루의 삶과 매년 다가오는 새해가 아무것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필자는 이러한 건강한 개인과 가족들이 모여 건강한 커뮤니티를 이루고, 좋은 국가를 이루고, 또한 좋은 세계를 이룰 것이라는 남들도 다 아는 긍정적이고 대의명분적인 생각도 해보는 심적인 여유를 이제는 누리고 있다.謹賀新年! Happy New Year!

2015-12-30

초겨울의 울란바토르 두번째 이야기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그제 밤새 쌀쌀하다고 느꼈던 호텔방이 어제 밤은 좀 더 훈훈해졌다. 호텔에서 난방을 좀 더 강하게 했다기 보다는 내 스스로 창문커튼 틈을 없애 밖으로부터의 차가운 공기를 차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에서는 두꺼운 벽두께 때문에 바깥창문과 내부 벽면 사이의 창문턱이 50cm나 되고, 방쪽으로 보통 두 겹의 커튼을 치고 있다. 하나는 망사커튼으로서 난방열의 외부유출을 막게 스팀 위로 창문만을 막고 있다. 또 하나는 두꺼운 커튼으로 창문 양측에 묶여져 있는데, 이를 치게 되면 스팀까지도 가리게 되므로 장식용으로나 쓰이는 것 같다. 울란바토르의 도심난방은 지역난방형태로 울란바토르시의 대형 파워플랜트에서 공급되는 것이다. 석탄과 석유가 싸게 생산되므로 몽골에서는 전기와 난방은 잘 공급되는 편이다.아침에 몽골정부 건설 및 도시개발부 전략기획국장 및 두 명의 엔지니어들과 미팅을 했다. 이곳 매니저들은 자주 바뀌지만 엔지니어들은 그대로 있는 경우가 많아서 구면인 사람들이 많다. 이들도 도시개발계획을 세우고 있고 압축도시, 지속가능한 개발, 공공교통 등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울란바토르의 인구는 130만명 정도인데 도시화지역이 무허가판자촌인 게르지역과 함께 상당히 확대되어 있다. 몽골정부는 도심의 혼잡을 막고 주거를 향상시키고자 여러 개의 신도시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도심에서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칭기즈칸공항 인근에 인구 12만 정도의 신도시를 건설하고 있는데, 이곳은 `아르막신도시`로 불리며 현재 4천500세대 정도의 공무원을 분양 대상으로한 아파트들을 짓고 있다. 아파트 평수는 10평대 후반 30평대 초반 정도로서 분양가는 시중가보다 훨씬 싸다.또한 몽골정부는 울란바타르에서 남쪽으로 차로 1시간 30분 걸리는 곳에 신공항을 건설하고 있다. 인천공항이 김포공항의 혼잡과 낙후를 피하여 서울의 외곽에 건설된 것처럼 몽골도 칭기스칸공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신공항을 건설하고 있다고 본다. 몽골도 이 공항을 동북아의 허브공항으로 발전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고, 그곳에 인구 10만명 정도의 신도시를 건설하고자 계획하고 있다. 물론 신도시건설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인천공항의 경우도 근처 송도신도시를 국제비즈니스 기반으로 키워내기가 여의치 않은 것처럼….오후에는 교외 게르지역을 돌았다. 눈은 크게 쌓이지 않았지만 길이 많이 미끄러웠는데, 차들은 잘 다닌다.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큰 고개를 넘는데 버스가 이를 넘지 못하고 뒷걸음치다가 미끌어져 옆으로 돌았다. 다행히 차가 다른 곳에 부딪히거나 전복되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교외지역의 게르들은 넓은 대지를 차지하고 있다. 도시로 이주했지만 이곳 게르지역 사람들은 전통적인 거주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인데 한 두개의 천막집 옆에 벽돌, 나무, 시멘트 등 건축자재가 구해지는 대로 몇 년 걸려 좀 더 튼실한 양옥집을 직접 짓는다. 이곳에는 전기나 공급되고 있을 뿐 도로나 상하수도는 매우 열악하다.몽골 사람들은 생김새도 그러하지만 문화나 생활습관도 우리 한국인과 거의 같아 보이는데 단지 경제산업이 발전되지 못했고, 추운 겨울을 가지고 있음이 좀 다른 것 같다. 이곳 사람들은 추위에 익숙한 것인지 특히 젊은 계층들은 두꺼운 외투만 벗으면 가벼운 차림이다. 정부기관을 방문하면 입구에 외투를 맡기는 곳이 있고 그러라고 강요하기도 하는데, 난방이 잘되어 있기도 하지만 가벼운 차림들이라서 놀라울 뿐이다.도심으로 들어오는데, 주말이고 러시아워가 아닌데도 차들이 매우 막힌다. 시가지가 길고 좁게 동서로 뻗어 있고 남북으로는 게르지역들이 멀리까지 무질서하게 들어서 있어서 사방에서 교통이 밀리는데, 주요도로들이 감당할 재간이 없다. 공공교통이 미약하므로 각자 차를 몰고 다녀야한다. 트럭들은 덮개도 없이 도살된 가축들을 싣고 다니기도 했다.

2015-12-23

2015년 초겨울의 울란바토르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12월 들어 제법 쌀쌀해진 포항의 초겨울을 뒤로 하고 몽골행 비행기에 올랐다. 3시간여 비행 끝에 울란바토르의 칭기즈칸공항에 도착하니 온통 흰색의 눈과 얼음이다. 낮기온이 섭씨 영하 12도이지만 이곳으로서는 그리 춥지 않은 날씨라고 한다. 작년 이맘때 낮기온이 영하 18~20도였는데, 요사이 풀렸다고 한다. 몽골은 땅덩어리가 우리 한반도의 7배 반이나 되지만 인구는 300만명이다. 여기에 더하여 20만명 이상이 한국을 포함한 외국에 체류하고 있고, 중국의 내몽골 자치구에 400만명의 몽골족이 살고 있다고 하니 전세계의 몽골인의 수는 800만명은 될 것이다. 물론 중국의 몽골인들은 이미 중국화되어 몽골을 조국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호텔 안은 한국의 아파트만큼이나 따뜻하다. 도심의 건물들은 각자 난방하는 게 아니라 울란바토르시에서 3개의 대형 파워플랜트를 작동시켜 온수를 공급한다. 덕분에 시민들은 편하게 지낼 수 있다고 보나 갈탄을 때기에 대기오염의 원흉이 된다. 겨울철의 낮시간, 특히 러시아워에 길가에 나가면 5분을 견디기 힘들 정도로 대기오염이 심하다. 국제적인 기준치의 7~8배 이상 대기오염이 심한 곳이 울란바타르이다. 교외로 가면 넓게 펼쳐진 무허가 판자촌이 있는데 울란바타르 130만명 인구의 50% 이상이 무허가판자촌에 살며 이들은 스스로 난방을 해결해야 한다. 이들이 때는 연료가 또한 대기오염의 원인이 된다. 길가에 갈탄과 장작들을 푸대에 넣어 쌓아 놓고 팔고 있는데 연료는 이것들만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쓰이는 소나 말의 배설물 말린 것, 폐타이어 등 무엇이든 가능하다.몽골국제대학교, 한동대학교, 그리고 몽골정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필자는 몽골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도시기본계획 수립방안에 대해서 발표했는데 토론자중 하나인 몽골정부의 고위공무원 한분이 질문을 했다. 몽골인에게는 게르에서의 삶이 몽골의 전통문화인데 인구가 급격히 늘어 게르가 문제가 되고, 정부에서는 이를 되도록 다 헐고 고층아파트로 건축함을 선호하는데 필자가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필자는 울란바타르가 너무 한국의 도시들을 본받지 말라고 했다. 현대적으로 개발되었지만 한국의 전통은 사라졌으니까. 또한 지금은 모두가 잘 사는 듯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가난한 이들이 쫓겨 가고 저소득층 주택 감소로 큰 어려움들을 겪었으니까. 하지만 울란바타르와 같은 대도시의 도심에서 대지를 넓게 차지한 게르 주거를 고집하기는 힘든 일이다. 울란바토르의 인구에 비해 도심이 좀 더 압축도시화 되어야 하니 고밀도 개발이 필수적이겠지만 건물형태, 빌딩화사드, 오픈스페이스 등이 좀 더 지역문화에 어울리게 디자인 될 필요가 있다. 교외 신도시들도 되도록 압축도시로 건설하되, PUD(블록단위 개발)를 택하던가, 좀 더 자유로운 조닝(Zoning·용도지구)을 허락하여 전통문화에 맞는 주거생활이 가능토록 해야 할 것으로 본다. 현재 버스와 전기버스인 트롤리가 다니고 있지만 미미해서 시민들은 대부분 자기 차를 몰고 다녀야 하며, 주요간선도로는 낮시간에도 정체가 심하다. 정체해소를 위해서도, 도시의 지나친 확산을 막기 위해서도 경전철이든 트램이든 혁신적인 공공교통시스템이 필요하다.도심은 이들이 꿈꾸는 대로 2030년에 동북아의 비즈니스허브가 되기 위한 교통, IT, 비즈니스센터, 호텔 등에 걸친 다양한 시설들과 지원 법령들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추위에 견디는 수종을 택하여 녹지대 조성이 필요하고, 건물자체에도 로비 등을 사람들이 모이고 식물들이 자라는 공간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고, 거리에도 크고 작은 돔 공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역시 추운 캐나다의 경우를 보면, 추운거리에 다양한 형태의 정거장, 버스정류장 등 대기공간들이 바람을 막고 햇빛을 받아들이게 설치되어 시민들이 추위도 피하고, 전망을 즐기고, 담소도 하는 공간이 되었다. 몽골도 이를 벤치마킹하면 좋을 것이다. 물론 문제는 재정이다.

