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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대 미식축구부 OB회, 후배 위한 발전기금 300만 원 전달

경일대학교 미식축구부 ‘블랙베어스’ OB회는 지난 12일 후배 선수 지원을 위한 발전기금 300만 원을 학교측에 전달했다. 블랙베어스 OB회는 매년 후배들의 성장을 위해 기부를 이어오고 있으며, 이번 전달식에도 동문 선배들이 직접 참석해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경일대 블랙베어스는 OB회의 지속적인 후원에 힘입어 △2022시즌 TKAFA 춘계·추계 무패 우승 △2023시즌 TKAFA 춘계 우승 및 추계 무패 우승 △2024시즌 TKAFA 춘계·추계 무패 우승 등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며 지역 최강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제65회 전국대학미식축구선수권대회(타이거볼) 4강에 진출해 경북대, 한양대, 연세대와 함께 우승을 다투고 있다. 이건영 미식축구부 감독은 “선배들의 응원과 후원이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된다”며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정현태 총장은 “선후배 간의 유대와 헌신이 경일대 스포츠 정신의 핵심”이라며 “전국대회에서도 선수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일대는 지난 5월 대한미식축구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교육·훈련 프로그램 공동 운영, 지도자 교류, 미식축구 저변 확대 등을 추진 중이다. 현재 9개 종목으로 구성된 KIU스포츠단을 운영하며 학생선수들의 균형 잡힌 대학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1-13

도요타, 미국에 100억 달러 추가 투자··· 노스캐롤라이나 배터리공장 가동

도요타자동차가 향후 5년간 미국에 최대 100억 달러(약 15조 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1950년대 첫 미국 진출 이후 누적 투자액이 600억 달러(약 88조원)에 달하게 되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일본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의 대미 투자로 꼽힌다. 이번 결정은 12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리버티시에서 열린 배터리 공장 ‘토요타 배터리 매뉴팩처링 노스캐롤라이나(TBMNC)’의 준공 및 가동식에 맞춰 발표됐다. 이 공장은 도요타가 해외에 세운 첫 자체 배터리 생산법인으로, 총 140억 달러(약 20조원)가 투입됐으며 최대 5100명의 고용 창출이 예상된다. △하이브리드·전기차용 배터리 현지 생산 본격화 TBMNC는 도요타의 미국 내 11번째 생산거점으로, 초기에는 하이브리드차(HV)용 배터리를 양산하고, 2026년 이후에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배터리전기차(BEV)용 배터리 생산으로 확대된다. 공장은 총 14개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으며, 미드사이즈 세단 ‘캠리’와 SUV ‘RAV4’, ‘카롤라 크로스’ 등 주요 차종에 탑재될 예정이다. 도요타는 이번 추가투자로 기존 켄터키·웨스트버지니아 등 주요 공장의 전동차 부품 생산능력 확충도 병행한다. 도요타의 북미 판매는 올해(1~10월) 207만대(전년 대비 8% 증가)를 기록했고, 하이브리드 시장 점유율은 50%를 상회한다. △‘트럼프 관세’와 하이브리드 수요의 교차점 이번 발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및 관세 강화 기조와도 맞물린다. 9월 말 전기차 세액공제 제도가 종료되면서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는 반면, 하이브리드 수요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도요타는 “관세 대응 차원이 아닌 시장 수요 대응 투자”라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현지 생산 확대가 비용 절감과 수익성 개선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4~9월 도요타의 북미 지역 영업이익은 1341억 엔(약 1조2000억 원) 적자로, 금융위기 이후 첫 반기 적자를 기록했다. 현지 생산 확대가 손실 완화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시장과의 관계, 역사적 전환점” 오가와 데쓰오 도요타 북미 사장 겸 CEO는 “도요타 최초의 미국 내 배터리 공장 가동과 100억 달러 추가 투자는 회사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미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고용 창출과 지속적 투자를 통해 지역사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현재 미국에서 약 5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11개 생산공장에서 누적 3500만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해왔다.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내 일자리 확대와 전동차 공급망 강화라는 ‘이중 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달 경주APEC정상회의 직전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도요타가 미국 전역에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자동차 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발표는 그 발언을 공식적으로 뒷받침하는 행보로, 정치적 상징성 또한 적지 않다는 평가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2025-11-13

李 대통령 “내년 예산안, 지방정부 ‘미래 개척’ 마중물 될 것”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했다. 문재인 정부 때 출범한 협의회로 중앙과 지방이 자치분권·균형발전 관련 정책을 심의하는 자리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전국 광역 시도지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지난 30년간 지방정부의 자치 역량이 많이 확대됐지만 갈 길이 멀다”며 “지방정부의 권한이나 재정에 있어 부족한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며 ‘무늬만 지방자치’라는 비판적 평가도 실제로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과 지방은 더 강력하고 동등한 협력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런 차원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지방 우선, 지방 우대’ 원칙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수록 더 두텁게 지원하고, 보조금의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며 “지방 자율재정 예산 규모를 3조8000억 원가량에서 약 10조6000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늘려 자율성을 대폭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 사무의 지방 이양, 지방 재정 분권 확대,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면서 “내년도 예산안은 지방정부가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초등학교’라는 격언을 인용하며 “지방자치제도는 민주주의를 체험하는 소중한 제도다. 중앙정부는 앞으로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데 지방정부와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는 정부의 실질적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재정 분권 추진방안과 국고 보조 사업 혁신 및 중앙·지방 재정 협치 강화 방안이 보고됐다. 이 대통령은 참석자들이 지방 재정 분권 및 재정 확충을 거듭 요청하자 “수도권과의 거리에 비례해서 (지방에) 인센티브를 준다는 건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라며 “지방 균형 발전 영향 평가 법제화도 논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1-12

예결위, 728조 제쳐두고 ‘공방’으로 얼룩

728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비경제부처 심사가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진행됐지만, 여야가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을 두고 재차 날 선 공방을 벌이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이날 예결위에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출석해 항소 포기 논란 이후 처음으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했다. 국민의힘은 검찰의 항소 포기가 대통령실과 법무부, 검찰총장 대행 간 ‘외압 사슬’의 결과라고 주장하며 정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집단 반발을 ‘선택적 항명’으로 규정하며 검찰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형사판결이 확정돼야 민사소송도 맞물려 범죄수익을 추징하기가 수월하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고인임에도 아직 남은 956억 원에 대한 추징이 이뤄지고 있는데, 왜 이런 원칙이 대장동 앞에서만 멈추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정 장관은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서범수 의원은 “내년도 아이돌봄지원 사업 예산이 6000억 원 정도인데 7800억 원은 그만큼 어마어마한 돈”이라며 “이 돈을 범죄자에게 도로 돌려주는 결정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 장관은 “전 정권 하에서 일종의 정치보복적인 수사 하나 때문에 장관이 이걸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사퇴 요구에 선을 그으면서,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액을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맞섰다. 김승원 의원은 “검찰에서 이미 몰수·추징보전을 해놨다”며 “7000억 원이 마치 대장동 업자들에게 다 돌아가는 것처럼, 정부가 포기한 척 질문하는 것은 황당하다”고 말했다. 정 장관도 “현재까지 파악할 수 있는 모든 재산에 대해 몰수추징처분이 돼 있다”며 “약 2000억 원 정도는 이미 추징보전 상태”라고 강조했다. 고민정 의원은 “검찰의 구형량보다 훨씬 높은 형량이 법원에서 나왔다”며 “이는 검찰 스스로 무능했거나 조작의 대가였음을 입증한 두 가지 경우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정 장관은 예결위 도중 기자들과 만나 ‘대검에 신중히 검토하라고 말한 게 외압으로 느껴진다는 지적도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 “그게 무슨 외압이겠나. 일상적으로 하는 얘기”라고 밝히기도 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1-12

“지선 승리 위해 뭉쳐야”… 전열 가다듬는 국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철우 경북지사 등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 11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인재 영입과 공천 방식 등에 대한 의견을 듣고 지방선거 승리 전략을 가다듬기 위해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12일 여의도 중앙당에서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및 시도 광역단체장 연석회의를 열고 “현재 정국을 보면 내년 지방선거 승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어떻게 승리로 이끌지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거론하며 “법 앞에 예외가 있다면 그게 독재다. 그길로 가는 마지막 저지선이 내년 지방선거”라고 강조했다. 송언석(김천) 원내대표도 “정부 여당이 입법·행정·사법부까지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데 지방 권력까지 장악해 완벽한 독재 체제를 완성하려 한다”며 “이번 선거는 국민과 함께 국민의힘이 승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경원 지방선거총괄기획단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가 지방정부까지 장악하면 암흑이 시작된다”며 “일 잘하고 잘 싸우는 후보를 내기 위한 공정한 공천 기조를 당에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철우 경북지사는 “김대중 민주당 정부가 만들어질 때 87명이었다. 굳건히 싸워서 상대도 안 되는데 이기더라. 그런 정신으로 해야 한다”며 “우리가 정신을 가다듬고 밑에서 커 올라온 사람이 말해야 한다. 쉽게 말해 태권도 4단보다는 싸움꾼이 낫다”고 힘을 보탰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최근 권력을 사유화한 세력에 의해 국가가 포획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내년 지선에서 집권 여당에 자리를 모두 내준다면 국가 포획사태가 더 심화할 것“이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권과 민주당은 서울시정을 무도하게 공격하며 이른바 ‘오세훈 죽이기’에 본격 돌입했다. 여당은 물론이고 총리와 장관까지 나서서 서울시를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당에서) 광역 지자체장에 대한 정권의 무분별 무차별 공세에 대해선 함께 해달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한 쓴소리도 나왔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당과 지역 간 소통 부재를 겨냥한 듯 “나는 (이런 자리가) 7년 6개월 만에 처음”이라고 뼈 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에 장 대표는 “더 자주 모시고 많은 말씀을 듣겠다”는 취지로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1-12

