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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장애인·치매 환자의 비극 이대로 둬선 안된다

뇌병변 1급 장애가 있는 남동생(11)을 돌보던 13살 어린이가 불길 속에서 동생을 구하려다 중태에 빠지는 일이 벌어졌다. 맞벌이 부모 대신 동생을 돌봐온 박모양은 집에 불이 나자 동생을 껴안고 피신했다가 함께 연기를 마시고 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며칠 전엔 같은 뇌병변 1급 장애인 김영주(33)씨가 집에 홀로 머물던 중 불이 나 숨지고 말았다. 장애인운동가인 김씨는 터치펜으로 휴대전화 화면을 눌러 119에 구조를 요청했지만 끝내 피신하지 못한채 화마에 스러졌다. 치매 아내를 지극 정성으로 돌봐온 78세 노인이 간병의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아내를 살해하는 일도 있었다.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한 일들이다.선진국 문턱에 진입했다는 한국 사회에 잇따르는 이런 비극들을 보면 이 사회가 아직도 얼마나 후진적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뇌병변 1급 장애인 동생을 왜 13살짜리 누나가 돌봐야만 한단 말인가. 중증 장애아를 어린이 홀로 돌보도록 방치하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뇌병변 1급 장애인 김영주씨도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뒤 혼자 집에 있다 변을 당했다. 저녁에는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척박한 현실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이다. 치매 아내를 살해한 이모(78)씨 역시 2년간 병시중을 도맡아 하다 살인 참극에 이르고 말았다.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장애인은 251만여명에 달한다. 이들 중 활동보조인이 필요한 중증 장애인을 약 40만명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실제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은 5만여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가족이 있는 장애인의 서비스 시간은 월 최대 103시간으로 떨어진다.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중증장애인에 대한 보조 서비스를 늘리지 않는 한 비슷한 비극을 막기 어렵다. 치매환자 역시 이미 53만여명에 달하고, 2025년에는 1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그런데 치매환자의 72%를 가족이 돌보고 있다.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의 덫에 걸리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지금처럼 가족에게만 맡겨둔다면 간병 살인의 비극 역시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 정부와 사회가 나서지 않으면 비슷한 비극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복지의 확대를 공약하고 있는 대선후보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학교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도 필요하겠지만 눈앞의 장애와 병마에 시달리는 수백만 사회적 약자들의 절박한 현실을 돌보는 정책이 훨씬 더 시급하다.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복지공약을 남발할게 아니라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도 더불어 살 수 있는 복지공약을 제시해주길 바란다. 그래서 장애인이나 치매환자들도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주길 바란다.

2012-11-01

고도제한과 사유재산권 침해

포항시 대송면은 포항철강관리공단과 인접한 마을이다. 이 마을은 공단을 끼고 있다는 죄로 온갖 천대를 받아왔다. 공단에서 배출되는 대기와 수질 오염의 1차적 피해지역으로 땅값이 떨어져 부동산 매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도시개발도 거의 이뤄지지 않아 발전이 지지부진하다. 더욱이 이 지역은 해군 포항기지의 비행안전 제2구역에 포함돼 각종 건축 제한까지 받고 있다. 30평(99.2㎡) 이상의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관할부대인 해군6전단과 협의절차를 통한 허가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건축물은 관할지자체 허가만만 받으면 가능하지만 이곳은 군부대의 고도제한 초과여부와 비행 안전영향, 군 비행작전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심의를 통과해야 건축이 가능하다. 이곳의 한 주민은 “작은 건물 하나를 짓는데도 군부대의 간섭이 심하니 동네가 발전할 수 없지요. 군부대가 떠나지 않는 이상 이곳은 영원히 황무지로 남을 것”이라고 푸념했다.포항 대송면 주택가와 포항철강관리공단은 군사작전을 위해 건축물 및 공작물의 높이를 제한하는 고도제한구역에 묶여 각종 경제활동이 규제를 받고 있다. 다시 말하면 고도제한구역에 포함된 주민과 기업체들이 헌법으로 보장된 사유재사권을 침해 당하고 있는 것이다.사유재산권은 개인 또는 법인이 소유한 재산을 자유의사에 따라 관리ㆍ사용ㆍ처분할 수 있는 권리다. 물론 사유재산권이 절대불가침의 권리는 아니다. 현대 복지국가에서는 재산권의 사회성·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헌법도 사유 재산권의 보장을 원칙으로 하지만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한다는 의무를 지워 놓고 있다. 사유재산은 공공의 필요에 따라 법률로 사용 제한이나 수용을 할 수 있다. 다만 이때에는 법률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포스코 포항제철소나 철강공단내 동일기업 등은 공장건설을 하면서 고도제한 때문에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포스코의 경우 사실상 법인의 사유재산권 행위에 대한 침해라 할 수 있는 제약을 받았지만 보상은 커녕 오히려 공황활주로 확장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추가로 물어야만 할 형편이다. 대송면 주민들 역시 수십년째 사유재산권 침해를 받고 있지만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는 것이 원칙이 아닌가.신라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고도 경주시 역시 고도보존법의 적용을 받아 사유재산권 이용에 제한을 받아왔다. 다행스런 것은 올해 고도 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과 시행령이 발효되면서 사유재산권 제한에 대한 일정한 보상 근거가 마련됐다고 한다.포항지역에서도 주민들의 사유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고도제한을 해제·완화하거나 특별법을 통한 보상대책 등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2-11-01

대선 D-50, 오리무중인 선거구도

18대 대통령 선거가 30일로 꼭 50일을 남겨놓고 있다. 대선일은 성큼 다가왔는데, 선거를 둘러싼 환경은 몇 달전과 비교해 별반 달라진 게 없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선거구도의 실종이다. 현재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외견상 3파전을 벌이는 양상이지만, 야권의 후보가 어느 쪽으로 정리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깜깜이`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캠프 측의 밀고당기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는 대선판의 주요 이슈를 죄다 집어삼키는 블랙홀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의 자질과 정치철학, 집권 청사진을 검증하는 일은 안타깝게도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각종 단체들이 추진 중인 후보자 초청 토론회도 단일화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박근혜 후보는 야권의 `잠정 후보`가 아닌 `최종 후보`와의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칫 단일화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대선후보 토론을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진영이 단일화 문제에 대해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쌓이면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사실에도 유념해야 한다.이번 대선은 유감스럽게도 과거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 왔다. “총선은 정권 심판의 성격을 띤 회고적 투표, 대선은 미래가치를 선택하는 전망적 투표”라는 통념과는 달리 18대 대선은 `과거사`에 발목 잡히는 일이 많았다. 박근혜 후보에게는 5·6쿠데타, 유신, 정수장학회 등과 관련한 역사인식 문제가 붙어다니고 있다. 문재인 후보에겐 `친노 폐족`, 북방한계선(NLL) 양보 논란 등 과거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작 나라 안팎의 산적한 현안과 차기정부의 과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여야 후보들은 남은 기간만이라도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정책으로 승부 하길 바란다. 정책적 차이가 유권자들의 선택기준이 될 수 있도록 보수와 진보진영은 자기 색깔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경제민주화 공약처럼 중도로만 수렴할 경우, 유권자들의 가치판단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당장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실현가능성이 없는 대중영합적 공약을 남발해선 안된다. 지엽말단적인 네거티브 공세나 해명의 기회조차 없는 막판 `묻지마 폭로전`을 보고 싶은 국민은 없다. 대선을 이기기 위한 게임으로만 인식해선 안된다. 선거의 승자가 집권한 뒤 곧바로 패자로 전락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대선후보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2012-10-31

잦은 원전고장에 주민불안 커진다

원자력발전소 2기가 또 고장으로 잇따라 멈춰다. 한수원에 따르면 월성원전 1호기가 29일 밤 원전이 정상 운영중에 터빈 정지신호에 따라 발전정지돼 전력생산이 끊겼으며, 하루 전인 28일 새벽에는 경북 울진원전 2호기가 터빈에 증기를 공급하고 제어하는 설비에 이상이 생겨 증기조절 밸브가 자동으로 닫히면서 가동을 멈췄다.이달 초에는 영광 5호기와 신고리 1호기가 같은 날 고장을 일으킨 데 이어 이번에는 이틀 사이에 설비용량 67만9천kw급과 95만kw급 원전 2기가 연속으로 가동중단돼 원전관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원전은 1978년 첫 가동 후 고장이 439건이나 된다. 지난 10년간 고장으로 573일간 가동이 중단됐고, 경제적 손실도 4천463억원에 이른다.상황이 이런데도 한국수력원자력은 고장 때마다 원자로에는 이상이 없으며, 부품 교체후 재가동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같은 한수원의 대응자세는 매우 실망스럽다.이번 일을 계기로 한수원은 원전 관리체계를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특히 월성 1호기의 갑작스런 고장은 수명연장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983년 4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간 월성1호기는 다음 달 20일 설계수명 30년이 끝나 이를 10년 연장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원전은 2009년 4월부터 27개월동안 발전을 정지하고, 7천억원을 들여 대대적인 설비개선 작업을 벌인뒤 지난해 7월에 재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 1월과 7월, 9월에 이어 이번에 올해 4번째 고장이 났다. 지금까지 고장건수도 50건이 훨씬 넘는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장기간에 걸쳐 대대적인 정비를 하고도 고장이 잦은 것은 각종 부품이 더 이상 제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낡았기 때문이라며 발전소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한수원이 간과해선 안된다.원전의 잇단 고장은 겨울철 전력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있다. 최근 한국전력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작년 전국을 강타한 9·15 정전사태가 올해 겨울에 재현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번 겨울 최대 전력수요는 8천18만KW로 예상되지만 공급능력은 8천213만KW에 그쳐 예비전력이 100만~200만KW까지 급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100만KW 규모의 원전 1기가 갑자기 고장나 발전을 정지하면 곧바로 블랙아웃 상태로 들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겨울철 전기난방 급증에 따른 전력난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한전은 급한대로 수요관리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전력수급 기본계획이나 에너지 기본계획도 잘 손질해 전기료 현실화와 발전소 증설 등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길 바란다.

