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방문할 때 비행기에서부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한국에 즐비한 대단지 고층아파트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서울과 도쿄 비교해도 부산과 오사카, 포항과 고베 등을 비교해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에는 지진이 많기에 고층건물이 적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신공법이 발달되어 있기에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할 것이고, 분명 두 나라 사이에 존재하는 문화적·역사적 차이점으로 설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인들의 큰것, 새것, 그리고 내것을 선호하는 성향이 일본인들보다 더 강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 한국인들의 어려웠던 근대역사가 좀더 과감히 옛것이나 전통을 버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한국인들이 좀 무리를 해서라도 새 아파트 장만에 열을 올림은 주거향상 보다 부 확보가 더 큰 이유였기 때문이고, 한국정부도 부동산 활성화를 위해 국민들의 이 같은 성향을 십분 이용한 것도 사실일 것이다.
요즈음은 임대아파트라는 이름의 저소득층 주거가 일부나마 공급되지만 우리 역사상 저소득층 주택이나 공공주택의 건설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나라 사이에 눈에 띄게 다른 또 하나는 한국의 도시 곳곳에 자리 잡은 교회들일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경우와는 달리 한국에는 수 많은 소형 및 중대형교회들이 도시의 미관을 특징적으로 장식해주고 있다. 물론 일본에는 기독교인이 적어서 상대적으로 교회의 수가 적고 규모도 작다고 할 수 있을 것이나, 일본 기독교의 역사나 업적이 한국만 못한 것은 아니라고 들었다.
건물의 규모로 사람들의 믿음을 판단할 수 없고, 그 문화의 높고 낮음을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거대한 궁전과 교회, 그리고 기념비적인 구조물들이 그 나라와 도시를 빛내주고 있음도 사실이다.
규모가 크고 아름답기로 프랑스의 베르사이유궁전, 독일의 레지덴츠, 로마 바티칸의 성 베드로성당, 독일의 쾰른대성당, 스페인의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등이 유명하다. 또한 터키에는 기독교회로 지어졌다가 나중 이슬람사원으로 바뀐 성소피아성당이 있고, 캄보디아에는 거대한 힌두사원인 앙크로와트가 있고, 한 여인을 위해 지어졌다는 인도의 타지마할궁전도 있다.
이러한 것들의 건축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의 피와 땀이 서려 있을 것인가? 하지만 세월이 흐른 후 이들 건물들은 후손들에게 경이로움과 자랑스러움을 주니 이들 또한 양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방문객 및 순례객들은 그 건물의 모습에만 감탄·감동하는 것이 아니고, 그 건물이 지어질 때의 그 건축가와 인부들의 기술과 땀, 그리고 정치·종교지도자와 시민들의 정성,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그때의 상황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요즈음 포항에서는 구 시청사 자리에 신축되는 도서관건물의 기능과 디자인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기능이 너무 복합적이고 건물형태도 이상하다는 것이다.
도심에 대형 공공건물을 세운다면, 이왕이면 `시민들이 잘 이용할 수 있고, 단순한 기능보다는 쇠퇴된 도심의 재생을 이끌만한 복합기능을 갖춤이 중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하지만 건물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쉽게 정답을 제시하기 힘들다. 다만 그 건물이 이 지역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 지역을 브랜드 할 만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지 따져 볼 이유는 있다고 본다.
도시계획가인 필자는 멋진 디자인의 건물들이 도심에 지어져서 도시를 브랜드하고, 시민들이 기쁘게 이용하고, 좀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게 되기를 바란다. 물론 경제적인 가능성 내지 지속가능성의 범위 내에서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