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국제 전문기관 점검`에도 의혹이 있었다. 전문기관 한 곳에만 견적 요청서를 보내고, 다른 비 전문 업체를 들러리로 세웠다는 것이다. 비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도처에 있었다. 지난해까지는 `납품업체`가 서류를 위조했는데, 이번에는 시험기관이 외국기관에 의뢰한 시험결과를 위조했다. 그러니 납품업체의 서류와 시험기관의 것이 완벽하게 일치했던 것이다. 그러나 `제보와 양심선언`은 있었고, 원자력안전위는 서류만 보고 조사를 끝내지 않고 실제 시험을 통해 조작 사실을 밝혀냈다.
원전 1기를 짓는데는 약 3조 원이 들어가고, 사용되는 부품은 300만개에 이른다. 그 부품의 납품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하는데, 원전 비리의 온상은`원전의 폐쇄문화`이다. 보안을 이유로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납품업체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난관이 있는데, 일단 한번 진입하면 단단한 결속력을 가지고 배타적 고리를 형성한다. 그래서 비리가 있어도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고 서로 쉬쉬하며 덮는다. 이때문에`원전 마피아`란 말까지 생겼고, 원자력발전소가 아니라 `비리 발전소`란 소리까지 듣는다.
이번 케이블 시험비리도 `공생관계`의 산물이다. 국내 시험기관이 캐나다 시험기관에 시험을 의뢰했고, 그 기관에서 시험결과를 조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의뢰한 업체가 시험내용을 바꿔달라고 했다면 원전업게 풍토상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을의 입장에서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요즘 `갑을관계`를 개선하자고 하는데 원전의 갑을 관계는 매우 견고하고, 폐쇄문화 탓에 이를 깨기는 매우 어럽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2중 3중의 감시체제를 구축해야 하고, 비리에 대한 문책은 어떤 다른 경우보다 엄격히 해야 한다. 원전의 위험성을 감안할 때 납품비리에 대한 처벌은 당연히 가중처벌이어야 한다. 그리고 최대한 투명성을 확보해서 `음습한 곳의 곰팡이`가 생존할 수 없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