국힘 “이재명 탄핵까지 싸우자” 총공세 돌입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해 정권 차원의 외압이 있었다고 확신한 국민의힘이 12일 대여(對與) 총공세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대장동 일당 7400억 국고 환수 촉구 및 검찰 항소 포기 외압 규탄대회’를 열고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사퇴와 특검, 이재명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했다. 이날 국민의힘 추산 1만5000여 명의 참석자는 ‘대장동 항소 포기 사법정의 사망선고’, ‘5개 재판 재개는 국민의 명령이다’, ‘대장동 수사외압 국정조사 실시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대장동 일당 옹호하는 민주당도 공범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장동혁 대표는 “항소 포기의 정점에 이 대통령이 있다”면서 “검찰이 포기한 대장동 사건을 국민에게 항소 제기한다. 이 대통령과 이 정권을 끝내야 한다. 이 대통령을 탄핵하는 그날까지 뭉쳐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날 내란 특검이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체포한 데 대해 “대장동 항소 포기를 덮기 위한 것”이라며 “전쟁이다. 우리가 황교안이고, 뭉쳐서 싸우자”고 강조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권이 항소 포기 외압의 실체”라며 “7800억 원에 이르는 범죄수익을 온전히 보존하려고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송 원내대표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항소와 관련해 검찰에 ‘신중히 판단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힌 것을 언급하며 “항소 포기 외압을 자백했다. 조폭이나 다름없는 외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은 성공한 수사인지, 조작 기소인지 진실을 알고 싶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를 실시하자”고 촉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주진우 의원은 “김만배와 남욱이 이 대통령을 불까 봐 두려워서 봐주기한 것 아니냐”며 “검찰이 항소를 못 해서 피고인들이 거짓말을 하게 판 깔아주는 재판이 공정한 재판이겠느냐”고 반문했다. 박형수(의성·청송·영덕·울진) 의원은 “정 장관과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사퇴해야 한다”며 “장관, 총장 대행,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하고, 그것도 안 되면 탄핵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1-12

전통 모델·위성 감지·AI 기술 결합 ‘다층 대응’ 구축한 캐나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산림 면적을 보유한 나라 중 한 곳이다. 캐나다는 전체 국토 면적이 약 998만 ㎢에 달하는데 약 38%인 347만 ㎢가 산림으로 구성돼 있다. 캐나다 산림 면적은 세계 산림 면적의 약 9%에 해당할 정도로 넓어 그만큼 산불이 잦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더해 지구 온난화 가속화에 따른 ‘열돔 현상’이 캐나다를 뒤덮으면서 매년 수천 건의 산불과 맞서 싸우고 있다. 캐나다 산림청(NRCan)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캐나다에서 산불로 소실된 면적은 약 5만3천㎢로 캐나다 산림 면적의 1.5%가 불에 탔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후변화로 인해 고온·건조·강풍 등 극단적 기상 조건이 빈번해진 탓에 산불 발생 가능성과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산불 발생 변수에 대비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는 한발 앞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산불 예방 활동에 집중하는 동시에 예기치 못한 산불이 일어나더라도 인명피해와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캐나다 산림청이 운영하는 캐나다산불정보시스템(CWFIS·Canadian Wildland Fire Information System)을 통해 첨단 예측 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기술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실천할 수 있는 파이어스마트(FireSmart) 프로그램을 통해 ‘산불 피해 최소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온난화 ‘열돔현상’에 매년 수천 건씩 산불 발생 2500여 기상관측소 데이터 활용하는 CWFIS 산불위험지수·화재행동예측지도 만들어 대비 정확도 위해 2029년엔 ‘소형위성’도 띄울 계획 지역사회-정부-주민 협력 ‘파이어스마트’ 가동 교육·식생관리 등 ‘피해 최소화’ 환경구축 힘써 전통 시스템에서 첨단 예측으로 캐나다 산림청이 운영 중인 CWFIS는 위성 관측, 기상 데이터, 식생 정보 등을 매일 통합해 전국의 화재 위험도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국가 플랫폼이다. CWFIS는 캐나다 및 미국을 포함한 2천5백여개의 기상관측소 데이터를 활용해 기상관측자료, 연료상태, 지형자료 등을 파악하고 산불 위험지수 및 화재행동예측을 지도로 만들어 산불 위험에 대비한다. 산불 지도화를 통해 통해 산불이 발생했을 때 대응 자원을 즉각 배치할 수 있고, 지자체나 일반 시민이 지역 화재 위험도를 확인하고 빠르게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또 위성 관측을 통해 산불 발생을 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산불 대응 기관들이 산불 초기 대응에 신속하게 나설 수 있도록 자원을 배분하는 등 전략을 수립하는 자료를 제공한다. 이 가운데 ‘Forest Fire Behaviour Prediction(FBP·산불확산예측)’ 시스템은 바람, 습도, 연료 종류에 따른 화재의 확산 속도와 강도를 예측하는 모델로, 현장 소방대와 지방정부가 자원 배치와 대피 판단에 활용하고 있다. 다만 데이터의 품질과 현실 적용에 있어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어 캐나다는 최근 위성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첨단 산불 예측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캐나다 우주국의 ‘‘WildFireSat’ 프로젝트는 소형 위성 여러 대를 띄워 캐나다 전역의 열 신호와 연기를 실시간 감지하기 위한 것으로 2029년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FBP등 모델의 정확도를 위성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로, 발화 초기의 작은 불씨까지 포착해 대응하는 것이 목표다. 이같은 노력은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여러 차례 대형 산불을 겪으면서 나름의 대책들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발표한 종합대책에는 기상청과 산림청을 주축으로 ‘드론·위성·CCTV를 활용한 입체적 산불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계획이 담겨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계획 단계로 구체적 실행 단계에 들어서지 못했다. 기상청만 하더라도 아직까지 산불 대응에 있어 기상 관측 및 예보, 경보 발령 등 역할이 대부분이다. 산불 발생 후 진화, 자원 배치, 화재 확산 속도 예측 등은 주로 산림청, 소방청, 지자체 등에서 맡고 있어 통합된 시스템 하에서 인공지능에 기반한 산불 대응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주변국이나 캐나다·미국처럼 산불발생 가능성과 화재행동 예측, 자원배치까지 아우르는 종합 예측 모델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산림청 및 국립산림과학원 등이 전국 각 지역별 지형과 산림 현황, 기상청 예보 정보(온도·습도·풍속 등)를 활용해 산불 위험도가 높은 지역을 예측 제공하는 국가산불위험예보시스템이 운영 중이다. 하지만 현재 시스템으로서는 산불 예측과 확산 모델 전체를 커버할 수 없다는 한계가 명확하고, 산불 예방에 주력하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 비해 연료(낙엽, 식생 밀도)상태, 지형의 복잡성, 국지 기후 등 변수 반영에 취약한 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및 발전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정부 주도 개발 동시에 지역사회-주민 협력 프로그램 마련 이와 함께 산불 피해를 줄이고자 지역 사회-정부-주민이 협력하는 파이어스마트(FireSmart)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파이어스마트는 캐나다 전역 산불 위험을 줄이고 지역사회 산불 탄력성을 높이고자 고안된 종합프로그램이다. 파이어스마트는 △교육 △식생 관리 △법률 및 계획 수립 △개발 시 고려사항 관리 △주택과 기반시설 생존 가능성을 높일 개발 규제 도입 △기관 간 협력 △교차 훈련 △비상계획 수립 등 7가지 핵심 원칙 하에 운영되며, 이는 각 지역 파이어스마트 코디네이터와 지역 대표 등이 주도하고 실행한다. 지난 7월 방문한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파이어스마트 BC’의 경우 ‘지역사회 중심 예방문화 확대’를 목표로 산불 위험 인식을 높이고 예방과 완화에 필요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다. 산불 위험지역 내 산불 확산 원인이 될 수 있는 나뭇가지나 낙엽 같은 ‘연료’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위험을 줄이는 식생 관리부터 각 주의 공공 정책과 통합 토지 이용 계획, 법률 명령 등을 정비해 화재에도 잘 견디는 건축자재로 주택을 짓는 등 방법을 통해 생존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산불은 ‘정부만이 아닌 주민들과의 공동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주민 중심에서 산불 예방 활동 및 실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한 점이 특징이다. 신문, TV 등 전통적 방식에 더해 SNS 등 젊은 층이 향유하는 플랫폼을 통해 산불 예방과 행동 요령, 파이어스마트 BC 활동 관련 홍보·소통 등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주민-지방자치단체-소방 등이 산불 예방과 안전에 공감하고 대처 요령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도모하고 있다. 한마디로 주민이 주체가 되는 산불 예방 활동인 셈인데 이는 국내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산불의 직접적 피해자는 다름 아닌 주민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발생한 대형 산불은 비단 산과 임야 뿐 아니라 도시 주택과 도로, 학교 등 주거지역을 위협했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9년 강원도 고성·속초 산불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연이 피해를 입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의 생활과 생명을 위협했다. 때문에 산불이 ‘주거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이같은 점에서 ‘불이 나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주민과 힘을 함께 모으겠다는 캐나다의 정책은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1-12

