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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위한 헌신 통해 인격적 성장 이루길”

계명대학교가 여름방학을 맞아 2025학년도 하계 국외봉사활동 발대식을 지난 24일 오후 2시, 바우어신관 덕영실에서 개최했다. 이번 하계 국외봉사활동은 26일부터 8월 19일까지 몽골,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등 6개국에 학생 184명과 교직원 17명 등 총 201명이 파견된다. 각국 봉사활동은 2주 이내 일정으로 운영된다. 이날 발대식은 국민의례와 학생대표 선서, (사)계명1%사랑나누기 소개, 총장 격려사 등으로 진행됐다. 이후 △인권(성평등) 교육(김희정 계명대 인권센터) △ODA 교육(이동구 대구국제개발협력센터장) △풍토병 예방 및 보건 교육(홍승완 동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응급처치(심폐소생술) 교육(함은정 안전보건응급처치교육원)이 이어져, 봉사활동을 위한 실질적인 준비 시간이 마련됐다. 몽골과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팀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중심으로 교육봉사, 노력봉사, 문화공연, 기증봉사 등의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며, 베트남팀은 문화·교육 교류 중심의 프로그램을 펼친다. 우즈베키스탄팀은 한국인과 외국인 재학생이 연합해 민간외교 사절단의 역할을 수행하고, 캄보디아팀은 대학홍보대사 ‘아리미’와 ‘푸르미’ 소속 학생들이 참여한다. 특히, 캄보디아팀은 과거에 방문했던 학교를 다시 찾아 지속적이고 연속적인 봉사활동을 이어간다 신일희 계명대 총장은 “국외봉사활동을 단순히 ‘봉사하러 간다’고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의 부족한 부분을 돌아보고 채워오는 인격적 성장의 여정으로 삼길 바란다”며, “새로운 환경 속에서 낯선 문화를 경험하며 겪는 불편함과 도전은 결국 여러분의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고, 깊은 정신적 위로를 안겨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타인을 위한 헌신을 통해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계명대는 2002년 한·중 수교 10주년을 기념해 중국 임업부와 공동 조림 봉사활동을 시작한 이래, 네팔, 라오스, 미얀마, 몽골 등 21개국에서 총 118차례, 4000여 명이 봉사에 참여했다. 한편 계명대 국외봉사단은 체류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활동경비를 교직원들의 자발적인 기부로 설립된 (사)계명1%사랑나누기 후원을 통해 충당한다. 학생들이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수행하고, 교직원들이 후방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맡는 이 방식은 계명대 국외봉사의 또 다른 차별점으로 평가받는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6-25

대구대, 일제강점기 희생된 해외 동포 넋 기려

광복 80주년을 맞아 대구대학교가 일제강점기 사이판(Saipan)과 티니안(Tinian) 섬에서 희생된 해외 동포를 추모하는 ‘성산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세계적인 휴양지로 알려진 사이판과 그 인근에 위치한 섬 티니안(사이판 남서쪽 약 8㎞ 지점)은 최근 국내 유명 여배우 송혜교 씨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이곳의 아픈 역사를 담은 한국 역사 안내서를 기증해 더욱 주목받는 장소다. 박순진 총장을 비롯해 학생과 교직원 등 38명으로 구성된 대구대 방문단은 개교 7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사이판과 티니안을 찾았다. 이 프로그램은 대학 설립자인 고(故) 이영식 목사의 호인 ‘성산(惺山)’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설립자의 뜻을 기리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방문단은 태평양 전쟁의 상흔이 남은 현장을 찾아 숨겨진 역사를 배우고, 강제징용으로 희생된 동포들의 넋을 기렸다. 학생들은 사이판에 세워진 ‘태평양한국인추념평화탑’과 티니안에 위치한 ‘평화기원한국인위령비’에서 추모제를 올렸고, 일본군 최후 사령부 등 역사적 현장을 방문해 아픈 과거를 되새겼다. 사이판과 티니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일본 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격전지로, 이곳에는 일제가 군사 기지와 활주로 건설 등을 위해 강제징용한 한국인들이 희생된 역사가 숨어 있다. 이 지역의 가슴 아픈 이야기는 태평양 전쟁이 끝난 후 30년이 지나서야 알려졌다. 대구대 설립자인 고(故) 이영식 목사는 1975년 태평양지역 특수교육 및 사회교육 기관 설립 관계로 사이판·티니안 지역을 현지 조사 방문 중 현지 한국인을 통해 티니안에 한국인 동포들의 유해가 묻혀 있다는 얘길 전해 들었다. 이에 이 목사는 유해를 찾기 위해 직접 나섰고, 1976년 티니안 정글 속에서 ‘조선인지묘(朝鮮人之墓)’라고 쓰인 묘비와 합장묘 3기를 발견했다. 이후 뜻있는 인사들이 모여 ‘제2차 세계대전 태평양지역 무명 한국인 희생자 영령 봉환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유골 봉환 사업을 추진, 1977년 5월 천안에 위치한 ‘망향의 동산’에 유골을 안장했다. 대구대는 이후 대학 설립자의 뜻을 이어받아 추념 사업을 지속해 왔으며, 2016년 개교 60주년 기념사업으로 사이판 현지에 일제 강제징용 희생 동포 추모비를 건립하기도 했다. 김민재 대구대 총학생회장(바이오메디컬전공 4년)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적인 휴양지로 알려진 사이판과 티니안에 숨겨진 역사를 알게 되면서 마음이 먹먹해졌다”며 “해외 희생 동포 봉환 사업에 앞장선 이영식 목사님의 활동을 배우며 대학에 대한 자긍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순진 대구대 총장은 “대구대는 성산리더십 프로그램을 통해 이영식 목사의 숭고한 뜻을 학생들에게 전하고, 이를 계승·발전시킬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며 “특히 내년 개교 70주년을 앞두고 대학 설립자를 기리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대학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6-25

포항공대 ‘포논 쩔쩔맴’ 현상 세계 최초 발견

포항공과대학교는 송창용 물리학과 교수팀과 신동빈 광주과학기술원 물리·광과학과 교수팀이 특수한 금속 안에서 원자들의 진동이 억제되는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25일 밝혔다. 물질을 이루는 원자들은 춤을 추듯 규칙적으로 떨고 있는데, 이러한 진동을 과학자들은 ‘포논’이라고 부른다. 포논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물질 속에서 전기가 흐르는 방식, 열이 전달되는 과정, 심지어 초전도 현상까지 다양한 특성에 영향을 주지만 특별한 상황에서는 이 진동이 갑자기 멈추거나 방해받는 경우가 있다. 연구팀은 ‘카고메2 금속(CsV₃Sb₅)’이라 불리는 특수한 물질에 주목했다. 이 금속은 최근 물리학계에서 떠오르는 신소재로 온도가 낮아지면 내부의 전자들이 특정한 패턴을 이루며 배열되는 ‘전하 밀도 파(Charge Density Wave)’라는 상태로 변하는 특징이 있다. 이 복잡한 현상을 밝히기 위해 연구팀은 포항가속기연구소(PAL-XFEL)의 최첨단 장비로 ‘펨토초 시분해 엑스선 산란 실험’을 진행했다. 이 기술은 펨토초(1초의 1000조 분의 1)라는 매우 짧은 순간에 일어나는 변화도 잡아낼 수 있어 아주 미세한 원자와 전자의 움직임까지 포착할 수 있다. 실험 결과 전자들이 질서정연하게 배열되는 상태에서 세슘(Cs) 원자들이 위아래 대칭으로 진동하려고 했지만, 전자들이 너무 질서정연하게 배열된 탓에 원자의 움직임이 강하게 억제되고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연구팀은 이 현상을 ‘포논 쩔쩔맴(phonon frustration)’이라고 명명했다. 연구팀은 이 현상이 초전도체, 양자 컴퓨터 소재, 기타 복잡한 전자 물질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창용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자와 포논 사이에 존재하는 숨겨진 상호작용을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규명한 사례로, 앞으로 복잡한 양자 물질을 이해하고 제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초전도체와 양자 소재처럼 미래 기술의 핵심이 될 물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학계의 평을 받으며,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6-25

포엑스 확장 건립, 포항교육지원청 불통에 난항

포항동부초등학교 이전을 두고 포항교육지원청의 불통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포항시가 국제적인 마이스관광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포항국제컨벤션센터(POEX-포엑스)를 포항동부초교 부지를 포함해 확장 건립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교육청이 반대입장만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와 학교 총동창회가 동부초교 이전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여러 차례 협의를 제안했으나, 교육청은 이전지 선정에 대한 평가나 학부모 찬반 투표 등의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오로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5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북구 장성동 옛 미군부대 캠프리비 부지 2만6608㎡ 땅에 포엑스의 1단계 건립 공사가 시작됐다. 오는 2026년 완공 예정인 포엑스는 지하 1층과 지상 5층 총 6개 층에 전시장과 컨벤션홀, 소회의실, 휴식공간 상업·업무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포항시는 최근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면서 포엑스 확장 건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 포항시는 현재 짓고 있는 공간만으로 대형 국제행사를 개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인근 동부초교의 땅을 사들여 컨벤션의 규모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1단계 건물과 비슷한 규모의 대칭적인 건물을 만들어 포엑스를 국내 최대규모의 전시컨벤션이자 포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컨벤션이 들어서게 되면 교통량과 방문객 증가 등으로 인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면서 “노후화한 동부초교를 이전해 학생들이 조금 더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를 하게 된다면 더 좋을 것”고 말했다. 이어 “규모의 경제 논리에 따르면 컨벤션이 크면 클수록 더 많은 행사를 유치할 수 있다. 이는 곧 철강 경기 침체로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던 포항지역에 새로운 먹거리가 생기는 중요한 플랜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포항시는 외부용역을 통한 부지 적합성 조사를 통해 학교이전에 적절하다고 판단된 A부지(환호공원 서측 부지), B부지(현대제철 사옥), C부지(두호공원) 등 3곳을 교육청에 제안한 상태다. 하지만 교육청은 포항시의 이같은 제안에 난색을 표시했다. 접근성 등을 고려하면 현 학교 부지가 아이들의 교육환경에 최적지라는 것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포항시가 학교 이전을 요구한다고 해서 무조건 동의 할 필요는 없지 않냐“면서 “학교 이전은 신중히 다뤄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부모의 의견을 묻는 공식적 소통의 장 제공 역시 이해관계가 다른 학부모와 지역민 간의 의견 충돌 및 혼란이 가중된다고 자체 판단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학교 총동창회는 교육청의 입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저출산의 여파로 해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 이전은 ‘선택’이 아니라 존립을 위한 ‘필수’라고 주장했다. 김일근 동부초 총동창회장은 “이 중요한 사안을 학부모들과 논의하지 않고 교육청이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게 말이 되냐“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말고 학교 이전이 불가능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달라”고 지적했다. 포항시도 총동회의 입장과 동일하다. 포항시 관계자는 “교육청이 심의나 평가, 학부모설명회도 거치지 않은 채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있다“면서 “학부모들이 더 많이 반대한다면 이를 무시하면서까지 무리하게 학교이전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학부모와의 소통을 일방적으로 막지 말아달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6-25

