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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가스전 ‘대왕고래 프로젝트’ 19일 분수령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전액 삭감하며 사실상 국비지원이 끊긴 동해 가스전 개발 사업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운명이 오는 19일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한국석유공사가 개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해외 투자 유치에 나선 가운데 ‘동해 해상광구 지분 참여’ 입찰 결과에 따라 사업의 존속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를 앞두고 지난 8일 국회에서는 사업 추진 과정의 불투명성에 대한 날 선 지적이 쏟아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은 프로젝트의 1차 시추 중간 결과 발표가 지연되는 등 책임 있는 정보 공개가 부족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권 의원은 이날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향해 “안덕근 전 장관이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 1750개가 넘는 시료를 확보했고, 이를 분석하면 다른 6개의 유망 구조에 대한 오차 보정으로 시추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면서 “중간 결과는 정밀 분석 후 5월이나 6월경에 발표하고 최종 보고를 8~9월경 한다고 했는데 8월은 지났다. 9월엔 할 수 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김 장관은 “최종 결과가 나오고 지금 관련된 절차들이 정리되면 보고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만 답했다. 권 의원은 안 전 장관이 유망성 평가의 신뢰성을 확인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사업의 관련 내용이 아직 발표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시추에만 8750만 달러(약 1200억 원)가 소요된 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불투명한 진행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여론 수렴 등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었음을 보고한 바 있으며, 최종 분석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사업 존속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정부는 최근 내년도 예산안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며 사실상 직접 지원을 중단했다. 문신학 산자부 1차관은 지난 1일 2026년 산업부 예산안 설명 브리핑에서 “신청 계획을 수립하지 못해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애초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예산 편성 과정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다만 이재명 정부가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냐는 질의에는 “에너지 부문에서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면서 “현 상황에서 ‘포기한다’, ‘계속한다’ 말씀드리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정부가 한발 물러난 상황에서 결국 사업의 지속 여부는 석유공사의 해외 투자 유치 성패에 달렸다. 석유공사는 1차 탐사 시추에서 경제성 있는 저류층을 찾지 못했으나 동해는 이미 유가스(탄화수소를 연소시키거나 분해하여 얻은 연료 가스)가 확인된 지역이고, 이를 저장할 수 있는 양질의 사암층이 확인됐으므로 추가 분석을 통해 유가스의 흐름을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9-09

“TK 발전이 대한민국 발전… 각별한 관심 갖겠다”

더불어민주당은 9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역대 최대의 대구·경북(TK) 지역 국비 지원이 반영됐다는 점을 부각하며 TK발전을 정부와 같이 각별히 챙기겠다고 공언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TK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철학인데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며 “특별한 어려움이 있는 지역에는 특별히 더 배려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역대 최대 금액, TK 국비 지원이 반영됐다. 대구는 8조 원대, 경북에는 12조 원대 국비가 편성됐다”면서 "대구의 경우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의약품, 신성장 동력 육성과 웹툰, 뮤지컬 문화예술 도시 건설이, 경북의 경우 수소 연료 전지, 배터리, 에너지 등 미래 신산업 육성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념, 세계경제포럼 예산 등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ABCDEF(AI·바이오·콘텐츠·방위산업·에너지·제조업) 경제 성장 전략이 TK의 발전이고 TK의 발전이 대한민국의 발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TK의 성공을 위해서 앞으로도 우리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가 원팀 원보이스로 똘똘 뭉쳐서 각별한 관심과 기대를 갖겠다”고 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진짜 대한민국 예산이 필요한 곳이 바로 TK”라며 “대구는 미래 투자를 통한 성장이 필요한 곳이다. 봄 산불, 여름 수해로 상처 입으신 경북도민들께 APEC 성공으로 회복하는 가을을 선사하겠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대선 공약을 TK에서 가장 신속하게 실천하도록 하겠다”며 “내 삶이 나아지고 있다는 얘기가 대구·경북에서부터 전국으로 퍼져 나가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인 한병도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역시 “대구 같은 경우 AI 로봇 수도로 도약하기 위한 건의 사업들이 많은데 정부에서 빠진 것들이 있어 그것을 잘 챙겨봐야 할 것 같다”며 “경북은 첨단산업 예산이 반영 안 된 것들이 있어 예산 과정에서 꼼꼼히 챙기겠다”고 했다. 허소 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은 “늘 정부 1년 차쯤 예산 정국 전후에 민주당 TK 홀대라는 제목으로 한 일주일 정도 언론에 공세를 당했다”며 “이번만큼은 분위기가 너무 좋아 이번 예산이 국회를 거치면서 대구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사업들을 당과 대구시당이 열심히 잘 지키고 추가적으로 더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찾고 협의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TK지역에서 국민의힘 독식이 지역 발전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정 대표는 “고인물은 썩고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라며 “TK에서 특정한 세력이 장기집권하다 보니 여러 소통과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있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지적한 뒤 “이재명 정부는 당정대와 똘똘 뭉쳐 TK를 챙기는 데 소홀함이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규환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 직무대행도 “경북은 지난 40년 동안 1당 독점 구조가 장기화하면서 견제도 긴장도 없는 일방독주식 무능 행정의 표본이 됐다”며 “국민의힘 일당독주가 만들어 놓은 경북의 참상을 이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치유하고 되살려야 한다”고 요청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9-09

정청래 대표 “경주APEC·철강 경쟁력 강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가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정상회의와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법안 등 국회 차원의 협력과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국익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면서 이재명 정부의 정책에 힘을 실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최근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높이 평가하며 “국회 차원에서도 실용 외교를 기조로 삼아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외교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을 든든하게 뒷받침해 대통령의 부담을 덜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주에서 열릴 2025 APEC 정상회의와 관련, “각국 정상들에게 재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보여줄 시금석”이라면서 “여야가 힘을 합칠 충분한 국익을 위한 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APEC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하고, 한국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알리며 새로운 무역 루트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 대표는 최근 위기에 놓인 철강 및 반도체 산업 지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 특별법’과 ‘반도체산업특별법’ 제정을 통해 이재명 정부의 제조업 첨단화 정책을 뒷받침하겠다면서 “반도체와 이차전지, 자동차, 조선, 기계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재·부품·장비 핵심기술 자립화를 추진하며, 석유화학과 철강 산업의 고도화에도 힘쓸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내란 청산’을 시대정신으로 규정하며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반성과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다. 여야와 보수·진보가 함께 역사 청산이라는 오래된 숙제를 풀어내야 할 때”라면서,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 심판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사법제도 개혁과 관련해서는 대법관 증원, 법관 평가제 등을 포함한 ‘법원조직법’,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수사 기록도 제대로 다 읽을 수 없을 지경의 (대법관) 업무를 국회가 덜어드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9-09

다식, 다이어트의 적이지만 달콤한 유혹을 어찌...

다식(茶食)은 다소 떫고 쌉쌀한 차를 마시는 문화와 함께 발달해왔다. 한국과 더불어 중국과 일본에도 차에 곁들여 먹는 달콤한 과자가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적지 않은 여행자들이 일본을 다녀올 때면 ‘일본판 다식’이라 불러도 좋을 화과자(和菓子)를 사온다. 화과자의 설탕 함유량이 엄청나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일본 역시 녹차와 홍차를 마시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건 화과자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 ‘나무위키’는 다식을 “한과의 일종으로 신라와 고려시대에 널리 성행했던 차(茶) 문화와 함께 생겨난 과자”라고 정의하며, “곡물가루를 꿀에 반죽하여 모양을 만든 것이기에 과도하게 달다. 두께는 동전 4~5개를 쌓아놓은 정도고, 크기는 손톱 만하게 작지만 하나만 먹어도 씁쓸한 녹차나 다류가 땡긴다”고 부연하고 있다. 그렇기에 체중 조절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먹기엔 적절한 음식이라고 할 수 없는 게 다식이다. 과도한 당분이 그 이유일 터. 하지만, 쳐다보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고 화려한 동시에 혓바닥을 녹일 듯한 매혹적인 단맛은 다식을 쉽게 끊을 수 없게 만든다. 우리가 시나브로 커피와 담배에 중독되는 것처럼. 그렇기에 가능하면 먹는 양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송홧가루나 콩가루, 밤이나 참깨 등 몸에 덜 해로운 재료로 만든 다식을 선택하는 게 다식에 의한 폐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지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9-09

안동 양반들 별식 ‘헛제삿밥’과 ‘다식’을 아시나요?