日 막부와 담판 안용복, 왕조가 버린 섬들 지키려 고군분투

△ 울릉도의 오지 중의 하나인 석포 해담길 내수전 구간이 끝나면 석포-추산 구간으로 이어진다. 이 길로 들어서기 전에서 석포 마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석포마을에는 안용복기념관과 의용수비대기념관, 석포전망대 등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일주도로 터널이 뚫리기 전까지 석포는 울릉도의 오지였다. 정들포, 정들께라고도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울릉도에서도 워낙 험한 산속 오지라 처음 찾아왔을 때는 막막하지만 막상 떠나려면 정이 들어서 떠나기 힘들 정도로 정이 많은 산마을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정들포였다. 석포 일출전망대는 의용수비대 기념관과 붙어 있는데 러일전쟁 때 일본군의 망루 역할을 했다. 전망댕에서는 울릉도의 3대 비경인 삼선암과 관음도, 공암을 모두 볼 수 있다. 1693년 日 어부들과 조업권 실랑이 벌이다 오키섬으로 끌려가 에도 관백 앞에서 ‘독도는 조선땅’ 주장, 출어 금지 서계 받아내 1948년 美 B29 독도 해상 폭격 연습… 어민들 집단 희생 비극 안용복 기념관은 왕조가 버린 섬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안용복(安龍福. 1658~?)을 비롯한 백성들의 분투를 기념해서 지어진 건물이다. 안용복의 제1차 도일은 1693년 3월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안용복은 울산 출신 어부 40여 명과 울릉도에서 고기를 잡다가 호키(伯耆)주 요나코무라(米子村)에서 온 일본 어부들과 마주쳤는데 조업권을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숫자가 적었던 탓에 안용복은 박어둔(朴於屯)과 함께 일본 오키(隱岐) 섬으로 끌려갔다. 여러 경로를 거처 에도(江戶) 관백의 심문을 받고 울릉도, 독도가 조선 땅이라는 주장을 하고 납치의 부당성을 호소했다. 결국 “죽도(울릉도)와 자산도(독도)는 일본 땅이 아니기 때문에 일본 어민들의 출어를 금지 시키겠다”는 막부의 서계(書契)를 받아냈다. 하지만 이후 일본인들은 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불법 월경을 해 울릉도 근해에서 조업을 계속했다. 안용복은 조정의 관원으로 위장한 뒤 2차 도일을 감행해 담판을 짓고 돌아오려 했으나 실패하고 송환됐다. 조선 조정은 그런 안용복에게 상을 주기는커녕 사형을 시키려다 감형해 귀양을 보내고 말았다. 유배 이후 안용복의 행적은 알려진 바가 없다. 지금 안용복은 장군으로 추앙받고 있지만 후대의 추대일 뿐이고 그가 살던 당시에는 전라 좌수영의 노꾼 출신이 어부였다. 국가가 못한 일을 해낸 백성. 안용복은 장군 그 이상으로 추앙받고도 남을 공적을 세웠다. 장군들도 지키지 못한 독도를 지켜냈기 때문이다. △ 안용복기념관의 독도조난어민위령비에 서린 한 안용복 기념관에는 독도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주는 전시물도 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것 말고 우리가 독도에 대해 아는 것이 무엇일까? 독도에서도 미군에 의한 한국인 양민학살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안용복 기념관에 그 증거가 전시되어 있다. 우리 군경에 의한 해방공간과 한국전쟁 시기 양민학살은 많이 밝혀졌지만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은 충북 영동군 노근리 철교 밑에서 한국인 300여명이 학살당한 노근리 학살 사건 정도만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섬 지역에서도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이 적지 않았다. 여수의 섬 안도에서의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도 그 중 하나다. 한국전쟁 시기 여수에서 섬으로 피난을 오던 300여명의 양민을 실은 피난선을 미군 제트기가 무차별 폭격했다. 안도의 이야포 해변이 그곳이다, 이 폭격으로 한국인 150여명이 숨졌다. 그 증거가 안용복기념관의 ‘독도조난어민위령비’에 새겨져 있다. 1948년 6월8일 미군은 사전 통보도 없이 독도를 타깃으로 폭격 연습을 시작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출격한 미 공군 제93중폭격비행단의 B29 폭격기 20대가 독도 주변 해상에 무차별 폭탄을 투하했다. 이 폭격으로 독도 앞바다에서 미역을 채취하고 조업하던 울릉도와 강원도 어민들이 집단으로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다. 사건 발생 후 미 군정청은 어선 11척이 파괴되고 어민 14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조업 중이던 어선이 30여척이었고, 사상자도 150명이 훨씬 넘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생존 어부들은 “30여척의 동력선에 한 척당 5~8명이 승선했으니 150명 이상 숨졌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 어민들 피해에 대한 정당한 조사 이뤄져야 당시 독도는 연합국 최고사령관 각서 제1778호(1947년 9월16일)에 의해 주일 미 공군의 폭격 연습지로 지정돼 있었다. 미군정청은 의도적이 아니었다고 변명했지만 30여척이나 조업을 하는데 미군 조종사들 눈에 어선들이 보이지 않았을 까닭이 없다. 묻혀버릴 뻔했던 미군이 벌인 참상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사건 다음날인 6월9일 독도로 조업을 나온 어민들에게 구조된 장학상씨(당시 36세·1996년 사망) 등 목격자 덕분이었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어선들은 조업하고 일부 어민들은 미역과 해산물을 채취하면서 점심 식사를 준비하다 독도로 접근하는 한 무리의 비행기를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미군이 폭탄을 투하하고 기관총을 난사했다고 한다. 모두 4차례에 걸친 폭격과 총격으로 어민들 대다수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미국은 처음 폭격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 6월17일이 되어서야 폭격을 시인했다. 7월 9일 미 군정청은 소청위원회를 구성해 피해 내용을 조사했고, 1명을 제외한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완료했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며 사건은 덮어지고 말았다. 진상규명도, 피해 배상도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덮어지자 강원도와 울릉도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그러자 한국 정부는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1950년 6월 8일, 독도 동도의 몽돌해안에 ‘독도조난어민위령비’를 세웠다. 당시 위령비 제막식에는 조재천 경상북도 도지사와 해군 의장대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참혹한 사살이 조난이라니 어불성설이 아닌가. 우리는 미국의 눈치를 보며 제대로 말하지도 못하는 참혹한 시대를 살았다. 비석은 1959년 유실됐고 2005년 경상북도가 독도 동도에 다시 세웠다. 원래 비석은 2015년 바다에서 발견돼 안용복기념관에 보관되고 있다. 울릉도 주민들은 매년 6월8일 독도에서 희생 어민 위령제를 지낸다. 기상이 나빠 독도 접안이 어려우면, 안용복기념관 앞에서 위령제를 지낸다. 많이 늦었지만 정부는 이제라도 미군에 의한 독도 양민학살 사건의 진상을 다시 규명해야 마땅하다. 조난자위령비도 ‘미군 폭격 희생자 위령비’로 다시 세워져야 한다. 수백년 전 일본의 막부로부터 울릉도가 조선 땅이란 문서를 받아냈던 어부 안용복의 후예인 우리 어민들의 억울한 죽음을 신원해주는 것이야말로 역사를 바로 세우고 독도가 우리 땅임을 증명하는 지름길이다. 조난이 아닌 폭격에 의한 학살의 희생자들 그들을 위한 비석을 세워야 한다. ‘미군 폭격 희생자 위령비’. 그것만이 억울한 양민들의 죽음에 작은 위로라도 될 것 같다. 뜻하지 않게 샛길로 들어선 안용복 기념관에서 우리 역사를 새롭게 배운다. /강제윤(시인,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2025-11-12

어머니의 정신과 해풍국수의 전통 지키고 싶어

이순화 여사는 노동을 감당하지 못할 나이에 이르면서 사업을 아들에게 물려주었다. 그리고 업장에 앉아 국수를 판매한다. 문명의 이기에 익숙하지 않아 다방면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는 없지만 ‘홍보대사’ 역할은 마다하지 않는다. 돈이 크게 되지는 않지만 필생의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자신의 뜻을 받아들인 아들이 고마웠다. 돈이 우선인가, 소멸되어가는 소중한 가치가 사장되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가장 늦게 시작한 국수시장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밥벌이의 지겨움은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아들 역시 20여 년 잘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가업을 이어받은 것이기에 정말 고마웠다. 20여 년 직장 정리하고 가업 잇는 아들 10년 간 어머니 감각 익히며 공부 매진 어머니가 지켜온 가치 훼손 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 생산하고 품질에만 정성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 조언 따라 상표등록·최신 장비 갖추며 준비 ‘착착’ “해풍국수 먹고프면 구룡포로 오시라” 하동대 대표, 지역경제 상생 소명 전해 전통시장에서 상인연합회의 역할은 중요하다. 이순화 여사는 구룡포 전통시장의 현대화는 물론 좌판 상인들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하지 않았다. 노후에 이르러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다. 이런 노력에 아들은 그림자처럼 도움이 되고 있다. 그 많은 국수공장이 사라졌어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려는 이유다. “모든 어머니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을까요? 젊었을 적에는 자식들을 위한 희생으로, 나중에는 자신의 삶에 대한 소명으로 일을 그만두지 않잖아요. 그 삶이 고귀해 이 사업을 물려받았습니다. 어머니에게 국수는 남편과 같고 친구와 같고 없는 애인과 같다는 말씀에 도저히 일을 그만두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건강하게 천천히 하고 싶은 대로 하시길 바랄 뿐이지요. 이렇게 소소한 행복을 선물해준 어머니께 진정으로 감사드립니다.” 구룡포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게 하고 싶어 하동대 대표는 홍보의 중요함을 절감하고 있다. 알아야 면면장(免面牆)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인터넷이나 사회정보 시스템을 활용한 홍보는 일부러 거부하고 있다. 대량생산 시스템을 적용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2억 원가량을 투자해 최신식 장비를 설치하고 최상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준비를 갖추었다. 언제까지 이 공장을 가동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발전 속도가 느린 사양산업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멈추지 말아야 할 의무가 그에게 있다. 해풍국수를 맛보고 싶은 사람들이 구룡포를 방문해 해풍국수를 끓이는 점포에서 맛을 보면 좋을 테고, 그렇게 사람을 불러 모으면 구룡포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해풍국수는 직접 방문해 구입할 수 있는데 생산량을 적정하게 조절하다 보니 전화 주문을 하면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고객들은 그런 현실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하 대표는 배짱이 아니라 해풍국수를 먹고 싶으면 구룡포로 오라고 말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구룡포의 발전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한다. 어느 학자의 말을 빌려 그는 말했다. “인문학은 발걸음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책상에서 공부하고 컴퓨터로 검색하고 모바일로 체험하는 것과는 다른 경지라는 말로 해석되었습니다. 와서 보고 느끼고 감동하고, 건전한 소비를 통해 지역 경제에 기여한다면, 음식만이 아니라 지역의 정서를 고스란히 느끼고, 그다음 자신의 페이지에 그걸 기록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해요. 그런 경험이 확산된다면 지방 소멸이라는 말이 떠돌아다니지 않을 겁니다. 여행이 관광이 아니라는 사실을 구룡포는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오세요, 그리고 느껴 보세요. 구룡포는 국수만이 아니라 보고 느낄 것들이 정말 많으니까요. 구룡포 대게도 참 맛있는 음식입니다. 저렴한 생선회는 덤이고요. 구만리 청보리밭을 보는 것은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겁니다. 만월의 달밤에는 어쩌면 신비한 환각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10년 동안 어머니의 감각을 익혀 하 대표는 자신의 사업만 생각하지 않는다. 구룡포의 발전을 위해, 나아가서는 포항시민들과의 상생을 위해 작으나마 힘을 보태고자 한다. 물론 어머니가 우선이다. “이제 쉬셔도 되는 연세입니다.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지요. 그러나 어머니는 잠시도 일을 접지 않습니다. 애초에 그럴 생각이 없는 분입니다. 장터가 생활의 터전이기 때문이죠. 4남매 중 제가 장남입니다. 위로 두 누님은 내외가 다 교사로 재직하고 있어요. 남동생도 있지만, 어머니의 인생을 완성하려면 제가 가업을 잇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금의 후회도 없어요. 다만 더 잘하고 싶습니다.” 하동대 대표는 주어진 소임에 충실하고, 욕심은 내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필요한 만큼 생산하고, 품질에만 신경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투자를 하고, 홍보를 강화하고, 대량생산은 아니더라도 적극적인 경영을 하면 훨씬 사정이 나아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각종 규제가 너무 힘들어 그렇게 싸우고 싶지 않다. 상표등록 등 다른 준비는 다 해놓았다. 대기업과 상표를 공유하며 매칭하는 것도 구상하고 있지만 많은 고민이 필요한 일이다. 이 경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어머니가 지켜온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다. 구룡포의 바람과 햇살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때까지 잘 살아오지 않았는가. 고생되더라도 어머니의 정신을 지키고, 가업을 이어받은 자신의 존재 의미를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서도 해풍국수의 전통을 지키고 싶다. 그리고 그럴 자신이 충분하다. 10년 동안 어머니의 감각을 익혔고, 그걸 기억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공부는 항상 진행형이다. 위기를 맞은 인생음식 구룡포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현저하게 줄었다. 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길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임을 그는 어머니에게 배운다. 국수가 잘 팔리는 날도 있고 파리만 날리는 날도 있다.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이라고 어머니는 가만히 말씀해주셨다. 그 많던 국수공장이 다 사라져도, 가장 늦게 시작한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남지 않았느냐, 밥 먹고 산 일이 얼마나 고마운가, 그런 생각을 하면 금세 겸손해진다, 저 간판을 보라, 우체국장이 만들어준 저 간판이 우리의 얼굴 아닌가. 저 간판의 변치 않는 쨍쨍함, 그 어떤 붓글씨 대가의 필체보다 낫고 비바람 맞고 견딘 저 나무의 결만 보아도 마른 눈물이 난다, 나는 내가 자랑스럽고 이 길을 선택해준 네가 더 자랑스럽다, 어머니는 혼잣말하듯 그렇게 말씀하셨단다. 구룡포의 바다는 여전히 푸르고 창망하다. 그 깊이를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이순화 여사의 마음 역시 그 깊이를 아무도 알지 못한다.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소중한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삶이 세대를 뛰어넘어 면면히 유지되는 극명한 이유다. 모든 잔치에 국수는 반드시 등장하는 음식이었다. 그러나 이 인생 음식이 조금씩 소외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대량과 편리, 파격적인 저가로 밀어붙이는 음식들이 식탁을 위협한다. 그러나 라면과 빵, 인스턴트로 대체되는 음식으로 간단하게 우리 인생을 때울 일이 아니지 않은가. 〈끝〉 글 : 이우근(시인) 사 진 : 김 훈(작가)