신라의 그림자 위에 펼쳐진 시간의 겹 황리단길

■경주의 또 다른 매력 황리단길 경주라는 오래된 고도(古都) 속에서, 황리단길의 출현은 뜻밖이었다.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이질적인 시각이 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황리단길(皇理團길, Hwangridan-gil)은 경상북도 경주시 사정동과 황남동에 걸쳐 있는 좁은 도로이다. 내남사거리에서 시작해 황남초등학교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길로, 원래 ‘황남동의 경리단길’이라는 의미에서 시작된 이름이다. 이 거리에는 1960~70년대의 옛 주택을 개조한 상점과 한옥 구조의 카페, 식당, 사진관, 펜션, 게스트하우스가 다수 들어서 있다. 특별한 건물 양식 없이 모양을 달리한 구조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골목마다 색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게 매력이다. 황남동과 사정동 일대를 잇는 포석로 구간, 한때는 주민들의 통학길이자 생활 도로였던 좁은 골목이, 어느 날부터 사람들의 발길을 끌기 시작했다. 그것도 외국인과 젊은이들의 발길이었다. 그렇다고 오래된 저층 주택과 상가, 한옥의 낡은 기와지붕을 허물 지도 않았다. 마을이 간직한 시간을 존중한 채, 새로운 감각이 덧씌워진 것이다. ■불과 십 년 만에 번화가로 황남동과 서울 이태원의 경리단길의 이름을 따 ‘황리단길’이라 부르기 시작한 건 약 십여 년 전이다. 경리단길처럼 개성 있는 카페와 공방, 소규모 상점이 들어서며 황리단길 골목은 스스로 생명력을 얻고 키워왔다. 옛 동네의 골격 위에 덧입힌 젊은 감각은 도시재생이 아니라 ‘시간의 공존’이었다. 황리단길을 찾는 사람들은 단지 관광을 누리기 위함이 아니다. 신라 고도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장면과 여행의 멋을 찾으려는 것이다. 한복을 입고 대릉원 돌담 앞에 선 청춘의 얼굴, 경성풍 복장을 하고 셀프 사진관을 찾는 외국인 여행자의 눈빛. 이곳에서의 ‘인생샷’은 단지 기념사진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표정을 한 컷에 담아내는 또 다른 여행 방식이다. 사진은 단지 흔적이 아니라 해석이 되고, 그 해석은 또 다른 미래를 향해 가는 여정이다. 누군가는 상점에서 파는 물건을 고르고, 또 누구는 오래된 기와와 담장의 이끼를 보며 시간의 결을 더듬는다. ■골목을 살아가는 사람 골목을 살려낸 이들은 마을 주민과 또는 외지에서 들어온 현재의 골목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황리단길을 이끌어가는 상점의 주인들은 단순히 가게를 운영하는 장사치가 아니다. 오래된 상가를 자신이 추구하는 개성에 맞게 고쳐 나갔다. 구조는 살리고 내벽을 수리하여 자신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낸 카페, 신라 유물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굿즈를 파는 소품점, 여행자들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도록 조용한 공간을 내어주는 책방. 그들은 지역의 고유한 감성과 외지인의 시선을 균형 있게 조율하는 숨은 디자이너를 자처했다. 누군가는 경주 토박이로, 누군가는 다른 도시에서 이주한 예술가로 거리와 골목을 살아내며 또 다른 경주의 얼굴을 만든다. 황리단길은 신라와 단절된 거리가 아니다. 첨성대에서 대릉원으로, 다시 황리단길로 이어지는 도보 여정은 하나의 선이자 하나의 공간이자 연결된 시간이다. 대릉원 고분의 봉분은 여전히 침묵하지만, 주변을 걷는 이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신라의 시간은 신라에만 정체되어 있지 않고 흐르고 흘러 지금의 황리단길에 이른다. 골목마다 세워진 안내판, 상점 이름 속 ‘황남’, ‘월성’, ‘화랑’, ‘신라’ 같은 단어는 고대가 흘러온 현재의 시간임을 증명해 준다, 굿즈 속에 재해석된 천마총의 문양은 이 골목에 세워진 신라의 기억을 복원하려 들지 않는다. 다만 그 기억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불리는 법을 알고 있을 뿐이다. 황리단길을 단순히 유행의 거리로 여기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황리단길은 유행의 장소가 아니라 감각이 축적된 공간이다. 빠르게 지나가는 한때를 대표하는 유행의 흐름이 아니라, 쌓이고 엉기고 머물며 완성돼 나가는 곳이다. 한때의 유행이 골목 돌담과 건물 외벽을 스치고 지나가더라도, 매일 차를 준비하고, 빵을 굽고, 요리를 하는 손길은 변함없을 것이다. ■황리단길의 표정 낡은 기와지붕 아래 담긴 계절의 빛이 묵묵하다. 이 골목의 매력은 화려함보다 차분함에 있고, 유행의 선단에 서기보다 오래된 감각을 가만히 껴안는 데에 있다. 걸을수록 느껴지는 거리의 표정은 일회성이 아니다. 한 계절의 풍경이 다음 계절을 향해 준비하고 또 다음 해를 준비하는 것으로 일상은 시작된다. 이렇게 감각은 층층이 쌓여 거리를 만든다. 황리단길은 계절마다 표정이 달라지고, 시간마다 향기가 다르다. 봄엔 산수유와 벚꽃과 장미, 여름엔 푸를 숲 아래 땀이 밴 채 대릉원 담장과 커피잔의 얼음 소리, 가을엔 핑크뮬리와 낙엽과 어깨에 내려앉는 바람, 겨울엔 고요한 기와지붕 위로 소리 없이 내려앉은 첫눈까지. 이 거리의 아름다움은 장식이 아니라, 살아 있는 풍경이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풍경이며, 다시 걷고 싶은 장면이다. 신라의 수도가 지금의 젊음을 품어 안고 있다는 것, 그것이 경주 황리단길의 가장 깊은 정서다. 계절마다 표정이 달라지고, 시간마다 향기가 달라지는 건 황리단길 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걷는다는 건 골목을 읽는 것 대릉원 서쪽 담장을 따라 걷는다. 낮은 돌담 너머 봉분들이 물결처럼 이어지고, 그 위로 흰 구름이 무심히 흘러간다. 초록빛 잔디밭 사이로 잔잔한 바람이 지난다. 발끝에 닿는 흙길의 부드러움, 담장 아래 핀 들꽃의 향기, 어린아이의 웃음소리. 걷는다는 것은 도시의 시간을 어루만지는 일이다. 골목은 더 이상 지도의 한 줄이 아니라, 각자의 이야기로 변해간다. 좁은 길 안쪽으로 접어든다. 햇살이 벽돌 담장에 부딪히고, 손바닥만 한 창문 너머로 찻잔의 시원한 냉기가 맴돈다. 붉은 벽화와 고요한 조명, 작은 의자와 나무 선반, 그 위에 놓인 손바닥 크기의 엽서. 천마총의 문양을 새긴 엽서 한 장을 집어 든다. 신라의 하늘과 오늘의 하늘이 이 작은 종이 위에서 겹쳐진다. 마음이 먼저 머무는 풍경이다. 흙, 종이, 시간, 모든 것이 가볍게 쌓인다. ■불편한 것도 새로움이 되는 거리 구름이 밀려오고 바람이 강해진다. 사람들이 서둘러 골목 안으로 몸을 들이고, 한옥 처마 밑으로 모인다. 기와가 빗방울을 받기 시작하고, 붉은 벽돌마다 동그란 물방울이 맺힌다.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갇혔어도 사람들은 그저 행복해한다. 기와가 빗방울을 받기 시작하고, 붉은 벽돌 바닥에 동그란 물방울이 떨어져 터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웃으며 비를 피하고 또는 비를 기꺼이 맞는다. 이마저도 여행의 또 다른 경험이 되니까. 어느 도시에 서든 비가 오고 눈이 내리는 건 고마운 일이다. 그 땅의 질감과 정서를 온몸으로 겪는 경험은 단지 날씨에 대한 기억으로 남지 않는다. 젖은 길과 흐려진 유리창, 축축하게 내려앉은 공기 속에서 도시의 감정은 천천히 드러난다. 이 순간이 도시를 걷는 추억이 되고 기억으로 남는다. 황리단길을 걷는 이들은 이런 평범하지 않는 이변의 순간을 통해 거리의 본모습에 조금 더 가까워진다. 오래된 벽과 젊은 간판 사이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시간을 잇는 선이 되고, 느릿하게 걷는 걸음은 현재와 과거의 결을 동시에 더듬는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장소는 잊히지 않는다. 황리단길은 그렇게 지금의 계절과 오래전의 시간 사이를 잇는다. ■경주를 걷는 외국인 오늘은 유독 외국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긴 머리카락, 선글라스,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걷는 이들은 낯선 나라의 골목이 신기한 듯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 때로는 외국인이 먼저 인사를 건넨다. “한쿡 사람이에요?” 하고 물어오면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그들은 아주 해맑게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넨다. 자국의 언어 대신 조심스레 내뱉는 서툰 한국어 몇 마디 속에, 이들이 얼마나 대한민국, 경주라는 도시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엿보게 된다. 이들은 단순한 관광의 한국이 아니라, 낯선 나라의 거리와 마음을 먼저 존중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 조심스러운 태도는 마치 오래전 신라의 문을 두드렸던 사신의 발걸음처럼, 낯섦 속의 예의를 담고 있다. 이방인조차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도시, 이것이 오늘 황리단길의 모습이다. 경주의 골목들을 오래 걸어왔고, 시장의 깊은 안쪽까지 둘러보았지만, 황리단길처럼 젊은 얼굴이 가득한 곳은 보기 드물다. 평일 오전인데도 카페마다 자리가 없고, 셀프사진관 앞에는 줄이 길다. 한복을 차려입은 남녀가 손을 맞잡고 걷고, 혼자 여행 온 듯한 이는 가방을 어깨에 맨 채 유물 엽서를 홀로 만지작거린다. 각자의 여행이 각자의 모습으로 교차하고 있다. 경주는 여전히 유서 깊고 고요한 도시지만, 황리단길 거리만큼은 다르게 숨 쉬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유행의 한 장면으로만 여겼다. 그러나 거리를 따라 걷다 보니 단지 예쁜 가게가 아니라, 이 골목을 진심으로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작은 수제도장 가게 안에서 열심히 인장을 새기는 손, 천마총을 닮은 디자인을 진열하는 상점 주인의 시선, 사진관에서 필름을 감는 청년의 몸짓. 이 거리의 젊음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시간을 만들고 있는 새로운 움직임이다.

