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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씨가 비자금을 숨긴 곳

등록일 2013-06-05 00:03 게재일 2013-06-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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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은 집권 말기 수시로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불렀다. 재일 동포 기업인도 불러들였다. 중요한 국정을 논의하려는 것도 아니고, 국가 재정에 대해 의논하자는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한 기업인은 “왜 불렀겠어? 돈 가져오라는 것이겠지” 라고 속내를 토로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청와대의 명령을 받는 `기업조사팀`이 삼청동 뒷산에 있었다. 그 기관은 기업비리 조사를 구실로 기업인을 불러들였다. “돈을 불렀지 나를 불렀겠어?”라는 것이 당시 불려간 기업인들의 소회였다. 그때 한 봇따리를 안겨주면 그 다음부터는 `귀찮은 일`이 없어졌다고 한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왜 그렇게 막대한 비자금을 모았을까? 세종연구소 같은 기구를 하나 만들어서 연구한다는 구실로 상왕(上王) 노릇을 하며 말 잘 듣는 후배 노태우를 대통령 자리에 앉혀놓고, 이런 저런 국정 간섭을 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을 것이다. 비록 권력의 자리에서 물러나지만 `돈`이 있으면 무사할 것으로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총신 장세동을 두 번씩이나 감옥에 보냈고, 자신은 법정에 서서 중형을 선고받고, 백담사에서 유배생활까지 했다.

그런데 그가 지금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추징금 중에서 4분의 3을 아직 내지 않고 있으며, 오는 10월 시효가 중지된다는 점 때문이다. 별 일 없이 10월이 지나면 그는 평생 한푼 내지 않고 편히 여생을 살 것이다. 국민 법감정에서 이것은 용납되지 못한다. 12·12 군사쿠데타를 일으켰고, 광주사태를 유발했지만 사면 복권이라는 은사(恩赦) 덕분에 잠깐 감옥살이를 하고, 자유의 몸이 됐다. 그러면서도 그는 막대한 비자금을 교묘한 수법으로 은닉한 채 532억원만 내고 계속 `배 째라` 하고 있다. 그는 돈을 어디에 숨겼을까?

독립인터넷 언론인 뉴스타파는 최근 “전재국씨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고 했다. 따라서 전(全)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여기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전재국씨는 2004년 7월 28일 버진아일랜드에 불루아도니스 코포레이션이라는 유령회사를 설립했고, 주소는 서울 서초동 자신의 출판사 `시공사`의 주소와 일치했다. 더욱이 전씨가 유령회사를 설립한 2004년은 그의 동생 재용씨에 대한 검찰 조사로 인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은닉문제가 불거진 와중이어서 비자금이 페이퍼캄퍼니를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숨기고 싶은 자금은 으레 조세피난처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수사기관이 밝혀내겠다는 의지만 확실하다면 그 숨긴 곳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뉴스타파가 도와주고 있지 않은가. “숨긴 돈을 못 찾는가, 안 찾는가”라는 의문에 수사기관은 이제 명쾌히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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