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내려온 찬공기와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서 팽팽하게 맞서면서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마가 예상보다 오래가고 있지만 일단 장마가 끝나면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으로 9월 초까지 무더위가 이어질 것”이라 한다. 하늘이 한반도에 호된 시련을 주는 것 같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동해안은 냉수대 후에 적조까지 겹친다. 이미 남해안은 엄청난 피해를 봤다. 강렬한 햇빛 등 적조 번식 여건이 조성되면서 양식 물고기가 떼죽음한 것이다.
경남 거제에서 처음 적조가 발생한 후 통영, 남해, 거제 일대 양식장 21곳의 물고기 744만 마리(20억원 상당)가 폐사했고, 특히 통영은 양식장 40여곳 중 80%가 피해를 입었다. 전남쪽은 아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여수 앞바다에 적조가 확산돼 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강한 비나 태풍처럼 적조를 막을 요인이 당분간 없을 것인데, 남풍을 타고 적조가 계속 연안으로 밀려오고 있다”며 철저한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포항시 남구 장기면 양포리에서 북구 청하면 월포리까지 동해안 해역에 적조가 발생해 27일 적조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날 길이 1㎞ 폭 30m의 적조띠를 어민들이 발견하고 수산당국에 신고했는데, 적조생물의 밀도가 주의보 기준치보다 훨씬 높았다. 경북도 어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최근 포항 등 동해안 일부 수역의 경우 냉수대가 약해지고 수온이 급속히 오르면서 적조 발생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했다. 아직 양식장 피해가 보이지 않고 있으나 남풍이 불어 적조대를 양식장 쪽으로 밀고, 수온 상승으로 적조 발생 해역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으니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둬야 한다.
경북도는 28일 하루 동안 3척의 어업지도선을 동원해 샅샅이 예찰했고, 어선들에게도 적조를 발견하면 문자메시지 등으로 즉각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양식장에서는 가급적 적조생물 밀도가 낮은 중층으로의 가두리 이동이 요구되며, 육상 수조식 양식장은 유입수 사용시 주의가 요망된다”고 했다. 항구적인 적조대책을 위해 연구기관에서 해독제 발명에 더 힘을 기울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