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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화가 최복호

화가가 된 파리의 우체부 ‘루이 비뱅’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어린 시절 화가가 꿈이었던 비뱅은 생업 때문에 우체부가 되었고, 47년의 우체부 생활을 끝낸 61세 되는 날부터 화가의 꿈을 키워갔다.미술에 대해 정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 홀로 공부를 했지만 그의 그림은 늦게 시작했기에 더 간절했고 더 가슴 뜨거웠다고 한다. 그가 떠난 지 70년 지났으나 프랑스인들은 그의 작품을 지금도 즐겨 찾으며 그를 행복한 화가로 기억하고 있다.패션 디자이너 최복호씨의 화가로의 변신이 지역사회의 잔잔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는 대구에 본사를 둔 패션업체 씨앤보코(C BOKO)의 대표며 1세대 패션 디자이너다. 우리 지역에서 48년을 패션 디자이너로 맹활약해 명성도 자자하다.할리우드 배우 우피 골드버그가 그의 옷을 입고 토크쇼를 할 정도니 그의 패션은 국제적 수준이다. 대구패션협회 회장, 한국패션협회 부회장 등 어느 모로 보나 그는 패션 디자이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패션연구소를 청도 산골짜기에 세울 정도로 엉뚱한 면도 있다.펀앤락(fun 樂)이란 문화공간에서 공연도 열고, 자연과 패션과 문화를 아우르는 일을 했다. 개그맨 전유성과 함께 시도한 ‘개나 소나 콘서트’는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공연이다. 한적한 전원주택지 청도에 문화와 예술의 향기를 심는 데 그의 공로도 크다.어떤 이는 그를 문화독립군, 문화지킴이라 한다. 그런 그가 지난 30일 화가 데뷔 전시회를 열었다.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는 그의 작품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매일 붐빈다고 한다. 7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 화가로 변신한 그의 모습에 신선함이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정년퇴임한 소박한 우체부가 꿈을 키워가는 이야기와 닮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4-01

대구가 꼴찌인 이유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4·7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대구를 정치적 판단이 미숙한 도시로 몰아가며 지역 비하 발언을 내놨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40년간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나왔음에도 지금 대구 경제는 전국 꼴찌다. 왜 그럴까”라고 물은 뒤“사람을 보고 뽑은 게 아니고 당을 보고 뽑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대구 유권자의 선택을 비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국민의힘은 즉각 “망국적 지역감정까지 동원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사실 대구시민들 가운데서도 대구 경제가 꼴찌인 이유를 진실로 궁금해 하는 이가 적지않다. 대통령을 5명이나 내고도 왜 경제가 꼴찌일까. 대구경북 출신 대통령들은 아무리 자신의 고향이라 해도 사전타당성평가가 크게 낮은 경우 특혜시비를 우려해 밀어붙이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 때 고향 앞바다에 다리를 놓는 포항 영일만대교 예산을 승인해줄 법 했건만 이 대통령은 허락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정치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과 대구, 부산을 잇는 경부고속도로를 놓은 박정희 대통령이 대구·경북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꼽히고 있을까.대구에 고용을 창출할 원청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며 삼성자동차 유치운동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경남 거제가 고향인 김영삼 정부는 1995년 삼성그룹에 자동차산업 진출을 허용하면서 대구가 아닌 부산에 자동차를 설립토록 했다. 삼성그룹은 1년 뒤인 1996년 8월 삼성상용차를 대구에 설립했지만 IMF직후인 2000년에 파산하고 말았다. 대구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기회를 놓친 것은 이뿐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첨단의료복합도시를 조성할 때 얘기다. 약령시가 있는 대구직할시와 대구한의대와 약재가 많이 나는 경북 지역 땅을 아울러 한방바이오산업을 키우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참신했다. 그러나 대구와 경북이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전국에 한방바이오를 하겠다는 도시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말았다. 그 결과 정부는 2009년‘대구·경북 신서혁신도시’와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첨단의료복합단지를 각각 조성하기로 했다. 문제는 수도권에서 훨씬 가까운 입지인 충북 오송이 평당 65만원에 조성됐고, 대구는 땅값이 100만원이 넘게 책정됐다. 이러니 기업이 어떻게 할 것인지는 자명했다. 수도권에서 더 먼 곳에 더 비싼 땅값을 지불하고 공장이나 기업을 세울 기업이 많을리 없다. 매사 이런 식이다. 그 당시 30년 무상임대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약속해 더 많은 의료기업을 유치하면 어땠을까. 고용이 창출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면 인구수도 늘고, 돈이 돌기 시작한다. 도시가 활기를 되찾게 된다. 지금 대구는 어떤가. 경제는 살려야 한다면서도 대구시가 특정 기업 유치를 위해 특혜를 주겠다면 이유불문 물어뜯는 분위기다. 대구시민들 마음속에 기업가에 대한 이유모를 반감이 도사려 있지는 않나 의심스럽다. 내년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모쪼록 대구경제를 꼴찌에서 탈출시켜줄 리더십을 가진 시장을 뽑았으면 좋겠다.

2021-04-01

75세 이상 접종 시작… 대구경북 접종률 높여야

4월부터 7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나이와 상관없이 노인시설 입소·이용자와 종사자도 이달 1일부터 백신 접종을 맞는다. 75세 이상 고령자는 전국적으로 350여만명이며 대구가 15만8천여명, 경북은 24만9천여명이다. 지난 2월 26일부터 요양시설 입소자와 의료진 등에 대한 백신 접종을 시작했으나 일반인에 대한 백신 접종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도 이날 백신 접종을 맞고 백신 접종만이 코로나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홍보했다. 대구와 경북지역은 지난 1차 백신 접종에서 전국에서 가장 낮은 백신 접종 동의율을 보였다. 아스트라제네카(AZ)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한 결과라고 하지만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보인 것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70% 이상이 접종을 받아야 집단면역이 생긴다고 하니 백신 접종 기회를 놓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정부도 AZ백신에 대해 안전성에 문제없다고 수차례 밝혔으며 1일에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AZ 백신을 맞는 등 대국민 불안감 해소에 나서고 있다. 서울의 경우 75세 이상 백신 접종 동의율이 80%에 이르고 있다. 우리지역에서도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지역의 집단면역을 높이는 관건이 된다. 이제부터 일반인의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는 만큼 많은 사람이 백신 접종에 적극 응해야 한다.지금 세계 각국은 백신 확보 전쟁이 치열하다. 세계의 백신공장이라 불리는 인도가 자국민 우선을 앞세워 백신 수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면서 전 세계가 충격파에 허덕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백신 물량 확보 시기가 늦어지는 질 것 같다니 걱정이다. 정부가 예상한 11월 집단면역 형성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지금 국내 코로나 신규 환자는 매일 400∼500명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3차 유행이 시작한지 벌써 다섯 달째 접어들었으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일 기미가 없다. 1일에는 551명의 신규 환자가 나오면서 이틀째 500명대를 기록했다. 41일만에 최고다. 부산지역은 이날 53명의 신규 환자가 나오면서 비상이 걸린 상태다. 대구와 경북도 연일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백신접종이 유일한 대안이란 점 잊지 말고 백신 접종에 적극 나서야 한다.

