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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이번 주 수요일까지 쌀쌀⋯10일 낮 최고 15도

대구·경북은 10일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오전까지 바람이 강하게 불어 추운 날씨를 보이겠다. 대구지방기상청은 이날 대체로 맑겠으며 울릉도·독도는 구름이 많을 것으로 예보했다. 낮 최고기온은 11~15도로 어제(17.2~20.1도)보다 2~3도가량 낮겠다. 바다에서는 동해 안쪽 먼바다에 오후까지, 동해 바깥 먼바다에는 밤까지 시속 35~60㎞의 강한 바람이 불겠고, 물결은 1.0~2.5m로 높게 일겠다. 항해나 조업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 주는 수요일까지 추위가 이어지다가 목요일부터는 평년 기온을 회복할 전망이다. 추위는 복사냉각이 활발해지면서 내일(11일) 아침 한층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은 구름 많다가 오후부터 차차 맑아지겠고, 아침 최저기온은 -1~6도로 예상된다. 낮 최고기온은 13~16도까지 올라 추위가 다소 누그러지겠다. 12일은 최저기온 -1~8도, 최고기온 15~18도로 대체로 맑겠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에는 추위가 조금 약해져 최저기온 1~9도, 최고기온 14~18도의 분포를 보일 것으로 전망돼, 올해 수능 한파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14일부터 16일 아침 기온은 1~8도, 낮 기온은 14~18도로 평년(최저 -1~7도, 최고 11~16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온이 낮아 춥고, 낮과 밤의 기온 차도 큰 만큼 건강 관리에 유의해 달라”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1-10

수연의 선율(Waterdrop)

나뭇잎도 태초에는 울음을 물고 나왔나 햇살이 얼비치는, 비릿한 소리의 핏줄 바람이 너무 흔들어 지느러미를 키웠나 빗물을 타고 올라 천둥 파고를 넘고 허공 저 건너편, 울음을 벗으러 갔나 청동빛, 절 한 채 짓고 추녀 끝을 쳐들고 하늘 수초 무성한 곳, 녹을 닦는 어느 가을 고통과 한 몸 되어 울음의 껍질 벗겼나 찢겨진 지느러미가 풍경 소리를 문다 ―손수성, ‘한 잎의 지느러미’ 전문 (‘피자를 주문하는 저녁’, ‘책 만드는 집’) 풍경은 멈춰 있지 않다. 그 이미지야말로 움직이는 감정 그 자체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무엇을 본다고 할 때 실제로 보이는 것은 껍질에 불과할지 모른다. 누구든 무엇으로든 어떤 풍경을 그릴 수 있다. 손수성 시인이 그리는 나뭇잎은 지느러미를 가졌다고 했다. 아니, 키운다고 했다. 이때 나뭇잎을 흔드는 것이 바람일지 모르지만, 지느러미를 키운 건 나뭇잎 그 자신이다. 세상 모든 것에는 그만의 리듬이 있다. 시인에게 바스라진 나뭇잎의 리듬은 찢겨진 울음이고, 눈빛을 흔드는 것은 이 세계의 보이지 않는 불안이다. 그 눈빛에 동요하는 것이 영화라면 어떤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촬영상과 초록뱀 미디어상을 수상한 독립영화 ‘수연의 선율’이라면 말이다. 옛 대구 동성아트홀 팬카페의 영화제작 소모임에서 출발한 최종룡 감독의 첫 작품이다. 시를 전공한 감독은 이 영화 역시 아일랜드의 시인 셰이머스 히니 (Seamus Heney)의 ‘철길 가의 아이들(The Railway chidren)’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우리는 말(語)들이 반짝이는 빗방울 행낭에 담겨 전선을 타고 여행한다고 생각했다. We thought words travelled the wires In the shiny pouches of raindrops.”(여국현, 역) 2013년에 작고한 셰이머스 히니는 1995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아일랜드의 시인이다. 이 시의 제목은 에디스 네스빗(Edith Nesbit)의 1905년 소설 ‘철도 아이들’을 인용했다. 1825년 엔지니어 조지 스티븐슨(Feorge Stephenson)의 증기 기관차 ‘로코모션(Locomotion)’이 철도 위를 처음으로 달렸다. 이는 철도를 이용한 최초의 여객 운행이었다. 지식이라는 것과 풍경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지만, 전선을 타고 흘러내리는 단어들을 상상할 때 시인은 황홀하다고 말한다. ‘철길 가의 아이들’에서 다시 앵글을 돌려 보면, 홀로 할머니 장례식장을 지키는 13살 수연의 모습으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수연은 완벽한 가족이 부럽다. 입양을 목적으로 선율에게 다가간 수연은 점차 학대받는 선율을 아끼게 된다. 영화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카메라는 두 아이를 떠나지 않는다. 단 한 순간도 시야에서 아이들을 놓지 않는 것, 이것이 아이들을 위한 영화를 찍는 감독의 태도였다. 자, 이제 손수성 시인의 선율로 되감아 보자. “나뭇잎도 태초에는 울음 물고 나왔나”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한 잎’은 영화 수연과 선율의 모습과 겹쳐진다. “햇살이 얼비치는, 비릿한 소리의 핏줄”이 완벽한 가족 속에서 사랑받고 싶은 두 아이의 이야기 속에서 지느러미를 키워가고 있다. “빗물을 타고 올라 천둥 파고를 넘고” 수연과 선율의 마지막 장면은 서로를 마주 보지 않은 채 교차 된다. “허공 저, 건너편, 울음을 벗으러 갔나, In the shiny pouches of raindrops” /이희정 시인

2025-11-10

미·중 정상회담 결과··· 오늘부터 추가관세 일부 인하조치 발효

미국과 중국이 상호 부과해온 추가관세를 일부 인하하며 긴장 완화에 나섰다. 10월 30일 경주APEC정상회담 당시 양국 정상이 합의한 조치가 10일(미국 동부시간 0시 1분, 한국시간 오후 2시 1분)에 발효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전했다. 양국이 최근 수년간 이어진 관세·안보 갈등을 조정하는 모습이지만, 공급망의 핵심인 희토류(레어어스)와 레어메탈 규제를 둘러싼 입장차는 여전히 남아 있어 갈등 구조가 근본적으로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합성마약 펜타닐의 부정유통을 이유로 중국에서의 수입품에 부과하고 있던 20%의 추가관세를 10%로 인하했다. 당초 이 관세는 올해 2월에 10%로 발동되어 3월 20%로 인상되었으나, 이번 조치로 본래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또 미국 통상대표부(USTYR)는 중국 선박에 적용하는 입항료의 징수를 향후 1년간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미중간 물류비용 부담을 경감시키는 조치로 무역규모 회복의 여건 정비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에 맞춰 중국도 미국산 대두, 밀, 옥수수 등 주요 농산물에 부과해온 최대 15%의 보복관세를 중단했다. 중국은 올해 3월 미국의 추가관세 강화에 대응해 농산물을 중심으로 보복관세를 부과해왔으나, 이번 조치로 양국 간 농산물 교역이 정상화 단계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중국은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와 원유 등에 대한 최대 15% 추가관세, 그 외 일부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는 유지해 에너지·전략 자원 분야는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이와 관련한 경제적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본의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추가관세 10% 인하가 세계 실질 GDP를 1년간 0.01%, 일본에는 0.02% 정도의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추산했다. 관세 인하 폭이 크지 않아 직접적인 실물 경기 부양 효과는 작지만, 미·중 갈등이 완화되는 ‘신호 효과’가 글로벌 금융·무역 환경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미국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중국은 미·중 정상 합의에 따라 2025년에 미국산 대두를 1200만t 이상 수입하고, 2026~2028년에는 연간 2500만t 이상 구매할 계획이다. 이는 중국이 브라질·아르헨티나 중심으로 조정해온 대두 조달 구조에서 미국산 비중을 다시 확대하는 조치다. 다만 중국 정부는 구체적 수입계획 공개를 피하고 있어 실제 이행과 수입 시기 조정은 유동적일 수 있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레어어스와 레어메탈 규제 해석 차이에서 나타났다. 미국은 이번 합의를 통해 중국의 규제가 “사실상 철회됐다”고 평가한 반면, 중국 상무부는 10월 9일 발표한 희토류 관련 제조기술 수출 규제를 2026년 11월 27일까지 단지 1년 연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국은 반도체용 갈륨·게르마늄 등의 대미 수출 금지 조치를 1년 정지한다고 밝혔는데, 미국은 이를 “규제 철회”로 표현해 입장 차가 드러났다. 레어어스·레어메탈은 전기차(EV), 반도체, 배터리 등 미래 산업의 핵심 소재로, 중국이 세계 공급망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공급망 안정 여부가 향후 기술 경쟁력에 직결되는 만큼,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인 전략 갈등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양국은 이번 조치와 별도로 상호 관세의 24% 상당에 해당하는 ‘추가 상계 관세’를 2026년 11월 10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이를 제도적으로 구속하는 정식 무역합의(협정문) 서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협상 상황에 따라 조치가 재조정될 수 있다는 여지가 남아있는 셈이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11-10

민주 ‘조작수사’-국힘 ‘외압’ 의혹 대장동 항소 포기 ‘엇갈린’ 시선

여야 모두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에 국정조사 추진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속내는 다르다. 민주당은 ‘조작수사’ 를, 국민의힘은 ‘외압’ 의혹을 각각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대장동 수사팀이 항소 포기에 반발한 데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권 남용과 조작 기소 진상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겠다”며 “대장동·대북 송금 검찰 수사에 대한 국정조사와 청문회, 상설특검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검찰은) 대통령을 겨냥한 조작 수사와 거짓 진술 강요, 억지 기소를 벌였고, 재판에서 패하자 반성은커녕 항명으로 맞서고 있다”며 “민주당은 결단하겠다. 조작 수사, 정치 검찰의 시대를 끝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내부 반발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조직적인 항명에 가담한 관련자 모두에게 단호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법무부는 즉시 감찰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항소 포기에 윗선의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외압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송언석(김천)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항소 포기 외압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국정조사와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기 위한 상설특검, 청문회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송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에 묻겠다. 대장동 비리 항소를 포기하라는 외압을 행사했나”라면서 “항소 포기 결정은 피의자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빌드업의 1단계 작업으로 이해한다. 나아가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함으로써 이 대통령을 완전 무죄로 만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부연했다. 송 원내대표는 “김(병기) 원내대표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수사에 대한 국정조사, 청문회, 상설특검 다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며 “국회 차원의 긴급현안질의를 즉시 열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이어 “국정조사부터 신속히 진행함으로써 대장동 비리의 전모를 낱낱이 국민께 밝히기를 제안한다”라며 “마찬가지로 항소 포기 외압은 누가, 왜 행사했는지 진상을 규명할 것을 다시 민주당에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1-09