2025-06-25

탁구 신유빈, 미국 스매시 출전 홍콩 두호이켐과 여자복식 듀오

한국 여자탁구 에이스 신유빈(21·대한항공)이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랭킹을 끌어올리기 위해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신유빈은 24일(이하 현지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개막한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컨텐더 자그레브 2025'에서 여자단식과 여자복식, 혼합복식에 출전한다. 지난 주말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끝난 WTT 스타 컨텐더 류블랴나에 참가해 임종훈(한국거래소)과 혼합복식 우승을 합작하고, 최효주(한국마사회)와 여자복식 준우승을 일군 데 이은 바쁜 일정이다. 신유빈은 이번 여자복식에서 왼손 최효주와 두 번째로 함께 출전하고, 혼합복식에선 작년 파리 올림픽과 올해 5월 도하 세계선수권에서 각각 동메달을 수확했던 임종훈과 나선다. 신유빈은 자그레브 대회를 마친 후에는 다음 달 3일부터 13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개최되는 'WTT 미국 스매시 2025'에 참가한다. 총상금 155만달러가 걸린 이 대회에서 관심을 끄는 건 신유빈의 여자복식 파트너가 최효주가 아닌 홍콩의 여자 간판 두호이켐이라는 것이다. 세계랭킹 35위인 두호이켐은 작년 파리 올림픽 때 혼합복식 3위 결정전에서 신유빈-임종훈 조에 져 동메달 제물이 됐던 선수다. 미국 스매시에는 복식 종목에 국가별로 1개 조만 참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세계랭킹 11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듀오' 김나영-유한나 조가 한국 선수 복식조 중에서 우선권을 받았다. 한국 선수로는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깜짝 동메달을 땄던 신유빈-유한나 조가 세계 10위로 가장 높지만, 이 대회에는 국가대표가 아닌 개인 자격 대회여서 소속팀 중심으로 복식 조합이 꾸려졌기 때문이다. 신유빈으로선 최효주와 듀오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어서 불가피하게 외국 선수 중 파트너를 찾았고, 수소문 끝에 두호이켐과 복식 콤비를 이루게 됐다. 주세혁 대한항공 감독은 25일 연합뉴스에 "복식에는 나라별로 1개 조씩만 출전할 수 있고, 다른 나라 선수와 복식조를 구성하면 추가로 2명까지 참가할 수 있다"면서 "두호이켐 선수와 일정이 맞아 여자복식에 함께 뛰게 됐다. 신유빈 선수가 외국 선수와 복식조를 이룬 건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신유빈의 ITTF 세계랭킹은 현재 여자단식 10위, 임종훈과 호흡을 맞추는 혼합복식 5위이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합작했던 전지희가 은퇴하면서 신유빈은 여자복식에선 파트너를 계속 물색 중이다. 지난 2월에는 소속팀 선배 이은혜와 WTT 싱가포르 스매시에 출전했고, 5월 세계선수권에선 유한나, 지난주 WTT 류블랴나에선 최효주와 각각 호흡을 맞췄다. 주세혁 감독은 "주요 국제대회에서 좋은 시드를 받으려면 세계랭킹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면서 "두호이켐과 여자복식에 출전하는 것도 세계랭킹 관리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2025-06-25

‘단 5명’ 씨가 마른 프로야구 3할 타자… 역대 최저 수준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유독 보기 힘든 것이 있다. 바로 3할 타자다. 24일 현재 KBO리그에서 규정 타석을 채우고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타자는 단 5명뿐이다. 삼성 라이온즈 김성윤(0.358), 롯데 자이언츠 빅터 레이예스(0.347), NC 다이노스 박민우(0.331), KIA 타이거즈 최형우(0.327), 한화 이글스 문현빈(0.326) 만이 3할 허들을 넘었다. 나머지 모든 타자는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거나 3할 이하의 타율을 기록 중이다. 올해 3할 타자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는 과거 기록을 살펴보면 체감이 된다. 프로야구에서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0명 이상의 3할 타자가 나왔다. 지난해엔 24명, 2023년엔 14명이 3할 문턱을 넘었다. 2016년엔 무려 40명이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엔 5개 구단만 3할 타자 '1명'을 두고 있다. 2016년엔 10개 구단이 3할 타자 4명씩을 보유했다. 3할 타자가 이토록 희귀한 건 2015년 10개 구단 체제가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10구단 체제에서 3할 타자가 가장 적었던 시즌은 2021년으로 당시 13명이 3할 타율을 찍었다. 올해는 2021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프로야구 역대 기록을 살펴봐도 최저 수준이다. 올 시즌보다 3할 타자가 적게 나왔던 시즌은 단 한 번밖에 없었다. 1986년에 4명의 타자가 타율 3할을 기록했다. 다만 당시엔 단 7개 구단이 경쟁했고, 등록 선수도 훨씬 적었다. 3할 타자의 씨가 마른 건 극심한 투고타저(投高打低) 현상 때문이다. 올해 투수들이 득세하고 타자들이 부진한 배경엔 여러 원인이 있다. 프로야구는 올 시즌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스트라이크존을 지난해보다 약 1㎝ 낮췄다. 이에 투수들은 낮은 코스의 공을 부담 없이 던지게 됐고, 타자들은 장타를 생산하기가 어려워졌다. 공인구 반발계수도 지난해 0.4208에서 0.4123으로 0.0085 낮아졌다. 기준치(0.4034~0.4234) 내이긴 하지만 타구 비거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 올 시즌 도입한 피치 클록도 타자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이 대다수 야구인의 생각이다. 타자들이 생각할 시간이 줄어들면서 상대 배터리와 수 싸움에서 밀리는 경향이 짙어졌다. kt wiz 이강철 감독 등 일부 지도자들은 올 시즌 외국인 투수들의 수준이 예년보다 높아진 것이 투고타저 현상의 원인이라고 꼽았다. /연합뉴스

2025-06-25

서울FC 기성용, 포항으로 전격 이적하나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의 레전드 미드필더 기성용(36)이 포항 스틸러스로 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4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기성용 측은 서울을 떠나 포항으로 이적하는 안을 놓고 조율 중이다. 2019년 태극마크를 내려놓기 전까지 국가대표로 A매치 110경기에 출전하는 등 한국 축구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꼽혔던 기성용은 유럽 무대에서 활약한 세월이 더 길지만, K리그에선 서울의 '레전드'로 불린다. 2006년 신인으로 입단한 서울에서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했고, 2009년 말 스코틀랜드 셀틱에 영입돼 유럽에 진출하기 전까지 서울의 간판으로 뛰었다. 이후 스완지시티(웨일스)와 선덜랜드, 뉴캐슬(이상 잉글랜드), 마요르카(스페인)를 거치며 유럽 무대를 누비다가 2020년 친정팀 서울 유니폼을 입고 K리그로 돌아왔다. 그의 K리그 통산 198경기 14골 19도움이 모두 서울에서 기록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김기동 감독이 서울 지휘봉을 잡은 뒤 기성용의 입지는 좁아졌다. 2021∼2023시즌 세 시즌 연속으로 리그 35경기에 출전했던 그는 지난 시즌엔 아킬레스건, 올해는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에 시달린 가운데 각각 20경기, 8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훈련에 복귀했으나 최근 사실상 팀에서 전력 외 자원으로 분류된 것으로 판단한 기성용은 경기에 뛸 수 있는 팀을 물색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구단 관계자는 "현재로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지만, 사실상 결별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기성용의 유력한 차기 행선지로는 포항이 거론된다. 팀에 몸담은 시기가 겹치는 것은 아니지만, 포항을 이끄는 박태하 감독은 과거 서울에서 수석코치를 지낸 바 있다. 포항의 김성재 수석코치도 선수 시절 서울의 전신인 안양 LG와 서울에서 뛰었고, 서울에서 코치로 일한 적도 있다. /연합뉴스

2025-06-25

기북시장 장터식당

어느 날은 손님보다 상인이 많아 보이는 기북시장 거기에 세상의 가장 훌륭한 뷔페를 파는 장터시장이 있다 한 접시에 많은 것을 담을 필요가 없다 그저 깻잎장아찌 몇 점 계란말이 두 점 대접에 밥을 푸고 무생채를 적당히 넣고 주인이 귀찮다고 입구에 놓아둔 항아리에서 고추장을 퍼와 비비면 된다 진하고 뻑뻑한 들기름을 슬쩍 뿌려준다 투박하나 저 섬섬옥수, 툭 던지는 배려 고추장은 무얼 그리 좋은 걸 많이 넣었는지 마치 조청의 점도(粘度)에 뒤지지 않는다 맵기도 하지만 달기도 하고 고소하다 비비다보면 들기름 냄새가 기북 동네를 덮는다 곁들이는 꽁치추어탕이 깊고 우아하다 부족하다 싶으면 국수 한 그릇을 더 먹어도 좋다 장터식당의 음식은 맛은 물론 아름다운 음식이다 기본기가 확실한 만찬이다 식당을 나와 잡놈처럼 이쑤시개를 씹으며 장터를 한바퀴 둘러보면 앙증맞은 기북장터는 소꿉놀이 같다 고복격양(鼓腹擊壤)이라 했나 한끼면 충분한 것을, 멀리 앙증스런 비학산(飛鶴山)을 본다. ….. 화려한 밥상이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될까? 그냥 먹어도 좋을 것을 온갖 재주를 부려 꾸미고 가꾼다. 차라리 그 시간에 간단히 먹고 산책이나 하라 한다. 어머니 말이다. 먹는 정보가 차고 넘친다. 식충이가 되라 한다. 제발, 제철 음식 소박하게 먹어라, 어머니 말이다. 내 말이 절대 아니다. 내 말에 어머니가 책임을 져야 한다. 감옥 갈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알프스를 가지고 있지 않다. 비학산 아래 기북마을이 있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6-25