2012-10-31

식약청 오락가락 행정 반성해야

발암물질 벤조피렌이 검출된 라면 및 조미료 제품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자진회수 결정을 둘러싸고 비판여론이 따갑다. 문제 제품에 대한 식약청의 조치가 나오자 대만과 중국 당국이 제품 회수 결정을 내리는 등 국제적으로도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제품 생산업체의 경제적 손실도 손실이거니와 한국산 가공 식품 안전성에 대한 신뢰 추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파문의 발단은 식약청의 최초 조치에서 비롯됐다. 식약청이 지난 6월 벤조피렌 기준을 초과한 가쓰오부시(가다랑어포)가 들어간 라면 제품의 수프를 조사한 결과, 9개 업체 30개 수프에서 1.2~4.7ppb의 벤조피렌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청은 당시 검출농도가 인체에 해가 없다며 회수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검출 사실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불거지자 하루 만에 자진회수 결정을 내렸다. 식약청장은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자진 회수형식의 조치를 취했다지만 인체에 무해하다면 처음부터 그런 사실을 밝히면서 과학적 근거를 소상히 제시하고 설명하는 것이 나았다.식약청의 회수 방침이 처음 전해진지 하루 만에 대만 보건당국은 문제의 한국 라면 2개 제품에 대해 회수 결정을 내렸다. 중국 검역 당국도 다음날 자국 수입상에 대해 문제가 된 한국산 6개 제품에 대해 즉각 회수를 명령했다. 홍콩에선 입법회(의회) 의원이 해당 제품 리콜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본 후생노동성도 8개 지방자치 단체에 문제가 된 한국산 라면 제품을 자체 회수하도록 수입 업체에 지시해줄 것을 요청했다. 대만 등 일부 수입국의 매장에선 자체 회수에 들어갔거나 이를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적 파장이 우려되는 것은 세계 80여개국에 수출되는 라면 제품 제품뿐 아니라 한국산 가공 식품 안전성 전반에 대한 신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전적으로 식약청의 오락가락 행정탓이다. 지난해에도 중국산 합성수지제 젓가락에서 발암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는데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가 문제가 됐다. 2010년에는 비만 치료제 시부트라민에 대해 부작용 우려가 없다며 시판 유지 결정을 내렸다가 미국 보건 당국 등의 시판 중지 결정이 나오자 세 달 만에 국내 시판 금지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식약청의 안이한 대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식약청은 이번 일을 계기로 업무 처리 지침 개선, 업체 품질 검사 강화, 위해사범 조사단 쇄신 등의 조치를 강구 중이라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안전성 검사를 철저히 하고, 그 결과는 신속하고 정확히 국민에게 알리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만 식약청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2012-10-30

포항철강공단내 고도제한 완화 검토해야

지난 2011년 1월 국무조정실 행정협의 조정에서 포항 공항 활주로를 378m연장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던 포스코 신제강공장 고도제한 문제가 국방부 국감에서 거론되면서 또 다른 논란을 초래하고 있다. 포항철강공단 내 동일산업이 해군6전단의 비행안전구역 고도제한 때문에 회사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동일산업은 지난 2009년 페로망간 공장을 신축하기 위해 포항시와 해군6전단측에 고도제한 완화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동일산업 신축공장 지점은 해발 74.5m이상 고도제한 지역에 해당되는 데, 설계상 신축 공장굴뚝의 최고 높이가 해발 85.2m로 10.7m 초과된다는 이유였다.그러나 동일산업측은 해군6전단이 재량권 일탈행위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즉, 신축 공장의 높이가 인덕산보다 낮은 데다 활주로 방향에서 볼 때 송전철탑보다도 낮고, 산 뒤쪽에 위치해 비행안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지난 2010년 한국항공우주법연구소에 용역 의뢰한 비행안전영향평가 결과에서도 “신축 예정건물은 비행안전 2구역 고도를 초과하지만 시계비행 절차, 계기접근절차 및 기존 장애물에 의한 차폐, 충돌위험분석에서의 위험요소 등 장애물 회피기준 등을 모두 충족하며, 비행안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평가결과가 나왔다고 공개했다.더구나 먼저 논란이 됐던 포스코 신제강공장(비행안전 제5구역)은 국무조정실 행정협의 조정에서 포항공항의 기존 활주로를 378m 연장, 활주로 표고가 7m(경사도 0.62%)로 높아져 5구역에서 6구역으로 완화하는 것으로 결정됐는데, 이 조정결과를 동일산업에 그대로 적용시키면 신축 공장 건물 높이가 35m에 불과해 고도제한(39.16m)에는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특히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제10조 5항)에서 규정한 고도제한의 경우 비행안전영향평가 용역을 반드시 받도록 돼 있으나 국방부가 이를 무시한 것도 문제다. 동일산업은 이 문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호소해 지난 2011년 9월 시정권고 조치까지 받았으나, 해군6전단측은 현재까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동일산업은 결국 1천억원 안팎이면 가능한 공장신축을 500억~600억원의 추가부담을 떠안은 채 다른 대체부지를 물색하고 있다.해군6전단의 고도제한과 관련한 태도가 지나치게 완강해 지역 기업에 피해를 주고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비행안전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아도 규제일변도란 얘기다. 포스코 신제강공장의 경우도 포스코 상공이 비행금지구역으로 돼 있기에 사실상 고도제한이 큰 의미가 없는데도 문제를 삼았던 해군6전단이다. 이제라도 해군6전단의 포항철강공단내의 고도제한 완화조치가 적극 검토되길 기대한다.

2012-10-30

영일만항 남방파제 공사재개 시급하다

1년여 동안 표류하고 있는 포항 영일만항 남방파제 축조 공사의 재개가 하루가 급하다. 가뜩이나 항만기능이 위축돼 철강수출품을 부산항 등 다른 지역으로 뺏기고 있는 상황에 공사계약 문제로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영일만항 남방파제 축조공사는 1천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다. 국책사업이 기업들간의 분쟁으로 장기간 중단돼서야 되겠는가.이번 사태는 남방파제 축조공사 계약 관계로 조달청을 중심으로 SK건설과 대림산업의 갈등이 장기간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면서 발생한 일이다. 사태를 몰고 온 조달청의 책임도 크다. 조달청 직원 한명이 정확하고 현명한 판단만 했더라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직원의 업무착오 문제는 감사원 감사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대림산업이 조달청과 SK건설의 계약을 반대하는 `계약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게 시발점이다. 법원이 만약 대림산업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이 공사는 추가로 1년여 동안 또다시 지연될 수 있다. 하루가 시급한데 1년이나 공사가 더 연장된다면 영일만항의 기능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지역경제가 마비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대로 그냥 놔둬서는 안된다. 어떤 방식으로든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그 역할을 포항시와 지역 국회의원이 맡아야 한다. 지금으로선 공사를 재개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양사가 합의해 법원에 조정안을 제출하는 것이다. 그 중재역할을 포항시와 지역 국회의원이 맡아 해 달라는 얘기다. 조달청측에서도 이 방법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업체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니 큰일이다.이럴 때 일수록 포항시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특히 포항시는 영일만항에 지분까지 참여한 주주가 아닌가. 어정쩡하게 대처할 일이 아니다. 포항시와 지역 국회의원은 양 업체 대표를 만나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보다 명확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 포항시 김성경 부시장은 조만간 조달청과 지역 국회의원, 국토해양위원회 국회의원 등을 만나 시의 입장을 강력하게 전달한다고 하니 일단 지켜볼 일이다.이번 사태를 풀기 위해서는 지역구 의원인 이병석 현 국회부의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사 계약을 둘러싼 당사자간 법정다툼이 길어지면서 어수선해진 현 상황을 수습하고, 양 업체를 설득하는 선봉장 역할을 이 부의장이 맡아줘야 한다는 여론이다. 포항지역 항만관계자들 역시 이 부의장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주길 바라고 있다. 영일만항은 포항시의 신성장 동력이자 지역의 주요 국책사업이다. 대림산업과 SK건설은 이익 추구도 좋지만 국책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한발 물러서서 적절한 판단을 해 주길 당부한다.

2012-10-29

중 동북공정, 정부 차원 대책세워야

미국 의회가 중국과 한반도 등 동북아시아의 역사적·지정학적 관계를 조명하는 보고서를 만들면서 `고구려와 발해가 당나라의 지방정권`이란 왜곡된 주장을 실었다고 한다.미국 의회조사국(CRS)이 내달 중순 발간할 `동북아 역사에 관한 보고서`는 고구려와 발해가 당나라에 예속된 지방정부라는 중국측 주장이 실리고, 과거 조선과 청나라의 국경설정 관련 기록 등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고서는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가 북한내 급변사태에 중국이 물리적 개입에 나설 근거가 어떤 것이 있는지 판단해 보기위해 CRS에 작성을 지시해 만들어 지고 있다. CRS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에 내용을 설명했으며, 외교통상부는 동북아 역사재단 등의 전문가들을 보내 우리측 입장을 설명했다고 한다.며칠 전에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 엔진인 구글이 자사의 지도 서비스 `구글 맵`에서 독도의 한국 주소를 지우고, 동해도 일본해로 표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게 우연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동북공정은 중국이 지난 2002년 시작한 동북변경지방의 역사 및 현상 연구 프로젝트로 동북 지방사와 민족사 연구, 중국-조선 관계사 연구, 한반도 정세변화 및 그에 따른 중국 동북변경 안정에 대한 영향 연구 등이 연구과제로 돼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고구려가 중국 지방정권으로 중국 역사의 일부라는 왜곡된 주장이다. 지난 2004년 이 문제로 한국내 반중감정이 고조되자 중국 정부는 특사를 파견해 “고구려사 문제로 양국관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고, 2007년에 다시 역사왜곡 문제가 제기되자 동북공정 연구기간이 만료됐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북공정은 공식 종료선언과는 달리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국내 전문가들은 관련 증거를 구체적으로 지목하고 있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현재까지 알려진 내용만으로 보면 이 보고서는 북한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지역의 격변과 그에 따른 중국의 대응에 관한 외교정책적 판단을 돕기위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하더라도 `동북공정`이 왜곡되고, 근거가 불충분한 연구를 근거로 탄생한 것이며, 중국의 대내외적·정책적 고려에서 의도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을 지적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 미 의회 보고서에 왜곡된 역사인식의 잘못이 지적되고, 합당한 교정이 반영돼야 마땅하다. 왜곡된 역사가 우방국인 미국의회 보고서에 별다른 지적없이 그대로 전재되는 것은 매우 개탄스럽고, 우려스런 일이다. 역사논쟁은 민족의 정체성 문제이자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지금부터라도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과 함께 중국일방이 왜곡한 역사가 외국의회 보고서에 그대로 실리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2012-10-29

