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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벤처생태계 조성

▲ 구자문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산업클러스터는 특정지역에 상호 연관관계가 깊은 다수의 기업과 기관이 집적되어 있는 곳으로, 개별 기업들의 단순한 합을 넘어 서로 시너지와 외부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공간적 개념이다. 혁신클러스터(Innovative Cluster)도 비슷한 개념으로, 산업클러스터가 지식의 활용주체인 산업부문간의 연관관계를 중시하는 반면, 혁신클러스터는 산업뿐만 아니라 지식의 창출 및 확산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정의되고 있다. 요즈음 강조되는 `스타트업 허브(Start-up Hub)`는 벤처창업이 활발한 곳이라고 보면 되는데 이는 산업클러스터나 혁신클러스터의 여건 하에 이루어진다.포항의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벤처생태계 조성도 이와 같은 `혁신클러스터`내지 `스타트업 허브` 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이다.포항에는 세계적인 RD 중심 대학이 있고, 글로벌 철강기업이 있고, 창업보육기관들이 있어 이를 위한 기본 조건들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국외 선진 혁신클러스터들에 비해 산관학연 네트워킹이나 관용적 도시환경 등 부족한 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포항만이 아닌 우리나라 전반의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포스코 포항 창조경제혁신센터`의 개소는 이러한 네트워크의 부족을 보충해줄 좋은 출발이라고 보며, 이를 통해서 새로운 벤처기업이나 기존의 중소기업들이 포스텍의 RD와 포스코 등 대기업의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출발일 뿐이다.실리콘밸리는 혁신클러스터이면서 스타트업의 성지이다. 성공한 벤처들 대부분이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되었고, 글로벌 서비스를 꿈꾸고 있다면 실리콘밸리에 건너가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렇게 실리콘밸리를 빛나게 하는 것일까?실리콘밸리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꼽자면, 그것은 새로운 기술, 사상 등 새로운 아이디어, 관용적인 도시환경과 다양한 네트워킹, 엔젤투자, 인력 풀 등을 결합한 풍부한 벤처생태계일 것이다. 다음은 실리콘밸리 못지않게 성장한 세계의 성공적인 스타트업 허브의 예이다.뉴욕은 최근 미국에서 가장 활력 있는 스타트업 허브이다. 월가로 상징되는 금융도시로 시민들은 부동산과 패션 등의 트렌드에 민감하다. 기업들로서는 소비자 대상의 제품을 개발하고 빠르게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 금융자본이 몰리는 만큼 투자여건도 좋다.런던은 이른바 `테크시티`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허브로 거듭났다. 런던 북부에 자리 잡은 테크시티에는 1천300여개 IT기업과 벤처캐피털, 액셀러레이터, 정부기관이 함께 자리해 이상적인 생태계가 형성되었다. 영국정부는 테크시티를 세계 최고의 스타트업 허브로 만든다는 계획 아래 다양한 지원에 나섰다. 현재 런던에 자리 잡은 기술 인력은 58만 여명으로 뉴욕의 두 배가 넘는다.핀란드는 헬싱키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허브로 변신했다. 노키아의 몰락이 스타트업 확산의 단초가 됐다. 대기업이 아닌 강소기업 육성에 핀란드 정부가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2012년에만 3천500만 달러(약 1천430억원)의 정부자금이 투자되었다. 로비오와 슈퍼셀이 빠른 시간 내 성공스토리를 만들면서 우수인력 창업이 늘고 있다.스톡홀름의 장점은 스웨덴의 훌륭한 교육시스템, 시민들의 영어능통, 우수한 IT 인프라라고 하며, 덕분에 창업할 우수인력이 풍부하다.모바일이 촉발한 스마트 혁명 속에 이처럼 세계 곳곳이 스타트업 허브로 탈바꿈하고 있다. 글로벌화된 도시로서 관용적인 도시환경 등 벤처생태계가 갖추어진 곳이 대부분이다.

2015-03-18

일본 당진(唐津)에서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아침 8시 인천공항을 떠나 일본의 후쿠오카공항 앞에 대기한 리무진에 오르니 겨우 1시간 반이 지난 9시 30분이었다. 공항건물은 20년전 그대로인데, 입국수속은 좀 더 신속·친절해 진 것 같다. 2시간을 달려 가라츠시에 도착했다. 이 도시는 당진(唐津)이라고 쓰는데, 이곳이 일본에서 자기가 가장 처음 만들어 진 곳으로서, 임진왜란때 조선도공들이 끌려와서 이곳에서 자기를 만들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이들은 좋은 흙으로 그릇을 빚고, 유약을 바르고, 1천400도에 구워내어 질 좋은 자기를 만들어 내었다. 이것이 일본의 역사·문화를 전폭적으로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그전에는 귀족들만이 자기를 가질 수 있었는데, 이들 조선도공들로 인해 자기가 좀더 널리 이용되었고, 유럽으로 수출까지 하게 되었다.이곳의 겨울은 꽤 쌀쌀한데, 보리밭이 많아 한국의 농촌풍경과 비슷하다. 일본 전역에 까마귀가 많은데, 이 지방에만 까치 떼가 있어 까마귀들이 기를 못 편다고 한다. 이 까치들은 임진왜란 때 한 왜장이 한국에서 60여 마리를 포획해와 풀어주었기에 그 후 불어난 것이라고 한다. 이 까치와 까마귀는 같은 과의 새인데도 한국에서는 각각의 이미지가 크게 달랐다. 까치는 길조로 여겨진 반면 까마귀는 흉조로 여겨져서 돌팔매질을 당하거나 신경통약으로 포획되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까마귀가 길조로 여겨지는 것 같다. 까마귀가 국가대표축구단의 마크로 이용되고 이미지 캐릭터로 흔하게 사용된다.당진시 인근의 켄카이 원전을 방문하고 4층 전망대에 오르니 넓게 펼쳐진 현해탄과 85km 떨어졌다는 대마도가 멀리 보인다. 대마도도 한반도도 지척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일본을 너무나 몰랐고 무시했는데, 리아스식 해안 깊숙한 곳에서 몰래 함선을 건조했던 일본인들은 이 해협을 손쉽게 건너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것이다.임진왜란은 역사책에서 여러 가지 발생 원인을 이야기 하지만, 도자기 전쟁이라고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전쟁이 없어 불만인 사무라이들에게 한국을 치면 도공들을 데려와 우리도 자기를 만들 수 있다. 조선을 치자고 했다고 전해진다. 이들은 조선도공들을 도망가지 못하게 깡촌에 잡아 두었으나 몇 년 후 적응이 된 후에는 신분을 귀족 다음의 신분으로 높여 주었다고 했다. 이로써 일본자기가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일본은 전장이 3천km나 된다. 국토면적도 우리 한국의 거의 4배에 이른다. 수림이 우거지고 산짐승도 많다. 활화산이 요즈음 늘어나 휴화산과 모두 합쳐 과거 108개에서 112개가 되었다고 한다.우리가 방문한 곳은 일본의`1품 1촌`프로그램의 시초가 된 오오야마의 유메공방이다. 이곳은 매실주공장으로 50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곳에서는 매실을 모아 3~5년 숙성시키는데, 다양한 색깔과 병 디자인의 고급품전략을 쓰고 있다.매실에는 구연산, 사과산, 호박산 등 유기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구연산이 풍부한데, 우리 몸의 피로 물질인 젖산을 분해시켜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해서 일본은 물론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일본에는 각 지역마다 명물이 있다. 목각인형, 전통 칼 같은 특산물도 있고, 기차역마다 유명한 도시락이 있다. 로컬푸드가 성공하려면 소비자가 안심하고 다시 찾을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판매해야 한다.결론적으로, 1품 1촌 전략의 성공요건은 △지역에 바탕을 둔 기발한 아이디어 △다품목 소량생산 △우수한 품질과 브랜드로 고부가가치 창출 △농가 순소득 향상 △농산물의 생산·가공·유통·판매를 아우르는 6차산업 시스템의 구축이라고 본다. 한국도 이러한 `1촌 1품` 운동을 벌이면 좋을 것 같다.