아래 기사는 본지 홍성식 기자가 한국기자협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하고 있는 ‘역사와 스토리가 있는 영남 음식’을 일부 수정·보완한 것이다…/편집자 주 경상북도 안동은 기자들에게 매력적인 취재처가 분명하다. 가까이는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사에서부터 멀리는 16세기 조선 성리학의 빛나는 편린, 그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으니. 서원(書院)과 고택(故宅)의 고풍스런 검은 기와는 또 어떤가. 어떤 사람이건 설레게 만드는 힘이 있다. 도처에 역사적 숨결이 깃든 하회마을을 산책하듯 유유자적 걸으며 그 옛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삶을 떠올리고, 밤이 이슥해지면 박재서나 조옥화가 빚은 ‘쨍한’ 안동소주 한 잔 맛보는 것. 이만한 여행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좋은 술엔 먹음직한 음식이 따르는 게 정한 이치. 안동엔 먹을거리도 적지 않다. 아예 골목 하나를 통째 차지하고 들어서 군침을 돌게 만드는 안동 갈비는 헐하진 않지만 비싼 값을 한다. 석쇠에 잘 구운 한우 갈비를 먹고 나면 서비스로 나오는 찌개도 더할 나위 없이 맛있다. 발골(拔骨) 과정에서 생기는 자투리 고기와 매운 풋고추를 넣어 칼칼하게 입 속을 정리해준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소금간이 잘 배어든 고등어를 구워 먹는 것도 안동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안동 간고등어는 아이들에겐 ‘밥도둑’ 주당들에겐 ‘술도둑’이라 불릴 만하다. 안동식혜도 그렇다. 대체 누가 식혜에 고춧가루와 무를 넣을 생각을 할까? 안동 사람들이 아니라면. 기자가 마셔본 바 숙취 해소에도 그저 그만이다. 서너 해 전이다. 나흘을 안동에 머물렀다. 취재 반·휴가 반의 여유로운 일정이었다. 그때 또 하나 안동의 별미와 즐겁게 조우했다. 이름하여 ‘헛제삿밥’. 흥미로운 작명이다. 안동엔 제 나름 양반이라 큰소리치는 가문이 여럿이다. 그런 집엔 제사가 많다. 그럴 수밖에 없다. 부친과 모친, 조부와 조모만이 아니라, 증조부와 고조부 제사까지 모시는 경우가 흔한 탓이다.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은 정갈하고 담백하다. 자극적인 양념을 최대한 배제한 것이 대부분. 그런데, 비단 제사 때가 아니라도 이런 것들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날이면 이른바 ‘양반 집안’에선 탕국을 끓이는 동시에 생선과 전을 굽고, 온갖 나물을 데쳐 가마솥에 갓 지은 고슬고슬한 밥과 함께 야식으로 먹었다. 요즘 애들이 밤늦게 피자나 양념통닭을 배달시켜 먹는 것처럼. 그게 ‘헛제삿밥’의 유래라면 유래다. 헛제삿밥의 백미(白眉)는 갖은 나물을 넣은 비빔밥이다. 거긴 고추장 대신 집에서 만든 조선간장을 넣어 간을 맞춘다. 안동의 제각각 가문마다 비빔밥 맛이 다른 이유다. 헛제삿밥은 집에선 만들어 먹기가 번거롭고 힘도 든다. 그러나 걱정 마시라. 지금이 어떤 시절인가? 안동엔 헛제삿밥을 전문으로 파는 식당에 몇 군데 있다. “어느 식당이 최고”라고 다툴 필요도 없다. 대부분 식당이 다 먹을 만하니까. 글을 쓰는 지금도 입 안 가득 침이 고인다. 박재서 명인이 빚은 알코올도수 45%의 안동소주를 반주로 헛제삿밥을 먹었던 날을 떠올리면, 그깟 왕후장상(王侯將相)이 부럽지 않다. 안동엔 종갓집이 많다. 대부분의 종가(宗家)는 날아갈 듯한 기와를 이고 선 멋들어진 고택(古宅)이다. 퇴계종택, 학봉종택, 농암종택, 경당종택, 제산종택 등이 그렇다. 그것들 가운데 학봉종택과 농암종택에선 하룻밤 자는 호사도 누렸다. 이른바 ‘종택(고택) 스테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농암종택에선 종손과 아침을 함께 먹었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깔끔한 밥상이 수 세기 전 선비의 조반(朝飯)이 어떠했는지 짐작케 해줬다. 학봉종택에서 맛봤던 다식(茶食)은 색깔과 디자인 면에서 ‘미슐랭 3스타’에 올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날 밤 앞에 놓인 다과상 위에선 계절과 무관하게 각기 다른 빛깔의 장미가 피어났고, 잣과 흑임자는 별로 다시 태어났으며, 조청에 절인 사과와 잘 말린 곶감은 혀를 녹였다. 20세기 이전이라면 헛제삿밥도, 다식도 양반들만 먹었을 게 분명하다. 힘겨운 매일의 노동과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궁핍 속에서 가난한 백성이 그런 걸 만들어 먹는 건 언감생심이었을 터. 그래. 정말이지 다행이다. 기자가 살고 있는 지금이 양반과 상것의 구분이 사라져 형식적 평등이라도 이뤄진 21세기라는 게.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9-09

李 대통령이 정국경색 푸는 중재자 돼야 한다

그저께(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오찬 회동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에 합의함에 따라, 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협의가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협의체는 장 대표가 제안했고, 정 대표와 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전격 합의됐다. 그동안 여야 대치로 얼어붙었던 정국이 협치 모드로 전환될지 주목된다. 정례화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협의체는 야당 대표가 요청하면 개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의제는 여야 이견이 크지 않은 공통 대선 공약과 청년 고용, 지방 건설 경기 활성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여야정 국정협의체가 구성된 적이 있다. 당시는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여야 원내대표 등이 참여해 정례적으로 개최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야 갈등이 워낙 심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했다. 이번엔 제안자가 야당 대표이고, 참여 범위가 대통령실과 민주당, 국민의힘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100여 일 만에 야당 대표를 만나 정치권의 협치 무드를 리드하는 장면은 평가를 받을 만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장동혁 대표를 따로 만나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위해 야당 대표가 요청하면 적극 검토해 소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서로를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진정성에는 의심이 가지만, 이날 여야 대표들도 서로 협조와 협력, 소통을 해나기로 굳게 약속했다. 하지만 쟁점 현안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향후 실질적인 협치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을 사실상 내란세력으로 몰아가는 민주당 태도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선거일이 임박할수록 강성지지층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정치권 생리다. 이런 측면에서 이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여야 중재자 역할을 하며, 경색된 정국을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2025-09-09