지방의회 도덕적 해이 도넘었다

지방의회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7~8월 몇몇 지방의회를 상대로 업무추진비 집행내역과 해외연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방의원들이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한 것은 물론이고 `클린카드` 사용이 금지된 유흥주점에서 심야에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사례들이 다수 적발됐다. 한 지방의회 의장은 해외연수때 면세점에서 지인 등에게 줄 선물을 법인카드로 구입하는가 하면, 어떤 의회 부의장은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의 매상을 올려주기 위해 45회나 업무추진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한 사례도 있었다. 지방의원들의 제잇속 챙기기와 무분별한 선심성 예산 지출도 심각했다. 의회 의장단이 사무처 직원 명절선물 구입비로 1천689만원을 집행했는데도 사무국장이 별도로 본인명의의 선물을 구입하는 데 503만원을 사용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의회에서 퇴직하거나 전출되는 사무국 직원의 전별금이나 의원들의 국내외 연수 격려금은 물론, 의원 부인이나 의원 부모의 입원 위로금까지 지급했다. 어떤 의회는 이러한 명목의 격려금으로 2년6개월간 무려 1억5천만원이나 썼다.지방의원들의 도덕적 일탈은 국민권익위가 조사한 지방의회에만 국한된 게 아닐 것이다. 권익위의 이번 조사는 광역시·도의회 3곳과 기초의회 6곳 등 9곳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전국의 지방의회 가운데 극히 일부를 조사한 결과가 이 정도이니 다른 지방의회에도 이런 식의 도덕적 해이가 널리 퍼져있는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지방의회는 그동안 각종 내·외부 감사를 받지 않은 사각지대였다. 해외출장이나 연수를 빙자한 지방의원들의 외유 논란이 여론의 따가운 질책에도 아랑곳없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지방의회가 국민의 세금을 부당하게 사용한 업무추진비에 대해서는 마땅히 환수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방의원들의 도덕적 해이에 경종을 울릴 수 있다. 차제에 지방의원 업무추진비 사용기준을 마련돼야 한다. 공무원 사회의 경우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2003년부터 직무 관련자와 밥을 먹거나 편의를 제공받을 때 3만원을 넘으면 안된다는 내용의 `행동강령`이 시행되고 있다. 반대로 공무원이 접대를 할 때 업무추진비 사용기준을 정한 `클린카드` 제도도 2005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업무추진비 사용기준 마련과 함께 사용내역 공개도 의무화돼야 한다.

2012-10-26

동남권 신공항 건립, 대선용으로 안된다.

대선을 앞두고 동남권 신공항 건설 문제가 또 다시 떠오르고 있다. 신공항은 영남 및 호남권 주민들의 편의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건립 필요성이 있지만, 수십조 원대의 혈세가 투입되는 국책사업이기에 신중해야 할 것은 당연하다. 신공항 문제는 지난해 3월 이명박 대통령이 포기선언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특히 부산 및 대구·경북 지역 정치권과 주민들이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측에 대선공약으로 요구하는 등 대선 득표용으로 도마에 오른 상태다.더욱이 새누리당 열세지역으로 분류되는 부산권 주민들은 신공항 유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데, 이들은 대선 후보를 향해 신공항 부산권 건립만이 `부산표`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며 압박하고 있다.또한 부산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은 중앙당에 “이대로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 대구·경북에서 대통령을 해라. 하지만 부산에 신공항을 달라”고 제시하는 등 대선을 철저하게 지역이해 관계로 결부시키고 있다.그리고 부산지역 금융권과 건설업계 등 지역 경제권까지 가세해 지역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경남 밀양으로 유치를 희망하는 대구·경북 신공항 범시도민 추진위원회도 “신공항은 단순히 어느 지역의 전유물이 돼선 안되며, 국토 균형 발전과 대구·경북 비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경남 밀양으로 건설돼야 한다”며 정치권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이와 관련,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지난 22일 지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동남권 신공항은 꼭 필요하다,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대구와 경북, 부산, 경남, 울산 등 5개 지자체 주민들이 해외 여행을 할 때마다 인천공항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동남권이 광역경제권을 형성해 수도권과 경쟁을 해야 한다”며 건립 필요성을 언급했다.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해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다.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나 수십 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인 만큼 타당성이나 경제효과 등을 분석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결정할 경우 그 피해는 국민들이 입게된다.경험상으로 공항이 정치적으로 건립됐다가 예산만 날린 사례가 적지 않다. 경북지역만 해도 울진공항, 예천공항이 있고, 충청지역의 청주공항 등도 천문학인 경비가 들여진 공항이 애물단지로 변했다. 혈세 낭비에 대한 책임은 정치권과 국민 모두가 져야 한다. 이런 경험에 비춰볼 때 신공항 문제를 대선 공약으로 요구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차기 정부가 전문가 집단에 맡겨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또 다시 국론분열의 불씨가 될 수 있다.

2012-10-26

한국 대선엔 왜 미국식 TV토론 없나

다음 달 6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TV토론이 모두 끝났다.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는 세 차례에 걸친 TV토론에서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핵심 현안들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국내 문제를 주제로 한 1차 토론에서는 롬니 후보가 우세했으나 일반 유권자들의 질문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된 2차와, 외교문제를 다룬 3차 토론에서는 오바마가 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두 후보간의 열띤 TV토론을 지켜본 미국민들은 이제 막바지 선거운동이 끝나면 앞으로 4년간 미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을 뽑는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미국 대선 TV토론은 유명 언론인들의 사회로 진행된다. 1차 토론은 PBS방송의 짐 레러, 2차는 CNN의 캔디 크롤리, 3차는 CBS방송의 밥 시퍼가 사회를 맡았다. 이들은 모두 미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경륜 높은 언론인이다. 수천만 명의 유권자는 토론을 보고 누구의 정책이 더 좋은지, 누가 더 믿음직스럽고 훌륭한 지도자인지를 판단한다. 유권자의 판단을 흐릴 수 있는 군더더기 행위는 일체 금지된다. 이 모든 과정은 초당적 기구인 대통령 후보 토론위원회에 의해 이뤄진다. 미국의 대선 TV토론은 무엇보다 후보들이 시종일관 정책을 놓고 대결한다. 누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지,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무슨 수로 메울 것인가 등이 이번 대선토론의 핵심 쟁점이었다. 어떤 외교와 국방정책으로 미국의 지도력을 유지하고 평화를 지킬 것인지, 부상하는 중국에 어떻게 대응할 방침인지 등도 핫이슈였다. 후보들은 정책과 구상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상대방 주장의 허점을 파고 든다. 허술한 논리나 군색한 말바꾸기는 여지없이 들통난다.하지만 인신공격이나 소모적인 말싸움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의 대선판에서는 왜 저런 토론문화가 없나. 아쉽기만 하다. 대통령 선거가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는데, 대통령 후보들이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실현시켜 나갈지, 일자리를 얼마나 더 늘릴 수 있을지 아무도 일목요연하게 말해주지 않는다.복지 확대에 공감하지만 엄청난 재원은 어떻게 조달하려는지, 경제성장의 동력을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지도 알수 없다. 남북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중국과 일본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선거판을 달구는건 온통 지나간 일이나 곁다리 문제들 뿐이다. 이대로라면 누가 정말로 나라를 잘 이끌어나갈 지도자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이 투표소로 가야할 판이다. 지금이라도 국민들은 후보들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토론하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2012-10-25

고도제한의 실효성

포스코 신제강 공장의 고도제한 문제가 국감도마에 올랐다. 최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역구 출신 김형태 의원은 포스코 신제강공장 건설 당시 고도제한을 적용해 1년여 동안 공사를 중지시킨 것은 군의 업무태만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상공은 이미 비행기선회 금지 및 진입제한 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애초부터 신제강 공장에 적용했던 비행기 고도제한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신제강공장 건설중단 사태는 포항 지역민에게 떠올리기조차 싫은 아픈 기억이다. 신제강공장은 연간 180만t의 고급강 생산능력을 갖춘 시설로, 지난 2008년 6월 착공했으나 공정률 90% 상태에서 비행기 고도제한에 걸려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1년여 우여곡절끝에 당사자들간 이행합의서를 작성하고, 지난 2011년 2월에 공사가 재개되면서 일단락됐다. 이행합의서는 포스코는 포항공항 활주로 307m 연장과 그에 따른 제반 경비를 부담하고, 공장건물 높이를 축소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신제강공장 사태는 당사자인 포스코가 활주로 비용부담과 공사중단에 따른 손실 등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지역 건설노동자들은 일감을 잃은 채 백수생활을 해야했고, 이로 인해 지역소비경제도 얼어붙었다. 포항공항활주로 확장에 따른 소음공해를 우려한 인근 주민들의 집단 민원은 아직도 진행형이다.포항지역 전체에 엄청난 고통을 안겨줬던 신제강공장 사태가 김형태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법적용이 잘못됐다면 당시 법을 집행한 기관이나 포항시, 지역 정치인 등은 모두 업무태만에 해당한다. 하지만 신제강사태 당시에도 비행기선회금지 및 진입제한 문제가 제기됐으나, 군 당국은 `(비행)비상절차`를 근거로 비상시 군 항공기가 이륙할 때 건물과 충돌 위험성이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이에 대해 김형태 의원은 군이 확률이 낮은 군용기의 중대고장 가능성을 지나치게 강조, 국가 경제발전을 견인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북한과 휴전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전시작전상황과 국민의 현재 먹고사는 문제 중 어느 것을 더욱 우선시할 것이냐로 귀결된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포항제철소와 북한산 일대 등 군사작전을 위해 건축물 및 공작물의 높이를 제한하는 고도제한구역이 여러 곳 있다. 최근 국민의 사유재산권 침해 및 경제활동 제약 등을 이유로 고도제한 해제를 요구하는 민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 신제강 사태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고도제한은 여전히 포스코의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국력은 곧 국가경제력을 말한다. 포스코와 같은 글로벌 기업은 바로 그 국력을 지탱하는 뿌리다.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막는 비현실적인 규제나 법은 개선해야 마땅하다.