내년 지방선거 ‘MZ바람’ 불까… 여야 모두 ‘청년 공천’ 앞세워

여야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공천 배제(컷오프) 방식과 기준 등을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민주당은 오는 10~11일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공천룰 초안을 보고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 이달 중이나 늦어도 12월에는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당 지방선거기획단은 공천룰 확정을 앞두고 막바지 조율에 돌입했다. 단체장 경선은 기존 방식인 권리당원 투표 50%, 일반 국민여론조사 50%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고, 광역의원은 100% 당원 투표로 선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특히 청년·여성·신인 후보에게는 가점을 기존보다 상향 적용할 전망이다. 청년 정치 참여 확대 차원에서 광역 비례대표 의원의 2번 순번을 청년에게 배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이 여성의 비례대표 1번을 의무화한 것처럼, 청년에게도 기회 보장을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공천 과정에서 불복이나 이의 제기를 처리할 ‘경선공정센터(가칭)’ 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기존 재심위원회를 보완하는 역할이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억울한 공천 배제를 방지하기 위해 중앙당에 공천신문고 설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지방선거 공천 룰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달 중 현역 지방자치단체장의 내년 지방선거 공천 자격을 평가할 ‘선출직평가위원회(가칭)’를 띄울 방침이다. 공약이행률 등 임기 중 성과와 지역 민심을 다각도로 평가해 하위 20%에 대해서는 컷오프를 향후 공천관리위원회에 권고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공천 심사 시 당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해 반영하기로 했다. 총괄기획단 단장인 나경원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의 헌법 파괴, 법치 파괴, 대한민국 민생을 파괴하는 것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의 선거”라며 “가장 중요한 공천 기준은 ‘국잘싸’(국민을 위해 잘 싸우는 사람), ‘일잘싸’(일을 잘하기 위해 잘 싸우는 사람)로 정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청년 인재 발굴을 위해 오디션 제도를 도입해 참신한 인물을 적극 등용한다는 방침이다. 지방선거 공천 원칙으로는 △헌법 질서 수호, 정의와 상식에 부합하는 인재 △투철한 애당심으로 당과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한 인재 △지역 발전을 이끌 전문성과 비전을 갖춘 청년·여성 인재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과 인품을 갖춘 신뢰할 수 있는 인재 등이다. 총괄기획단은 오는 12일 장동혁 대표와 당 소속 시·도지사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공천 세부 기준과 내년 지선 전략 등을 논의한다. 총괄기획단 대변인인 조지연(경산) 의원은 “(12일 회의에서) 당대표와 광역단체장이 모두 참석해 (공천 심사) 기준들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1-09

정권이 끝난 뒤에 재판해야 하나

‘검수완박’이라는 말이 이렇게 그럴 듯하게 들릴 줄은 미처 몰랐다. 민주당은 일찍이 검찰이 권력의 하수인이라고 확신한 모양이다. 검찰은 지난 7일 대장동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 1주일 전 1심 판결을 받은 다섯 명이다. 피고들은 모두 항소했다. 형사소송법상 ‘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형량이 더 높아질 수는 없게 됐다. 검찰은 대장동 일당이 7886억원의 부당 이익을 얻었다고 파악했다. 공사에 끼친 손해도 4895억원이라고 추정했다. 그런데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 물린 추징금, 473억원이외에는 회수할 수 없게 됐다. 나머지 돈은 그들 것이다. 형기를 마치면 떵떵거리며 쓸 수 있다. 그마저 항소심에서 더 줄어들 수 있다. 늘어날 수는 없다.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혐의에 대해 1심이 ‘액수 산정이 불가능하다’면서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이를 다시 뒤집을 수는 없다. 김만배 씨는 징역 8년에 추징금 428억원, 유동규 전 성남시 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징역 8년에 벌금 4억원, 추징금 8억1천만원, 공사전략실에 근무한 정민용 변호사는 징역 6년과 벌금 38억원 및 추징금 37억원을 받았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징역 4년,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형이 더 늘어날 수는 없지만, 줄어들 수는 있다. 추징금도 줄어들 수 있다. 그것조차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다. 이재명 대통령 임기 중에 감형이나 사면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 때문이다. 검찰은 이 대통령이 이 사건의 최고 결정권자로서 책임이 있다고 보고,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그런데 법원이 재판을 중단했다. 현직 대통령이라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현직 대통령이 형을 받을 경우 유죄건, 무죄건,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배려다. 사건 자체가 아니라,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결정이다. 그 탓에 법원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민주당은 아예 틀어막으려고 안간힘이다. 이 정부 출범 이후 집권당이 한 일이라고는 이재명 대통령 방탄 갑옷을 세 겹, 네 겹, 겹겹이 둘러싸는 일이 전부다.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 파기 환송된 선거법 위반 재판을 막기 위해 선거법 개정을 추진했다. 중단된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이론적으로는 언제든 재개할 수 있다’는 말에 화들짝 놀랐다. 대통령 임기 중에는 재판을 못하게 강제하는 법안을 준비했다. 거센 반발여론에 밀려 철회했다. 민주당은 거기에 ‘국정 안정법’, ‘국정 보호법’, ‘헌법 84조 수호법’이라는 거창한 별명을 붙였다. 대장동 재판을 겨냥해 ‘배임죄’를 폐지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이재명 대통령 수사를 막기 위해서다. 분리해야 한다던 수사권, 기소권을 이 정부가 임명한 특검에는 모두 부여했다. 강압 수사라고 항변하며, 목숨을 끊는 피의자가 나와도, 자체 조사로 덮었다. 외부 감사도, 견제도 할 수 없는 특검이다. 그 칼날은 모두 정치적 반대세력을 향해 있다. ‘항소 포기’는 그나마 남은 검찰의 기소권마저 빼앗은 셈이다. 수사 검사가 항소를 요구하고, 중앙지검장이 항소를 결정하고, 대검에서까지 항소하겠다고 법무부에 보고했다. 그런데 재판을 포기했다. 수사검사는 법무부 장관과 차관이 항소를 막았다고 폭로했다. 무죄가 자신있다는 이 정부가 정식 재판은 두려워한다.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 환송’ 같은 일을 미리 틀어막겠다는 속셈이다. 정진우 중앙지검장이 사의를 밝혔다. 항소 포기 하룻만이다. 그럴거라면 부당한 지시에 왜 맞서지 못했을까. 이게 법무부장관의 정상적인 수사지휘권 행사인가. 항소 요건에 맞지 않다는 법무부의 항변이 야당 정치인에게도 적용될까. 일반 국민에게도 같은 기준을 들이댈까. 어차피 신뢰는 포기했다. 정권이 바뀌지 않고는 정상적인 재판이 불가능하다. 이럴 바에야 정권을 잡고 있는 동안,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동안은, 집권당 정치인에 대한 공소시효를 무기한 정지시키는 건 어떤가. 정권이 교체된 뒤 수사고, 재판이고, 다시 하는 건 어떤가. 다수 의석을 가진 정당이 코웃음 치겠지만.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11-09

‘해담길에서 만나는 울릉도’ 연재합니다

울릉도는 바다 한가운데 고요히 솟은 섬이다. 배가 포항을 떠나 동해의 물살을 가르기 시작하면 도시는 점점 희미해지고 바다의 숨결이 서서히 스며든다. 파도는 굽이치는 듯 부드럽고, 짙은 푸른빛은 어느새 여행자의 마음을 잠식한다. 도동항에 닿는 순간 섬은 거대한 화산의 품으로 여행자를 끌어안는다. 절벽과 숲, 그리고 안개가 어우러진 풍경은 육지의 시간과 전혀 다른 속도로 흐른다. 행남 해안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바위 틈새로 솟는 억새와 해풍에 일렁이는 파도가 묘하게 닮았다. 섬의 중심부인 나리분지는 화산분화구가 만든 평원이다. 봄이면 진달래가 붉게 번지고, 여름에는 초록이 하늘을 밀어 올린다. 가을의 억새는 바람을 따라 은빛 물결을 만들고, 겨울의 고요는 섬의 시간을 멈추게 한다. 나리분지의 투박한 밥상 위에는 막걸리 향이 은은하게 감돈다. 오징어·더덕·산채로 차린 한 상은 ‘섬의 맛’ 그 자체다. 울릉도의 매력은 느림에 있다. 봉래폭포의 물안개에 젖고 관음도 앞에서 바다와 마주 앉아 있노라면 시간의 경계가 사라진다. 스마트폰의 시계 대신 파도 소리가 하루의 리듬을 만든다. 해 질 무렵 도동항의 포구에 앉으면 섬이 붉게 물든다. 오징어 배 불빛이 반짝이며 바다 위에 별을 띄우고 어느새 하루가 저문다. 울릉도는 화려하지 않지만 깊고 푸르다. 최근 울릉도가 상처를 입었다. 바가지와 불친절의 표본처럼 매도당했다. 상당 부분은 사소한 오해이기도 하고 작은 부분은 반성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다는 언제나 상처 위에 푸른 빛을 덧칠한다. 해담길을 따라 걸으며 절벽 끝에서 바람이 속삭인다. 10일부터 본지 15면에서 총 25회에 걸쳐 섬연구소 소장인 강제윤 시인의 ‘해담길에서 만나는 울릉도’를 연재한다. 강제윤 시인의 눈으로 바라본 울릉도의 숨겨진 아름다움과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11-09

與野 비쟁점 법안 先처리 모색… K-스틸법 이번달 통과되나

‘예산 전쟁’을 앞둔 여야가 이달 본회의에서 비쟁점 법안 처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오는 13일과 27일 본회의를 열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법안 중 여야 합의가 이뤄진 비쟁점 법안을 우선 처리할 예정이다. 국민의힘도 여야가 합의한 법안 처리에는 반대하지 않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반도체특별법과 항공안전법 개정안 등을 놓고 여야 간 입장이 엇갈리는 점은 변수다. 민주당은 여야 합의가 이뤄진 민생 법안부터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쟁점법안을 처리할 경우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행)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이럴 경우 민생법안 처리가 어려워지고 예산안 처리도 밀릴 수 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11월 국회가 본회의를 한 두 번 정도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민생 법안에 집중해서 일단 처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3일과 27일 본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의 본회의 개최 방침에 크게 반대하지 않고 있다. 특히 13일 본회의에 대해서는 법사위에 법안 100여건이 상정돼있는 만큼 개최 필요성을 인정한다는 입장이다. 비쟁점 법안으로는 철강 산업 지원을 위해 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발의한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K-스틸법은 현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며, 이르면 이번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도 있다. 문제는 민생법안 중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반도체특별법, 항공안전법 등이다. 지난 4월 민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산업 지원 방안을 담고 있으나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반도체 산업 주 52시간 예외’ 조항은 빠져 있는 상태다. 또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지난 6일 법제사법위에서 처리한 항공안전법에 대해서는 위헌 판결을 받은 대북전단법과 같은 법이라며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합의되지 않은 법안에 대한 민주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는 수용할 수 없다면서 여당과 협의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반도체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싶으면 민주당이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담으면 된다”며 “이번 주 본회의에서 통과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1-09