2015-03-11

암스테르담 여행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파리의 북역에서 오후 3시 30분 떠나는 네덜란드행 기차를 탔다. 3시간 30분 걸려 암스테르담의 스키폴역에 도착하니 어두운 밤이었다. 전세 리무진을 타고 바닷가 전통식당으로 갔다. 금발의 남녀노소가 주말을 즐기고 있었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많은 부분이 해저 7m 정도의 간척지이다. 땅을 조금만 파도 물이 나올 정도라서 이곳저곳에 운하가 많다.이튿날 조반 후 리무진에 오른 것은 아직 어둠이 가시기 전이었다. 1시간 30분 걸려 도착한 곳은 `Tomato World`라는 곳으로 거대한 유리온실에 60가지 정도의 각종 토마토들을 수경재배 하는 곳이다.농약을 치지 않고, 흙에 심지 않기에 잡균들이 자라지 않는다. 발생하는 벌레들은 약을 뿌리지 않고 천적 곤충들을 배양해내어 자연스럽게 박멸시킨다. 인근의 지열발전소의 전력과 열을 공급받는데, 지하 3~4km까지 뚫어서 섭씨 80~90도의 물을 끌어 올린다고 한다.파프리카 농장에도 갔다. 이곳도 유리온실에 대규모로 파프리카를 키우는데, 수확물을 유럽 각국과 일본으로 수출한다고 한다. 수확철이 아니라서 파프리카를 시식할 수는 없었으나, 주인 여자 분의 안내로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많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암스테르담에는 수백 년 된 건물들이 거리 곳곳을 채우고 있다. 건물이나 구조물 전면에 건립연도를 새겨놓는 경우가 흔한데, 1600년대가 흔하다. 도로는 좁지만 소형전차인 `트램`이 다니고 있으며, 거리는 박물관, 상점,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200년 이상 된 건물은 허무는 것은 물론 고치기도 힘들어서 도시 전체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저녁식사를 위해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오래되고 맛있다는 전통식당으로 갔다. 그리 크지 않은 2층 건물인데, 16세기부터 대대로 운영된다고 한다. 각자 생선, 양고기, 쇠고기 등을 시켰는데 생선은 박대구이, 양고기는 뼈 주위로 살이 둥글게 달린 삶은 것, 쇠고기는 케밥 스타일의 스테이크였다.재미있는 것은 전채로 준 음식이 포항의 과메기와 비슷한 청어조각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과메기만큼 말린 것은 아니지만 맛과 모양이 비슷했다. 스프와 감자튀김도 시키고 샴페인도 한잔 마시다가 밤거리를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다.밤이지만 암스테르담은 불야성이었다. 젊은이들로 거리가 가득차고, 음식점, 주점은 물론이고, 댄스홀, 재즈바, 그리고 홍등가까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암스테르담의 집세는 한달에 300~400만원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집값은 오르지 않는다. 집들이 역사적 건물들이라서 고치기도 쉽지 않지만 사람들도 집 구매에 큰 관심이 없다고 한다.이곳은 세금이 매우 높아서 수입의 40~50%를 내게 되는데, 복지가 자기들에게 되돌아옴을 믿기에 만족하며 잘들 살았다고 했다. 하지만 요즈음은 정부도 힘들고 경기도 좋지 않아 기업들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며, 주민들도 부부가 정신없이 일해야 집세내고 생활 할 수 있다고 한다.점심은 찬바람이 거센 거대한 호숫가 멋진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나는 생선구이와 샐러드를 시켰고 진한 커피를 두 잔이나 마셨다. 분명 한국보다 기온은 높은데 찬바람이 매서웠다.점심 후 테마파크인 풍차마을로 가서 풍차도 구경하고 치즈공장도 견학했다. 과거에 풍차는 관개나 홍수조절을 위해서 그리고 제분을 위해서 크게 이용되었으나 요즈음은 그냥 관광용인 것 같다.암스테르담 시내에서 유리지붕 덮인 50인승 크루즈를 1시간동안 탔다. 아름다운 거리를 구경하며 사진도 찍는데 안내방송이 화란어, 영어, 한국어, 그리고 마지막 것은 어디 언어인지 모르겠다. 일본어도 중국어도 아니다.

2015-03-04

프랑스에서의 며칠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12시간의 비행을 거쳐 프랑스 파리 드골공항에 도착한 것은 어둠이 내리는 저녁이었다. 에펠타워 인근 한국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에펠타워의 야경을 관람했다. 밤 10시에 몇 분간 에펠타워의 전구들이 빤짝이며 장관을 이루기에 이를 보러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있었다.프랑스는 한국의 5배도 넘는 국토를 가지고 있으며, 인구는 6천만명 정도이다. 농업인구는 전체의 5% 정도이지만, 농민 1가구당 26ha(7.8만평)의 농토를 지니고 있으며, 농업생산량이 EU의 1/4을 차지하고 있는 과학영농국가이다.하지만 프랑스는 첨단산업국가로서 우주항공, 원전, 고속철 등 한국이 도입한 기술들도 많다. 프랑스에는 58개의 원전이 있는데, 화력발전을 위한 석탄도 풍부하지 못하고 수력발전을 위한 물리적여건도 좋지 않아서 택한 선택이라는데, 이로 인해 전기생산량이 풍부해져서 인접국가에 수출도 한다.무어라 해도 프랑스는 문화적인 저력을 지닌 국가이며, 역사적인 건물들도 많고 유명한 예술품들도 많다. 20만점 이상이 등록된 루브르박물관에는 1년에 1천만명 가까운 관람객이 찾아온다. 공공건축에도 화가들의 참여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다음날 오전 8시에 북부해변에 위치한 깔레로 떠났다. 겨울치고는 아주 좋은 날씨라는데, 휴게소에 들를 때 쯤은 약간 비가 뿌리며 흐려졌다. 이곳 날씨는 흐리고 변덕이 심해서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지평선이 보이는 넓은 들판 한가운데를 달렸다. 넓은 들에는 밀이 푸릇푸릇 싹트고 있다. 자주 마주치는 숲들은 대개 미루나무, 참나무, 혹은 소나무 숲인데, 평지 이곳저곳에 무더기로 흩어져 있다. 신기한 것 중 하나가 한국에서는 고산지대에서나 볼 수 있는 겨우살이였다. 가끔 큰 나무에 새둥지처럼 4~5개 이상 달려있기도 했다.프랑스는 땅도 넓지만 각 지역들이 조금씩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고, 인종도 약간씩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관광객들은 파리만이 아니라 각 지방들을 여행하며 그곳의 문화와 음식을 탐미한다.로마시대부터 이곳은 큰 전쟁터였다. 넓은 들에서 아군과 적군이 일정거리를 두고 대치하다가 드디어 일렬횡대로 돌격하는 것이다. 이 넓은 지형에서 로마 군인들은 100 x 100 형태의 사각형으로 진을 치고 긴 창과 방패로 공격해오는 기마병들을 막아내며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고 한다.도버해협을 사이로 영국과 마주보고 있는 노르망디의 깔레에 도착하니 정오였고, 우리는 예약해둔 식당에 들렀다. 이곳에서 유명한 광어와 가리비 요리를 먹고 와인도 한잔했다.깔레에 있는 원전 냉각수의 높은 수온을 이용해 운영하는 대규모 양어장을 방문했다. 이곳에서는 농어, 광어, 우럭 등을 키우는데 1년 판매액이 1천500억~2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원전 주변의 생태공원을 돌아보았다. 이곳 사구에는 철새들이 날아오고 온갖 식물들이 자란다. 여름에는 관광객들이 해변을 덮고 수개월 동안은 사냥도 허용된다고 한다.깔레 교외의 한 호텔에서 하루를 묵었다. 이곳은 영국과 연결되는 해저터널입구로서 많은 트럭들이 왕래하는데, 잠시 정체되어 서 있는 사이 수만리 국경을 넘어온 아프리카 사람들이 트럭 뒤에 매달려서 영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한다. 물론 잡히기도 하지만 넘어가기도 하는지, 많은 이들이 밀입국을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군인들이 삼엄하게 지키는데도 감당 못하는 모양이다.다시 파리로 향했다. 집시들이 사는 쓰레기더미의 거리를 지나 순교자의 언덕이라는 몽마르트언덕, 올림픽 스타디움, 그리고 LG와 삼성건물. 드디어 바스티유광장 인근의 식당에 도착해서 홍합요리로 점심을 했다.

2015-02-25

인구감소의 딜레마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요즈음 각 지자체들, 특히 지방 기초지자체들은 인구확보에 비상이 걸려 있다. 단순하게는 지역의 발전과 예산확보를 위해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국가적으로는 국가의 존망과 정체성에 연계된 좀 더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요즈음 식자들은 인구성장의 장단점에 대해서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 장년층 이상 성인들의 학창시절에는 `인구증가 = 경제성장 저해`로만 받아들였던 경향이 컸고, 국가적으로도 적게 낳기 운동을 벌였었다.이때는 맬더스의 `인구론`이 자주 인용되었는데, 세계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에, 식량증가는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기에 필연적으로 기근이 닥치고 전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견 맞는 이론이긴 하지만, 그는 18세기의 사람으로서 현재와 같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글로벌화된 경제사회체계를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아무튼 인구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지자체 공무원들의 가족계획 계몽을 위한 피나는 노력이 있었고 불임수술에 대한 국가적인 혜택도 적지 않았었다. 인구가 거대한 중국의 경우는 두명 이상 낳는데 대한 벌금도 커서, 많은 영아살해와 호적 밖의 인구들이 많았다고 했었다.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이 인식치 못하던 사이에 우리나라는 인구감소를 크게 걱정할 상황이 되어 버렸다. 결혼연령이 높아지고, 결혼을 해도 애를 한명 낳거나 안낳는 경우가 흔해졌다.이는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크게 증가함에도 원인이 있겠고, 부부끼리의 삶, 혹은 싱글로서의 생활을 즐기는 경향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또 하나의 큰 원인은 청년취업난을 포함한 어려운 경제여건으로서, 결혼도 출산도 힘들게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지난 10년동안 우리 한국여성의 합계출산율은 1.18이었는데, 이는 OECD 평균 1.7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세계 최하위이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120년 후에는 한국인의 인구가 1천만명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지금 이미 우리나라는 인력의 부족을 크게 겪고 있다. 노령인구가 많아지고 젊은 층이 적어지니, 각종 경제산업에 종사할 사람을 찾기가 힘들어 지는 것이다. 이미 대학들도 고3학생들이 줄어들어 폐교해야 할 처지에 놓인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한 국가가 강대국이 되려면 인구가 1억은 넘어야 한다는 것이 학자들의 주장이다. 이는 국내시장의 크기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다양한 인력공급을 이야기하기도 하는 것이다.우리나라의 노동인력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학자들은 동남아시아 등에서의 노동인력 도입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맞는 말일 수 있으나, 유럽의 경우처럼 인종문제 등 복잡한 사회문제들이 염려되기도 한다.한국정부와 지자체들에서는 현재 다양한 인구증가 혹은 출산장려 관련 정책들을 구상하고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든다면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맞벌이 부부들을 위한 유아원 설립 및 지원함 등이 가장 흔한 것들이다. 이러한 정책들이 단기적이기는 하지만 분명 젊은이들이 결혼하고 자녀를 가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아진다.또 하나 중요한 것은 젊은이들을 고용촉진 관련 법령의 시행이다.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의 고용과 보수를 안정되게 함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국가 자체로서도 창의적인 생산 및 경영기술 향상 등을 통해 국제적 경쟁력 제고를 통해 경제부흥을 위해 애쓰고 있으며, 경제가 부흥되면 당연히 젊은이들의 고용도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인구감소의 어려움이 당장 닥쳐올지 모르는 한국의 입장에서 경제상황과는 무관하게, 젊은이들을 대상을 한 좀 더 과감한 정책드라이브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2015-02-18