2025-11-12

속리산 법주사 정이품송과 부인 정부인송

우리가 흔히 짐승이라 부르는 동물이나 새들은 타고난 본성에 따라 목숨을 걸고 자신의 영역을 지킨다. 수천 년 동안 대를 이어 마치 개미가 쳇바퀴 돌 듯 한 자리를 지키며 살아간다. 그러나 인간은 계절을 맞고 보내는 사이, 특히 갈바람이 나뭇잎을 물들이는 가을이면 어딘지 모르게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럴 때면 어느 때보다 생각이 깊어지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나 또한 그렇다. 가을이 짙어가던 어느 날, 아우 대붕과 함께 대구에서 출발해 속리산 법주사 천연기념물인 정이품송과 그의 부인 정부인송을 만나러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속리산(俗離山)은 백두대간의 태백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중간 허리에 솟은 해발 1058m의 명산이다. 이름 그대로 ‘속세를 떠난다’는 뜻을 지녀 예로부터 수행과 깨달음의 도량으로 여겨졌다. 병풍처럼 둘러선 산세 속에는 천왕봉과 문장대 등 고봉이 즐비하고, 문장대에 오르면 백두대간의 능선이 파도처럼 굽이친다. 사시사철 다른 빛깔의 숲과 계곡이 어우러져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보은 장안면 600살 된 소나무 ‘정부인송’ 치맛자락처럼 두 갈래로 펼쳐진 줄기들 천연기념물 제352호… 평안 품은 名木 세조의 벼슬을 받은 소나무 ‘정이품송’ 600년 세월 외줄기 곧은 자태 ‘남성적’ 천연기념물 제103호, 정부인송과 부부 산기슭에는 1500년 역사의 신라 고찰 법주사가 자리하여 불심의 중심을 이루고, 그 속의 팔상전은 우리나라 유일의 목탑으로 보물처럼 남아 있다. 이렇게 속리산은 자연과 불심, 그리고 문화가 어우러진 성산으로, 지금도 사람들에게 세속을 벗어나 마음의 고요와 깨달음을 찾게 하는 영산이다. 속리산의 치맛자락 아래, 마치 가을 하늘의 별빛처럼 박혀 있는 정이품송과 정부인송을 만난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설렜다. 갈바람을 헤치며 달리는 고속도로 위로 펼쳐진 황금빛 들판과 붉게 물들어가는 숲의 풍경은 내 지나온 세월처럼 아득했다. 자연은 ‘가을’이라는 이름 하나로 세상을 물들이고 있었고, 그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또한 노거수를 찾아가는 순례길 같은 행복한 순간이었다. 자동차는 순식간에 고속도로를 벗어나 보은군 장안면 서원리 49-4번지로 향했다. 그곳에 정부인송이 기다리고 있었다. 조선 선비의 아내답게 풍채는 점잖고 단정하여, 한 집안의 맏며느리처럼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치맛자락처럼 펼쳐진 가지들은 동서남북을 고루 감싸며 너그럽게 품어주는 여인의 품을 닮았다. 나이 600살, 높이 15.2m, 가슴둘레 4.7m. 높이 70cm 지점에서 두 갈래로 나뉜 줄기 하나는 3.3m, 다른 하나는 2.9m였다. 동서로 23.8m, 남북으로 23.1m나 되는 치마 품의 그늘에 서면, 부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한 평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속리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의 삼가천을 안고, 법주사로 이어지는 장안로를 곁에 두고 살아간다. 지나가는 이들을 굽어보며 유유자적 세월을 이어가는 품이 건강하고 고요하다. 사람들 또한 정부인송의 미모와 하늘로 뻗은 두 줄기의 힘찬 기운에 매료되어 많이 찾고있다. 마을 사람들 역시 경외감이 들어 매년 음력 초이튿날, 정부인송 아래에서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제를 올리고 있다.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마을은 평화롭고 주민들은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라에서도 1988년 4월 30일 천연기념물 제352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정부인송의 치맛자락 속에는 세월의 나이테만큼이나 깊은 연륜과 지혜가 깃들어 있다. 지난 폭설에 몸이 다소 상했지만, 곧 회복해 다시 아름다운 자태를 되찾았다. 그 회복력은 놀라우리만큼 강인했다. 그래서 보은 사람들은 정이품송과 부부의 연을 맺어주어 ‘정부인송’, ‘보은의 딸’, ‘보은의 며느리’라 부르며 아끼고 사랑한다. 그 곁에 서면 누구라도 따뜻한 가족의 품에 안긴 듯한 평안을 느낀다. 그녀의 남편은 바로 조선 세조로부터 정이품 벼슬을 받은 정이품송이다. 법주사 입구, 이곳에서 7km 떨어진 곳에 서 있다. 수많은 나무 가운데 나라로부터 벼슬을 받은 나무는 아마 이 정이품송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그 사연은 이러하다. 세조 10년(1464), 왕이 법주사로 행차할 때였다. 가마가 이 소나무 아래를 지나려는데, 가지가 아래로 처져 가마가 걸릴 듯했다. 세조가 “가마가 걸리는구나” 하고 말하자, 소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들어 올려 왕이 무사히 지나가도록 했다. 또 다른 날, 세조가 비를 피하려 이 나무 아래 머물렀고, 그 충정을 기리기 위해 정이품, 곧 장관급 벼슬을 내렸다고 한다. 정이품송은 한때 삿갓처럼 둥글고 단정한 자태였으나, 1993년 강풍에 서쪽 큰 가지가 부러져 많이 상하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연히 서 있다. 나이 600살, 높이 16.5m, 가슴둘레 5.3m. 1962년 12월 3일, 천연기념물 제103호로 지정되어 오늘도 하늘을 우러르고 있다. 정이품송이 외줄기로 곧게 자란 남성적이라면, 정부인송은 우산 모양으로 치맛자락을 드리운 여성적이다. 서로 닮았으면서도 다른 모습으로 세월을 견디며 부부의 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 두 그루의 인연을 맺어준 중매자는 다름 아닌 충북 보은의 주민들과 산림청이다. 천지자연의 모든 존재가 이들의 장수와 평화를 축복했으리라. 오늘도 많은 사람이 정이품송 앞에서 부부 인연의 중요함을 인식하며 그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부부의 인연이란 무엇일까. 우연처럼 시작되지만, 실은 오랜 세월의 실로 꿰어진 인연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우연이 있을까. 젊은 날의 설렘이 생활의 언어로 바뀌어도, 그 속에는 서로의 웃음과 눈물이 켜켜이 쌓이며 단단해진다. 옛사람들이 부부를 ‘천지지합(天地之合)’이라 한 것은, 하늘과 땅처럼 서로의 햇살과 그늘이 되어주는 삶의 이치를 말한 것이다. 때로는 상처를 주고받으면서도 결국 서로의 얼굴 속에서 자신을 비추어 본다. 부부는 소유나 지배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자유를 존중하며 한 울타리 안에서 함께 늙어가는 동행자다. 젊은 날의 사랑이 불꽃이라면, 세월의 사랑은 서로의 숨결로 켜지는 등불이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상대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서로를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일이다. 오늘 속리산 법주사의 정이품송과 서원리 정부인송을 마주하며 나는 부부의 인연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진리를 새삼 깨닫는다. 나무를 부부의 연으로 맺어준 보은인(報恩人)의 나무 사랑에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부부는 말없이 눈빛으로 약속한다. “내일도, 알콩달콩 함께 걸어가자.” /글·사진=장은재 작가 속리산 국립공원 기념비문의 내용은… 아름다운 자연을 예찬하고 옛 문물을 숭상함은 문화 민족의 자랑이다. 웅장하면서도 청아한 영봉과 기암괴석이며 첩첩이 굽이도는 절묘한 계곡과 하늘을 덮는 울창한 숲은 찾는 이로 하여금 한 여름에도 옷깃을 여미게 하고 신라 진흥왕 때 창건한 천년 향기 그윽한 법주사가 그 중턱에 자리 잡아 여기에 불교문화의 정수인 값진 문화제를 간직한 우리의 속리산은 역조의 왕이 행어 하셨고 많은 문인재사에 의하여 시와 노래로 읊어져 천하의 절승으로 널리 알려진 지 오래이다. 이 유서 깊은 지역은 1966년 6월 24일 사적지 제4호로 지정되었고 1969년 1월 21일에는 관광지로 1970년 3월 24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자연보호와 국민의 보건 휴양에 이바지하는 바 지대하다. 1970년 5월 4일 박정희 대통령 각하께서 이곳에 이르시어 국민 정서 순화의 요람지로서 속리산 국립공원 보호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시고 공원 환경 조성과 사찰 정화에 관하여 구체적 개발 방향을 지시하심과 아울러 정부에서 적극 지원토록 조처하심으로써 1970년부터 사내리 신도시 건설 등 국립공원 연관 사업을 이룩도록 하였고 친히 공원 표제를 써 주시었기 우리는 조상의 얼이 담긴 이곳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고 가다듬을 것을 다짐하고 이에 속리산 국립공원의 연역을 밝힌다. 1970년 10월 3일 충청북도 지사 정해식 엮음

