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논어에서 “빈곤이 문제가 아니라 고르지 않은 것이 문제다”라고 했다. 인간의 상대적 심리를 갈파한 말이다. 인간세상은 불공평하기 마련이다. 공산 사회주의에도 지독한 불공평이 존재한다. 일반 민중과 고위층의 생활상은 천양지차다. 인간세상이란 차별 있는 것이 정상이고 인간의 삶 도처에 불평등이 존재한다. 그 불평등은 우월감 환상과 부딪치면서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입힌다. 많은 범죄자들이 `자존심의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아왔다.
그 상처는 어릴때의 것일수록 더 아프다. 공자가 “고르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걱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학생들은 초중고교 시절부터 `차별`에 노출돼 있다. 부자 마을 아이들은 가난한 마을 아이들과 상종하지 않는다. 고급 브랜드 교복을 입은 아이들은 일반 교복을 입은 아이들을 깔본다. 국내 수학여행만 가는 학교와 해외로 나가는 학교는 류(類)가 다르다. 1백만원 이상 드는 해외여행일 경우 가정형편때문에 못 가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못 가는 아이들의 좌절감이나 상대적 박탈감은 평생의 상처로 남을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의 마음을 어른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요즘 경제민주화가 여야간 화두다. 대기업에 대한 특혜를 줄여라, 중소기업의 애로를 해결하라, 가난한 노인들의 복지를 높여라 등등 기업과 노인에 대한 논의는 활발한데 학생에 대한 것은 별로 없다. 기껏 한다는 것이 `무료 급식`정도다. 급식비 못 내는 학생들의 자존심을 살려주기 위해 전원 무료급식을 하고 그 비용을 대기업에 뜯어내자는 정책이 전부다. 해외 수학여행을 못가는 학생들의 자존심을 살려줄 방안은 왜 강구하지 않는가. 교복의 경우는 `물려 입기``공동구매` 등의 대안이 있는데 양극화가 극심한 수학여행에 대한 대책은 없다. 초중고교생들이 해외여행을 꼭 해야 하나? 여유 있는 가정의 경우 부모가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한다. 왜 굳이 학교에서 상대적 박탈감으로 깊은 상처를 입히는 해외여행을 해야 하나. 꼭 해야 하겠다면 `해외 수학여행 기금`같은 것이라도 만들어서 상처받는 아이들의 자존심을 살려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