백경(白景)에 빠지다

누구의 손으로 빚어진 작품일까. 책장을 세운 듯 깎아지른 벼랑을 품고 여기저기 돌들이 꽃을 피웠다. 유월의 산은 더욱 짙어져 솔숲 사이로 불어오는 푸른 바람이 청량하다. 푸른 솔과 땅이 청송을 이루고 골짜기와 꽃돌이 만난 신성계곡, 지질공원으로 들어서는 길목부터 수려한 풍광이 펼쳐진다. 개울 건너 벼랑 위에 정자가 사뿐히 내려앉았다. 조선 후기에 세운 방호정이다. 정치싸움에 염증을 느낀 선비들이 은거하며 백석탄 팔경(白石灘 八景)을 노래한 곳이다. 여덟 폭의 문을 열고 마루 끝에 서자 발아래가 절경이다. 계곡으로 내려간다. 빨래를 끝낸 하얀 천을 툭툭 털어 펼쳐놓았는지 개울 섶이 온통 하얗게 빛난다. 모래 알갱이 중에서도 풍화와 침식에 강하고 색깔이 흰 석영 입자로 생성된 사암이다. 바위가 물들게 했는가, 물이 바위를 채색했는가. 백석탄에서는 바위를 휘감고 도는 물조차 희게 보인다. 천상의 조각가들이 죄다 내려와 솜씨를 부렸는지 그 경치가 신묘하다. 조각가들은 굽이굽이 능선을 오래토록 깎아 완만하게 만들고 봉긋봉긋한 산꼭대기를 매끄럽게 다듬었다. 흰 색으로 빛나는 돌들을 옹기종기 모아 크고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웅덩이에 하늘을 그대로 내려 앉히고 그 위에 수초를 띄웠다. 바위 위에 망치와 정으로 재주를 부려 동그라미, 가오리, 뾰족한 물고기 모양의 돌개구멍도 팠다.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는 이끼꽃을 그려 넣고 넓은 면에는 금을 그어 조화를 맞추었다. 앞에 돌이 놓이면 뒤의 돌은 병풍이 된다. 뒤의 돌이 옆의 돌과 이어져 맥을 잇는다. 산맥은 달리다가 잠시 한숨을 고르며 너른 들판을 만들고 다시 봉우리로 치솟는다. 아래로 미끄러진 능선은 주름 같은 골짜기를 이루고 그 사이로 물이 흘러내린다. 햇빛, 바람과 물에 돌은 갈리고 닦이고 다듬어진다. 골짜기마다 돌꽃들이 만개한다. 희디흰 돌에서 천지가 창조된다. 지상의 하얀 산들이 모여 경연을 펼친다. 알프스의 몽블랑이 자태를 뽐내는가 하면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가 백 년 설을 이고 있다.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와 아메리카 로키산맥이 설산의 자웅을 겨룬다. 이에 빠질세라 백두산이 천지를 머리에 인 채 대륙을 내려다보고 겨울 설악산과 개골산이 장엄하게 내려앉아 근육을 드러낸다. 산과 산 사이에는 눈 덮인 시베리아처럼 하얀 평원이 펼쳐진다. 천하의 명산들을 배경으로 여인이 요염한 자세로 누웠다. 도도한 자태와 백옥 같은 눈부심으로 보아 동양의 비너스로 불릴 만하다. 저쪽에서 불끈 치솟은 남근석이 늠름한 모습으로 비너스를 바라본다. 혹시, 이 계곡 어딘가에 생산의 여신과 창조의 남신이 사는 것은 아닐까. 돌조차 음과 양의 운행에 맞추어 빚어낸 관능미 앞에 숨이 막힌다. 절경에 빠진 사이. 세상을 천연색으로 밝히던 해가 서녘으로 기운다. 낮 동안 입은 옷을 툴툴 턴 바위가 태양빛에 타다만 피부를 재생시키려는지 이내를 몸에 감는다. 척척 바위를 감아 돌던 푸른빛은 그림자로 서로를 덮는다. 찬 기운 에도는 물결과 골짜기를 휘돌아온 서늘한 공기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온몸을 내놓는다. 물소리가 자욱해지면서 서로의 그림자가 포개지고, 이윽고 하얀 천지는 시나브로 검게 물들어간다. 빛이 사라지는 자리에 안개가 스며든다. 남은 빛과 안개에 싸여 흰 빛은 푸르스름하게 변하더니 옥색으로 치장한다. 속까지 색깔이 배일까만, 백석탄이 푸른빛으로 채색된다. 그림자와 그림자가 합쳐져 낮에는 보지 못한 형상들이 꿈틀거린다. 잔금들이 살아온 날들의 지문처럼 남은 백석. 점점 사위가 컴컴해지더니 나를 감싸고 있던 흰 돌들의 그림자가 낮에는 볼 수 없던 풍광을 연출한다. 어둠은 한 부분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명암으로 말하는 흑백사진처럼 빛과 어둠의 하모니가 드라마틱하다. 이제부터는 음의 시간이다. 세상이 잠들면 물소리는 더욱 커지고, 달뜨면 달빛 받아 백색 천지는 더욱 하얗게 빛날 것이다. 천지창조의 비화(秘話)를 두고 한 폭의 환상에서 천천히 걸어 나온다. 아득한 옛날로 시간여행이라도 다녀온 듯 몽롱하다. /배문경 수필가

2025-06-25

“문화·경제·환경·교육 인프라 튼튼, 구민 행복지수 높일 것”

민선 8기 3년을 맞은 대구 중구는 문화, 경제, 환경,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구민의 행복지수를 높이고자 노력했다. 인구가 줄어드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중구는 인구가 지속 증가하는 도시로 거듭 발전했다. 불량지구들이 정비되고 도심개발이 촉진되면서 지난 3년 중구는 대구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이룩한 지역으로 평가를 받았다. 27년 만에 구민 10만 회복, 인구 유입 3년 연속 1위 주거 환경·교통·문화 인프라 확충, 도시 재생도 역점 계산성당·약령시 등 역사 자산 활용 관광특구 도약 동성로, 뉴욕 스퀘어처럼 쇼핑·관광 융합 랜드마크로 △중구 27년만에 인구 10만 회복 중구의 가장 큰 변화는 인구 증가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던 중구가 청년층과 1인 가구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다시 성장세를 보인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대구 중구의 인구 순유입은 3년 연속 전국 1위다. 인구 증가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첫 번째 이유는 삶의 만족도다. 중구에서 살아가는 내 생활이 좋아졌다는 뜻이다. 1998년 9만 9311명으로 10만명 선이 무너진 이후 중구는 27년 만에 다시 인구 10만명 선을 회복하면서 민선 8기 행정의 빛나는 성과로 자랑할 만하다. 중구청은 인구 10만 회복이라는 목표를 실현하는데 다음과 같은 정책을 펼쳤다. 주거환경 개선, 교통 인프라 확대, 문화 인프라 확충, 도시 재생사업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했고, 정책을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했다. 특히 지역 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30청년 창업프로젝트와 북성로 청년창업 클러스터 운영 등으로 생계 기반을 회복시켜 주었으며, 동시에 지역 정착률을 높이는 데도 신경을 썼다. 또 도심 주거지로서의 매력을 높이는 전략도 꾸준히 전개했다. 복지 인프라에도 지속 투자했다. 복지누리 반다비 체육센터 건립, 시니어클럽 재건축, 구립 공공도서관 건립, 공영주차장 조성 등은 정주 수요를 높이는데 효과를 보였다. 이와 함께 어린이집 신입생 입학준비금 지원과 중구 다함께 돌봄센터 1호점 개설, 지역 최초로 북성로에 생활문화센터를 개소하며 결혼·출산·보육을 연계한 주민 맞춤형 인프라를 구축한 것도 인구 회복에 도움이 됐다. △지역의 역사자산을 활용한 컨텐츠 개발과 관광특구의 성공 중구는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근대문화유산이 가장 풍부한 지역이다. 이것을 단순히 문화유산으로 만족하지 않고 미래자산으로 삼으려는 노력을 했다. 보존을 넘어 관광·문화콘텐츠로 적극 활용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작년 동성로가 대구 최초의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이는 중구 관광정책의 성과이자 향후 중구발전의 디딤돌이 되는 전환점이 된다는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중구는 그동안 김광석길, 약령시, 계산성당, 3·1운동길 등 다양한 골목관광자원을 중심으로 지역 고유의 매력을 살려 전국적 명소로 만들었다. 관광특구 지정은 자원과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연결해 쇼핑·문화·숙박·음식·야간 콘텐츠를 종합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앞으로 야간관광 콘텐츠 개발, 외국어 안내 및 투어코스 개발, 동성로 관광특구 안내소 설치 등 관광객이 체류하고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을 잘 만들어 관광특구의 장점을 살려나가는 숙제가 이제 남아 있다. 중구는 동성로에 앞으로 60억 원을 투입하는 5개년 동성로 상권활성화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상권 브랜드 개발, 할인패스 출시, 소상공인 맞춤형 컨설팅, 커뮤니티센터 운영 등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도 추진한다. IM뱅크, 대구신용보증재단과 협력해 3년 연속 저금리 대출을 지원한다. 올해는 착한가격업소 총 43곳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특성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남산동 악기점 골목과 삼덕동 3가 골목도 지역 고유의 문화 콘텐츠와 결합한 골목으로 선정해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청년 유입과 고령층에 대한 정책 중구는 청년이 살고 싶고, 일하고 싶고, 머물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 나가는데 역점을 둔다. 청년을 위한 정책으로 중구 청년지원센터 ‘잇플’은 청년의 창업과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한다. 센터는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에게 멘토링과 실무교육까지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청년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집중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지역 최초로 시행중인 청년 대상 부동산 중개수수료 및 이사비 지원사업과 함께 청년사업자 임대료 지원, 청년 커뮤니티 활동 지원 등의 사업도 연계해 정책의 연속성과 실효성을 확보하고 있다.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노인 인구 비율 역시 높은 지역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고령 친화적 정책의 일환으로 노인 정주환경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2007년 전국 최초로 노인상담소를 설치·운영했다. 이어 치매안심센터 운영 및 맞춤형 방문건강관리 서비스 확대 등을 통해 복지 인프라와 돌봄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노인인권학교, 중구한마음순회봉사 등 다양한 노인인권 중심 시책으로 고령층의 사회참여를 유도하고, 노인일자리 확대,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 세대통합형 프로그램 등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중구는 전 세대가 함께하는 도심을 만들기 위해 고령친화 정책을 앞으로도 지속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류규하 중구청장. “정주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중구 도심의 활력을 되찾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 민선 8기 3년을 맞은 류규하 대구 중구청장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던 중구가 청년층과 1인 가구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다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중구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측면이라며 이 점을 주목해 달라고 했다. 류 청장은 27년 만에 중구의 인구 10만명 돌파에 대해 “도시개발 뿐 아니라 사람 중심의 도시를 실현하는 정책이 낳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의 삶을 살피고,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기에 가능했다는 뜻이다. 그는 “이런 성장 배경을 바탕으로 앞으로 정주여건 개선과 인구정책은 단기성과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인내심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며 “궁극적으로 살고 싶은 도시 중구를 만드는 것이 도시발전을 위한 것이며 중구의 인구 증가를 위한 핵심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구는 도심 중심에 위치해 있어 이런 점에서 유리하다”며 “교통, 주거, 상업, 문화, 복지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 앞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한 지역”이라며 “골목관광 활성화, 근대문화유산 보존 및 콘텐츠화, 지역 상권 회복 등 에 실질적인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구 최초 관광특구가 된 동성로를 관광의 중심지로 육성해 동성로 일대를 뉴욕 타임스 스퀘어처럼 쇼핑과 문화, 미디어와 관광이 융합된 대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고 했다. 류규하 청장은 동성로 활성화와 지역 역사 자산과 연계한 다양한 지역관광 활성화 방안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추며 “중구는 사람 중심의 도시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주민 한 분 한 분의 삶을 살피고,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주민과의 약속인 공약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며 ‘살고 싶은 중구, 머물고 싶은 중구’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6-25