2015-12-16

외국인 거리와 포항 역할론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요즈음 동네 마트 등에 외국인들이 꽤 눈에 뜨인다. 인근에 대학들이 있어서 외국인교수나 학생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포항을 많이 찾는 것 같다. 눈에 뜨이는 외국인들은 한국인과 외향이 좀 다른 분들이지만 구별이 힘든 일본인이나 중국인들도 꽤 있을 것으로 보아진다. 외국인들과 비교적 잘 연락하면서 지내는 편인 필자의 경우에는 만났을 때`하이, 하우아유 두잉?`하며 인사를 건네기도 하지만 약간 시간을 내서라도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청하는 경우도 흔하다. 포항에는 몇 개의 국제화된 대학들이 있어 외국인 교수나 학생들이 다른 어느 도시보다 많은 곳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결혼해서 한국에 온 외국인이나 산업전선에서 일하는 분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대로 두어도 잘들 적응해 지내는 듯 보이지만, 이러한 외국인들이 큰 불편 없이 좋은 인상을 갖고 살아가게 해주는 것도 장기적으로 포항을 알리는 좋은 방안이라고 본다. 학교 캠퍼스 내에서야 영어도 잘 통하고 저렴한 구내식당도 있지만 양덕동이나 환호동, 또는 육거리 등에 이들이 갈만한 곳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영일대해수욕장은 이들이 잘 가는 곳이다. 양덕동의 커피와 샌드위치를 파는 한 카페도 잘 가는 곳이라고 한다. 우리는 흔히 유명 음식점이나 상가들을 자주 권장하지만 이곳에 장기간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이러한 곳에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나 가는 편이며, 비교적 저렴하고 간편한 곳들을 찾는 것 같다. 현재 포항시가 도심재생을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필자도 이미 수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젊은이들의 거리를 조성하되, 낡은 지역이나 빈 건물들을 대학에 빌려주어 한국과 외국인 대학생들이 함께 이용할 있게 하면 좋을 것 같다. 그곳에서 공부도 하고, 벤처도 내고, 벼룩시장처럼 쓰던 물건이나 기념품도 팔게 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된다.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에서는 일년에 두어번 축제 기간 중에 학생들이 천막가게들을 연다. 이때는 중국, 러시아, 몽골, 그리고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 학생들이 자기네 나라의 소품도 팔고 간단한 음식을 팔기도 하는데, 매우 흥미롭다. 학생들로서는 서로를 배우는 기회가 되고 약간의 용돈을 벌기도 한다.하다못해 양덕동, 환호동 등의 한 장소를 일주일에 한 두번 지정하여 국제벼룩시장 같은 것을 열게 해도 좋을 것 같다. 정식 가게들은 임대료도 비싸고, 출입국법상으로도 외국인 학생들이 이러한 일들이 주업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모이다 보면 포항에도 기존의 것들과는 다른 몽골식당, 에티오피아식당, 멕시코식당, 리투아니아식당, 미얀마식당 등이 들어선 이색적인 거리가 조성 될 것이라고 본다.필자가 잘 아는 한 포항 분은 캐나다를 여행하다가 영어가 좀 서툰 탓에 공항출입국사무소에 까지 불려가 조사를 받게 되었는데 담당자가 어디서 왔느냐 묻기에 포항이라고 했더니 아주 반갑게 웃으며 자기도 포항에서 영어선생으로 1년 있었다며 그냥 가라고 했단다. 필자의 경우도 미국이나 유럽에서 포스텍, 한동대, 해병대 등을 언급하며 반가워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었다. 이제 포항은 포스코 아닌 다른 이유로도 세계에 알려지고 있다.지금은 경제도 불황이고 인구도 정체기라서 많은 이들이 `저성장기조의 안정론` 이나 `슬로우시티 필연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경제산업 및 지정학적으로 이미 차별화된 특징을 지닌 도시가 그 특징을 좀 더 살려보려 노력하는 것은 그 도시 자체나 국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본다.수도권에서 먼 동해안에 위치한 중간 크기의 도시이지만, 동북아 항만네트워크,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연계를 통한 실크로드 및 유라시아 운송연계, 시베리아의 자원개발, 연해주의 농업 및 수산업개발, 환동해권 관광네트워크, 그리고 새로 열릴 북극항로 등을 생각할 때 누군가가 나서서라도 포항의 `동해안 및 환동해권 중심도시 역할론`을 부르짖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2015-12-09

경북도 제2청사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경북도청의 신도시로의 이동이 임박해 있다. 도청의 위치가 대구시절보다 더욱 멀어지게 된 포항과 경주시민들로서는 도청 제2청사가 인근에 개청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도청의 이전이 결정되고 건물들이 다 지어진 상황이므로 포항과 경주시민들도 경북인으로서 신도청소재지가 경북도의 상징적인 장소이자 행정서비스의 중심으로 잘 발전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러한 가운데 경북도에서 동남권의 어려움 해결을 위해 환동해발전본부 설치를 계획 중이라니 다행이라고 본다. 이러한 결정의 가장 큰 배경은 인구산업밀집지역과 거리가 먼 북부지역에 새로 자리잡을 도청이 동남권 지자체, 기업, 그리고 주민들의 왕래에 큰 불편과 불만을 초래하기에 이에 대한 완화차원 일 것이다. 또한 경북도의 미래의 발전을 위해서도 국제항만과 어업전진기지들이 있는 임해지역에 도청기능의 상당부분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은 주민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보아진다.최근에 지역의 국회의원과 다수의 도의원들이 경북도청 제2청사인 환동해발전본부의 개청을 여러 모임에서 강조했고 경북도에 질의도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제2청사 조직신설 관련 예산과 구체적인 개청계획이 전혀 없으며 현 지사의 임기 내에 제2청사의 설립이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처럼 소문만 무성할 뿐이라 동남권 도시들로서는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이왕 발족시킬거라면 서둘러서 도청의 신도시 이전과 때를 같이하여 입지 및 운영이 이루어 질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제2청사에 도청기능의 많은 부문이 옮겨졌으면 좋을 것이지만 우선은 해양항만 관련 부서의 이동이 필요할 것인데 내년부터라도 포항시청 건물의 일부분이나 영일만항 빈터에 가건물을 지어서라도 업무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장기적으로야 도청이 차지할 토지의 규모가 1만평도 좋고 2만평도 좋을 것이라고 보나 현재로서는 가장 편한 위치에서 업무를 시작함이 중요하다고 본다. 물론 좀더 장기적으로는 영일만항 배후단지, KTX역세권, 안강, 영천 등 후보지를 대상으로 과학적인 입지선정 작업을 수행해 볼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걱정은 이 사업이 흐지부지 되거나 지나치게 늦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요즈음 떠도는 소문이자 논쟁거리인 동남권 어디에 자리잡아야 할 것이고, 얼마만한 대지가 필요하고 제공될 수 있느냐 등이 현재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은 아니라고 보며 임시건물이라도 구해서 업무를 시작함이 중요하다고 본다.공공건물, 특히 정부건물들은 첫째, 과거 역사가 보여주듯 정부의 위엄과 상징을 나타낼 것이다. 둘째, 정부건물들은 특색 있는 디자인으로 지역이미지와 브랜드 향상에 이바지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정부건물들의 입지는 공무원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을 그 지역에 이동시켜 경제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넷째, 정부건물들이 신경을 써야 할 것은 주민들에게 최상의 행정서비스를 행할 수 있는 디자인이고 입지여야 한다는 것이다.하지만 무엇이 위 네가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인지 우선순위를 생각해보자. 물론 이 모두를 다 갖추면 좋겠지만, 선택을 해야 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에게 최상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이 아닐까? 좀 쉽게 이야기 한다면, 제2청사의 기능을 먼저 작동시키는 것이 건물을 세우는 작업보다 중요한게 아니냐는 것이다.경북도는 국내에서 가장 넓은 권역을 지닌 광역지자체중 하나이고, 산악이 많기에 북부권과 동남권의 교통연결은 국내에서 가장 어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신도청의 입지가 낙후된 북부권의 경제발전에 중점을 두어 결정되었고, 지금도 서울 내지 세종시와의 연계교통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음도 안다. 하지만 도청의 가장 큰 임무는 도내 각 지역에 최상의 행정서비스 제공이 아닐 수 없기에 이 기회를 빌려 제2청사의 조속한 개청을 촉구하는 바이다.

2015-12-02

포항역 KTX 이용객 설문조사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KTX의 개통으로 포항에서 수도권, 주요 대도시, 인천공항 등으로 오가는 시민들의 편의성이 크게 향상되고 물류비용절감과 관광산업의 활성화로 지역경제가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빨대효과로 인한 지역경제 쇠퇴를 염려하는 이들도 많다. 백화점, 명품아울렛, 병원 등이 주요 대상일 것인데 특히 포항의 경우는 수도권의 영향만이 아니라 KTX 다음 정차역으로 30분 안팎에 도착할 수 있는 동대구역 역세권 개발의 영향이 지대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지속적인 대비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프랑스의 경우, 고속철도 개통 후 무박여행이 종전 25%에서 60%로 증가했고 수도권 중소도시에 거주하면서 파리로 통근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한 측면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방 정차역 및 주변도시가 지역경제의 중심지가 되면서 수도권 인구분산에 기여하기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일본의 경우 신간선 개통 이후 중거리 통근자가 1988년 6천명에서 2000년 4만2천명으로 늘어났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한 수도권 정차역의 경우, 야마토는 학원도시, 사또는 패키지관광, 중간역인 요코하마역과 시나가와역은 컨벤션센터, 비즈니스 등 특화기능을 발달시켜 부도심 지역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미정차도시인 츠바에, 시즈오카 등은 상권이 위축되어 인구가 감소된 것으로 알려졌다.이처럼, 고속철도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상황에 따라 다르기에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 포항의 경우에도 KTX로 인해 어떤 부분은 발전하고 어떤 부분은 쇠퇴하게 될 것이므로 우리는 부정적인 영향들을 극소화시키고 긍정적인 영향들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필자는 지난 9월에 포항역에서 타고 내리는 KTX이용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118개의 응답을 얻었다. 응답자들의 39.0%가 포항에 살고 있고, 서울 20.3%, 대전 5.1%, 부산 5.1% 등이었다. 이들의 최종목적지는 서울 44.9%, 포항 22.9%, 대전 3.4%, 대구 5.9% 등이었고, 이들의 직업은 학생 20.3%, 주부 16.1%, 비즈니스 고용인 11.0%, 대기업고용자 10.2% 교육·연구직 6.8% 등이었다. 여행목적은 친지방문 24.8%, 휴가 및 관광 25.6%, 사업 20.5% 등이었고, 여행의 길이는 1박2일 29.3%, 당일 26.0%, 2박3일 26.1% 등이었다. 포항역에 내려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죽도시장 21.4%, 호미곶 22.5%, 영일대 해수욕장 17.5%, 구룡포 9.8% 등이었다.우리는 포항역과 도심을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포항역과 도심 및 주요지역을 버스노선 연장과 택시운행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포항역 인근에 종합환승센터를 건설하여 좀 더 다양하고 편리하게 시민과 관광객들을 도심의 죽도시장·영일대해수욕장·포항운하, 그리고 호미곶·구룡포·영덕 등 주변지역으로 수송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적극적인 홍보를 통해서 포항이 가기 쉬운 곳이고, 브랜드화 된 관광명소가 있고, 글로벌기업과 한국 최고수준의 대학과 연구소들이 있음을 알려서 좀 더 많은 이들이 찾게 해야 한다. 물론 포항의 여러 지역들을 상응한 볼거리 있고 비즈니스 하기 좋은 곳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또한 역세권개발이 시급한데, 지나치게 강조하게 되면 도심활성화가 힘을 잃을 것이므로 어느 정도 규모의 역세권을 개발할 것인가 좀 더 정책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전문병원, 명품아울렛, 테마시설 등 앵커가 될 만한 산업이나 시설 유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결론적으로 우리는 포항의 KTX개통을 통해 포항과 동해안권이 발전의 큰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방치하거나 시장경제에 맡기기 보다는 체계적인 계획수립과 민관협력을 통한 집행이 필요하다고 본다.