6차산업의 육성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올 초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업무보고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6차산업화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농업의 미래성장산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6차산업화란 1차 산업인 농업에 2차와 3차산업을 융합시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우선 6차산업 창업자 수를 올해 435명으로 전년대비 10% 늘림이 목표라고 한다. 경북도는 전국에서도 농업의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쌀 생산량도 많지만 전통적인 사과와 포도뿐만 아니라 약초 및 원예작물 생산량도 높은 편이며, 축산농가의 수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농업인구의 감소 및 노령화, FTA를 통한 시장개방의 압력 등으로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고 할 수 있다.현재 경북도는 농업분야의 부진 탈피를 위해 6차산업을 도입하고자 적극 노력하고 있다. 지역의 다양성과 특수성을 기반으로 지역농업을 효과적으로 개발하여 농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 농산물의 가공, 유통, 그리고 마케팅 연계추진의 통합네트워크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개별 농가 및 경영체에서 네트워크 중심으로 정책지원 방식을 전환하고, 이러한 정책 추진을 위한 조직 및 지원체계 정비 등을 실시한다고 한다.포항은 철강산업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도시면적이 서울의 1.8배 되며 다양성을 지닌 농공복합도시인 만큼 이러한 6차산업 육성에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현재 포항은 산업다각화를 위해, 그리고 강소기업 육성을 위해 애쓰고 있다. 과거의 철강산업 중심에서 무역, 물류, 관광, 수산업 등으로 산업다각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농업부분의 중요성은 간과되기 쉽다고 생각된다.한국의 경우 농업인구도 줄어들고 있고, 농업의 부가가치가 다른 산업에 비해 크게 낮으며, 식량문제는 해결된지 오래이므로, 특히 산업도시인 포항의 경우는 농업부분에 대한 신경을 덜 쓸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항만도시이자 RD도시인 포항으로서는 좀 더 첨단화된 고부가가치 농업 및 농산물가공산업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우리나라의 높은 토지가격, 임금수준을 반영한 농산물 생산비는 중국이나 미국보다 몇 배나 높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근래 웰빙 풍조로 인해 국내외 소비자의 식료품 구매 기준이 가격이 아니라 건강성, 안정성, 맛, 기호성, 친환경성 등으로 바뀌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분명 여러 여건이 갖추어진 포항으로서는 농업부분의 틈새시장을 노려볼 필요가 있다. 이는 농민들의 경제력을 높여줌만이 아니라, 20~30년 후 기후변화 등으로 닥칠지 모를 식량가격 폭등을 대비해서도 필요하다고 본다. 많은 국내외 학자들이 이에 관한 우려를 표현하고 있음도 사실이고, 우리 정부와 경북도의 정책기조도 이에 맞춰져 있다고 생각된다.필자는 이미 여러 차례 포항 영일만항 배후단지나 인근에 고부가가치 농업단지를 조성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영일만항이 환동해권의 다양한 국가 및 지역들과 손쉽게 연결되므로 채소, 원예작물, 약용식물의 수출입, 그리고 농산물가공산업의 육성을 시도할 수 있다고 본다.최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그리고 중국 산시성 등의 경우 농업·농촌개발 협력사업 추진을 위해 한국과의 교류협력을 원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농업RD와 새마을운동의 성공경험 등은 이들 국가에 많은 협력사업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포항은 이러한 고부가가치 농업 및 수출입중개를 위한 인프라와 인적자원을 잘 갖추고 있다.이와 관련한 국제협력도 영일만항 인근에 위치한 한동대의 국제개발대학원, 새마을아카데미 등을 통해서 좀더 용이하게 진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2015-02-11

SOC구축 국비 확보의 중요성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한두 달 후면 포항에 KTX가 개통되고 수도권과 2시간여에 연결된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매우 높고, 포항시에서도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동안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동해안 지역은 교통 불편으로 인해 경제산업과 사회문화 발달 면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지역이 교통의 오지인 이유는 수도권에서 멀고 서해안이나 남해안에 비해서 산악지역이 많아 지형적으로 불리했고 대도시나 항만의 발달이 더디어 고속교통망이 발달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이유를 들어 본다면 이 지역이 러시아, 북한, 중국, 일본 등과 마주하는데 각 나라들 간의 정치적·군사적 긴장도 심했지만 각 나라의 발전이 더딘 오지가 동해에 면해있기 때문에 우리 지역도 함께 발전이 더뎠다고 할 수도 있다.또한 우리 동해안 지역이 다른 지역들에 비해서 정치적인 힘을 갖지 못한 탓도 없지는 않다고 본다. 그 이유는 수도권과 대도시권 위주의 발전추세 하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되었고 다른 대도시들과 네트워킹이 제대로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포항을 포함한 경북 동해안 지역에서는 지금도 최소한 5~6시간을 잡아야 서울이며 인천공항에 갈 수 있다. 이는 시간적인 제약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부담을 크게 주어 시민생활의 불편은 말할 것도 없고 관광객 및 투자유치에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경북도가 2015년도 도로·철도망 등 SOC 구축 국비예산을 작년 대비 22.5%가 증액된 6조3천243억원을 확보했다고 하는데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 같은 투자가 간헐적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이 중요하다.경북도의 SOC사업은 국가차원에서 좀더 일찍 투자를 시작했어야 했다고 생각된다. 이 지역은 지금도 교통인프라가 상대적으로도 절대적으로도 크게 부족하여 지역 내 도시간의 네트워킹의 문제점은 물론이고 최근 크게 대두되고 있는 시베리아, 동북3성, 그리고 북한과의 관계발전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글로벌 시대에 교통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은 앞으로 더 큰 문제점들이 야기 될 수 있고 수 많은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북도로서는 완성되지 못한 철도 및 도로망 완성, 그리고 영일만항의 2~3단계 완공을 위해 지속적인 국비확보 노력이 필요하다.이번 SOC사업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이 지역 정치·행정가들의 노력이 돋보인다. 이 사업들이 타당성과 설득력이 높아야함은 당연하지만 또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계획의 수립이나 실행에 있어서 경북도 각 지역들이 협력 하에 우선순위가 정해지고 중복되었다는 비평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이 말은 이러한 SOC 및 지역개발 사업들을 창의적이면서도 현실성 있게 주변지역과의 네트워크 하에 수립하고 실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 완성된 인프라들을 계획한 이상 적극 활용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고 그 파급효과를 극대화하며 서로 시너지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예를 든다면, KTX 개통이후의 역세권개발, 주변 연결지역들의 특성화개발, 포항에서부터 영덕·울진에 이르기까지의 해안관광개발, 영일만항 활성화 및 배후단지개발 등이 중요하다. 지역발전을 위한 공동브랜드화 및 마케팅도 중요하고, 지역인프라 공동이용 노력도 중요하다. 또한 아름다운 자연이 보전된 이 지역의 생태계보전을 위한 공동의 노력도 필수적이라는 것이다.요즈음 이 지역이 `에너지벨트`로 지정되어 관련 토의가 활발한데 그에 대한 보상차원이든 아니든 SOC투자는 중요하다. 국가에서도 낙후된 경북 동해안지역을 최소한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더 나아가서 북방전진기지 같은 국가적 투자전략의 일환으로서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았으면 좋겠다.

