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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정전(停戰)기념일을 기리자

등록일 2013-07-26 00:47 게재일 2013-07-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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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5일을 우리는 잘 기념하지만 정전협정을 조인한 날에는 무심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압록강을 국경으로 한 완전통일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미국이 38선을 군사분계선으로 한 휴전을 확정짓자 우리는 53년 7월27일 휴전협정 조인식 참여를 거부했고, 반공포로 석방 등으로 반발했다. 이후 정전일을 북한은 `승전절`로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하고, 우리는 그 날을 `잊혀진 날`로 넘겼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은 `전쟁발발일`보다 `전쟁 그친날`을 더 중요하게 기린다. 전쟁이 난 날은 비극적인 날이지만 그친 날은 축하할 만한, 희망의 날이기 때문이다. 독일이 1차세계대전 항복문서에 서명한 날이 11월11일 오전 11시이므로 유럽 유엔국들은 그 때 현충일 행사를 시작한다.

우리나라도 정전 60주년이 되는 올해부터 7월27일을 기념하기로 했다. 60주년은 환갑이 되는 해이므로 의미가 있다. 한국은 미국에, 백악관은 한국에 대통령 특사단을 파견하는데 그 격(格)이 많이 높아졌다. 한국의 국력이 신장됨에 따라 6·25 참전은 자랑스러운 일이 됐다. 생존 참전용사들은 “우리가 목숨 바쳐 싸운 나라가 오늘날 10위권 경제대국이 되다니, 한국전에 참전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공산당에 맞서 싸워 자유민주주의를 지킨 최초의 전쟁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지켜줄 가치가 있는 나라를 지켜주었다는 자부심이다.

6·25에 참전했던 나라 16개국중 15개국은 수도에 참전기념비를 세웠다. 영국이 빠진 나라인데, 영국도 올해 런던에 기념비 건립에 착수해서 내년 7월 27일에 완공후 기념식을 거행할 것이라 한다. 그동안 정전기념비가 없었던 것은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런던에 부지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인데, 한국계 귀족인 로더미어 자작부인이 약 1억원을 기부하고, 한국 정부가 추가로 지원해서 자원을 마련함으로써 기념비 건립에 착수하게 됐고, 이 일은 영국의 유명 조각가 필립 잭슨이 맡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2일 부산에서 열린 `유엔군 참전·정전 60주년 추모식`에 참석했다.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해야 하며,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하고, 북한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도록 국제사회와 공조해 유도할 것이다. 우리가 이룩한 성공의 경험을 세계와 공유하면서 개발도상국들의 발전을 돕고 있다”고 했다. 유엔군으로 참전했던 국가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경제성장을 축하하며, 6·25 정전협정일을 `보람 있는 날`로 기린다. 우리도 이제는 그 날을 잊혀진 날이 아니라 `통일기원의 날`로 높이 기려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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