2015-11-25

포항의 교통체증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한 친구가 오랜만에 저녁이나 하자며 양덕동 우리 아파트 후문 앞에 오후 6시 30분까지 도착할 것이라고 전화를 해왔다. 하지만 퇴근시간이라서인지 7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평소 도심에서 20분 걸리는 거리를 1시간도 넘게 걸린 것이다.교통체증에 의한 운전자들의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지만, 하루 30분의 시간낭비가 1년이면 183시간이 되고, 평생을 80년으로 보면 1만4천640시간이 된다. 이를 53만 포항시의 인구로 곱해보면 총체적으로 어마어마한 시간의 낭비이고, 이를 경제활동으로 계산한다면 엄청난 금액이 될 것이다.서울에서 이 정도의 체증은 일상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포항은 중소도시가 아닌가? 도시가 좀 더 체계적으로 개발되고, 공공교통이 발전되면 이러한 교통체증이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어제 차가 심하게 막혔던 곳은 사격장 앞에서 나루끝, 그리고 창포사거리에서 장량동으로 넘어오는 고개라고 하는데, 필자도 이 정체구간들을 잘 알고 있다. 한곳은 7번 국도와 장량동 방향 도로가 분리되기에, 또 한곳은 겨울에 차가 미끄러지기도 하는 언덕배기인데다가 그 너머에 위치한 인구 많은 장량동 입구의 사거리가 신호등으로 길게 정체되기 때문이다.그 외에도 포스코 인근, 대잠동 인근 7번 국도 등 막히는 곳이 많다. 흥해지역의 경우에도 앞으로 7번 국도 인근에 대규모 주거단지가 계획되어 있는데, 모두 건설되었을 때 교통량을 제대로 잘 소화할 수 있을지 심각히 대비해야 할 것이며, 도시기본계획에서나 건설허가과정에서 좀더 압축적인 도시구조가 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새로운 도시가 건설되려면 전반적인 도시의 구조와 토지이용이 환경친화적이면서도 효율적일 수 있도록 계획되어야 한다. 효율적이고 압축적인 토지이용과 공공교통체계가 필요함은 당연하다. 물론 모든 이들이 공공교통을 이용할 수 없고 너무 밀집된 주거만을 고집하기는 힘들 수도 있으나, 밀집된 집합주거와 압축도시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현대도시의 특징이 되어가고 있다.미국의 중소도시들을 다녀보면, 도시화 면적의 30~40%가 공원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은 도심 밖 그린벨트를 제외한 도심 내의 공원면적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이는 계획된 도시이니 가능한 일일 것이나 오래된 유럽의 도시들도 우리나라의 도시들과는 다른 여유로움이 있다. 도심공원이 있고 가로수가 풍성하다. 도심에 분수가 있고 광장이 있다.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것은 KTX이다. 주중에 포항역에서 서울행 KTX를 타려니 오후 2시 출발이고 다음이 5시였다. 그리고 7시와 10시 출발로 되어 있었다. 하행선도 마찬가지 간격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물론 승객 수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지만,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서 문제가 크다고 본다. 물론 승객수가 어떠한지도 지속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하겠다.현재 포항역으로는 KTX만이 아니고 동대구행 무궁화호도 다니고 있다. 장차 영일만항으로 화물열차가 다닐 것이고, 2017년에 일반철도인 동해선이 영덕까지 완공되고, 추후 삼척과 강릉까지 연결되면 포항역은 매우 혼잡해 질 것이다. 이에 대비한 포항역과 역세권 개발이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또한 포항역과 연결되는 포항시 각 거점별 발전계획의 수립도 중요할 수 밖에 없다.얼마 전 포항시의 심포지엄에서 제안하기도 했었지만, 경전철이나 트램으로 포항역에서 장량동-환호동-영일만해수욕장-죽도시장-포항운하-효자동을 연결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도심재생과 교통시설은 정부과제에서는 별개의 항목일 수 있지만, 도시발전을 위해서는 함께 결합되어야 할 주요 요소들이다.

2015-11-18

군 입대행사를 지켜보며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텔레비전에서 해병대 입영장정들의 입소행사를 지켜보았다. 요즈음은 연예인들이 같이 입대하고 훈련받는 프로그램이 있어 가끔 보고 재미있어 했지만 이렇게 입영문화제로 불리는 입소식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예전엔 부모나 애인이 입영부대 안까지 따라 들어와 작별인사를 하는 경우도, 입영문화제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20대에서 30대, 가끔은 40대 중반 정도의 눈에 익은 연예인들이 일반 지원병들과 같이 훈련을 받기에 재미있어는 했으나 `이것은 가짜야` 하는 생각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힘든 유격훈련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군대생활 어려움이 어찌 훈련 때문이더냐?`라며 비평적이기도 했었다.하지만 이로 인해 몇 십년전 필자의 군생활, 잊혀졌던 장면과 에피소드들이 떠올라 잠시 회상에 잠기기도 했음도 사실이다. 사람들과 군대이야기 할 때야 이것저것 무용담이 나오고 즐거워지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쑥스러운 기억들이 많다.세월이 지나면 어려웠던 일들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는다고들 하는데 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논산훈련소에 입대하던 전날부터, 장정으로 지내던 일주일, 그리고 훈련과정, 그리고 자대배치 등 아직도 그 당시의 어려움들이 떠오르지만 그리움과 애틋함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이러한 군대 관련 프로그램이나 뉴스를 보게 되면 눈시울이 뜨거워질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성`이라기보다`감성`의 소치임도 맞다.중고시절에 읽었던 한 맹호사단 재구부대 대대장이 저자인 `19번 도로`라는 베트남전 참전 수기인 논픽션 소설이 생각난다. 역시 베트남전을 바탕으로 한 소설과 드라마인 `머나먼 쏭바강`, 그리고 `위 워 솔저스`라는 영화도 생각난다. 이 모두가 전쟁의 참혹함을 그리고 있고, 그 가운데서도 조국의 명령에 따라 진지를 사수하고 죽어가는 병사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크고 작은 전쟁들이 계속되고 있다. 가난한 나라에서 지난 40~50년 사이에 10대 강국으로 변모된 우리 한국도 그 어려움 가운데 있다. 민족분단과 민족 간의 전쟁, 휴전, 그리고 무수한 도발과 설전 속에 있는 것이 우리 한반도의 상황이다.많은 식자들과 정치인들이 국가와 발전, 사상과 인권 등에 대해서 정의하고 논쟁함을 아는데, 필자가 한마디 더 보탤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도 꽤 긴 세월 자식을 키우고, 국내외 여행을 하고, 국내외적 이슈들을 접하면서 요즈음 더욱 중요하게 느끼는 것이 있다. `민족`이라는 개념이다.이는 거대한 사상이라기보다는, 같은 말을 쓰고, 같은 문화를 가지고, 비슷한 음식을 먹는 `우리들`에 관한 것이다. 스스로도 엽전들이라고 비하하면서도 벗어날 수 없는 우리들에 관한 것이다.우리들에게 7천~8천만의 민족이 있고 독립된 나라가 있고, 또한 군대가 있다. 이렇게 우리가 잘살게 된 것도 자랑스럽지만, 남의 군대가 아닌 우리 군대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한때나마 집단훈련을 받는다는 것, 이는 젊은이들의 사회성 함양을 위해서도, 공동체 아니 좀 더 진한 동료애를 느껴보기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본다. 또한 국가적으로는 우리 조국이 남이 손쉽게 넘볼 수 없음을 알리기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본다.오랜 세월이 지나 많이 무뎌지기도 했지만, 이러한 영화나 프로그램을 볼 때 필자가 한 때 한국군의 일원이었음을 자랑스럽게 느끼게 되고 가슴 뭉클함을 경험한다. 우리 사회가 지극히 글로벌화 되고, 복합화 되고, 그리고 다양한 코스모폴리탄들이 태어난다 하더라도 필자 개인에게는 이 경험들이 인생의 길잡이이자 양념이 될 중요한 요소 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2015-11-11