2015-02-04

숲과 생태계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얼마 전 지붕위로 냉난방기계를 옮기기 위해 크레인 작동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자르게 된 사이프러스는 높이가 5m 정도이지만 단면직경이 20cm에 이르고, 껍질이 붉은 빛을 띠며 재질이 매우 단단했다. 혹시 사이프러스가 아닌 일본에서 자주 보던 거목인 삼나무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필자는 항동 부모님댁 인근에 무리를 이룬 거대한 후박나무들을 동숭동 옛 서울대 문리대 자리의 그 유명한 마로니에와 오랫동안 혼동하고 있었다. 이것들도 다른 지방에서 자라나서 그렇지 비슷한 종류 일 것이다.한국 단독주택의 경우 정원이 좁아서 향나무, 석류나무, 단풍나무 등 크게 자라지 않는 것들을 정원수로 추천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오크추리, 팜추리, 소나무, 아보카도 등 거대한 나무들이 집 뜰에도 많이 있다. 가끔 쳐주지 않으면 집이 파손될 수도 있는데, 오크추리 같은 보호수종은 다듬더라도 시청에서 허가를 받고 라이센스를 가진 사람이 해야 하니 불편하다.하지만, 이 나무들이 70~80년 이상 된 집들과 어울려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물론 앞뒷뜰의 잔디밭도 대부분 잘 가꾸어져 있다. 지금 캘리포니아는 가뭄이 심해서 스프링클러를 일주일에 두 번만 가동하도록 하고 있는데, 2012년에서 2014년까지 3년간의 가뭄이 서기 800년 이후 최악이라고 한다. 이를 과학자들이 `메타세콰이어`의 나이테를 조사함으로 밝혀냈다고 한다.기후변화와 사막화는 전세계의 이슈가 되어 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CO₂배출을 줄여야 함도 시급하지만 산야와 도심에 나무를 심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렇다면 숲, 특히 도심의 작은 숲들이 왜 필요한 것인가 한번 정리 해보기로 하자.1) 도시를 아름답게 꾸며줌, 2) CO의 흡수와 O₂방출, 3) 날짐승들이 깃든 자연생태 조성으로 시민들의 마음을 달래줌, 4) `도시열섬현상`을 방지하고 대지의 우수흡수율을 높임, 5) 나무가꾸기가 시민들의 취미가 될 수 있음, 6) 나무 자체가 비싸므로 자산이 될 수 있음.숲이 더욱 필요한 것은 자연상태의 산야일 것이다. 산림은 지금까지 설명한 사항 이외에도 온갖 동식물에게 먹이사슬과 거주영역을 제공해 주고 목재, 펄프, 음식물 등 우리 인간 삶의 많은 필요를 공급해 준다.지금 우리세대가 겪는 기후변화, 사막화, 그리고 각종 동식물들의 멸종은 우리 인간의 근대화와 도시화과정에서 이러한 숲들을 지나치게 파괴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환경친화적인 개발이며 지속가능한 개발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실천이 쉽지 않다.이곳 캘리포니아는 건기가 길어서 산불이 자주 난다. 1년에도 몇 차례씩 대형 산불이 발생하여 산야를 태우고 마을을 태우기도 한다. 필자가 머무는 라크리센터 지역도 10년 전에 산불이 났었는데, 100m 폭의 고속도로를 불씨가 건너뛰어 양쪽 산들을 몽땅 태워버렸다. 이곳에 살던 날짐승들도 죽거나 멀리 도망을 갔을 것이고, 인근의 일부 주민들도 피난을 했었다.타버린 산야가 너무 넓어서, 정부로서도 우기의 범람을 막기 위해 골짜기에 쌓인 타다 남은 나뭇가지들을 치우는 것 이외에 별로 할 일이 없어 보였다. 그 불탄 산들이 몇 년간은 보기 흉하더니, 요즈음에는 수풀과 키 작은 나무들로 제법 무성해졌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산불로 타버린 지역이 예전으로 돌아가려면 최소한 3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한다.경북 동해안지역도 건조한 계절이 길어서 산불이 자주 발생한다. 포항의 경우에는 도심의 구릉들 조차 타버린 경우가 많은데, 이암지대라서 나무들이 잘 자라지도 않는다. 포항시와 시민들 모두가 나무심고 가꾸기에 취미를 붙여 정성을 쏟지 않으면, 우리가 목표하고 있는 `환경도시 조성`이 다른 것들을 잘 한다 해도 크게 돋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2015-01-28

LA에서 본 도심재생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과 코리아타운 중간쯤에 `알바라도 거리`가 있다. 이곳은 도로가 넓지만 주변에 상가가 밀집해 있고 널따란 `맥아더파크`가 있고 지하철인 메트로라인 정거장까지 있어서 많은 이들이 오가고 길을 건너고 있어 차들도 속력을 내지 못한다.좀 더 지나면 `올림픽블바드`가 나오고 이를 중심으로 벌몬트가에서 웨스턴가를 지나며 아주 넓게 코리아타운이 자리 잡고 있다. 코리아타운은 로스앤젤레스의 전통적인 다운타운만큼이나 넓은데 깨끗하고 안전하며 경제적으로 부흥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이 코리아타운은 정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이루어진 미국에서도 성공적인 도심재생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하지만 넓게 펼쳐지다 보니 대형쇼핑센터, 중소규모 상가건물들이 지구를 이루지 못하고 점으로 연결되어 있다. 타운 내 주거지역에는 새로 지어진 한국인 위주의 아파트들도 있지만 좀 가난한 히스패닉들도 많이 모여살고 있다.이곳에는 필자도 자주 들르는 `코리아타운플라자`가 있는데 넓게 천장이 뚫린 거대한 5층 건물로 지하 1층에는 대형 그로서리, 푸드코트, 베이커리, 커피숍 등이 있고 나머지 층에는 유명 브랜드 부티크들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멀리 교외에서도 이곳에 차를 몰고 와서 쇼핑도 하고 음식도 먹고 커피도 마신다. 물론 안전요원들이 주차장을 돌보고 밤에는 좀 더 조심을 해야 하지만 코리아타운은 대부분 지역이 밤낮으로 비교적 안전지대라고 할 수 있다.이번에는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으로 가보자. 이곳은 지진지대이지만 첨단의 고층빌딩들이 즐비하고 `글로벌 허브`이기도 해서 많은 국제적인 기업과 관련 서비스업들이 성행하고 멋진 공공건물과 광장들도 많다. 랜드마크적인 32층의 타워를 지닌 로스앤젤레스 시청 인근에는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재패니스 타운이 있다. 그곳에는 멋진 일본 스타일의 상가건물과 음식점이 있고 아기자기한 정원의 사찰도 있다.하지만 다운타운의 대부분 지역은 낙후된 건물과 상점들, 그리고 아케이드형의 재래상가가 이어지고 히스패닉을 비롯한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몰려있다. 홈리스들도 많다.이 다운타운은 낮에만 반짝 빛을 낼 뿐이다. 대부분의 전문직 종사자들이나 큰 상점 주인들은 밤에는 교외로 돌아가고 몇몇 대형 호텔들만 빛을 내고 있는 이 지역은 위험지구로 변한다.미국정부에서도 도심재생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을 도심으로 끌어 들이기 위해 멋지고 안전한 콘도미니엄을 건설하고 24시간 영업하는 카페들이 문을 열었지만 젊은이들은 안전한 교외도시의 아파트를 선호하며, 다운타운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뜨거운 감자가 되어 버렸다.여기서 한국의 도시들이 배울 점이 없는가 살펴보자. 한국의 도시들은 코리아타운플라자 같은 대형사업을 좋아한다. 글렌데일의 `아메리카나`같은, 중심부에 개발의 자석이 될 만한 랜드마크적인 시설과 유명브랜드를 유치하고 그 영향으로 그 주변이 투자자들을 이끌어내며 차차 개발되게 하는 것, 어쩌면 이러한 스타일을 더욱 원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외 경기도 좋지 않고 능력 있는 개발업자와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음이 문제일 것이다.그렇다면 `알바라도 거리`스타일은 어떠한가? 이곳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불법체류, 범죄, 인종문제 등이 겹쳐서 반대가 높을 수 있지만 한국의 경우는 전통시장과 역사거리를 살리면서 큰 돈 들이지 않고 꾸며 갈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본다. 무언가 지역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매력을 주어서 서민들이나 중산층들이 남녀노소 몰려 들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 이것이 한국 대다수 도시의 도심재생의 첫 걸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2015-01-21

아메리카나 야외쇼핑몰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캘리포니아는 여름은 덥고 건조하나 겨울은 온화하며 가끔 비가 와서 각종 식물들은 주로 겨울과 봄에 자라나며 꽃을 피운다. 하지만 겨울에는 밤낮의 기온차가 크고 밤에는 섭씨 0~5도에 이를 정도로 쌀쌀해져서 외출하려면 외투를 입어야 한다. 이곳에서 며칠을 보내며 앞뒷뜰 정원을 손보기도 하고 가까운 도심에도 나가 보았다. 캘리포니아 남부의 중심도시 로스앤젤레스의 가까운 교외에 위치한 글렌데일은 인구 20여만의 도시이다. 필자가 머무는 곳은 이 글렌데일의 북쪽 가장자리라서 글렌데일 도심에 자주 나가게 된다.쇼핑센터인 글렌데일 갤러리아나 대형마트인 코스트코에도 가지만 야외 쇼핑몰인 아메리카나(Americana at Brand)에도 간다. 이곳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도 있지만 다양한 브랜드의 부티크를 비롯해 가구, 가정용품 등 75 여 개의 숍과 다양한 레스토랑들이 자리 잡고 있다.그 중심에는 금빛 분수대와 연못, 그리고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 에펠타워 모형에 투명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철골빔들을 외부로 노출시킨 주차빌딩은 그 곁에서 또 하나의 랜드마크 구실을 하고 있다. 또한 주변의 아름다운 건물들과 화려한 빌딩화사드가 눈길을 끌고 있는데 특히 크리스마스와 새해에는 화려한 야외조경, 로맨틱한 분수춤과 불빛쇼가 분위기를 뜨겁게 하고 있다.이곳은 글렌데일 다운타운의 한 지구로서 근처에는 금융가, 사무실, 학교, 도서관, 우체국 등 공공시설들이 모여 있다. 여기서 5분 거리에는 노스트롬, 메이시스, 제이씨페니 등이 밀집해 있는 대형 쇼핑센터인 글렌데일 갤러리아가 있다.아메리카나는 사업가인 릭 J. 카르소와 그의 회사인 카루소 어필리에이티드가 개발했는데 카루소 어필리에이티드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더 그로브 앳 파머스 마켓`을 비롯해서 수많은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운영해왔다. 이들은 불황임에도 많은 투자와 유명 체인들을 유치하는데 성공적이었다.아메리카나 프로젝트는 시작되기 전 4년여 동안 글렌데일 지역에 논쟁을 가져왔었다. 일부 상인들은 새로운 스타일의 야외쇼핑몰이 브랜드 거리와 글렌데일 갤러리아에 있는 상점들의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줄 것이라고 두려워했다. 일부 주민들은 과도한 개발과 교통문제를 걱정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인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고 확장공사가 진행 중이다.글렌데일은 대도시인 로스앤젤레스의 교외도시이기는 하지만 이곳 도심은 저명한 장소와 건물들이 많은 곳이다. 하지만 도심이 낙후되면서 중산층들이 주변으로 떠나고 도시기능들도 주변으로 떠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아메리카나를 통해 도심의 상업 및 주거기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필자가 이곳을 알게 된 것은 글렌데일 주변부에 살기에 그러하기도 하지만 성장한 아이들과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가거나 몇몇 유명 레스토랑을 찾아가다가 알게 된 것이다. 우리 식구들만이 아니라 요즈음에는 한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들르고 있다. 이들은 이곳의 멋진 분위기에 쇼핑도하고, 음식도 먹고, 트롤리도 타본다. 이곳은 안전한 곳으로 알려진 교외도시면서 그리 멀지 않아서 많은 이들이 찾는 것 같다.이러한 개발을 위한 다툼은 우리 한국의 도시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하지만 교통문제, 전통시장과의 다툼 등만 잘 해결되면, 다음과제는 지역을 브랜드 할 형태와 기능으로 잘 지어 내고, 고객들을 유인할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제공하는 것이다.물론 이를 위해서는 개발업자의 투자 및 사업능력도 중요하고, 이에 대한 시정부와 시민들의 따질 것은 따지더라도 크게 환영하는 대처방안도 중요할 것이다. 불황이 한참인 2008년에 개장했으면서도 낙후된 도심을 브랜드화하면서 지역을 부흥시키는 이러한 사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15-01-14