‘해가 담긴 길’ 9개 코스 35km… ‘걷기 천국’ 속살 제대로 만끽

울릉도 여행자들은 대부분 자동차로만 섬을 둘러보고 돌아간다. 하지만 걸어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숨어 있어서 눈에 띄지 않을 뿐, 울릉도의 트레일은 실핏줄처럼 섬 곳곳에 퍼져 있다. 그래서 사실 울릉도는 ‘걷기 천국’이다. 울릉도에는 걷기 좋은 길들이 많다. 걸어야 울릉도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이 여행기는 울릉도의 트레일을 걸으면서 울릉도의 속살을 들여다 본 이야기다. 2017년 옛사람 다니던 옛길 발굴 도동~저동~천부~태하~도동 회귀 느리게 느리게 걸으며 비경 감상 여객터미널 뒤 행남해안로 시작 울릉도 초기 화산활동 특징 간직 절벽엔 2500년된 향나무가 환영 △ ‘밝은 해가 담긴 길’ 해담길 걷기 울릉도의 대표적인 길은 ‘해담길’이다. 2017년 울릉군에서 울릉도의 옛사람들이 다니던 옛길을 발굴해 만들었다. 해담길이란 ‘울릉도의 이른 아침 밝은 해가 담긴 길’이란 뜻이다. 이 길 또한 최대한 천천히 걸어야 한다. 천천히 걸을수록 울릉도에 오래 머물 수 있다. 울릉도와 더 깊이 교감할 수 있다. 빠르게 걷느라 길가의 풀과 나무와 들꽃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거나 새소리를 듣지도 못하고 정신없이 걷는다면, 또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다의 풍경을 놓친다면, 길에 얽힌 이야기와 바람이 전하는 말을 듣지 못한다면, 자동차를 버리고 자연의 길을 걷는 의미가 무엇이겠는가? 그러므로 울릉도에서는 느리게 느리게 걸어야 한다. 온갖 해찰을 다 부리며 걸어야 한다. 걷는 길에서는 도달해야 할 목적지 따위는 잊어야 한다. 목적지에 가지 못한들 어떠랴. 길을 벗어나 낯선 길로 들어선들 또 어떠랴. 여행의 목적지는 여행 그 자체가 아닌가? 여행을 떠난 순간 우리는 이미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울릉도를 깊이 있게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해담길을 걷는 것이다. 울릉도를 온전히 걸어서 일주할 수 있는 길. 제주 올레길 만큼이나 아름다운 길이다. 해담길은 울릉도의 관문인 도동항을 출발해 저동, 천부, 태하, 옥천 등을 거친 뒤 해안 둘레를 따라 다시 도동으로 돌아오는 35㎞ 길이의 트레일이다. 모두 9개 코스로 구성됐다. 지형적 문제 때문에 길이 완벽하게 하나로 연결되지 못하고 부분 부분 단절돼 있기도 하다. 그러니 해담길을 걸으며 길에는 포함되지 않는 샛길로 빠져 마을들을 둘러본 뒤 다시 해담길로 되돌아오는 것도 좋다. 길이란 온전히 걷는 자의 몫이다.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걸을 때 길은 비로소 온전히 자신만의 길이 된다. △ 2500년된 향나무가 여행자를 반기다 해담길의 시작점은 울릉도의 도동항이다. 도동항 여객터미널 뒤 안에서부터 해담길 행남해안로가 시작된다. 이 길은 지금 공사 중이다. 하지만 중간쯤에서 우회로를 따라가면 된다. 도동 행남해안로 초입에서 가장 먼저 여행자를 환영해 주는 것은 절벽 꼭대기의 2500년 된 향나무다. 실제로는 3000~4000년쯤 됐다는 설도 있다. 향나무는 1985년 10월 5일 태풍 브랜다가 왔을 때 한쪽 가지가 부러졌고 그 부러진 가지를 울릉군에서 공개 입찰했다. 향나무 가지는 기념품 가게를 하던 서귀용씨가 낙찰 받아 용이 승천하는 모양으로 조각을 해서 소장 중이라 한다. 사람은 한 자리에 하루도 서있기 어려운데 저 향나무는 수 천 년을 한 자리에서 꼼짝 않고 서 있었다. 그 지독한 인고의 향이 얼마나 진할 것인지 생각만으로 아찔하다. 울릉도는 한국 최초의 국가 지질공원이다. 2012년 12월 27일 인증됐는데 울릉도 19개소, 독도 4개소가 지질 공원의 관할 영역이다. 울릉도의 도동 해안산책로, 저동 해안산책로, 봉래폭포, 죽도, 향나무자생지, 황토굴, 대풍감, 노인봉, 송곳봉, 코끼리바위, 삼선암, 관음도, 성인봉 원시림, 용출소, 알봉 등과 독도의 숫돌바위, 천장굴, 삼형제굴바위, 독립문바위가 지질 공원으로 지정된 곳들이다. 지질 공원은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한 지역 중에서 지정된다. 도동에서 행남마을에 이르는 도동 해안 산책로도 국가 지질공원의 일부다. 섬의 크기는 울릉도에 비해 독도가 훨씬 작지만, 탄생 년도는 독도가 한참을 앞서는 형이다. 독도는 460만 년 전 수중화산으로 탄생했고 250만 년 전 화산활동을 멈췄다. 울릉도는 약 140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 5단계에 걸친 화산활동으로 탄생했다. 마지막 화산활동은 9300~6300년 전 쯤으로 알려져 있다. 울릉도와 독도는 화산 분화시기가 다르지만 주요 암석이 알칼리 계열 조면암이고 화학적 구성도 비슷한 것으로 밝혀졌다. 울릉도는 수중 2300m부터 시작돼 수면 위로 986.5m가 솟아올랐다. 전체 높이 3300m에 이르는 거대한 화산체다. 독도도 해수면 밑에 2300m의 화산체가 있다. 드러난 부분은 빙산의 일각이다. 독도 수면 아래 한라산보다 높은 산이 숨어 있는 것이다. △ 도동 해안산책로 다양한 지질구조 볼 수 있어 행남 해안산책로는 도동 해안산책로와 저동 해안산책로를 합한 이름이다. 두 곳 다 지질 공원으로 지정됐다. 저동 해안 산책로는 파손되어 접근 할 수 없으니 이 길에서는 도동 산책로의 지질만 관찰이 가능하다. 도동 해안산책로에서는 울릉도 초기 화산활동의 특징을 간직한 다양한 지질구조가 관찰된다. 절벽의 하부로부터 현무암질 용암류, 산사태로 운반되어 만들어진 재퇴적쇄설암, 화산재가 뜨거운 상태에서 쌓여 생성된 이그님브라이트, 분출암의 일종인 조면암 등이 순서대로 분포한다. 그야말로 이 산책로는 지질 박물관이다. 행남 마을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한길은 저동 옛길이고 또 한길은 행남해안로 저동 교량 길, 저동 해안 산책로다. 그런데 거친 파도를 견디지 못한 해상 교량이 여러 해 전 파손된 뒤 교량 구간은 통행이 차단되고 있다. 새로운 교량 공사가 진행 중인데 개통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듯하다. 그래서 여기서부터는 저동 옛길을 지나야만 저동에 이를 수 있다. 저동 옛길을 걷기 전에 행남등대까지 다녀와도 좋다. 등대까지의 길은 평탄하고 호젓하다. 등대를 다녀온 뒤 길이 끊어진 저동 해안 산책로를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본다. 완공이 되면 다시 기암괴석의 절경을 바라보며 바다 위를 걸을 수 있을 것이다 끊긴 해안로 입구에서는 다시 행남 마을 쪽으로 조금 되돌아가야 저동마을 옛길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예전에는 이 비탈길이 두 마을을 연결해주는 생활의 길이었다. 산길이지만 가파르지 않아 천천히 걷다보면 금새 저동마을의 전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옛길의 끝자락에 저동마을 당집이 있다. 신당 안 제단에는 해동대신위라 쓰인 위패가 모셔져 있다. 바다의 신을 모시는 해신당이다. 이제 바다의 안전은 용왕 대신 GPS가 책임져 주는 시대가 왔지만 섬사람들은 여전히 바다가 두렵다. 아무리 인공위성이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한다 한들 순간적으로 돌변하는 파도의 변덕을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여전히 해신의 위력에 기대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것이 섬사람들이다. 섬사람 중에서도 어부들은 유일신 신앙을 가진 이 조차도 몰래 해신들에게 제를 지내기도 한다. 보험도 하나보다는 여러 개 들어놓는 것이 유리하다고 믿는 것과 같은 심사일 터다. 길의 끝에 문득 해상 도시가 나타난다. 저동이다. /강제윤(시인,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2025-11-09

