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료에 따르면 군위 부계초등이 지난해 싱가폴 등 동남아 수학여행 경비로 1인당 131만3천 원을 부담한 반면 문경 산북초등은 강화도 수학여행 경비로 1인당 2만 원을 부담해 두 학교간 격차가 무려 65배에 달했다. 대구 정화여고는 지난해 중국 수학여행 경비로 1인당 79만5천 원, 경북사대부고는 문경·영주 수학경비로 1인당 5만2천 원을 부담해 15배의 차이를 보였다.
주로 사립학교의 수학여행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든 것도 특징이다. 대구지역 초중고 수학여행 경비 상위 10개교의 경우, 초등 1~2위, 중학교 1·3위까지, 고등학교는 무려 9곳이 사립학교였다. 경북 역시 중학교 상위 1~5위, 고등학교는 상위 7곳이 사립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여행 경비는 학부모 동의와 교내 `수학여행 수련활동 활성화 위원회`에서 정한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학교 자율로 정해지기 때문에 서민층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학생들 사이에서 차별을 받을까봐 힘들게 수학여행을 보낼 수밖에 없다. 그나마 동참을 못하는 학생들의 상실감과 상처를 받게 된다.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교육 양극화 문제의 한 단면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부자집과 저소득층 아이 할 것 없이 공평한 교육과 공정한 경쟁의 원칙이 지켜지는 것이 우리 교육의 궁극적 목표이다. 양극화는 학력중시와 사교육 강화, 나눔과 배려의 인성교육 저해 등 현재 우리 교육현장에서 파생되는 각종 문제점을 양산하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중산층 이상, 소위 부자들은 더 나은 사교육을 통해 수능 고득점, 명문대 진학, 사회지배계층으로 부의 재생산을 이뤄낸다. 교육과 사회적 경쟁에서 쉽게 승리를 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빈곤의 악순환이란 덫에 갇힐 수밖에 없다. 태어난 성격이나 인성, 능력 등 유전적 요인을 떠나 경제와 문화, 교육적 조건이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면 공정하고 평등한 경쟁이 결코 아니다.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서부터 불공정 경쟁을 배우고, 이로 인해 느끼는 상실감은 큰 상처가 된다. 이런 환경에서 교육의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인 공정성과 배려, 나눔, 올바른 인성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소외되거나 불우한 환경의 어린이들에게 더욱 많은 관심과 혜택을 주고, 교육의 기회균등을 위해 정부나 공교육기관들이 함께 노력을 해야 한다. 농어촌의 아동이나 결손가정, 빈곤층, 장애아,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소외받지 않고 상처받지 않는 교육현장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