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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등록일 2013-08-02 00:45 게재일 2013-08-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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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국방과 신뢰 3가지 중에서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것은 `신뢰`라고 공자는 갈파했다. 유대인이 오늘날 세계경제의 중심이 된 그 힘은 신뢰에서 나왔다. 미국 뉴욕의 보석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유대인들은 계약서나 보증서가 없이 보석을 거래한다고 한다. 사람(人)의 말(言)이 바로 신(信)인데 `사람의 말`을 법으로 안다는 것이다. 중국의 공자와 유럽의 유대인의 뜻이 잘 맞아들어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가기관의 말도 믿기 어렵다. 철도시설공단 영남본부는 2011년 6월 “KTX 포항 신역사 주변에 복합 환승시설, 터미널, 근린생활시설, 판매시설, 컨벤션센터, 오피스텔, 백화점, 멀티플랙스 영화관 등을 입주시키겠다”고 했다. 당시 이병석 의원(현 국회부의장)도 기자회견에서 “동대구역보다 큰 규모로 건설된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철도시설공단측은 당시와 달리 주변 시설물들이 모두 빠진 포항신역사 조감도를 제시했다.

철도시설공단 영남본부 이태균 본부장은 “당시 조감도는 신역사 역세권 개발에 민간사업자를 유치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설계된 것같다”고 했다. 그러나 포항시민들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MB정권이 물러가기 바쁘게 KTX 역세권도 찬밥신세가 되는 모양이라며 염량(炎凉)세태를 탄식한다. “지난 15년 간 소외지역으로 천대받았는데, 다시 그 때로 돌아가는가” “KTX 노선 자체가 MB의 얼굴 보고 시도한 일이니 체면치레만 할 모양이다” “교통오지 포항이란 오명을 영영 벗어나지 못하는가”허탈한 탄식이 나온다.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의 신뢰에 큰 금이 갔다는 점이다. 진나라 효공 시대에 상앙이라는 재상이 있었다. 당시 국민의 국가에 대한 불신감은 극심했다. 상앙은 우선 불신부터 씻기 위해 “남문에 있는 통나무를 북문에 옮기는 자에게 십금을 준다”했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다시 “오십금을 주겠다”하니 옮기는 자가 있었고, 상앙은 그에게 약속한 돈을 주었다. 이렇게 해서 신뢰를 쌓은 후 상앙은 자신이 만든 법률을 공포했고, 그 법률을 그는 철저히 실천했다. 태자가 한번은 법을 어겼는데 `잘못 가르친 죄`를 물어 스승을 처형하고, 태사(太師)는 경형(이마에 먹실로 글자를 새기는 형벌)으로 처벌했다.

포항과 대조적으로 차질 없이 추진되는 곳이 경주 KTX 역세권 신도시다. 총면적 1천372㎡에 사업비 4천259억원(공공 51%, 민자 49%)을 투입해 2019년까지 교통·문화·연구가 공존하는 복합신도시로 조성한다. 현재 경북도는 150억원을 투입해 5m짜리 진입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에 착수, 내년 하반기에 개통할 계획이다. 경주와 포항은 지척인데 차별이 심하다. 포항KTX 역세권 개발이 당초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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