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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항과 환동해권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1991년부터 유엔개발협력기구의 두만강유역개발계획, 중국의 북·중·러 국경협력을 통한 동북낙후지역개발 등 환동해권 개발을 위해 추진된 정책들이 다수 있었으나 성과는 기대만큼 크지 못했다. 하지만 근래 환동해권에 대한 관심들이 다시 커지고 있는 듯 하다. 중국은`창지투`를 개발개방선도구로 하여 이 지역을 동북아경제기술협력의 플랫폼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하얼빈에서 훈춘까지 고속철사업을 마무리하고 훈춘에 조성된 대규모 물류단지의 컨테이너 화물들을 북한 나진항을 통해 세계로 수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러시아는 2013년 3월 국무회의에서 러시아 동부지역의 발전이 국가 경제의 전반적인 발전을 위한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음을 선언한 바 있다. 러시아는 경제특구, 특히 광범위한 특혜가 제공되는 `선도개발지역`을 통해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다.일본 역시 서쪽해안인 동해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과 중국, 러시아와의 활발한 교류를 위해 항구를 확장하는 등 미래의 환동해 네트워크 시대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10월`유라시아를 진정한 하나의 대륙으로 다시 연결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유라시아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이를 뒷받침하는`실크로드 익스프레스 구상`으로 `유라시아 동북부를 철도와 도로로 연결하여 복합물류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라시아를 하나의 대륙, 평화의 대륙으로 만들어가겠다`고 했다.유라시아이니셔티브의 핵심내용 중 하나는 한반도통일기반조성이다. 이를 위해 추진될 사업들은 북·러 국경지대 산업단지조성과 북한노동자 고용, 농업특화지대 남·북·러협력, TSR-TKR 연결사업, 나진항개발협력, 몽골·카자흐스탄 등과의 경제협력 등이라고 본다.2014년 12월에 러시아의 트루트녜프 부총리는 “아직 잠재력에 크게 못 미치는 한국-러시아의 교역규모를 늘리고, 한국기업들의 조선, 수산물가공, 목재가공 등 분야에서 협력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남·북·러 협력의 나진-하산 프로젝트, 러시아산 가스의 북한 경유 한국 공급, 동북아 국가 간 통합전력망구축 등에도 한국의 참여를 촉구했다. 포항시도 환동해권에서의 교류와 협력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일만항을 개항했고 환동해권 및 동남아 항만네트워크 개척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환동해거점회의 등 관련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는 포항이 환동해권에서의 역할 담당을 위한 기반시설이며 국제적인 교류와 협력을 위한 기반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포항시는 민관산학의 교류와 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업들이 농업, 수산물 가공, 관광네트워크 개발 등에 있어서의 협력이며 일부는 구체적인 성과도 있다고 보아진다. 시베리아와 실크로드 지역들과의 자원개발 협력도 주요 사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포항은 새로운 국제산업·관광·비즈니스 도시이자 환동해권 허브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고, 이 분야의 국가적인 리더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이러한 노력의 성과가 금방 가시화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포항은 이미 차별화된 첨단산업도시로서 장기적 안목 하에 환동해권 사업들을 꾸준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는 시설구축과 인재양성에서부터 민관산학 네트워크 구축 및 비지니스 추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할 수 있다. 한편 국제정치상황도 중요한 변수이므로 포항시는 중앙정부 및 경북도와의 협의와 협조 획득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부산시, 울산시, 강원도 등 다른 지자체들의 선제적인 노력들을 참고하며 협력할 필요도 크다고 본다.

2015-08-05

도시에 다양성이 필요하다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수십 년이 지나도 미국 도심이나 교외 커뮤니티들은 별로 변함이 없어 보인다. 건물들을 허물고 대규모로 새로 짓기 보다는 원래의 건물들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경우가 많기에 우리 눈에는 변함이 없는 듯 보일 수 있다.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의 도시들과 많이 다르다. 한국의 경우에는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생활양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과거에 제대로 지어진 것들이 없으니 그렇다고들 이야기하며, 필자도 동감하는 부분이 많다.미국의 도시들, 특히 오래된 교외 커뮤니티들을 방문하다 보면 부러운 점들이 많다. 글렌데일 교외 `몬트로스 야외쇼핑몰`은 한적한 듯 하면서도 인근 주민들이 많이 찾는 장소이다.필자도 어제 오랜만에 식구들과 이곳 커피숍에 들렀다. 옆에는 은행, 보석가게, 보험회사, 피트니트센터가 있고, 건너편에는 아이스크림가게, 이탈리안 레스토랑, 장난감가게, 오래된 웨딩숍 등이 있다. 주말이 아닌데도 오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로부터 70~80대로 보이는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편한 옷차림으로 많이들 찾는다. 이곳에서는 목요일 오후에 큰 길 전체에 파머스마켓이 열린다. 이때는 상인들만이 아니라 동네사람들도 직접 가꾼 채소며 갖가지 중고품들을 가지고 참여한다. 글렌데일의 라스펠리스 지역은 넓은 가로변에 상업시설들이 몰려있는 지역으로 인근에 코스트코, 토이스러스, 대형 가구점들이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좀 어수선해 보이는 곳이지만, 이곳에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몇 십 년째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는 독특한 식당들이 있다. 스프와 샐러드를 전문으로 하는 `스프 플란테이션`이라는 식당은 일인당 10~12불 정도의 가격이면 온갖 종류의 야채와 과일이 있는 샐러드 바, 다양한 종류의 스프, 피자, 구은 감자, 빵 등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크고 깔끔한 곳이다.지금까지 한국에서는 낙후된 도심상업지구나 주거지구를 재개발한다 함은 기존의 것들을 모두 허물고 고층으로 새롭게 바꾸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도시는 근대화되고 말끔해진 면도 있으나 과거의 역사적인 장소들, 예를 들어 종로통의 `피맛골` 등은 모두 사라져가고 있다.포항에도 글렌데일의 `아메리카나`와 같은 화려한 쇼핑몰만이 아니라 `몬트로스몰`처럼 역사성과 장소성을 지니고, 가족들이 수시로 찾을 수 있는 저렴한 장소들이 생겼으면 좋겠다. 라스펠리스의 스프·샐러드바로부터 아메리카나의 고급 스테이크하우스의 예처럼 다양한 가게들이 오래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또한 서울의 문래동처럼 낙후된 공장지대이면서도 젊은이들에 의해 작업실, 주거, 그리고 `예술야시장`으로 새롭게 꾸며지고 있는 장소들이 있으면 좋겠다.이러한 곳들은 `대기업 등의 큰 투자에 의한 급격한 도시경관의 변모`를 지양하되 그 지역의 역사성과 장소성이 보전되면서, 소상공인이나 주택주인들이 꾸준히 그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며, 임대료가 저렴하여 소상인과 저소득층 주민들만이 아니라 젊은 세대들이 모여들어 작업하고, 창업하고, 먹고, 즐기고, 거주할 수 있는 장소이어야 할 것이다.포항에 그러한 곳이 존재하는가? 대학 인근인 효자동이나 장량동 등도 신개발지가 대부분이고 지가며 임대료도 많이 올라 있다. 그렇다면 아직 낙후지역으로 여겨지며 재래식 주거지가 많이 남아 있는 환여동, 두호동, 그리고 중앙동 등 포항 도심의 여러 지역들은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분명 이러한 곳들은 도심재생을 제대로 추진할 이유가 있다고 본다.이러한 도심재생사업은 포항을 좀 더 다양하고 독특하게 꾸미면서 시민들의 발걸음과 관광객들을 유인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곳들이 창의적인 젊은이들을 키워내고, 창조적인 기업도시를 조성할 바탕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15-07-29