2021-04-01

구미의 핵심 반도체 기업을 중국에 넘기다니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반도체 업체 매그나칩이 중국자본에 매각돼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매그나칩 노조는 오는 월요일(5일) 구미공장에서 중국자본 매각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뉴욕거래소에 상장된 매그나칩은 지난달 “미국 본사 주식전량을 중국계 사모펀드인 와이즈로드캐피털과 관련 유한책임 출자자들에게 매각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각거래 규모는 14억달러(약 1조6천억원)다. 매그나칩의 사무실은 서울과 청주에 있으나 사업장은 구미산단에 있다. 현재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작동시키는 데 필요한 DDI 반도체(디스플레이에서 화소를 조절해 영상을 구현하는 반도체)와 자동차용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매그나칩의 DDI 반도체 점유율은 삼성전자에 이어 전 세계 2위 수준이다.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세계경제가 휘청거리는 시점에서 매그나칩반도체를 중국에 매각한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구미갑이 지역구인 구자근 의원(국민의힘)은 “매그나칩반도체가 중국에 매각되면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 핵심기술의 유출이 우려된다. 중국이 매그나칩을 인수하면 첨단 OLED 구동IC와 전력 반도체 사업의 기술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구 의원은 최근 6년간 국외로 유출된 국내 산업기술이 121건이고 이 중 29건은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민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뜻한다.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안 그래도 한국이 장악하고 있는 OLED 시장을 잠식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 헤드헌팅 사이트엔 ‘한국 기업의 OLED 관련 반도체·디스플레이 엔지니어를 구한다’는 중국 기업의 채용 공고가 수시로 올라온다. 국가핵심기술을 수출하거나 외국인이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합병하려는 경우 정부의 허가를 받게 돼 있다. 정부가 허가하지 않으면 매각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한국의 핵심적인 산업 자산을 굳이 중국 같은 경쟁국에 넘길 필요가 있겠느냐’는 산업계의 목소리를 가볍게 듣지 말고 ‘국가핵심기술’ 보유에 대해 철저히 심사해서 매각 허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2021-04-01

부동산 투기 공화국의 비극을 막으려면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부동산 투기 비리가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공기업 직원이 업무상 취득한 정보로 개발예정지 땅을 구매해 이득을 챙긴 범죄이다. 이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당사자뿐 아니라 친인척, 지인들의 투기 규모까지 드러나면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지도 모른다. 그 토지 개발 공사의 사장이 다시 국토교통부 장관에 임명되었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이번 부동산 투기에 연루된 직원은 농사를 짓거나 퇴임 후를 대비했다고 변명을 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고 국민적 분기만 탱천하고 있다.국가 수사본부는 부동산 범죄의 수사 범위를 LH뿐아니라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발본색원 하기 위해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국회의원 여러 명이 개발예정지의 토지, 임야를 매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시장, 군수와 지방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정도 드러나고 있다.국수본에 따르면 수사 대상이 536명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가 고위 공직자 재산 등록을 받았지만 이에 대한 검증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다. 곧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전모가 발표되겠지만 이 역시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가히 돈만 벌겠다는 투기 공화국의 참상이다. 이러한 투기광풍은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초래한다. 그 일차적 책임은 문재인 정부가 져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취임 후 최악인 30%대 초반으로 추락했다. 여당에 대한 지지도 역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 현상이 급격히 증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부동산 투기만큼은 반드시 잡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도 일본처럼 부동산 가격이 거품이 되는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정부하의 부동산 과열은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된 상황이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땅에 떨어져 버렸다.이러한 부동산 투기 현상은 일반 국민들의 가슴에도 멍이 들게 했다. 진보적이던 20∼30대가 반정부적 성난 세대가 됐다. 취업도 결혼도 못하고 집값만 오른 상황에서 희망마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가령 어느 청년이 취직해 매월 100만원씩 저축한다 해도 서울의 5억원 짜리 전세를 구하려면 50년이 걸린다. 그러니 3포 세대가 늘어나고 놀고 있는 니트(Neet) 족이 늘어나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는 성실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가슴에도 불을 지폈다. 평등, 공정, 정의를 앞세운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율배반적인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러한 국민적인 분노가 정부와 정치에 대한 강한 불신으로 나타나고 있다.물론 부동산 투기를 막지 못한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역대 정권의 누적된 과제이지만 현 정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국회에서 부동산 투기방지를 위한 전 공무원 재산등록, 부당이익 환수 등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장기적인 방책은 헨리 조지의 토지 공개념을 헌법에 보장하는 것이다. 토지는 개인이 소유하되 그 개발 이익은 국민 복지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주의식 토지 국유화와는 다르며 이미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대만 등에서 이를 헌법에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03-31