포항스틸러스, 14년째 이어지는 사회공헌 활동 ‘득점만큼 기부’

포항스틸러스가 지역사회 나눔 활동을 통해 경기장 밖에서도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포항스틸러스는 25일 청림문화복지회관에서 포항 이마트와 함께 ‘희망나눔 쌀 전달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종하 단장과 박태하 감독을 비롯해 전민광 주장, 이동희 부주장, 최기영 이마트 포항이동점장, 이재진 이마트 포항부점장이 참석했다. 구단 직원들과 이마트 직원들도 직접 쌀을 나르며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이번 기부는 포항스틸러스와 포항 이마트가 2011년부터 운영해온 특별한 캠페인의 일환이다. K리그1 경기에서 포항이 기록한 1득점당 백미 10kg 6포를 적립하는 방식으로, 전반기 17라운드에서 기록한 22골에 해당하는 쌀 132포를 포항 소년소녀가장돕기 후원회와 포항시 푸드마켓에 전달했다. 14년째 이어져 온 활동은 현재까지 62개 시설에 약 45톤(4만5420kg)의 쌀을 기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전민광 주장은 “우리의 골이 승리를 넘어 좋은 일에 도움이 돼 매우 뿌듯하다”며 “득점만큼 쌀이 적립된다는데, 개인적으로 전반기에 득점을 하지 못해 아쉽다. 후반기엔 기부를 위해서라도 득점에 신경 쓰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포항스틸러스는 오는 29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하나은행 K리그1 2025 21라운드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

2025-06-25

가는 곳마다 이르는 곳마다 부처의 마음이 있듯이…

늘 경험하는 일이지만, 노거수를 찾아 나서는 과정에 펼쳐지는 농촌의 정겨운 풍경에 눈시울이 뜨거워질 때도 있다. 내 어릴 적 추억이 떠올라 감정선이 떨리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어감에 오랜 시간이 지나면 어릴 때 일들이 가물가물 잊을 만도 한데 실상은 더욱 또렷하게 가슴 한 곳에 저장되어 아지랑이처럼 아련히 피어오른다. 물오른 나무처럼, 젊은 시절의 패기로 인한 후회와 미련은 이제 물처럼, 바람처럼 떠나보내고, 마음은 평정심으로 노년의 삶이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다니 무심한 세월을 탓할 만도 아닌가 싶다. 삼라만상의 천태만상을 보면서 이성과 감성의 조화로움으로 관조할 수 있는 생각의 근육도 생겨 지금까지 미처 보지 못한 숨겨진 그 무엇도 보였다. 자신의 감정과 입장에서 아니라 상대의 위치에서 보고 느끼는 현상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보였다. 세종 때 낙향 선비 황전 ‘첨모당’ 짓고 도토리 열리는 구황 나무 마을에 식재 갈참나무 중 천연기념물 지정은 유일 장사 ‘허 장군’ 관련된 수호석과 함께 경배의 대상으로 별도로 동제 지내와 나즐로 노거수를 찾아 나서는 일 또한 그러하다. 나무의 웅장한 자태와 그 오래됨의 역사 앞에 서면 마을의 재미나는 전설과도 만나게 된다. 전설의 실타래를 풀어보면 지난 삶의 역사와 함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무언중 가슴 속으로 스며든다. 오늘만도 그렇다. 경북 영주시 단산면 병산리 산 338번지 마을 동산에 우뚝 높이 선 천연기념물 제285호 갈참나무 노거수이다. 외형상으로 나이 600살, 키 15m, 가슴둘레 4m나 되는 거대하고 오래된 나무이다. 그러나 마을 주민과 함께한 600년이라는 장대한 세월의 삶을 어찌 말과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그는 마을 공동체의 중심이며, 수호신으로 자리매김하여 오늘날까지 살아오고 있다. 천연기념물 갈참나무 노거수 앞에 서면 또 하나의 전설이 기다리고 있다. 나무는 묘하게도 마을 중심에 있는 꽤 높은 동산의 넓은 정상에 살아가고 있다.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마을 주민은 갈참나무를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다. 나무 앞에 큰 돌을 기단석 위에 세워놓고 그 앞에는 제단석을 만들어 놓았다. 돌에는 금줄을 쳐 놓은 것으로 보아 지금까지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보였다. 그 돌이 마을 수호석(守護石)으로 허 장군석이다. 그 유래를 보면 이렇다. “옛날 아주 오랜 옛날에 이 마을에 아주 힘이 센 젊은 허장사(許壯士)가 살았다고 한다. 하루는 젊은 장정들이 마을 뒤에서 제일 높은 시루봉에 올라 돌 던지기 시합을 했는데, 허장사가 던진 돌이 10여 리를 날아 이곳 병산리 마을 앞 논에 떨어졌다고 한다. 이를 본 마을 사람들은 허장사를 ‘허 장군’이라 불렀다. 허 장군이 던진 돌을 신성시하다가 어느 날 이곳으로 모셔 마을 수호석(守護石)으로 삼았다고 한다. 해마다 정월 초에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 등 제관을 정하고 제사 음식을 정성껏 마련하여 정월보름날 자시에 수호목인 갈참나무와 함께 서낭제를 올리고 풍년 농사와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동제를 올린다고 한다.” 이 전설은 누가 봐도 허무맹랑한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돌을 들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1m도 던질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러면 왜 마을 수호석으로 믿고 또 허 장군돌이라 이름 붙이고 마을 주민들이 제사를 지내며 마을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할까. 수석처럼 특별하게 생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값나갈 것도 아니 보였다. 병산리 마을은 창원황씨 집성촌인데 황 씨가 아니고 허 씨일까. 의문은 꼬리를 물고 그 끝이 없다. 그 답은 우리 조상들의 자연관에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설 속에 우리 조상들의 자연관이 고스란히 숨어 있지 않을까 싶다. 도도처처불심(到到處處佛心)이라고 가는 곳마다 이르는 곳마다 부처의 마음이 있다고 하는 우리 민중 사이에 전해오는 자연관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마을을 개척할 당시 마을 어귀나 뒷산, 주변 어느 공간에 나무 두 그루를 심어 음양오행설에 따라 남자를 상징하는 전나무와 여자를 상징하는 느티나무를 한 세트로 심었다. 그 변천 과정에 수종도 바뀌어 여성을 상징하는 나무와 남성을 상징하는 나무 대신 돌이나 돌탑으로 바뀐 마을을 흔히 볼 수 있다. 보통 마을에서는 수호목과 돌이 한 세트로 제단도 하나인데, 병산리 마을은 별도의 제단을 두고 제사도 별도로 지낸다는 것이 좀 특이할 뿐이다. 갈참나무는 창원황씨 봉례공(奉禮公)의 황전(黃纏 1391~1458)이 심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한 마을에는 황전이 세워 지방 유생을 가르쳤다는 첨모당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갈참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도, 수호목으로 정한 것도 이 나무가 유일하다. 왜 황전은 갈참나무를 식목하였을까? 그 이유는 전해 내려오지 않고 있으니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너무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그 이유가 전해 내려오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부터 흉년이 들면 도토리가 많이 열린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흉년에 대비해 구황(救荒)의 의미로 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뭇가지가 구불구불하면서도 우산살처럼 퍼져있는 자유로운 모습의 아름다움은 절로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갈참나무는 참나무로 불리는 나무 중에 한 종이다. 참나무는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등 여섯 종이 있다. 나무껍질과 잎, 열매로 구분하나 일반사람이 구분하기에는 그리 쉽지 않다. 나무껍질은 회색으로 그물처럼 얇게 갈라진다. 잎은 마주나며 타원형 또는 도란형이며, 끝이 뾰족하고 뚜렷한 톱니가 있다. 열매는 도토리이며, 꽃이 핀 그해 9~10월에 익는다. 도토리는 식용이나 약용으로 쓰이며, 과거에는 가루를 내어 떡이나 도토리묵 또는 죽으로 이용했다. 나무의 결이 곱고, 내구성이 뛰어나 건축재, 선박재, 가구재, 바닥재 등으로 쓰였다. 병산리 마을 동산 위에 우뚝 서 있는 갈참나무는 가지가 위로 솟기보다 손이 닿을 정도로 아래로 쳐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는 나뭇잎 아래에 웬 장수풍뎅이 한 마리가 조용히 졸고 있다. 첨모당(瞻慕堂)은… 황전(黃纏, 1391〜1459)이 세종 11년(1429)에 학문을 연마하고 지방 유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세운 첨모당은 선조들의 학덕과 업적을 우러러 사모하는 집이라는 뜻이다. 황전은 1458년에 사직하고 병산에 내려와 은거했다. 1535년 가선대부 공조참판에 증직되고 그 3년 후인 1538년에 고택을 중수하여 첨모당 현판을 걸었다. 첨모당 앞에 회화나무가 있고 그 옆에 신위를 모신 숭보사가 있다. 황전에 대한 일화가 있다. “1456년 순흥에 위리안치(圍離安置)되었던 금성대군이 사람을 보내 쌀 포대 속에 은괴(銀塊)를 몰래 가지고 와서 만나기를 청했다. 그러나 공은 병이 들어 갈 수 없다며 사양하고 또 말하기를 ‘일찍이 서로 교분이 없었을 뿐 아니라, 지위도 다르니 물건을 받을 수 없다’라고 하면서 돌려 보냈다. 이듬해 단종 복위 운동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금성대군은 물론 지역의 많은 선비들이 화를 입었으나 공은 그로 인하여 무사할 수 있었다.” 그는 조선 세종 8년(1426년)에 조회와 의식을 담당하던 통례원봉례(通禮郞奉禮)의 직을 역임, 병산 마을은 창원황씨(昌原黃氏) 황량중(黃亮仲) 7대손이 고려 공민왕 1357년 중랑장(中郞將)을 지낸 황승후(黃承厚)가 개척한 창원황씨(昌原黃氏) 집성촌 마을이다. 아들 황처중(黃處中)은 조선 초에 영일 감무(監務)를 지냈으며, 황전은 그의 아들이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6-25