창조도시와 산관학연 리더십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요즈음 포항시가 `창조도시 포항`의 기치를 들고 다양한 정책방향과 프로그램들을 제시하고 있다. 포항시는 `창조도시가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도시이며, 시민들의 창조력을 마음껏 실현할 수 있는 도시공간과 환경을 구축하여 창조적인 인재가 모여살고 싶은 지속가능한 매력적인 도시를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라는 것은 경제, 산업, 문화, 교육, 주거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 줄 새로운 방법이며 실천방안이라고 생각된다. 이는 국내외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지닐 수 있고 결과적으로는 우리의 소득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이를 위한 집중분야로서 포항시에서 4대 프로젝트를 수립해 놓았다. 이는 강소기업육성, 물류산업육성, 해양관광산업육성, 시민행복추진인데 그 안에 산학연관 협력 강소기업육성 생태계 조성, 우수인재 정주여건 조성 등 눈에 뜨이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다.이들이 시민들에게 창조도시의 꿈을 주고 실천의 실마리를 줄 구체적인 대상이다. 이들 역시 효율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하고 서로 네트워크화된 종합적이면서도 개별적인 중장기전략이 필요하다.이러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고 과거로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우리의 경제, 산업, 사회, 문화적인 역사를 바탕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국내외 불확실성 상황에서 우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과감한 보완 내지 혁신이 있지 않으면 안되며 이를 염원에 담은 캠페인이 `창조도시 포항`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얼마 전 대통령직속의 한 위원회에서 두만강에 남, 북, 중, 러의 다국적 도시를 만들자 제안하였고 각 미디어에서 크게 다루고 있다. 이는 우리 경북도와 포항시에서도 오래전부터 꿈꾸어 오고 있던 것들이지만 정부체계상, 예산상 이유 등으로 과감한 추진을 못해오던 것들인데 이번 기회를 통해 정부가 힘을 실어주면 우리 지자체들로서도 좀 더 창의적이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요즈음 국내외 불황의 여파로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소규모 점포들이 수없이 망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이 포항시의 강소기업 육성정책이라고 보아진다.포항은 지난 20년간 첨단 산업도시인 테크노폴리스 형성을 위해 노력을 경주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왜 최대한의 결과를 가져오지 못 했던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이러한 테크노폴리스 내지 강소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1) 경제산업기반 2) 수도권을 포함한 대도시 및 국제공항·항만과의 접근성 3) 도시의 도로교통, 주거, 교육 등 기본인프라 4) ICT인프라 및 활용능력 5) 법적 제도적 여건들이 필요하다. 여기에 덧붙여 6) 글로벌 기업 7) 세계적인 대학과 연구기관 8) 지역 산관학연의 네트워킹이 존재한다면 금상첨화 일 것이다.시민들도 아시다시피 우리 포항시는 많은 것을 갖추고 있다. 부족한 면이 있다면 2번, 5번, 8번 정도 일 것이다. 2번은 KTX개통으로 곧 해결될 문제이고 5번도 시, 시의회, 그리고 시민들이 협력하면 이룰 수 있다. 필자로서는 8번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데 우리사회 전반의 소통 내지 소통방안의 부재로 인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 지역으로서도 선도적인 힘을 기울여 해결해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지역 산관학연의 네트워킹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포항시 모든 구성원들의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함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단기적으로는 국내외 사례가 말해주듯이 산관학연 리더들의 화합된 리더십 발휘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2015-01-07

포항 KTX역세권 개발방안 재고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포항은 인구 53만의 평범한 중소도시가 아니고 글로벌 기업, 국제적인 대학과 연구소들이 있는 국가적인 중요성을 지닌 `첨단산업 및 교육연구도시`인데, 수도권 및 국제공항과 손쉽게 연결되지 않았었다. KTX의 포항 연결은 포항의 발전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위상강화를 위해서도 매우 필요한 것이었다. KTX로 인한 수도권과의 접근성 향상으로 인한 경제산업파급효과가 클 것이다. 하지만 빨대효과도 존재할 것인 만큼, 이를 희석시키기 위해서 역세권개발이 필요하고 이를 이끌 `앵커`가 필요하다. 이는 대형 국책연구기관, 첨단의료시설, 저명 브랜드의 대규모 상업시설 일 수도 있고, 브랜드화된 테마파크나 스포츠이벤트 일 수도 있다.KTX역의 위치가 예상되지 못한 좁은 골짜기라서 도로연결도 개발도 쉽지 않다. 하지만 도심에서 멀지 않기에 연계교통인 버스, 택시, 그리고 `파크 앤 라이드` 기능만 잘 작동된다면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역세권은 대개 반경 800m 이내 거리에 따라 1차, 2차, 3차로 개발계획을 수립해 볼 수 있겠다. 이곳에 상업, 업무, 문화, 교통 등을 재배치하여 경제활동만이 아니라 정주환경 개선 등 도시문제 해결의 계기로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장기적으로 인구 1만~2만의 신도시 규모의 체계적인 역세권개발이 이루어져야 하며 복합환승센터도 갖추어져야 한다. 역세권개발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5~10년 후를 예상하고 복합환승센터를 KTX역에 근접해서 건설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다.포항KTX역세권의 가장 큰 문제는 아직까지 종합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건상 쉽지는 않겠지만, 제대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난개발이 되고 KTX의 파급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없다.한 기업에 의해 제안된 역세권개발계획을 살펴보니 면적이 22만6천900㎡(6만8천758평) 정도인데, 부지도 적고 광역적인 계획이 아니라서 역세권의 가능성을 제대로 활용 못할 가능성이 크다.포항의 경우는 민자이면서, 지역도 좁고, 하천이 있는 등 개발도 힘들어서 좀 더 광역적이고 치밀한 개발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노력해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금이라도 주변의 개별적인 도시개발사업들을 흡수통합하고, 지형을 고려한 좀 더 적극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분명 민관합작 내지 공영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 단기적으로 도로교통체계 뿐만 아니라, 역 인근에 중장기개발계획과 조화될 어떤 시설들을 유치할 수 있을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으로 본다.또한 종합환승시스템이 역사내 혹은 근접하여 설치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버스터미널이 당장 KTX역세권 인근으로 이전하는 게 좋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지만, 지금은 여건이 좋지 않다고 생각된다. 역세권개발계획이 제대로 수립되지도 않았고, 현재 이전하기로 지정된 곳도 역에서 좀 먼 어정정한 위치이며, 또한 그 부지도 시설지정만 되었다 뿐이지 민간에게 별다른 인센티브도 주어진바 없다.도심시외버스터미널을 지금 성곡리로 옮기게 된다면, 터미널회사가 큰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다. 막 불기 시작한 도심재생사업들도 타격을 받을 것이고, 도심으로 남북구로 흩어져 사는 포항인들로서는 이용에 또 다른 불편함이 야기될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있는 시외버스터미널을 그대로 두거나 이를 활용한 복합개발을 통해 도심 활성화에 이바지 하게 함이 맞다고 본다.포항KTX역이 도심 각 지역과 멀지 않으므로 단기적으로는 시내버스와 택시의 연결성을 높이고 `파크 앤 라이드`기능을 높이기 위한 주차장 확보가 중요하다고 본다. 기확보된 부지가 부족하면 임시주차공간을 마련하던지 주차빌딩이라도 세워야 할 것이다.