로스앤젤레스 이모저모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은 예전과 다를 바 없이 한국인들이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만, 요즈음은 콘도 내지 아파트 건설 붐이 이는 것 같다. 한국인들이 더 많아진 탓도 있겠지만 요즈음 학군에 신경 쓸 필요 없는 젊은 세대와 은퇴를 앞둔 장년세대가 멀리 위치한 교외주택지를 마다하고 한국스타일의 서비스가 있는 한국타운으로 몰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거부터 코리아타운은 갓 이민 온 한국인들의 첫 출발지가 되었다. 하지만 코리아타운은 쇠퇴한 도심을 재활성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고, 요즈음은 한류 전파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고 본다. 미국경제는 오랜 불황에서 벗어나 몇 년전부터 불안한 가운데 그런대로 호황의 기조를 이어가고 있고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 졸업생들의 일자리 구하기는 쉽지는 않다. 물론 자기가 원하는 일자리 구하기가 힘든다는 것이며, 전공과 관련 없는 좀 낮은 임금의 일자리는 많이 있다. 무슨 일이든 열심히 일한다면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은 얻을 수 있다. 문제는 물가가 비싸고 씀씀이들이 크기 때문에 삶의 질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몇 년전만 해도 마트에서 쇠고기 1파운드(454g)에 좋은 것도 4불 정도였으나 요즈음은 10불은 주어야 한다. 자주 가는 한국식 불고기 집에서도 갈빗살 1인분에 12불 정도 하던 것이 지금은 22불 정도로 올랐다. 따라서 3명이 식사를 하면 과거 30~40불 들던 것이 70~80불로 올랐다. 집세도 10년전에 2베드룸 아파트가 한달 700불짜리도 많았는데 요즈음은 2~3배는 뛴 것 같다. 요즈음은 호황이라지만 은행대출이 까다로워져 젊은이들이나 이민자들이 집사기도 매우 어려워졌다. 가장 많이 오른 것은 과속운전 벌금인데, 한번 적발되면 400불은 기본이고 1천불을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또 하나 큰 이슈는 몇 년째 계속되는 가뭄이다. 이곳은 지중해성 기후라서 우기 이외에는 어차피 강수량이 제한적이라서 콜로라도 등에서 용수를 운송해오지만 산야 전체에 스프링클러를 작동시킬 수는 없는 것이고, 자체적인 강수량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허나 워낙 가물고 수송되어 오는 물값도 비싸서, 요즈음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각 가정이 잔디 물주기를 일주일에 두 번만 하라고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에서 차로 15분 정도 걸리는 멀지 않은 곳에 글렌데일시가 있고 그곳 다운타운에 야외쇼핑몰이라고 볼 수 있는 아메리카나가 있다. 요즈음은 책가게가 줄어들었지만 이곳에 새로 문을 연 반스 앤 노블스라는 대형 책가게가 있기에 필자도 가끔 들른다. 몇 년 사이에 이곳은 브랜드 옷가게, 화장품가게, 레스토랑, 멋진 콘도가 있는 활기찬 지역으로 변했다. 극장도 있고 관광용 전차도 있다. 거리도 깨끗하고 건물들도 아름답다. 주차빌딩 자체가 크고 넓직해서 주차하기도 편하다. 투명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오니 분수광장은 많은 이들로 북적인다. 미국사람들도 많지만 남미인, 동양인 등 관광객들도 많아 보인다. 길 하나를 건너면 전통적인 글렌데일갤러리아라는 대형 쇼핑몰이다. 이 쇼핑몰은 유명한 백화점들이 있는 크고 화려하기로 유명한 곳인데, 이제는 아메리카나로 인해서 빛을 잃은 듯 보인다. 아니 그로 인해 고객 유치효과를 얻고 있다고 보아진다.필자의 가족들이 30년 가까이 살고 있는 곳은 글렌데일 외곽 라크리센타 지역이다. 학군 좋은 조용한 주택가이지만 주요 간선도로를 중심으로 다양한 상업기능이 발달되어 있다.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라서 한국마트와 한국음식점들이 많다. 또한 디스카운트 의류 아울렛도 여러 개 있다. 이곳 기후의 특징은 한여름 낮에도 그늘에서는 시원하고, 몇 주 매우 덥더라도 밤에는 시원하다. 내 사는 포항의 여름 몇 주는 열대야의 연속이다. 하지만 푸른 바다와 신선한 물회가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다. 이곳 한인타운에도 꾸준히 매주 하루 `포항인 모이는 날` 내지 `포항 특산물 파는 날` 같은 행사를 하는 장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2015-07-22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다양한 도시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에 매료된다. 하지만 또한 느끼게 되는 것이 내가 이들과 다른 문화를 지닌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우리보다 선진적인 시설과 문화를 지닌 나라에서는 부러움이 크지만, 그래도 우리 한국이 이제는 잘 살고 있고 과학기술이 발달된 나라임에 자부심도 느껴진다. 우리의 자동차며 스마트폰이 세계를 누비고 있다. 이제 한국의 경제산업발전을 아는 이도 많아졌지만, 한국의 음식이며 음악에 주목하는 이들도 많아졌다.하지만, 외국인들에게서 좀 자주 듣는 거북한 주제는 북한에 관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전제주의적 공산국가인 북한이 이들에게 때로는 위협적으로 때로는 경이롭게 느껴지리라. 북한지도자들의 행태며 시민들의 삶이 외국인들에게는 현실적이 아닌, 공상적인 소설에나 등장하는 주제들로 느껴질 수도 있다.이들은 관심이 없을지 모르지만, 우리 한국인들은 35년의 일제 강점기, 그리고 동족상잔의 6·25를 겪어야 했다. 그리고 60여년을 남북이 갈려 대치한 채 지나고 있다. 우리 한국의 GDP가 세계 14위의 국가로 발전해 나가고 있지만, 분단된 나라라는 멍에와 남북통일의 염원을 어려운 숙제로 지니고 있다. 또한 한국은 예나 제나 초강대국에 둘러싸인 작은 국가로서 항상 생존의 위협 속에 줄타기를 해야 한다.이러한 나라들이 우리 뿐만은 아니다. 이스라엘이나 몽골도 그러하고, 구 소련이나 구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된 나라들이 그러하다. 중남미의 여러 나라들은 이데올로기와 정치경제의 불안정에 있고, 아프리카 제국들은 극심한 빈곤 가운데 있다. 다 알다시피, EU의 멤버인 그리스도 파산위기에 있다.아무리 글로벌화된 세계이고, 서로 네트워크화 되었다지만, 세계인들은 각자 자기 나라에만 관심이 있을 뿐, 남의 일에는 무관심하다. 이 말은 우리 일은 우리가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복잡다단한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목적한 바를 이루려면, 고도의 정치력과 외교력, 그리고 국방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경제산업, 영토와 인구도 지속가능하게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해방과 전쟁이후, 우리는 4·19혁명, 5·16혁명, 5·18사태 등의 변혁을 거쳤고, 1, 2, 3차 경제개발계획, 새마을운동, 올림픽 유치, 월드컵 유치 등을 완수했는데, 이 모두가 우리 한국의 발전을 위한 시금석이 되었다고 보아진다. 많은 불합리와 어려움들이 이를 통해 극복되었다고 본다.이번 여행 중 비행 중에 감상했던 1997년 작 이탈리아 영화 한편이 떠오른다. 제목은 `Life is beautiful`. 이탈리아에서 파시즘이 맹위를 떨치던 1930년대 말을 배경으로 나치의 유태인 말살 정책이라는 현실의 비애를 코미디로 다룬 로베르토 베니니의 수작이다.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인류의 최대 불행인 유태인 학살을 코미디 영화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비평가들의 불만과 우려가 컸었다고 한다. 그러나 영화의 개봉과 함께 베니니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던 아버지는 총살을 당했지만, 그의 부성애는 어린 아들을 살아남게 했고, 그의 아들과 독자들에게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우리의 삶이라는 게 그렇다. 우리 가정 하나 하나가 다사다난한 어려움들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제산업문제, 사회문제, 통일문제 등 다양한 어려움 가운데 있다. 하지만 모든 시민들이`그래도 인생이 아름답다`는 생각 속에 긍정적인 마인드로 세상을 살아가며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우리의 조급함, 무계획성, 그리고 조금은 후진적인 정치와 경제산업도 긍정적이고 부성애적인 마인드가 이를 어느 정도 극복하게 해줄 것이다.

2015-07-15

2015년 중반에 우리사회를 되돌아보며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작년에는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침울함에 세월을 보냈는데, 올해도 6월로 들어서며 메르스 파동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올 들어 가뭄이 너무 심해서 많은 수의 저수지와 하천들이 바닥을 드러내었다. 논에 못자리도 해야 하고 여름야채들을 가꾸어야 할 것인데, 반년 이상 지속된 가뭄의 여파에 온 국민이 야채와 과일파동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걱정은 국내경기가 불황의 늪에 빠져가는 것이다. 세계경제의 전반적인 불황기조와는 달리, 우리 한국경제는 좀 나은 지표를 보이고 있어 다행이었고, 부동산시장도 활기를 띄어가고 있었다.하지만 메르스 파동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고, 우리 시민들도 여행은 물론이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듯 싶은 장소들을 피하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경제위축을 걱정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금리인하 등 활성화 방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언제 경제가 정상궤도에 올라 설 것인지 불확실하기만 하다.지금 우리나라의 의료계가 비난의 대상이 되고는 있지만 우리나라 만큼 의료시설과 기술이 발달된 나라도 많지는 않다. 물론 소득이 높고 주거환경이 더욱 좋은 나라들이 존재하지만 의료서비스는 어느 나라나 큰 비용이 들고 질적인 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지니고 있다.미국의 경우에도 최상층이면 모를까, 중산층의 경우에도 직장보험이 없는 자영업자인 경우에는 의료보험 걱정을 해야 한다.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다. 물론 비보험자인 저소득층도 보건소 같은 곳에서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를 받자면 필요한 서류를 갖추어야 하고 매번 오래 기다려야 하고 언어도 어느 정도 소통되어야 할 것이다.우리나라는 그래도 살만한 나라가 되었다. 이미 언급했듯이 의료서비스도 수준급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가 된다면 이번 메르스 사건에서 보듯이 병원시설과 시스템이 전근대적인 부분이 많다는 것일 것이다. 이번에 이슈가 된 전염병 차단태세와 응급실·입원실의 문제뿐만 아니라 앰뷸런스 내지 응급요원 운용, 지역 간의 의료시설 격차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을 것이다.미국이든 한국이든 글로벌화된 현재의 나라며 도시들을 보면 평온함 보다는 수 많은 문제들로 점철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이 단순논리나 기술로 설명될 수 없고 해결될 수도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세계에는 빈곤문제, 사상 및 종교문제, 인종문제, 인권탄압과 전쟁문제, 기후변화 및 지속가능한 개발 문제 등이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한국에도 이 같은 문제에 더하여 남북문제, 강대국 사이에서의 생존문제, 경제발전 및 분배문제, 도시환경 및 주거문제, 안전사고문제 등이 언제나 떠나지 않는다.몇몇 글로벌이슈 중에는 원천적인 해결이 어려운 것들도 있다. 하지만 국가나 도시차원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도 얼마든지 있다. 경제사회적으로 안정이 되고 소수의 생명과 권리가 존중되는 그러한 사회라면 대부분의 문제들은 발생한다 해도 안정적인 해결방안이 마련 될 수 있고 시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사막화가 맹위를 떨치나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물부족국가가 아니다. 계절적인 가뭄이야 있지만, 좀 더 수자원보전 및 수급에 신경을 쓰면 될 것이다. 의료서비스와 병원방문문화를 탓하고 있지만, 관민이 협력하여 보완방안을 잘 찾아내면 될 것이다.우리 정책의 일부분인 비효율성을 지적하고 보완방안을 찾아냄은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를 전체적으로 너무 비하하거나 문화적인 독특함을 크게 나무라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적정한 보완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고, 우리 사회도 모든 면에서 차차 향상되어 갈 것이다.