금감원 IPO투자사기 주의 경고 “투자전 꼭 사업실체 확인하자”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투자심리가 회복되는 추세를 보이자 국내 소형 금융투자회사(자산운용·투자자문·일임)를 사칭한 불법업자가 비상장주식의 ‘상장 임박’을 미끼로 한 IPO 투자사기가 다시 성행하기 시작해 금융당국이 주의보를 발령했다. 불법업체는 주식 先입고·後결제 및 실제 소액의 투자성공경험을 제공하며 투자자와 신뢰를 쌓은 후, 거액의 재투자를 유도하여 금전을 편취하는 등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서는 비상장회사에 대한 장밋빛 전망의 영업실적, 신기술개발 정보 등은 투자사기 목적의 조작된 미끼 정보일 가능성이 높으니 ‘비상장주식 투자시 소비자 유의사항 등’을 반드시 숙지해 부당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주의할 것을 경고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사기범죄수법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는 만큼 비상장주식 투자시 소비자 유의사항 등에 대한 경보를 발령하면서 다음사항에 유의해야한다고 밝혔다. △‘상장 임박’, ‘상장 예정’ 등을 미끼로 고수익이 가능하다며 비상장주식 매수를 권유하는 경우에는 무조건 사기라고 의심한다. △정상적인 제도권 금융회사는 통상 1:1 채팅방 등에서 투자권유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자. △비상장회사 투자 전, 회사와 사업의 실체에 대해 투자자가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물론 상장회사라고 하더라도 거액을 투자하려면 제대로 소문이나 종목토론방의 이야기만으로 솔깃하면 안되며 실체를 확인하는 것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잊지말자. △블로그 및 인터넷 기사 등 온라인을 통해 접하는 모든 정보는 허위로 조작될 수 있음을 항상 명심한다. 온라인의 정보는 누구라도 편하게 그것에 대한 팩트체크는 없이 자신의 상상과도 같은 이야기를 유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 검색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위험함을 잊지말자. △불법금융투자로 의심되면 신속하게 신고(금감원1332, 경찰청112)하자. 이것은 본인이 직접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수상하다고 판단이 된다면 선의의 제3자가 추가적인 피해를 입지않도록 철저한 신고정신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출처: 금융감독원 홈페이지)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6-25

비상장주식 ‘상장임박’ 미끼, 사기 행태 분석

최근 기승을 부리는 비상장주식의 “상장 임박”을 미끼로 한 투자사기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불법업체는 카톡 오픈채팅방·SNS 등에서 투자자들에게 무료로 ‘주식정보제공 및 급등 종목추천’을 해주며 신뢰관계를 오랜기간 형성하면서 공을 들인다. △불법업체는 비상장사인 ‘A’ 회사 주식을 저가에 매집한 다음 ‘A’회사와 상호가 유사한 실체가 없는 ‘A생명과학’의 허위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블로그 및 인터넷 언론사 등에 허위 홍보성 글을 대량으로 배포해 소비자들이 인터넷 검색 등으로 실체를 확인할 것에 대비해 둔다. △카톡, SNS 등으로 ‘A생명과학의 상장임박’과 ‘상장실패시 재매입 약정체결’ 등을 미끼로 주식매수를 유도한다. △사기범죄 집단은 매수신청자에게 ‘A’회사의 주식을 先입고 해준다. 이를 통해 투자자는 증권계좌에 입고된 ‘A’회사의 주식을 ‘A생명과학’의 주식으로 착각하고 주식매수대금을 송금하게 만든다. △제3자로 위장한 불법업체가 투자자에게 소유 중인 ‘A’회사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겠다며 접근하여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오인케 한 후 재투자 유도한다. 이러한 사기 범죄는 △투자자와 신뢰 형성 △허위·과장광고로 현혹 △先입고로 신뢰 확보하는 단계별로 치밀하게 구성해 피해자들이 사기임을 의심하지 않게 만든다. 먼저 투자자와 신뢰 형성단계에서 불법업체는 카톡, SNS 등에서 무료로 ‘주식정보 제공 및 급등종목 추천’ 등을 해주며 투자자를 유인한다. 저가에 미리 매입해놓은 상장예정인 비상장주식을 실제로 투자자 증권계좌에 무료로 입고(1~10주)해주고 상장으로 인한 소액의 투자성공 경험을 맛보기로 선보이면서 신뢰 관계를 형성한다. 투자자의 신뢰를 사기 위한 전략으로는 실제 30배(액면가 500원 대비 상승률)에 달하는 수익률 실현을 경험하게 하여 상장예정주식에 대한 ‘고수익’ 기대심리를 자극한다. 다음단계는 허위·과장광고로 현혹한다. 비상장사인 ‘A’ 회사 주식을 매집한 후 상호가 유사한 실체 없는 ‘A생명과학’의 허위 홈페이지를 개설한 다음 블로그 및 인터넷 신문사 등에 조작된 IR자료와 허위 홍보성 자료를 대량 게재하여 투자자를 현혹시킨다. 상장예정주식의 매수를 권유하면서 상장실패 또는 상장 후 주가가 기대수익에 미달할 경우를 대비해 풋백옵션(환매청구권)으로 재매입을 약정해준다며 투자위험이 최소화된 안정적인 투자임을 강조한다. 불법업자는 ‘A생명과학’의 IR담당 임직원으로 가장하여 투자문의 등 유선연락에 응대하며 정상 사업체로 위장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참고로 ‘A’회사 주식은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인 ‘38커뮤니케이션’에서 주당 500~850원에 거래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先입고로 신뢰 확보한다. ‘A생명과학’ 주식매수 신청자에게 동 사와 상호가 유사한 ‘A’ 회사의 주식을 투자자의 증권계좌로 先입고한다. 실제 ‘A’ 회사 주식을 입고하여 투자자들에게 정상거래로 믿게 만들어 추가 투자를 유도할 목적인 것이다. 증권계좌에 입고된 ‘A’ 회사 주식을 ‘A생명과학’으로 착각한 투자자는 불법업체가 안내하는 대포통장으로 주식매수대금을 이체하게 된다. 한편, 불법업체는 제3의 투자자로 위장하여 소유 중인 ‘A’ 회사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겠다며 접근하여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오인케 한 후 거액의 재투자를 유도하고 편취·잠적한다. (출처: 금융감독원 홈페이지)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6-25

홈플러스, 29일까지 ‘CRAZY 4일 특가’ 진행

홈플러스가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신선식품부터 쟁여두기 좋은 가공식품까지 인기 먹거리를 모아 단 4일간의 파격 할인 혜택을 선사하는 ‘CRAZY 4일 특가’ 행사를 진행한다. ‘한돈 일품포크 삼겹살·목심(100g)’은 단돈 1990원 파격가로 제공하고, 한 번도 얼리지 않은 ‘휘라 노르웨이 생연어 구이용·횟감용(100g)’은 마이홈플러스 멤버특가로 50% 할인해 각 3450원, 3800원에 판다. 또 7대 카드 결제 시 ‘한돈 브랜드 삼겹살·목심(100g)’은 26~27일 이틀간 30% 할인, 28~29일에는 40% 할인가에 판다. 28일 단 하루 대란보다 큰 국내산 ‘신선 특란 30구’는 1인 1판 한정 6990원에 구매할 수 있다. ‘11Brix 당도선별 수박 4종(통)’은 각 7000원 할인 혜택을 선사한다. 원플러스원, 투플러스원 등 풍성한 혜택도 준비했다. 1+1으로 ‘식용유 130여종’은 5180원부터, ‘파스타 소스 70여종’은 2990원부터, ‘탄산음료 70여종’은 1690원부터 다양한 가격대로 판매하고, ‘국/탕/찌개 80여종’은 2190원부터, ‘카레/짜장 50여종’은 1980원부터, ‘참치액/코인육수 30여종’은 7990원부터 내놓는다. ‘순두부 전 품목(풀무원·CJ·강릉초당)’은 2090원부터, ‘참기름·들기름 10여종’은 2180원부터 구매할 수 있다. 또 2+1 혜택으로 ‘컵라면 130여종’은 920원부터, ‘스낵 240여종'은 1190원부터 만나볼 수 있다. 다음달 2일까지 지금 딱 좋은 먹거리를 엄선해 최적가로 선보이는 ‘AI 물가안정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7대 카드 결제 시 등심, 안심, 채끝, 치마살, 업진살, 부채살 등 다양한 부위의 ‘농협안심한우 구이류(100g)’는 40% 할인하고, ‘12Brix 맛난이 성주참외(1.5kg)’는 5000원 저렴한 7990원에, ‘당진 햇 황토 감자(1.8kg)’는 50% 혜택가인 4990원에 선보인다.

2025-06-25

티웨이 인수 ‘대명소노’ 그룹체제 본격 개편

대구 기업인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이 호텔·리조트 전문 기업 대명소노그룹에 인수돼 본격적인 그룹 체제 개편을 시작했다. 티웨이항공은 24일 서울 강서구 항공훈련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대명소노그룹이 추천한 신규 이사진 9명을 선임하는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3명, 기타비상무이사 3명 등 총 9명의 이사진이 새롭게 구성됐다. 이로써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항공의 이사회 주도권을 확보하며 사실상 경영권 인수를 마무리했다. 신임 이사진 명단에는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나머지 이사진들 역시 모두 그룹 지주사인 소노인터내셔널에서 활동 중인 인물들로 구성됐다. 이사진 교체에 따라 대표이사 역시 조만간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10년 동안 티웨이항공을 이끌어온 정홍근 대표이사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자리에서 물러나며, 새 대표이사는 선임된 사내이사 3인 중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대표이사 후보로는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상윤 소노인터내셔널 항공사업 태스크포스(TF) 총괄 임원과 안우진 소노인터내셔널 세일즈마케팅 총괄 임원, 서동빈 소노인터내셔널 항공사업 TF 담당 임원이 거론된다. 이들은 모두 대명소노그룹 지주사 소노인터내셔널 소속이며, 대한항공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대표이사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대명소노그룹은 이번 이사진 선임으로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티웨이항공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룹의 지주회사 소노인터내셔널은 작년 6월부터 티웨이항공 지분 매수를 본격화했고, 올해 2월에는 종전 최대주주인 예림당 및 오너 일가가 보유한 티웨이홀딩스 주식 5234만 주(지분율 46.26%)를 총 25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난 10일 소노인터내셔널과 티웨이항공 및 티웨이항공 모회사 티웨이홀딩스에 대한 기업결합을 승인받았다. 향후 대명소노그룹은 국토교통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및 항공운송사업 면허 변경 등의 인허가 절차를 마친 후, 티웨이항공의 사명 변경도 추진할 계획이다. 새 사명은 현재 상표권 출원이 완료된 ‘소노항공’, ‘소노에어’, ‘소노에어라인’ 등의 후보 가운데 하나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소노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항공과 레저, 두 분야의 전문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수준의 호스피탈리티 그룹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여행·레저 산업을 선도하는 전략적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6-25