2012-10-25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상생 실현되나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이 처음으로 상생방안을 내놔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 대표들은 지난 22일 지식경제부 중재로 전국상인연합회 및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 대표들과 만나 매달 2차례 이상 휴무하고, 신규 출점을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내달 15일까지는 가칭 `유통산업발전협의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해 나간다고 한다. 이번 합의로 골목상권은 무분별한 기업형슈퍼마켓(SSM) 출점 등에 따른 영업권 침해와 지역경제 황폐화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계기를 마련했다. 양측이 어렵게 튼 대화의 물꼬를 이용해 골목상권을 지키면서 소비자의 권익도 보호하는 최적의 방안으로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 주길 기대해 본다.대형 유통업계가 골목상권 문제를 대화로 풀겠다고 나선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다. 하루빨리 해법을 찾지 않으면 각종 규제조치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들이 SSM 출점을 본격화하면서 시작된 골목상권과의 마찰은 지자체의 영업제한 조례로 일차전을 치렀고, 대형 유통점들이 소송으로 맞서 이를 무력화하면서 더욱 시끄러워졌다. 특히 미국계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는 서울시의 휴일 영업제한 조치를 대놓고 무시하며 배짱영업까지 하고 있다. 지자체는 절차상 문제를 보완해 재개정한 조례로 또 다시 영업제한에 나설 태세다. 정치권도 움직이고 있다. 이미 국회에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20여건 발의돼 있고, 일부 대선 후보는 대형마트 입점을 허가제로 바꾸고 휴무일을 늘리거나 영업시간·영업품목을 제한하는 규제까지 고려하겠다고 한다. 경제민주화를 위해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도 대형마트에 호의적이지 않다. 민생 차원으로 번진 골목상권 문제를 대형 유통업계가 수수방관해서는 안되는 이유다.앞으로 강제휴무 방법이나 시기 등을 논의할 협의회 운영은 그리 순탄하지 않을 듯 하다. 국회에 발의돼 있는 법안에는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제한하거나 전통문화 및 자연보존이 필요한 지자체에 대형마트 출점을 아예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논의 과정에서 골목상권은 이런 규제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대형마트는 이를 방어하다 보면 협의회 운영이 파행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일부 지자체에서 마련한 상생모델을 보면 그렇게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경기 파주와 전남 순천 등에서는 휴일이 아닌 평일에 월 2차례 휴무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대형마트가 월 2회 휴무하되 날짜는 각 지역의 사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정하고, 지자체와 골목상권이 동의하는 경우에만 출점한다는 결론을 도출하면 되는 것이다.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이 자율 상생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2012-10-24

특검, 법앞에 만인평등 보여라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게 됐다.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특검팀은 22일 이시형씨 소환조사 방침을 정하고, 경호문제에 관한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전·현직 대통령의 자녀가 검찰에 소환되거나 기소된 사례는 과거 여러차례 있지만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특검에 소환되는 것은 처음이다. 게다가 특검팀은 이시형씨의 신분에 대해 “참고인이 아니라 피의자”라고 못박고 사법처리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상 수사기관이 소환대상자를 피의자로 지칭할 경우는 범죄 혐의 입증을 자신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검팀은 현재 이시형씨의 부동산실명거래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이시형씨는 당초 검찰 서면조사에서 자신의 명의로 돈을 빌려 땅을 샀고, 추후 이 대통령 앞으로 명의를 돌리자는 아버지의 말에 따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 매입 대금은 모친 김윤옥 여사의 부동산을 담보로 농협에서 6억원, 큰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으로부터 6억원을 각각 빌린 것으로 돼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수사결과 발표에서 이 부분에 대해 `형식과 실질 모든 측면에서 시형씨가 땅을 샀기 때문에`혐의점이 없다고 봤다. 그러나 특검팀이 이시형씨를 `피의자`로 지칭한 데서 결론이 다를 수 있다는 느낌이다. 검찰 발표에서 누락된 부분이 공개된 데서도 이런 정황을 엿볼 수 있다. 바로 이시형씨가 큰아버지로부터 현금으로 6억원을 받아 청와대 관저 붙박이장에 보관했다가 청와대행정관을 통해 부지대금을 송금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왜 이를 발표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며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무엇 때문에 어떻게 조성됐는지도 규명되지 않은 거액의 현금을 직접 옮겨 청와대에 보관했다가 대금을 치르게 됐는 지를 조사하지 않았다니 이상한 일이다.특검 수사개시 전날 출국한 이상은 회장도 귀국일정을 지켜 소환에 응하고, 하루빨리 의문점을 해소해야 한다. 특검 수사까지 이르게 된 마당에 괜한 의혹을 부풀리는 행동을 해선 안된다. `내곡동 사저`의 부지 매입 의혹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다. 대통령이 퇴임후 거주할 사저를 매입하는 일에 어째서 아들이 함께 참여해야 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국가가 부담해야 할 돈이 6억~10억까지 더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왔는 지 알 수가 없다. 여기에다 장장 8개월을 수사한 끝에 관련자 전원 무혐의 결론을 내려 특검까지 하게 됐으니 말이다.국민들이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간단하다.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해 공개하고, 위법적 요소가 있다면 경중에 맞게 법률적 조치를 취하면 된다. 국민은 법앞에 만인이 평등한 것을 보고싶어 한다.

2012-10-24

독도, 실효적 지배가 능사 아니다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과 관련, 우리 정부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다고 해서 조용한 대응만 해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995년 세종대에서 일문학 강의를 한 것을 계기로 한국에 거주하다가 지난 2003년 한국에 귀화해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을 반박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가 바로 이런 주장을 내놓았다.세종대학교 독도종합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호사카 교수는 22일 한 강연에서 “한국이 국제사법재판소(ICJ) 공동제소를 계속 거부하면 일본은 상대국의 거부권이 없는 국제해양법재판소를 노릴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일본이 독도 수역을 침범해 무력 분쟁을 일으키고 국제해양법재판소로 독도(해결책)를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분히 설득력있는 주장으로 풀이된다.이미 일본은 지난 번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시도했으나 우리 정부가 대응하지 않아 실효를 거두지 못한 바 있다. 따라서 독도수역을 침범하는 무력도발을 일으켜 우리 정부가 대응치 않을 수 없도록 만든 뒤 이 문제를 독도국제해양법재판소에 해결을 넘기는 우회전략을 쓸 개연성이 있다.호사카 교수는 이를 막기 위해서는 독도인근 해역의 해군력 증강배치는 물론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 대해 논리적으로 무장해야 독도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막연하게 이대로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면 결국 한국의 것으로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는 것이다.호사카 교수는 현재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근거를 △일본이 17세기 중반, 약 40년간 독도 해상영유권을 확립 △일본은 1905년 독도를 시마네(島根)현 오키섬으로 정식 편입 △샌프란시스코 조약(1951년)에서 `독도의 한국 영토 제외` 등 3가지로 소개했다. 그런 뒤 조목조목 반박했다.먼저 돗토리(鳥取)현이 17세기 말 에도막부에 독도가 일본 영토가 아니라고 보고했고, 1877년 일본 중앙정부가 울릉도와 독도를 일본의 영토가 아님을 공식 확인했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인이 독도에서 채취한 해산물을 일본으로 보낼 때 울릉도감에게 수출세를 냈고, 일본 경찰관이 1902년 독도가 울릉도에 속하는 섬이라고 공식 보고한 문서가 있다는 점도 짚었다. 마지막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독도의 한국 영토 제외`는 연합군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미국만의 입장이었으며, 영국, 호주 등 다른 연합군은 이 입장에 반대했기 때문에 공식적인 결론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우리 영토수호와 관련된 얘기인만큼 정부 관계자들은 독도수호에 추호도 차질을 빚지 않도록 심도있게 검토해주길 바란다.