2014-12-31

울란바타르의 주거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몽골의 겨울은 매우 춥다. 수도인 울란바타르에 150만명 가까이 몰려 살고 있다. 오전 10시경 호텔을 나섰다. 중무장을 했지만 얼굴은 매우 시리다. 밴을 타고 한인교회로 갔다. 100명 남짓 모이는 곳인데 한국인과 한국말을 아는 몽골인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중에는 몽골국제대학교의 한국계 미국인 교수들도 있었고 한국국제협력단 멤버이자 포항 출신 간호사도 있었다. 울란바타르에 한국인 인구가 3천명 정도인데 이러한 교회가 여럿 있다고 한다.한 게르지역 골목에서 한집 문이 크게 열려 있고 웬 남자분이 서 있는지라 집구경을 하자고 했더니 잠시 주저하는듯 하다가 승낙했다. 대지가 300평은 될 정도로 넓은데 게르건물 3개가 있었다. 한 곳에 본인 혼자 산다며 문을 열어 보여주었는데 학생들로서는 게르안을 구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안은 매우 좁았고 가구도 별로 없었는데, 의외로 따뜻했다. 집 뒷쪽에는 짓다만 두 개의 벽돌건물이 었었는데 동생네와 자기가 집을 직접 짓고 있다고 했다. 언제 완성될지는 모르지만 건축자재가 갖추어지는 대로 짓고 있다고 했다. 마당에는 건축자재로 쓸 파쇄된 콘크리트 자갈들이 쌓여 있었고 두 대의 낡은 트럭들이 세워져 있었다.이번 게르 방문의 하이라이트는 재래식 변소 구경이었다. 마당 한구석에 낮고 조그만 박스건물이 있어 조심스럽게 열어보니 매우 깊은 재래식 변소였다.지금 울란바타르에는 한국의 고급아파트 단지와 비슷한 큰 평수의 단지들이 남쪽지역에 집중적으로 지어지고 있다. 이 큰 평수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극히 제한적인 부유층일 것이다. 하지만 주택수요는 각 계층별로 크므로 각 하위 시장별로 아파트 공급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간계층에 대한 공급도 제한적이고 저소득층에 대한 공급 내지 대책도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울란바타르에서도 새 주택이 지어지면 부자들이 이동을 하고 가난한 이들이 그 주택을 이어받는 `주택필터링`이 원활하게 작동되기를 기대해야 한다. 인도나 네팔에 비해 카스트제도나 인종적인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좀더 `주택필터링`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부자들이 집을 여러 채 소유하는 습관 때문에 그도 여의치 않을 것 같다.결론적으로 중하위소득계층을 대상으로한 아파트들이 울란바타르에 좀 더 지어져야 할 것이며 정부로서도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주택시장 활성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무허가판자촌인 게르지역 향상을 위해 `현지개량`과`단지 제공 후 자력개발`이 모두 필요하다고 본다.올바른 주택정책 수립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주택시장 현황과 주민들의 수요 및 선호에 대한 좀 더 분석적인 자료이다. 수사와 은유로 가득 찬 글들이 때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실제 필요한 것은 좀더 과학적인 진단이다.우리 한국의 60~70년대의 개발은 단순했다. 정부가 하자면 누구나 따랐고 그것이 국가를 위하는 일이고 진리였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됨에 따라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모든 사업들이 각계각층의 의견들을 수렴된 가운데 진행되지 않으면 않된다. 물론 과거의 눈으로 보면 비효율성도 클 것이다.몽골의 경우 지금은 정부사업들에 대해 큰 의견충돌이 없지만 차차 시민들의 의견이 거세어질 것이다. 필자는 몽골이 울란바타르 도심 낙후지역 재개발에 있어서, 과거 한국과 같이 `다 허물고 새로 짓는 형식의 도시개발`에만 초점을 두지 말기를 바라고 있다. 그로 인한 장점도 많지만 그로인해 잃는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민관의 경제적 능력미비로 인한 실현가능성도 문제이지만 저소득층에 대한 대책미비가 큰 사회문제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4-12-24

몽골정부 방문기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최근 4박5일 동안 몽골의 울란바타르에 다녀왔다. 학기 중이지만 학생들을 대동하고 몽골의 지속가능한 개발, 주거 및 커뮤니티에 대한 현지조사와 공동세미나 등을 개최하기 위한 여행이었다.울란바타르는 매우 추웠다. 12월 초의 날씨인데도 낮기온이 영하 20도에 달하고 밤부터 새벽사이에는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추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추위가 아니라 극심한 대기오염이었다. 몽골의 울란바타르는 중국의 북경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추운 수도로 그리고 가장 대기오염이 심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울란바타르는 몽골인구 280만명 중 절반 이상이 몰려 사는 대도시인데, 빈곤함과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한 도시인프라와 주거가 큰 문제이다. 국민소득은 4천불에 달하지만 빈부의 격차가 심하고 울란바타르의 주거 중 60%가 무허가 천막·판자집이다. 이들의 경제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도시인프라와 주거를 향상시키고 대기오염을 줄일 것인가가 당면한 과제이다. 이곳은 물이 부족하고 상하수도시설도 거의 되어 있지 못하다.몽골정부의 환경부, 경제개발부, 도로교통부를 방문했는데 환경부와 경제개발부에서는 담당과장과 30~40분에 걸쳐 환경친화적인 개발과 농업개발 등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물론 우리 대학원생들의 논문주제에 관해 설명하고 자료협조도 부탁했었다.도로교통부에서는 차관이 직접 회의에 참석하여 교통, 대기오염, 경제개발 등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도로교통부는 몽골의 절대 부족한 철도와 도로 건설을 위해 중장기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해운의 중요성 때문에 바다에 면한 나라가 아님에도 해운부서를 두고 있다고 했다.필자는 지난 수년간 울란바타르에서 진행했던 주거 및 커뮤니티 개발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방안들을 설명했다. 또한 몽골의 자원이나 농산물들이 중국 천진을 통해서가 아니라 TSR을 통해서 블라디보스톡이나 자루비노를 이용하는 방안에 대해서 건의했다.도로교통부 차관은 `몽골카자흐`계통의 멋진 풍모의 중년이었는데 우리 연구팀의 방문목적을 칭찬해주고 앞으로 연구자료도 협조하고 세미나에서 조언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러시아의 TSR 활용노선에 대해서 자기들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몽골에도 석탄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으며, 지금은 협약에 의해서 국제가격의 30%에 지나지 않는 가격으로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포스코는 시베리아의 석탄을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항을 통해 수입해 왔는데 요즈음에는 러시아의 하산을 거쳐 북한의 나진항에서 선적한 후 포항신항으로 들여오기 시작했다.몽골의 지하자원 수출도 TSR을 이용한다면 가격경쟁력을 지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몽골 자체의 교통시설 미비이다. 철도가 울란바타르를 지나 남북으로 관통되고 있을 뿐이며 도로 사정도 극히 나빠 남쪽인 중국 국경이나 동북쪽 러시아로 부터 도로망을 통해 화물이 옮겨지려면 20시간 이상 걸린다고 했다. 국토가 넓기도 하지만 석탄산지에서 기차역까지 가져오는데 3~4일은 보통 걸린다는게 문제이다.몽골은 석탄이 풍부하고 화력발전소가 많아서 전기는 풍부한 편이다. 울란바타르에서는 시정부 운영의 거대한 파워플랜트가 도심에 있는 모든 상가와 주거에 뜨거운 물을 공급해 준다. 호텔에서도 라디에이터를 통해 나오는 뜨거운 열기도 이곳에서 공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돌아오기 전날 밤 호텔에서 크리스마스파티가 있다고 각종 조명과 밴드가 요란하더니 저녁 8시를 넘어가며 20분씩 두 차례나 정전이 있었다. 저녁 몇 시간 동안은 난방도 되지 않았었다.

2014-12-17

지역 발전을 위한 자세와 전략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우리 포항이 꿈꾸는 것 중 하나가 영일만항에 크루즈부두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미 언급했듯이 크루즈 전용부두가 없더라도 영일만항이나 포항신항에 크루즈가 정박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강원도의 경우만 하더라도 이미 속초항을 크루즈부두로 만들기 위해 환동해권의 도시들을 방문하고 홍보 브로셔도 수없이 나누어 주고 중고 크루즈선 구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보다 항만여건이 좋지 않은 강원도에라도 뒤지지 말고 기회를 잡아보자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러시아를 자주 방문하는 지인들의 말을 들어 보면 가장 큰 애로점이 출입국에서부터 간단한 서류제출이나 자금인출에 이르기까지 제출서류도 많고, 까다롭게 묻고, 컴퓨터를 비롯한 모든 시스템이 느린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이러한 문제들이야 순발력을 발휘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발로 뛰고 무언가 아이디어를 짜내서 크루즈든 페리든 유치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출입국의 경우 행정시스템이 전산화되고 공무원들의 손놀림도 빨라서 칭찬을 듣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칭찬이 지방도시의 아이디어 발굴 및 시행, 기업유치 등에 있어서도 이루어지면 좋을 것이다.지난번에도 언급했듯이 포항을 브랜드 할 수 있는 철제구조물의 설치도 좋은 아이디어 중 하나이다. 이에 대한 아이디어를 몇 달 전부터 지역의 몇몇 오피니언 리더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전략이자 사업이라고 본다.몇 년전에 포항타워건립에 대한 말들이 오가기도 했었으나 비용문제 등 때문에 크게 논의되지 못한 바 있다. 지금부터라도 포항을 상징하면서도 포항도심 전역에서 잘 보이는 높이와 규모로 포항을 브랜드 할 수 있고 세계에 알려질 만한 철강 구조물을 조성함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 종류는 타워, 다리, 아니면 전위적인 예술성을 가미한 건물일수도 있다고 본다. 그 위치도 시가지, 구릉, 혹은 해상일수도 있다고 본다.포항에서 한동안 토론 되고 있는 것이 영일만대교이다. 이는 과거 박태준 포스코 회장 시절부터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거론되었던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라고 생각된다. 이와 함께 인공섬 건설도 거론되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여건도 안좋아졌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실현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짐이 요즈음의 추세라고 보아진다.하지만 이와 같은 사업들을 다시금 검토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다리는 포항신항에 배가 출입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부분적으로 아주 높게 건설하거나 지하터널을 팔수도 있다고 본다. 그 중간에 인공섬이 있다고 보면 그 나머지 부분은 수면위로 멋진 다리를 건설할 수 있다고 본다.인공섬은 위치와 건설방법이 다양할 수 있다. 영일만 중간에 건설된다면 이 섬이 포항신항과 구항의 파도를 막아주고 크루즈 부두 내지 대형선박의 정박 등 영일만항의 일부 기능이 옮겨 갈수 있게 한다. 이 인공섬은 테마파크, 호텔, 고층주상복합 등이 자리 잡을 수 있다. 물론 국제규모의 대형 활주로도 가능하다고 본다.인공섬의 경우 흙을 쌓아 만들기도 하지만 부력식으로 띄울 수도 있다고 본다. 인공섬 대신에 다리를 포스코 끝부분인 바다로 돌출되어 있는 매립지에 연결할 수도 있다고 보는데 이 경우에도 이 매립지의 테마적인 활용과 맞물려 많은 주목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포항이 동해안의 중심항만도시이자 환동해경제권의 중심도시이자 한국의 북방전진기지가 되기 위해서는 도시기반시설에서부터 다양한 세제혜택에 이르는 완비되어야 할 사항들이 많다. 하지만 이미 언급했듯이 더욱 중요한 것은 투자유치 및 지역위상 재정립을 위한 관학산연의 다양한 아이디어 도출과 실천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라고 본다.