사주를 찾는 아이들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요즘은 학생, 특히 중학생이 사주를 보러 많이 와요! 주말이면 학생 손님들이 줄을 서요.”역술 공부를 하는 지인의 말이다. 사주를 보기 위해 간이 천막 안으로 들어가는 학생들을 상상해보았다. 학생들의 용기가 놀라웠다. 필자는 학생들이 왜 가는지를 물었다.“많은 학생이 연애운에 관해 물어봐요. 남자 친구와 잘 되는지, 여자 친구는 언제 만날 수 있는지, 헤어진 친구와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와 같은 내용이에요.”필자의 의아한 표정을 보고 지인은 한 가지 이야기를 더 해 주었다.“학생 중에는 연애운(戀愛運) 못지않게 자신의 미래운(未來運)과 미래 직업에 관해 묻는 학생들도 많아요. 이 선생, 요즘 우리 아이들 자신의 미래에 대해 정말 많이 불안해해요. 오죽했으면 자신의 미래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한테 묻겠어요, 그것도 진지하게!”의아함은 놀람으로 놀람은 죄책감으로 바뀌었다. 지인의 말 중에 “오죽했으면”이라는 말에 필자는 지인을 볼 수 없었다. 지인은 학생들을 대신해서 필자에게 따져 묻는 듯하였다.‘도대체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필자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다. 자유학년제도 그렇고, 고교 학점제도 그렇고 모두가 학생들의 진로 선택을 돕기 위한 교육제도들이다. 다음은 두 제도의 정의다.“중학교 과정 중 1학년 1, 2학기 동안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고, 토론·실습 위주의 참여형 수업과 직장 체험 활동 같은 진로 탐색 교육을 받도록 하는 제도.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이수하고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대한민국 교육제도가 그렇듯이 이 두 제도를 위해 정부는 교육계의 운명을 걸었다. 물론 짧지만 시범 학교도 운영하였다. 학생과 교사가 만족한다는 보고서용 결과도 내놓았다. 그리고는 계엄사령관이 되어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결과는 늘 정부가 정해 놓은 결과였다.교육 이론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 이론이라는 것은 늘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교육 이론은 언제까지나 어른의, 어른에 의한, 어른을 위한 이론에 불과하다. 교육 정책가, 정확히 말해서는 교육 몽상가들은 말한다, 어떻게 이런 좋은 교육제도를 이해 못 하느냐고! 이처럼 좋은 교육 환경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교사를 포함해 이 나라 교육인들은 역술인에게 배워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대상을 대하는 태도이다. 역술인에게 있어 제일 우선은 바로 내담자, 교육계로 말하면 학생이다. 그들은 철저한 서비스 정신을 가지고 자신들을 찾아올 사람들을 위해 공부하고, 준비한다.필자는 이 나라 교육운(敎育運)을 짧게 말할 수 있다. 그것은 “亡(망할 망)”이다. 필자의 말이 믿기지 않으면, 의미도 없는 학교 시험에 가위눌린 학생의 모습을 보라! 교사에게 묻는다, 당신은 학생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하였는가?

2021-03-31

황소의 반란

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몇 년 전에 멕시코의 투우장에 이런 일이 있었다. 투우경기를 하는 도중 황소 한 마리가 관중석으로 뛰어들어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사람들이 다치는 등 대 혼란이 일어났다. 언론은 이 사건에 ‘황소의 반란’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실었다. 모든 경기에는 공정한 룰이 있어야 하는데 투우는 그 룰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선 투우에 사용되는 황소는 송아지 때부터 사람을 공격하지 않고 오직 붉은 천만 공격하도록 길들인다. 그리고 경기 전에 ‘삐까도르’라는 무사들이 창으로 소의 목 부위 운동신경을 절단하여 방향감각을 무디게 만든다. 결국 황소는 경기 내내 붉은 천만 공격하다가 힘을 다 소진하고 투우사의 칼을 맞고 숨을 거둔다. 알고 보면 투우는 비겁하고, 비열한 불공정한 경기이다. 황소의 반란은 바로 이 불공정에 대한 항의였다는 것이다.최근에 인간의 삶을 가장 위협하는 것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의 대반란이다. 지구가 존속하고 지구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으려면 지구 온도가 지금의 온도에서 최대 1.5도 이상은 상승하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IPP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보고에 의하면 2040년이 되면 지구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하여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멸종한다고 한다. 생태학자 리프킨은 이러한 자연의 대 반란은 ‘엔클로저운동’ 즉 인간이 자연을 사유화하는 운동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엔클로저’란 인간이 목축이나 농사 등 기타 영리의 목적으로 동물들과 공존하던 땅을 울타리를 치고 통제하여 사유화 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모든 생명체가 공유해야 할 땅을 조각내고 울타리를 쳐서 통제하고 사유화함으로 지구가 엔클로저화 되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생명체들이 인간을 향해 대 반란을 일으키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창조된 자연을 공유하고 공존하는 땅으로 잘 관리하라는 사명을 인간에게 주었는데 인간은 관리자가 아니라 통제자가 되어 엔클로저화 했다. 스웨덴의 어린소녀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와 그 일행은 엔클로저화 된 기성세대를 향하여 이런 말을 했다. “지구는 당신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우리의 땅입니다.”코로나19 바이러스의 침공을 깊이 들여다보면 엔클로저화 된 인간을 향한 자연의 반란 중에 하나이다. 우리는 코로나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화학백신과 행동백신에 의존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중요한 백신이 있어야 한다. 그 백신이 생태백신이다. 생태계에 주어진 창조질서를 회복하여 생태계를 복원하는 길만이 모든 반란을 막고 모든 생명체가 공존해 가는 길이 될 것이다.

2021-03-31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장규열한동대 교수일 년 365일 가운데 그래도 해학과 위트가 느껴지는 하루가 있다. 바로 오늘 만우절.악의와 술수를 품은 기만이 아니라 재치와 웃음을 담은 거짓말로 유쾌하게 주고받는 한 날. 만우절이 있어 그나마 숨통을 틔우고 한순간이지만 파안대소로 통쾌하다. 나이와 격식도 잠시 잊고 시름과 걱정을 날려 보내는 상쾌함이 있다. 영어로 April Fool’s Day라니 바보가 되어 오히려 신선하다. 꽉 조여서 여유라고는 한 치도 없는 현대인의 일상 가운데 그래도 이 한 날이 있어 긴장과 경계를 풀어놓는다. 만우절이 지나면 다시 싸움터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모두의 운명이지만, 이 하루를 지어낸 사람들의 지혜가 가상하고 고맙다. 오늘 당신은 어떤 신박한 거짓말로 웃을 것인가.거짓말은 나쁘다. 특히 정치인과 공직자의 거짓말은 그 폐해의 공적인 범위가 상상을 넘기도 하여 심각하기 일쑤이다. 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공약과 선언에 신뢰로 다가서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 늘상 당하면서도 순박하게 표를 던지는 국민이 결국 그들의 대표를 그렇게 선출하고 만다. 믿지 못하면서도 뽑아 세우는 시민은 책임이 없을까. 믿지 못하겠으니 아예 투표에도 나서지 않는 국민은 또 누구인가. 누가 해도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자조는 정당한가 아닌가. 거짓과 기만을 워낙 거듭 경험한 국민은 지칠대로 지쳤다. 법과 제도, 윤리와 도덕은 후보들의 술수과 거짓을 막아내지 못하는 게 아닌가. 미디어로 둘러쌓인 오늘의 선거전에서 후보들의 면면을 세세히 살필 기회는 이전보다 늘어났다. 시민 각자가 팩트와 거짓을 구분해야 한다.정치 바람에 휩쓸리지 않고 나의 삶을 위하여 공정하게 판단하는 일도 유권자의 몫이 아닌가. 가짜뉴스와 편향보도의 숲에서도 옥석을 가리는 당신의 표심과 혜안은 살아있어야 한다.여론조사라는 그럴듯한 이름이 표심의 향배를 들먹이지만 마지막 결정은 나의 손끝에 달렸음을 기억해야 한다. 정작 이번 선거가 우리 지역에는 없다. 그럼에도 이토록 신경이 쓰이는 일은 삶이 그만큼 힘들고 지쳐있음을 드러내는 게 아닐까. 다가올 나라의 모습과 다음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음이 아닐까. 나라가 잘 되었으면 하고 하루하루가 나아졌으면 하는 민심은 오늘도 정치의 현실을 주목하고 있다. 정치인 당신들의 언사와 약속에 진정성이 얼마나 실렸는지 국민은 주시하고 있다. 얕은 거짓과 약은 술수가 이제는 통하지 않을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만우절이 선사하는 유쾌함이 정치의 거짓과 기만에 덮이지 않아야 한다.시민이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올바른 판단을 하려면 언론이 바로 서야 한다. 언론이 공적인 책무를 적절하게 수행하는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 더도 덜도 말고 확인된 팩트에 근거한 기사와 평론으로 승부해야 한다. 공연히 바람을 일으키는 데 몰두하는 언론은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한 정치도구일 뿐이다. 잠시 즐기자는 하얀 거짓말을 넘어 정치술수에 물든 거짓말 잔치는 사라져야 한다.진실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21-03-31