2025-11-12

박형수 “강원·경북, 교통 복지 예외 안 돼”···남북 9‧10축 고속도로 조기 추진 촉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박형수(의성·청송·영덕·울진) 의원이 지난 11일 경제부처 정책질의에서 강원·경북 내륙과 동해안 지역의 교통 인프라 소외 문제를 지적하며 남북 9축·10축 고속도로의 조기 추진을 강력히 촉구했다. 박 의원은 해당 노선들이 경제성 분석에 발목 잡혀 국가 간선도로망의 마지막 미완성 축으로 남아있다며 국가 안전망 확보와 지역 소멸 위기 해소 차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했다. 이날 박 의원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제2차 국가도로망종합계획으로 남북으로 10축, 동서 10축으로 국가간선도로망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남북 1~8축은 거의 다 됐다. 경북·강원 내륙을 연결하는 남북 9축과 동해안을 따라가는 남북 10축만 미완성 상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은 도로는 9축 10축인데, 9축은 양구에서 영천까지이다. 인구가 적은 지역이라 이 사업을 추진하려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사업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타가 교통량과 경제성을 중심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인구가 적은 지역은 경제성이 낮게 나와 사업 추진이 어려운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박 의원은 “남북 10축은 부산에서 강원 고성까지 동해안을 따라 연결되는 노선으로, 부산~울산~포항 구간은 이미 2008~2015년 사이에 모두 개통됐고, 지난 7일 포항~영덕 구간이 개통되면서 부산에서 영덕까지 오는 데만 17년이 걸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척~속초 구간은 1975~2016년 사이 모두 개통됐으며, 속초~고성 구간은 현재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영덕~울진~삼척 구간 117.9km는 여전히 단절된 상태로, 총연장 433km 중 유일한 미완성 구간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성 분석’에 매몰되지 말고 ‘정책형 SOC 평가체계’로 전환해서라도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특히 울진 한울원전 등 비상계획구역 확대로 인해 국가안전망 차원에서도 조속한 연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이에 동의하며 “해당 사업을 적극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1-12

“포항 흥해서 80평생 잃어버린 뿌리를 찾았어요”

포항시 북구 흥해읍이 “잃어버린 뿌리를 찾았다”는 감격으로 고향 어르신들에게 온정을 전한 흥해(곡강)최씨 후손 남매에게 명예읍민증을 수여하며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12일, 부산 기장군 라우어 시니어타운에서 열린 전달식에서는 이문형 흥해읍장을 비롯한 직원 4명이 직접 방문해 명예읍민증과 함께 남매의 기부 정신을 담은 기념앨범을 전달했다. 이날 행사는 오빠 최성현(81)씨가 사업차 참석하지 못했지만, 최정희(76)씨의 거주지에서 진행된 만큼 남매의 뿌리를 찾는 여정이 더욱 의미 있게 이어졌다. 남매는 부산에서 만나 대화 중 ‘곡강’이 북한의 지명인 줄 알았다가, 자신들의 뿌리인 곡강최씨의 본관이 포항 흥해임을 알고 무작정 찾아오게 됐다. 지난 6월 흥해읍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한 남매는 이문형 읍장으로부터 “흥해의 옛 이름이 곡강이며, 고려 시대 곡강부원군 최호가 시조”라는 설명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흥해읍의 역사적 가치에 감동한 남매는 “80평생 우리 뿌리가 이곳에 있는 줄도 몰랐다”며 “이제라도 알게 되어 마음이 벅차고, 선조들의 고향 어르신들께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며 즉석에서 1000만원을 기부했다. 이 금액은 흥해읍 내 10개 경로당에 TV와 냉장고 등 필수품 지원에 쓰였으며, 이를 기념해 흥해의 역사와 곡강최씨 가문의 역사를 담은 앨범이 제작됐다. 전달식에서 최정희씨는 “부산에서 오빠와 대화하던 중 ‘곡강’이 북한의 지명인 줄 알았다가, 우리의 뿌리가 포항 흥해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어요. 이제야 선조들의 고향을 제대로 마주한 기분이에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문형 읍장은 “임진왜란과 구한말에도 흥해 출신 의병들이 나라를 지켰다”며 “특히 산남의진 제3대 대장 최세윤 의병장의 후예가 찾아와 더욱 뜻깊다”고 강조했다. 흥해읍 직원들은 최정희씨의 자택에서 차와 음식을 나누며 “혈육보다 진한 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흥해의 아름다운 9경을 소개하며 재방문 시에는 직접 가이드를 맡겠다고 자처하는 등 따뜻한 정을 나눴고, 앞으로도 깊은 인연을 이어가기로 약속했다. 이문형 흥해읍장은 “연고가 없음에도 뿌리를 찾아 기부해주신 따뜻한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이번 기부는 지역 어르신들께 큰 위로가 되었고, 선조의 고향과 인연을 이어가는 아름다운 본보기가 되어 지역사회에 귀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단정민기자

2025-11-12

제조·수출 둔화 속 수산·건설이 버팀목··· 경북동해안 9월 실물경제 혼조세

경북 동해안 지역의 9월 실물경제가 제조·서비스 부문 부진에도 불구하고 수산업 생산과 건설투자 확대에 힘입어 일부 회복세를 보였다.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12일 발표한 ‘9월 중 경북동해안지역 실물경제동향’에 따르면 포항·경주·영덕·울진·울릉 등 5개 시군의 생산과 소비, 수출입 지표는 전년 동월 대비 대체로 감소했으나 건설투자와 수산물 생산이 증가세를 견인했다 △ 제조업 혼조세··· 철강단지 생산↑, 포스코 조강생산은 ↓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조강생산량은 113만9000t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 줄었다. 반면 포항철강산단 생산액은 1조2000억 원으로 1.3%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1차금속(+1.2%)과 조립금속(+16.2%)이 늘었고, 석유화학(-3.9%)과 비금속(-7.4%)은 감소했다. 경주의 자동차부품 생산은 기존 재고를 우선 사용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 0.3% 줄었다 △ 서비스업·관광 부진 여전 경주 보문단지 숙박객은 13만2000명으로 8.2% 감소했다. 내국인 숙박객이 8.6% 줄었으나 외국인은 0.4% 늘었다. 울릉도 관광객 수는 3만3천명으로 11.3% 줄었으며, 포항운하 방문객(-9.5%)과 크루즈 탑승객(-20.9%)도 감소했다. 경북동해안 전체 방문객은 일평균 37만명으로 전년 대비 2.2% 줄었다 △ 수산물 생산 19.6% 증가···갑각류 생산 급증 9월 중 경북 동해안의 수산물 생산량은 9199t으로 전년 동월보다 19.6% 늘었다. 어류(+15.7%)와 갑각류(+81.1%)가 증가했으나 연체동물(-47.5%)은 크게 줄었다. 생산액은 304억 원으로 17.4% 증가했다. 이는 어획량 회복과 주요 어종의 단가 상승이 맞물리며 생산과 금액 모두 증가한 모습이다. △ 수출입·소비 감소···경주만 증가세 9월 경북 동해안 수출은 8억8000만 달러로 8.8% 감소했다. 철강금속제품(-11.9%)과 화학공업제품(-10.8%)이 줄었으나 기계류(+20.7%)는 증가했다. 지역별로 포항은 -13.5%였지만 경주는 15.6% 늘었다. 수입은 7억8000만 달러로 20.7% 줄었다. 광산물(-28.0%), 화학공업제품(-34.5%), 철강금속제품(-5.4%)이 모두 감소했다. 포항(-25.2%)은 줄었지만 경주(+8.5%)는 증가했다 △ 소비·투자 양극화···대형유통판매 ↓, 건설 착공 급증 포항·경주 주요 중대형 유통업체 판매액은 338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8.5% 줄었다. 식료품(-3.7%), 의복·신발(-14.5%), 가전제품(-12.5%)이 모두 감소했다. 반면 투자 부문은 대조적이다. 자본재 수입액이 4640만 달러로 11.0% 감소했으나 건축 착공면적은 6만㎡로 78.5%, 건축허가면적은 10.3만㎡로 4.1% 각각 늘었다 △ 주택거래 40% 늘었지만 가격은 소폭 하락 아파트 매매가격은 포항과 경주 모두 전월 대비 0.1% 하락했다. 전세가격은 포항 0.0%, 경주 0.2% 상승했다. 거래량은 회복세를 보였다. 포항·경주지역 주택매매 건수는 1077건으로 전년 동월보다 40.6% 증가했다 △ “철강 둔화 속 지역 내수·관광 진작 필요” 지역경제의 한 전문가는 “철강산업 중심의 제조업 둔화와 관광 부진이 지역경제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며 “수산업과 건설을 중심으로 한 내수 진작과 관광 활성화 노력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통계는 포항과 경주를 중심으로 한 지역 경기의 구조적 이중성을 보여준다. 철강·수출 중심 산업은 여전히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을 받고 있으나, 건설·수산업은 지역 내 수요를 받치고 있다. 향후 지역 경기의 지속적 회복을 위해서는 관광 회복과 첨단소재산업 확장, 주거안정 대책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11-12