‘이준석의 보수재편’ 성과낼 수 있을까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주 경북대와 영남대 교문 앞에서 안전모를 쓰고 직접 작업차에 올라 현수막을 설치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돼 눈길을 모았다. 정치성이 강한 연출이지만, ‘이준석 답다’는 생각은 든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도 예비후보 등록을 하자마자 대구에 내려와 시민들에게 출퇴근 인사를 했다. 대선후보가 권위의식을 내려놓고 ‘나홀로’ 출퇴근 인사를 하는 모습을 대구시민들도 그때 처음 봤다. 이 대표가 TK대학가에서 현수막을 달며 언론과 접촉한 것은 얼마 전 대구를 다녀간 조국 전 혁신당 대표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두 사람은 최근 ‘2030세대 극우화’ 논쟁으로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치권에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감한 의제를 선점하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가 대구에서 조 전 대표의 ‘2030 세대 극우론’을 쟁점으로 만들 경우 TK출신 젊은 층 외연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과 안철수 의원과도 ‘지방선거 연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 이미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서울에서 각각 ‘구청장 1곳 불출마’와 ‘서울시장 불출마’를 조건으로 연대하는 방식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되는 모양이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권에서도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이러한 딜(deal)이 가능할 것이다. 이 대표는 오 시장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에 대해 “정치적으로 인적 교류도 많고, 거의 한 팀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한때 욕설까지 주고받았던 안철수 의원과도 화해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그는 최근 BBS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힘 내 탄핵찬성파와의 연대 여부와 관련, “안철수 의원과는 여러 가지 해볼 수 있는 게 많다”고 했다. 두 사람은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개혁보수’라는 동일 노선을 취하고 있고, 둘 다 경기도에 지역구를 두고 있어 ‘선거 연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나온다. 지난 7일에는 두 사람이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도 같이 참석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오세훈·홍준표 정책 통합 전략’ 보고서를 공개한 적이 있다. 세 후보 캠프의 공약을 각각 정리한 뒤 이 대표가 공통 키워드를 찾아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 보고서가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의 이러한 행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과의 관계를 변수로 개혁신당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향한 지지세 확장에 성공한다면 이 대표로서는 국민의힘과의 연대 수준을 올릴 수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극우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할 경우에도 이 대표의 개혁 보수 이미지는 더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론, 이 대표가 국민의힘 내 탄핵찬성파와의 접점을 넓히면서 보수진영 재편을 하는데 자신이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이 대표의 ‘보수재편 시나리오’가 어떤 정치 지형을 만들어 낼지 주목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09-09

TK신공항 개항 연기 가능성까지 나오나

대구경북(TK) 신공항 건설사업이 재원확보라는 난관에 부딪혀 개항 연기가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TK신공항 건설사업과 관련해 기자들과 만나 “사업 기간을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차별 재원 계획과 TK신공항 사업 기간을 현실적으로 맞춰 다시한번 짜볼 계획”이라고 덧붙여 설명해 2030년 개항 목표인 TK신공항의 개항이 당초 목표를 지키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이 된다. 김 권한대행은 지난 7월 대구시의회 임시회에서도 연말까지 자금조달 계획이 확정되지 않으면 내년 토지 보상 관련 절차가 지연될 수밖에 없으므로 개항에 차질이 불가피함을 언급 한 바 있다. 그동안 기획재정부 등 정부 요로를 찾아 TK신공항 사업비 조달을 요청했지만 결과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이 난 것으로 해석이 된다. 따라서 대구시는 공공자금관리기금 활용에 대해서는 보상단계인 1~2년만 빌려 쓰고,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가는 시기에는 지방채를 발행해 사업을 추진하되 이자만이라도 국비보조를 받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 한다. 또 군공항 후적지 개발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K-2 이전부지 전체 가운데 민간주택 건설 비율을 당초 13.6%에서 36%까지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구경북민의 최대 숙원사업인 신공항 사업이 사실상 재원 확보가 안돼 전면 재검토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신공항 사업 자체가 어떻게 얼마나 더 늦어질지 알 수 없다. 내년 정부 예산에 가덕도 신공항은 6890억원의 예산을 배정하면서 대구시가 요청한 공공자금은 1원도 배정하지 않았다. TK신공항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부대 양여 방식으로 10조원이 넘는 군공항 이전사업을 지자체가 추진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TK신공항은 부산가덕도와 광주 군공항 이전사업과 함께 수도권 일극체제를 완화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국토균형발전을 이루는 역사적 사업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약속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 비전을 제시해야 형평성 논란도 잠재울 수 있다.

2025-09-09

정치인의 악수

악수란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화된 인사 방법이다. 나라마다 문화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반가움이나 친근, 화해 등을 드러내는 인사법이다. 이런 악수에는 예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윗사람이 먼저 청할 때 악수를 해야 한다. 악수를 할 때는 상대방의 눈을 바로 쳐다보아야 한다거나 왼손잡이도 오른쪽 손으로 인사를 해야 한다는 등등이다. 2013년 미국의 빌게이츠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의 일화다. 빌게이츠는 박 전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공개되자 미국의 한 언론은 그의 무례함을 비판한 적이 있다. 비록 사소한 악수일지라도 장소와 사람에 따라 격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정치인은 악수를 특별하게 해석할 때가 많다. 정치인이 사람을 만나 악수하는 것은 정치적 메시지가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차 중국을 다녀왔던 우원식 국회의장은 귀국 후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를 했다”고 자랑하며 악수한 그 자체가 성과라고 말해 어리둥절케 했다. 그의 악수를 두고 남북 관계의 복원 가능성이나 한반도 정세에 작은 변화 가능성을 주었다는 정치적 해석을 따로 붙인 것이다. 김 위원장과 아주 잠깐 악수를 한 것에 불과한데 해석치고는 너무 거대해 보였다.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과는 죽어도 악수않을 것 같았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악수를 하자 언론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이 대통령의 제안으로 만나기조차 꺼렸던 양 대표의 첫 악수가 성사된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 화해일 수도 있고 대화의 시작일 수 있는 두 정치인의 악수 이후가 어떨지 기대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9-09

선택의 저울

어제 저녁, 가을 바람이 유난히 기분 좋게 불어왔다. 하루 종일 앉아 있던 몸을 일으켜 산책을 나섰다. 어느새 하늘은 어두워짐을 서둘렀고 저녁 바람은 초가을의 신선함과 여유를 가져왔다. 나는 오랜만에 뛰기도 했다. 호흡이 거칠어질수록 운동이 주는 해방감에 머리도 맑아지고 기분도 좋아졌다. 땀이 이마에 맺히자 몸 안에 쌓였던 무거움이 바람결에 흩어지는 듯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신호등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횡단보도의 초록불이 막 깜빡이고 있었지만 무리해서 건너기보다 잠시 더 기다리기로 했다. 저녁 운동을 마치고 많은 사람들이 건너고 있었다. 순간적인 조급함보다 한 박자 늦추는 선택이 나의 마음을 편하게 했다. 다음 신호가 켜지자 천천히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눈끝에 무언가가 보였다. 고개를 내려다보니 접힌 지폐가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지만 보지 못했던 지폐가 내게 온 건 행운이지 않을까. 나는 멈칫했다. 지폐를 세어보니 칠만원이었다. 오만 원권 한 장이랑 만 원권 2장이 접힌 채 바닥에 놓여 있었다. 순간 마음이 복잡해졌다. ‘이 공(空)돈으로 맛있는 것을 사 먹을 수도 있고, 그간 미뤄온 책을 살 수도 있지 않을까?’욕심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곧바로 또 다른 생각이 뒤따랐다. ‘이건 누군가의 하루 일당일지도 몰라. 한 어르신이 힘겹게 모아둔 비상금일 수도 있고, 내일 병원에 가야 할 돈일 수도 있잖아.’ 지폐가 내 손에 쥐어져 있는 동안, 내 마음은 양쪽으로 기울다 다시 반대편으로 기울기를 몇 차례나 반복했다. 그러나 끝내 한 가지 생각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나에게는 칠만원이 특별한 행운처럼 다가올지 몰라도 잃어버린 누군가에게는 삶의 무게만큼 절실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 내 발걸음을 가까운 지구대로 향하게 했다. 지구대 문을 열며 스스로 조금은 부끄러웠다. 내심 ‘누군가가 찾아올까? 그냥 돌아서서 내 주머니에 넣어둘까?’하는 흔들림이 있었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대 안의 경찰관에게 돈을 건네는 순간 마음 속에서 묘한 안도감이 피어올랐다. 경찰관은 친절하게 분실물 접수 절차를 설명하며 내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 넣었다. 그 일련의 과정이 그리 특별할 것은 없었지만 돌아 나오는 내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내적갈등이 일렁이던 순간을 곱씹었다. 인간은 누구나 욕심과 양심 사이에서 흔들린다. 그러나 그 갈등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우리를 규정한다. 돈을 맡기며 내가 얻은 것은 단순히 ‘옳은 일을 했다’는 자기 만족이 아니었다. 그것은 욕심을 이겨낸 작은 경험이 나를 더 단단하게 해 주었다는 자각이었다. 집에 돌아와 창가에 앉았을 때 문득 바람이 커튼을 스치며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저녁의 공기에는 미묘한 신선함과 고요가 깃들어 있었고 그 속에서 나는 조금 전의 일을 되새겼다. 바닥에서 우연히 주운 돈, 그 돈을 맡기기까지의 짧은 갈등, 내 손을 떠났지만 웃음이 났다. 그것은 ‘소유하지 않음’에서 비롯된 묘한 충만감이었다. 생각해 보니 인생의 굽이마다 우리를 지탱해주는 것은 화려한 성취가 아니라 이러한 사소한 순간들인지도 모른다. 남들이 보기엔 하찮아 보일 수 있는 선택이 스스로에게는 오래도록 등불이 되어 줄 수도 있다. 누군가는 ‘굳이 왜’라고 가볍게 말할 수 있겠지만 오늘의 작은 선택이 훗날 어느 위기 앞에서 다시 내 마음을 붙들어 줄 것임을 나는 확신한다. 그 확신이 가을바람처럼 오늘 밤, 조용히 스며들었다. 인생은 예기치 못한 순간들의 연속이다. 길을 걷다 주운 돈 몇 장에서도 우리는 삶의 의미와 교훈을 얻는다. 욕망은 언제나 손쉬운 유혹처럼 우리 앞에 나타난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소유한다. 돈은 사라졌다. 가을바람처럼 스쳐간 짧은 순간이었지만 ‘옳은 선택’이란 결국 자신을 지키는 선택이라는 명제를 새겨주었다. 선택의 무게는 나를 지켜내는 울타리임을 오늘 저녁 다시 일깨웠다. /김경아 작가