줌바밍(Zoombombing)

줌바밍은 언택트 시대 화상강의 플랫폼으로 쓰이는 ‘줌(Zoom)’과 폭격을 뜻하는 영어단어 ‘바밍(bombing)’을 붙인 신조어로, 코로나 사태로 늘고있는 화상회의에 허락없이 침입해 온라인 회의나 수업을 방해하는 일을 가리킨다.줌은 클라우드 기반의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중국 산둥성 출신 에릭 위안 최고경영자(CEO)가 2011년 창업했다. 회원 가입 없이 링크만으로 접속이 가능하며, 100명까지 동시 접속할 수 있어 온라인 강의, 웹 세미나 등에 활용된다. 줌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이 증가하면서 이용자 수가 급증했다.그러나 줌은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페이스북으로 전달되는 오류가 발견됐으며, 원격 강의 중 음란물 사진이 화면에 나타나고 인종차별 내용이 채팅창에 도배되는 공격을 받는 등 취약한 보안성으로 문제가 됐다.특히 대학의 경우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비대면 수업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어 줌바밍 피해가 끊이지 않고있다. 최근 모 대학 교수의 비대면 화상수업 중 신원미상 인물이 갑자기 들어와 욕설과 혐오표현을 무차별로 쏟아놔 담당교수가 모욕,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미 연방수사국(FBI)은 줌의 화상회의 기능 이용 시 회의실을 비공개로 설정하거나 암호를 걸어놓고 절대 전체공개로 설정하지 말 것을 경고했으며, 구글·스페이스X 등 IT 기업들은 직원들의 줌 사용을 공식적으로 금지했다.과학문명은 사람을 편리하게 만들지만 잘못 운용하면 큰 피해를 입히는 ‘양날의 칼’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31

‘김해 신공항 백지화’ 너무 성급하지 않나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해공항 확장사업을 폐기하고 가덕도 신공항 사전타당성 조사를 5월 중에 시작하겠다”고 보고했다. 정부가 김해신공항 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내린 이번 결정은 누가 봐도 ‘선거용’으로 생각된다.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김해공항 확장사업에는 이미 많은 예산이 투입됐다. 기본계획 수립에 34억3천만원이 들어갔고, 환경영향평가 용역비에 7억3천만원이 쓰였다. 그 외 부수적인 경비도 많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신공항 백지화로 지난 5년간 최소 40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셈이다.국토부는 가덕도 신공항의 조기 착공을 위해 내년 3월까지는 사전타당성조사를 마친 뒤 사업추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 임박해서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구체적인 건설방안을 내놓겠다는 의도로 비친다.사전타당성조사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국토부가 2월 초 국회에 제출한 자체보고서를 어떻게 번복하느냐는 것이다. 국토부는 당시 가덕도 신공항이 안전과 환경, 경제성 등 7가지 면에서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서는 ‘가덕도 신공항은 외해(外海)에 직접 노출돼 조류와 파도 등의 영향으로 공사가 어렵다’, ‘해상 매립 공사만 6년 이상 예상되고 태풍 피해도 우려된다’, ‘부등침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며 난공사와 안전성을 특히 걱정했다. 진해군비행장과 가까워 항공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크다는 점도 강조됐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난제를 내년 3월까지 어떻게 검증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국제공항을 건설하려면 우선 안전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가덕도 신공항의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안전성을 검증한 후 김해공항 확장사업을 폐기하는 절차가 정상적이다. 예비타당성 조사가 생략된 마당에 사전타당성 조사를 초스피드로 진행하겠다는 것은 안전성검증까지 적당하게 넘어가겠다는 생각이 아닌지 걱정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국토부 담당자들은 사전타당성 조사만이라도 철저하게 해서 나중에 직무유기를 했다거나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소리를 듣지 말아야 한다.

2021-03-31

토종기업의 쇠퇴… 지역경제 활력소 찾아야

대구와 경북을 기반으로 하는 토종기업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시대에 토종기업만을 고집할 수는 없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토종기업의 퇴출이 취약한 지역 경제를 반영한 결과라는 측면에서 안타깝다.특히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 소재한 대구백화점 본점의 영업 중단 소식은 충격적이다. 1944년 출발해 70여년 시민과 함께 애환을 같이해온 향토 유통업체의 위기를 목격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대구백화점 본점은 건립 당시 대구 최초의 10층짜리 고층건물로 지역사회의 많은 화제를 뿌렸으며, 줄곧 대구 동성로 상권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또 대구 중심 상권의 상징이기도 했다.대구는 전국 지방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백화점 산업이 잘 발달 된 곳이다.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이 양대 산맥을 이뤄 서울업체의 지역시장 공략에도 향토기업으로서 유통산업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그러나 2010년 롯데 등 서울업체의 집요한 지역시장 공략으로 동아백화점이 이랜드로 넘어가고 이어서 신세계 백화점의 대구 진출로 지역 유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대백 본점의 영업 중단은 대구 상권이 분산되고 코로나19 장기화 등에 따른 요인도 있으나 신세계, 현대 등 대기업의 대구시장 진출이 가장 큰 요인이다. 특히 신세계의 대구진출은 유통시장의 파이를 키운 측면은 있으나 지역에 본사를 둔 지역유통업에는 위기로 다가왔다.대구백화점측은 본점의 폐점으로 적자를 줄이고 프라자점으로 역량을 집중해 새로운 전기로 삼겠다고 하니 향후 변신에 기대를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대구에는 1980년 지역을 기반으로 한 청구, 보성 등 굵직한 주택건설회사들이 전국적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이 경영난을 겪고 기업의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래도 아직은 크고 작은 많은 향토기업이 지역민 속에 남아 선전을 하고 있다.향토에 뿌리를 둔 토종기업은 지역경제의 뿌리산업이다. 대기업과는 달리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지역의 오랜 특성을 대변한 산업이다. 글로벌 경쟁시대일수록 향토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더 절실한 이유다. 대구백화점의 분발을 촉구한다.