2014-12-10

지역 발전을 위한 자세와 전략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국내 부동산시장이 부분적이나마 활성화되고 있는 것 같은데 전반적인 경제상황은 그리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경기가 점차 개선되겠지만 그 속도가 완만할 것이라고 한다. 투자·소비심리 회복 지연과 주요국가의 정책변화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 등이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이러한 국내외경제에 대한 예측과 염려 속에서 첨단산업도시이자 동해안 중심도시인 포항으로서도 경제산업 활성화가 화두 일 수 밖에 없다. 이에 관해서 포항이 강조해오고 있는 것은 `글로벌기업도시` 및 `첨단산업 클러스터`의 형성이다. 이 말은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기존의 철강산업을 비롯하여 에너지, 환경, 물류, 관광, 의료 등에 걸친 새로운 경제산업 활동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며 자리잡아야 한다는 것이다.포항이 기존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도시기반시설에서부터 다양한 세제혜택에 이르는, 완비되어야 할 사항들이 많다. 또한 중요한 것은 투자유치를 위한 관학산연의 다양한 아이디어 도출, 기업친화적인 자세, 그리고 발로 뛰는 적극적인 노력이다.우선 포항의 기업 및 산업적인 여건이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인지, 또한 지자체를 포함한 우리 포항인들의 투자유치를 위한 노력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포항은 수도권에서 먼 중간규모의 도시라는 약점을 지니고 있지만 글로벌기업인 포스코, 국내최고 연구대학인 포스텍, 국제화를 지향하는 한동대, 국제항만인 영일만항과 포항신항, 그리고 아름다운 동빈내항과 포항운하를 지닌 장점이 많은 도시이다. 이 장점들은 국내외 어느 도시보다도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하지만 그 장점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포스코, 포스텍, 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한 테크노폴리스 형성이 제대로 되고 있느냐 묻는다면 아직 시작단계일 뿐임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포스텍과 한동대를 중심으로한 의과대학이나 첨단의료시설이 준비되고 있느냐고 묻는다 해도 국내외적인 여건만을 탓할 수 있을 뿐이다.포항이 영일만항을 중심으로한 환동해권 중심 물류도시로의 발전을 이끌어 내고 있느냐 하면 아직 물리적인 여건도 부족하고 정치사회적인 여건도 충분치 못하다고 변명할 수 밖에 없다. 또한 국가에서 지정했듯이 포항이 에너지환경벨트 중심도시로 발전되고 있느냐 묻는다 해도 욕심껏 꿈을 펼치기에 아직 어려운 점들이 많다고 할 수 밖에 없음이 현실이다.이처럼 우리의 지역발전에 대한 염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국내외적 여건 탓임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도 이러한 목표들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는가에 대해서도 다시금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목표들은 이미 지역의 심포지엄과 모임 등을 통해서 지적되고 있는 사항들이다. 이러한 모임들이 좀 더 중요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비전적인 목표와 함께 좀 더 구체적인 사업들 중 우선적으로 하나라도 다루어 나가는 것이다.예를 들어 `창조생태계 조성을 위한 벤처집적단지 조성`, `원자력 제2연구소 유치`, `원자력병원 유치`, 혹은 요즈음 몇몇 인사들이 주장하듯이 상징적인 철구조물의 설치 등과 같이 좀 더 구체인 추진과제를 선정했으면 좋을 것 같다.또 다른 예가 크루즈부두를 건설하고 크루즈를 유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영일만항의 크루즈부두는 2030년까지 완성되는 것이다. 이 말은 좋은 기회를 다 놓쳐버리라는 말과 같다. 크루즈 전용부두가 없더라도 영일만항이나 포항신항에 크루즈가 정박할 수 없는 것은 아니므로 다른 각도의 시도를 해보자는 것이다.

2014-12-03

용수확보 관련 토론회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얼마전 포항시의 용수확보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시내 다른 장소에서 도시발전 관련 심포지엄이 1, 2, 3부로 열리고 있었기에 이 토론회가 좀 활기를 잃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없지 않았지만 이날 나눈 의견들은 그 이슈의 중요성과 함께 청중들의 뜨거운 열기를 이끌어 내었다. 이날은 포항시의 장래 늘어날 용수수요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이냐에 관점을 맞춰 준비된 토론회여서 포항시에 용역중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발표자들은 포항의 용수수급상황, 2020년·2030년의 용수수급을 위한 원수 확보방안 등에 대해서 큰 그림의 발표를 했다. 토론자와 청중들은 이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을 내어 놓았다.한 토론자는 우리 한국이 물부족국가라는 것, 포항이 물부족 도시라는 것, 이 모두가 잘못된 견해라고 주장했고, 포항시의 용수수급 전망도 잘못되었음을 지적하였다. 현재도 문제가 되는 것은 높은 누수율 때문이지 이를 시정해 나간다면 물 부족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용수 확보를 위해 댐을 만드는 것은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삶과 환경에 너무나 큰 악영향을 미치므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한 발표자는 포항시의 용수부족을 염려하면서 포항시가 수요 원수의 70%정도를 다른 지역 댐에서 구매해 오는데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기 힘든 만큼 댐 건설이 필요하다 주장했다. 또한 누수를 줄이고 오폐수를 재활용하는 등의 노력은 지속해 나가겠지만 노후관로 교체가 시간이 걸리는 사업이고 정수장도 노후화되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용수확보, 정수장 및 노후관로 교체를 댐 건설과 함께 추진해나가는 게 맞다고 주장하였다.이날 회의가 열기를 띠게 된 것은 청중들 중에 남구지역에 지어질 통합정수장의 민관합작방식에 대해서 항의를 겸해서 참석한 인원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 합작이 공공재인 수도요금을 크게 올리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주장하였다. 대답에 나선 담당직원은 민관합작과 민간화는 다르며 이 사안이 아직 토의가 시작되었을 뿐이라고 답변하였다.필자는 20년 전에 포항으로 이사를 왔는데 도심에 살면서 수돗물 이용에 불편을 겪은 적은 없다. 그러나 일부 농촌지역들의 가뭄으로 인한 시간제 급수, 주변의 저수지 고갈 등에 대해서는 익히 듣고 있었다. 또한 포항시의 취수원인 형산강이 전체 수요의 일부만을 공급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다른 지역의 몇 개 댐에서 이송되어 오는 것임을 알고, 장차 산업단지 건설을 위한 대규모의 용수확보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음을 짐작하고 있었다.이날 토론회의 이슈들을 정리한다면 1) 포항이 물 부족 도시냐? 유수율을 높이면 문제가 없지 않느냐? 2) 달산댐 건설이 필요하냐? 3) 수돗물이 공공재냐, 경제재냐? 혹은 그 중간이냐? 등이다.1, 2번의 옳고 그름을 알기 위해서는 좀더 정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고, 시민들도 좀더 정확한 자료를 가지고 토론에 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다른 지역에서 용수를 수송해 옴이 장기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일부 발표자들이 주장하는 바처럼 원수공급 문제도 없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에 대한 장기적인 예측이 쉽지 않음도 사실이다. 3번의 경우에도 어느 하나가 정답이라고 단정하기 힘든 시대에 와 있는 것도 사실이다.포항의 장래 용수수요는 인구 및 산업성장이 큰 변수이다. 국가적인 인구정체와 함께 포항의 인구정체론도 그 타당성을 주장할 수 있지만, 포항의 기능적이고 지정학적인 역할을 바탕으로 한 성장론도 터무니없는 비전이라고 일축하기 힘들므로 이들 주제들에 대한 좀 더 종합적인 연구와 담론형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2014-11-26

포항운하와 KTX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포항운하의 건설은 수 십년 동안 막혔던 물길을 다시 터서 오염된 동빈내항을 맑게 하겠다는 것이 그 첫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크루즈를 운항하고 또한 주변에 호텔이나 상업시설들을 끌어들이며 도심활성화의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 둘째 목표라고 할 수 있다.얼마전 포항운하에 운행하는 크루즈에 승선하고 주변을 감상할 기회를 가졌었는데 동승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아름답고 인상적이었음`을 토로하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주변 미개발지 걱정을 하고 있지만 필자는 운하가 계획대로 건설되고 통수가 되고 있다는 것 자체 만으로서도 이 사업이 크게 성공을 거두었고 국내외에 홍보할 만하다고 생각하고 있다.2015년 3월에 포항KTX역이 개통되면 분명 포항운하의 크루즈가 지역홍보와 관광객 유치에 한 몫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주변의 미개발지들도 큰 투자자들을 만나 계획한대로의 호텔이며 상업시설들이 건설될 수 있을 것이다.요즈음 `요우커`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수도권과 제주도로 몰려들고 있는데 KTX개통과 함께 우리가 무얼 준비하느냐에 따라 중국인들의 포항방문이 결정될 것이다. 중국인들이 옷, 화장품, 가전제품을 구매하고 있으므로 우리 포항도 백화점, 유명브랜드숍 등을 준비함이 필요할 것이다. 일본인들에게는 죽도시장이 가장 큰 관심거리가 될 것으로 보아지므로 이에 대한 홍보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철강산업도시`이면서도`깨끗한 환경도시`인 포항이 이들의 관람거리가 될 수 있다. 포항은 철강산업도시에서 환경도시 내지 문화도시로의 변모를 이끌어 낼 아주 좋은 장소이다.포항에는 `지열발전 테스트 배드`가 있고 2~3km 이상의 시험시굴을 하고 있다. 이러한 시설의 지열을 이용해서 전기도 생산하고 대단위 온실을 만들어 열대과일, 꽃, 고부가가치 채소들을 재배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풍력발전소를 설치할 곳도 영일만항 방파제를 비롯하여 많이 있고, 해수담수화시설, 오폐수재활용시설 등도 그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포항에는 새마을운동 발상지인 `문성리`가 있고 이를 교육할 `새마을아카데미`가 존재한다. 요즈음은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개념들이 새마을교육과정에서 병행 교육되어야 하고 이에 대해 각국 정부의 관심도 크다. 이러한 주제와 사업들의 실현을 통해서 우리 지역은 부족한 전력이나 용수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관광객과 시찰단들을 이끌어 올 수 있다고 본다.포항시는 자루비노-포항노선을 페리로 연결하여 동북3성지역의 중국인들이 포항을 찾게 할 전략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요트가 있는 러시아인들도 해운대로만 가지말고 포항에 올 수 있고, 부산에 도착한 일본인들도 포항까지 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여러 차례 언급하고 있지만 영일대해수욕장이나 송도해변 인근에 첨단의 롤러코스터와 번지점프대를 마련함이 어떠할지? 울릉도행 선착장 근처나 인근 방파제로부터 환호해맞이공원이나 여남동 바닷가 산등성이, 혹은 좀 더 나아가 99m고지이자 6·25전쟁 격전지이자 지금은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천마산까지 케이블카를 운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물론 지금은 투자자가 크게 없을 것이지만 KTX가 개통되고 포항크루즈가 다양한 노선과 함께 활성화되면 이러한 사업들은 분명 타당성을 갖게 될 것이다. 백화점이나 호텔도 마찬가지이다. 일부 사업들은 지자체가 약간의 혜택만 주어도 유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2014-11-19