2025-09-09

대세르비아주의 독립투쟁사 ②세르비아, 피의 명가(名家) 탄생

러시아 알렉산더 1세. 나폴레옹 정복전쟁에 위협을 느끼던 러시아는 1812년 본국으로 철군해버렸다. 영국 역시 러시아가 돌아서자 터키를 제압하려던 초심은 간곳없이 슬그머니 발을 빼면서 터키와 휴전을 맺으며 관망 자세로 돌아섰다. 국제사회 냉혹함을 몸소 경험해야 했다. /퍼블릭 제공 세르비아인 최초 공식적인 피의 학살 서막이 열렸다. 역사는 위기 때 영웅을 탄생시킨다. 이제는 단순항쟁이 아니라 반란으로 확장이었다. 하우두크(Hauduk), 즉 튀르키예에 조직적으로 대항하는 반란군을 뜻하는 용어가 생겼다. 예니체리에 대항하는 첫 조직이다. 하지만 가장 큰 피해를 봤던 크네즈를 비롯해 성직자들까지도 농민들을 다독이는데 동참했다. 그러나 농민들 생각은 달랐다. 분노는 예상보다 강했다. 농민들은 그야말로 농기구를 들고 대항했다. 일찌감치 최정예 전투력으로 무장한 예니체리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면서 과거 전투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자라면 지도자로 뽑아 그를 중심으로 뭉쳤다. 농민들은 1804년 2월 블랙조지, 세르비아어로 페트로비치 카라조르지예(Petrovic Karadjordje)를 지도자로 뽑았다. 졸지에 블랙조지가 급부상하면서 농민군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는 오스트리아군 소속으로 터키와 맞서 싸운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산발적인 대항에 불과했던 세르비아 농민들을 똘똘 뭉치게 하는 능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자금을 동원할 수 있었고, 무기 조달과 풍부한 전쟁 경험은 오스만터키에 대한 독립투쟁으로 확산하는 데 성공한다. 세르비아 무신정권이 시작된 지 4년 째, 블랙조지를 중심으로 한 농민군은 곳곳에서 예니체리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 시작했다. 36세 블랙조지는 일약 스타로 떠오르면서 예니체리의 지도자 다이스 네 명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이들은 목숨을 부지하기에 급급했다. 결국 처량한 도망자 신세가 된 다이스를 끝까지 추적해 섬에 숨어 있던 예니체리 지휘관 다이스 목을 베는 데 성공한다. 블랙조지는 농민군 지도자로 우뚝 서며 술탄을 향해 예니체리 해체를 요구했다. 술탄으로서는 씨알도 안 먹히는 말이었다. 술탄으로서는 발칸반도 중앙에 위치한 세르비아의 지리적 이점은 매우 다양했다. 러시아와 오스트리아, 프랑스를 비롯해 도이칠란트 등 서구열강들을 견제할 수 있는 전략적, 지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충지였다. 반대로 국제사회가 바라보는 세르비아 땅은 매우 단순했다. 재빨리 발을 담그면 자신들 차지가 될 것처럼 보였을 법했다. 영국과 러시아가 군침 삼키며 발칸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미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가 된 터키제국으로선 도무지 믿기지 않은 표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러시아가 터키제국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게 된 시점이라고 보면 거의 정확할 것이다. 블랙조지는 러시아로 눈을 돌렸다. 때마침 오스만터키가 나폴레옹과의 외교적 우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가 내민 손을 뿌리치고 외교관계를 거절해버린다. 러시아로서도 방법은 단 하나, 세르비아를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것뿐이었다. 러시아 차르 알렉산더 1세로서는 닭 대신 꿩인 셈이다. 알렉산더 1세는 가장 먼저 농민군 지도자 블랙조지를 자신 편으로 만들었다. 1811년 러시아는 세르비아 농민군을 지원하면서 의회를 설립하고, 블랙조지를 의장으로 선출한다. 러시아와 영국의 뒷배를 믿은 블랙조지는 오스만제국과 전쟁에서 꾸준히 승리를 거두며 중부도시 니쉬를 손에 넣는다. 하지만 나폴레옹 정복전쟁에 위협을 느끼던 러시아는 1812년 본국으로 철군해버렸다. 영국 역시 러시아가 돌아서자 터키를 제압하려던 초심은 간곳없이 슬그머니 발을 빼면서 터키와 휴전을 맺으며 관망 자세로 돌아섰다. 국제사회 냉혹함을 몸소 경험해야 했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 된 블랙조지는 사면초가에 빠지고 말았다. 도망치기에 급급했던 잔존 예니체리는 오스만제국의 힘을 뒷배로 몸을 돌려 재차 반격해오기 시작했다. 예니체리들이 반전에 성공하자, 블랙조지는 독립은커녕 당장 목숨을 부지하기조차 힘에 겨웠다. 예니체리들은 일시에 도나우강을 건너 베오그라드를 점령해버렸다. 두 번째 입성이었다. 다시 권력을 잡은 무슬림과 예니체리의 악정은 이전보다 더욱 심했으며, 농민을 향한 폭력이 기승을 부렸다. 예니체리의 보복은 처절했다. 반란군을 뿌리 뽑겠다며 15세 이상 세르비아 남자들을 잔인하게 도륙한다. 여자와 어린이는 노예로 삼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혁명군 지도자 블랙조지와 수많은 세르비아인이 베오그라드 도나우강 서쪽지역 제먼이나 노비사드 인근지역으로 몸을 피해야했다. 그러나 세르비아 농민들도 그냥 있지는 않았다. 1815년 짠, 하고 등장한 인물이 세르비아 우쥐째 출신의 밀로쉬 오브레노비치였다. 그는 비록 농민 출신이었으나 전쟁보다 뛰어난 언변으로 타협에 능한, 외교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인물이다. 그 역시 농민항쟁에 몸을 담았던 경력이 있었지만, 재력과 세치 혀로 오스만제국에 충성을 맹세해 처형을 면한 인물이다. 민족의 미래보다 쥐꼬리 권력이 더 중요했던 까닭이다. 인간은 권력의 달콤함을 잊지 못한다. 욕망은 새로운 욕망을 낳는다. 이때부터 세르비아는 블랙조지와 밀로쉬 두 가문과 지지자들이 나눠지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박필우 스토리텔링작가