2012-10-23

재외국민 투표율 높일 획기적 방안 찾아야

18대 대선의 재외 선거인 등록신청 마감 결과를 보고 과연 이런 제도를 유지해야 하는 걸까 하는 회의가 든다. 지난 7월부터 무려 3개월간 유권자 등록 신청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응한 재외 국민은 전체의 9.7%인 21만7천명에 그쳤다고 한다. 지난 4·11 총선 당시 등록률 5.6%에 비해 상당폭 올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저조한 수치다. 가뜩이나 낮은 등록률에다 실제 투표는 여기서 다시 반토막이 났던 총선 투표율(2.5%)을 생각하면 이번 대선에서도 저조한 투표율이 재연될 수 있겠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등록 재외국민 선거인의 구성비를 들여다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국내에 주민등록이 없는 영주권자는 4만2천명으로 20% 정도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재외국민 선거인은 해외 주재원, 유학생, 여행객 등 단기 체류자들로서 나머지 80% 가량을 차지했다. 재외국민 투표가 해외에 뿌리를 내린 재외국민에게 내국인과 동등한 참정권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본말이 전도된 결과다.재외국민 투표의 등록률이 낮은 첫번째 이유로는 복잡한 절차가 꼽힌다. 최근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등록과정에서 이메일 접수는 허용하면서도, 우편접수는 선거부정 가능성을 우려해 차단했다. 이메일에 익숙지 않은 노년층 재외국민의 편의는 상대적으로 무시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반드시 대한민국의 재외공관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저조한 등록률의 원인을 제공했다. 조금 과장해서 땅덩어리가 큰 나라에서 `산넘고 물건너서`한표를 행사하겠다는 `의지의 한국인`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등록단계부터 참정권을 포기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문제점에 대한 진단은 이미 나와 있기 때문에 정치권이 의지를 갖고 초당적으로 등록률 제고를 위해 노력한다면 해법은 어렵지 않게 도출될 수 있다. 기왕에 제도가 도입됐다면 그 취지에 맞게 현실을 반영한 보완입법에 나서는 게 정치권의 의무이자 도리다. 지금처럼 우편을 통한 선거인 등록이나 투표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재외국민 투표의 낮은 등록률과 투표율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이는 당리당략에만 매몰된 결과라는 비판을 받게 돼있다. 여기에다 비용문제를 생각하면 자칫 재외국민 참정권 폐지론으로 여론이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재외국민 투표가 첫 도입된 4.11 총선 당시 재외국민 투표 1인당 비용은 국내 선거의 1만원을 크게 웃도는 50만원 선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비용은 이처럼 높고 효율은 터무니 없이 낮다면 제도의 존립근거가 흔들리는 건 자명한 이치다. 정치권은 선거에 임박해 땜질식 보완을 할 게 아니라, 대선이 끝나는대로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재외국민 투표를 내실화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제도개선에 나서주길 바란다.

2012-10-23

포항신항 물류이탈이 걱정이다

포항신항으로 가야할 철강 물류가 부산으로 대거 빠져 나가고 있다. 포항신항에는 철강제품을 야적할 창고가 없고, 선적과 출하의 낮은 생산성이 그 원인이라고 한다. 파이프를 부산항을 통해 북미지역으로 수출하는 넥스틸에 이어 포스코도 자사에서 생산하는 선재·코일·후판 일부를 부산항을 통해 수출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코 앞에 수출항을 두고도 먼 부산항으로까지 철강제품을 옮겨야 하는 화주들의 심정은 오죽하랴. 이대로 둬선 안된다. 이참에 포항신항과 영일만항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당장 창고부터 신축해야 한다. 포스코는 한진·세방 등과 부산신항 창고를 이용해 수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포항신항에 제품을 쌓아 둘 창고가 없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부산항을 통해 수출하는 물량은 내년 7월까지 월 5~7만t 정도, 금액으로는 약 400~600억 원어치다. 포스코가 이런 결정은 내린 데는 현재 증축 중인 3부두 공사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재고 유지를 위한 창고 부족과 신항의 낮은 생산성때문이다.물류업체들도 속이 타들어 간다. 한 업체 대표는 “현재 신항과 영일만항의 창고에는 물량이 가득 차 있다. 더 이상 제품을 쌓아둘 곳이 없어 지하 주차장까지 창고로 이용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이런 사태가 오기까지는 철강경기 부진이 주요 원인이다. 제품을 생산해도 팔리지 않아 재고만 쌓이고 있다. 차량 제작에 쓰이는 CHQ 선재는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없어서 못 팔았지만 지금은 판매량이 저조하다 보니 포스코 원자재 재고도 덩달아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더욱 시급한 사안은 포항신항의 낮은 생산성을 높이는 문제다. 현재 출하와 선적에서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항만 물류작업 구조를 과감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출하와 선적에서 효율성을 높인다면 부산으로 가는 물량을 어느 정도 막을 수도 있다는 게 선사업계의 주장이다. 화주·운송업체·항운노조가 머리를 맞대 고민하고 풀어야 할 문제다. 선사에게는 시간이 곧 `돈`이다. 선적을 얼마만큼 빨리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좌우된다. 현재 포항신항의 작업 속도만 놓고 보면 부산항의 3분의 1 정도라고 하니 선사들의 속이 타들어 갈만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항운노조도 예전의 관행에서 벗어나 선적에 속도를 내 부산항과 견줄 수 있도록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이번 포스코의 제품이 부산항을 이용해 수출할 경우 포항에 들어 올 현금 30억원이 부산으로 넘어가게 되는 셈이다. 배 1척이 입항하면 대략 1억5천만원을 쓰고 간다는 데, 모두 15척 정도가 부산으로 간다고 하니까 포항의 손실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제 더 이상 남의 일처럼 구경만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추가적인 물류이탈은 막아야 한다. 포항시와 포스코, 항만 관계자 모두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2012-10-22

대선후보들의 정부조직 개편 구상 신중해야

12월 대선에서 여야 세 후보가 모두 복지 및 일자리 창출을 공약하면서 어느 후보가 집권하든 차기 정부는 `큰 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대 화두인 경제민주화는 재벌과 시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불가피하게 확대하면서 정부의 몸집을 불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보수정당은 시장의 자율을 보장하면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엔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 화두를 선점해 선거에 적극 활용하고 있고, 야권 후보들 역시 경제민주화를 공약하고 있어 `큰 정부론`은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이 돼 버렸다. `큰 정부`는 본디 정부 운영의 철학 내지 정책의 지향점과 관련된 영역이지만, 현실에선 정부의 사이즈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곤 한다. 당장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신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을 연계할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도 과학기술, 정보통신, 산업부분의 미래의제를 관리할 전담부처의 신설을 언급했다. 문재인 후보는 더욱 적극적이다. 과학기술부, 해양수산부, 정보통신부의 부활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15부2처18청`의 현행 정부조직은 정권이양기를 거치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몸집이 크게 불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문민정부 출범 이후 정권 초기마다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강조했던 `작고 효율적인 정부`란 슬로건과는 온도차가 크다. 물론 역대 정부들도 초심을 잃고 임기 중·후반에 가서는 정부 몸집을 키우는 `요요현상`을 되풀이했지만, 일단 출발선상에선 `정부조직 슬림화`를 외쳤다. 반면 이번 대선에서 여야 후보들은 부처의 신설 혹은 부활만 얘기하고 있을뿐 통·폐합 문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공무원 표를 의식해 신설계획만 내놓는 것이라면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저해하는 편의주의적 공약이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또 하나 지적할 것은 정부의 몸집을 키우면 공무원 숫자가 늘어나게 되고, 그에 따른 예산이 필요하다. 부처의 신설은 추가적인 재정지출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세금을 더 거두는 방법 이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데, 여야 후보들이 면밀한 검토를 한 것인 지 궁금하다. 이미 복지예산의 재원마련을 위해 증세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마당에 정부의 사이즈를 늘리는 일까지 보태진다면 국민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이런 비판을 피하기 위해 `입맛`에 맞는 부처는 신설하고, 정작 필요한 부처는 통·폐합하는 억지 조직개편이 이뤄져서도 곤란하다. 정부조직을 그런 식으로 개악해선 안된다. 후보들은 재원조달, 적정 공무원의 숫자, 거버넌스의 범위설정 등을 두루 감안해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구상을 내놓기 바란다.

2012-10-22

재벌 경제민주화 움직임에 귀기울여야

이번 대선에서 경제 분야의 최대 화두는 경제민주화인 듯하다.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고 재벌의 소유·지배 구조를 개선하자는 게 그 골자이다. 이제는 재벌의 탐욕과 불법행위를 더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 여론에 따른 것이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는 며칠 전 고강도의 처방전을 내놓았고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이달 안으로 구체적인 구상을 밝힐 계획이라고 한다.유력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추진 내용을 보면, 불공정 거래 규제를 강화해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자는 데는 세 후보가 크게 이견이 없어 보인다. 여기엔 골목상권 보호와 중소기업 업종 침해 규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상속·증여 방지, 재벌총수의 기업범죄 처벌 강화 등이 포함된다. 이 부분은 대기업들 역시 불만은 있으나 반발할 명분이 별로 없는 만큼 그쪽으로 가닥이 잡힐 듯하다.하지만,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출자총액제한제, 지주회사 등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전경련은 이를 두고 “대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함으로써 그 폐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재벌의 소유·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박 후보는 온건한 처방을, 문-안 후보는 좀더 근본적 처방을 내놓고 있다. 특히 순환출자의 경우 박 후보는 기존출자분을 인정하고 신규출자만을 금지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문 후보는 기존 출자분도 3년의 유예기간을 둬 모두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안 후보는 기존 출자분을 재벌들이 자발적으로 해소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신규출자 금지에는 세 후보 간에 이견이 없다. 다만, 소수 지분을 보유한 총수가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통로로 활용돼온 일부 재벌들의 기존 순환출자분을 인정할 것이냐 여부가 핫이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존출자분 해소 문제에 너무 원칙적으로 대처하면 자칫 세계적 경쟁력 있는 우리 대기업들에 대한 외국자본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각 후보 진영에서는 보다 심도 있는 검토를 통해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고려하는 신중한 접근이 요청된다.지금 경제민주화를 실현해야 한다는 쪽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은 그간 급속한 경제성장의 과실은 가져가면서 사회적 책임은 게을리했던 재벌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재벌들은 재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귀담아 듣고, 새 시대의 흐름에 맞춰 스스로 변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선 후보들도 경제민주화를 하더라도 국내 경제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우리 기업 및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데 이바지하도록 공약을 다듬어 내놓기를 바란다.