2015-07-08

한국의 도시건축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일본을 방문할 때 비행기에서부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한국에 즐비한 대단지 고층아파트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서울과 도쿄 비교해도 부산과 오사카, 포항과 고베 등을 비교해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에는 지진이 많기에 고층건물이 적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신공법이 발달되어 있기에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할 것이고, 분명 두 나라 사이에 존재하는 문화적·역사적 차이점으로 설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한국인들의 큰것, 새것, 그리고 내것을 선호하는 성향이 일본인들보다 더 강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 한국인들의 어려웠던 근대역사가 좀더 과감히 옛것이나 전통을 버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한국인들이 좀 무리를 해서라도 새 아파트 장만에 열을 올림은 주거향상 보다 부 확보가 더 큰 이유였기 때문이고, 한국정부도 부동산 활성화를 위해 국민들의 이 같은 성향을 십분 이용한 것도 사실일 것이다.요즈음은 임대아파트라는 이름의 저소득층 주거가 일부나마 공급되지만 우리 역사상 저소득층 주택이나 공공주택의 건설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두 나라 사이에 눈에 띄게 다른 또 하나는 한국의 도시 곳곳에 자리 잡은 교회들일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경우와는 달리 한국에는 수 많은 소형 및 중대형교회들이 도시의 미관을 특징적으로 장식해주고 있다. 물론 일본에는 기독교인이 적어서 상대적으로 교회의 수가 적고 규모도 작다고 할 수 있을 것이나, 일본 기독교의 역사나 업적이 한국만 못한 것은 아니라고 들었다.건물의 규모로 사람들의 믿음을 판단할 수 없고, 그 문화의 높고 낮음을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거대한 궁전과 교회, 그리고 기념비적인 구조물들이 그 나라와 도시를 빛내주고 있음도 사실이다.규모가 크고 아름답기로 프랑스의 베르사이유궁전, 독일의 레지덴츠, 로마 바티칸의 성 베드로성당, 독일의 쾰른대성당, 스페인의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등이 유명하다. 또한 터키에는 기독교회로 지어졌다가 나중 이슬람사원으로 바뀐 성소피아성당이 있고, 캄보디아에는 거대한 힌두사원인 앙크로와트가 있고, 한 여인을 위해 지어졌다는 인도의 타지마할궁전도 있다.이러한 것들의 건축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의 피와 땀이 서려 있을 것인가? 하지만 세월이 흐른 후 이들 건물들은 후손들에게 경이로움과 자랑스러움을 주니 이들 또한 양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방문객 및 순례객들은 그 건물의 모습에만 감탄·감동하는 것이 아니고, 그 건물이 지어질 때의 그 건축가와 인부들의 기술과 땀, 그리고 정치·종교지도자와 시민들의 정성,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그때의 상황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요즈음 포항에서는 구 시청사 자리에 신축되는 도서관건물의 기능과 디자인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기능이 너무 복합적이고 건물형태도 이상하다는 것이다.도심에 대형 공공건물을 세운다면, 이왕이면 `시민들이 잘 이용할 수 있고, 단순한 기능보다는 쇠퇴된 도심의 재생을 이끌만한 복합기능을 갖춤이 중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하지만 건물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쉽게 정답을 제시하기 힘들다. 다만 그 건물이 이 지역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 지역을 브랜드 할 만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지 따져 볼 이유는 있다고 본다.도시계획가인 필자는 멋진 디자인의 건물들이 도심에 지어져서 도시를 브랜드하고, 시민들이 기쁘게 이용하고, 좀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게 되기를 바란다. 물론 경제적인 가능성 내지 지속가능성의 범위 내에서라면 말이다.

2015-07-01

울란바타르의 주요 이슈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울란바타르는 1900년대와 2000년대가 공존하는 도시이다. 한국의 뉴타운과 같은 고급아파트촌이 존재하는가 하면, 아직도 넓은 지역에 걸쳐 도시인프라가 크게 부족한 게르지역이 존재한다. 사람들의 생활수준도 천차만별이다. 고급 명품족이 있는가하면 제대로 씻지 못하고 제대로 된 집에 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몽골의 연평균 강수량은 100~200mm 정도이며, 인구가 집중된 울란바타르 지역도 250mm에 못 미친다. 이 도시의 용수공급 중 지표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이고 나머지는 지하 110m에서 퍼 올리는데, 이도 고갈될 처지에 있다. 울란바타르에서는 아파트단지에서도 2주일 정도씩 단수를 하는 경우가 많으며, 게르지역에서는 시정부에서 급수트럭으로 각 마을의 물탱크에 채워놓는 용수를 시민들이 하루에 몇 십리터 씩 구매하는 형편이다.울란바타르는 시가지가 동서로 길게 발달되었다. 인구는 150만명이 넘는다는데, 원래 이 도시의 기본틀이 인구 50만을 목표로 한 것이라서 도시환경문제가 클 수밖에 없다고 한다.이 게르지역을 줄이고, 대기 및 수질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도시구조를 좀 더 압축적으로 하고 공공교통을 개발하는 것이다. 확산된 교외지역들은 교통거점을 중심으로 집과 시설들이 좀 더 밀착하게 개발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일정한 부지에 정부가 인프라 제공 후 시민 각자 집을 짓고 향상시켜나가게 하는 `자조주택단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커뮤니티 내에는 상업시설과 제조업 등 경제기반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도심 및 다른 커뮤니티와의 공공교통연결이 필수적이라고 본다.울란바타르 교외지역에 채소나 과일을 재배할 수 있다. 여름에는 상온에서 재배가 가능할 것이고 겨울에는 온실을 이용하면 된다. 목축도 마찬가지이다. 사료용 풀이나 옥수수를 재배해서 겨울철에도 소와 양들을 살찌울 수 있다. 축산 및 농산물가공업을 발달시켜 부가가치를 높여야 함은 당연하다고 본다.물론 광산업과 이와 관련된 제조업을 발전시킴도 중요하다. 현재 광물들이 그대로 외국으로 수출되는데, 일부라도 연관산업 발전에 쓰이면 좋을 것이다.또한 건설자재 생산업도 필요하다. 몽골에서 건물을 건축할 때 총공사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자재비라고 한다.현재 울란바타르에 지어지는 아파트들은 평당 공사비가 한국 보다 싸지 않다. 건축자재를 대부분 비싸게 수입해오므로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건설업이 제대로 발전되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지난 몇 년간 울란바타르의 주요 도로들이 많이 패여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 많이 고쳐진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깊게 패인 곳에 자갈만 부어놓은 곳이 있어서 승용차 앞바퀴 부분이 빠져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를 여럿 보았다. 길옆에는 거대한 철관들이 길게 놓여 있는데, 이것이 겨울에 각 가정에 난방을 공급하는 관로이다. 워낙 방대하므로 일년에 일정부분만을 교체한다고 한다.이 난방용 파워플랜트 3개가 내품는 매연이 울란바타르 대기오염의 2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자동차배기가스는 25%, 그리고 게르지역의 난방 및 취사가 35%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분명 파워플랜트의 매연 감소방안, 게르지역 난방방안 향상, 자동차배기가스 배출 절감방안 등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도심에는 무궤도 전기버스와 일반버스들이 운행되지만 충분하지 못하여, 외곽 게르에 사는 사람들을 포함한 대부분 시민들이 자기 차를 운행해야 한다. 버스, 경전철, 트램 등 공공교통의 획기적인 변화가 요구되며, 도시의 지나친 확산을 막기 위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2015-06-24

2015년 초여름의 몽골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우리가 탑승한 몽골행 비행기는 오후 2시 20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여 3시간여를 날아 울란바타르국제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6시 10분이었다. 6월 초인데도 초원은 겨우 새싹이 나고 있었다. 울란바타르는`울란 카타르`라고 불릴 정도로 중동의 산유국인 카타르 만큼 발전의 기대가 큰 나라였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국민소득도 4천불에서 몇 년 사이 6천~7천불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었었다.그러나 몽골경제는 몇 년 사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었고 앞으로의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몽골의 주 수입원이던 지하자원의 국제가격이 하락하고, 외국인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주요 지하지원 투자자들이 몽골을 떠남으로 인해 관련 분야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1~2년 사이 몽골 화폐인 투그릭은 평가절하가 심해져서 한화 1천원에 1천250투그릭 이었던 것이 1천850투그릭으로 늘어났다. 몇 년전 부터 대규모로 지어지던 중산층 아파트들이 지금도 지어지고 있지만, 수요자를 찾지 못해 걱정하고 있다.요즈음 몽골정부의 외국자본에 대한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해외투자유치의 중요성을 강조했었지만, 실제적으로는 이를 위한 법적·제도적 여건들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들이 지난 수년간 큰 어려움을 겪으며 외국자본의 중요함을 깨닫고 있다고 한다.네팔이 강진으로 인해 크게 파괴되고 어떠한 방식으로 재건해야 할지 당황해 하는 상황이나, 자원 없고 기술도 없어 쩔쩔매는 아프리카 제국들에 비하면 사실 몽골은 크게 비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몽골에는 넓은 국토에 풍부한 지하자원이 있고, 전통적인 농축산업을 어느 정도 향상만 시켜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진다.이튿날은 우리 한동대와 국제심포지엄을 공동주최하는 미국 미주리대 트루만행정대학원 교수들과 울란바타르 도심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우선 자이승전망대로 갔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고 기온이 내려갔다.자이승전망대는 몽골의 독립기념탑이며, 주변은 공원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난 7~8년 사이에 고층건물들이 가득 들어섰다. 뒤편 산기슭으로도 고급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고가의 아파트들이 집단으로 지어지는 반면에, 도시의 대부분은 무허가 천막촌이나 판자촌인 게르지역이 차지하고 있다. 울란바타르는 빈부의 차가 심하고 전체주거의 60%가 이러한 게르주거이다.칭기스칸광장으로 갔다. 이곳은 칭기스칸 좌상과 국회의사당이 있는 상징적인 광장으로 도심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쌀쌀한 날씨에도 어린이들이 집단으로 무용을 하고 있다. 내일이 어린이 날이라서 마스게임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한쪽에는 많은 사람들이 바닥에 앉은 자세로 운집해 있는데, 간단사원에서 승려들이 나와 포교 중이었다. 광장 옆의 음악당에서는 몽골국립교향악단의`차이콥스키`공연이 열리고 있었다.필자의 숙소는 이곳에서는 괜찮은 호텔 중 하나인데, 겨울과는 달리 지금은 투숙객이 많은 편이다. 대부분 등산복을 입은 중년 이상 연령대의 한국인들이 주를 이루는 것 같다. 아침식사시간에 보면 등산복 차림으로 우르르 몰려와서 웃고 떠들면 즐겁게 식사들을 하고 있다. 일상에서 벗어나 이렇게 넓은 초원 있는 몽골에 왔으니 얼마나 자유스러우랴 싶다.한 노년의 영국인부부를 만났다. 이들은 은퇴여행 중인데, 영국에서 떠나 프랑스에서 기차를 타고 시베리아까지 와서 바이칼호수에 며칠 머물다가 몽골로 왔다고 한다. 몽골 방문객들 중에 이렇게 기차여행을 하는 분들이 꽤 있다. 이들은 대개 극동의 블라디보스톡까지 까지 갔다가 TSR로 되돌아간다고 한다.