2025-09-09

국내 철강산업 위기 극복 ‘K-스틸법’ 제정 논의 속도 낸다

국내 철강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이른바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전환 특별법)’ 제정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관련 법안들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소위원회로 회부되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국회 산자위는 지난 8일 전체회의를 열고 여야 간사 합의에 따라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어기구·이상휘 의원 대표발의)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 지원 특별법안(김정재 의원 대표발의) △철강산업 진흥 및 탈탄소 전환 촉진을 위한 특별법안(권향엽 의원 대표발의) 등 일명 ‘K-스틸법’을 소위원회로 긴급 회부했다. 이에 9일 소위원회에서는 ‘K-스틸법’ 심사가 처음으로 진행됐고 정부 측의 의견을 청취했다. 관련 부처는 이날 철강 산업이 직면한 위기 상황에 대해 공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첫 소위인 만큼 입법안이 구체적으로 검토되지는 않았으며 향후 법안 핵심 내용과 조항별 실효성, 재정·규제 특례 적용 방안, 공청회 일정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법안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어 정기국회 내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법안이 통과되면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설치, 녹색철강 기술 지정 및 지원, 주요 산업 집적지 특구 지정 등 산업 전반에 걸친 지원과 규제 특례가 가능해진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9-09

“빛나는 청춘, 꺼지지 않은 방천” 제12회 방천아트페스티벌 성료

대구의 대표 예술축제인 제12회 방천아트페스티벌이 지난 7일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올해 축제는 ‘빛나는 청춘, 꺼지지 않은 방천’을 주제로 6~7일 김광석 다시그리기길과 대봉동 일원에서 열렸다. 시민과 예술가가 함께 어울리며 예술과 일상이 만나는 장을 마련했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대구를 비롯해 전국에서 활동 중인 예술가 250여 명이 참여했다. 전시·공연·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가족 단위 관람객과 예술 애호가들의 발길을 끌었다. 골목마다 설치된 미술 작품과 거리 퍼포먼스, 라이브 드로잉은 일상을 예술로 채우며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개막 첫날에는 예술가와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공연과 댄스, 퍼포먼스 등이 이어져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축제로 채워졌다. 주최 측은 이틀간 약 6000여 명의 관람객이 찾은 것으로 집계했다. 박토마스 방천문화예술협회 위원장은 “김광석거리의 예술이 지역 상권과 상생할 수 있도록 매년 프로그램을 고민한다”며 “예술과 지역이 함께 숨 쉬는 축제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13년 첫 개최 이후 매해 새로운 주제로 열리고 있는 방천아트페스티벌은 공연·전시 중심의 거리예술 축제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도 청년들에게 무대를 제공하고, 지역 주민·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장을 이어가며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에서 수준 높은 공연과 전시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9-09

대구 남구 ‘숲속 책 쉼터’ 이달 중 임시개장 예정

건축법 위반 논란이 일었던 대구 앞산 해넘이캠핑장이 숲속 책 쉼터와 반려동물 놀이터로 탈바꿈해 이달 중 주민들의 품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남구청은 당초 올해 7월쯤 개장할 예정이었으나,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BF) 등 각종 행정절차로 인해 개장 시기가 지연됐다. 하지만, 캠핑동의 건축허가와 생활환경(BF) 인증 절차는 별개로 봐야한다는 국토부의 의견에 따라 이달 중 일부 시설(관리동)을 임시 개장 할 계획이다. 남구는 야영장 터에 숲속 책 쉼터와 반려동물 놀이터 등을 조성하기 위한 관리동의 일부 시설물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지난 7월 건축물 승인을 받았다. 또 캠핑동의 생활환경(BF) 인증은 사전심의를 마친 상태로 보안, 심사 등 인증 절차와 함께 건축물에 대한 허가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이후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정식 개장할 방침이다. 임시 개장할 관리동에는 카페와 열람실, 책 서고, 화장실 등이 들어서 주민들이 무료로 책을 읽거나 빌릴 수 있다. 앞서 남구청은 앞산 숲속 책 쉼터와 반려동물 놀이터 조성을 위해 지난 3월 도시공원위원회를 열고 앞산 캠핑장의 용도를 기존 야영장에서 1종 근린생활시설로 변경하는 공원 조성계획 변경안을 확정했다. 남구 관계자는 “시민들이 너무 오랜 시간 기다렸다”면서 “그동안 시설물에 대한 관리를 꼼꼼히 한 만큼 최고의 시설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남구는 총 83억원을 들여 지난 2023년 5월 앞산 캠핑장을 준공했지만, ‘알루미늄 복합패널’로 캠핑장 숙박시설을 짓는 등 건축법 등을 위반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나 개장이 무산됐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9-09

수성구-ZKM, 미디어아트 국제교류 협력

대구 수성구가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기관인 ZKM(Zentrum für Kunst und Medien)과 ‘미디어아트 교류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번 체결로 양 기관은 △연호지구 미디어아트 미술관 조성 △국내 신진작가 발굴 플랫폼 구축 등에 대한 협력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연호지구 저수지 인접 공원에 들어설 연호지구 미디어아트 미술관 조성은 LH에서 지원하는 협력사업으로, 단순 전시관의 기능에서 벗어나 ZKM이 보유한 세계적 역량을 결합해 신진작가를 발굴, 글로벌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등용문을 마련할 계획이다. ZKM은 예술·과학·기술의 융합을 선도하며 전 세계 미디어아트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인정받는 기관으로, 이번 협력은 수성구가 추진 중인 미디어아트 미술관 조성과 더불어 세계적 수준의 콘텐츠가 지역으로 유입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또 연호지구 미디어아트 미술관 조성은 인근 간송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문화인프라와 연계한 체류형 관광 벨트를 형성해 폭넓은 관광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성구는 삼성라이온즈파크와 대구스타디움, 조성 중인 타임빌라스 수성과 결합해 머물고 싶은 ‘목적의 도시’로 변모시켜 나갈 예정이다. 알리스테어 허드슨 ZKM 관장은 “수성구가 추진하는 미디어아트 미술관 프로젝트는 매우 인상적이며, 수성구와 ZKM의 협력은 예술과 기술, 지역사회가 만나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기관 ZKM과 협력은 미래세대를 위한 문화·경제적 자산이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인구 감소 시대에 도시 집객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독일 카를스루에시, ZKM, 쿤스트할레 미술관 대표단은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6일간 수성구를 공식 방문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9-09