수를 놓으며

엄마가 손수 수놓았다는 베갯모를 여러 개 뜯었다. 낡고 헤져 흰 솜이 삐져나오기도 해서 더 두면 아예 자수조차 삭아 없어질 것 같았다. 간직하여야겠다. 싶었다. 새로 나온 신식 베개를 사 주겠다고 했더니 버려도 좋다고 했다. 조심히 뜯으며 가져간다고 했더니 엄마는 무슨 쓸모 있냐며 의아해했다. 표구사에 맡겨 자그마한 액자를 만들었다. 엄마는 우리집 복도 벽에 나란히 걸려 있는 액자가 좋아 보였던지 올케들 주겠다며 두 개씩을 도로 가져갔다. 엄마의 손때 묻고, 그리운 우리 가족 땀내도 배어 있는 베개이니 삼 남매가 사이좋게 나누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흔쾌히 드렸다. 그러나 오빠네나 동생네 집에 그 액자가 걸려 있는 걸 본 기억은 없다. 30년도 더 전이었다. 네모난 구봉침은 제법 큰 베개다. 붉은 비단 바탕에 오색 아(亞)자 테두리가 새겨져 있었다. 아홉 마리 봉황이 있어 구봉침이라는데, 자세히 보면 머리를 맞댄 두 마리 봉황 발 아래 일곱 마리 병아리가 놀고 있다. 자식 많이 두라는 의미의 신혼부부용 베개라고 했다. 작고 딱딱한 목침에는 수·복·강·녕(壽福康寧)이 한자로 새겨져 있었다. 여자용 둥근 베개에는 모란꽃이 피어 있거나. 꽃 가운데에 부귀(富貴), 다남(多男) 한자가 새겨진 것이었다. 베갯모 말고도 방안 한쪽 벽엔 홈스위트홈 십자수 횃대보도 있었다. 엄마 말에 의하면 예전 혼기 다 찬 집안 처녀들은 저녁마다 한 집에 모여 호롱불 아래에서 늘 수를 놓았다. 김서령의 유고집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에는 동네 여성들이 함께 모여 수놓고 바느질하는 풍경을 정답고 감칠맛 나게 묘사하고 있다. 그렇게 놓은 수예품을 혼수로 가져와 시집에선 솜씨 평판을 받기도 했겠지. 중학교 가정 시간에 자수를 배웠고, 그걸 엄마에게 보이면 엄마는 힐끗 보며 말하곤 했다. “골물시럽게 그런 건 와 배우노.” 최민경 회장님 댁에 있는 이런저런 자수 소품들이 정겨워 보였다. 달력, 컵받침, 그릇받침, 의자 덮개에 새겨진 한 송이 꽃에 정감이 갔다. 자수가 하고 싶어졌고 곧바로 실행했다. 가까운 문화센터에 생활자수 강좌 등록, 수강한 지 넉 달째다. 몇 년이나 수강한 선배들이 있는 강좌에 초짜 티를 팍팍 내면서도 결강 하지 않고 열심히 다니는 것은 재미나기 때문이다. 수놓으면서 듣는 수강생들의 두런두런 세상 얘기가 재밌다. 꽃 자수 하나하나를 가리켜 ‘얘’라고 의인화해 말하는 선생님의 세상 막힘없고 수월한 자수 지혜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하긴 그 수많은 자수 기법은 동서를 막론하고 수 백 년 여성들의 지혜의 집합이요, 솜씨의 농축 아니겠는가. 자수 도안은 대부분 꽃이다. 컵 받침에는 소담스레 꽃 핀 화병이 앉고, 노란 바늘꽂이에는 탐스럽고 수북한 꽃바구니가 얹혔다. 파란 주머니엔 한 다발 라벤더꽃이 피었다. 카네이션 브로치를 어설프게 만들어 고마운 분에게 선물도 했다. 어린이날 연휴에 온 손주들에게 자수 장미꽃을 보여주었다. 넷이 모두 가르쳐달라며 달려들길래 천을 잘라 나누어 스파이더웹로즈 스티치로 장미 한 송이씩을 새겨가게 했다. 큰 손녀 윤이는 지레짐작으로 아는 체를 한다. 할머니 치매 예방하려고 배우시는 거죠? 글쎄, 수놓기에 그런 이점도 있으려나···. 미니멀 인테리어를 꿈꾸던 내가 마음을 바꿔 머잖아 온 집안 곳곳을 시들지 않는 꽃장식으로 뒤덮을 것 같은 예상은 한다.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2025-06-25

여름철 배앓이와 설사

장마철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설사와 복통이다. 갑작스레 배를 싸매며 화장실을 찾게 되는 날들이 늘어나고 식사는 잘했는데도 금세 더부룩하거나 설사로 이어지는 일이 반복된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단순히 장이 약하거나 혹은 음식을 잘못 먹어서라고 생각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이 시기 반복되는 복부 이상을 단순한 장기 문제가 아니라 자연환경의 습기와 인체 내부의 수습(水濕)이 상호작용한 결과로 본다. 특히 장마철처럼 공기 중 습도가 높고 체표 양기가 약해지기 쉬운 환경에서는 몸속 수습의 흐름이 정체되며 장 기능이 무너지기 쉽다. 현대 의학적으로도 장마철은 급성 장염 발생률이 높아지는 시기다. 높은 온도와 습도로 인해 음식물이 상하기 쉬우며 식중독균이나 바이러스가 급격히 증식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복통, 발열, 설사, 구토를 동반하는 장염 환자가 늘어나고 특히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장염에 더 취약하다. 실제로 장마철 소아 장염 환자 중 상당수가 설사와 함께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며 밤새 울거나 보채는 경우가 흔하다. 아이들은 복부에 찬 기운이 쉽게 침투되기 때문에 평소에도 잘 때는 배를 따뜻하게 덮어주는 것이 중요하고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찜질이나 합곡 같은 손부위 마사지를 활용하면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의학에서는 장마철 복부 이상을 ‘습(濕)’이라는 병리적 요인으로 설명한다. 습은 물처럼 무겁고 끈적이며 흐름을 막는다. 이것이 장 안에 머물면 음식물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고 수분 재흡수가 이뤄지지 않아 설사로 이어진다. 여기에 냉방과 찬 음식 섭취가 겹치면 비위 기능이 약해지면서 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태에 대해 한의학은 습을 제거하고 비위를 도와주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대표적인 처방으로는 오령산, 향사평위산, 반하사심탕 등이 있다. 사람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 후박, 진피, 의이인, 복령, 백출 같은 약재들을 가감해서 처방을 구성할 수 있다. 아이들은 체질과 연령을 고려해 순한 약재 위주로 쓰고, 뜸이나 복부 찜질 등 순한 처치도 병행한다. 이 시기에는 생활습관 관리도 무척 중요하다. 음식은 반드시 끓여 먹고, 조리 후 오래 방치된 음식은 섭취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찬 음료나 얼음 아이스크림처럼 몸을 차게 만드는 음식은 장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가급적 삼가고 평소 따뜻한 차나 소화를 도와주는 음식(매실차, 생강차, 미음 등)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냉방기기 사용 시 직접 몸에 찬 바람이 닿지 않도록 하고 아침 기온이 낮은 날엔 복부를 가볍게 덮는 습관도 체온 유지에 효과적이다. 결국 장마철의 복통과 설사는 단순히 장의 문제가 아니라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인체 수습 균형이 맞지 않아 장이 약해진 것이 원인이라고 본다. 특히 아이들은 면역력과 장 기능이 미숙하기 때문에 배앓이를 자주 하기에 복부를 따뜻하게 해주고 음식 위생에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 한방적 접근으로 습을 제거하고 비위를 돕는 치료를 병행하면서 생활습관을 조금만 조절하면 장마철도 건강하게 지나갈 수 있다. 내 몸 안의 습기를 다스리는 것 그것이 여름철 장 건강의 시작이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06-25

대구 지역 롯데백화점, 내달 13일까지 ‘여름 정기 세일’

대구 지역 롯데백화점이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여름 정기 세일(2025 SUMMER SALE)‘을 진행해 최대 5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롯데백화점은 여름 필수템을 최대 할인 혜택으로 만날 수 있는 행사를 선보인다. 대구점 지하2층 특설 행사장에서는 27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랩쇼메이 스튜디오 그룹전’을 진행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메종블라쉬’, ‘르피타’, ‘수스’가 참여하며, ‘메종브라쉬’ 재킷은 5만 9000원, ‘르피타’ 바지는 2만 9000원, ‘수스’ 원피스는 3만 9000원에 판매한다. 또 같은 기간 상인점 4층 특설 행사장에서는 ‘여름 맞이 슈즈 특집전’을 선보인다. ‘스케쳐스’ ‘크록스’가 참여하며, 여름 인기 상품을 최대 70% 할인된 가격에 만나볼 수 있다. 자외선이 강해지는 여름철을 맞아 피부 관리를 위한 뷰티 행사도 다양하게 마련했다. 우선 다음달 4일부터 13일까지 여름 베스트 상품을 최대 15% 할인가에 선보이는 ‘머스트-해브 서머 뷰티 아이템(Must-have Summer Beauty Items)’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선케어 명가 랑콤에서는 ‘UV엑스퍼트 50ml’ 구매 시 롯데백화점 단독 기획 세트(뗑이돌 울트라웨어 5ml, UV엑스퍼트 톤업로지 10ml, 이드라젠 수딩크림 5ml, 레네르지 리프팅 아이크림 5ml)를 증정한다. 록시땅에서도 산뜻한 제형의 급속 수분 충전 바디미스트 ‘시트러스 버베나 하이드레이팅 그라니따 150ml’를 단독 한정 판매한다. 상품권 혜택도 확대했다. 27일부터 29일까지 현대카드로 브랜드 합산 30·60·100만원 이상 구매 시 5% 상당의 롯데상품권을 증정하며, 여성·남성패션, 잡화, 골프·스포츠 등 상품군 구매 시 구매 금액대별 최대 7.5% 상당의 롯데상품권을 받을 수 있다.