2015-06-17

포항 찾기와 관광객 유치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단체여행을 할때, 현지 가이드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대개 현지 교포들로서 그 지역만이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 문화 등에 걸친 해박한 지식을 가진 분들이 많다. 필자의 경우 리무진 탑승 중 깨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가이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화제를 끄집어내기를 좋아한다. 일본의 경우에는 임진왜란 당시의 정세, 홋가이도의 아이누족 등에 대해서 질문하기도 하고, 유럽이라면 나폴레옹이나 근현대건축에 대해서 토론하기도 한다. 가이드들이 단순한 안내자의 수준을 넘어선 지식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아 내심 놀라기도 한다.요즈음 프랑스를 여행하는 한국인이나 중국인들 대다수가 파리를 찾고 에펠탑을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외국여행의 역사가 우리네보다 긴 일본인들은 지금까지 찾던 파리 보다 지방의 도시들을 찾는다고 한다. 프랑스는 국토가 한국의 5배가 넘고 지역들마다 역사와 문화가 약간씩 다른데, 특히 음식문화가 달라서 각 지역의 특징적인 음식과 문화를 맛보는 것이 지방여행의 즐거움이라고 한다.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각 지역들의 역사와 문화가 잘 보전되어 있는가? 물론 어느 정도의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도시와 농촌, 혹은 내륙과 바닷가 등 지리적 위치가 주는 몇 가지 풍경적 차이 이외에는 특별한 차별화가 보여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도시가 서울의 축소판으로 보여져 유감이다.국토가 좁고 동질성을 지닌 민족이라서 지역들이 차별화되어 있지 못하다고 이야기 하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우리네의 몰개성적이고 지나친 서구 모방이 이러한 획일적인 도시의 모습을 이루어낸 것은 아닌지, 극심한 가난, 빠듯한 이익구조, 빨리빨리 문화 등 다른 이유들도 많을 것이다.이는 포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포항의 거리가 혹은 주요 건물들이 다른 도시들과 차별화되고 지역적인 특징들을 나타내고 있는가? 포항의 지역성과 장소성에 관한 이러저러함을 토론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으나, 이 토론들이 결론에 이르기 힘들고 실행에 옮겨지기도 힘든 것도 이미 포항이 알게 모르게 서울화 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지역성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무엇이 대표적인 모습이어야 할지, 어떻게 표출되어야 할지 제대로 토론되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건물과 시가지로 실현해 내기는 더욱 어렵다.현재 우리 각 도시들의 지역성 찾기 노력들은 결국 한국적인 것을 찾는 것과 진배없다. 따라서 각 지역들의 지역성과 장소성 구축염원은 단기간 내에 이루기 어려운, 어쩌면 이룰 수 없는 숙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잠시 숨을 돌려 영일대해수욕장을 방문해 보자. 해변의 고층건물들이 아름답고 조개구이집들이 정겹다. 바다에 떠 있는 누각은 누가 봐도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바다 건너 포스코의 야경은 어떠한가? 죽도시장은 동해안 최대 어시장으로서 많은 이들에게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 앞을 지나는 포항운하와 크루즈는 어떠한가? 흥해장터와 구룡포거리는 어떠한가? 분명 포항의 이미지, 지역성, 장소성 등을 이끌어내는 자산들임에 분명하다.이러한 자산들을 중심으로 지역성 찾기 노력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이러한 가운데 지역의 건축물이며 시가지의 모습이, 지역 고유의 문화, 분위기, 그리고 가지가지 사연들이 조금씩이라도 정립되고 축척되었으면 좋겠다.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더라도 수십년 꾸준한 노력이 요구됨은 당연하다.그리하여 10년이고 20년 후에는 포항이 모던하면서도 다른 도시와는 차별화된 모습과 매력을 지닌 지역도시로 탈바꿈되면 좋겠다. 그때쯤이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서울만이 아닌 특색을 지닌 지역도시들을 찾게 될 것이라고 본다.

2015-06-10

고속철과 포항의 브랜딩전략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포항에 KTX가 개통되고 서울 나들이가 무척 편해졌다. 얼마 전 서울에 볼일이 있어 KTX 왕복표를 일주일전에 예약하려니 가고 오려는 시간대 좌석이 매진이라, 몇몇이 택시를 전세내 동대구역까지 가서 서울행을 타게 되었고 돌아올 때는 서울역-포항행을 구하기는 했으나 볼일을 보고 한참을 기다린 밤 9시 50분 출발하는 마지막 KTX를 탈수 있었고 포항역에 내리니 새벽 1시에 가까웠다. 지난 몇 달동안 KTX 이용객이 예상치의 150%에 달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오후 시간대에는 열차가 3시간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어서 이용객들의 불편이 크다. 게다가 몇몇 시간대는 수주 전에 만석이 되고 있다.포항은 인구 50여만의 도시이지만 동해안의 중심도시로서 광역도시 규모의 기능을 지니고 있을 뿐더러 차별화된 산업, 교육, RD 기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교통수요가 일반 도시들보다 크게 나타남은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왕복편수가 하루 빨리 증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포항역에서 출발한 KTX는 몇 개 터널을 지나 30분 후면 동대구역에 도착한다. 여기서 서울역까지는 2시간 정도 걸린다. 이러한 고속 대량수송체계의 교통수단은 지역 간의 연계를 크게 변화시킨다. 포항의 경우도 차차 그러한 모습들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연계되는 대도시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브랜드로 포항인들을 유인할 것이며, 포항도 나름대로의 강점을 개발해내며 대도시민들을 이끌어 낼 것이다.필자가 재직하는 대학에도 서울은 물론 천안, 대전 등 경부선 주요도시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많은데, KTX개통으로 한결 쉽게 고향집을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들의 부모님들도 더욱 쉽게 포항을 찾을 것이다.하지만 KTX로 인해 가장 많이 늘어날 방문객들은 바다를 찾는 관광객들일 것이다. 이제 여름이 다가오므로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첫 방문의 인상이 앞으로의 성공을 크게 좌우 할 것이므로, KTX객차의 쾌적함에서부터 포항역사의 산뜻함, 포항상인들의 친절함, 그리고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며칠 전 필자의 누님이 한 여행사의 관광패키지로 포항에 왔는데, 오래전에 신청을 했으나 인원이 차지 않아서 오래 기다렸다고 한다. 평소에 절친 5~6명과 국내 곳곳을 여행사 관광상품을 통해 다니고 있는데, 포항은 처음이다.여행사 말로는 각 지자체들이 다양한 지원을 해주기에 가격들은 저렴하고, 인기는 장소마다 크게 다른데, 포항은 인기 없는 곳들 중 하나라고 했다. 현재 많은 지자체에서 다양한 관광상품들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포항으로서도 좀 더 분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포항에는 분명 다양한 관광거리들이 있다. 차별화된 산업과 교육기관이 있고, 아름다운 해변이 있고, 먹거리 풍부한 죽도시장과 구룡포가 있고, 포항운하와 크루즈가 있다. 이를 잘 엮어 매력적인 관광상품으로 개발해야 한다. 주요 유치대상은 내국인뿐 아니라 한창 붐을 이루는 중국인관광객들이어야 한다.이들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라도 포항도심을 활성화시켜야 하고, KTX역세권도 매력적으로 개발해야 할 것이다. 도시규모가 크지 않고 국내외 경기도 좋은 편이 아니므로, 포항으로서는 체계적인 계획과 효과적인 전략으로 도시를 브랜딩하고, 투자를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도심재생이냐 교외도시개발이냐 등 때에 따라서는 두 가지 주요사업들이 대립양상을 띄는 경우도 있다. 이론상으로는 조화를 강조할 수 있지만 동시추진이 불가능한 산하 프로젝트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5~10년 정도의 시간대별로 실제적인 시나리오 하에 추진 우선순위를 결정함이 중요하다고 본다.