불법자동차 합동단속 17일부터 한 달간 실시

국토교통부가 오는 11월 17일부터 12월 19일까지 한 달간 불법자동차 일제단속에 나선다. 행정안전부·경찰청·지자체 등과 합동으로 진행되는 이번 단속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후속 조치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불법자동차 단속에서 총 22만9000여건이 적발돼 전년 동기(17만1000여건) 대비 33.7% 늘었다. 특히 안전기준 위반 차량이 10만여건으로 77.7% 급증했으며, 무등록차(62.3% 증가), 불법튜닝(23.6% 증가) 등 고질적 불법행위도 크게 늘었다. 최근 5년간 적발 건수는 △2020년 25만건 △2021년 26만8000건 △2022년 28만4000건 △2023년 33만7000건 △2024년 35만1000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증가세가 ‘안전신문고’ 앱을 통한 시민 제보 활성화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번 하반기 단속은 상반기 결과를 토대로 이륜자동차와 안전기준 위반차량, 무단방치차량 등에 초점을 맞춘다. 소음기 불법개조, 등화장치 임의변경, 번호판 훼손·가림 등 이륜차 불법튜닝 및 불법운행 행태를 중점 단속하고, 후부 반사지 미부착 등 안전기준 위반 차량과 도시 미관을 해치는 무단방치차량도 집중 점검한다. 아울러 검사미필·의무보험 미가입·지방세 체납 차량 등 번호판 영치 대상 차량의 적발을 위해 관계기관 정보시스템을 연계·활용해 단속 효율을 높일 방침이다. 배소명 국토교통부 자동차운영보험과장은 “상반기 단속에서 불법행위가 다수 확인된 만큼 하반기에도 관계기관과 협력해 강도 높은 단속을 이어가겠다”며 “국민 안전 확보와 성숙한 자동차 운영문화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11-12

‘지방공항’ 없이 지역균형발전 가능한가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이 지난 11일 대통령실 출입 지역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대한민국 K-팝, K-컬처와 연계한 K-관광을 본격화하려면 각 지역 국제공항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방 공항 활성화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공감 가는 말이다. 김 위원장의 이 발언은 대통령실에서 “무분별한 지방공항 추진에 제동을 걸겠다“고 발표한 바로 하루 뒤 나온 내용이어서 더 주목받았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방공항의 적자상황을 열거하며, “지방정부가 공항 개설로 인한 혜택을 누리지만 건설이나 운영 과정에서 책임은 부담하지 않는다”면서 “비용분담 개선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했다. 대구경북(TK) 지역에서는 대통령실의 이러한 입장이 현재 추진 중인 울릉공항과 TK신공항 건설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많았다. 재정여건이 취약한 지방정부를 향해 공항건설 비용을 운운하는 것은 지방공항을 짓지 말라는 의미와 같다. 김 위원장은 강 비서실장의 발언과 관련해선 “아직 정부 전체 차원의 입장이 합의된 건 아니고 대통령실과 정리하고 있는 중“이라며 “일본처럼 한국도 비수도권까지 K-콘텐츠 혜택을 보려면 반드시 지방공항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지역 균형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취임 30일과 100일 기자회견, 지역별 타운홀미팅에서도 ‘지역 균형발전’을 최우선적으로 언급했다.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예산 배정에 가중치를 두거나 모든 사업에 균형발전평가를 의무화하는 방안 등 구체적인 아이디어도 대통령이 직접 제시했다. 이 대통령의 생각처럼 수도권 일극주의를 타파하고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선 지방공항은 반드시 필요한 사회간접자본이다. 특히 TK신공항의 경우 영남권 경제성장은 물론 유사시 국가방위전략 차원에서도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자본이다. 느닷없이 적자 타령을 하며 지방공항 건설에 제동을 건 대통령실의 발표에 김경수 위원장이 즉각 이의를 제기한 것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2025-11-12

벌써 APEC 특수 붐···경주를 세계 무대로

APEC 정상회의가 끝나고 첫 주말을 맞은 경주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의 방문으로 시내 유적지 등이 크게 붐볐다. 경주시가 밝힌 한국관광테이터랩 통계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11월 4일까지 경주를 찾은 방문객은 589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79만여 명보다 100만명 이상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외국인 방문객은 같은 기간 20만여 명이 경주를 찾아 전년보다 35%나 크게 증가했다. 실제로 황리단길과 대릉원 등 유적지 인근 상가 상인들은 “젊은 외국 관광객이 한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등 외국인 손님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APEC 효과를 실감한다는 반응이다. 포스트 APEC을 준비해 온 경북도와 경주시는 지금부터 APEC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모든 열정을 쏟아야 한다. 김민석 총리의 말대로 “APEC은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는 생각으로 치밀하고 능동적인 포스트 APEC을 준비해야 한다. 경북도는 포스트 APEC 전략의 하나로 경주를 대한민국 대표 글로벌 역사문화 도시이자 문화관광산업의 중심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전략에 조금의 차질도 없어야 한다. APEC 개최지 효과는 시간이 지체되면 그만큼 효과도 반감된다. 경주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시다. 1995년 불국사 등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후 5개 지구가 다시 추가되면서 사실상 경주 전역이 유네스코 지정의 세계문화유산 도시다. 마침 경주박물관 특별전에 전시된 6점의 신라금관을 경주에 두자는 시민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경주의 역사성을 일깨우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경주박물관을 국제적 수준의 글로벌 역사관으로 격상시키는 일도 서둘자. 경주가 가진 문화유산을 관광산업화해 로마나 교토와 같은 세계적 문화유산도시로 도약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경주가 대한민국 대표 글로벌 역사문화도시로 도약한다면 그 효과는 경북 전역에 파급된다. APEC을 바탕으로 경주가 글로벌 도시로 거듭날 수 있게 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사활 건 노력이 필수다.

2025-11-12

경북도의회 각 위원회 ‘2025 행정사무감사’ 이어가

경북도의회 행정보건복지위원회·문화환경위원회·건설소방위원회·기획경제위원회가 지난 11일 2025년도 행정사무감사에서 도내 주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재정 운영, 조직 안정성, 공공성 강화 등 다양한 현안을 집중 점검했다. 먼저 행정보건복지위원회는 안동의료원의 지속적인 재정 적자와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 미흡을 지적했다. 박영서 의원은 매년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며 내부 혁신과 공모사업 확대를 주문했고, 도기욱 의원은 병상이용률 저조와 고령 환자 비중을 언급하며 도청신도시 이전 필요성을 제기했다. 배진석 의원은 겸직 위반과 보조금 부정수급 등 징계 사유를 지적하며 조직 청렴성 확보를 강조했다. 이어 경북호국보훈재단 감사에서는 조직 운영의 내실화와 보훈정신 선양의 실질적 성과 제고를 위한 혁신이 요구됐다. 백순창 의원은 무궁화 등 고유 수종을 활용한 조경 조성을 제안했고, 배진석 의원은 사업성과 부족과 조직 기강 해이를 지적했다. 윤승오 의원은 홈페이지 명칭 변경 지연과 독립운동 콘텐츠의 체험형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김일수 부위원장은 행사 참여 확대와 근무환경 개선을 통한 퇴사율 감소를 주문했다. 문화환경위원회는 경북문화관광공사를 대상으로 관광정책 실효성과 조직 운영의 공정성, 재정 투명성 등을 점검했다. 정경민 부위원장은 방치된 관광단지 상가 정비와 편의시설 확충을 요구했고, 김대진 의원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 전략 재편과 ESG 경영 개선을 촉구했다. 박규탁 의원은 영업이익률 급감과 유보자금 활용 전략 마련을, 이동업 위원장은 관광시설 이용환경 개선과 공익성 강화를 강조했다. 건설소방위원회는 경북개발공사, 북부건설사업소, 소방학교를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 박순범 위원장은 임대주택 공급, 인재 확보, 지역업체 참여 확대 등을 주문했고, 김진엽 부위원장은 규정 정비의 시급성을 지적했다. 북부건설사업소 감사에서는 도로 안전 관리, 공사 일정 조율, 예산 집행률 개선 등이 논의됐으며, 소방학교 감사에서는 차량 사고 예방 교육, 회계질서 확립, 교육환경 개선 등이 제안됐다. 기획경제위원회는 경북테크노파크의 감사기능 강화, 조직 개편, 청년창업 활성화, 장비 활용도 제고 등을 중점 점검했다. 김창혁 의원은 TP의 본질적 역할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고, 박선하 의원은 상근감사 도입과 자금관리 효율화를 강조했다. 손희권 부위원장은 출장비 부정사용과 감사지적 미이행을 지적하며 제도 개선과 독립성 확보를 촉구했다. 이선희 위원장은 수탁사업의 재위탁 관리 기준 마련과 펀드 성과 분석 강화를 요구했다. 한편, 각 위원회는 이번 감사를 통해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고, 공공기관의 공익성과 효율성을 조화시키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1-12

학습권인가 영업권인가

서울시의회가 고등학생 대상 학원 교습시간을 자정까지 연장하는 조례안을 상정했다. 표면적으로는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이다. ‘학습권’이란 말은 허울뿐이다. 실제로 보호하려는 것은 학생이 아니라 학원이다. 아이들의 권리가 아니라, 사교육 시장의 ‘영업권’을 지키려는 시도다.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공부하는 집단이다. 한국 청소년의 하루 평균 학습시간은 10시간이 넘는다. OECD 평균(6.5시간)을 훌쩍 웃돈다. 수면시간은 반대로 가장 짧다. 2023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주중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 29분이었다. ‘자정학원’이 허용되면 이는 더 줄어들 것이다. 아이들은 자정에 귀가해 다음 날 새벽 다시 학교로 향해야 한다. 삶의 리듬은 무너진 지 오래다. 조례안은 ‘공부하고 싶은 학생의 자유를 막지말자’고 주장한다. 이것이 자유인가. 실제로는 학원 경쟁이 치열해지고 학생과 학부모가 경쟁의 수요자로 내몰릴 뿐이다. 어느 학원이 문을 열면 옆집 학원도 열 수밖에 없다. 모두 자정을 향해 달리게 된다. 진정한 자유가 아니라 강요된 참여이며, ‘학습권’이라는 미명 아래 시장의 논리가 아이들의 시간을 빼앗는 구조다. 가정은 설 자리를 잃었다. 늦은 퇴근길, 아버지는 아이의 잠든 얼굴을 본다. 어머니는 학원 일정표를 붙들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밥상은 공허하고 대화는 짧아졌다. ‘가족 단위의 시간’은 기억과 기대로만 남았다. 주말마다 아이들은 모의고사를 보고, 부모는 피곤에 지쳐 침묵한다. 어느새 ‘함께 저녁을 먹는 가족’은 어디에도 없는 사치스러운 표현이 되었다. 정치권은 이런 현실을 바꾸기보다 제도적으로 굳히려 한다. ‘더 공부할 수 있게 하자’는 구호는 듣기엔 그럴듯하지만, 실상은 학원업계의 이익을 보장하는 결정이다. 학원은 매출을 늘리고, 정치인은 ‘교육기회 확대’를 자화자찬할 것이다. 그런 대가로 사라지는 것은 청소년의 수면과 가족의 저녁, 사회의 휴식과 공동체의 건강이다. 교육은 인간을 지키고 키우는 일이어야 한다. 지금 교육정책은 아이들을 끝없는 경쟁의 도구로만 기르려 한다. 학교도, 학원도, 정치도 ‘더 오래, 더 많이’만 외친다.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더 오래 공부할 권리’가 아니라 ‘편안하게 쉴 권리’다. 생각할 틈과 멈출 여유, 가족과 함께 즐길 시간이다. 다른 나라들은 반대로 움직인다. 일본은 ‘야간학원학습’를 엄격하게 규제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시의 치안과 청소년의 수면권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미국이나 핀란드 등 나라에는 사교육 자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공교육을 충분히 신뢰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오후 3시 이전에 학교를 마치고,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온 저녁을 보낸다. 그런 결과, 학력 격차는 오히려 줄고 청소년 우울증 등 부정적인 통계수치는 OECD 평균의 절반에 못 미친다. 자정까지 불을 밝히는 도시에서 아이들은 언제나 꿈을 꿀 수 있을까. 상생과 경쟁 가운데,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는 어느 켠일까. 교육의 본질이 살아나려면, 학원의 문이 아니라 가정의 품이 열려야 한다. 나라의 품위가 올라가려면, 가정에서 쌓이는 교육적 가치에 꽃이 피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건강해 지는 첫 걸음이다. /장규열 본사 고문