영남권 대형산불, 예방부터 진화까지 ‘구멍난 시스템’ 화 키워

지난 3월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등 경북 5개 시·군은 물론 울산, 경남 지역에서 산불이 확산되면서 영남권 전역이 산불로 뒤덮였다. 2000년 동해안 산불의 4배가 넘는 규모로 문화재 손실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산림과 주거지의 경계가 밀접하고 강풍 통로와 급경사 지형, 고령화된 인구 분포, 불법 소각과 관리 사각지대 등이 겹쳐 산불 피해가 유난히 컸다. 이번 초대형 산불을 진화하는 과정에서 대형 살수 헬기 부재 등 우리나라의 산불 대응 체계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본지는 기획 시리즈로 이번 우리나라 산불 대응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초대형 산불을 맞닥뜨렸던 포르투칼·캐나다·미국 지역의 산불 대응 방안이 주는 교훈과 대책도 면밀히 살펴봤다.<편집자주> 지난 3월 의성 등 영남권 삼킨 ‘괴물 산불’ 산림청·소방청·지자체 등 따로따로 대응 대피경보조차 제대로 전달못해 혼선 빚어 산불 피해지 복원에 대부분 ‘침엽수’ 식재 ‘불쏘시개’ 된 소나무가 ‘불의 통로’ 만들어 진화헬기·장비·인력부족까지 총체적 난제 “예방 중심 대응책 등 장기적 로드맵 필요” 우리나라 산불 발생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봄에 주기적으로 비가 내려 산불 발생이 적었던 2024년을 제외하고는 2017년부터 해마다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특히 산불 위치정보를 토대로 산림청이 만든 산불다발지역 지도는 서울, 인천, 대구 등 인구 밀집 지역에 산불 위험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대형 인명 피해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경고한다. 그런데 이 같은 경고도 불구하고 지난 3월 의성 등 영남권 전역을 집어삼킨 산불이 발생했다. 이른바 ‘괴물 산불’로 불린다. 사망자 27명을 포함해 총 183명의 인명피해와 10만 4004ha의 산림이 불에 탔고, 주택 3848동과 농어업시설 6106건, 농기계 1만7158대 등에 피해를 입혔다. 이 외에 의성에 있는 고운사 등 전통사찰, 국가유산 등의 피해도 상당했다. 정부는 재난 대응 최고 단계를 발령하고, 전국의 소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진화 작업을 전개했지만 강풍과 건조한 날씨로 인해 진화 작업이 장기화됐다. 산림 훼손에 따른 주거지 파괴 등은 지방소멸이라는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수도권 일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컨트롤타워 부재로 현장은 ‘혼선만’ 이번 영남권 산불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재난 대응 체계를 문제삼고 있다. 우선적으로 컨트롤타워 문제가 꼽힌다. 지역의 한 소방 소장은 “산불이 나면 산림청 지휘를 받아야 한다”며 “산림청의 산불대응은 소수 인력에 불과해 산불 대응 체계가 너무 빈약하다”고 진단했다. 산림청·소방청·지방자치단체 간 산불대응체계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 국회 입법조사처의 ‘최근 산불대응 관련 주요 쟁점 및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산불대응 주관기관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해당법 시행령에 따라 산림청이 맡고 있다. 문제는 산불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산림보호법’ 제37조 및 제38조에 따르면 중·소형산불의 경우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 또는 국유림관리소장이, 대형산불의 경우 시·도지사가 각각 산불현장 통합지휘본부장을 맡는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산림보호법이 산불대응 주관기관을 서로 다르게 규정하고 있어, 일선 현장의 지휘체계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현행 산불대응 발령 기준에 따르면 시·군·구 차원의 초기 대응이 어려울 뿐 아니라 적기에 협조를 받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영남권 산불이 대표적이다. 산불 초기 당시 강풍이 불면서 확산세가 컸고 이로 인해 현장에선 시·군·구, 산림당국, 소방관서 간 혼선이 발생했다. 산불 피해를 직접 겪은 주민들 사이에서도 “컨트롤타워가 없었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는 주민 대피 체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불길이 번지는 상황에서도 주민들에게 대피 경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대피명령이 지연된 사례가 있다. 산불 현장을 지켜봤던 민영권 산청난개발대책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마을에 산불이 내려와 주민들이 불을 끄러 가는데도 ‘대피 명령’ 하나가 안내려 왔다“며 “재난 대응 관련한 대응 메뉴얼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산림은 산림청, 산불 대응은 소방청이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정환 지리산사람들 운영위원은 “산림청에서 말했던 산불 대응 시스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들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쪽에서 ‘이쪽으로 가라’, 저쪽에서는 ‘저쪽으로 가라’ 이런 식이다. 이렇게 되면 서로 소통이 되지 않으면서 산불 대응을 빨리 하지 못한다“며 “일원화가 되지 않으면 서로 다른 얘기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장에서 봤을 때 불에 대한 전문가는 소방청”이라며 “산불 관리에 대한 모든 권한을 소방청에 이관하는 게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10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대구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 미팅에서도 나왔다. 지난 3월 산불 진화작업에 투입됐다 순직한 대원의 장녀가 이 대통령에게 “아버지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산불 진화 업무가 제대로 된 체계로 관리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요청드린다”며 산불 진화 업무를 소방청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산불 진화 체계 재정비 문제는 대통령실에서 역점을 두고 정비 중”이라며 같은 대형 화재 참사를 막겠다고 약속했다. 산림 정책 ‘숲 가꾸기’ 대형 산불 원인으로 지목 산림청의 소나무 단순림 숲가꾸기 정책도 대형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수분이 적고 건조한 환경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활엽수에 견줘 산불 발생 시 1.4배 더 뜨겁게 타고 불 지속 시간도 2.4배 길다. 소나무보다 활엽수가 불에 강하며, 산불 확산을 막는 데에는 활엽수림이 더 유용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산림당국은 산불 피해지 복원 등 인공조림 땐 침염수를 더 많이 심고 있다. 산림당국의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인공조림 현황을 수종별로 살펴보면 소나무를 포함한 침엽수는 13만5000ha를 차지한 반면 활엽수는 9만ha에 그쳤다. 정 운영위원은 “소나무 이파리는 불이 붙으면 숯처럼 빨갛게 날림 상태로 번지고, 불을 머금은 솔방울은 수류탄처럼 터져 인근 숲과 강 건너까지 불을 확산시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립공원은 산림청 손을 타지 않기 때문에 숲이 자연스럽게 활엽수로 변했다”며 “활엽수가 많아 불이 지표화로 땅으로만 가지 수관화도 비화 현상도 없어 피해가 크지 않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관리용 임도가 불을 키웠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 집행위원장은 “이번 산불에도 임도를 따라 불이 번지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며 “불을 끄기 위한 길이 오히려 불의 통로가 됐다”고 지적했다. 정 운영위원도 “소나무림은 불이 수관화해 임도를 덮어버린다”며 “내부 온도가 1600도 이상으로 치솟아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산림 당국이 진화를 위해 임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이 외에도 진화 헬기와 장비 부족, 인력 부족 등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산불은 대형화되고, 산불 발생 빈도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산불 진화 체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산림 정책으로는 산불을 막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대형 산불이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커지는 산불 위험에 대응할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지성 경남연구원 박사는 “기후 변화 등으로 대형 산불이 많이 나고 있다”며 “장기적인 로드맵 같은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산불 대응이 산림청과 소방청으로 나뉘어 있어 초동 진화에 혼선이 생긴다는 점을 거론하며 “재난안전관리법과 산림보호법 등 관련 법령을 일치시켜 지휘체계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산불방지센터에 인력과 장비 동원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산림 전문가들은 단편적인 대응을 넘어선 구조적인 전환, 즉 기후 현실을 반영한 예방 중심의 재난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 차원에서 산불 위험이 높은 나라들의 산불 대응 정책을 벤치마킹해 ‘한국형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1-09

국수를 건조하는 데에는 하늬바람이 최고

‘해풍국수’는 배합과 건조의 기술로 탄생한다. 원재료도 중요하다. 브랜드의 이름을 말할 수는 없지만 최선의 제품을 엄선하여 쓴다. 소금도 그렇다. 물도 정제하여 쓴다. 하룻밤 묵힌 물을 쓴다. 재료를 함부로 선택하면 제품이 반항한다. 싼값을 고집하면 싼 음식이 된다고 믿는다. 그것을 뛰어넘어 손수하는 공정에서의 모든 노력이 국수를 완성하는 기본이 된다. 그중 바람의 영향이 크다. 밀가루를 반죽해 재래식 기계에서 면을 뽑기까지 반나절이 걸린다. 야외 건조장에서 바닷바람으로 반건조시켜 창고에 넣는다. 그렇게 숙성시키는 데 한나절 넘게 걸린다. 이를 다시 꺼내 햇살에 건조시킨다. 바람의 종류도 다양하다. 샛바람이 있다. 이는 동풍을 말한다. 하늬바람이 있다. 서풍이다. 마파람(동풍), 된바람(북풍)도 있다. 이 중에서 서풍인 하늬바람이 최고라고 한다. 그러나 그런 바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자연을 이기는 인간은 없다. 하룻밤 묵힌 정제된 물로 밀가루 반죽 바닷바람에 반건조, 창고서 한나절 숙성 자연과 정성으로 전 과정 세심하게 관리 남편 친구가 선물한 제일국수공장 간판 56년 된 간판 아래 ‘더불어 사는 삶’ 실천 본분에 충실… 전통적 국수의 맛 지켜와 2017년 구평리에 현대식 제2공장 건립 바다·솔숲 등 좋은 환경에서 제품 생산 ‘해풍국수’ 기본 바탕 품질 향상에 집중 밀가루 사기를 당하기도 국수공장이 자리를 잡아가고 이름이 나기 시작하면서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날 경주에서 밀가루 공장을 운영한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생산한 제품이 너무 많아 밀가루 500포대를 염가에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국수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밀가루가 많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500포대는 너무 많았다. 주위에 있는 일곱 군데 국수공장과 의논해 그 밀가루를 구입하기로 했다. 남편이 나섰다. 돈을 모아 경주 근화여고 뒤편의 다방에서 그 업자를 만나기로 했다. 당시로서는 거금을 들고서였다. 돈을 지불하면서 차 한 잔을 마셨다. 그리고 밀가루가 있는 창고로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다. 다리를 하나 건너는데 몸이 휘청거렸다. 그리고 의식을 잃었다. 깨어나 보니 풀밭에 쓰러져 있었다. 돈은 온데간데없고 맨몸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돈을 들고 나간 남편을 기다리던 이순화 여사는 애가 탔다. 그때 경주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사람을 데리러오라는 것이었다. 남편은 사태를 수습하느라 경찰서에 들러 신고했는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 일로 큰 손해를 입은 것은 물론이었다. 그리고 시간을 벌어가며 애걸복걸하면서 돈을 갚아야 했다. 한참 뒤에 다행히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범인을 잡았다는 것이었다. 그날 상황을 지켜본 똑똑한 다방 레지가 범인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가 경찰에 신고해 그 사람을 체포한 것이었다. 남편은 그 길로 경찰서로 쫓아가 범인에게 분노의 귀싸대기를 날렸다고 한다. 빼앗긴 돈 일부를 돌려받았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본인은 한 푼도 받지 못하고 다른 공장에 골고루 나누어주었다. 혁혁한 공을 세운 레지 아가씨에게도 사례금을 주었다. 남편은 그런 사람이었다. 오직 본분만 생각해 인터뷰 내내 ‘밀까리’라는 경상도식 발음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학교는 ‘가는’ 곳이고 핵교는 ‘댕기는’ 곳이라는 농담이 생각났다. 아무래도 ‘다니는 곳’보다 ‘댕기는 곳’이 훨씬 정감 있고 몸에 맞는 낱말인 듯하다. ‘밀가루’든 ‘밀까리’든 본질에서는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본질이 변함없으니 조금 잘나간다고 더 큰 이익을 추구하거나 무리해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를 이순화 여사는 바르게 배웠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시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는다. 오직 본분만 생각한다. 제일국수공장에는 오래된 간판이 있다. 그 간판은 남편의 친구인 구룡포우체국장에게 개업 기념 선물로 받은 것이다. 정갈하고 산뜻한 필체의 간판은 56년째 입구를 지키고 있다. 그 오랜 세월은 마음을 비우는 시간이었다. 밀가루 사건 이후 절대 욕심을 내지 않았다. 팔리면 팔리는 대로, 안 팔리면 안 팔리는 대로 국수를 끓여 식구들을 먹이고 이웃과 나누어 먹었다. 그만하면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웃과 어깨동무하며 작은 도움이라도 정성껏 나누며 살았다. 그래도 손해나는 사업은 아니라서 먹고살 만했다. 더불어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자신은 가게라도 있으니 괜찮지만 좌판을 하는 사람들의 형편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을 도우며 산 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순화 여사는 구룡포시장 상인연합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서 시장이 살아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바라는 것이 아니라 조건 없는 희생이 필요한 세상이라고 했다. 묵묵하다는 말이 있다. 침묵의 묵(黙), 고요하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마음의 동요 없이 침묵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견디는 것은 수행자의 자세이기도 하지만 생활인의 삶에 더욱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구평리에 현대식 제2공장 건립 2022년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몰아닥쳤을 때 구룡포는 큰 피해를 입었다. 마을이 온통 물에 잠겼다. 공장 뒷마당과 옥상에서 국수를 말리던 시절의 마지막을 시사하는 사건이었다. 재래식 공정은 원래 조금은 원시적인 방법이다. 공장이 바다와 맞닿아 있어 바람이 거세거나 파도가 맹렬할 때는 마당까지 물이 차올라 국수를 몽땅 버려야 했다. 바닷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판자를 세우고 집에서 사용하고 남은 비료 포대를 모조리 거두어 덧대고 덧댔다. 그러나 파도의 힘은 도무지 이길 수 없었다. 바닷물에 젖어 못 쓰게 된 국수를 내다 버린 양이 얼마였던가. 그러나 구룡포의 바람은 맑고 투명했고 햇살은 차고 넘쳤다. 그런 환경이 정말 고마웠다. 구룡포의 도로가 개선되고 교통량이 늘어나면서 분진 등의 환경문제가 발생했다. 이는 제일국수공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제일국수공장의 자연건조 방식에 위생적인 문제가 있다는 민원이 제기된 것이다. 낡은 시설도 미관상 좋지 않았다. 전통을 고집하며 고유의 방법으로 국수를 만든다는 자부심만으로 마냥 버틸 수는 없 없었다. 시대의 변화에 부응해야 했다. 그것 또한 새로운 생존 방식이었다. 국수 가게는 읍내에 그대로 두고 구룡포 구평리에 생산을 전담하는 제2공장을 2017년에 만들었다. 이 공장에는 현대식 설비를 갖추었다. 이순화 여사의 장남인 하동대(55) 대표가 제2공장 부지를 처음 방문해보니 바다가 눈앞에 있고 솔숲이 일렁거렸다. 마을보다 조금 높은 둔덕에 위치해 바람이 자유롭게 흘러다녔다. 주위에 건물이 없으니 햇살이 풍부했다. 더 나은 조건에서 더 좋은 국수를 생산할 여건이 마련되었다. 읍내의 좁은 장소에서 국수를 만드느라 물량 부족으로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더 품질 좋은 국수만 생산하면 되었다. 전성기의 판매량에 비하면 반토막도 안 되지만 이제는 품질에 집중할 수 있다. 하동대 대표가 행복한 이유다. 가업을 잇고 생업에 충실하니 이보다 더한 행복은 없을 것이다. 공장을 지키며 자유롭게 산책하는 삽살개 해풍이도 그 주인공의 일부다. 마당 가득 바람과 햇살이 차고 넘친다. 글 : 이우근(시인) 사 진 : 김 훈(작가)