2015-06-03

칠포해변의 어느 날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오랜만에 칠포해변에 들렀다. 이 해변은 포항도심에서 북쪽으로 13km 거리에 있는 해수욕장이다. 백사장 길이 2km에 폭 70m로, 하루에 10만명의 관광객들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주변으로는 송림 우거진 해변 드라이브 코스가 있고, 갯바위에서 바다낚시도 가능하다. 20년전 포항에 처음 이사 왔을 때는 직장에서 멀지 않은 칠포해변을 자주 찾았었다. 동해의 파도를 보러, 호텔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러, 아름다운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위해 등의 이유로 이곳을 많이 방문했었다. 하지만 칠포 인근에 산업단지 공사가 시작되고 도로가 바뀌면서 그리 자주 방문하지 못한 것 같다.아직 여름이 아니라서 지금은 한가하나 여름이면 칠포는 많은 이들로 북적인다. 이 호텔도 본관만이 아니라 부속건물이 대형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기업에서 `브레인스토밍` 내지 휴양차 단체로 예약을 많이 한다.이 호텔 주변에는 오래된 소나무들이 많다. 그것도 잘 자라지 않는`해송`들인데, 최소한 200년씩은 된 것들이며, 그 키가 3층 건물 만큼이나 높고 줄기도 지름이 60~70cm는 되고, 껍질도 5~6cm가 될 정도로 두껍다. 일제 강점기의 송진채취의 흔적까지 남아있는 소나무군락들이다. 넓은 백사장 가장자리에 폭이 50~60m는 될 듯한 하천이 있다, 곡강천이다. 꽤 넓고 수량도 풍부한데, 하구가 파도에 밀린 모래로 막혀있다. 일종의 `석호`를 이룬 것이다. 폭우가 내리면 강물이 사구를 넘어 바다로 연결되지만, 보통은 모래로 막혀있다.일년에 몇 번씩 동네사람들이 포크레인으로 사구 일부를 제거하여 바닷고기들이 바닷물과 함께 강으로 역류하게 한다. 그때는 하구 일대가 대단한 어장으로 변모된다.이 하천에는 아주 다양한 물고기들이 살고 있고, 하구가 터지면 더욱 많은 종류의 물고기들이 잡히는데, 붕어, 메기, 참게, 뱀장어 등 민물고기, 전어, 숭어, 가자미, 복어 등 바닷고기들이 잡힌다. 특히 여름철에 하구에서 두어시간 어망을 치면 돌복을 100마리씩이나 잡을 수 있다고 한다.이곳에서 남쪽으로 향하다보면 도로 옆에 좁다란 수로가 있는데, 필자도 이곳에서 초등학생이던 우리 아이들과 붕어며 가물치를 잡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곳은 낚시도감에도 나오는 유명한 `칠포수로`라고 한다.포항에는 많은 해수욕장이 있는데, 도심해변인 영일대해수욕장과 송도해수욕장을 중심으로 북쪽으로는 칠포, 월포, 화진포가 있다. 남쪽으로는 도구해수욕장, 구룡포해수욕장이 있다. 물론 그 사이에도 수많은 소규모 해수욕장들이 존재한다.지금까지 이들 동해안 해수욕장들은 서해안에 비해 한산했었다. 멀기도 하고 교통이 불편해서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았고, 또한 개발도 되지 않았었다. 물론 많은 곳이 청정지역으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오염된 지역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해변도 중장기적인 개발계획수립 하에 주변과 잘 어울리고 청결한 건물과 마을들이 들어서야 할 것으로 본다.포항KTX 개통 후인 지금, 많은 이들이 수도권에서부터 동해안의 바다를 찾을 것이다. 우선 방문지는 포항의 도심해변일 수 있지만, 칠포, 월포, 화진, 장사, 삼사, 강구, 고래불로 이어지는 해변들이 많은 이들로 북적일 것이다.오늘 방문한 칠포도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좀 더 편의시설이 들어서고, 해변도 남쪽으로 좀 더 확장되면 좋을 것 같다. 시금치 재배로 유명한 이곳 곡강과 칠포 사이에 아직 개발되지 않은 해변이 있다.필자의 몇몇 친구들은 이곳 호텔 뒷산에서 백사장을 향해 `행글라이더`를 타기도 했다. 또한 인근에는 `스노클링`이나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많은데, 이 모두가 훌륭한 관광자원이다.

2015-05-27

형산강 생태벨트 및 컬처트레일 조성

▲ 구자문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형산강은 포항과 경주를 관통해 흐르는 강으로 고대로부터 이 두 지역에 식수 및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교통운수기능을 제공하고, 물고기 등 식량을 제공하고, 좋은 경관을 제공하고, 기후에 영향을 주었다. 현재 형산강은 포항과 경주에 걸쳐 존재하므로, 이 두 도시가 협력해서 이를 보전하고 개발하면서 두 도시간의 동질성과 네트워크를 개발해갈 필요가 크다. 이 두 도시는 현재 산업기능이 상이하다고 할 수 있지만, 경북도에서 유일하게 근접하여 네트워크도시 내지 쌍둥이도시(Twin City)로 발전될 소지를 지니고 있다.이 두 도시들은 수질오염과 수량미비 등으로 인해 큰 강이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활용한다 해도 잘못하면 오염을 증가시킬 수 있기에, 이를 어떻게 개발하고 활용할 것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기획하고 오염저감 방안을 구상해내야 할 것이다.형산강 하구에는 아직도 맑은 물에 산다는 재첩이나 회귀성 어류인 은어와 숭어가 물 위로 뛰는 걸 볼 수 있는데, 오염이 심해지면 이 같은 생태계가 온전할 리 없을 것이다. 형산강의 생태복원을 위해서는 상류에서부터 하류에 이르기까지 오염원을 줄이고, 과도한 보 제거, 어도 확보, 생태습지 복원, 일부 지역 준설, 주변 불법시설 제거, 불법경작 제거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매년 갈수기에는 형산강에 적조가 발생하는데, 어패류에 큰 영향을 준다. 이 적조는 비가 와 자연소멸을 기대하는 것 외에 특별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따라서 전반적인 유량증가 방안도 수립해야 할 것이다.포항과 경주는 이제 각자 KTX역을 가지게 되었지만, 울산~포항고속도로의 완공으로 경주와 포항의 연계가 더욱 쉬워질 것이다.포항에는 국제항만이 있고, 글로벌 철강기업인 포스코, 국내최고 연구기능을 갖춘 포스텍, 국제법률대학원을 지닌 한동대, 아름다운 도심해변이 있어서 많은 이들이 찾는다. 경주는 천년고도의 역사문화도시로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보문단지 등에 숙박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이러한 두 지역을 연계발전시켜야 할 것인데, 형산강의 보전과 활용을 그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이를 위해서 첫째, 형산강의 오염방지와 홍수 및 침수피해를 줄이기 위한 두 도시의 공동노력이 좀 더 요구된다. 지금까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형산강협력위원회 등 범지자체모임들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었다.둘째, 하류에서 상류까지 뱃길을 개척하여 크루즈, 화물선 등의 운행이 가능하면 좋겠다. 이미 포항운하에서 크루즈가 성공적으로 운항되고 있는데, 이를 과거 부조장이나 양동마을을 포함한 독특한 역사문화나 특산품을 지닌 마을들을 경유하여 경주시내 역사유적지까지 운항되면 좋을 것이다.물론 일부지역의 준설과 뱃길개척이 필요하나, 이 뱃길여행이 형산강 컬쳐트레일을 찾는 이들에게 또 다른 여행의 기쁨을 안겨 줄 것이다. 상수원 보호구역 등의 문제가 있을 것이나 해결방법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그 이외에도, 형산강하구에 요트경기장을 조성하여 경제 활성화를 꾀함도 좋을 것으로 본다. 또한 5천t ~ 1만t 선박이 정박 가능한 피난항을 형산강 안쪽으로 건설함도 필요하다고 본다. 포스코대교를 개폐교로 하고 현대제철 쪽에 부두를 만들면 포항공단의 물류들이 좀 더 손쉽게 운송 될 것이다.이를 진행하기 위해서 경북도에서 전반적인 추진방향을 제안하고 있으며, 포항시와 경주시의 협력이 시작되고 있는데, 과거의 경험을 보면 이와 같은 행정협의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협력과 양보를 전제로 좀 더 진지하게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2015-05-20

자연재해 예방 및 구호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네팔에 지진이 난 지 몇 주가 흘렀다. 그 참상을 미디어를 통해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필자의 경우 10명의 학생들과 네팔 카트만두로 5박 6일의 연구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에 지진이 나서 스케줄을 가을로 연기할 수 밖에 없었는데,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막상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지난 20년만을 돌아보더라도 세계각지에 진도 7 넘는 강진이 수없이 발생했다. 1995년 일본 간사이 지진은 진도 7~8인데, 진원지가 지표에서 가까운 데다 지반이 수직으로 흔들리는 직하형 지진이었기에 피해지역이 상당한 수준의 방진시설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5천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이번 네팔의 지진의 강도는 7.8로서 이에 따른 사망자가 8천명 이상이고, 부상자가 2만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네팔정부는 대지진 피해가 가장 심한 고르카 지역으로 통하는 길이 장애물로 막혀 구조·구호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또한 임시로 마련된 천막에서 생활하는 이재민 수천 명의 위생상태는 물론 물과 식량부족이 심각하다.이처럼 지진이 발생하면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주거 및 도시기반시설들이 송두리째 파괴되어 그 복구가 요원한 경우가 많다. 선진 개발국인 일본의 경우만 보더라도 그 회복이 더디기만 하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가난한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이런 나라들은 건물과 도시기반시설들이 제대로된 안전기준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기에 쉽게 허물어지고 수없이 사망자가 발생하게 된다. 전기와 물 공급이 끊어지고, 부모를 잃거나 버려진`지진 고아`들이 넘쳐 난다. 구호물자의 보급이 늦어지면서 곳곳에서 약탈과 폭동이 일어나고, 2차 질병이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자연재해는 지진만이 아니다. 태풍과 홍수, 사막화, 전쟁과 분쟁 등으로도 발생한다. 이러한 재해를 막기 위해서, 그리고 발생 후 인명구조와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서 해당 정부만이 아니라 국제기구 및 NGO 등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힘이 벅차고 정책방향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자연재해에 대한 예방이 중요하나, 가난한 나라에서는 주거며 관련 기반시설들의 안전을 위한 보완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재해 발생 후에도 피해자 구출작업은 물론, 이재민들의 생활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 임시주거도 문제지만 장기적으로 이들의 생업을 포함한 삶의 터전형성을 지원해줌이 중요한데, 대부분 지역이 그렇지 못하고 있다.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사회는 자연재해로 인명을 잃고 집을 잃은 이재민 구호를 위해 즉각적인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중요한 것은 재해 예방을 위한 정확한 예측과 시설보완, 재해발생 후 이재민들에 대한 장기적·종합복구계획의 수립 및 실행을 위한 국제적인 사전·사후 협력 등이다.세계 지질학계 석학 중 한 명인 코넬대 래리 브라운 교수는 “한국은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주요 판 경계에 위치하지 않아 지진 발생 위험은 낮지만, `판 내부 지진`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판 내부 지진은 보통 강도가 약하고 드물게 발생하지만, 판 내부 지진의 강도가 항상 약하지만은 않다”고 했다.한국이 주요지진대에서 이격되어 있어 지진 발생빈도와 강도가 낮음이 매우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있을지 모를 진도 5.5 이상의 지진에 대한 대비해야 한다. 지진 자체도 문제지만 이로 인해 발생될 2차적인 재해들이 더욱 피해가 큼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러한 피해들을 예방하기 위해서 건물 및 도시기반시설의 규준, 각종 발전시설 및 산업시설 규준, 그리고 재해발생시 피난 및 구호에 관한 위기관리태세의 정비가 필요하다.