블루로드 갯바위 낚시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지난 주말 영덕군 인근 바닷가를 방문한 김에 약간 시간이 남아 한 시간 정도 바다낚시를 할 기회가 있었다. 준비하고 간 게 아니므로 낚싯대 하나 빌려서 운동화 신은채로 바윗돌 위를 조심스럽게 건너뛰어 파도가 이는 최전방으로 나아갔고 친구가 주어온 고동을 깨어 낚시 줄을 던져보니 의외로 고기들이 잘 잡혔다. 대개가 길이 10㎝ 정도의 놀래기였고 조그만 복어도 한 마리 올라왔다. 나중에 20㎝ 넘어 보이는 고래치를 한 마리 낚아 올리니 같이 간 친구가 대단하다고 추켜 세운다.이 친구는 이 바닷가에서 자라고 직장도 인근이라서 바다에 대해서 잘 알았고, 항상 차에 낚싯대를 두어개 준비해 다니고 있었다. 이 친구도 그 사이에 우럭 몇 마리를 낚아 올렸고, 내가 잡은 것 까지 가져가 회를 쳐 내었다. 방금 낚은 활어 회에, 그곳 해녀의 집에서 차려온 대게, 해삼, 멍게, 고동 등으로 좀 늦은 점심을 화려하게 끝낼 수 있었다.이곳은 포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삼사해상공원 인근 바닷가인데 해안도로가 잘 나있고 가다가다 몇 개씩 어부들의 집이 보인다. 이곳에도 오래전 이곳으로 물질 왔다가 정착한 제주도 해녀들이 있다. 대부분 70세가 넘은 고령이다.도로 안쪽으로는 해송 우거진 낮은 구릉이 계속되고 인도는 잘 포장되어 있는데 이곳은 영덕군의 `블루로드 a, b, c, d`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d부분 14㎞ 중 북단이다. 바다는 아름답고 의외로 물고기가 잘 잡힌다. 조개며 고동들도 많다.이곳 동해안은 경관좋고 청정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몰린다. 서남해안 어디를 가도 이 같은 청정지역을 찾기 힘들다. 중국에 오래 거주했던 한 친구도 `이 같은 청정해안은 중국에도 없다`고 했다.포항 인근에는 영일만 방파제 등 하루에도 수천명씩 낚시꾼들이 몰리는 명성을 지닌 장소들이 많다. 하지만 때로는 영덕 쪽으로 올라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포항 인근이 시설 좋고 접근 쉬운 장점이 있다면 이 영덕해변은 한적하지만 청정함이 잘 보전되어 있다.영덕은 인구가 4만명도 되지 않는 인구밀도가 지극히 낮은 시골지역이다. 군 면적의 절반은 해안지역이며, 안쪽으로 절반은 산촌지역인 것이 이채롭기도 하다. 따라서 영덕대게 등 해산물과 송이버섯 등 산촌농산물이 함께 유명한 것도 이채롭다. 이 지역이 우리나라의 에너지벨트의 일부이고 앞으로 발전소들이 들어선다고 하지만 아무쪼록 환경친화적인 개발이 이루어져 산업발전과 아울러 생태계가 잘 보존된 지역이 되었으면 좋겠다.필자도 어린 시절에 개천에서 그물이나 어항을 이용해 붕어와 피라미를 잡기도 했었고 중고교 시절에는 멀리 저수지까지 가서 제법 큰 붕어를 낚아보기도 했었다. 미국 유학시절 한동안은 옥수수 산지인 아이오아에서 보냈는데 그곳에서는 호수나 폭포 있는 개울에서 한자가 넘는 잉어나 메기를 수 십마리씩 잡기도 했다.그후 이사 간 로스앤젤레스는 태평양 연안의 대도시인데, 대규모 항구가 있고 저명한 해수욕장과 마리나시설이 있다.이제 필자는 포항에 사는데, 남쪽으로는 경주이고 북쪽으로는 영덕이다. 동쪽으로 몇 시간 배를 타면 울릉도이다. 우리는 이 지자체들을 다른 지역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이들 모두가 미국으로 치면 `로스앤젤레스카운티`정도의 크지 않은 지역에 모여 있다. 같은 지역에 첨단산업, 고대문화유적, 그리고 아름다운 바다가 어우러져있다. 공항도 있고, 항만도 있고, 교육여건도 우수하다.요즈음 광역권 단위가 아닌 도시권 단위의 개발이며 행정구역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물론 장단점들이 있겠지만 80만~100만명 정도의 도시권 단위가 어쩌면 내부 도시간의 알력이나 경쟁 없이 효율성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최적 지자체 단위일지도 모르겠다. 내부 도시들이 무리 없이 네트워크 될 수 있는 물리적·경제적·문화적 거리를 지니고 있을 것이므로….

2015-11-04

네팔에서 하루를 보내며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좀 일찍 잠자리에 들기도 했지만 깨어나니 새벽 2시 30분이다. 네팔시간이 한국시간보다 3시간 15분 늦으므로 한국이라면 기상시간이다. 좀 지나니 개들이 짓기 시작하는데 대여섯 마리가 크고 작게 몇 시간을 짖어댄다. 이곳 개들은 낮에는 잠을 자거나 비실대지만 밤에는 사나워 진다고 한다. 아침이 되니 새소리가 요란하고 어디서 경전 읽는 소리가 들린다. 필자가 머무는 동네는 도심에서 약간 벗어난 교외지역인데 지반이 단단해서 지진 피해를 별로 입지 않았다고 한다. 건물들은 대개 3~4층인데 옥상위로 한층 더 높여 물탱크 얹은 자리가 있어 그 곳에 올라가니 사방이 잘 보인다. 여기서 일출을 감상했다. 남서쪽으로는 흰눈 덮힌 히말라야의 준봉들이 안개에 싸여있다.아침식사 후 도시에서 좀 떨어진 지진피해가 많다는 한 부족마을인`분가만티`로 갔다. 산등성이에 넓게 펼쳐진 이 마을에는 이곳저곳에 무너진 벽돌들이 쌓여있고 낡은 기둥으로 받쳐 놓은 건물들도 많았다. 무너진 건물을 허물고 한창 신축중인 곳들도 있었다.이곳에는 층간높이 아주 낮게 3~4층으로 지어놓은 오래된 붉은 벽돌건물들이 많고 아예 대충 지어놓은 무허가 건물들도 있고 간혹 현대식으로 지어진 건물들도 있다. 마을 한가운데 오래된 사원이 있고 거리 곳곳에 제단이 있다. 길에는 쓰레기가 쌓이고 냄새가 난다. 개와 오리들이 이곳저곳에서 비실거리거나 웅크리고 있다.네팔의 인구는 3천만명이고 카트만두의 인구는 400만명 정도이다. 네팔에는 120개의 종족이 있고, 해발 4천~5천m에 이르기까지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다.히말라야가 있기에 네팔은 물이 풍부하다고는 하나 카트만두 인근은 크게 오염되어 있다. 홍수 때는 상류지역의 수몰을 막기 위해 댐을 열어 놓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인도지역에 홍수가 나므로, 인도의 압력으로 수문을 열지 못한다고 한다.네팔에는 전기가 부족하고, 휘발유가 부족하고, 공장도 없다. 예를 들어 봉제업, 건축자재 생산 등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라가 네팔이다. 대부분 인도에서 연료는 물론이고 공산품들을 수입해 와야 한다. 농업생산량도 보잘 것 없다. 따라서 국민들이 가난할 수 밖에 없다.하지만 이들은 초조하지 않아 보인다. 돈이 있어도 좋지만 없어도 살수 있다고들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로 한달에 몇 천 루피만 있어도 살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더구나 이들은 1년에 1/3이 노는 날일만큼 축제와 휴일이 많다.이들도 산업을 일으키고 경제를 활성화 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계류의 수입이 쉽지 않다. 우선 인도가 방해한다. 조립식 주택을 위한 샌드위치패널도 수입하고자 해도 쉽지 않고 제작기계를 들여오기도 쉽지 않다.버그마티강가 힌두사원에 입장하는데 외국인은 1인당 1천루피를 내야 한다. 이는 한국 돈으로 1만2천~1만3천원에 해당하는데 매우 비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관광객 유치 일 수밖에 없다. 또 하나 가능하다면 농산물 가공이나 약초재배 및 힐링타운 건설이라고 보는데 이도 외국기업과 합작으로 브랜드화해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개발도상국의 문화와 생활습관은 서구와 많이 다르다. 효율성, 합리성, 예절 등이 이곳에서는 자리 잡지도 못했고 강요하기도 쉽지 않다고 본다. 우리는 이들의 독특함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이들을 돕고 협력해야 이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이다.저녁에 숙소인근 한국식당으로 갔더니 문을 닫았다. 아마 개스가 떨어져서 일지도 모르겠다. 인도국경 폐쇄로 휘발유와 개스수입이 중단되어 있기에 그러한 것인데 언제쯤 문제가 해결 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저녁식사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우왕좌왕하는 학생들을 데리고 인근에 있는 좀 엉성해 보이는 네팔식당을 찾아 갔다. 풀벌레 우는 담도 없는 야외식당인데 매운 닭고기구이와 볶음밥이 매우 맛이 있었다.