2021-03-31

떡 만드는 여자

배문경수필가떡을 만든다. 쌀가루, 소금, 검은콩을 준비했다. 정확하게 그램을 맞춘다. 맵쌀가루를 채에 문질러 두 번을 내렸다. 쌀가루를 만지자 폭신폭신 카스텔라처럼 부드럽다. 오늘은 콩설기 떡을 만든다. 냄비에서는 서리태가 익는 중이다. 콩 색깔을 닮아서 물색도 검다. 다 익은 콩을 채에 한 번 내려 마른 수건으로 툭툭 쳐서 콩의 물기를 뺀다. 쌀가루에 소금을 적당히 뿌렸다.평생교육원에 떡 만드는 과정을 등록했다. 열두 명을 뽑는데 이곳에 들어오기는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렵지만 운이 좋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들뜬 마음으로 떡을 만든다.찜기에 면포를 깔고 검은 콩을 촘촘히 깐다. 남은 콩과 쌀가루를 잘 버무려 가장자리부터 툭툭 치면서 빈틈없이 메운다. 다시 위를 평평하게 고른다. 그리고 대나무 찜기를 양손에 힘을 주어 안으로 민다. 그래야 떡이 익었을 때 찜기에 떡이 붙지 않는다. 그 사이 물이 끓으면 찜기를 올려두고 기다린다.보이지 않는 바닥에 콩을 예쁘게 까는 이유는 떡을 꺼내 뒤집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래가 위가 되고 위가 아래가 된다. 안 보인다 싶어도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가 생긴다.쌀과 콩이 빈틈을 메우듯 속이 꽉 차 뒤집었을 때 보이지 않았던 부분이 상대를 감동 시킬 따뜻한 품성이면 좋겠다. 그리고 친하다고 너무 붙어 있으면 얼마나 피곤한가.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오래 가는 방법이다. 여유가 필요하다고 콩설기 떡이 오늘 나에게 설법한다.어릴 적, 동네 큰 잔치가 있으면 떡을 나눠먹었다. 떡을 얻어먹으려고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다녔다.우연히 들은 떡 타령이 재밌다. 정월 대보름 달떡, 이월 한식 송병, 삼월 삼진 쑥떡, 사월 팔 일 느티떡, 오월단오 수리취떡, 유월 유두에 밀전병, 칠월 칠석에 수단, 팔월 한가위 송편, 구월 구일 국화떡, 시월상달 무시루떡, 동짓달 동짓날 새알시미, 섣달에는 골무떡이라 지역적 특징으로는 산중 사람은 칡뿌리떡, 해변 사람은 파래떡, 제주 사람은 감자떡, 황해도 사람은 서숙떡, 경상도 사람은 기정떡, 전라도 사람은 무지떡이다. 갑자기 떡 부자가 된 기분이다.익은 떡 위에 큰 접시를 대고 뒤집자 콩이 눌러앉은 자리가 갖가지다. 적당한 거리, 촘촘한 것, 드문드문 놓여 제멋대로다. 다음에 떡을 만들 때는 큰 하트 속에 작은 하트 그리고 더 작은 하트를 만들어 내놓으리라. 세상에 대고 사랑한다고 모두 사랑한다고 떠들 생각이다.난 오랫동안 떡을 좋아했고 만들고자 했다. 가까이에 떡 만드는 교육이 있는지 몰랐다. 떡을 찾아 헤맨 시간이 길었다.엄마는 어린 나를 데리고 떡 방앗간을 했다. 6살 되던 해, 온 가족이 모두 방앗간에 매달려 하루 종일 떡을 만들던 크리스마스이브였다. 떡가루를 갈던 기계에서 불이 났다. 그 불은 엄청난 속도로 방앗간을 모두 삼켰다. 한겨울 매서운 바람에 불씨가 이곳저곳으로 튀었다. 방앗간 옆 살림집으로 번진 불은 삽시간에 지붕을 태우면서 너울너울 춤췄다.어린 내가 가족에게 끌려 나와 내의 바람으로 오들오들 떨었다. 불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무녀의 춤사위처럼 화려했다. 엄마는 자신의 모든 재산이 일순간 잿더미가 되는 것을 보며 정신을 잃었다.그 후 가족들이 겪은 고통은 오래도록 몸과 마음을 피폐화시켰다. 각자가 살아야 했고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쳤다. 나 또한 그러했다. 그래도 어느 순간부터 떡을 만들고 싶어졌다. 떡을 만들면서 가족과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떡이 가족이었다. 어린 내겐.떡을 만들어 흰 접시에 놓고 보니 첫 작품치곤 훌륭하다. 가슴속에서 지난한 시간을 상징하던 방앗간, 불, 고통이란 단어들이 툭 하며 떨어졌다. 잘 했어. 내 마음이 나를 위로했다. 누군가의 가슴에도 이렇듯 위로가 되는 떡을 만들고 싶다. 떡은 사랑이니까.