2015-05-13

청송 거쳐 예천으로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토요일 아침, 포항시 양덕동을 떠나 기계면을 거쳐 31번 국도를 통해 산등성이 길을 가파르게 오르니 청송군이다. 예전에도 몇 차례 지나가 본 곳이지만 해변과 멀지 않은 곳에 고산준령이 자리하고 있음이 이색적이다. 동해안에는 이러한 지형이 흔하다. 예천에 볼일이 있어 나들이 겸해서 떠난 길인데 포항에서는 2시간 30분이 걸리는 비교적 먼길이다. 청송은 예로부터 많은 산과 물을 품고 있는 지역으로 이름나 있다. 주왕산 국립공원의 서쪽 끝자락이기도 하다. 국도변 널찍한 논과 밭 뒤로 단아한 한옥들이 놓여있는데 이는 덕천마을이다. 조선 영조 시절 세워진 송소고택(松韶古宅)을 중심으로 여러 고택들이 좌우에 자리 잡고 있다.길은 좁고 꾸불대지만 주변 골짜기며 작은 분지에 자리 잡은 마을들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이러한 깊은 산중의 마을들은 과거로부터 왜란·호란의 피해를 입지 않았을 것이고, 이를 찾아 찾아든 사람들이 집성촌을 이루었을 것이다.봄이 오는듯 하더니 쌀쌀함이 계속되어 제철 못 만난 듯한 꽃들이 안타깝더니 이제는 완연한 봄이다. 벚꽃은 진지 오래지만 배꽃이 피고지고 주변의 산야에는 초록이 짙어가고 있다.두 시간 후 낙동강을 건너게 되고 안동시내로 접어들었다. 안동은 인구 17만명의 제법 큰 도시로서 하회마을이 있고 한국근대사를 장식할 인물들이 많이 배출된 도시이다. 새로 개설된 도로를 십여분 달려 작은 마을에 도착하니 그곳이 예천군 중심지였다.예천군은 안동시, 영주시 등과 인접한 인구 4만5천명의 작은 지자체이다. 예천읍과 11개면으로 구성된 이곳은 1960년에만 해도 15만명이 넘는 인구를 지니고 있었다.예천하면 예천공항 정도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수년전 제자 하나가 예천 출신이라서 그곳이 양궁의 고장임을 알게 되었고, 근래에는 경북도청이 옮기게 되는 곳으로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점심때가 되었으므로 도심에 자리한 육회비빔밥과 한우전문식당에 들렀다. 이곳 육회는 아주 잘게 썬 것이 특징인데, 육회 한 접시를 게눈 감추듯 하고, 육회비빔밥을 시켰는데, 밥 넣고 비벼보니 담백하되 좀 싱거웠다.식후 커피 한잔 마시려니 요즈음 스타일의 커피숍은 없고 1970년대 스타일의 다방이 두 어개 눈에 띄었다. 이 중심에는 도청신도시로 연결되는 8.5km 길이의 도로가 지나게 되어 있어 공사를 위해 둘레에 담장을 쳐 놓았다.예천군은 직통도로 개설과 아울러 시가지 정비, 기관 유치, 곡물과 과일을 포함한 농산물 공급기지화 등을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등꽃문화제, 용궁순대축제, 삼강주막 막걸리축제, 세계 활 축제, 곤충페스티벌축제 등 다양한 축제를 계획하고 있다.필자도 이러한 노력에 동의하며, 이외에도 약용작물의 재배단지 및 관련 휴양단지의 개발을 추천하고 싶다. 또한 말사육과 승마 관련 휴양스포츠산업의 육성도 추천하고 싶다. 산야가 넓고 아름다워서 이러한 산업들이 잘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예천군은 도청이 이전하는 내년 정도부터 신도시가 완성되는 2027년까지 5만명 이상의 인구증가를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이 숫자가 맞을지 틀릴지는 도청신도시의 발전형태 및 예천군의 준비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분명 안동과 예천의 일부 시민들이 신도시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5천명 이상의 도청 및 관련 기관 직원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포함한 수 만명 중 일부는 비교적 큰 도시인 안동시내, 또 다른 일부는 예천의 농촌지역을 선호할 수 있다고 본다. 도청소재지에는 여러 업무로 방문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곳과 주변의 특색 있는 산업과 먹거리 개발에 따라 관광객들도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2015-05-06

도심재생과 PRT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우리나라가 30~40년의 짧은 기간 내에 `아파트공화국`으로 불리게 된 것은 우리 국민들의 소득이 빠르게 향상되었고, 주거의 질 향상에 대한 욕망이 컸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에 지어진 집들의 품질이 낮은 편이라서 국민들이 현대적인 시설과 스타일을 갖춘 아파트 주거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도심재개발이며 도시개발사업들은 대부분 중산층 이상을 대상으로 한 고층아파트 건설이었다. 도시경관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가난한 이들이 다른 곳으로 쫓겨 가야했고, 도심의 역사성과 장소성이 파괴되는 등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도심 상업지구에 있어서도 시민들의 편의시설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지자체 차원에서도 도시의 경제발전과 브랜드화를 위해 사업성 및 물리적 개발에 중점을 둔 사업들을 추진해오고 있었다. 이러한 상업지역재개발도 주거지재개발과 같이 장점만이 아닌 많은 단점들을 지니고 있었다.요즈음 자주 쓰이는 도심재생이라는 개념도 예전부터 쓰이던 도심재개발이나 도심활성화와 내용면에서 크게 다르다고 하기는 힘들다. 다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도심재개발 내지 도시개발사업이 너무 물리적인 측면과 사업성 위주로 추진되다 보니 그 사회적 폐해가 커졌었기에, 좀 더 종합적인 개념을 포함한 도심재생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이번 정부 들어서서 도심재생에 관한 논의와 지원이 많아졌다. 도심공동화의 치유와 경제활성화 측면에서, 도시의 지속가능성 향상과 자원절약적인 측면에서, 또한 역사성 및 장소성 보전을 위해 도심재생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포항의 경우도 구도심인 육거리, 오거리, 송도동·해도동, 그리고 이번에 폐쇄된 구포항역 인근의 도심재생사업의 추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빈내항과 형산강을 연결하는 포항운하의 건설도 직접적으로는 수질오염의 제거이지만 간접적으로는 도심재생의 한 방편으로 추진되었다고 할 수 있다.도심의 역사성을 살리면서도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대규모 개발보다는 현지개량에 중점을 두되 요소요소에 지역 활성화의 앵커가 될 만한 사업들을 함께 유치함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 말은 도심재생전략도 현지개량과 신개발이 잘 조화를 이루어 투자도 활성화 시키고, 현주민들과 새로운 이주자 및 활동들이 조화를 이루어 공생할 수 있는 전략을 추진하자는 것이다.요즈음 포항시의 주요 이슈는 KTX의 개통과 포항시의 발전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 남겨진 도심의 구포항역사와 빈땅들을 어떻게 재개발할 것인가, 그리고 KTX역세권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등이다.포항의 KTX역이 개통됨으로써 좀 더 많은 이들이 포항을 찾을 것이며, 이들을 어떻게 포항시 요소요소에 연결해 줄 것인가도 포항시 발전을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현재 연계도로의 정비, 버스노선의 조정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것은 KTX역에서 도심 및 주요 거점들을 연결하는 좀 더 혁신적인 교통시설의 건설이다. 즉 TRAM(노면전차)과 같은 대중교통시설이나 PRT(개별용 고속 수송 시스템) 같은 첨단교통시설을 건설하는 것이다.이와 같은 첨단교통시설의 건설은 도시의 효율성제고, 경제활성화, 그리고 브랜드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관광활성화 및 도심재생이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다.또한 철강도시의 이점을 살려 PRT제작공장을 KTX역세권 인근에 설립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본다. 철도객차 제작공장도 유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침체된 포항경제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서도 KTX역세권 개발을 위해서도 이러한 산업의 유치가 매우 중요성을 갖는다고 생각된다.