2015-10-28

지진 후의 카트만두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네팔행 비행기는 빈 자리 없이 꽉 차 있었다. 이번 비행기는 직항이라서 인천공항에서 이륙 후 6시간 30분 후에 카트만두의 트리브반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올 4~5월의 대지진 이후 많은 이들이 복구지원 및 봉사활동 차 이 곳을 찾기에 네팔정부 입장에서는 나쁠 것 없지만 너무 해외 의존도가 높고 자체노력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는 모양이다. 비행기 안에는 60여명의 Good Friend Korea 단원들이 유니폼 차림으로 탑승하고 있다. 이들은 몇 주 동안 텐트에서 자며 심리치료 봉사활동을 한다고 한다. 지난달 말 네팔의 새 헌법이 전국을 7개 주로 나누게 되자 네팔 남부의 인도계 소수민족인 마데시족과 타루족이 자기들에게 독립된 주를 달라며 시위를 일으키고 인도는 국경을 봉쇄하여 인도에서 네팔로 반입되는 석유, 기계류 등 주요품목의 이동을 금지시켜 버린 것이다. 물론 인도관리들은 자기들과는 상관이 없는 국내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그리하여 네팔에서는 휘발유와 가스의 재고가 바닥나서 자동차의 운행이 중지되고 큰 식당들도 문을 닫게 되었다. 카트만두 시내 여러 곳에 버스와 대형트럭들이 며칠이고 길게 줄서고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는 휘발유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것이다. 지난번 지진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죽고 다치고, 수많은 건물들이 무너지고 균열이 생겼다. 겨우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중요한 시기에 이 같은 연료파동이 일고 있는 것이다.지진 이후 몇 달이 지났기에 대로변 건물들은 대부분 복구된 듯 보이는데 골목 안을 살펴보면 무너져 방치된 건물들도 많고 곧 무너질 듯한 건물들이 목제나 철기둥으로 받쳐져 있는 경우도 많다. 한 최신형 10층 아파트단지는 여러 동의 2~3층 부분에 파란 망을 쳐 놓았는데 지진 때 균열이 크게 나고 위태롭게 흔들려서 입주자들이 모두 퇴거 했다고 한다. 또 지진이 온다면 더욱 피해가 커질 것이다.도심은 영화에서 보는 듯한 고대도시의 모습이다. 군중들 속을 걸으면서 좁은 골목 양쪽으로 높이 솟아 있는 붉은 벽돌 건물들이 언제 무너져 내릴지, 매우 불안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삶은 옛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높고 좁은 벽돌건물들 사이 거미줄같이 연결된 골목에는 갖가지 소규모 가게들과 인파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가난한 네팔인들의 삶의 터전이자 역사성을 지닌 이곳을 어떻게 복구 및 향상시킬 것인가가 주요 이슈일 수밖에 없다.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지역이야 원칙과 기법에 따라 잘 복구되어야 하고 그 밖의 지역이라 할지라도 보전되어야 할 것들이 많겠지만 지나치게 위험한 것들은 철거함이 옳다고 본다. 그리해야 남아 있는 건물들이 덜 혼잡해지고 도시인프라를 구축할 여지도 생길 것이다.다시 말해서 이 기회에 밀집된 도심을 좀 덜 복잡하게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그리고 도심 인접의 크고 작은 빈 땅에 인프라가 제공된 뉴타운을 건설하여 집을 잃은 분들이 스스로든 정부의 보조로든 집을 짓고 살아가게 하자는 것이다. 물론 외곽에 한두 개 대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해야 할 필요도 크다고 본다.이곳저곳에 외국NGO들이 지어준 임시주택들이 있는데 대부분 대나무 기둥에 벽과 지붕은 함석이나 베니어판이다. 보온재가 설치되지 않아 낮에는 매우 덥고 밤에는 추울 것 같다. 샌드위치패널이 있으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텐데, 공장도 없고 수입하고자 해도 쉽지 않다고 한다.NGO 등의 지원으로 외곽에 천막이나 함석으로 지어진 임시 집단주거촌도 있는데 많은 이들이 정을 못 붙이고 무너진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들 집단주거촌도 임시 머물 곳이 아닌 오래 정 붙이고 살 수 있는 커뮤니티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2015-10-21

수목원에서 부모님을 추억하며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부모님 계신 항동에 오면 가벼운 옷차림으로 동네를 돌아보게 된다. 그린벨트로 묶여 있던 지역이기도 하지만, 빌라단지 자체가 나무들로 무성해서 서울이면서도 서울 같지 않은 곳이다. 우선 단지 중앙대로에는 마로니에 닮은 키 큰 후박나무가 넓적한 잎사귀를 달고 여러 그루 서 있다. 향나무도 많고 감나무, 대추나무, 석류나무도 많다. 부모님께서는 평생을 지방 소도시에서 사셨는데 직장을 은퇴하시고 60대 중후반에 큰 아들이 있는 서울로 오셨다. 한동안은 마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시다가 손자들이 자라나자 좀 더 고향을 닮은 항동으로 이사 오게 된 것이다. 부모님댁 전방 길 건너에는 푸른수목원이 있다. 하지만 수목원이 생기기 이전에도 이곳은 유명한 항동저수지와 항동철길이 있고 밤나무 우거진 산줄기와 논밭이 있는 곳이었다. 부모님은 이곳에 오셔서 두어평 남짓한 정원 가꾸기로 시간을 보내시며 좋아하셨다. 하지만 4년 전 아버지께서 91세의 나이로 돌아가시고, 이제 91세 되신 어머니께서도 정원에서 풀 뽑다 허리를 다치셔서 이제는 그마저도 하지 못한다고 아쉬워하신다.둘째 아들인 필자는 서너 시간 거리의 포항에 사는데, 어머님을 명절 때나 뵙는 불효자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어머니는 내가 오면 입으라고 아버지의 운동복 여벌을 항상 옷걸이에 준비해 두고 계신다. 이곳에는 아버지의 옷, 화분, 책, 그리고 적어놓은 말씀 등 아버지의 흔적이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아주 어릴 때부터 필자는 아버지를 따라 이 마을로 저 마을로 산보도 하고 냇가에서 물고기도 잡았었다. 지금도 4~5살 때 아버지와 함께 찾아갔던 고향마을인 청라면 장산리의 풍경이 머리에 떠오른다. 집 뒤편에 밤나무 숲이 있었고 동네 어귀에는 물레방아가 있었는데, 지금은 거대한 저수지로 변해 버렸다. 오늘도 아버지 운동복을 입고 아버지 산책하시던 길을 걸어가 본다. 빌라 담장을 따라 길게 화단이 조성되어 있는데 높다란 담장을 넘어 능소화가 줄기를 뻗어 주황색 꽃을 피우고 있다. 수목원에 들어서면 많은 나무와 꽃들이 나를 반긴다. 장미원, 메타세콰이어 숲, 갖가지 들꽃들…. 저수지의 데크로 발길을 돌린다. 이곳에는 수초가 엄청 많다. 갈대숲은 사람 키를 훨씬 넘어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한다. 수초 사이로 진흙빛 물속에는 20~30cm는 됨직한 붕어며 잉어들이 노닐고 있다.아버지는 여가에 화초 키우기를 좋아 하셨다. 집에는 늘 갖가지 화초와 분재들이 있었다. 좀 멀리 떨어진 비탈 밭에는 손수 심어 놓으신 단풍나무, 사과나무, 감나무 등이 있었고, 은행나무는 아직도 수십 그루가 남아 있다. 아파트 발코니에 50개 넘는 화분을 지니고 있는 필자도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고 할 수 있겠다. 화원에서 구입한 대형 화분들이 아닌, 대부분 스스로 싹 틔워 길러낸 것들이다. 야자나무, 고무나무, 유카나무, 아보카도나무, 검정대나무, 겨자씨나무, 산세베리아 등….아버지는 주변의 높고 낮은 산들을 등산하시며 늘 자연보호활동을 펼치셨다. 지금 통용되는`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개념을 들어 보신적은 없어도 사람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함을 몸소 느끼셨던 것 같다. 유기농 개념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 당시에도 화학비료 보다는 지력증진을 위해 퇴비를 써야 하고, 사과나 고추에 농약을 치지 않아야 껍질째 씹어 먹을 수 있음을 강조 하셨다.우리나라에는 가나안농군학교나 새마을운동 이전인 70년 전에도 생태농업이나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추진하던 사람들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 당시에도 농촌계몽운동이나 4H운동이 맥을 잇고 있었다고 보아진다. 우리 동양사회의 전통적인 자연관 자체가 인간과 자연의 조화였음에도, 우리는 전쟁 통에 그리고 근대화과정 중에 이를 너무 잊고 살았던 것이다.포항에도 경상북도수목원, 기청산식물원 등 자랑할 만한 수목원 내지 생태숲들이 있다. 그러나 좀 더 많은 수의 이러한 생태공원들이 도심 가까이에 자리 잡아 시민들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2015-10-14

영일만을 조망하며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오랜만에 포항 여남동 바닷가를 방문했고, 그곳 언덕배기에 높게 지어진 한 커피숍을 찾았다. 이곳은 해안가에 위치한 나지막한 수림 우거진 야산이었는데, 요즈음은 다양한 건물들이 들어차고 있다. 이 커피숍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가장 최근에 지어진 건물이다. 여남동은 환호동 종점에서 좀 떨어진, 과거에는 도심에서 먼 변두리였으나 지금은 도심해변이 되어 있다. 이곳 비탈에서는 영일만이 가득 내려다보인다. 밤에는 포스코의 야간조명과 포항 시가지의 불빛이 아름답다. 영일만은 고대로부터 해류의 방향에 따라 이러한 지형이 완성되었을 것이다. 해류의 영향으로 해안에는 사구가 생기고 침식이 진행되기도 한다. 이는 우리 인간의 시간과는 관계없을 듯 보이지만 문득 보면 언제 그랬나싶게 놀라운 속도로 진행됨이 아이러니이다. 영일만은 파도가 거세다. 지금은 영일만항, 포항신항, 그리고 포항구항이 주요항만으로 되어있는데, 대부분 거대한 방파제로 파도를 피하고 있다. 하지만 내항 깊숙이 자리 잡은 포항구항 이외 다른 두 항만은 파도가 세면 1만톤급 배들이 하역을 못하고 영일만 중간에 앵커를 내리고 한없이 기다려야 한다. 이곳에 배들이 정박해 있게 되면 주변 수역의 어로는 금지된다. 이곳 바다는 포항시의 관할이 아니고 해수부의 관할이다. 이 배들이 1~2주 정박해 있기도 하지만, 정 형편이 어려우면 진해항 등으로 옮겨가기도 한다고 한다.필자는 포항의 주요 신성장동력을 해양항만사업이라고 보며, 화물선의 선·하적을 용이하게 함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이러한 파도를 막을 거대한 방파제를 추가로 건설하기는 힘들 것이고, 포스코대교 안쪽 공단 인근에 1만톤급 선박의 선·하적항 겸 피난항을 건설하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영일만항은 현재 3만톤급 항만으로 1단계 공사가 끝난 상태이나 어서 빨리 2, 3단계 공사를 완공하여 7~8만톤급의 화물선과 크루즈가 정박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이왕 영일만대교가 완성될 것이라면 중간에 인공섬을 만들고 그곳에 크루즈부두를 조성해도 좋을 것이다.이곳 여남동에서 영일만해수욕장, 송도해수욕장, 그리고 형산강변을 따라 형성되는 수변공간은 포항으로서는 대단한 관광자원이자 도시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물론 그 위와 아래로도 수변공간이 계속되지만 이곳은 선형으로 연결된 도심 수변공간이다. 이 도심 수변공간은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고, KTX를 통해 포항에 온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을 장소이기도 하다. 이 선형을 따라 KTX역-장량동-여남동-영일만해수욕장-죽도시장-포항운하-효자동을 연결하는 트램이나 모노레일이 꼭 필요하다고 보며, 이곳을 따라 주거단지와 상업시설과 테마적인 관광시설이 개발되면 좋을 것 같다. 이 교통수단으로 인해 포항의 큰 자산인 죽도시장과 포항운하에 좀 더 많은 이들이 찾을 것이며, 운하주변의 개발을 비롯한 도심활성화사업들의 사업성이 크게 향상 될 것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포항의 가장 큰 자산은 선형으로 연결된 아름다운 도심해변이다. 현재 포항운하를 운항하는 크루즈는 이러한 도심해변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관광시설인데, 다양한 크기의 크루즈와 코스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의 코스 이외에 영일만이나 호미곶을 돌아오는 코스, 형산강을 거슬러 양동마을 까지 가는 코스 등이 그 예이다. 이제 단순한 크루즈 보다는 무언가 테마를 결합하면 좋을 것 같다.이러한 노력과 관련하여 언급하고 싶은 것은 칠포리의 고인돌과 암각화군이다. 청동기시대의 유적이라고 하는데, 발견된 것이 놀랍게도 최근인 1989년이다. 오랜 세월동안 많이 파괴 되었지만 그래도 여러 곳에 분산되어 남겨져 있다. 이에 대한 연구와 보전이 시급하다고 보며, 시민들의 관심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곳도 영일만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유적을 남긴 종족들이 칠포리만이 아닌 여남동에도, 흥환리에도, 구룡포에도 거주하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2015-10-07