2021-03-31

마음 어귀에 음나무를 심고

이순혜수필가봄꽃이 다투어 망울을 터트릴 기세다. 고향마을 곳곳에도 이미 복숭아나무가 발그레한 꽃눈을 내민다. 마당 한쪽에 서 있는 음나무도 가지 끝에 봄을 머금었다. 하나도 꾸밈이 없는 봄 햇살이 음나무를 비추고 그 가지에 뭉게구름 한 점 걸려있다. 나무가 있는 한 편의 수채화이다.4월은 꽃들이 그 아름다움을 폭로하는 때다. 그런데 꽃도 아닌 나무에 눈독을 들이는 이가 있다. 한 철, 한 끼의 밥상에 오를 음나무의 새순을 기다리는 옆집 뒷집 아낙들이다. 어머니는 순식간에 활짝 피는 새순을 기다렸다가 한 소쿠리 푸짐하게 따서 데친다. 푸른 냄새가 뒷집 담장을 넘어가고 두레 밥상에 올랐던 새순은 두고두고 우리 집을 대표하는 맛으로 불리었다.쌉싸래한 맛은 잃어버린 입맛을 살린다. 음나무, 오갈피, 두릅나무 새순은 겨우내 잃어버린 입맛을 돋우는데 으뜸이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것이 다르겠지만, 나는 음나무의 새순을 유난히 좋아한다. 추운 겨울을 견디면서 몸이 푸른 기운이 아주 고팠나 보다.음나무 새순은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쌉싸래한 그 맛은 중독성이 강해 두고두고 먹고 싶지만, 일 년 내내 푸른 새순을 데쳐 먹기는 어렵다. 짧은 봄날에 도둑눈처럼 왔다가 사라져 들뜬 입맛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음나무의 가지도 귀하게 대접받는다. 거칠고 투박한 나뭇가지 한 줌을 꺼내 대추 서너 개를 넣고 달인다. 달인 물을 꾸준히 마시면 피가 맑아진다. 또 뇌 기능을 활발하게 하는 정혈작용을 한다고 하니 얼마나 이로운 나무인가. 무엇보다 마늘, 양파, 된장과 음나무를 넣어 푹 삶은 돼지고기는 보양식의 으뜸이다.음나무는 가시가 엄(嚴)하게 생겨서 붙은 이름이다. 새순은 쌉싸래한 맛을 내기 때문에 사람과 동물의 먹이가 된다. 그래서 잎을 보호하기 위해 굵고 험상 맞은 가시를 촘촘히 달고 있다. 또한, 음나무의 가시는 악한 기운을 쫓는 벽사(8F9F邪)의 기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사나운 가시가 빼곡한 음나무의 가지를 문설주에 두기도 하고 마당 대문 곁에도 심었다.음나무를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긴 곳도 있다.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에 있는 나무는 무려 1천 년을 한자리에서 살아왔다. 고려의 멸망사를 지켜본 나무로. 공양왕의 마지막 순간을 목격하고 지금까지 한자리를 지켰다.고향 집을 지키는 나무도 음나무다. 예쁜 꽃을 피우지 않고 나비 불러들이는 향기는 뿜지 않지만, 나무로서 단단히 한몫한다. 담장 옆에서 뾰족한 가시를 세운 채 악한 것들이 집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늠름한 모습으로 지키고 섰다. 달이 이울고 별들이 깊은 잠에 빠지는 숱한 날을 함께 하면서 어머니의 죽음을 목도하고 몇 해 지나 아버지의 죽음까지 지켰다.생명 있는 존재는 사람의 호흡과 함께해야 한다. 붙박이로 있는 물건도 매한가지다. 비어 있는 고향 집을 매번 둘러보는 것만으로 많은 것에 미안했다.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주인을 찾아 주기로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고향 집을 처분해야 한다는 것을 합리화시켰다. 그런데 딱 하나 마지막까지 놓지 못한 것이 바로 대문 곁 음나무였다. 한 집안을 지키던 수호신을 잃는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서운함보다는 나를 누가 지켜줄까 하는 허전함이었다.몇 해 전, 나무 시장에서 음나무 두 주를 샀다. 햇볕을 좋아하고 잘 자라는 나무이기에 텃밭 입구에 심었다. 한 계절이 지나고 나무는 한들한들 바람에 흔들리며 연둣빛의 새순을 달고 내게로 왔다. 경이롭다는 말이 이런 건가 보다. 그냥 며칠 동안 음나무 곁에서 서성거렸다. 솜털 같은 잎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것을 보면서.음나무의 이름을 가만히 불러본다. 나무를 부를 때마다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러나 각 사람이 가진 추억의 모양이 다르기에 기억의 색깔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남쪽의 꽃소식보다 먼저 찾아올 쌉싸래한 음나무의 새순은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한 그리운 맛이다. 이제 겨우 한두 개의 새순을 피워 올린 텃밭의 음나무는 내가 피워야 할 내일의 맛이 될 것이다. 그렇게 내게 주어진 오늘을 채우면서.봄이 오면 텃밭으로 달려간다. 언제나처럼 음나무의 가지들이 기지개를 켜며 쑥쑥 자라고 있다. 그 모습을 가만히 훔쳐본다. 나무가 내게 말하는 것 같다, 나는 항상 이 자리에 그대로 있다고. 그래, 내가 두 발로 서 있는 나무 곁으로 가면 되는구나.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으니까.알고 보니, 나는 마음 어귀에 음나무를 심었다. 내 안으로 나쁜 것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2021-03-31

천지원전 10년 묵혀놓고 백지화, 보상도 안하나

경북 영덕군에 건립키로 했던 천지원자력발전소 사업이 결국은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가 선언한 탈원전 정책으로 이미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국가사업에 대한 신뢰가 허물어지고 피해 보상에 대한 후폭풍이 이제 본격화 할 것 같아 걱정이다.영덕군은 천지원전이 백지화되면서 발생하는 직간접적 피해 규모가 3조7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당장 정부 원전지원금 380억원의 사용을 정부측에 승인 요청했지만 정부 입장은 거부다. 정부측은 지원금은 사업을 전제로 한 돈이므로 백지화된 이상 지급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덕군은 사업 백지화의 귀책 사유가 군에 전혀없고 이미 군비 등으로 상당부분 사용돼 이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천지원전 사업은 2012년 이명박 정부가 영덕읍 석리, 매정리, 창포리 일대 324만㎡에 가압경수로형 원전을 건설키로 고시하면서 시작됐다. 10년동안 주민들은 정부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을 믿고 토지가 묶여 권리행사가 제한되더라도 인내해 왔다.그러나 2017년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천지원전 사업은 백지화 수순에 들어갔고 사업자인 한수원은 2018년 천지원전 예정구역에 대해 지정 철회를 산자부에 신청했다. 이번에 산자부가 천지원전 발전소 예정구역의 지정 철회를 심의 의결한 것은 이에 대한 후속 조치다.경북도와 영덕군은 천지원전 백지화에 따른 보상을 이미 수차례 산자부 등에 건의했다. 특히 영덕군은 지원금의 사용 승인과 함께 특별법 제정을 통해 원전 예정구역내 주민과 인근주민에 대한 피해조사 및 충분한 보상을 요구했다. 또 원전 대안사업 및 미보상토지에 대한 대책도 요구했다.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측의 입장은 매우 미온적이다. 대안사업으로 신재생보급사업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주민이 이 정도 수준의 보상에 응할 리가 만무하다.정부의 적극적이고 성실한 보상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정권을 떠나 국가의 정책을 믿고 10년간 인내해 왔던 주민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 있는 대책이 반드시 제시돼야 한다. 국책사업에 대한 국가의 신뢰며 정부에 대한 믿음이 된다. 천지원전 사업의 실행과 백지화의 주체는 정부다. 백지화에 대한 보상에 정부의 성의 있는 대책을 촉구한다.