2025-11-12

단풍콩잎-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아무도 죽지 않음으로

단풍콩잎 만드는 법을 배운다 어머님이 이제 늙으셔서 더 이상 얻어먹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반찬은 물러설 수 없다 연습을 거듭해도 그 맛이 나지 않는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맛의 행방을 추적한다 불가하다, 문득, 이게 공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궁극에 도달하기 위해, 단촐한 여섯 식구 입맛의 테두리에 갇힌다 해도 그것이 세계였다 손과 혀에 일찍 탁마(琢磨)된 가없던 시절, 어머니 세월의 고행(苦行)를 해독(解讀)하는 시간, 짓이긴 마늘과 분쇄된 매운 고추, 슬쩍 손길 더하는 알싸한 제피가루, 그리고 정제된 멸치액젓이 나를 벼르고 있다 해 봐라, 너의 완성도는 어디까지인지, 차라리 사 먹고 말자고 대항한다지만 그래도 미련은 태산처럼 남는다 지쳐 냉장고에 기대에 천장을 바라보며 사람의 내공(內功)에 대해 생각했다 나의 근기(根氣)로는 아무래도 거기까지는 도달하지 못할 꼬라지의 변방이다 흉내에 치장된 껍데기의 맛만 볼 뿐, 그런 그 삶이, 지겨움에도 불구하고 멀지만 본질에 향하는 삶, 의미가 없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아무도 죽지 않는다 단풍콩잎 하나로도 미래를 지배하므로 우리는 굴종해야 한다, 다만 내가 잘 살길 바란다, 어렵겠지만. ……. 간장에 박아둔 노란 콩잎을 꺼내 멸치액젓을 잘 발라 며칠 묵혀 두었다가 양념해서 먹으면 그보다 더한 반찬은 없다. 도저히 어머니를 이길 방법이 없다. 세상에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경지가 있다. 나는 그것을 노린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11-12

간장종지

기분 좋았던 술자리가 갑자기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조곤조곤 말하던 남편의 목소리가 점점 올라간다. 우리 앞에 서 있던, 나보다 열 살쯤은 젊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어쩔 줄 몰라 한다. 나른한 행복감으로 끝나야 할 술자리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퇴근 시간, 남편이 술이 고프다며 데이트를 청했다. 데이트를 하자는 말에는 다른 곳에서는 내놓지 못한 뭔가가 있다. 마침 나도 할 말이 많은 터라 반가웠다. 집 앞에 새로 개업한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비를 머금은 하늘이 어둠과 함께 낮게 깔렸다. 안주를 저녁삼아 술을 마셨다. 서로 소주잔을 채워주며 이런저런 일들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채 본론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안주가 떨어졌다. 오징어 튀김을 주문한 게 화근이 되었다. 푸짐하게 담긴 갓 튀겨온 오징어와 고추는 금방 새 옷을 갈아입은 듯 향긋했다. 튀김옷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기분이 조금 풀렸다. 연신 맛있다는 말을 하며 주고받은 술잔에 취기가 제 먼저 올라앉았다. 나는 낮에 있었던 일을 남편에게 응석부리듯이 일러 바쳤다. 평소 인품 있어 보이던 그가 그렇게 밴댕이 소갈딱지인지 몰랐다느니 젊은 사람이 머리가 나빠서 그렇다며 고객의 험담을 주절주절 내뱉고 나니 속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아직 튀김이 반은 더 남았는데 간장이 바닥을 보였다. 아주머니를 불러 간장종지를 내밀자, 그녀는 셀프라면서 간장이 있는 곳을 향해 손짓을 했다. 남편의 인상이 살짝 구겨졌다. 지금까지 고추장 종지도 앞 접시도 두 개씩 가져다 줬으면서 왜 간장은 한 개만 가지고 왔냐고 물었다. 사람이 두 명이면 당연 간장도 두 개라야 하지 않느냐고 하자, 아주머니는 그것은 원래 하나 나오는 거라며 그 이상은 손님이 직접 해야 하는 일이라며 잘라 말했다. 작은 눈을 부릅뜨는 남편을 달래고 나는 얼른 일어나 아주머니가 손짓한 곳으로 갔다. 손바닥에 작은 종지를 얹고 걷는 걸음걸이에 간장이 출렁거렸다. 조심조심 걸었는데도 두어 걸음을 앞두고 그만 간장을 몇 방울 떨어뜨리고 말았다. 얼른 휴지로 닦으며 고개를 들자, 남편의 더 구겨진 얼굴이 보였다. 그는 다시 아주머니를 불러 이건 아니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술이 한잔 들어가면 온갖 너스레를 떨며 분위기를 돋우는 그다. 평소와는 다르게 아무것도 아니라면 아닌 일로 분위기를 망치는 남편이 어이가 없었다. 허둥거리는 아주머니를 보는 순간 낮에 있었던 일이 다시 떠올랐다. 며칠 전부터 그는 몇 번이나 우리 사무실에 왔다. 필요한 서류와 은행 일처리 준비물을 손가락으로 꼽아가며 확인했기에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막상 일을 처리해야 하는 오늘, 그는 서류 하나를 빠트리고 왔다. 일이 꼬이자 그는 얼굴을 붉히며 모든 책임을 나한테 떠밀었다. 낮에 그 남자에게 당한 일을 안주 삼아 술을 마셨는데, 내 남편이 간장 한 종지 때문에 언성을 높인다고 생각하니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었다. 남편과 아주머니 사이에서 몇 마디만 잘하면 웃음으로 끝날 일이었지만, 내 발이 슬쩍 아주머니 쪽으로 기울었다. “이 식당은 원래 그렇게 한다잖아요.” 날이 선 내 말투에 남편은 ‘원래’라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며 이야기는 점점 원론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정작 남편이 내게 하고자 했던 말은 하나도 내놓지도 못하고 술자리가 파장이 되었다. 내게 밀린 남편은 자기가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를 계산대에 서 있는 주인에게 조목조목 이야기했다. 밥벌이의 힘듦이 간장 한 종지로 터져 나온 듯 했다. 나는 다시 식당으로 들어가 남편을 끌고 나왔다. 내가 남편에게 그 젊은 남자를 흉 봤듯이 아주머니는 퇴근 후 그녀의 남편에게 식당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할 지도 모른다. “산적같이 생긴 남자가 간장 한 종지 때문에 말이야.” 세상살이의 피곤한 마음을 간장 종지만큼 밖에 내보일 수 없는 소시민의 일상이 저물어 가고 있다. 종일 벼르기만 하던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윤명희 수필가

2025-11-12

드론·탐지견 동시 투입… ‘차 봉지’ 마약을 찾아라

12일 오후 2시쯤 포항시 북구 오도1리 간이해수욕장 상공에 띄운 10대의 드론 중 1대가 청진리 해안가 사이에서 하얀 물체를 발견했다. 고영현 포항해양경찰서 형사계장이 한달음에 달려가 ‘마약’이 아니라는 확인을 하고서야 긴장이 확 풀렸다. 제주와 포항에서 ‘차 봉지’로 위장한 마약이 잇따라 발견되자 포항해경이 100여 명으로 꾸린 민·관·군 합동수색에 나섰다. 해경과 육군 50사단, 해양재난구조대, 한국해양안전협회가 참여해 이날 1시 30분부터 시작한 수색은 칠포해수욕장에서 방어리 해안가까지 약 8.6㎞ 구간 9개 구역에서 진행했다. 대구세관 마약탐지견인 라브라도 리트리버 암컷 이온(4살)이 투입돼 오후 4시까지 해안을 누비며 마약 탐지 활동을 벌였다. 포항에서는 10월 15일과 26일, 지난 7일 동해면 임곡리 해안과 북구 청하면 청진리 해안, 북구 청하면 방어리 해안에서 중국산 우롱차 포항 형태로 위장한 마약 의심 물질 3㎏이 발견됐다. 이들 3건 중 1건은 케타민으로 확인됐다. 제주에서는 지난 9월 말부터 제주항·애월읍·조천읍·구좌읍·용담포구·우도 해안가와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해변 등에서 10차례에 걸쳐 차 봉지로 위장한 마약이 발견되기도 했다. 백상권 포항해경 수사과장은 “포항에서도 대대적인 수색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민·관·군 합동 수색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방어리 해안에서 마약 의심 물질 봉지를 발견한 김달식 해양안전협회 영일만지부 순찰대장은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던 중 ‘녹차’ 표시 봉지를 발견했는데, 내용물이 흰색 압축물이어서 이상하다고 느껴 즉시 해경에 신고했다”고 했다. 이어 “SNS에서 본 중국 우롱차 포장과 비슷해 단번에 의심이 들었다. 이런 사례가 널리 알려져야 시민들도 마약으로 인식하고 신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색 현장에서 만난 흥해읍 주민 박상일씨(62)는 “포항 앞바다도 이제 안전지대가 아닌 것 같아 불안하다”고 했고, 박씨 일행도 “포항은 바다 축제와 관광으로 유명한 곳인데 이런 사건이 이어지면 이미지가 나빠질까 걱정된다”고 했다. 고영현 형사계장은 “해류에 의해 차 봉지 형태의 마약이 포항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에서 발견된 마약류와 외형이 같고 포장 색상은 녹색·금색 계열, 벽돌 모양의 블록 형태”라며 “케타민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정밀 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11-12