포항 철강·수출 부진···경북동해안 7월 경기 둔화

경북동해안 경기가 철강 생산 부진 등으로 뚜렷한 감속을 보이는 것이 확인됐다.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9일 발표한 ‘2025년 7월중 경북동해안 실물경제동향’에 따르면 포스코 포항제철소 조강 생산량과 철강산업단지 생산액이 동반 감소하는 등 제조업 경기 둔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반면 경주 자동차부품과 수산물 생산은 증가세를 보였다. 생산면에서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조강 생산량은 116만9000t으로 전년 동월 대비 7.6% 줄었다. 포항 철강산단 생산액도 1조2000억원으로 3.5% 감소했다. 반면 경주 지역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부품 생산은 차량 생산 증가(+8.7%) 영향으로 2.3% 늘었다. 수산물 생산량 역시 9000t으로 11.2% 증가하며 생산액 기준으로는 25.3% 늘었다. 서비스업의 경우 경주 보문단지 숙박객 수는 15만6000명으로 15.6% 줄었다. 내국인(-15.7%)과 외국인(-13.9%) 모두 감소했으며, 콘도·리조트 이용객은 32.7% 급감했다. 반면 울릉도 입도 관광객은 4만명으로 16.3% 늘면서 지역 전체 방문객은 38만7000명으로 10.2% 증가했다. 수요부문에서 수출은 8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5.6% 줄었다. 화학제품(-50.2%)과 철강금속제품(-8.2%)이 감소세를 주도했으나 기계류(+7.5%)는 늘었다. 지역별로는 포항(-18.2%)과 경주(-1.7%) 모두 부진했다. 수입은 8억2000만달러로 4.2% 줄었으며, 포항(-9.6%)은 감소했지만 경주(+30.0%)는 증가했다. 소비 측면에서는 포항·경주 주요 중대형 유통업체 판매액이 1.2% 증가했다. 가전제품(+11.7%)과 식료품(+4.2%) 판매가 늘었으나 의복·신발은 3.5% 줄었다. 승용차 신규 등록대수는 549대로 21.5% 감소했다. 투자·부동산의 경우 설비투자 지표인 자본재 수입액은 3650만달러로 16.3% 늘었지만 건축착공면적(-38.6%)과 건축허가면적(-73.5%)은 모두 크게 줄었다. 아파트 매매가격은 포항과 경주 모두 전월 대비 0.2% 하락했고, 주택 매매 건수는 13.0% 감소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9-09

경북서 공공기관 사칭 사기 잇따라…소방본부·교육청 “주의 당부”

경북지역에서 소방과 교육기관을 사칭해 고가 장비나 물품 구매를 유도하는 사기 행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도민과 지역 업체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9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접수된 소방관 사칭 시도는 총 14건에 달한다. 사기범들은 실제 소방공무원의 이름이나 위조된 명함, 구매확약서를 내세워 업체에 접근한 뒤 선납품이나 송금을 요구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지난 7월 포항에서는 “자동심장충격기 60개가 긴급히 필요하다”는 말에 속아 1억 원이 넘는 금액이 송금되는 피해도 발생했다. 경북교육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보고됐다. 지난 4일부터 교육청 소속 직원 명의가 도용돼 일부 업체에 물품 주문 확인 전화가 걸려왔고, 본청 콜센터에는 실명 여부를 묻는 문의가 잇따랐다. 교육청은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도내 각급 기관에 공문을 내려 사건 내용을 알렸으며, 홈페이지 알림창을 통해 학생·학부모·지역사회에도 주의를 당부했다. 두 기관은 공통적으로 “공식 문서와 이메일, 기관 전화번호를 통해서만 거래를 진행한다”며 “개인 휴대전화 연락이나 비공식 계좌 송금 요구는 모두 사기이므로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성열 경북소방본부장은 “전국의 어떤 소방기관도 민간업체에 대리구매를 요청하지 않는다”며 “선결제 요구에 속지 말라”고 당부했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이번 사례는 도민과 소상공인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경찰과 협력해 추가 피해를 예방하고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5-09-09

포스코 4인, 숙련기술인의 날서 ‘K-철강 기술력’ 입증

포스코가 ‘숙련기술인의 날’ 기념식에서 다시 한번 세계적 철강 경쟁력을 입증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9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2025년 숙련기술인의 날 기념식에서 ‘대한민국명장’ 11명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포항제철소 오창석 명장이 금속재료 분야(금속재료제조 직종)에서 이름을 올렸다. 오 명장은 42년간 제강·연속주조 현장에서 신기술 개발과 조업 안정화, 후배 기술인 양성에 기여했다. 제안왕 2회 수상, 22건의 특허와 4편의 논문, 7권의 저술,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집필 등 풍부한 업적을 남겼다. 2019년 포스코명장, 2021년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2022년 우수숙련기술자와 경상북도명장에 이어 올해 국가 최고 권위의 ‘대한민국명장’에 올랐다. 포스코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같은 행사에서 진행된 ‘2025 우수 숙련기술자’ 시상식에서도 기계조립관리정부분야(기계정비 직종)에서 김규식 차장과 이승환 계장이, 금속재료 분야(열처리 직종)에서 정용걸 과장(파트장)이 나란히 선정됐다. 올해 우수 숙련기술자는 31개 직종, 54명 규모다. 포스코 관계자는 “세계 철강업의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숙련 기술인의 축적된 노하우와 혁신이 포스코 경쟁력의 근간”이라며 “앞으로도 현장 명장 육성과 기술 전승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울산에 ‘영남권 숙련기술진흥원’을 착공할 계획이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이날 행사에서 “조선,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K-숙련기술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정부도 기술인 양성과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9-09

공항관리 노동자들 19일부터 추석연휴까지 파업⋯대구공항은 큰 차질 없을 듯

전국공항노동자연대(이하 노동자연대)가 오는 19일부터 추석 연휴까지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9일 밝혔다. 노동자연대는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총파업 선포식을 가졌다. 노동자연대는 인천공항 노동자가 가입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와 대구공항, 포항경주공항 등 나머지 14개 공항 노동자가 가입한 전국공항노동조합으로 구성돼 있다. 두 노조가 함께 총파업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원들은 주로 공항 자회사에 소속돼 활주로·청사 유지 및 보수, 소방, 전기 설비 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인천공항 3조 2교대 근무의 4조 2교대 전환 △인천공항 4단계 확장에 따른 필요인력 충원 △전국 공항의 자회사 불이익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 공항의 자회사 불이익 개선의 주요 내용은 자회사 위탁계약 낙찰률을 현행 92%에서 100%로 적용해 줄 것과 결원 발생 시 계약 대가에서 일부 감액하는 감액제도 폐지 등이다. 노동자연대 관계자는 “올해 설 연휴 때에도 파업이 없었음에도 공항마다 3∼8시간 지연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전체 인원의 60% 이상이 참여해 결항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구공항과 포항경주공항에는 각각 112명, 50명의 공항 관리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 중 20%정도가 파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공항은 필수고객사업장으로 항공기 운항 등에 필요한 필수 인원은 유지해야 한다. 파업을 하더라도 고객들의 불편이 없도록 비노조원과 파업 미참여자, 외부 대체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락현·김보규기자

2025-09-09

농밀한 바다향 밀려오는 여름 보양식… 초록 면발은 ‘덤’

