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포항시의 용수확보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시내 다른 장소에서 도시발전 관련 심포지엄이 1, 2, 3부로 열리고 있었기에 이 토론회가 좀 활기를 잃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없지 않았지만 이날 나눈 의견들은 그 이슈의 중요성과 함께 청중들의 뜨거운 열기를 이끌어 내었다.
이날은 포항시의 장래 늘어날 용수수요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이냐에 관점을 맞춰 준비된 토론회여서 포항시에 용역중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발표자들은 포항의 용수수급상황, 2020년·2030년의 용수수급을 위한 원수 확보방안 등에 대해서 큰 그림의 발표를 했다. 토론자와 청중들은 이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을 내어 놓았다.
한 토론자는 우리 한국이 물부족국가라는 것, 포항이 물부족 도시라는 것, 이 모두가 잘못된 견해라고 주장했고, 포항시의 용수수급 전망도 잘못되었음을 지적하였다. 현재도 문제가 되는 것은 높은 누수율 때문이지 이를 시정해 나간다면 물 부족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용수 확보를 위해 댐을 만드는 것은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삶과 환경에 너무나 큰 악영향을 미치므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한 발표자는 포항시의 용수부족을 염려하면서 포항시가 수요 원수의 70%정도를 다른 지역 댐에서 구매해 오는데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기 힘든 만큼 댐 건설이 필요하다 주장했다. 또한 누수를 줄이고 오폐수를 재활용하는 등의 노력은 지속해 나가겠지만 노후관로 교체가 시간이 걸리는 사업이고 정수장도 노후화되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용수확보, 정수장 및 노후관로 교체를 댐 건설과 함께 추진해나가는 게 맞다고 주장하였다.
이날 회의가 열기를 띠게 된 것은 청중들 중에 남구지역에 지어질 통합정수장의 민관합작방식에 대해서 항의를 겸해서 참석한 인원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 합작이 공공재인 수도요금을 크게 올리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주장하였다. 대답에 나선 담당직원은 민관합작과 민간화는 다르며 이 사안이 아직 토의가 시작되었을 뿐이라고 답변하였다.
필자는 20년 전에 포항으로 이사를 왔는데 도심에 살면서 수돗물 이용에 불편을 겪은 적은 없다. 그러나 일부 농촌지역들의 가뭄으로 인한 시간제 급수, 주변의 저수지 고갈 등에 대해서는 익히 듣고 있었다. 또한 포항시의 취수원인 형산강이 전체 수요의 일부만을 공급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다른 지역의 몇 개 댐에서 이송되어 오는 것임을 알고, 장차 산업단지 건설을 위한 대규모의 용수확보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음을 짐작하고 있었다.
이날 토론회의 이슈들을 정리한다면 1) 포항이 물 부족 도시냐? 유수율을 높이면 문제가 없지 않느냐? 2) 달산댐 건설이 필요하냐? 3) 수돗물이 공공재냐, 경제재냐? 혹은 그 중간이냐? 등이다.
1, 2번의 옳고 그름을 알기 위해서는 좀더 정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고, 시민들도 좀더 정확한 자료를 가지고 토론에 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다른 지역에서 용수를 수송해 옴이 장기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일부 발표자들이 주장하는 바처럼 원수공급 문제도 없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에 대한 장기적인 예측이 쉽지 않음도 사실이다. 3번의 경우에도 어느 하나가 정답이라고 단정하기 힘든 시대에 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포항의 장래 용수수요는 인구 및 산업성장이 큰 변수이다. 국가적인 인구정체와 함께 포항의 인구정체론도 그 타당성을 주장할 수 있지만, 포항의 기능적이고 지정학적인 역할을 바탕으로 한 성장론도 터무니없는 비전이라고 일축하기 힘들므로 이들 주제들에 대한 좀 더 종합적인 연구와 담론형성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