늙은 아키

원래 영리하고 영악하기까지 한 베리는 절대권력 일인자였다. 밥이든 간식이든 산책이든 먼저였다. 그걸 잘 아는 아키는 항상 베리보다 한 발짝 뒤에 있었고, 베리가 먹고 난 후에야 먹는 게 당연한 듯 스스로 이인자를 자처했다. 아키는 그렇게 조용하고 조신하고 양순한 성품이었다. 2년 전 베리가 간 후 아키에게 눈에 띄는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혼자 있기를 거부했다. 내가 집을 비운 새 아키가 심한 하울링을 한다는 이웃의 항의 전화에 깜짝 놀랐다. 분리불안 때문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는 꽤 오랫동안 아키와 동행 외출해야 했다. 하울링은 몇 달 뒤 그쳤지만 분리불안은 여전해서 2년이 지난 지금도 껌딱지다. 어디 갔다 들어오면 반드시 안으라며 달려드니 한 손으로 안은 채, 짐을 풀고, 물을 마시고, 냉장고 문을 열어야 한다. 한참 후 내려주면 그제야 몸을 길게 뻗치며 하품하고, 제가 평소 좋아하던 의자 위에 동그랗게 몸을 말고 눕는다. 시선은 항시 내게 고정이고 눈은 나를 따라 움직인다. 거실에서 벗어나 제 시야에서 사라지면 벌떡 일어나 따라오니 내 그림자에 진배없다. 예전엔 제 매트에서 혼자서 잘도 자던 아키는 이젠 절대 혼잠하지 않는다. 침대 위 내 발치께에서 잔다. 아무리 밀쳐도 요지부동이다. 때로 몸이 괴로워 안방에서 내쫓으면 방문 앞에서 시위하듯 서성이다가 남편 발에 머리를 묻고 자기도 하지만 흔한 풍경은 아니다. 아키도 많이 늙었다. 13살이 훌쩍 넘었으니 사람으로 치면 80 노인이라 입 주위와 귀 끝은 흰색으로 바뀌었고 등덜미엔 빠진 털이 다시 나지 않아 옷 입혀 가려줘야 할 정도다. 작년 겨울 꼬리에 자그마한 혹이 생겨 수술도 했다. 치석 제거하면서, 이를 4개나 뺀 후부터는 딱딱한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열심히 이를 닦아 주는 데도 며칠 전 또 두 개의 이가 흔들려, 곧 빠질 것 같다. 초롱초롱하던 눈망울은 뿌옇다. 노화로 인한 핵경화증이라 시력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언젠간 앞을 못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걱정만 는다. 노인성 투정도 늘었다. 지난주 남편과 둘이 중국엘 갔다가 5일 만에 왔다. 평소 같으면 반가워 격렬하게 달려들었을 아키가 멀찌감치 앉아서 꼼짝하지 않는다. 쳐다보지도 않고 외면까지 한다. 단단히 삐친 듯, 또는 크게 시위하듯 단식투쟁까지 한다. 돌봐준 며느리에게 얘기했더니 밥도 잘 먹고 잘 놀았다며 전혀 그런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며칠 지난 후에야 노여움이 가셨나 평소대로 돌아왔다. 대신 껌딱지 증세는 더 심해졌다. 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면 확인 후 거실의 제 의자로 올라가곤 하는데, 중국행 이후부터는 내 발 아래 의자에 바싹 붙어 앉는다. 방바닥이 딱딱하고 차가워 노인에겐 버거울까 방석을 내줬더니 슬그머니 올라가 몸을 말고 눕는다. 지금도 내가 내려다보며 속삭이듯 이름을 부르니 천천히 고개 들어 동그랗고 뿌연 눈동자로 눈맞춤을 하곤 다시 머리를 가슴속에 말아 넣는다. 며칠 후 3일간 또 집을 비우고 아키는 며느리집으로 보내야 할텐데 어쩌나 심란하다.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2025-11-12

테니스 엘보는 팔을 쉬게 해야 낫는다

테니스 엘보는 팔꿈치 바깥쪽 즉 외측상과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운동선수에게 생기는 병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일상생활에서 팔을 반복적으로 쓰는 모든 사람에게 발생할 수 있다. 컴퓨터 작업, 스마트폰 사용, 요리·설거지, 빨래, 아이 돌보기 등 팔 근육과 힘줄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동작이 원인이다. 이 부위의 근육이 반복적으로 수축·이완되며 미세 손상이 누적되면 염증과 부분 파열이 발생해 통증이 지속된다. 증상이 심해지면 팔을 들거나 문을 여는 동작에서도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테니스 엘보 치료의 첫 번째 원칙은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다.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 계속 팔을 쓰면 염증이 가라앉을 틈이 없다. 팔꿈치뿐 아니라 어깨, 목, 등까지 근육이 연쇄적으로 긴장하며 통증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단순히 팔꿈치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전신적인 근육 밸런스가 무너지는 것이다. 우선 치료는 약침을 위주로 해서 치료를 한다. 특히 태반약침은 손상된 힘줄의 재생을 촉진하고 염증을 빠르게 가라앉히며 세포의 회복 능력을 높여준다. 태반과 초음파 가이드를 이용하면 염증이 생긴 부위를 정확히 찾아내어 주입할 수 있으므로 통증이 빨리 잡히고 재생 효과도 높아진다. 필요할 경우 추나 요법으로 경추와 어깨, 견갑골의 정렬을 바로잡아주는 것도 중요하다. 목이나 어깨의 불균형은 팔꿈치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어 회복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의 상당수가 목 어깨 긴장이나 자세 불균형이 동반되어 있다. 이런 상부 체형을 교정해주면 팔꿈치에 가는 힘이 줄어들고 회복이 훨씬 빨라진다. 한약은 염증을 가라앉히고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며 힘줄과 인대를 튼튼하게 하는 약재들로 구성한다. 한약을 약침 치료와 병행하면 관절 주변의 혈류를 개선하면서 손상된 조직의 재생이 촉진되고 통증이 빨리 완화한다. 초기에 붓기와 열감이 심한 경우엔 열을 내리고 순환을 돕는 방향으로 오래된 만성 통증이라면 근육의 깊은 긴장을 풀어주고 기혈 순환을 강화하는 쪽으로 처방을 하면 손상된 힘줄의 회복이 더욱 확실하게 된다. 통증이 줄었다고 안심하고 골프, 테니스, 배드민턴 등 팔을 순간적으로 강하게 사용하는 운동을 다시 시작하면 바로 재발한다. 이런 운동들은 팔꿈치의 힘줄에 순간적인 폭발적 긴장을 주기 때문에 회복 중인 조직에 치명적이다. 팔을 쉬게 하고 필요하면 손목 보호대나 팔꿈치 밴드를 착용해 부담을 줄이는 것이 좋다. 일상에서는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손목을 꺾지 말고 가능한 한 양손을 고르게 사용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팔꿈치는 생각보다 섬세한 구조로 되어 있다. 작은 손상이라도 반복되면 회복이 늦어지고 통증이 오래 남는다. 그러나 반대로 적절한 치료와 충분한 휴식만 지켜준다면 대부분은 2~3개월 내에 정상 기능으로 회복된다. 테니스 엘보는 단순한 팔꿈치 통증이 아니라 내 몸이 무리하고 있다는 경고다. 무리하지 말고 치료받고 쉬는 것 그것이 결국 가장 빠른 회복의 길이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11-12

대구 중구, 대표 캐릭터 ‘아기백로 근대로’ 공개

대구 중구 공식 캐릭터 ‘아기백로 근대로’가 12일 공개됐다. ‘아기백로 근대로’는 도심 속 자연과 전통, 사람의 온기를 잇는 이야기 여행가를 콘셉트로 탄생한 캐릭터로, 백로가 서식하는 신천강변의 자연환경, 근대골목의 역사문화, 약령시의 전통, 동성로의 활력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중구청은 지난 10월까지 ‘아기백로 근대로’ 리뉴얼 제작 용역을 통해 기본형 1종, 응용형 27종으로 제작했고 축제형, 동작형, 감정형, SNS형 등 다양한 형태의 캐릭터가 귀엽고 따뜻한 이미지를 구민에게 전달하며 ‘중구의 얼굴’ 역할을 하도록 했다. 구는 이달 중 저작권 및 상표권 등록을 완료하고, 캐릭터를 각 부서의 홍보물, 축제, 안내자료, 캐릭터 굿즈 등 다양한 분야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또 주민과 관광객이 일상 속에서 ‘아기백로 근대로’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활용과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다. 류규하 중구청장은 “아기백로 근대로는 자연·전통·사람이 어우러진 중구의 매력을 상징하는 캐릭터”라며 “구민과 함께 성장하며, 중구의 따뜻하고 활력 넘치는 도시 이미지를 전국에 알리는 캐릭터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11-12

대구소방, 겨울철 노후 산업단지·전통시장 화재예방 총력 대응

대구소방안전본부가 겨울철 화재 위험 증가에 대비해 노후 산업단지와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화재예방대책을 집중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대구소방에 따르면, 최근 5년간(12월~익년 2월) 대구에서 발생한 겨울철 화재는 총 1787건으로, 사망 15명, 부상 124명, 재산피해 약 332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대구소방은 취약시설 대상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안전점검 강화, 현장 컨설팅 확대, 교육훈련 강화 등을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대구소방은 노후 산업단지와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소방시설 및 피난·방화시설에 대한 긴급 화재안전조사를 실시한다. 기존 자체점검 방식에서 벗어나 객관적 평가체계를 적용해 실효성을 높일 예정이며, 불시 점검을 병행해 위험요인을 정밀하게 확인한다. 노후 산업단지에는 공장·제조업체 대상 현장 화재안전 컨설팅과 관계자 간담회, 화재예방 교육이 확대된다. 전통시장에서는 영업 종료 전 화재예방 안내방송을 시행하고, 상인회와 협력해 자율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한다. 또 초기 화재대응훈련과 상인 대상 안전교육을 통해 화재 대응력을 높인다. 119안전센터의 기동순찰은 전통시장과 노후 산업단지를 주요 노선으로 포함해 취약요인을 상시 점검한다. 위험 요소 발견 시 즉시 개선 조치를 취할 예정이며, 불법행위 적발 시 무관용 원칙에 따라 입건 또는 과태료 부과 등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모든 조사 과정은 사진 촬영 등 증빙을 통해 사후 분쟁을 예방한다. 엄준욱 대구소방안전본부장은 “겨울철은 작은 부주의가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계절”이라며 “사업장과 전통시장 상인, 시민 모두가 안전점검과 화재예방수칙 준수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대책은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집중 운영되며, 대구소방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현장 지원을 통해 화재 피해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