2012-10-19

태권도 발상지에서 홀대해선 안된다

제7회 경주 코리아오픈 국제태권도대회가 오는 25일 태권도 발상지인 경주에서 개최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창시돼 세계화된 국제공인 스포츠이자 국기(國技) 종목인 태권도가 `발상지`에서 홀대받고 있다는 지적이다.신라 천년고도 경주는 태권도 발상지다.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것은 옛 문헌과 유적에서도 나타나고 있고,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된 동조 금강역사상의 공격과 방어자세를 비롯, 경주지역 곳곳에 흔적이 남아 있다. 그러나 국내 현실을 보면 태권도가 확대 발전되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퇴보하거나 정체되고 있는 모양새다.특히 이번 경주 대회를 보면 태권도가 `과연 국기가 맞나`하는 의문이 든다. 대회 규모는 국제대회지만 내용적인 측면이나 예산 면에서 보면 졸렬하기 그지없고, 급조된 모양새를 떨쳐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30여 개국 2천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이 대회 `예산`이 고작 8억여원에 불과하다. 이 마저도 국비·도비·시비 등이 포함된 것이며, 대부분 외국 선수단 경비와 행사 관련 부분에 소요된다.이 대회가 급조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준비기간이 지나치게 짧았다는 점에서다. 경주시가 지난 1월 대한태권도협회에 권위있는 대회 유치를 건의한 이후 지난 3월 경주시·대한태권도협회 대회 유치 MOU 체결, 6월 대회준비 TF팀 구성 및 대회홍보, 8월 조직위원회 창립총회 및 제1차 집행위원회 개최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면 국기 관련 행사를 치르기에는 허술하기 그지없다. 적어도 국제대회를 치루려면 수년 전부터 준비를 하고, 대내외적으로 홍보하고, 점검 또 점검해 행사를 개최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 대회는 불과 4개월 만에 뚝딱 치르려고 하니 주최 측이 원천적으로 `부실대회`를 자초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더욱이 경주시나 조직위 측은 우리나라 `국기`를 사랑하는 외국인들에게 태권도 발상지의 역사성 등을 제대로 전달할 준비는 전혀 없어 보인다. 조직위 측은 “태권도 종주국 대한민국,태권도 발상지 경주의 이미지 홍보와 역사 문화 첨단과학 스포츠 도시 경주의 위상제고를 하겠다”고 하지만 절차나 준비상황을 보면 행사 치르기에 급급한 모습이 역력하다.적어도 국제대회라면 `격`에 맞는 선수들이 참가해야 하는데, 국내외 태권도 환경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국내를 보면 전국체전이 16일 끝났고, 이어 도민생활체전이 19일부터 시작된다. 더욱이 올 7월 영국 올림픽 개최 등 국내외 A급 선수들이 각종 대회에 참가했기에 이 대회에 과연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참가할 지 의문이다. 경주시와 태권도 관련 기관은 태권도 발상지의 위상을 위해서나 국기의 격을 높이기 위해서 향후 국제대회를 개최할 때는 심사숙고해 추진해야 할 것이다.

2012-10-19

구미 불산사고, 슬기롭게 극복하자

구미시가 뜻하지 않은 불산 누출사고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직접적인 인명피해와 불산 누출지역의 2차 피해도 엄청나다. 지역 농산물에 대한 신뢰도 추락에 따른 판매부진에다 각종 행사마저 줄줄이 취소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축제의 계절 10월을 맞아 일선 시군마다 크고 작은 축제의 여흥이 넘쳐나고 있지만 구미시는 30여 개에 이르는 행사를 취소 또는 중단해 더욱 무기력해지는 분위기다. 이런 와중에 구미시는 불산 사고 직후 취소했던 제22회 경북도민생활체육대회를 다시 개최키로 결정했다. 경북생활체전은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열리는 300만 도민 화합 잔치이다. 현재 구미시의 여건을 감안하면 무척 어렵고 중대한 결정이고, 구미시의 미래를 위해 아주 바람직한 선택으로 보인다. 불산 사고 수습과 복구 등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사고발생 피해지역이 최근 정부의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고, 정부가 피해농작물에 대한 시가보상 등 복구 대책이 마련되는 등 수습 국면에 들어가 있다. 시민화합을 이끌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그런 의미에서 경북생활체전은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흔히 체육은 전문 선수를 발굴 육성하는 엘리트체육과 국민들이 일상 생활속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순수 아마추어 스포츠 활동인 생활체육으로 대별된다. 경북에는 매년 봄에 엘리트 스포츠 경연장인 경북도민체전, 가을에 생활체육대회가 개최된다. 구미시는 지난 5월 제50회 경북도민체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첨단과학도시 구미의 위상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경북생활체육대회마저 훌륭하게 치러낼 계획이었지만 불산 사태로 자칫 무산될 뻔했다.체육의 여러 가지 기능 가운데 사회통합기능이 있다. 운동경기를 통해 단체나 기업체 등에 대한 소속감, 애사심, 동료간 유대강화, 협동심, 일체감을 조성해 사회를 하나로 통합해 가는 기능이다. 불산 사고로 가라앉은 시민 정서에 활력을 불어 넣고, 위기 극복에 대한 공감대와 일체감을 조성하기 위한 동기가 필요한 데, 바로 경북생활체전이 그 기회가 될 수 있다.특히 이번 도민생활체전은 경북도내 23개 시·군 1만여 생활체육인들이 불산 피해 지역민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해 지역 농산물 판매 홍보대사의 역할을 하며, 농가의 시름도 덜어주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행사나 축제를 무조건 취소하거나 중단하는 것이 최선이 될 수는 없다. 행사나 축제를 통해 시민들이 서로 어울리면서 시름을 잊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첨단전자도시 구미시가 불산의 위기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국가 산업의 중심으로 다시 제자리를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2-10-18

불법조업 중국 어선 막을 길 없나

우리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의 선원이 한국 해경이 쏜 고무탄에 맞아 숨지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해경은 16일 오후 3시10분께 전남 신안군 홍도 북서쪽 90㎞ 해상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들을 발견해 단속에 나섰다. 중국 선원들은 해경이 배 위로 올라설 수 없도록 쇠꼬챙이 수십 개를 박고, 쇠톱과 칼 등 흉기를 휘두르며 격렬하게 저항했다고 한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해경은 진압 장비를 이용해 중국 어선 2척과 선원을 나포했으며, 격렬한 진압과정에서 중국 선원 장모(44)씨가 가슴에 비살상용 고무탄을 맞고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경은 장씨를 헬기로 긴급 후송,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끝내 숨졌다고 밝혔다. 참으로 애석하고 불행한 일이다.해경은 중국 선원들이 극렬하게 저항, “단속 대원의 생명에 위협을 느껴 진압장구를 사용했다”고 한다. 비살상용 고무탄이었지만 불운하게도 가슴을 정통으로 맞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둘러싼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08년 목포 흑산도에서 중국 어선 단속에 나선 박경조 경위가 중국 선원의 흉기에 찔려 사망했고, 2010년엔 군산 어청도에서 중국 어선이 우리 해경 경비정을 들이받아 중국 어민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2011년 12월엔 인천 소청도에서 이청호 경장이 극렬하게 저항하던 중국 선원에게 피살되는 참사가 있었다. 이런 뼈아픈 참사에도 불구하고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과 우리 해경의 단속, 중국 어민들의 격렬한 저항 등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비극이 반복되는 1차적인 이유는 중국 어선들의 끊이지 않는 불법조업에 있다. 다른 나라 어선이 자국 수역에 들어와 불법으로 고기를 잡는다면 그냥 두고 볼 나라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당연히 법 집행에 나서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처벌을 가하는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중국 어선들의 우리 해역 불법조업은 끊이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우리 해경의 정당한 법집행에 각종 흉기를 동원해 맞서고 있어 양측간 인명피해가 나고 목숨을 잃는 불상사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런 비극을 막으려면 중국측이 불법조업을 근절하려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 측도 혹시나 진압 과정에서 잘못 대응한 점은 없었는지 면밀히 조사해 문제점이 있다면 즉각 개선해야 한다. 아무리 정당한 법집행이라 해도 인명이 살상되면 상대국의 여론은 나빠지게 마련이다. 우발적인 사고 때문에 우리의 정당한 법집행이 매도당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단속과정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주길 바란다.

2012-10-18

구미 불산 사고 환경당국 대응 실망스럽다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당시 환경 당국이 인근 지역의 2차 피해를 예상하고도 뒤늦게 `심각경보` 발령을 하는 등 위기대응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고, 상황접수도 늦게 이뤄진 사실이 국감에서 뒤늦게 드러났다.대구지방환경청이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김경협(부천원미갑)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구미국가4산업단지 화공업체에서 불산가스가 누출된 지 6시간47분이 지나서야 심각경보를 발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이 공개한 사고조치 상황기록을 보면 환경 당국은 불산가스 누출이 인근지역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오후 8시20분 주민대피령을 내렸고, 동시에 발령해야 할 사고단계 심각경보는 1시간10분이 지난 오후 9시30분에야 이뤄졌다. 즉각 대응태세에 돌입해야 하는 심각경보의 발령을 늦췄고, 아무런 근거 없이 5시간만에 심각경보를 해제해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또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민주통합당 홍연표(인천 부평을)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는 구미시청은 사고 발생 8분만에 상황접수가 이뤄진 반면 대구환경청은 1시간15분이 지나서야 상황을 접수했으며, 사고현장에 환경 탐지 특정장비가 있었는 데도 이를 활용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홍 의원은 “대구지방환경청에서 작성한 `화학사고 상황 보고`를 보면 최초 상황접수를 사고 당시 오후 4시58분께 구미경찰서로부터 상황접수를 받아 오후 5시5분께 환경부에 상황보고했다”며 “하지만 소방방재청에서 작성한 상황보고서를 보면 사고발생 37분만인 오후 4시20분께에`B/H 및 행안부 등 유관기관(환경부) 상황 FAX통보`했다”고 밝혔다. 특히 사고 현장에 도착한 대구환경청 출동차량에는 9억원 상당의 환경과학원 차량에 있는 간이측정장비(보호복, 공기호흡기, KITAGAWA 검지관, pH페이퍼 등)와 동일한 탐지측정장비를 갖추고 있었으나, 제대로 측정을 하지 못한 사실도 드러났다.국감에서 드러난 환경당국의 안전사고 대응능력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위기대응 매뉴얼대로 사고단계 심각경보만 동시에 발령했더라도 상당한 부분의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사고현장에 출동한 차량에 탐지측정장비를 갖추고도 제 역할을 못해 현장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니 평소에 실시했다는 화학테러 모의훈련이 무색하기만 하다.정부당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독성 화학 물질 관리·화학 물질유출 사고 발생시 대처매뉴얼 정비 등을 포함해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에 총력을 다해주길 바란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정부가 큰 사고에 미숙하게 대응해 비난을 듣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랄 뿐이다.