칠포 1, 2리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은퇴한 선배교수가 사진 두장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흥해읍 칠포1리 언덕에서 찍은 이른 아침의 바다풍경이다. 하나는 일출이 구름 사이로 가렸지만 햇빛이 하늘로 치솟는 광경이고, 또 하나는 해 뜬 후의 백사장과 바다풍경이다.필자도 이러한 풍경을 본적이 있다. 몇 년에 한번 꼴로 바닷가에서 아침을 맞게 될 때 보던 풍경들이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고 더구나 여행 중에는 잠이 없는 편이라서 2~3층 건물 창가에서 깜깜한 바다를 바라보며 어둠에서 차차 푸르게 물들며 밝아지는 바다풍경을 몇 시간씩 바라보곤 한다. 새벽 4시의 깜깜한 바다 멀리서 한점 밝은 빛을 내는 것은 오징어잡이 배이다. 좀 작게 붉은 빛을 내는 것은 화물선이다. 주변이 어두운 짙푸름에서 문득 밝음으로 바뀌며 아침 해가 떠오르는 것이다. 때로는 구름이나 안개 탓인지 붉은 해가 떠오르기도 하고 아예 빛줄기만 구름사이로 나타날 때도 있다. 이 선배분도 필자처럼 새벽부터 일출을 지켜보던 모양이다. 이 분은 미국에서 건축가로 오래 활동하다가 필자가 몸담은 신생 대학교에 교수로 왔었는데 몇 년전 은퇴하고 지금은 강의 몇 시간 맡고 있으며 일주일의 절반은 서울에서, 절반은 칠포1리에 위치한 친구의 별장에 거주하고 있다.이곳 칠포는 필자도 자주 가보고 지나는 곳이다. 20년전 포항에 이사 와서 가장 많이 갔던 곳이 칠포해수욕장이다. 그곳에서 바다도 보고 비치호텔 경양식집에서 점심도 먹었다. 필자는 환여동, 죽천, 우목리를 거쳐 칠포에 닿는데 그곳은 삼거리로 되어있고 오른쪽은 칠포해수욕장, 왼쪽도로는 내륙의 7번국도와 연결되고, 전방으로 계속 드라이브하면 높고 낮은 구릉을 타고 연결되는 해변도로이다.때로는 차를 좀더 몰아 오도리나 월포까지 갔었다. 칠포해수욕장 뒤편 길을 드라이브하여 고갯길을 내려가면 조그만 개천이 있고 어촌이 있다. 보통은 이 마을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았었는데 언젠가 폭풍이 심하던 다음날 다리 좌우 마을을 돌아 봤었다. 의외로 많은 집들이 모여 있고 바닷가에는 양식용 우렁쉥이들이 해변 가득 밀려와 있었다. 다리 건너편은 어선선착장이 있고 횟집도 여럿 있어 좀더 큰 동네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았다. 필자가 해변 따라 운전해가던 다리 건너 좁은 언덕길은 칠포1리 해변동네 관통도로라고 보면 된다. 그 길 위쪽으로 30~40년 전에 대구 사람들이 단체로 지었다는 지금은 구식이 되어버린 별장들이 있다.며칠 전 동네 커피숍에서 한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다. 공식적인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선배가 보내준 사진 이야기를 꺼냈더니 그곳이 자기 고향이란다. 조그만 다리 이전 마을이 칠포2리이고 건너 마을이 칠포1리임을 그때서야 알았다. 자기네 집은 칠포1리에 있었는데, 그 사진의 바닷가 풍경은 자기도 아주 익숙하다고 했다. 그 작은 개천은 자기 자랄 때만 해도 멱 감고, 빨래하고, 때로는 식수로 쓰기도 했다고 했다. 대구 의사 분들이 단체로 그곳에 별장을 지을 때 초등생이던 자기는`왜 이런 곳에 이러한 집들을 지을까 생소 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당시 마을을 이루던 전통가옥들은 대개 다 허물어지고 양옥집 내지 조립식 집들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크고 작은 바닷가마을들이 우목리로 월포로 가는 길에 여럿 있다.언젠가 꽤 오래전 영덕을 거쳐 동해시까지 가본 적이 있는데, 해변을 따라 수 없이 크고 작은 마을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지붕 낮고, 돌담 많고, 크고 작은 방파제와 어선계류장이 있다. 또한 이 마을들은 내륙과는 다른, 특색 있는 전통문화를 지닌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어촌의 풍경이며 문화가 사라짐이 아쉽다. 인프라나 주거지 향상은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환경보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겠지만 담겨진 역사와 문화들이 조금이나마 보전 된 마을이 형성될 수 있도록 좀 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5-09-23

지역대학의 도로 연결 시급성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포항은 도농통합시로서 면적이 서울시의 1.8배에 이를 정도로 넓지만 인구는 53만인 중소도시이다. 한반도 동남해안에 위치하여 수도권에서 먼 도시이지만, 포항에는 1970년대 초 포스코가 가동되고 1980년대 중반 한국 최고수준의 공과대학인 포스텍이 생겨서 지방이면서도 특색 있는 도시로 발전되었다. 하지만 수도권 및 다른 대도시와의 연계는 매우 불편했었다. 서울 가기도 그러하지만, 외국 한번 나가려면 5시간 넘게 버스를 타야 하는 등 스트레스가 대단했는데, 올 4월에 KTX가 연결되었다. 이는 포항으로서는 대단한 변화이고 교직에 있는 필자로서도 수도권 회의 참석, 학생모집, 해외연구여행 등에서 불편함이 크게 사라지는 변화를 가져오게 된 셈이다. 대부분의 지방도시들의 경우, 수도권과의 연결만이 문제가 아니라 도시 내에서의 교통연결도 쉽지 않다. 공공교통의 미비로 직장인들은 자가용을 운행해야 하는 비용 상의 문제가 발생하지만 학생, 노약자 그리고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교통비의 과다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유지 자체에 큰 어려움을 준다. 포항의 경우에도 공공교통이 제대로 발달되어 있지 않다. 노선이 중심부 일부지역에만 연결되고 주행간격이 크다. 지자체와 관련 기업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보지만 많은 주변지역들은 공공교통의 불모지이다. 필자가 몸담은 한동대는 포항도심의 외곽에 위치하는데 1995년 신설된 뒤 초창기 15~16년 동안 중심가로 나가는 십수km 접근로가 폭 4m 정도의 농로 내지 오솔길이었다. 공공교통 마저 연결이 안되어 이 학교에서는 5천명 가까운 학생 및 교직원들을 위해 이 좁고 위험한 길로 스쿨버스를 대대적으로 운영해왔다. 몇 년전부터 학교 주변에 외곽순환 고속화도로가 개통되어 자가용이 있는 어른들의 경우는 한결 편리한 교통여건을 지니게 되었다. 하지만 학생들을 태운 스쿨버스는 방향도 다르고 교차로가 혼잡한 이 고속화도로를 이용할 수 없고 아직 위험한 오솔길을 거쳐 장량동까지 나가야 한다. 학교로부터 신개발지인 장량동까지는 사이에 구릉이 가로막혀서 그렇지 직선도로가 개설된다면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도 왕래가 가능한 거리가 된다. 현재 새로 연결된 도로들이 과거보다는 좀 짧아지고 편리해지기는 했지만 장량동까지 자가용으로도 15분 이상 걸리며 걷는다면 청년들의 경우에도 1시간은 걸린다. 굴곡이 심해 자전거나 오토바이로 왕래가 쉽지 않다. 더구나 성토된 제4산업단지아래 구 도로는 비탈이 심하고 그늘지고 지하수가 고여 있어 겨울에는 이륜차의 빙판사고가 잦다.필자는 이 기회에 포항시 및 시민들께 호소하고자 한다. 이 학교의 교통불편은 대부분 시민들이 잘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장량동에서 영일만항 배후산업단지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신규도로가 개설되고 있는데 그곳에서 400m 정도만 도로를 연장 건설하게 되면 장량동에서 이 학교까지의 거리가 지금의 1/2 이하로 단축된다고 하니,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빠른 시일 내 이 문제를 해결해 주십사하는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 첫째, 장량동과 영일만산업도로를 연결하는 장량-흥해간 도로의 교통체증을 크게 감소시킬 것이다. 둘째, 포항시민들도 좀 더 쉽게 아름답게 가꾸어진 이 학교 캠퍼스를 방문할 수 있을 것이며, 주변의 천마산과 천마지 트래킹을 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국내외 저명도를 지닌 이 지역대학을 위한 포항시와 시민들의 배려가 길이 기념될 것이며, 산관학민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다.이왕 버스운행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려고 한다. 다른 도시의 대학들이 대부분 시내버스의 기종점인 것을 감안하여, 이 학교에서부터 장량동과 KTX역까지 버스노선 개설을 부탁드린다. 학생들로서는 1만~1만5천원의 택시요금을 감당하기 힘들다. 이 학교는 타 지역에서 온 학생들이 많고 국제교류가 활발하기에 KTX 포항노선 이용자의 꽤 높은 비율을 차지할 것이다.