2025-11-09

원중근 대구시 철도시설과장, “현행 법상 안되는 걸 요구하시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대구 도시철도 4호선 건설 방식을 놓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노선이 지나는 지역의 일부 주민들은 피해가 예상된다며 지속적으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반대 주민들은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철제차륜 경전철(AGT) 방식이 아닌 모노레일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대구시와 반대주민들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원중근 대구시 철도시설과장과 이원우 신암1동 주민자치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원중근 대구시 철도시설과장은 “현행 법상 모노레일 방식이 불가능한 상황인데 주민들은 모노레일 방식을 고집하고 계시니 답답한 심정”이라고 했다. 그는 “대구시는 도시철도 3호선을 모노레일 방식으로 했기에 당연히 4호선도 모노레일 방식으로 하려고 했고, 2020년 예비타당성 조사도 받았다. 하지만, 추진하려던 모노레일 방식은 2014년 강화된 철도안전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경전철(AGT) 방식으로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호선 모노레일을 납품했던 일본 히타치 사도 기존 모노레일 설계(1964년 개발)를 한국 현행법에 맞추려면 막대한 설계 변경 비용과 기술 유출 문제가 발생해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대구시에 전달했다”면서 “대구시는 여러 사안들을 검토한 결과 경전철(AGT) 방식이 현행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원 과장은 반대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차분히 설명을 이어갔다. 우선, 현재 운영 중인 3호선의 모노레일 전동차 기한 문제에 대해선 “1997년도에 개통된 1호선은 아직 처음 열차를 사용하고 있다. 3호선의 경우 앞으로 25년정도 더 사용이 가능 할 것이기에 지금 논의할 문제는 사실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차량 연수가 다 되더라도 안전점검 후 문제가 없으면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것이고, 그때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또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고가 구조물 확장, 분진·소음 문제에 대해선 “모노레일 구조물은 약 5m 가량이고, ,AGT는 7.69m 정도이니 약 2.5m가 더 넓은 것은 사실이나, 정거장까지 고려한다면 도로를 전체를 덮는 것은 모노레일이나 AGT나 큰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1차 환경영향평가 결과 소음과 분진, 경관·일조권 침해 등의 항목들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차고지가 노선 종점이 있는 동구가 아닌 북구에 들어서는 점에 대해선 “당초 계획됐던 동구 부지(봉무IC)는 확장성이 떨어져 적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에 따라 대구 축산물도매시장 이전 터(북구)를 선택했다”면서 “차량기지가 꼭 종점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없다. 1호선도 종착역인 설화명곡역이 차량기지가 아니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신임 대구시장이 선출된 이후 4호선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떤 분이 대구시장으로 오시던 그때까지 맡은바 업무를 열심히 추진할 뿐이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대전시의 2호선처럼 자칫 대구시 4호선도 수년동안 공사 착공을 못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실제, 대전시 2호선은 지난 2011년 대구시 3호선과 같이 예타를 통과했으나, 대구 3호선은 2015년 개통한 반면, 대전 2호선은 건설 방식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시간을 끌다 올해 공사 착공에 들어간 상황이다. 원 과장은 “앞으로도 주민들과의 소통은 지속하겠지만, 기술적·법적 한계로 모노레일 복귀는 불가능하다”며 AGT 방식의 불가피성을 재차 강조했다. 글·사진/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1-09

이원우 신암1동 주민자치위원장, “도시철도 4호선은 모노레일로 건설돼야 합니다 ”

대구 도시철도 4호선 건설 방식을 놓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노선이 지나는 지역의 일부 주민들은 피해가 예상된다며 지속적으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반대 주민들은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철제차륜 경전철(AGT) 방식이 아닌 모노레일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대구시와 반대주민들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원중근 대구시 철도시설과장과 이원우 신암1동 주민자치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이원우 대구 신암1동 주민자치위원장 겸 대구동구외식업지부장은 “도시철도 4호선은 모노레일로 건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지역 주민들은 대구 도시철도 4호선의 차량 방식이 모노레일로 진행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철제차륜 AGT 방식이었다”면서 “사업을 무산시키려는 게 아니라 차량 방식을 당초 계획했던 모노레일로 바꿔 추진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구시가 지난 2015년 철도안전법 개정으로 기존 3호선에서 운영하는 모노레일 차량은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AGT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현재 운영 중인 3호선하고 모노레일 전동차는 기한이 도래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갖다 버릴 것인가”라며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부산 경전철 사례에서 확인된 AGT 방식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부산 경전철은 소음과 분진 등으로 지역민들의 반대 의견에 부딪혀 오일 분사식 등 여러 대책을 보안하고 나서야 준공을 냈다. 실제 현장을 다녀와 봤지만, 소음 등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4호선이 AGT 방식으로 건설되면 교각 구조물로 인해 상권 침체와 교통대란, 노후화된 건물의 안전도, 도심 경관 훼손, 일조권 침해 등은 불가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도로 폭이 좁고 상가와 주택가가 밀집한 신암동은 무조건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대구시가 주민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사업을 강행한다면 피해 주민들을 위한 대책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량 방식 반대 견해를 보이는 동구와 북구 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의 연대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 위원장은 “올해 초 신암 1동과 신암 3동 주민들은 사회단체와 동구의원 등과 함께 한자리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며 “최근 동구의회도 4호선 사업의 추진방식 및 정책 대안을 전문적으로 검토, 논의하기 위한 공론화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이 비슷한 북구 측과 공통된 의견의 경우 공동으로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겠다”면서 “4호선 실시설계 주요 내용과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AGT 방식으로 공사가 진행되면 50년에서 100년 동안 흉물로 전락하고 철거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지역 사회의 상권이 몰락하고 폐허가 돼 주민들이 다 떠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우리 주민들은 도시철도 4호선 사업을 누구보다 원하고 사업이 잘되길 바란다”면서 “대구시가 깜깜이 행정을 하지 않고 투명하게 사업 진행 과정을 밝혀 공정하게 추진해 주길 바랄 뿐이다”고 했다. 글·사진/황인무 기자 him7942@kbmaeil.com

2025-11-09

이상화 시인의 시심 재조명 창작오페라 ‘약속의 봄’

광복 8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어둠 속에서도 민족의 아픔을 시로 승화시킨 이상화 시인의 혼을 담은 창작오페라 ‘약속의 봄’이 오는 11일 오후 7시 30분 대구 달서아트센터 청룡홀에서 첫선을 보인다. 이번 공연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잘 알려진 이상화 시인(1901~1943)의 삶을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재현할 예정이다. 이상화의 뜨거운 시혼은 암울했던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민족의 한을 어루만지는 감동이었다. 이번 작품은 대구·경북지역을 대표하는 젊은 성악가들로 구성된 혼성중창단인 인칸토 솔리스트 앙상블(대표 안성국)이 2025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지속연주활동지원 사업에 선정돼 무대에 올리게 됐다. 대본은 이상화 생가터를 복합문화공간 ‘라일락뜨락1956’으로 변모시킨 화가 권도훈 대표가 집필했으며, 작곡은 창작음악연구소 ‘봄은’의 대표 김보미가, 연출은 인칸토솔리스트앙상블 대표 안성국과 박지훈이 공동으로 맡았다. 각색 작업에는 손수민과 박지훈이 참여했고, 예술감독은 윤혁진, 음악감독은 문준형이 각각 담당했다. 출연진으로는 이상화 역에 테너 김동건, 나무 정령 역에 바리톤 박상현, 유보화 역에 소프라노 김태인, 백기만 역에 베이스 한준헌, 순사 역에 테너 이상규, 남학생 역에 테너 김윤중, 여학생 역에 메조소프라노 정지윤, 박종화 역에 바리톤 유광준, 그리고 제문 읽는 남자 역에는 이상화 시인의 집안 종손인 이원호가 출연한다. 2025년 현재, 이상화 생가터(대구시 중구 성정로 13길 7-20)에는 200여 년을 살아온 라일락 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이 나무는 일제강점기 조국을 사랑했던 민족시인 이상화의 혼과 시심이 깃든 상징으로서 매년 봄 이상화를 그리워하며 꽃을 피운다. 오페라는 1919년 대구 3·8만세운동을 배경으로 젊은 이상화가 시로 민중을 깨우고 독립의 함성을 외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1막에서는 대구 3·8만세운동을 배경으로, 이상화와 그의 친구들이 만세운동을 준비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2막은 일제의 검열 속에서 절망에 빠진 이상화가 시인으로서의 사명을 되새기는 과정을 다룬다. 3막은 동경 대지진 당시 조선인으로 몰려 체포된 이상화가 시로 민족의 자존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4막은 귀국 후 옛 연인 유보화와의 재회와 이별을 통해 사랑과 약속의 의미를 되새긴다. 마지막 5막에서는 모든 것을 잃은 이상화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를 완성하며 조국의 봄을 염원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에필로그에서는 현재의 이상화 생가로 돌아와 만개한 라일락 나무 앞에서 한 남자와 여자가 그의 시비를 바라보며 시를 읊는다. 이 목소리는 곧 합창으로 번져 무대 위 모든 인물이 함께 노래하며, 이상화의 시와 정신이 우리 시대의 봄으로 다시 살아난다. 안성국 인칸토 솔리스트 앙상블 대표는 “오페라 ‘약속의 봄’은 시대를 초월한 저항의 목소리이자 노래로 되살아나는 찬란한 봄날의 기록”이라며 “민족시인 이상화 선생의 시와 정신을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용기와 희망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09