포항운하 크루즈 시승기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동빈내항과 형산강을 연결하는 포항운하가 개통된지 1년이 넘었다. 매스컴에서도 떠들썩했지만 포항운하의 개통은 포항인들에게는 커다란 사건 일 수밖에 없었다. 형산강의 물길이 바뀜으로 인해 강 하구가 깊숙한 만으로 변해 적지 않은 재정투여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년간 동빈내항은 오염된 바다였다. 필자로서도 동빈운하 복원 및 포항운하의 개통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고 홍보에도 열심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운행을 시작한 크루즈에 대해서는 큰 흥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지금 생각해보면 과거 일본, 미국 등지에서 단거리 크루즈를 타보고 큰 감흥을 얻지 못했기 때문임이 이유일 것 같다. 또한 크루즈를 타려면 영일만 정도는 돌아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몇 년전 `환경의 날`기념식때 1천900t급 경비정을 타고 한 시간 동안 영일만항을 돌아본 적이 있는데 그때 감탄하던 영일만항의 아름다움이 역설적으로 규모가 작은 포항운하 크루즈에 대한 기대를 삭감시켜 버렸었는지도 모르겠다.포항운하 크루즈가 개통된 지 몇 달이 지난 어느날 형산강가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했다가 크루즈 관련 일에 종사하는 지인의 권고로 크루즈에 탑승하게 되었다.14인승 크루즈가 형산강가의 정박장을 출발해 형산강 제방을 관통하는 터널을 통해 운하로 들어섰다. 밖에서 볼 때 좁다고 생각했던 운하가 우리 탑승객들에게 꽤 넓으면서도 인간적인 스케일로 새로움을 안겨 주고 있었다. 주변은 아직 정비가 덜된 편이라고 하지만 저층의 건물들이 새롭게 꾸며진 공원시설물들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빨간다리 밑을 지나 동빈내항으로 들어섰다. 이제부터는 바다다. 큰 배, 작은 배들이 주변에 정착해 있고 죽도시장이며 포항 도심의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커다란 구축함도 정박돼 있다.배는 경쾌하게 물결을 헤치고 갈매기들이 앞뒤를 따르고 있다. 동빈내항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느껴보는 순간이다. 항만청, 울릉도행 선착장을 지나며 배는 바다로 빠져나갔다. 파도가 좀더 거세지며 배도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한쪽으로는 확 트인 영일만이다. 전면으로는 거대한 포스코 시설물들이 조각품 같이 바라다 보인다. 오른쪽으로 배를 틀자 이제 드넓은 형산강이다. 저 멀리 포스코대교가 보인다.“우와, 형산강 넓은 줄은 이제 알았다”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수없이 그 다리를 건너 다녔건만 위에서 보는 것과 아래서 보는 것이 크게 다를 수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지금까지 포항크루즈에 14만명이 탑승했다고 한다. 대다수가 외지인들이다. 물론 앞으로는 외지인들만이 아니라 포항인들도 많이 탑승 하리라 생각된다. 주중에도 탑승객이 많지만 주말에는 매우 붐벼서 꽤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데 주변에 놀이공원 등이 함께 설치돼도 좋을 것 같다.앞으로는 영일만을 거쳐 호미곶을 돌아오는 대형 크루즈를 운항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대단한 관광거리가 될 것 같다. 이왕이면 형산강을 따라 `부조장`을 거쳐 경주시내까지 왕복하는 크루즈 내지 돛단배도 운행되면 좋겠다.형산강은 뱃길로서, 어장으로서, 그리고 농업용수원으로서 오래 존재해 왔고, 또한 주된 식수원이다. 이같은 강을 품고 있는 도시들은 예나 제나 아름다움에 있어서나 정취 면에서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 확 트인 전망, 강바람, 그리고 주변의 생태계에서 우리는 그 이유를 충분히 찾을 수 있다.포항운하 크루즈의 탑승은 필자에게나 동승한 이들에게 포항의 아름다움에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었다고 본다. 아무쪼록 이 크루즈가 포항의 새로운 브랜드로 작동하고 형산강의 기능을 되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14-11-12

카트만두의 바그마티강에서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카트만두의 아침이 밝아온다. 전날 사놓은 바나나, 오렌지, 사과 등으로 가볍게 아침을 먹었다. 마이크로버스를 타고 `바그마티강`으로 갔다. 이곳은 `파슈파티나스`로 불리는 화장터와 힌두교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입구에서 고용한 안내원과 함께 일인당 1천루피의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섰다. 강가는 시체를 태우는 시설들이 있고 주변에는 크고 작은 사원들과 탑들이 줄지어 마을을 이루고 있다. 이 바그마티는 갠지즈의 지류로서 물은 매우 혼탁한데 사람들은 이 강가에서 주검을 태워서 장사지내고 있다. 힌두교도들은 죽으면 24시간 내에 물을 만나야 한다고 한다.주변에는 수없이 지어진 탑형태의 제단들이 있다. 그 안에는 거의 같은 형태의 구조물이 있는데 남녀 생식기관의 모습이라서 좀 아이러니하기도 하다.성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원숭이신의 모습이 보인다. 이곳 네팔의 역사답게 힌두교 사원과 후에 세워진 라마사원이 혼재하고 있다. 주변에는 소의 배설물들이 냄새를 풍기고 있다. 신성한 동물의 배설물이라서인지 아무도 치우지 않는 것 같다. 더운 햇빛아래 많은 순례객과 관광객들이 뒤섞여 있다. 힌두여인들이 작은 악세사리 등을 사라고 외치고 있다. 팔다리 없는 사람들이 길에 누워 구걸하고 있다. 비둘기들이 온 광장을 메우고 있다.점심은 서양식 식당에서 먹게 되었다. 미국인 노부부들과 어울려서 네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들은 미국 뉴저지에 살며 같은 교회를 다니는데 일 년에 몇 차례 휴가를 내어 네팔 산골마을의 학교를 돕는다고 했다. 이들은 필자를 보고 네팔을 다녀온 것이 아니라 카트만두를 다녀왔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네팔 자체가 다양한 지역으로 구성되고 다양한 종족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오후에 카트만두에서 그리 멀지 않은`북만띠`라는 지역을 다녀왔다. 카트만두에서 교외로 벗어나자 길 아래로 푸르른 초원이 펼쳐졌고 그곳에 한 부족의 마을이 있었다.차를 세우니 광장 주변에 3~4층 높이의 낡은 벽돌집들이 연이어 있다. 언제 지어졌을지 가늠하기 힘든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좁은 골목길들이 연결된다. 각 건물에 여러 개의 출입구가 있는데 매우 작고 그 안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다.그곳 거주자들은 티벳 계통의 얼굴들을 하고 있는데 매우 조용하고 친절해 보인다. 길은 쓰레기와 오물로 더러워져 있는데, 많은 개들이 낮잠을 자는지 짖지도 않는다. 길가에 오리들이 떼 지어 있는데 몇 군데나 커다란 사각형의 빗물저장용 호수가 그들의 터전인 모양이다. 물의 색깔이 검고 푸르게 섞여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빨래도 하고 물을 길어가기도 한다. 동네 가운데 광장에 힌두교와 라마교식 사원과 돌탑들이 있다.도심으로 되돌아오면서도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은 이 마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러한 곳 주민들의 삶의 질이 어떻게 높여질 수 있을 것인가? 공장이 들어설 수 없다면 농업 및 농산물가공업을 좀더 육성시켜야 할 것이다.도시며 교외 마을들의 부족한 인프라 제공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도시의 지나친 확산과 난개발을 막는 것이다. 카트만두 주변의 아름다운 초원들이 무질서하게 들어서는 집들로 인해 자연파괴가 극심하고 비정형의 좁은 길로 인해 교통체증도 빈발하고 있다.지금은 구름에 가려 있지만 이곳 사는 사람들은 며칠에 한번씩 히말라야의 눈 덮인 고봉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난개발속의 가난한 도시이지만 이곳 주민들은 이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지척에 두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평균수명이 2~30년 사이에 급격히 늘어서 67살 정도이고 지역에 따라서는 아직도 50살 전후인 곳도 많다고 하니 아이러니하면서도 서글프게 느껴진다.

2014-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