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빈내항과 형산강을 연결하는 포항운하가 개통된지 1년이 넘었다. 매스컴에서도 떠들썩했지만 포항운하의 개통은 포항인들에게는 커다란 사건 일 수밖에 없었다. 형산강의 물길이 바뀜으로 인해 강 하구가 깊숙한 만으로 변해 적지 않은 재정투여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년간 동빈내항은 오염된 바다였다.
필자로서도 동빈운하 복원 및 포항운하의 개통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고 홍보에도 열심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운행을 시작한 크루즈에 대해서는 큰 흥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과거 일본, 미국 등지에서 단거리 크루즈를 타보고 큰 감흥을 얻지 못했기 때문임이 이유일 것 같다. 또한 크루즈를 타려면 영일만 정도는 돌아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몇 년전 `환경의 날`기념식때 1천900t급 경비정을 타고 한 시간 동안 영일만항을 돌아본 적이 있는데 그때 감탄하던 영일만항의 아름다움이 역설적으로 규모가 작은 포항운하 크루즈에 대한 기대를 삭감시켜 버렸었는지도 모르겠다.
포항운하 크루즈가 개통된 지 몇 달이 지난 어느날 형산강가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했다가 크루즈 관련 일에 종사하는 지인의 권고로 크루즈에 탑승하게 되었다.
14인승 크루즈가 형산강가의 정박장을 출발해 형산강 제방을 관통하는 터널을 통해 운하로 들어섰다. 밖에서 볼 때 좁다고 생각했던 운하가 우리 탑승객들에게 꽤 넓으면서도 인간적인 스케일로 새로움을 안겨 주고 있었다. 주변은 아직 정비가 덜된 편이라고 하지만 저층의 건물들이 새롭게 꾸며진 공원시설물들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빨간다리 밑을 지나 동빈내항으로 들어섰다. 이제부터는 바다다. 큰 배, 작은 배들이 주변에 정착해 있고 죽도시장이며 포항 도심의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커다란 구축함도 정박돼 있다.
배는 경쾌하게 물결을 헤치고 갈매기들이 앞뒤를 따르고 있다. 동빈내항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느껴보는 순간이다. 항만청, 울릉도행 선착장을 지나며 배는 바다로 빠져나갔다. 파도가 좀더 거세지며 배도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한쪽으로는 확 트인 영일만이다. 전면으로는 거대한 포스코 시설물들이 조각품 같이 바라다 보인다. 오른쪽으로 배를 틀자 이제 드넓은 형산강이다. 저 멀리 포스코대교가 보인다.
“우와, 형산강 넓은 줄은 이제 알았다”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수없이 그 다리를 건너 다녔건만 위에서 보는 것과 아래서 보는 것이 크게 다를 수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포항크루즈에 14만명이 탑승했다고 한다. 대다수가 외지인들이다. 물론 앞으로는 외지인들만이 아니라 포항인들도 많이 탑승 하리라 생각된다. 주중에도 탑승객이 많지만 주말에는 매우 붐벼서 꽤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데 주변에 놀이공원 등이 함께 설치돼도 좋을 것 같다.
앞으로는 영일만을 거쳐 호미곶을 돌아오는 대형 크루즈를 운항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대단한 관광거리가 될 것 같다. 이왕이면 형산강을 따라 `부조장`을 거쳐 경주시내까지 왕복하는 크루즈 내지 돛단배도 운행되면 좋겠다.
형산강은 뱃길로서, 어장으로서, 그리고 농업용수원으로서 오래 존재해 왔고, 또한 주된 식수원이다. 이같은 강을 품고 있는 도시들은 예나 제나 아름다움에 있어서나 정취 면에서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 확 트인 전망, 강바람, 그리고 주변의 생태계에서 우리는 그 이유를 충분히 찾을 수 있다.
포항운하 크루즈의 탑승은 필자에게나 동승한 이들에게 포항의 아름다움에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었다고 본다. 아무쪼록 이 크루즈가 포항의 새로운 브랜드로 작동하고 형산강의 기능을 되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