포항문화재단, 지역 첫 ‘시민AI영화제’ 개최

포항에서 처음으로 시민 주도로 열리는 인공지능(AI) 영화제가 주목받고 있다. 이 영화제는 AI 기술이 일상의 창작 영역에 끼치는 영향과 가능성을 조명하며, 지역 사회와 협력해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오는 14~16일 포항 중앙아트홀 내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플러스 포항’에서 ‘AI: WAVE 포항시민AI영화제’를 연다고 밝혔다. 경북도와 포항시 주최, 포항문화재단 주관으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AI 기술과 지역 문화의 결합을 실험하는 독특한 축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가 공동 주최하고 포항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이번 영화제는 AI 영화 상영과 시민 창작 영화 상영, 포럼, 강연, 체험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에게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영화제의 포문을 여는 개막작은 ‘AI의 마법사(The Wizard of AI)’로, 고전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모티브로 삼아 AI 기술이 창작 생태계에 미친 영향과 기술 발전의 본질을 탐구한다. 이는 AI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풀어내며 영화제의 핵심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영화제의 백미는 시민이 직접 제작한 AI 창작 영화다. 사전 프로그램인 ‘AI 영상 제작 워크숍’과 ‘AI 시네마 캠프’를 통해 탄생한 19편의 작품이 소개된다. 포항의 일상 풍경부터 판타지적 상상력까지, AI 기술을 활용한 시민들의 창의적인 시도가 스크린을 수놓는다. 여기에 국내외 초청작 9편을 더해 총 28편의 영화가 관객과 만난다. ‘AI 시민영화 포럼’에서는 ‘나의 첫 AI 영화 만들기’를 주제로 상영작 감독들이 제작 과정을 공유하며, AI 시대 지역 문화 활성화와 공공지원 방안을 논의한다. 또한 ‘영화와 인공지능의 만남’을 주제로 한 대중 강연도 열린다. 애니메이션 ‘와일드 로봇’ 상영 후, AI와 생태·윤리적 감수성의 관계를 조명하며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넘는 사유의 장을 펼칠 예정이다. 관객들은 관람에 그치지 않고 AI 화가 로봇, AI 포토부스 등 다채로운 체험 부스를 통해 직접 AI 기술을 경험하며 미래 창작의 잠재력을 생생히 확인할 수 있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AI와 지역 자원을 결합한 새로운 예술적 실험이자, 시민이 주인공이 되는 축제”라며 “기술이 예술에 미칠 변화를 함께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포항시민AI영화제 공식 홈페이지(https://pcaff.netlify.app/) 또는 포항문화재단 P-콘텐츠산업팀(054-289-7874)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09

직업훈련 생계비 대부

<문> 공단에서 실시하고 있는 직업훈련 생계비 대부에 대해 궁금합니다. <답> 네. 장기간 체계적인 직업훈련을 받는 근로자들이 생계 부담 없이 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본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청 대상은 총 140시간 이상의 대부대상 직업훈련 과정에 참여 중이고, 전년도 기준 20세 이상 가구원 합산 연간 소득액이 가구별 기준 중위소득의 80% 이하인 비정규직 근로자, 전직 실업자, 무급 휴직자, 자영업자인 피보험자 중 대부대상 월의 훈련일수가 15일 이상인 경우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문> 대부한도는 어떻게 되나요? <답> 훈련 기간에 따라 결정되며 월 50~200만 원, 총 1000만 원이 한도입니다. <문> 대부금리, 보증료 및 상환방법 등은 어떻게 되나요? <답> 대부금리는 연 1%이며, 신용보증료 연 1%는 선공제입니다. 상환방법은 1년거치 3년, 2년거치 4년, 3년거치 5년 분할 상환 중 선택이 가능합니다. <문> 대부 신청방법은 어떻게 되나요? <답> 훈련월의 다음달 1일~10일(휴일인 경우 평일인 익일) 접수 가능하며, 신청기한이 지난 훈련월은 소급 신청이 불가합니다. 대부신청은 근로복지넷에 로그인 후 ‘직업훈련생계비’에서 신청 또는 근로복지공단에 직접 방문해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 보다 자세한 내용은 콜센터(1588-0075) 또는 관할 근로복지공단 경영복지부(054-288-5252)로 문의하시면 자세히 안내 받을 수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

2025-11-09

고향사랑으로 이룬 산골마을 경로당

지난 7일 포항시 남구 연일읍 우복2리에서 마을의 오랜 숙원이던 경로당 준공식이 열렸다. 현재 27가구가 생활하는 이 마을은 연일읍에서도 산속 깊은 오지로 꼽히는 곳이다. 그동안 어르신들이 모일 공간이 없어 불편을 겪어왔으나, 이날 새 경로당이 문을 열며 마을의 숙원이 풀렸다.   이번 경로당 건립에는 포항시의 행정적 지원과 더불어 마을 주민, 이장, 자매마을 기업 ㈜포센 등이 힘을 보탰다. 특히 이 마을 출신으로 서울에서 활발히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김한용 ㈜GNLST 대표의 후원이 큰 역할을 했다.   김 대표는 우복2리에서 초·중학교를 마치고, 포항 대동고등학교를 거쳐 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물류, 여행, 제조, 해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회사를 운영하며 국내외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고향 소식을 챙기며 마을 발전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새벽 서울을 떠나 행사에 참석한 김 대표는 “청소년 시절 자전거로 포항까지 통학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그 시절의 어려움이 오늘의 나를 만든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모교인 한국해양대학교와 대동고등학교에 장학금과 발전기금을 기탁하며 후배들을 위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영국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며 “비록 지금은 많은 분들이 떠났지만, 제 마음속 고향은 언제나 이곳”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개교 53주년을 맞은 대동고가 지역을 넘어 명문사학으로 성장하고, 동문들이 사회 곳곳에서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강덕 포항시장도 이날 바쁜 일정을 쪼개 준공식에 참석, 축하했다. 이 시장은 “우복2리 경로당이 이제 건축된 만큼 회원들이 모두 장수하시길 기대한다“면서 “한편으로는 고향을 잊지 않고 나눔을 실천하는 김 대표 같은 분들께 시민을 대표해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김병락 우복2리 경로당 회장은 “다소 늦었긴 해도 이제나마 마을 경로당이 문을 열어 너무 기쁘다”고 감격해 했다. 그러면서 “ 이 사업을 성원해 주신 분들, 그리고 크고 작은 마을 일들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조용하게 도와주고 있는 김 대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그간의 지원들에 고마움을 전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1-09

올해 수능, 수학 미적분·국어 언어와매체 선택자가 유리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학은 미적분, 국어는 언어와 매체를 선택한 수험생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종로학원은 9일 올해 시행된 교육청 모의고사 4회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고사 2회 등 총 6회 모의평가 결과를 분석한 결과, 미적분과 언어와 매체의 표준점수가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표준점수는 시험의 난이도와 응시 집단의 성적 분포에 따라 결정되는 점수로, 평균이 낮을수록 표준점수 최고점이 상승한다. 즉, 어려운 과목을 선택해 잘 치른 수험생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구조다. 총 6차례 모의고사에서 수학 미적분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확률과 통계 만점자보다 꾸준히 높게 나타났다. 기하 또한 확률과 통계보다 표준점수가 높았다. 예를 들어 올해 3월 교육청 모의고사에서 확률과 통계 만점자(원점수 100점)의 표준점수는 149점이었지만, 미적분 만점자는 157점으로 8점 더 높았다. 특히 미적분은 2022학년도 통합형 수능 도입 이후 매년 확률과 통계보다 표준점수가 3∼11점 높게 형성됐다. 통상 확률과 통계는 인문계, 미적분·기하는 자연계 수험생이 주로 선택한다. 국어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졌다. 언어와 매체는 통합 수능 도입 이후 교육청 모의고사(20회), 평가원 모의고사(10회), 본수능(4회) 등 모든 시험에서 화법과 작문보다 표준점수가 1∼7점 높았다. 올해 시행된 6차례 모의고사에서도 언어와 매체가 화법과 작문을 2∼7점 앞섰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두 과목의 높은 난도가 유지되면 상위권 학생에게는 선택 폭이 넓어질 수 있다”며 “다만 응시 인원이 줄어 상위권 분포가 달라질 수 있어, 실제 유·불리는 표준점수뿐 아니라 각 대학의 전형 방식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1-09

질문하는 인간

운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늦도록 일복이 많아선지 이번 학기에도 시간강사로 학생들과 만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세계적인 문학작품과 그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비교하면서 이모저모 생각하는 수업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라쇼몽’과 ‘덤불 속’, 셰익스피어의 ‘햄릿’,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지바고 의사’,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이 내가 고른 작품들이다. 요즘에는 조르바를 논의하고 있는데, “조르바는 모든 사물을 매일 처음 보는 것처럼 대한다”는 구절이 나온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을 때마다 신선하게 와 닿는 대목이다. 이미 넘치도록 익숙한 사물이나 관계에서 경이로움이나 신비로움 혹은 경탄을 경험하는 조르바의 놀랄만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그에게는 진부함이나 밋밋함 같은 감성이 없는 것이다. 21세기 20년대 대학생들처럼 웃음과 슬픔, 환희와 절망 같은 감정이 스러진 세대를 일찍이 본 적 없는 나로서는 그들이 이 대목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혹은 온전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등굣길에 낯설게 다가온 사물이나 사람이 있는지 묻지만, 그들은 당황스러워한다. 그런 질문을 받아본 적도 없거니와, 그런 생각 자체를 해보지 않은 까닭이다. 2019년 겨울 광주에는 눈도 많이 내렸지만, 해가 바뀌도록 전남대 교정에는 꽃이 쉬지 않고 피고 지기를 반복했다. 나는 꽃을 보면서 아끼는 후배의 성공적인 항암 투쟁을 기원하곤 했다. 그래선지 모르지만, 그는 담도암의 공격을 이겨내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한겨울 눈 속에서 피어난 새빨간 장미를 보면서 후배의 건강을 기원했던 내가 기억에 생생하다. 같은 대상이지만, 그것은 언제나 다르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만일 그나 그 여자에게 대상을 낯설고 의미심장하게 대하고 이해하려는 마음과 의지만 있다면 말이다. 더 나아가 그들에게 시인의 상상력과 감성이 자리한다면, 어떤 익숙한 인간과 관계와 사물이라 해도 그것은 언제나 신선하고 날카롭게 영혼을 찔러오는 감동과 경이의 순간을 선물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조르바는 아들뻘인 화자(話者)에게 툭하면 이런저런 질문 세례(洗禮)를 퍼붓는다. 자신만의 상념과 목적의식에 투철한 화자는 어쩔 줄 모른다. 대상을 새롭게 포착하는 사람은 늘 새로운 문제의식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그는 언제나 질문하는 인간이다. 이것을 날카롭게 잡아낸 생화학자가 영국의 찰스 파스테르나크이며, 그 저작이 ‘호모 쿠아에렌스’(2005)다. 인간이 진화 사다리의 정점에 오른 동기를 파스테르나크는 직립보행과 시야 확대, 자유로워진 두 손과 엄지손가락, 언어 소통 능력, 생각과 기억, 추론과 연결된 대뇌 피질 신경세포 등을 말한다. 하지만 그가 강조하는 것은 지적 호기심에 근거한 ‘질문하는 인간 (Homo quaerens)’이다. 궁금증을 가지고 그것을 해소하는데 주력한 인간과 그렇지 못한 침팬지의 차이?! 무학(無學)이나 다름없는 그가 지식인 화자를 가르치고, 인생의 비의(秘意)를 일깨워주는 것은 경험뿐 아니라, 경탄에서 발원하는 질문에 기인한다. 묻지 않는 인간은 이미 죽은 사람이다.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2025-11-09

