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여행을 할때, 현지 가이드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대개 현지 교포들로서 그 지역만이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 문화 등에 걸친 해박한 지식을 가진 분들이 많다. 필자의 경우 리무진 탑승 중 깨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가이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화제를 끄집어내기를 좋아한다.
일본의 경우에는 임진왜란 당시의 정세, 홋가이도의 아이누족 등에 대해서 질문하기도 하고, 유럽이라면 나폴레옹이나 근현대건축에 대해서 토론하기도 한다. 가이드들이 단순한 안내자의 수준을 넘어선 지식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아 내심 놀라기도 한다.
요즈음 프랑스를 여행하는 한국인이나 중국인들 대다수가 파리를 찾고 에펠탑을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외국여행의 역사가 우리네보다 긴 일본인들은 지금까지 찾던 파리 보다 지방의 도시들을 찾는다고 한다. 프랑스는 국토가 한국의 5배가 넘고 지역들마다 역사와 문화가 약간씩 다른데, 특히 음식문화가 달라서 각 지역의 특징적인 음식과 문화를 맛보는 것이 지방여행의 즐거움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각 지역들의 역사와 문화가 잘 보전되어 있는가? 물론 어느 정도의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도시와 농촌, 혹은 내륙과 바닷가 등 지리적 위치가 주는 몇 가지 풍경적 차이 이외에는 특별한 차별화가 보여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도시가 서울의 축소판으로 보여져 유감이다.
국토가 좁고 동질성을 지닌 민족이라서 지역들이 차별화되어 있지 못하다고 이야기 하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우리네의 몰개성적이고 지나친 서구 모방이 이러한 획일적인 도시의 모습을 이루어낸 것은 아닌지, 극심한 가난, 빠듯한 이익구조, 빨리빨리 문화 등 다른 이유들도 많을 것이다.
이는 포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포항의 거리가 혹은 주요 건물들이 다른 도시들과 차별화되고 지역적인 특징들을 나타내고 있는가? 포항의 지역성과 장소성에 관한 이러저러함을 토론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으나, 이 토론들이 결론에 이르기 힘들고 실행에 옮겨지기도 힘든 것도 이미 포항이 알게 모르게 서울화 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역성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무엇이 대표적인 모습이어야 할지, 어떻게 표출되어야 할지 제대로 토론되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건물과 시가지로 실현해 내기는 더욱 어렵다.
현재 우리 각 도시들의 지역성 찾기 노력들은 결국 한국적인 것을 찾는 것과 진배없다. 따라서 각 지역들의 지역성과 장소성 구축염원은 단기간 내에 이루기 어려운, 어쩌면 이룰 수 없는 숙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잠시 숨을 돌려 영일대해수욕장을 방문해 보자. 해변의 고층건물들이 아름답고 조개구이집들이 정겹다. 바다에 떠 있는 누각은 누가 봐도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바다 건너 포스코의 야경은 어떠한가? 죽도시장은 동해안 최대 어시장으로서 많은 이들에게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 앞을 지나는 포항운하와 크루즈는 어떠한가? 흥해장터와 구룡포거리는 어떠한가? 분명 포항의 이미지, 지역성, 장소성 등을 이끌어내는 자산들임에 분명하다.
이러한 자산들을 중심으로 지역성 찾기 노력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이러한 가운데 지역의 건축물이며 시가지의 모습이, 지역 고유의 문화, 분위기, 그리고 가지가지 사연들이 조금씩이라도 정립되고 축척되었으면 좋겠다.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더라도 수십년 꾸준한 노력이 요구됨은 당연하다.
그리하여 10년이고 20년 후에는 포항이 모던하면서도 다른 도시와는 차별화된 모습과 매력을 지닌 지역도시로 탈바꿈되면 좋겠다. 그때쯤이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서울만이 아닌 특색을 지닌 지역도시들을 찾게 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