2015-09-16

한 작가와의 만남과 지역사회 재발견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필자는 몇 년 전부터 국제개발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논문을 지도하고 있다. 진작부터 국제개발에 관심이 커서 학부생들과 개발도상국을 방문하여 경제개발, 도시환경, 주거, 농업 등의 주제로 현장조사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이제 여러 국내외 대학원생들의 논문지도를 하다 보니 좀 더 심각하게 개발과 보전, 성장과 분배, 빈곤, 혁신 등에 관해 생각해 보게 된 것 같다.우리 한국의 장년 및 노년세대들은 저개발국의 빈곤을 몸소 경험했고 국가발전 및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었다. 지난번 본교에서 열린 새마을아카데미의 수강생들인 개발도상국 공무원들을 통해서 이미 확인한 바도 있지만, 우리 한국의 발전은 이미 많은 나라의 본보기로 여겨지고 있다.하지만 한국의 급속하고 지속적인 성장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적절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한다. 경제개발5개년계획, 새마을운동 등을 통해서 한국이 부강하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성공의 원인 혹은 일부나마 실패 내지 폐해의 원인 등이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관점으로 분석되고 이론화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물론 이는 한 정책의 성공이 일의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복합적인 요소들 속에서 이루어지니 그러하기도 할 것이다. 학계와 시민사회는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의 분석체계와 담론의 형성을 통해서 한국의 경제산업발전이며 새마을운동을 분석하고 이론화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현재 지역사회는 세계화·지방화의 와중에 다양한 경제산업개발, 환경보전 및 오염방지,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탑다운과 바텀업 등의 와중에 있다.지역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회 각 요소들이 잘 정리되고 내면화 되어야 한다. 그 발전이라는 것은 지금까지의 지역총생산 및 개인소득증대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라, 주거, 환경, 교육, 건강, 문화 등 다양한 요소들의 상향이동이어야 한다는 것이다.필자는 요즈음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고 그중에서도 지역의 인물이나 역사에 대한 남겨진 스토리며 그들의 의미 내지 공헌에 대해 관심이 크다. 따라서 지역의 관련 분야 학자나 행정가뿐만 아니라 문인이나 저널리스트들과의 대화도 즐겨하는 편이다.언젠가 한 역사학자로부터 근대사에서 발견되는 안동의 수많은 인물들의 예와 비교해 `포항에 역사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포항은 1960년대 이후 발전된 한낱 공업도시가 아니냐는 소리이다. 이에 대해 큰 대꾸를 하지 못했었다. 포항에도 항일투쟁과 3·1운동의 역사가 있었고, 6·25격전지와 포스코를 포함한 한국 산업발달을 주도해온 다양한 스토리들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음에도….그러나 요즈음 좀더 적극적으로 포항의 역사와 문화를 찾아보고 있다. 이는 주변 포항인들과의 대화, 특히 한 지역작가와의 대화에서 시작되었다. 그와의 본격적인 만남은 그의 저서와 신문 칼럼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그는 한흑구 시인을 이야기하고, 정영상 시인을 이야기 하고 지금은 변해버린 어링불, 그리고 헤엄쳐 건너던 동빈내항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리고 철강왕 박태준과 박정희 대통령을 이야기 하고 있었고, 우리의 경제사회발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 작가와 어쩌다 만나게 되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혹은 나만의 잘못일지도 모르지만, 겨우 1년에 한두번이나 연락하는 법이 어디 있냐고 투정도 해대는 내 모습은 이 고향을 아끼는 심정과 이 고국의 변화와 발전의 역사를 추적하고 해석해내는 그 작가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금번 발간한 그 주황색 산문집, `프란치스코 교황 그리고 무지개`, 잘 읽고 있다. 이 기회에 다시금 축하와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다.

2015-09-09

새마을아카데미와 지역 명소들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얼마전 2015년도 새마을아카데미가 한동대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렸다. 필자는 이 아카데미의 기획과 진행을 총괄하기에 바쁜 5일간의 일정을 보냈었지만 35명의 수강생들도 방학의 마지막 주를 바쁜 가운데서도 보람차게 보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한동대에서 새마을아카데미를 지속적으로 여는 것은 새마을운동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문성리`가 포항시의 한 마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새마을운동에 관심 있는 교수와 연구원들이 있고 이를 배우려하는 외국인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에도 새마을운동은 1980년대부터 관심을 갖던 주제였고 포항에 부임한 이후 학생들을 위한 주요 강의 및 연구주제였다.첫날 입학식에 이어 관련 강의들이 이틀간 진행되었다. 지역개발 전문가인 필자가 주요 강의를 담당하기도 하지만 새마을운동의 역사를 잘 아는 지역의 원로 언론인, 대단위 농업 및 무역 종사자, 도시계획 및 설계자, 미국인 변호사이자 MBA소지자인 법과대학교수 등이 함께 강의를 담당한다. 이때 3~4명의 외국인 학생들도 발표의 기회를 갖게 된다.강사진들은 학생들에게 한국의 새마을운동의 역사와 공헌, 한국의 경제개발과 대통령의 리더십, 그리고 새마을운동의 개발도상국 적용에 대해서 다양한 각도로 설명하고 토론을 이끈다. 시대가 바뀌었고 각 나라의 상황이 다르므로 각 나라의 접근방향과 실행전략이 다를 수 밖에 없다.그 다음 이틀간은 관련지역들을 방문했다. 우선 방문한 곳은 문성리의 새마을기념관이다. 학생들은 말로만 듣던 새마을발상지를 가보게 되는 기회인데 기념관 안팎의 전시물과 시설들이 잘 정리되어 있고 뒤편의 한옥도 잘 보수되어 국내외 방문객들에게 전통가옥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점심 후 방문한 곳은 포스코역사관이다. 약간 절차상의 문제 때문에 이번엔 공장견학은 취소하고 역사관만을 방문하여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듣고 홍보영상을 감상했지만 학생들은 큰 감동을 받은 모양이다. 그 다음 방문지는 포항운하이고 크루즈 탑승이 계획되어 있었는데 지난 몇일 간의 폭풍 탓에 파도가 거세어 크루즈운항이 정지되었다. 그래서 스케줄을 당겨 방문한 곳은 환호해맞이공원의 포항미술관이었다.다음날 오전에는 영일만항을 방문했다. 포항영일신항만주식회사에서 영상을 보고 설명을 듣고 부두시설을 관람했다. 학생들은 자기 나라 항만과의 연계에 관심이 많았는데 문제는 물동량이다. 아직은 영일만항의 첨단시설과 넓은 야적장이 제대로 이용되지 못함이 아쉽지만 경제가 좋아지고 다양한 포트세일즈 전략에 따라 차차 그 기능과 역할이 증대될 것으로 본다.그 다음 방문지는 영일만항 배후산업단지에 위치한 농기계제작회사 린도로서 세계 제1의 기술력으로 자동사료배합기를 제작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작은 규모의 기계와 대형 플랜트를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수출한다. 우리는 오도리의 사방공원도 방문했다. 이곳은 1960~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주도의 헐벗은 산야복구를 기념하기 위한 곳으로 영일만 외해가 내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포항에서 새마을운동 교육 관련 방문지로 어디가 좋을까요?`라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필자는 이번 방문한 장소들을 보통 말해준다. 영일만해수욕장, 죽도시장, 양동마을, 포스텍, 한동대 등이 포함될 수도 있다고 본다. 포항은 도농통합시라서 농어촌지역을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글로벌 철강기업, 첨단연구소, 국제항만이 있는 곳으로 새마을운동의 발전과정과 발전된 모습을 다양한 시각에서 보여줄 수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새마을운동 관련 연구와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교육시설과 강사진을 잘 갖추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2015-09-02