2012-10-17

공공기관 `낙하산`인사가 부실을 자초

상급 부처나 외부 출신들이 공공기관장 자리를 꿰차는 관행이 여전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공공기관 286곳 중 약 30%에 달하는 82곳의 기관장이 주무 부처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처별로 보면 농림수산식품부(80%), 금융위원회(60%), 고용노동부(50%), 보건복지부(44%) 등이 평균치를 웃돌 정도로 심하다. 또 산하기관과 유관 협회가 많은 지식경제부에서는 퇴직한 후 기관장을 2~3번까지 하는 공무원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다른 부처나 정치권 출신도 틈만 나면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 자리로 밀고 들어온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칙없는 보은인사가 도마 위에 오르지만 그 때 뿐이다.공공기관 CEO 가운데 상급 부처 공무원을 포함한 전체 외부 출신은 233명으로 81.5%에 달한다. 내부출신은 고작 17.5%인 50명 뿐이다. 이들 중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대학병원 14곳의 병원장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내부 출신은 36명에 불과하다. 낙하산식 인사는 무사 안일주의와 냉소주의의 자양분이 될 뿐이다. 부적격자를 막기 위한 공공기관장 공모제도가 있기는 하나 유명무실하다. 오히려 낙하산 인사에 활용되고 있다. 지난 7월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선임과정이 대표적인 파행사례다. 금융위원회는 퇴임 기자회견까지 마친 안택수 이사장을 재연임시키고, 임원추천위가 이사장 후보로 추천한 3명을 모두 낙마시켰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정부부처 출신들이 전문성을 살려 산하기관을 잘 운영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현실은 부정적이다. 공공기관이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로 중병을 앓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작년 말 286개 공공기관의 총 채무는 464조원에 달한다. 3년 사이 100조원 넘게 불어나 국가부채보다도 더 많다. 부채비율은 거의 200%로, 국내 상장기업들의 두 배 수준이다. 일단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빚더미 속에서 성과급 잔치를 벌여 국민적 불신을 키운바 있다.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하면 영락없이 부실 경영사례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문제다.공기업들의 부실·방만경영은 낙하산 인사에 그 출발점이 있다. 상당수 인사가 전문성이나 경영능력과 무관하게 기관장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전문성이 없다보니 노조와 타협하고, 구조조정은 나몰라라 한다. 정치권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사들이 특정 대선 후보를 도왔다는 공로 등으로 공공기관장 자리를 꿰차는 일은 하루 속히 개선돼야 한다. 부처 공무원이 산하 기관장을 맡을 때도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철저히 심사해야 한다. 또한 능력 있는 내부 인사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줘야 한다. 아울러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를 지금보다 더 엄격히 해 무능력자를 과감히 퇴출시켜야 할 것이다.

2012-10-17

포스코, 지역 발전에 좀더 관심가져야

포스코가 본사를 두고있는 포항지역 발전에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 1968년 4월 열연 및 후판제품, 전기강판 등을 생산하는 포항종합제철로 설립된 뒤 지속적으로 성장해 이제는 시가총액만 30조원, 매출액 32조6천억원(2010년 현재)에 이르는 글로벌 철강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다.그런 포스코가 최근 포항에서 열리는 `포항스틸아트 페스티벌`에 별다른 후원을 하지 않아 눈총을 받고있다. 포스코의 후원 외면으로 스틸아트페스티벌은 정부지원금 5억원과 시비 5억원, 도비 2억원 등 모두 12억원의 지원금만으로 지역 예술인들이 운영위원회를 조직해 꾸렸다고 한다.지난 13일 오후 포항 동빈내항 해상무대에서 막이 오른 스틸아트페스티벌은 앞으로 한 달간 일정으로 환호해맞이공원 전시를 시작으로 북부해수욕장, 동빈내항에 이르는 아트웨이에 50여점의 스틸조각 예술품들을 전시해 도시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게 된다. 포스코는 운영위원회의 후원요청에 대해 영업실적 부진을 이유로 작품 6점을 기증한 게 전부였다고 한다.포항에서 스틸 아트페스티벌이 열리게 된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세계적 철강기업 포스코가 포항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포스코의 후원 외면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세계 최초로 철과 지역의 문화, 철학을 융합한 21세기 신철기시대(Neo-iron Age)를 여는 스틸축제라는 취지를 생각하면 포스코가 먼저 기획해 만들어야 했을 행사가 아니냐며 포스코의 지원외면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포스코가 포항지역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있는 지를 반영하는 또 다른 사례는 바로 포스코플랜텍과 성진지오텍간 통합으로 인한 통합법인의 본사 포항 이전건을 둘러싼 포스코의 태도다. 포스코는 지난 10일 울산 성진지오텍에서 이사회를 열고, 통합법인의 포항이전안을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이사회 자체를 무기연기하고 말았다.이사회가 연기된 배경은 두 회사의 통합과 본사 이전문제를 놓고 울산과 포항지역의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는 데, 포항시는 물론이고 포항시의회, 포항상의 등 포항지역 관계와 경제계 모두가 한 목소리로 성진지오텍 본사의 포항이전을 요청한 이후의 결정이란 점을 생각하면 씁쓸하기 짝이 없다. 울산과 포항의 여론이 대립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올해 안에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포스코 관계자의 설명이다.이래서 포스코가 본사 소재지인 포항지역 발전에 소홀하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비록 포항지역이 포스코란 글로벌 기업의 그늘아래 경제가 움직이긴 하지만 포스코 역시 포항지역을 토대로 성장해 온 향토기업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게 포스코가 포항지역의 문화나 예술, 경제발전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포스코의 각성을 촉구한다.

2012-10-16

정부기관 보안시스템 전면 재점검해야

정부 중앙청사가 정신질환자의 습격에 뚫려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행정부의 심장과도 같은 상징적인 건물이다. 국무총리실과 행정안전부, 통일부, 외교통상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8개 부처의 사무실이 들어있다. 이렇게 중요한 국가기간시설이 60대 정신질환자에게 무방비로 뚫렸다니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우울증 치료를 받아온 김모(61)씨는 위조 공무원증으로 청사 후문을 손쉽게 통과했다. 등에 멘 배낭에는 휘발유가 든 생수병이 들어있었지만 검색대와 보안게이트를 무사통과했다. 그가 18층 교육과학기술부 사무실에 들어가 불을 지를 때까지 제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김씨가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는 것도 막지 못했다. 백주 대낮에 대한민국 정부 중앙청사에서 벌어진 일이라곤 믿기지 않는다. 만일 테러리스트가 폭탄이라도 들고 침입했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대한민국에는 수많은 관공서들이 있고, 건물과 시설 마다 보안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 건물인 정부 중앙청사는 가장 철저한 보안시스템이 적용돼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정부 청사의 보안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여지없이 드러났다. 경비를 서던 의경은 소속 부서도 적히지 않은 가짜 공무원증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았다. 위험물질을 검사하는 보안검색대는 아예 꺼져 있었다. IC칩이 내장된 카드를 찍어야 통과할 수 있는 보안게이트 역시 활짝 열려 있었다. 3중의 보안시스템이 모조리 먹통이었던 셈이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뚫을 수 있을 만큼 허술한 것으로 드러난 보안시스템을 당장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 청사 뿐 아니라 다른 관공서의 보안시스템에도 문제가 없는지 전면적으로 재점검해 시급히 개선해야 할 일이다.얼마 전에는 북한군 병사가 동부전선 철책을 뚫고 넘어와 최전방 소초 생활관 문을 두드리는 일이 있었다. 그가 병사들의 숙소까지 들어오는 동안 우리 군은 까맣게 몰랐다. 경계용 CCTV나 3중 철책도 무용지물이었다. 또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선 고등학교를 중퇴한 10대가 교실에 무단침입해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도 있었다. 전방에서부터 정부 청사, 학교에 이르기까지 안전을 위한 보안시스템이 줄줄이 구멍 뚫렸다. 이처럼 국가 보안과 치안시스템에 총체적으로 구멍이 뚫린 데에는 근무기강이 많이 해이해 진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정권 말기여서 그런지 공직자들의 나사가 풀릴 대로 풀렸다는 얘기다. 이번 사건의 범인이 정신질환자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경쟁에서 낙오한 `은둔형 외톨이` 중 일부가 `묻지마식 범죄`로 사회적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는 국민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공무원들의 해이해진 근무기강을 확실히 다잡아주길 바란다.