2015-04-29

영덕 바닷가에서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영덕군은 포항시에서 차로 30~40분 거리의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으며, 영덕읍, 강구면, 축산면, 영해면 등 여러 소도시들을 포함하고 있다. 포항시에서 7번 국도를 따라 운전해 가면 칠포, 월포, 화진을 거쳐 영덕군으로 접어든다. 바람이 제법 차가웠건만 항구는 사람들로 붐볐다. 오십천은 은어와 연어가 회귀한다는 1급수 하천으로 그 어귀에 위치한 강구항은 물이 맑고 갈매기들이 날고 자맥질하는 아름다운 곳으로 꽤 많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이곳에서는 매년 봄에 3박4일의 영덕대게축제가 열린다. 영덕대게는 고려 태조 왕건의 수라상에 오를 만큼 그 맛과 향이 오래전부터 전국에 잘 알려져 있다.대게는 수심 200~400m에 서식하는 한해성 심해산으로 다리가 대나무 같이 긴 게로서 12월부터 3월까지만 어획할 수 있다. 필자는 어릴 때부터 꽃게를 좋아했었고, 미국에 살면서 알라스카산 킹 크랩에 익숙해있었다. 하지만 후에 맛본 대게는 껍질이 얇고 살이 꽉차있어 먹기도 훨씬 수월했다.차를 몰아 고려 말의 정치가이자 성리학의 대가인 목은 이색선생의 고향인 영해면 괴시마을로 갔다. 이곳은 경주의 양동마을처럼 전통가옥 집성촌인데, 꼭대기 언덕에 목은이 태어나 자랐다는 집터가 있고 기념관이 세워져 있다.그곳에서 내다보이는 들 건너 산등성이 마을 등 영덕군에는 많은 고택들이 남아 있고 유명한 학자며 고관들의 출생지로 알려진 곳이 많다. 풍수가 좋은 곳인지 그 지역 집안들의 교육열이 출중했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그곳에서 좀 더 북쪽으로 가서 송천을 가로지르는 고래불대교를 건너니 고래불해수욕장이다. 이곳은 백사장이 8km에 이른다는 아름다운 곳으로 각종 하계 훈련원들이 자리 잡고 있다.영덕의 바다는 아름답다. 한때 유명 드라마의 배경이기도 했던 이곳은 교통이 불편함에도 전국에서 많은 이들이 찾았었다. 해변도로이자 주 간선도로인 7번국도가 21년만인 2008년에 완공되어 나들이가 좀더 쉬워졌는데, 이제 포항KTX역이 개통되어 수도권 관광객들이 더욱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늦은 오후가 되니 비가오고 바람이 거세어지고 있다. 우리일행은 삼사해상공원쪽으로 되돌아와 대개와 매운탕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5층의 호텔방에 자리 잡으니 넓은 동해바다가 지척에 있다. 큰 파도가 끊임없이 몰려오고 하얗게 부서진다. 파도소리가 우뢰와 같다. 밤새도록 큰 파도소리는 그치지 않았다.일출을 볼 수 없는 흐린 날이지만 날이 밝아오기 전부터 깨어나 창밖을 지키고 있었다. 밝은 불을 밝히며 오징어잡이 배 하나가 지나간다. 날이 밝으며 넓은 동해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해변을 `그림과 같다` 표현들을 하지만, 이곳 영덕의 바닷가는 그림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다차원의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것 같다.일행 중 오전에 포항역에서 서울행 KTX를 탈 사람이 있어서, 필자도 좀더 서둘러 영덕을 떠났다. 아직 흐리지만 비가 개어 공기가 맑다.동해안은 우리 한국에서 가장 교통이 불편했지만, 그렇기에 생태자원이 가장 잘 보전된 지역이라고 보아진다. 이제 동해안의 중심이자 출발지라고 볼 수 있는 포항에 고속철도인 KTX가 연결되었고 손쉽게 7번국도를 통해 영덕과 울진으로, 그리고 호미곶과 구룡포로 연결이 된다.이제는 동해안 도시와 지역들이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민들과 해외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네트워크된 공동의 지역홍보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감포, 구룡포, 호미곶에서부터 송도, 영일대, 칠포, 월포, 영덕, 울진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해변들과 요즈음 토론의 큰 주제인 형산강을 중심으로한 역사문화들을 연계 관광코스로 개발하고 홍보할 필요가 크다고 본다.

2015-04-22

창조도시 평가 및 제안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플로리다(Florida)는 창조적인 사람들이 도시 및 지역발전을 추동하는 원동력이라고 주장하였다. 그에 의하면 창조적인 계층은 관용적인 분위기가 충만한 도시에 매력을 느끼며, 그러한 곳에 거주하게 된다고 했다. 요즈음 포항시가 `창조도시 포항`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방향과 프로그램들을 제시하고 있다. 창조도시로서 포항의 현재 상황은 어떠한지 플로리다의 개념을 도입해 개략적으로 평가해보았다.1) 창조적인 계층이 존재하는가? 포항은 다른 도시들에 비해 높은 비율의 창조적인 계층, 엄밀히는 그 후보자들인 우수한 대학과 대학원의 젊은 학생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졸업 후 지역을 떠나므로, 포항에는 창조계층이 존재하지만 제대로 설 곳이 마련되어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2) 조세감면 등 기업에게 유리한 경제적·제도적으로 관용적인 도시환경이 조성되어 있는가? 포항시에서 다양한 제도 마련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관련 제도들이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포항은 철강산업이 크게 발달되어 있지만, 수도권에서 먼데다가 연결도 힘들었었고, 대도시가 아니라서 전반적인 경제환경이 유리하다고 하기도 힘들다.3)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사람들에게 개방성 높은 관용적인 도시환경이 조성되어 있는가? 이에 대해서도 그리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힘들다. 20, 30년 전에 비해 좋아지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지방 중소도시로서, 특히 전통문화가 강한 지역의 도시로서 더욱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4) 창조적인 계층의 창조적 직업활동과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 결과 혁신적 기업활동·문화활동·경제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포항은 아직 그러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단언하기 힘들다. 포항은 창조도시의 기본여건을 일부 갖추고 있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도약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정리한다면, 지방 중소도시이지만 산업 및 RD기반이 갖추어져 있고 이제 수도권과의 연계도 좋아진 포항이 창조도시로 발전되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고 창조적인 계층들이 거주 및 활동하기 좋은 좀 더 관용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산관학연 네트워크` 및 `암묵적 지식경제`의 증대도 중요하다고 보는데, 이들 모두가 창조생태계 조성의 주요부분들이다.이러한 여건들이 제대로 조성되고 작동되기 위해서는 포항시 구성원들의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산관학연 리더들의 네트워크와 리더십이 이 출발시기에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아진다.이들의 노력을 통해 각 기관간의 협력이 크게 증대되어 좀 더 활발한 아이디어 교환, 신기술의 개발 및 상용화가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이러한 것들 이외에도 창조적인 활동은 다양하게 추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빈동이나 송도 등 도심 일부의 낙후지역들은 영세한 젊은 예술가 내지 기업가들이 모여드는 값싸고도 특색 있는 `문화예술거리` 혹은 `IT 내지 관련 벤처집적지`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이는 서울의 문래동 등 성공 예가 많다.양덕동의 방치된 시설이나 공간들이 산관학연 협력에 의해 `환경오염 방지 내지 환경친화적 자재나 시설 전시장`으로 변모될 수도 있고, 이와 관련된 테마 가미의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 `시민들의 문화예술공간이자, 각종 금속공예, 건축장식품 내지 빌딩 첨단제어시스템 상설전시장`으로 꾸며질 수도 있다. 물론 `상설 내지 주말 지역축제+파머스마켓` 같은 것들이 들어설 수도 있다. 단순한 공원이나 체육시설 보다는 무언가 테마적이고, 브랜드화되고, 경제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2015-04-15

구룡포 개발방향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도농통합시인 포항시의 한 교외도시이자 자체적으로도 오랜 역사와 지명도를 지닌 구룡포는 동해안 최대의 어항으로서 1942년 읍으로 승격되었고 인구도 3만8천명을 웃돌았으나 지금은 1만명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구룡포는 수많은 어선들이 출회항하는 어업전진기지로서 그 기능은 줄지 않았다고 보아진다. 구룡포는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집단 어업이민지이기도 했다. 100여년 전 일본인들이 살았던 일본식가옥들이 남아있고, 그 일부가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로 지정되어 있다. 20년전 포항으로 이사 오고 한동안은 인근지역 이곳저곳 탐방을 즐겼는데, 구룡포는 자주 와 본 곳에 속한다. 호미반도 바닷가로 난 구도로를 꼬불꼬불 운전해가며 바라보는 파란 동해바다와 해국 피어나는 바닷가 풍경이 매우 아름다웠다.지금은 작고하신 구룡포 출신 노건축가, 동료 교수들, 때로는 동네 말벗들과 이곳을 찾아 해산물도 즐기고 70년대 풍의 서울다방에서 커피 한 잔 하기도 했다. “아, 이 비싼 전복을 이렇게 막 썰어 주다니요” 감탄하던 오사카에서 온 재일교포 4세 학자도 필자가 이곳에 초대한 손님 중 하나였다. 그후 포항공항 인근을 통해 구룡포로 직접 연결되는 고속도로가 생겼고, 또한 이와 연결되는 외곽순환 산업도로가 개통되어, 구룡포가 30분 정도에 연결되는 가까운 곳이 되었다. 하지만 한동안 구룡포를 찾지 못했다.얼마 전 평일 오후 구룡포에서 처음 열린다는 `발전심포지엄`에 초대되어, 이왕 가는데 두어 시간 일찍 도착해서 항구도 돌아보고 일본인거리에도 가보았다. 구룡포는 몇 년사이 큰 건물도 많아졌고 일본인거리도 복원된 곳이 많아 보였다. 거기서 구면인 일본인거리 회장님도 만나 차 한 잔하면서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었다.구룡포는 해안선을 따라 빼어난 경관을 지니고 있고, 인근에는 한반도 동단 일출명소인 호미곶이 있다. 정월 초하루 새벽에는 전국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려든다. 구룡포의 말봉재는 세종·세조때 군비확장사업의 하나로 말 사육이 이뤄졌던 곳인데, 이곳을 배경으로 달빛산행코스가 개발되어 많은 이들이 찾는다.구룡포는 겨울철 별미인 과메기와 대게의 주산지이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싱싱한 홍게, 오징어, 전복, 소라, 문어 등도 저렴하게 맛볼 수 있으며, 이색적인 대게 경매현장을 구경할 수 있다.구룡포와 호미곶은 이미 브랜드화된`한반도의 동단`에 있다. 구룡포도 KTX는 물론이고, 울산-포항고속도로 개통과 연계해서 늘어날 관광객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이 기회에 관광상품들을 재정비하고 포항·경주지역의 다른 관광단지들과 연계 프로그램 개발 및 공동마케팅을 해야 한다.구룡포는 과메기, 대게, 전복, 문어, 오징어 등을 중심으로 한 해산물시장이 특화되어 있으므로 이를 바탕으로한 지역축제를 좀 더 브랜드화 시킴이 필요할 것이다. 일본인 거리를 중심으로 한 근대문화역사거리도 좀 더 주변과 연계 하에 확장시키며, 스토리텔링을 가미하며, 드라마며 장·단편 영화촬영장으로 활용함이 필요하다고 본다.또한 구룡포는 유기농채소, 과일, 와이너리 등 농산물테마파크 개발, 동빈내항-영일만-호미곶-구룡포 연계의 크루즈 운행, 선상낚시 특화 등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구룡포 인근에는 많은 시인들이 노래한 아름다운 `구만리의 청보리밭`이 있다. 이육사의 `청포도`라는 시가 이 지역의 포도밭을 배경으로 탄생했고 그를 기리는 비석도 세워져 있다.이처럼 구룡포와 인근에는 먹거리도 스토리텔링 주제도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도시의 명소화며 브랜드화는 하루아침에 이룩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지역민들과 지역을 사랑하는 관련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토론과 아이디어 발굴이 중요하다고 보아진다.