2021-03-30

문무대왕면

문무대왕은 신라 30대 왕이다. 태종 무열왕의 맏아들이며 어머니는 김유신의 누이 문명왕후다. 김유신 장군과 함께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중국 당나라 세력을 몰아내 삼국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명군이다.기록에 의하면 그는 사후에 있을지 모를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자신의 시신은 화장하고 동해의 큰 바위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지금 사적 제158호로 지정된 대왕암이 그가 묻힌 수중왕릉이다.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감포 앞바다에 있는 대왕암은 평범한 바위섬이다. 가까이 가서 보면 바위 한가운데가 못처럼 패여 있고, 둘레에 자연암석이 기둥 형태로 세워져 있다. 못 안에는 거북이 모양의 돌이 앉혀져 있으나 전해오는 이야기의 실체를 발굴조사에 의해 증명된 적은 없다.다만 외적의 침입에 맞서 사후에라도 나라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한 문무왕의 호국정신은 후대에 이르기까지 교훈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그의 대를 이은 신문왕이 아버지 왕의 뜻을 실현키 위해 세운 사찰이 감은사라는 것은 이런 역사적 전설을 웅변적으로 증명한다.경주는 수많은 역사기록과 전설이 남아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역사문화도시다. 대왕암이 있는 양북면이 다음 달부터 문무대왕면으로 명칭이 바뀐다. 주민들의 전폭적인 찬성으로 지역의 특성을 살린 명칭을 행정명으로 바꾸는 것이다.올해 인각사가 있는 군위군 고로면이 삼국유사면으로 바뀐 것처럼 지역의 역사성을 근거로 명칭 변경 움직임은 나름 신선해 보인다. 그 지역의 특산물뿐 아니라 관광객의 발길을 돌리는 데도 한 몫 단단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문화재와 역사의 도시 경주가 이와같은 아이디어를 잘 개발한다면 경주의 브랜드 가치는 훨씬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3-30

봄날

김규종 경북대 교수주말에 오신 봄비로 대지가 촉촉하고, 대기는 청명하다. 바람이 다소 강하게 불지만, 봄날의 정취를 완상하기에 모자람은 없다. 토평(土平) 들과 천변을 향하는 걸음걸이 가볍고, 콧노래 절로 나오는 봄날. ‘동심초’에서 시작하여 ‘4월의 노래’를 거쳐 ‘하얀 목련’을 지나 소월의 ‘못 잊어’로 마무리하는 홀로 ‘걷는’ 노래방. 창고 그늘 밑에 있던 젊은 농부가 슬며시 외면해주는 덕에 황망한 얼굴의 홍조는 겨우 모면한다.흡족하게 내린 비로 논과 밭이 모두 흐뭇한 표정이다. 마늘과 양파가 훌쩍 자라나고, 웃자란 청보리는 적잖게 넘어져 있다. 지난겨울 추위 견디고 시퍼렇게 자라난 보리가 바람에 넘실댄다. 어설픈 날갯짓으로 까마귀는 ‘서(西)으로’ 길 재촉하고, 풀숲의 장끼 푸드득, 소리 내며 밭고랑 사이로 숨어든다. 노란 나비 춤추듯 날고, 곤줄박이 하나 전선에 오래도록 앉아 있다.발치에는 풀들의 경연이 한창이다. 노랗고 하얀 민들레와 키가 훌쩍 큰 냉이, 여린 몸에 노란 꽃을 단 꽃다지, 자주색 광대나물과 앙증맞은 제비꽃, 과수원 일부를 저희 세상으로 만들어버린 큰개불알풀, 이제 막 세력을 확장하는 살갈퀴와 우슬(牛膝), 냉이를 닮았으되, 더 크고 거칠지만 둥근 지칭개, 먹을 수 있을까, 오해 부르는 개쑥갓까지 초록 융단이 깔렸다.길을 걷노라니 완만한 능선 선보이는 장중한 남산 홀로 우뚝하다. 산의 발치에는 진달래와 녹음이 제법 찾아들었고, 종아리 부근에는 자두꽃 자못 화사하다. 허리 부근엔 하얀 산벚꽃이 봄날의 환희를 노래한다. 딱 거기까지였다. 작년 이파리 단 갈색 활엽수들이 아직 겨울에 잠겨 있다. 상록수들만 예나 지금이나 초록으로 대견하지만, 그리 환하게 빛나는 것은 아니다.가던 길 멈추고 상념에 든다. 산 아래는 봄날의 기쁨과 약동으로 넘쳐나는데, 산 중턱부터 정상까지는 겨울 아닌가?! 빛나는 꿈의 계절을 완상하지 못하고 침묵에 잠긴 산꼭대기. 봄은 산 아래서 시작하여 등성이를 타고 꼭대기로 올라간다. 하지만 단풍의 가을과 삭풍의 겨울은 꼭대기에서 시작하여 등성이 거쳐 아래로 내려온다. 산에서 좋은 것은 아래에 있고, 고단하고 괴로운 것은 위에 있다.우뚝한 정상이 있기에 아래쪽 뭇 생명은 봄날을 노래한다. 정상에는 비바람과 땡볕, 칼바람과 눈보라 거세고, 환희의 날들은 훨씬 짧다. 산은 우리에게 가르친다. 꼭대기에 서려면 많은 것을 포기하고, 더 많은 것을 감내하라! 편하고 쉽고 달콤하며 아늑한 것은 아래 생명에게 넘겨주어라. 단, 정상에 있기에 일망무제(一望無際)의 전망과 장쾌함을 보상으로 받는 것이라고.하지만 인간 세상 들여다보면 가진 자들이 모든 것을 혼자 가지려 한다. 돈과 권력과 명예와 사랑까지 독점하려 든다.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운 데는 까닭이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말한다. 이제 그만하고 웃으며 양보하고, 나누며 물러서면 어떻겠는가, 하고 말이다. 질시의 시선 받는 고독한 강자가 아니라, 축복과 박수를 받는 그런 부류가 되기를!….