몸을 위해 필라테스 1대1 수업을 시작했다. 두 달이 지나고 몸이 조금 나아진 기분이다. 찬찬히 몸에 대해 알려준 강사님과 식사하자고 했더니 몸보신 가능한 식당을 추천했다. 처음 듣는 상호라 내비게이션에 의지해 찾아갔다. KBS 포항방송국 앞에 자리한 ‘울릉도태양식당’. 울릉도에 가지 않고 울릉도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고 했다. 차가 있어서 어디든 갈 수 있어서 편하지만, 주차장이 없는 맛집은 패스하는데, 이 집은 건너편에 아주 너른 공영주차장이 있어서 좋았다. 편하게 스윽 주차하고 길을 건너갔다. 문을 열자마자 바닥에 따개비가 먼저 반겼다. 따개비 칼국수가 대표 메뉴이니 벽에도 카운터에도 따개비로 장식했다. 하지만 해물 재료 특유의 비린 향이 나지 않아 좋았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가게에 들어서면서 훅 풍기는 냄새에 질리기 때문에 입맛을 잃곤 한다. 이 집은 일단 첫인상 합격. 메뉴판도 간단했다. 따개비칼국수, 따개비죽, 해물부추전 뿐이다. 귀한 명이나물은 포장 판매한다. 둘이 방문한 우리는 세 가지 다 먹고 싶지만 전은 다음에 먹기로 하고 칼국수와 죽을 시켰다. 기다리는 동안 찾아온 손님들의 연령대를 보니 다양했다. 아장아장 걷는 아기를 데려온 부부, 엄마와 딸, 중년 부부, 젊은 연인, 지긋한 어르신들이 밑반찬을 앞에 두고 자신의 메뉴를 기다렸다. 물과 함께 내온 세 가지 반찬이 정갈하다. 과일로 단맛을 낸 겉절이, 직접 담근 효소로 맛을 낸 상추대와 돼지감자 장아찌, 꼬시래기 초무침이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가게 구석에 주인장이 직접 담아둔 효소가 가득했다. 보양식이라 손님의 건강을 위해 손을 아끼지 않고 철마다 다른 효소를 만들어 저장한다고 했다. 가게 안을 둘러보는 사이, 칼국수와 죽이 나왔다. 그릇 위에 따개비가 가득 올려져서 누가 봐도 따개비 칼국수와 따개비 죽이다. 먼저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맛보았다. 바다향이 밀려왔다. 자극적이지 않고 뭉근한 맛이다. 그런데 면의 색깔이 초록이다. 어떻게 반죽했냐고 여쭈니 수입 밀가루는 경상도 사투리로 ‘생목 낀다’는 말이 있어서 비싸지만 국산 밀가루만 사용해서 포항 특산물 부추즙을 내서 반죽에 넣었다니 더 맛이 궁금했다. 생목 낀다는 의미는 위산이 역류해 소화불량이라는 뜻이다. 한 젓가락 후루룩 들이켰다. 쫄깃한 식감이 입안에 감돈다. 더 쫄깃한 것은 따개비였다. 주인장의 인심만큼 듬뿍 들어있어 숟가락을 뜰 때마다 씹혔다. 둘이 두 가지 맛보라고 내온 앞접시에 칼국수와 죽을 번갈아 먹으며 땀을 흘렸다. 국물까지 싹 비웠다. 담백한 맛에 밑반찬이 한몫해서 셀프바에서 리필해서 먹었다. 따개비는 단백질과 칼슘, 마그네슘, 셀레늄 등 미네랄이 풍부해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해 성장기 어린이와 노년층의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한 타우린과 오메가-3 지방산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관 건강을 증진해 고혈압, 동맥경화 등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다. 항산화 성분이 세포 손상을 막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면역력에 도움 준다. 최근 연구에서 항균 및 항암 효과가 입증되어, 암세포 성장 억제와 유해균 번식 억제에 도움을 준다고 했다. 저지방·저칼로리 식품으로 체중 관리에도 좋다. 조개류 알레르기가 있는 분은 섭취를 피해야 하며, 반드시 충분히 익혀서 섭취해야 한다. 울릉도에 본점이 있다. 포항의 울릉도태양식당, 이곳은 육지에서 섬나라 울릉국의 맛을 그대로 내 뱃멀미 심한 우리에게는 좋은 장소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09

퇴직 후, 누리는 즐거운 취미 생활

포항시 북구 신광면에 거주하고 있는 이경희(64) 씨는 취미 부자다. 이른 아침 수영을 시작으로 오전에는 흥해복합커뮤니티에서 천아트와 캘리그라피 수업에 참여하느라 매일매일 바쁘지만 즐거운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지난 2학기에는 스마트폰 사진까지 배웠다. 여행지에서의 즐거운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배워두고 싶어서다. 4개월간 수업 후에는 그동안 배운 것으로 작품 전시회도 열었다. 퇴직 후에 취미로 누리는 쏠쏠한 재미다. 최근 주위를 둘러보면 퇴직을 앞둔 분들이 퇴직 후에 무엇을 하고 지낼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모습들을 종종 보게 된다. 대부분은 많은 시간을 어떻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로 이어갈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 어느 글에서 읽은 걸 떠올려보면 탑은 기단부, 탑신부, 상륜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탑의 상륜부를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퇴직 후의 30년이 바로 상륜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나온 시간보다 앞으로의 30년을 더 잘 보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시간이 여유로워지는 건 분명하지만 규칙적인 생활이 사라지면 무기력해지기 십상이다. 이때 취미가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취미 생활이 정신과 신체를 건강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 관계 유지 함에 있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요즘 취미는 여러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고를 수 있는 취미도 많다. 보통 여행이나 음악, 미술, 요리, 운동, 공예나 글쓰기의 창작 활동 등이 있다. 또 AI 시대인 지금 디지털 기술에 새롭게 발을 들여놓기도 한다. 여러 가지 취미 활동 중 무엇보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걸 하면 된다. 평소에 자신이 하고 싶어 했던 걸 선택하거나 어린 시절 막연히 꿈꾸어 오던 것을 도전해 볼 수 있다. 여기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모임으로도 이어지면 새로운 배움에 대한 기회가 끊임없이 생긴다. 투자의 복리 효과 같은 거다. 도서관이나 문화센터에서 가볍게 시작하게 된 취미가 뜻밖의 재능으로 연결되어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된 사람들도 더러 볼 수 있다. 등단을 하기도 하고 각종 공모전에서 당선되어 작가로서의 새로운 기회를 얻은 사람들이 그들이다. 수강생에서 강사로서의 길을 걷는 사람도 종종 있다. 이경희씨도 처음에는 퇴직 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나름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원래 배우는 걸 좋아해서 같이 수영을 하는 분에게도 다른 수업을 자주 추천하기도 한다. 나의 소개로 함께 하게 되면 더 기분이 좋다. 스스로도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기고 젊은 분들도 알게 되니 일석삼조(一石三鳥) 이상이다”라고 말한다. 올해 2월 퇴직을 한 권 미경(62) 씨도 마찬가지다. 시간 제약 없이 해외여행을 시작한 것은 물론이다. 관심 있었던 그림책 독서 모임과 블로그도 시작했다. 블로그는 처음 여성문화회관에서부터 시작해 지난 여름 포은중앙도서관에서도 하고 세 번째로 9월부터 시작하는 대잠도서관 블로그 수업도 신청한 상태다. 초보 블로거지만 여행지에서의 기록을 남기는 게 두 번 여행하는 느낌이다. 관심을 두고 꾸준히 하니 약간의 수입도 생기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취미 생활을 두고 “취미 생활로 또 하나의 새로운 길이 열리는 기분이다. 배움으로 관심사가 비슷한 분들과도 알게 되니 아직 ‘현역’이다”라고 당당히 말한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09