2012-10-16

포항철강공단 환경단속 겉돈다

포항철강공단 내 1,2종 사업장들의 환경오염 단속이 겉돌고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로 이원화 돼 있는 단속시스템이 그 한 원인이라고 한다. 현재 경북도가 관리하고 있는 철강공단내 1, 2종 사업장(대기·수질)은 모두 93개사. 1, 2종 사업장의 경우 대기는 연간 오염물질발생량이 20~80t 이상, 수질은 1일 폐수배출량이 700~2천㎥ 이상 업체다. 문제는 1, 2종 사업장을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이 경북도 밖에 없다는 점이다. 1, 2종 사업장에서의 오염배출 행위가 눈앞에서 펼쳐 진다해도 포항시로서는 구경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시스템이다. 왜 이런 불합리한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고 계속 진행되고 있을까. 구미공단의 불산 누출사고 역시 이런 불합리한 시스템이 낳은 결과물이 아닐까 의심스럽다. 실제로 포항철강공단 1, 2종 사업장에서 오염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단속관청인 경북도의 즉각적인 출동은 물론 오염배출 현장의 상황 파악도 어렵다. 경북도청에서 포항까지 오는데 1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경북도 녹색환경과의 직원들조차도 “포항공단 1, 2종 사업장의 오염행위 신고를 받더라도 즉시 현장으로 출동하기는 어렵다”며 “현장에 도착하면 이미 모든 상황이 종료된 이후라서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포항시 환경위생과 직원들도 “단속권이 없다보니 어떻게 손쓸 수가 없다”며 “현장에서 경북도 공무원이 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 했다. 또 1종 사업장의 경우 2년에 1번씩만 단속하도록 규정돼 있는 환경부지침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지난 2000년대만 하더라도 포항철강공단 내 중심부에는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 산하 포항환경출장소가 자리 잡고 있어 공해업체들의 오염행위는 엄두도 못 냈다. 그 당시 환경출장소에는 수질, 대기, 폐기물 등 각 분야의 전문직 공무원이 6~7명이 상주하면서 철강공단내의 환경감시에 대한 첨병역할을 했다. 그러나 포항환경출장소가 폐쇄되면서 1, 2종 사업장의 단속권도 경북도로 이관됐다. 그 이후부터 1, 2종 사업장들에 대한 단속력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환경전문가들도 “구미공단의 불산 누출과 같은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경북도가 관리하고 있는 1, 2종 사업장의 단속권을 해당 지자체(포항·구미시) 등에 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경북도 공무원 1~2명이 수시로 내려와 단속하는 것보다 인력과 접근성이 좋은 해당 지자체에서 맡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포항철강공단 내 공해배출 업체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단속을 하려면 현재 경북도가 맡고 있는 단속권을 각 지자체로 이관해야 한다. 구미 불산 누출 사고를 계기로 환경단속 시스템도 지역 실정과 현실에 맞게 과감히 손질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2012-10-15

350m 거리에 출장비 챙긴 통계청 직원들

매년 국감때면 정부기관과 공기업 직원들의 모럴해저드 사례를 듣고 분통을 떠뜨리는 국민들이 적지않다. 올해 역시 나랏돈을 펑펑 쓴 사실이 국감에서 드러났다. 바로 통계청 이야기다. 정부 대전청사에 입주해 있는 통계청에서 부속기관이 있는 통계센터까지는 불과 350m 거리다. 행정구역은 각각 둔산동과 월평동으로 다르지만 대로를 따라 걸으면 7분정도면 갈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더구나 대전청사 앞에는 대전시가 마련한 공공자전거 타슈까지 항상 비치돼 있어 이를 이용하면 3~4분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통계청 직원들이 코앞에 둔 건물 사이를 업무협의차 오갔다며 출장비를 챙겼다고 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통합당 이낙연 의원은 국정감사 자료에서 통계센터에서 근무하는 충청지방통계청장은 통계청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출장비 2만원을 지급받았다고 밝혔다. 이런 식으로 통계청과 통계센터에 입주한 직원들이 양쪽 기관을 오가며 받은 출장비가 무려 5천99차례 8천469만원에 이르렀다니 기가 막힌 일이다. 정부기관이 국민 혈세를 얼마나 어이없게 집행하고,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어느정도로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통계청은 2009년 말부터 반경 12km이내 관내 출장은 거리에 상관없이 2시간 이상 다녀오면 1만원, 4시간 이상 갔다오면 2만원을 지급하는 규정을 만들어 지난 4월까지 운영했다고 한다. 어떻게 엎드리면 코닿을 거리를 오가는데 출장비를 주기로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받은 뒤 통계청은 최근부터 양쪽 건물을 오가는 직원에게 출장비를 지급하지 않도록 규정을 바꿨다. 정부는 나랏돈을 엉뚱한데 펑펑 쓰는 황당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내부규정 등을 다시 점검해 봐야한다.더 큰 문제는 통계청의 기강 해이사례가 다른 공공기관 전체에서 보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기관과 공기업의 모럴해저드와 방만한 편법운영 사례는 국감에서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2년여동안 461차례에 걸쳐 골프장을 찾았고, 평일 이용도 51차례에 달했다. 골프장에서 금리나 통화정책을 논의하는 모양이란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마사회 임직원들은 최근 3년간 회원권을 보유한 골프장 3곳에서 근무일 870일 가운데 36%인 313일간 814회나 골프를 쳤다. 한은이나 마시회 임직원들은 천안함 1주기나 을지훈련 기간에도 골프장을 찾았다니 나사가 풀릴대로 풀린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한심스럽다. 경영평가 최하위인 공기업들이 자구노력없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한편으로는 요금인상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몰염치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번 통계청의 사례를 계기로 정부기관과 공기업의 기강을 확고히 잡아야 한다.

2012-10-15

軍, 이대로 안된다

지난 2일 강원도 전방철책선을 넘고 귀순한 북한 병사가 당초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가 발표한 우리 군의 CCTV에 발각된 것이 아니라 전방초소 생활관 문을 두드려 귀순한 것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 도발을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최전방의 경계수위가 `뻥` 뚫린 것에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국민적 여론이다. 더욱이 해당 부대는 당초 이 사실을 합참에 `허위보고`까지 하는 등 지휘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해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마저 받고있다.정승조 합참의장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GOP 내무반 앞에 북한군 1명이 있는 것을 초소상황실 근무자가 CCTV로 확인하고, GOP 근무병에게 연락해 신병을 확보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합참조사단이 해당 부대를 조사한 결과, “북한군 병사는 2일 오후 11시20분께 GOP 내무반 문을 두드렸고, 우리 장병이 나가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북한 병사가 해당 부대 경계지역인 전방철책선을 넘어 올 때까지 전혀 몰랐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 터진 것이다.좌파 정부 당시 터진 대북 관련 대형사고는 당시 통수권자의 북한관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군 지휘부도 통치권자의 성향에 코드를 맞추다 보니 오늘 이 지경에 이르렀고, 그 사고 또한 정권이 교체됐음에도 불구하고 `체질개선`이 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북한 도발을 두고 그나마 지휘체계가 `선보고 후조치`에서 `선조치 후보고`로 바뀐 것은 다행이지만, 본질적으로 군 문화를 `군 답게`조성하지 못한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최근 군은 입대 장병을 위해 입·퇴소식을 거행하고 있다. 행사의 취지를 군 부대 인근 경제활성화를 한다는 경제논리로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남부권 부모가 최전방 부대에 입소하는 자식을 위해서 당일 최하 40만원 이상 경비를 써야 하는 데, 국가적 손실이자 넉넉지 못한 부모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꼭 참여해야 할 `입영문화`로 정착돼가고 있는데, 조손가정, 결손가정 자녀는 부모 없이 이등병 계급장을 달아야 하는 등 위화감까지 조성되고 있다.또 현 정부 들어 사병들의 사고 방지를 위해 입대 동기끼리 한 내무반을 사용케 하고, 군 내부 사정이 외부로 실시간 전달되는 통신시스템 등 문제투성이다. 남북한 대치 상황에서 우리 군은 더욱 강해야 한다. 엄격한 명령체계로 유지돼야 유사시에도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군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군 `지휘부`는 깊이 성찰하고, `군 다운` 환경을 새롭게 조성해야 만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2012-10-12

불산가스 사고 때늦은 책임공방

구미 불산가스 누출 사고로 피해가 커진 데 대한 책임소재를 놓고 초기 대응이 부실했던 환경부와 구미시 사이에 때늦은 책임공방이 한창이다. 특히 환경부가 불산가스 누출사고 직후 불화수소가 함유된 증기를 확인하고도 화학물질사고 위기경보 `심각`단계를 해제한 사실이 국감에서 드러나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이 대구지방환경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환경과학원은 사고 발생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오전 2시30분 사고지점 탱크 주변에 불화수소가 함유된 `미스트 형태의 증기`가 정체하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스트 형태의 증기는 기체 안에 떠다니는 매우 작은 액체 입자로 액체 물질이 물리적 힘을 받거나 증발한 뒤 공기 중에서 다시 액체로 응축될 때 생긴다. 문제는 환경부가 이 증기를 확인한 지 1시간 만인 오전 3시30분 간이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심각` 단계 경보를 해제한 것이다.이렇게 되자 구미시는 환경부의 `심각`경보 해제조치를 토대로 주민 대피령을 해제해 귀가시켰고, 이 때문에 시민들의 피해가 늘어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즉, 2차 피해를 키운 조기 귀가 책임이 구미시가 아닌 환경부의 성급한 판단 때문에 일어난 일이란 얘기다.구미시는 국립환경과학원이 소석회 살포를 지시했는 데, 이행하지 않았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나오자 남유진 구미시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남 시장은 “보도 내용 중 `구미시, 불산 사고 직후 피해 막을 기회를 7번 놓쳤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발생 후 국립환경과학원이 7차례 소석회 살포를 지시했다는 방제 요청을 듣지 못했고, 사고발생 이튿날(28일) 오전 9시에 사고 현장 및 주변 공장을 소석회로 방제 작업을 하려 했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작업으로 현장접근이 차단돼 방제가 불가능했다”면서 “국과수 감식단이 오후 1시에 철수한 후 25분 뒤 오후 1시25분부터 소석회로 방제작업을 시작해 오후 1시 50분에 사고현장과 주변 50m이내 방제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이런 안전사고가 날 때마다 벌어지는 책임공방은 늘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이번 불산가스 누출사고의 경우도 중앙부처인 환경부와 해당 지자체의 책임 떠넘기기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각종 재난에 대한 예방 체계는 선진국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다. 선진국이라면 마땅히 갖춰야 할 촘촘한 재난 예방 체계와 사후 대처매뉴얼이 이처럼 느슨해서야 어떻게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을까.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를 계기로 전국의 위험물 취급업소에 대한 전수조사와 사고 예방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아울러 사고발생때 행동지침을 규정한 사후 처리 매뉴얼을 만들어 유사시에 대비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 정부의 최우선과제다.

2012-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