개통된 포항~영덕 고속도로, 파노라마 오션뷰 찬사

지난 7일 개통된 포항~영덕고속도로는 주말 이용객들을 사로잡았다. 우선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바다 풍경이 일품이었다. 영일만IC를 벗어나자마자 한 눈에 들어온 동해바다는 더 없이 청량했고, 해안마을도 정겹기 그지 없었다. 10분도 채되지 않아 마주한 월포해수욕장은 고즈넉했고, 이어 만난 영덕 남정은 가을단풍이 형형색색 빛을 더했다. 해안 쪽 가드레일 높이를 기존보다 크게 낮춰 동해바다를 감상할 수 있게 설계된 점이 돋보였고, 슬라이딩 등의 안전방지도 기대 이상으로 갖춰져 있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곡강리에서 출발, 영덕군 강구면 상직리 30.92㎞ 구간까지 걸린 시간은 20여분. 기존 국도 7호선을 이용할 때 걸리는 시간의 절반을 단축했다. 14개의 터널이 이어졌지만, 위성항법시스템(GPS) 덕분에 내비게이션 신호도 끊기지 않았다. 특히 영덕 방향 영덕휴게소와 포항 방향 포항휴게소는 포항~영덕고속도로를 ‘바다 뷰 맛집’으로 만든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영일만항의 선박 모양을 딴 포항휴게소에서는 식당과 카페에 이어 데크를 따라가면 푸른 바다가 쭉 펼쳐졌다. 야외 곳곳에 놓인 붉은색 테이블에서는 바다를 바라보며 쉬어가기 좋았고, 2층 전망대에서는 탁 트인 뷰에 탄성이 터져 나왔다. 벌써 2026 신년 해맞이를 이곳에서 하자는 소리부터 다들 추억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대게 모양을 형상화한 영덕휴게소도 실시간 화제였다. 엘리베이터까지 갖춘 이 휴게소 루프탑 전망대는 동해 조망 덕에 이미 ‘인기 포토존’으로 떠올랐고 여기서 찍은 사진들이 SNS를 달구고 있다. 2016년 착공한 이 고속도로가 9년 만에 그 속살을 드러내자 포항·영덕 주민은 물론 외지인들의 발길이 주말 내내 이어졌고, 향후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는 평이 나와 일단은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이철우 경북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 김광열 영덕군수는 7일 개통식에서 “포항~영덕 고속도로는 앞으로 경북의 관광도로를 다시 쓰게 할만큼 큰 변화를 가져 오게 할 동력”이라며 축하했다. 다만, 개통초기여서인지 아쉬움과 보완해야 할 부분은 옥의 티였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양 방향 휴게소였다. 영덕휴게소는 너무 작아 진입 1㎞ 전부터 ‘차량 정체 중, 서행하세요’라는 안내 전광판이 서 있었고 진입로에서는 안내원이 차량을 통제했다. 휴게소에서 빠져나가는 차량 수 만큼 순서대로 입장을 시켜 불만이 적잖았다. 인천에서 온 박종철씨(55)는 “휴게소 진입이 이토록 어려웠던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포항휴게소도 엇비슷했다. 극심한 정체현상을 빚었고 대형차 전용 구역에도 일반 승용차가 주하는 등 차량 동선이 혼잡했다. 도로공사는 분석을 통해 영덕휴게소는 96면, 포항휴게소는 133면 규모로 주차장을 조성했다고밝혔으나 향휴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전기차 충전기도 포항과 영덕휴게소 모두 설치되지 않아 일부 운전자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 또 식당에는 이용객이 대거 몰리면서 준비한 음식이 빨리 매진돼 불만이 나왔다. 부산에서 온 김영식씨(31)는 “식사하려고 들렀는데 대부분 품절이라 편의점을 이용해야 했다”고 했다. 영덕IC 입구 도로 체계는 당장 보강이 시급했다. 상주와 영덕 방향으로 길이 갈리는 교차점을 앞두고 갑자기 차로가 하나로 줄어들어 깜짝 놀라 급정거하는 차량들이 속출했다. 한 운전자는 “2km쯤 부터 입구 도로가 1차선으로 좁아진다는 안내판 설치 등 안전조치를 당장 취하지 않으면 큰 사고는 불보듯 뻔해 보였다”고 지적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시설은 환경부나 사업자가 설치하는 수익사업 형태라 전력 공급과 인허가 절차에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고 나머지 부분들은 문제점들을 파악하는대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1-09

‘수소산업 중심도시 포항’ 실현될 수 있을까

‘포항 국제수소연료전지 포럼(POFC)’이 지난 6일 포항 라한호텔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수소경제’라는 주제로 열렸다. 올해 4회째를 맞는 이 포럼(2022년 창립)에서는 전국 산‧학‧연‧관 수소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포항을 수소도시로 특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050년 ‘탄소 중립(제로)’을 달성해야 하는 우리나라로선 수소경제 활성화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김재홍 한국수소연합 회장(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기조연설에서 밝혔듯이, 수소는 탄소중립 시대를 여는 필수 대안일 뿐 아니라 에너지 자립과 공급망 위험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전략 자산이다. 포항에서 3년 전부터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포항이 수소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중심도시로 부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강덕 포항시장도 이날 포럼에서 “포항에서 수소경제 기반의 성장 모델을 완성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 포스코그룹은 포항제철소내에 수소환원제철(HyREX) 데모플랜트(연 30만t 규모)를 건설 중이다. 오는 2032년까지는 하이렉스 상용 플랜트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하이렉스는 세계 최초로 포스코가 자체 개발한 공법이다. 수소로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환원)해 철을 만드는 방식이다. 7년 뒤면 ‘무탄소 제철’이 실현되는 것이다. 포럼에서도 언급됐다시피, 현재 수소산업은 생산·유통 과정의 높은 비용과 대규모 인프라 구축, 그리고 핵심 기술의 완전한 국산화 등 난제가 수두룩하다. 포스코로서도 수소생산 원가를 낮추는 한편,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최대현안이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수소경제는 미래 산업의 핵심 동력으로서 포항 철강산업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골든타임에 우리나라가 글로벌 수소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제 협력체계를 강화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금융 지원과 민간의 혁신적인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2025-11-09

4년만에 지방채 발행에 나서는 대구시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지방채 발행을 중단했던 대구시가 4년 만에 지방채를 신규 발행한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내년도 예산안을 작년보다 7.2% 증가한 11조7078억원 규모로 편성해 대구시의회에 제출하면서 편성 예산안에 지방채 발행액 2000억원을 포함했다. 홍준표 시장 때 3년 연속 발행하지 않았던 지방채를 4년 만에 신규 발행으로 방침을 바꾼 것이다. 시의 재정 사정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4년 연속 세입이 줄어든 가운데 복지, 교통, 교육 등 경직성 경비가 대폭 늘어난 때문이라 설명을 하고 있다. 대구시는 내년도 지방세수가 전년보다 410억원이 줄어든 3조3120억원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에 복지비는 내년도에 1982억원, 버스 도시철도 등 교통부담금은 1168억원이 각각 증가하고 교육재정부담금 전출금도 1068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구시는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2500억원을 절감하는 한편 신규 지방채 2000억원을 발행해 민생 등 핵심사업 재원으로 쓰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할 경우 대구시는 전국 8대 특·광역시 중 재정자립도는 6위(38.2%), 재정자주도(54.3%)는 7위로 전국 하위권에 머물게 된다. 국가경제가 원활치 않고 특히 대구는 부동산 경기침체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지방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취득세 수입이 매우 부진하다. 지방채 발행으로 부족한 재원을 채우는 고육지책이 동원돼 걱정도 된다.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은 지역경제 활성화, 주민복지, 공공서비스 제공 등 지역 특성에 맞는 효율적 예산 집행과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이 핵심이다. 비록 빚을 내 살림을 살더라도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높여 지방경제가 잘 돌아가게 하고 서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 지역의 미래를 밝힐 미래 신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도 효율적으로 해 지역의 미래를 밝히는데도 힘을 써야 한다. 한정된 재원으로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집행기관의 능력이다. 어려운 시기이나 대구시의 분발이 필요하다.

2025-11-09

“3조 홍보 지붕형 태양광 사업 실패” 지적

대구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가 대구시 미래혁신성장실의 지붕형 태양광 사업 실패와 CES 참가에 대한 부실한 전략·관리 체계를 강하게 비판하고 책임 있는 개선을 촉구했다. 대구시의회는 지난 7일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먼저 산업단지 지붕형 태양광 프로젝트 중단 과정에 대한 대구시의 불투명한 대응을 강하게 질책했다. 윤권근(달서구5) 의원은 “홍준표 시장 재임 시절 대구시는 3조 규모 유치를 성과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허무하게 포기했다”며 “그 후 대구시가 어떠한 반응도 발표를 한 적이 없다. 홍 시장 시절 언론 플레이를 많이 해서 시민 중에는 지금도 잘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최운백 미래혁신성장실장은 “(사업 중단 사실) 공개라는 게 어떤 형식이 돼야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작년 시정 질문 때도 하나은행과의 사업은 중단되었다고 말씀을 드렸다"며 “이번 국감 때도 말씀드렸다”고 해명했다. 윤 의원은 “태양광 사업을 특정 기업 제안에 기대어 추진한 것이 구조적 문제였다”며 “당시 사업 시작 1년 6개월 후 협력사 5곳 중 4곳이 교체됐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최 실장은 “앞으로는 특정 업체가 아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방향을 전환했다”며 “최근에는 기업이 자가용 전력을 직접 생산하려는 수요도 증가해 행정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장기 임대 리스크 등 구조적 난관에 대해 “보험제도 도입 등 산업부 논의가 진행 중이며 협의체를 통해 제도 보완을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위원회는 대구시의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참가 정책을 둘러싼 전략 부재와 실적 관리 미흡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했다. 이태손(달서구4) 의원은 “대구시는 CES에 9번째 참여했지만, 대구를 알릴 만한 주제나 전시 콘셉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대구시의 홍보·마케팅 전략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대구 공동관의 전시 주제, 디자인, 현장 이벤트, 미디어 홍보 전략 등에서 전년과 거의 달라진 게 없다”며 “계획서 숫자만 조금 바뀌었을 뿐, 사실상 복사·붙여넣기 수준의 계획을 해마다 제출하고 있다. 글자 하나 달라지지 않은 수준의 성의 없는 문서”라고 비판했다. 이어 “TP에 사업을 맡겨놓고 시가 제대로 감독하지 않아 운영이 방만했다”며 “CES 2025에서 계약 실적이 지난해 25만 달러에서 올해 6만 달러로 급감했음에도 시가 원인 분석이나 개선책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최 실장은 “참가 기업 선정 미흡이 원인이라고 본다”며 “CES는 중소기업이 단번에 계약까지 이어가기 어려운 구조가 있다”고 해명했지만, 이태손 의원의 질책은 계속됐다. 이 의원은 “공동관에서 예산을 투입해 기업들이 단독으로 나갈 때 그 성과를 시가 확인할 수 없다면, 공동관 운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며 “기업들이 비밀유지계약(NDA)을 이유로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며 시가 실적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시의 지원 효과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구시가 CES에 가는 목적은 글로벌 시장에서 대구 기업이 실질적 계약 성과를 만들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전략·성과 추적 체계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1-09