2015-04-08

벤처생태계 조성과 산관학연 리더십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뉴욕, 런던, 헬싱키, 텔아비브 등 세계의 여러 도시들이 스타트업 허브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방에 위치한 중간 크기의 도시이지만 철강산업도시이자 교육연구도시인 포항도 스타트업 허브 내지 혁신클러스터로 발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올초에 개원한 민간자율형 창조경제혁신센터인 `포스코 포항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그 이전부터 있어 왔던 `포항테크노파크`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스타트업 허브 내지 혁신클러스터는 지난 20년 이상 많은 도시들이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하며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정책목표이다. 우리가 틈나면 강조하고 있듯이 포항은 이와 같은 관점에서 다른 국내 도시들에 비해 차별화된 여건들을 가지고 있다.이는 포스코와 그 계열회사들, 포스텍과 산하의 첨단연구실, 국제법률대학원을 지닌 한동대의 존재 등이다.하지만 포항은 수도권과의 지리적인 이격이라는 전통적 한계를 벋어나지 못하였기에 그러한 꿈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음이 사실이다. 또한 자본의 부족, 지원제도의 부족, RD역량부족, 기업과 대학들의 네트워킹 부족, 그리고 새로운 것에 관용적이지 못한 도시환경도 문제였을 것이다.젊은 청년들이 창업을 하고 강소기업들로 키워 내려면 청년들의 도전정신이 필요하고, 차별화된 실력과 기술이 필요하고, 그들의 활동을 뒷받침할 금융, 기술, 세제 등에 걸친 지원정책과 지역사회의 차별화된 기업친화 등의 도시환경이 중요하다. 또한 이들이 시행착오와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함이 중요하다.`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 이는 한국사회의 문제점으로 흔히 지적되어 온 말이다. 근본적으로 실패와 시행착오의 경험을 밑거름으로 삼아야 하는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더욱 절실한 문제이다.이러한 문제해결 및 창조경제생태계 조성의 주체는 지자체이고 경제사회단체이고 시민들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지역에 자리 잡은 국가기간산업과 대기업들이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대학과 그 산하의 연구기관들이다.포항은 산업다양화를 위해서 그리고 강소기업의 육성을 위해서 IT 및 로봇분야, 바이오분야, 에너지·환경분야 등에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분야에서 스마트 기기, 마이크로 스마트 의료기구, 원자력 관련 시설, 담수화시설, 오염저감시설, 신재생에너지 시설 등이 연구되고 생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하지만 창조경제는 이러한 하이텍 만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찾아져야 한다. 이는 최근 200억원대 투자를 유치했다는 한 `부동산어플`이나 골드만삭스 주도의 컨소시엄에서 400억을 유치했다는 `음식배달어플`도 그 예이다. 또한 지역축제로 지역발전을 크게 이끌어 내고 있는 함평, 화천, 그리고 보령의 경우도 있고, 통영같이 특색있는 도심재생사업으로 젊은 관광객을 이끌어 내는 경우도 있다.지방자치시대에 시장의 역할은 중요하다. 시장은 정치적 역할, 재원조달자로서의 역할, 지역사회와 주민을 위한 정책수립, 시민 이해관계의 조정관리자로서의 역할 등이 주 임무라고 본다. 협치를 위한 시민들의 역할도 중요한데, 그들 중 하나가 산관학연 리더들의 역할이라고 본다.지역의 부족한 점은 분명 주체간의 네트워킹이며, 협치를 위한 시민그룹들의 참여라고 보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활동이 두드러진 포항의 산관학연 리더들의 모임이 돋보인다. 이들은 이미 지역의 문제들을 잘 인식하고 있는 듯한데, 이들의 노력에 의해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이 좀 더 가속화 될 수 있을 것이며, 지자체의 자생적 발전전략들도 좀 더 적절하고 수립될 수 있을 것이며, 국가사업들도 좀 더 설득력 있게 획득될 수 있을 것이다.

2015-04-01

새 봄을 맞으며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한동안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더니 이제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다니는데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날씨가 풀렸다. 계절의 바뀜은 당연히 반복되는 자연의 이치라지만 추운 겨울 끝에 느껴지는 따뜻한 봄의 전령에 설레임 내지 들뜬 마음 없는 이는 드물 것이다. 필자가 일하는 캠퍼스에도 서서히 봄이 짙어지고 있다. 추위 속에 매실이 꽃을 피우더니 이제는 벚꽃도 봉오리를 맺고 있다. 일년 열두달 거의 시계추 같은 리듬의 내 생활에도 이른 봄 즈음에는 약간의 센티멘탈리즘이 파고듬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 같다.포항 도심 약간 외곽 신도시에 자리 잡은 내 아파트 발코니에도 진작부터 봄이 오고 있었다.필자는 아파트 발코니에 수십개의 화분을 가지고 있는데 대개 직접 싹 틔운 소품들이다. 하지만 물주며 성장을 관찰하며 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그들 중 올해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이`겨자씨 나무`이다. 작년 이맘때쯤 눈에도 보이지 않던 작은 씨들을 뿌렸는데, 수없이 싹이 났고 지금 20여개가 잘 자라고 있다. 그중 가장 큰 것이 1.2m 키로 자라났고 넓적한 잎들 사이에 몇 개 꽃망울들을 달고 있다.이 나무는 중동이나 북아메리카에 자생하는데 `씨는 매우 작으나 나무는 자라서 창대해진다`며 성경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나무이다. 이 씨들을 어렵게 구해다가 일년 내 키워 냈는데, 이제 초롱같은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며칠 전에는 정말 오랫 만에 마을입구에 있는 꽃집에 들렀었다. 원래는 TV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항암성분을 지녔다는 `와송`을 구하러 갔는데, 구하지 못하고 대신 눈에 뜨인 알뿌리식물을 구해왔는데 바로 `히야신스`이다.어린이 주먹만한 알뿌리 위로 잎사귀들이 돋아나고 보라색 꽃들이 다발로 길게 자라나는데 그 향기가 발코니에 가득 찼다. 히아신스는 꽃말이 `추억`이라고 하며, `아폴로`가 좋아 했다는 `히아신스`라는 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데, 이른 봄의 꽃으로서 수선화와 함께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겨울 지나 이른 봄 피어나는 수선화의 모습과 향기를 음미해 보며, 나는 가끔`일곱송이 수선화`라는 노래를 원어로, 번안으로 들어도 보고 따라 불러도 본다. 가수가 다르니 내용도 기분도 전혀 다른 것 같으나 둘 다 좋아한다. 이제는 히아신스의 꽃노래도 찾아보아야 겠다.포항은 한반도에서 가장 기후가 온화하고 청정일수가 높은 곳일 것이다. 과거에는 이곳에 지중해성 식물이라고 할 수 있는 포도밭이 많았었다. 이육사의 청포도 시도 이곳 포도밭을 배경으로 지어졌다는 것이 아닌가. 지금도 넓게 펼쳐진 인근 구만리의 보리밭은 그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인들이 여럿 있을 정도이다.또한 내가 좋아 하는 것은 봄과 여름을 거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이팝나무 꽃이다. 이는 포항지역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남부지역에 많이 자생하는데, 거대한 나무에 수북이 눈 내린 듯한 흰 꽃들이 신비감을 주고 있다.포항은 한반도에서 가장 해가 먼저 뜨는 곳이기도 하다. 해맞이 장소로서 호미곶이 잘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이 호미곶과 구룡포 지역은 아름다운 동해안의 일출이 주변 수림대와 잘 어울려 아름다움을 내보이고 있다. 포항에는 그 이외에도 아름다운 자연이 잘 보전되어 있는 곳이 많다. 내연산도 그러하고 경북수목원도 가볼 만한 곳이다. 특히 기청산식물원은 자연체험학교로 유명하다.이제 봄이다. 이제 포항만이 아닌 우리나라 산과 들 곳곳에 진달래꽃, 철쭉꽃이 피어날 것이다. 나는 아파트 발코니에서 그리고 캠퍼스 교정에서 새로운 봄을 맞고 있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로 시작되는 `봄의 노래`를 굵은 목소리로 나직이 불러보면서 새로운 봄을 맞이하고 있다.

2015-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