지속가능한 개발과 농업 관련 이슈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국제개발대학원에서 국내외 학생들을 지도하다보니 글로벌 이슈 관련의 다양한 논문주제들을 다루게 된다. 그중 주된 주제가 `농업`과 `지속가능한 개발`에 관한 것이다. 제조업 및 고부가가치산업 발달이 미진한 개발도상국의 경우 농업개발은 주민들의 굶주림을 면하게 하려함이 우선의 목적이지만 새로운 농업기술의 도입을 통해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고 이미 비대해진 대도시의 빈곤, 환경오염 등의 문제들을 해결함이 또 다른 차원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개발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나 각 국가에서 많은 신경을 쓰는 주제이다. 개발과 보전, 이 상반되어 보이는 개념을 병립할 수 있도록 함이 지속가능한 개발의 목표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개발을 해나가면서도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극소화하자는 것인데, 이에 대한 실천은 그리 쉽지 않다.우리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환경보전에 관한 국가적인 규제도 강해졌지만 국민들의 환경보전이냐 개발이냐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게 표출되고 각종 이해관계가 얽히기 때문에 국가나 지역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사업들도 시기적절하게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어떤 사업들은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되거나 큰 문제가 없지만 장기적으로 큰 해가 되는 사업들이 있고, 단기적으로는 이득이 없거나 좀 고통스러워도 장기적으로는 사회에 큰 이익이 되는 사업들도 있다.다툼 있는 사안들도 모든 국민들을 만족케 하면서 진행되면 좋을 것이나 실제상황에서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얻는 이가 있으면 잃는 이가 있는 것이 세상이치이다. 공공정책은 되도록 많은 이들이 이익을 얻고 되도록 적은 이들이 손해를 보되 이들에게는 `공정한 절차`에 의한 `공정한 보상`을 제공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며 의사결정권자 내지 영향권자들은 이러한 목적달성 및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 설득, 조정능력 등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얼마만큼 개발할 것이며 얼마만큼 보전할 것이냐의 문제는 어차피 대국적인 차원에서 우리 국가와 사회가 진지하게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 큰 방향성 아래에서 개개의 크고 작은 사안들이 좀더 구체적인 국가적·지역적 상황에 따라 그 규모와 시기 혹은 보류가 논의 되어야 할 것이다.또한 필자는 포항이나 경북도가 농업발전과 관련 인력교육에 좀 더 힘을 기울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경북도에서 지역의 6차 산업 발전을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고 새마을운동의 부활을 위해 애쓰고 있음을 안다.포항의 산업다양화를 위해서도 첨단농업이 필요하다. 한동대 인근 흥해들에 10만평 정도의 겨울에 지열을 이용한 고부가가치 농작물 재배센터가 시범적으로 세워지면 좋을 것 같다. 젊은 학생들이나 농업후계자들에게 첨단농업과 농업관련 무역에 관해 배우게 하고 러시아 하산 등지의 대규모 경작방안에 대해서도 교육 받을 기회가 주어지면 좋을 것이라고 본다.첨단농업은 도시농업이 될 수 있다. 도심빈터, 건물옥상 혹은 건물 안에 농업단지가 조성될 수 있고, 농업조경이라는 개념도 여기에 적용 될 수 있다. 포항과 주변 경북지역이 사과나 복숭아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성 토마토, 파프리카, 고추, 인삼 등이 생산되고 수출되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포도주, 인삼주, 각종 과일주 등도 브랜드화 되어 수출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러시아 하산과 연계하여 영일만항을 농산물 수출입항을 겸하게 함도 중요하고 한동대의 개발도상국 학생들을 교육시켜 장차 그 나라의 농업관련 기술이나 플랜트건설에 협력할 수 있도록 함도 중요하다고 본다.

2015-08-26

NIBC와 소셜하우징 (하)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알코브호텔은 호치민 탄손넛공항에서 5분 거리에 있다. 규모는 작지만 깔끔한 객실과 아름다운 정원 및 로비를 지니고 있다. 필자가 일년에 한 두 번 호치민에 들르면 머무는 곳이며 제자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 호치민은 1975년 북베트남에 의해 함락된 남베트남의 수도였다. 1973년 평화협정에 의해 미군과 한국군이 철수한 후 2년도 못되어 남베트남은 수도인 사이공에 북베트남 탱크들이 들어닥치며 함락되었다.지금도 중심가에는 과거 정부건물들이 전쟁박물관으로 남아있다. 이곳에는 사회주의 국가답게 거대한 공공건물과 국가를 홍보하는 광고판들이 많다. 이제 베트남은 일당체제의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자본주의 요소들을 받아들이고 외국과 교역하며 경제발전에 매진하고 있다.필자가 학생들과 이곳을 자주 방문하는 이유는 이곳에 한동대 출신 제자들이 세운 NIBC그룹이 있기 때문이다. NIBC는 5년 전에 세워진 건설경영회사로서 그 아래 몇 개 건설사와 호텔들을 두고 있다. 이 회사를 이끄는 주역들은 한동대 졸업생들이고 다른 회사를 다니다 이곳에 합류한 타교 출신들도 있다.2009년 이후 베트남 경제가 어려워지다가 요즈음 차차 좋아지고 있어 NIBC도 차차 사업을 확장해 가고 있다. 호치민 만이 아니라 다낭, 하노이, 캄보디아 시엡립 등에 여러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사업의 크기도 대단지 규모를 넘어서 신도시 수준의 건설이다. 이들은 대개 낮은 가격대의 소셜하우징에 집중하므로 이익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보지만 정직하고 성실하게 노력하고 있어 이곳 정부에서 인정을 받는 것 같다.NIBC는 연간 3천~4천채의 주거를 개발하고 있다. 이 사업들은 대개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규모들이 꽤 크다. 요즈음 호치민의 대부분 신개발지들이 도심에서 30분에서 1시간은 걸리는 거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공공교통 연계가 필수적으로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베트남은 인구가 9천만명에 이르며 하노이와 호치민의 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소득도 빠르게 늘어나서 주거를 포함한 건설산업이 다른 나라들과는 다르게 붐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그 공급량은 아직 수요 내지 소요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더구나 지어진 집들이 대부분 고소득층, 최소한 중산층 이상의 계층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바람직하기는 좀 더 정부의 지원이 늘어나고 주택시장이 활성화되어 좀 더 다양한 계층의 집들이 지어지는 것이다. 한국도 그러했지만 원래의 주거들이 임시주택형태로 지어진 것들이 많기 때문에 국민들은 빌라나 아파트 등 모던하게 지어진 새집들을 좋아한다.이를 위해서는 NIBC 같이 소셜하우징의 기치를 건 저비용이면서도 품질이 좋은 작은 평형의 아파트 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에서도 토지의 매입이나 건설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배려를 해준다고 보지만 이들 NIBC의 타이트한 경영으로 비용을 낮추고 저소득층이 입주할 수 있는 가격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대단하다고 본다. 더욱 이러한 회사들의 성장을 기대하는 바이다. 베트남의 건설공정은 한국과 비교하여 전근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비싼 건설자재의 생산 및 판매는 발전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건설업 자체는 지역상황에 맞추어 사업이 진행되고 지역의 중소회사와 지역민들을 고용해야 하는 것이 맞다.NIBC는 아직 신생그룹으로서 자금력이나 기술력 등에 취약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젊은이들이 다른 나라에서 이와 같은 성취를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정직과 성실, 영어대화 능력 및 협상력, 가난한 이들을 돕자는 명확한 목표의식 덕분이었을 것이다. 덧붙여 지역사람들과의 융합, 건설과 도시공학 복수전공, 해외봉사활동 경력 등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2015-08-19

호치민과 NIBC 방문 (상)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호치민의 탄손넛공항에서 입국수속을 끝내고 짐을 찾고 나오니 제자들이 마중을 나왔다. 한국과의 시차가 2시간이라서 아직 저녁시간이 안되어 호텔에 여장을 풀고 제자들이 창업한 건설사인 NIBC그룹 사무실로 갔고, 베트남 특유의 아이스커피 `카페 쓰어다`를 마시며 회사근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들이 짓는 모델하우스들을 보니 50~60㎡ 정도의 평면으로 좀 좁아 보이기는 하지만 멋지게 디자인되고 설비되고 있었다. 한 유닛 당 가격도 2만5천~3만달러 정도로서 비교적 싸다. NIBC 구성원은 창업CEO인 한동대 출신 몇몇, 후에 합류한 후배들, 그리고 젊은 베트남인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어두워질 무렵 거세게 스콜이 쏟아진다. 대절된 마이크로버스를 타고 인근의 유명하다는 쌀국수집으로 갔다. 가격은 그릇 크기에 따라 5만5천동(3천원)에서 7만동(4천원)이라 현지인들에게는 비싼 편이나, 고기도 부드럽고 국수와 국물도 맛있다.호치민은 과거 남베트남의 수도였고 대도시이기에 비즈니스를 위해 많은 외국인들이 찾아오는 것 같다. 이곳은 잘 정리되지 않은 곳 같아 보이면서도 화려한 곳이 많다. 열대지역이라서 수목과 화초들이 잘 자라는 곳이라서 골목골목이 아름답다.한국인들은 이곳에서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는 것 같다. 이곳에서는 한류가 크게 유행하고 있고 한국의 경제성장을 따르고 싶어 한다. 따라서 기업 차원에서도 이곳 진출이 큰 득이 되겠지만 젊은이들도 이곳에 와서 각오만 새롭게 한다면 무엇을 하든지 성공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호치민의 인구는 이미 1천만명에 도달해 있다. 하지만 2025년에는 2천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금도 폭 좁은 4~5층 구조의 주상복합 Shop-house 건물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거리에서는 쓰레기가 넘치고 강물과 수로는 오염되어 냄새가 심하다.자동차와 오토바이 행렬에 교통혼잡이 이만저만이 아니라서 획기적인 공공교통수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인데, 현재로서는 지하철공사를 시작했다는 것 이외에 특별한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는 못한 것 같다. 현재 호치민의 대중교통분담률은 2%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호치민시는 지하철1호선을 2020년까지 완성하고, 2050년까지 6개 노선을 완공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대중교통분담률을 2020년까지 10%, 2050년까지 50%로 올리려 한다고 한다. 호치민의 2014년 소매판매는`VND 256조`인데, 전년에 비해 11.8% 늘어난 것이다. 호치민의 관광객 수는 2015년 상반기 6개월 동안에 2천200만명이었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 늘어난 것이다.노트르담 성당과 우체국 건물 지역은 호치민의 중심지이다. 이곳은 길과 광장이 넓고 하늘을 찌를 듯 거대한 수목들이 들어찬 도심정원을 지니고 있다.하지만 호치민은 관광지로서의 특징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물론 과거 `사이공`으로서의 역사성 때문에 이곳을 찾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비즈니스와 관계되는 사람들이라고 본다. 점심 후 벤탄시장과 인근에 위치한 중국타운의 쩌런시장을 둘러보았다. 거대한 2층 건물 안에 1m도 안되는 통로를 사이에 두고 가게들이 수백개씩 밀집해 있는데 옷, 가죽제품, 장식품, 장난감 등 다양한 공산품들이 도소매로 팔리고 있다. 상인들이 `헬로우` 혹은 `안녕하세요` 하면서 적극적으로 손님을 유인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안이 너무 덥고 혼잡하여 낯선 이들이 쇼핑하기는 힘든 것 같다. 마이크로버스로 호텔로 돌아가는데 비가 세차게 쏟아졌다. 강물도 잠시사이 크게 불어나고 있는데, 글쎄, 그 더러운 강물에 몇몇 아이들이 다이빙을 하며 놀고 있었다. 빗속에서도 크고 작은 화물선들은 유유히 오가고 있다.

2015-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