2025-06-25

지역 소비재 수출기업 ‘동남아 및 유럽 시장’ 개척 나선다

미국의 관세 부과와 글로벌 경기둔화 등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지역 수출기업들이 동남아와 유럽 시장 개척을 위해 참가한 전시상담회에서 큰 성과를 이뤄냈다. 25일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는 최근 베트남에서 개최된 국제 프리미엄 소비재전과 프랑스 K-Expo 전시회에 각각 대구경북 소재 12개사 참여를 지원해 총 373건, 약 2937만 달러 규모의 수출상담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국제 프리미엄 소비재 전시회’에서는 총 195건의 상담, 2605만 달러 상당의 상담액을 기록했다. 건강식품, 유아용품, 뷰티제품 등을 중심으로 한 한국 소비재에 대한 현지 바이어의 관심이 높았고, 3만여 명이 참관했다. 대구에서 전세계 100여 국가로 컵 떡볶이를 수출하고 있는 지역 대표 식품기업 영풍을 중심으로 엠에이치글로벌(유아용품), 온샘코리아(유아용품), 대성글로벌(화장품), 대상기업(생활잡화), 전진바이오팜(생활잡화) 등 6개사가 참가했다. 기능성 화장품으로 현지 유망 바이어의 큰 관심을 끈 대성글로벌은 10만 불 상당의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경북에서도 경북통상(식품), 아누리(유아용품), 한국농산(식품), 보근(생활잡화), 애니룩스(화장품), 초록원(식품) 등이 참가했다. 콜라겐과 잼류를 제조하여 수출하는 한국농산은 베트남 바이어와 2건의 MOU를 체결하고 1년 이내 60만 불의 물량을 수출하기로 협약했다. 이어 13일부터 15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5 파리 K-Expo’에서도 수출상담 178건, 현장샘플 주문 8만 불 등 총 332만 불의 상담 성과를 올렸다. 특히 파리 전시회에서는 현장 샘플 주문과 구매 제안 등 실질적인 성과가 이어졌다. 건강기능식품을 제조하는 ㈜다원바이오는 콜라겐, 다이어트 제품 등 이너뷰티 라인을 선보여 현장에서 약 2만 불 상당의 샘플 주문을 받았고, 지압침대 제조기업 ㈜쓰리에이치는 프랑스 현지 정형외과 병원으로부터 제품 테스트와 구매 제안을 받았다. 무역통계 정보에 따르면 2025년 5월 누계기준으로 지역 전체의 수출은 대구 -8.9%, 경북 –3.1%의 침체 속에 있다. 반면 화장품·식품·유아용품 등 소비재의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대구와 경북 각각 3.2%, 1.5%의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아울러 올 하반기에도 지역 소비재기업의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되는 전시회 참가를 계획하고 있어 지역 소비재의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 권오영 본부장은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로 수출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동남아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소비재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면서 “지자체와 무역협회는 앞으로도 K-푸드·뷰티·생활제품 등 소비재 수출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6-25

대구 토종 건설기업들 “역외서 활로”

대구 건설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진 가운데 지역 토종 건설사들이 수도권 및 역외 지역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최근 HS화성은 주택 정비 사업이 예정된 서울 중랑구 면목동, 전체 6개 정비 구역 가운데 3곳, 1500여 세대 건설 공사를 수주했다. 또 지난해 말에는 경기도 안양에서 2건의 재건축 사업을 따내는 등 실적을 내고 있다. 서한의 활약도 눈부시다. 서한의 경우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수주한 공사의 절반이 수도권이다. 금액으로는 9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도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HXD화성개발은 382억 원 규모의 ‘남해군 청사 신축공사’를 수주했다. 앞서 HXD화성개발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 경기 이천 보은아파트 재건축사업, 충북도청 후생복지관 등 역외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며 선전하고 있다. 이 같은 실적은 지역 건설사들이 4~5년 전부터 꾸준히 역외 시장에 문을 두드려온 결과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의 경우 막강한 자금력과 상표가치를 내세운 국내 1군 건설사들이 대구 주택시장의 90%를 차지했다. 하지만 당시 1군 건설사들이 공급한 대구 주택 상당수가 미분양으로 남았고, 오히려 역외 지역으로 눈을 돌린 토종 기업에는 전화위복이 된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건설사들이 공급 물량 과잉으로 대구에 곧 침체기가 올 것을 알고 대구보다는 역외 지역에 중점적으로 진출했다”며 “그 결과 대구에 미분양이 없어서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경우 지방은 미분양 해소, 수도권은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세워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에 장기화하는 건설 경기 침체 속에서 지역 건설사들의 ‘역외 지역 활로 찾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 시기에 정부 발주의 안정적인 현금 수급과 도급 금액 확보가 가능한 관급 공사, 공공 공사 위주의 역외 진출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이는 기업의 수익보다 안정에 중점을 둔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국적 인지도 상승에 기여하는 것 역시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기술력과 경쟁력을 입증하는 등 기업의 신뢰도를 쌓는 것에도 큰 보탬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6-25

쌍끌이 어업 막아 달라는 울릉 어민의 호소

최근 한국 어선인 동해안 쌍끌이 기선저인망이 동해 바다로 출어할 움직임을 보이자 울릉 어민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쌍끌이 어선이 오징어 조업에 나설 경우 명태가 동해에서 사라진 것과 같이 오징어도 사라질 것이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쌍끌이 어업은 채낚기 어업과 달리 두 척의 배가 양쪽에서 그물을 달고 고기를 잡는 방식으로 어종과 치어 등과 관계없이 마구잡이식 어획으로 자원고갈 우려가 높다는 지적을 받는 방식이다. 울릉도는 섬 주민 90%가 오징어 채낚기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2004년 북한과 중국의 어업협정으로 북한 수역에서 조업이 가능해진 중국어선들이 쌍끌이식 조업을 벌이면서 울릉도로 내려오는 오징어의 씨를 말려버렸다. 동해로 넘어오는 길목에는 오징어잡이에 나선 중국 배가 무려 1700여 척에 달했다. 이 때문에 울릉도의 오징어 어획량은 2000년 초반을 기점으로 줄어들었다. 2001년까지 1만t 수준이던 울릉도의 어획량은 2021년에 와서 625t으로 줄었다. 근년에는 오징어를 구경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씨가 말라 금징어란 별명이 붙었다. 이 때문에 출어를 못한 어민들은 생계가 막막해지고 일부는 전업을 생각하나 어선 관리 때문에 전업도 쉽게 못하고 있다. 정부의 어선 감축에 의존해 생계를 꾸려야 할 판이나 이마저도 예산 부족으로 여의치가 않다. 울릉도 하면 오징어가 생각날 만큼 오징어는 울릉 주민 생업의 유일한 수단이다. 오징어가 잡히지 않으면서 생계가 어려워지자 최근 주민들은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다행히 최근 섬 주변 동해에서 오징어가 조금씩 잡히기 시작했다고 한다.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울릉 주민의 생계를 지켜줄 오징어가 다시 잡하는 것만으로 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대형기선저인망협회가 어업 규제 완화를 이유로 동해바다 조업계획을 중앙수산조정위원회에 상정해 놓고 있어 울릉 어민에게 걱정을 주고 있다. 수산당국은 쌍끌이 어업의 특성을 고려, 신중한 결정을 해야 한다. 어자원 고갈과 울릉 주민의 생업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에서 이번 사안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2025-06-25

영일만대교 예산 갑자기 삭감, TK패싱인가

정부가 2차 추경예산안을 편성하면서 포항 영일만횡단대교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삭감된 예산은 대교 구간 공사비 1260억원, 보상비 561억원이다. 삭감된 예산은 전액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전환됐다. 이 때문에 포항 지역의 숙원 사업인 대교 건설사업이 이재명 정부 민생지원금 때문에 좌초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포항 출신 국민의힘 김정재·이상휘 의원은 지난 24일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자축하기 위한 ‘국민용돈’을, 십수년을 기다려온 지역 숙원사업 예산으로 돌려막겠다는 것”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표면적인 삭감이유는 대교 예산의 ‘불용’ 가능성이다. 불용예산은 당초 예산에 편성돼 있지만, 집행률이 저조해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 정부가 판단해, 쓸 필요가 없게 된 돈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기재부가 각 부처별로 연말에 불용이 예상되는 사업 리스트를 작성한다. 추경은 예산안을 변경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하지만, 불용액을 이용한 지출 구조조정은 국회 심의를 거칠 필요가 없다. 대교 건설사업은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올 상반기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불용’을 핑계로 예산 삭감을 한 것은 누가 봐도 다른 사업예산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 안 써도 될 예산을 윤석열 정부가 책정했다는 말과 다름없다. 일각에선 대선 득표율을 감안한 ‘TK 패싱’이란 말도 나온다. 이 사업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대선 당시 포항지역에는 이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공약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주요 교차로 곳곳에 나붙었다. 포항시민들은 “대선공약집에도 ‘적극 추진’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당선되자마자 예산이 삭감된다고 하니 기만당한 느낌이 든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대교 건설 사업비가 느닷없이 불용 처리되긴 했지만, 내년 본예산에는 반드시 다시 반영돼야 한다. 대구·경북지역 국회의원들은 이번 추경안 심의 과정에서 사업비 전액이 원상회복될 수 있도록 정부의 약속을 받아낼 필요가 있다.

2025-06-25

유튜브, 지역 언론의 딜레마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지역 밀착형 취재거리를 찾고, 꼼꼼하게 기획해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면 뭐 합니까. 정작 많이 보는 건 영화제 레드카펫 위 여배우 드레스의 등이 얼마나 파여 있는지 보여주는 영상인데요.” “우리 신문사 역시 디지털시대에 발맞춰 유튜브 강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콘텐츠의 질이 방문자 수 증가를 담보해주지는 않더군요. 최근에도 방문자들은 역사강사 전한길씨가 출연한 유튜브 영상을 가장 많이 봤어요.” 비단 지역에 위치한 신문·방송사만이 아니었다. 구독자 수가 65만 명이 넘는 서울 언론사도 고심이 깊어 보였다. “기자 3명과 PD 2명이 유튜브 제작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꽤 긴 시간 투자만 했을 뿐이지 5명의 인건비도 건지지 못했어요. 2년 이상 꾸준히 제작하고 적지 않은 콘텐츠가 쌓이고 나서야 제작 인원의 인건비를 약간 상회하는 수익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측이 어렵습니다.” 지난 주말. 지방 언론사 기자 40여 명이 제주도를 찾았다. ‘지역 언론의 미래와 기자의 역할’이란 주제로 열린 세미나 참석을 위해서였다. 위의 내용은 그날 세미나에서 오간 이야기를 복기한 것. 젊은 세대는 물론 80대 노인도 유튜브를 보는 세상이 도래했으니, 어느 지역 언론 할 것 없이 유튜브 콘텐츠 강화, AI 적극 활용 등의 언론 환경 변화에 신경을 쓰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러나, 관련 인력과 디지털부문 강화에 투자할 수 있는 자본 모두에서 서울 언론에 밀리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 그렇다고 눈앞으로 닥친 유튜브시대, AI시대를 마냥 외면할 수도 없으니, 그야말로 지역 언론의 딜레마(dilemma)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