‘행복’을 처방하는 약국을 아세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 예끼마을에서 ‘예끼아트페어’가 열렸다. 안동시와 한국정신문화재단이 관광거점도시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도산면 서부리 선성현 문화단지에서 개최한 ‘예끼아트페어’는 다양한 예술 작품 전시와 함께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선성’은 예안의 옛 이름이다. 예안면은 안동댐 건설로 수몰되었고, 구 예안수몰지에서 북쪽으로 약 200m 지점 임야 구릉지에 택지를 조성하여 새마을을 형성해 이주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행정구역상 도산면 서부리에 속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예안이라 부르고 있으며 선성현 문화단지 조성사업이 추진되면서 ‘예술의 끼가 있는 마을’이라는 뜻의 ‘예끼마을’이란 별칭을 갖게 되었다. 선성현 문화단지는 선성현 관아의 옛 모습을 재현하여 역사와 문화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조성한 체험 관광단지이다. 아름다운 안동호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건립되었으며 물 위에 조성한 선성수상길이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사로잡는 곳이다. 2025 예끼아트페어는 선성현 문화단지 건물 전체를 활용해 전통 공간과 현대미술이 만나는 프로젝트다. 작가들의 작품 전시 외에도 예술 놀이 프로그램인 ‘움직이는 공간’, ‘옛이야기와 신문지 숲’, ‘꼬물꼬물 아트페어’가 운영되었고 국악 공연, 악기 연주체험, 싱잉볼 명상, 한복체험 등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그중 발걸음을 멈추게 한 곳은 미술체험인 ‘꼬물꼬물 아트페어’의 한 프로그램인 ‘행복약국’ 체험이다. 행복약국은 현대인의 마음치료를 위한 공간으로 누구나 손쉽게 ‘행복 가득한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곳이다. 약의 종류는 ‘마음이 편해지는 약’과 ‘자신감이 생기는 약’, ‘끈기있게 마무리 할 수 있는 약’,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약’ 등이다. 약의 정체는 젤리와 초콜릿, 석기시대, 꾀돌이 등의 간식으로, 종류별 약을 증상에 맞게 제조한 후 내복약 봉투에 용법을 표기하여 처방받을 수 있다. 이중 가장 인기가 있는 약은 ‘마음이 편해지는 약’이었다. 이 장난스러운 체험은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었는데 아이에게는 신기한 체험을, 어른에게는 잊고 있었던 ‘놀이’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전자기기나 디지털 없이 얼마든지 즐겁게 놀았던 순수했던 시절의 추억 속 아날로그 놀이 말이다. 현대인의 아픈 마음을 치료해 행복을 전해주겠다는 의도가 전해진 체험으로 관람객 모두들 행복한 환자가 되고 말았다. 처방받은 약 봉지를 들고 나갈 때 행복약국에 걸린 배너 광고가 눈에 띄었다. “행복을 처방합니다. 아이와 함께 웃음, 사랑, 꿈을 처방받아 가세요.”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09

삶의 내려놓기와 새로운 도전

내려놓을 줄 알아야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잠재력을 발현할 수 있다. 사회 첫 발을 내디뎠을 때는 더 올라가기 위해 손에 쥔 것을 포기하는 게 별로 어렵지 않다. 또 다른 기회만 잡을 수 있다면 모든 것은 포기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얼마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륜이 된 당신은 좋아하는 일, 후한 봉급, 안락한 집,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 등을 갖추게 되었을 때 당신 안의 잠재력을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그것을 과감히 포기할 수 있겠는가. 가진 것을 과감히 내려놓고 새로운 삶으로 보여준 한 사업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고학으로 수학과를 졸업한 그는 처음으로 선택한 곳은 아버지가 운전기사로 있던 코카콜라였다. 관리직으로 들어갔으나 운전기사의 아들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과소평가를 받고 승진에도 한계가 있을 것 같아 필스베리(Pillsbury)의 본사로 이직했다. 상사는 코카콜라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이었는데, 회사에 큰 고비가 있다며 모두가 일자리를 알아봐야 할 판이라고 했다. 그는 두렵지 않았다. ‘언제나 실패의 두려움보다 성공의 가능성을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열심히 일했고, 마흔 살까지 부사장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필스베리에 들어갈 때 팀장이었던 그는 곧 부장이 되고, 국장을 거쳐 부사장이 되었다. 36층의 전망 좋은 집무실에서 일했고, 초라한 시절을 뒤로 하고 급상승했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현재의 자리에서는 사장이 될 수 없었다.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최고 경영자와 상의를 한 후 필스베리의 한 사업부인 버거킹의 직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모든 조건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처음 접하는 일에 밑바닥부터 배워야 한다. 신입사원들과 함께 그릴 작동법, 와퍼 조리법, 손님 응대법 등을 비롯한 매장 운영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배웠다. 교육과정이 끝나고 매장 부지점장으로 발령을 받았고, 꿈을 향한 도전은 시작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점장, 지역 본부장, 필라델피아 치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물론 평탄하지 않았고, 시련도 많았지만 꿋꿋이 이겨냈고, 마침내 망해가던 갓파더 피자을 인수한 곳에 사장으로 승진해갔고, 꿈을 실현하게 된다. 그가 바로 허먼 케인(Herman Cain)이다. 그는 내려놓음의 법칙을 알고 손에 쥔 것을 포기한 덕분에 새로운 선택과 도전, 그리고 큰 성공이 주어졌다. 이것은 한 인생이 성공한 것이고 피자 사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찍게 된 것이다. 내려놓기는 새로운 성장의 기회다. 성장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과의 차이는 선택에 있다. 인생의 갈림길에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두려움 때문에 아예 선택을 포기하는 바람에 인생이 더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주변에 ‘내 처지가 바뀌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이 있다. 변하지 않으면 지금 있는 곳에 머물 뿐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없다. 제2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평소 하고 싶었던 일, 살고 싶었던 곳으로 과감히 이동하라. 기대하던 행복한 삶의 이정표를 그려갈 수 있다.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2025-09-09

전통과 현대의 조화···명장의 예술작품 속으로

조선시대 왕후 대례복, 비로자나불의 깊은 조각, 전통 목가구의 온기, 백자에 담긴 미감,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한 자수, 정밀기계 기술이 구현한 정교함 등 각기 다른 명장의 손끝에서 탄생한 예술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구·경북 명장들의 모임인 (사)대한민국명장회 대구경북지회의 제28회 작품전이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전관에서 개최된다. ‘대한민국명장’은 숙련기술장려법 제11조에 따라, 산업 현장에서 최고의 숙련기술을 보유하고 기술 발전과 기능인 위상 제고에 크게 기여한 기능인을 대상으로 고용노동부가 선정하는 국가 지정 명예직이다. 기계, 재료, 전기, 통신, 조선, 항공 등의 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금속, 도자기, 목칠 등의 공예 분야까지 총 37개 분야 97개 직종에서 15년 이상 경력자를 대상으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다. 각 분야의 명장들이 소속된 (사)대한민국명장회는 숙련 기술의 저변 확대와 장인정신 전수, 기능인의 권익 보호,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그 지역 지회인 대구·경북지회는 2003년 창립 이후 지역 숙련 기술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로 28회를 맞은 대한민국명장회 대구경북지회전은 산업과 예술, 문화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오늘날, 사람의 손끝에서 비롯되는 ‘숙련 기술’의 진정한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마련됐다. 이번 전시에는 박종병 석공예명장, 최환갑 목재수장명장, 김정옥 도자기공예명장, 윤만걸 석공예명장, 류정순 한복명장, 김나미 자수공예명장, 권수경 목공예명장, 이희영 시계수리명장, 김태식 양복명장, 이순용 귀금속가공명장, 이학천 도자공예명장, 김복연 한복명장, 김세용 세라믹명장, 박정열 귀금속명장, 변종복 금속공예명장, 임호순 미용명장, 최옥자 섬유명장, 남진세 석공예명장, 이대건 농업명장, 오정철 기계조립명장, 이계안 도자공예명장, 김명희 한복명장, 남명숙 화훼장식명장, 신화남 미용명장, 최영옥·권미숙 화훼장식명장 등 대한민국명장회 대구경북지회 회원 26명이 참여해 8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올해는 최근 한미정상회담 기념으로 외교부에서 트럼프에게 준 선물 거북선 모형을 제작한 울산의 오정철 기계조립 명장 등 서울, 부산, 울산, 광주 등 타 지역 명장 10인이 특별 참여해 작품의 폭과 지역적 다양성을 더했다. 출품작들은 전통 재료와 기법을 기반으로 현대적 미감과 창의성을 결합해 기능미와 조형미, 장인정신과 예술성을 동시에 구현하고 있다. 특히 석조·도자·목공 분야의 작품들은 깊이 있는 조형성과 질감 표현이 뛰어나며, 복식과 장신구 분야는 섬세한 디테일과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일부 작품은 현대 산업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숙련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조망하고 있다.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회는 살아있는 전통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기술과 예술, 산업과 문화가 교차하는 현장에서 숙련 기술의 새 가능성을 확인하고 예술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사회 품격과 감성 제고에 기여하며, 후학에게는 깊은 울림을, 관람객에게는 장인정신의 진면목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