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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경시 풍조를 어떻게 할 것인가

등록일 2013-06-04 00:03 게재일 2013-06-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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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을 별 죄의식 없이 저지르거나 자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풍조가 만연하다. 연애인들의 자살을 모방하고, 과거`윤심덕과 그 애인의 자살`처럼 낭만적으로 보기도 한다. 자동차에 연탄불을 피워 독가스 자살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고재봉이나 유영철의 집단 살인 같은`묻지마 살인`은 지금 없지만 쉽게 살인하고, 쉽게 자살하는 인명경시 풍조는 더 심해진다.

살인의 유형은 3가지다. 이유 없이 여러 사람을 죽이는 사이코패스의 살인, 저항력이 부족한 상대를 대상으로 하는 열등의식자의 살인, 분노에 의한 우발 살인 등이다. 무차별 집단 살인은 사이코패스 살인이고, 어린 소녀를 성폭행하고 목숨을 뺏는 살인은 열등의식에 의한 살인이고, 자신의 처지가 잘못된 것을 세상 탓으로 돌리는 분노살인도 있다. 특히 불쾌지수 높은 여름철에 살인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지난 해에는 7월과 8월에 살인사건이 빈번했다. 제주 올레길 초등학생 살해사건, 등교중인 초등학교 여학생을 납치 살해해 시신을 마대에 넣어 유기한 통영 살인사건, 울산시 중구 다세대주택 자매 살인사건 등은 7월에 일어났다. 의정부역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으로 8명에게 상해를 입힌 사건, 정신질환인 40대 여자가 초등학생 2명을 흉기로 찌른 사건, 성폭행 실패후 칼로 2명에게 상해를 입힌 후 도주중 주택에 침입해 1명을 죽이고 2명에 상해를 입힌 수원 사건, 서울 중곡동에서 전자발찌를 차고 성폭행을 시도하다 반항하자 살해 도주한 사건 등은 지난해 8월에 일어났다.

지난 5월26일 대구에서 일어난 여대생 살해 사건도 인명경시 풍조가 빚은 우발적 살인이라 할 수 있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참을성과 자제력을 발휘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지만 인간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이 확고했다면 피할 수 있을 사건이었다. 피의자는 피해자를 성폭행 하려다가 반항하자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하고, 시신을 렌트카에 실어 경주시 건천읍 화천리 저수지에 빠뜨렸으며, 다음날 피의자는 태연히 전날 술을 마셨던 그 술집에 찾아가는 뻔뻔함을 보였다. 여대생을 태워간 택시를 수배해서 정황을 파악한 후 경찰은 별 어려움 없이 용의자를 체포할 수 있었다.

피의자는 경찰의 수사력을 과소평가한 모양이다. 특히 범인은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아 `성범죄자 알림e`에 신상이 공개되고 있는 자였다. 죄의식이 있었거나 자신의 약점을 인식하고 있었다면 자수를 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죄가 경감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학교교육, 가정교육, 사회교육 등에서 인성·법의식교육을 강화해야 하겠다. 자신의 생명이든 남의 생명이든 인간의 생명은 존엄하다는 것을 철저히 인식시키는 교육기능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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