일본의 정년 연장

노동계가 65세 정년법의 연내 제정을 촉구하면서 정년 연장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이 노동계의 입장에 비교적 호의적 태도를 보이고는 있으나 시행과정에 불거질 부작용이 적지 않아 입법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 같다. 정년 연장은 고령사회 진입과 노인 빈곤퇴치, 연금 사각지대 해소 등을 위해 필요성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청년층의 고용감소와 기업 인건비 부담 증가 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진통은 불가피하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20년 이상의 준비 과정을 가졌다. 1986년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제정하고 이후 94년에 정년 60세를 의무화했다. 2013년에는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토록 조치를 취하면서 13년 동안 기업이 제도에 적응할 시간을 주었다. 70세 고용문제도 2021년에 관련법을 다시 개정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정년 연장 개념보다 고용확보란 측면에서 문제에 접근하고 있어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한다는 점이다. 숙련된 고령층 인력을 유지하되 인건비 총액이 폭증하지 않게 함으로써 청년의 고용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개혁에 기업과 사회가 동의함으로써 정년 연장 문제가 저출산·고령화 개선에도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있다. 우리도 정년 연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다. 그러나 노출되는 문제에 대한 사전 준비나 사회적 합의가 없다면 청년 취업난 감소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해질 수 있다. 일본의 과정을 교훈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바쁘다고 바늘 허리에 실을 꿸 수는 없는 법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1-09

포항형 빈집 실험 프로젝트

포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우체국 앞에서 만나자”는 말이 익숙할 것이다. 한때 시민들의 약속 장소이자 도심의 중심이었던 중앙상가와 육거리 일대는 이제 사람의 발길이 드문 거리로 변해가고 있다. 낡은 간판과 ‘임대 문의’ 현수막이 늘어가며, 포항의 상징이었던 이곳은 세월의 흔적과 함께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도시의 빈집과 빈 건축물은 더 이상 버려진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도시가 스스로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여백이며, 시민과 지역이 함께 미래를 실험할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 될 수 있다. 최근 한동대학교가 주최한 ‘다시, 육거리(RE:CROSSING)’ 프로젝트는 그 가능성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중앙상가의 20여 개 빈 점포를 임대해 전시·공연·체험 공간으로 꾸민 이 프로젝트는 대학, 상인회, 예술가가 함께 만든 민간 주도형 도심 재생 모델이다. 학생들의 졸업 작품이 골목 전시로 이어지고, 청년 밴드의 공연이 상가의 불빛을 다시 켜는 장면은 빈집이 단순한 철거 대상이 아니라 도시를 재창조하는 무대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얼마 전 열린 ‘포항시 빈집 정비 및 관리방안 대토론회’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더욱 구체화하였다. 포항은 2019년 기준 노후 공동주택 빈집 수 3,556호로 전국 3위 수준에 이른다. 토론회에서는 “도농 복합도시인 포항은 획일적인 정비보다 지역 맞춤형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충남대 건축학과에서 “멋진 건물보다 살기 좋은 동네가 중요하다”며 빈집을 공유와 휴식의 오픈 스페이스로 조성한 사례도 소개되었다. 이제 포항은 단순히 철거형 빈집 정비사업에서 벗어나 소유주·시민·공공이 함께 관리하는 거버넌스 형 모델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국내외에서는 이미 빈집을 도시재생의 자산으로 삼은 성공 사례가 많다. 일본은 ‘아키야(빈집) 뱅크’를 통해 노후 주택을 청년 창업자나 예술가에게 연결했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폐공장을 리모델링해 문화와 기술이 공존하는 ‘이노베이션 허브’로 재탄생시켰다. 우리나라 전주의 팔복예술공장은 버려진 산업단지를 예술공간으로 바꾸어 시민의 발길을 되돌려놓았다. 이제 포항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포항형 빈집 실험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지금의 빈집 정비사업은 공영주차장이나 임시 텃밭 조성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상상력을 더해 시민들이 즐겨 찾는 문화·예술·공유공간으로 재탄생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민·관·학이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 형 빈집 프로젝트를 구축해야 한다. 한동대에서 주최한 ‘다시 육거리’처럼 지역 대학과 청년, 기업이 협력해 쇠퇴한 원도심에 창의적 활력을 불어넣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정부의 ‘뉴:빌리지 사업’이나 ‘범정부 빈집 관리계획’을 포항 실정에 맞게 접목해 철거보다 관리·활용 중심의 도시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빈집은 도시의 상처가 아니라, 새로운 실험의 무대다. 포항의 빈집이 다시 빛을 켜고, 사람의 온기가 돌아오는 그날까지 시민·대학·기업이 함께하는 ‘포항형 빈집 실험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길 기대한다. /김은주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2025-11-09

울퉁불퉁한 길 만들기

경주 APEC이 2박 3일의 여정을 마치고 11월 1일 끝났다. 이재명 정부가 6월 4일 출범했으니 준비 기간이 5개월도 안 된 상태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여기저기서 호평이 많다. 그중에서도 젠슨 황이 GPU 26만 장을 한국에 우선 판매하겠다는 약속은 정치 성향과 상관없이 모두 기뻐할 만한 깜짝 소식이었다. 이런 발표가 있기 하루 전날 젠슨 황은 삼성 이재용, 현대 정의선 두 회장과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치맥 회동으로 뉴스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CPU는 알지만 GPU는 금시초문인 데다, 무료로 주는 것도 아니고 14조 원이나 되는 돈을 주고 사는 건데 왜 우리가 이토록 감사해야 하는지 어리둥절하여 여기저기 검색하고 강의도 찾아 들었다. AI가 미래 산업에서 엄청나게 중요한데, 이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GPU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도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서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다고 한다. 현재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GPU는 6만 5천 장인데 26만 장을 더 들여오면 30만 장이 넘어 세계 3위 보유국이 된다. 이것은 2천만 장을 보유하여 전 세계 보유율 40%를 차지하고 있는 1위 미국이나 25%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에 비하면 엄청난 격차지만 30여 만장으로 3위가 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앞서간다는 뜻이고, 앞으로 발전 가능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렇게 환호하는 분위기 일색에서 GPU 30만 장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소 하나가 필요하다고 염려하면 눈치 챙기라는 지청구만 들을 가능성이 백 퍼센트다. 이제 AI는 우리 실생활에 파고들어 없어서는 안 될 도구로 자리잡고 있으니 거부할 수도 회피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의 전 역사를 돌아보면, 기술은 음과 양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발전해왔다. 농업의 발전은 물론이고 산업 혁명, 정보 혁명 등 모든 기술 혁명에는 그림자와 부작용이 뒤따랐다. 지금 디지털 세상도 능력에 따른 빈부격차의 극심화나 인간 소외 등 부작용이 있다. 이에 AI가 발전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등에서 신규 채용은 제로가 되었고, 대량 해고도 잇따르고 있다. 어느 소설가는 현실은 울퉁불퉁한데 휴대폰 세상은 너무나 매끄럽기 때문에 도파민이 분비되어 중독되는 것이라 한다. 이런 논리를 AI에 적용하면, AI야말로 매끄러움의 끝판왕이다. 챗지피티에 어떤 자료를 넣어도 완벽한 결과물을 척척 내놓는다. 이제 인간 세상의 울퉁불퉁함과 어설픔, 시행착오는 악덕이 되어 가고 있다. 그렇다고 휴대폰에 인간 세상의 울퉁불퉁함을 이식하여 속도를 늦추자는 그 소설가의 제안은 실현 불가능하다. AI의 발전도 막을 수 없다. AI는 계속 발전하는 대신, 개인과 지역 차원에서는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조금이라도 확보하면 좋겠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에서 프로스트가 폴을 치유해주는 장면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마담 프로스트 같은 일을 하고 싶다는 소원을 갖게 되었다.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 같은 비포장도로가 있는 집을 여전히 꿈꾸고 있다. /유영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교수

2025-11-09

대구교육청, 기초학력 지원 강화로 교육 효과 향상

대구시교육청은 2022년부터 모든 학교에 기초학력 지원부서를 설치하고 전담 부장교사를 배치한 결과, 기초학력 향상에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이는 일각에서 제기한 대구에 기초학력 전담교사가 전무하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이다. 대구교육청은 타 시·도와 달리 모든 학교에 기초학력 전문성을 갖춘 부장교사를 보직 배치했다. 이들은 학습지원대상학생의 진단·보정 지도를 총괄하며 학교 내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기초학력 중점사업인 ‘1수업 2교사제’는 정규수업과 방과후 시간에 학습부진 학생을 대상으로 개별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 현재 초등학교 226교(404명), 중·고등학교 151교(284명)에서 운영 중이다. 입석중 이현진 교사는 “두 교사가 협업하면 실시간 피드백이 가능해 기초학력 부족 학생에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시교육청은 모든 학교를 ‘두드림학교’로 지정해 학습·심리·정서 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별 예산(300만~1300만 원)을 지원하며, 독서치유·예술치료·가족참여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습동기와 학교생활 적응을 돕는다. 우수사례는 지속적으로 확산될 예정이다. 강은희 교육감은 “기초학력은 학생 성장의 기본 토대”라며 “학교 중심 지원 체계를 공고히 해 모든 학생이 배움의 자신감을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29일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과 (사)좋은교사운동은 “대구를 비롯한 3개 시도에 기초학력 전담교사가 없다. 책임 교육의 최전선에서 손을 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1-09

경산시, 규제자유특구 유공 기관 표창 수상

경산시가 ‘전기차 차세대 무선 충전 규제 자유 특구’ 운영 성과로 규제 자유 특구 유공 기관 표창(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았다. 경산시는 특구 운영으로 △고출력·초소형 무선 충전 실증 △규제 특례 확보와 제도개선 △산학연 협력 △기업 성장 지원을 추진하며 전기차 무선 충전 기술 상용화 기반을 구축하고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한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총사업비 230억 원 규모로 추진된 이번 특구 사업으로 시는 고출력·유선 연계형·초소형 차량 무선 충전 기술을 실증해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하고, 60여 건의 성능·안전 검증을 통해 공인 인증 체계를 마련했다. 또 중앙부처와 관계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 최초로 주유소 내 전기차 무선 충전 설비 설치 특례를 도입하는 등 제도개선과 규제혁신을 이끌었다. 조현일 경산시장은 “이번 수상은 경산시가 선도적으로 추진해 온 전기차 차세대 무선 충전 실증과 제도 혁신의 성과를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것으로 앞으로도 규제자유특구를 기반으로 신기술 상용화와 산업생태계 혁신을 가속화, 경산이 대한민국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하는 도시로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5-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