2021-03-30

‘기후위기 교육의무화’ 제안에 공감한다

이강덕 포항시장이 그저께(29일) 비대면 영상회의로 진행된 전국대도시(광역시 제외한 인구 50만 명 이상도시)시장협의회에서 “기후위기 환경교육을 의무화하자”는 제안을 했다. 기후위기가 이제 인류생존의 문제가 된 만큼, 중·고교 교과과정에 필수과목으로 넣어 전 국민이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자는 것이 제안의 배경이다. 탄소배출이 많은 철강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도시의 단체장으로서 평소 탄소중립 실천에 주력하고 있는 이 시장이 제안한 의견이어서 더욱 공감이 간다. 이 시장은 이날 회의에서도 “전국대도시 시장협의회가 솔선수범해 탄소중립을 위해 실천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다른 시·군에 푸른 영향력을 전파해 나가자”고 강조했다.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위기감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일으킨 바이러스 출현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 것도 기후변화라는 연구 결과가 최근에 발표됐다. 전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이 박쥐가 선호하는 산림 서식지를 확장시킴으로써 중국 남부를 코로나 바이러스의 온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저께부터 전국을 뒤덮은 최악의 황사도 기후변화가 원인이다. 최근 20년 사이 중국과 몽골 황사 발원지의 폭염일수가 급증하면서 토양수분이 급격히 떨어져 사막으로 변하는 것이 황사가 더 심해지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숨 막히는 황사에서 보듯 기후위기는 이제 우리 국민의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됐다. 자연히 모든 교육단위에서 기후위기와 관련한 환경교육을 중요과목으로 다루는 것이 맞다. 환경교과목은 기후위기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지난 2007년에는 전국 20% 정도의 중·고교에서 선택과목으로 채택했으나 최근에는 대부분 학교가 외면하고 있다. 그러니 어떻게 자라나는 세대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절박함을 가질 수 있겠는가. 교육당국은 이 시장이 제안했듯이 환경교과목을 모든 중·고교의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것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정치권에서는 전국 교육대와 사범대의 교원양성과정뿐만 아니라 교사 연수에서도 반드시 기후위기 관련 환경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2021-03-30

봄비에 매화가

류영재포항예총 회장양철지붕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밤새 이어졌다. 봄비치곤 제법 많은 비가 내린 듯하다. 비에 젖어 떨어진 매화꽃잎이 가는 붓으로 곱게 그린 듯 아름다워 밟기가 조심스럽다.옛 선비들은 ‘송,죽,매’를 세한삼우라 하여 작품의 소재로 즐겨 다루었는데, 소나무와 대나무는 추운 겨울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변함없는 모습이, 매화는 한겨울의 추위를 견디고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모습이 미학의 상징이 된 것이다.조선의 화가 김홍도는 가난했으나 매화를 무척 좋아해 모처럼 그림을 팔아 3천 냥이 생기자 2천 냥으로 매화나무를 사고, 800냥으로 술을 사서 친구들과 매화음(梅花飮)을 즐겼다. 결국 배고픈 식솔들의 몫은 200냥에 불과했으니 문인묵객들의 영감에 많은 의미를 던져주는 나무였던가 보다. 퇴계 이황의 ‘저 매화나무에 물주라’는 유언은 유명하다.퇴계는 매화를 유달리 좋아해 100수가 넘는 매화시를 남겼으며, 말년을 보냈던 도산서원은 지금도 매화동산이라 부를 정도로 매화가 많다. 그는 매화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 단양군수로 재임하던 시절 외모며 글솜씨가 뛰어난 관기 두향을 몹시 사랑하게 됐는데, 풍기군수로 전근 발령을 받았다.관기를 데리고 가지 못하는 당시의 풍속 때문에 결국 두향을 혼자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고, 그녀는 이별을 슬퍼하며 매화화분을 선물로 보냈다. 이별이 너무 길어 퇴계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 번도 다시 만나지 못하였고, 관직을 떠난 퇴계는 도산서원에 은거하며 매화사랑에 집착했는데, 아마도 두향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아니었을까? 매화를 심고 꽃이 필 때면 밤이 깊도록 그 곁에서 시간을 보냈고, 매화를 ‘매형(梅兄)’이라 부르며 술을 마시곤 했다. 두향이 보낸 매화는 도산서원 입구에 심어져 대를 이어오고 있으며, 지금도 꽃을 피우고 있다니 간밤의 봄비에 그 꽃잎도 거의 내렸으리라.포항미협과 광양미협이 격년제로 교류전을 주관한다. 광양을 방문하는 해에는 섬진강 매화마을에 들러 매향에 취하곤 하였다. 코로나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매화축제가 취소되었으나 매화마을은 상춘객들로 넘쳐나 꽃보다 사람이 많다는 소식에 씁쓸한 마음이다. 요즘 지자체마다 문화관광 수입을 기대하며 각종 축제를 연다.매화축제도 전국의 여러 곳에서 열리고 있지만 봄을 즐기는 방법으로 그다지 바람직하지는 않다. 봄을 즐기는 것은 생명의 근원을 느끼는 것이다. 매화가 꽃을 피우는 것은 인간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후손을 남기기 위함이며, 꽃이 그토록 고운 것은 모진 겨울 추위에 인고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조선의 유학자들이 매화를 사랑한 까닭은 매화의 삶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나이 많은 매화를 고매(古梅)라 한다. ‘높고 뛰어나다’는 뜻의 ‘고매(高邁)’가 연상되는 말이라 어감이 좋다.고매함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현실에서는 우리나라의 수도와 제2도시의 수장을 뽑는 선거전이 치열하다. 오랜 코로나불황으로 빈사상태인 국민들에게 기쁨이나 위로가 될 내용은 없고 졸렬하기 짝이 없는 언행과 LH사태 등이 불신을 끝 모르게 키우고 있다.“매 일생 한이나 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이라.” 매화를 사랑한 옛 선비들의 기개가 그리운 봄날이 속절없이 깊어간다.

2021-03-29

지속의 힘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봄의 잔치가 시작되는 모양새다. 전령으로 피어나던 매화, 갯버들에 이어 산수유와 진달래가 짙은 색감을 드러내더니 목련과 벚꽃이 우아하면서도 현란하게 꽃망울을 터트린다. 앞다투어 피는 것 같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순서가 있고, 표연히 흩날리며 돋아나는 잎새에 미련없이 꽃자리를 양보하기도 한다. 군데군데 알록달록, 멀리 가까이 파릇 푸릇한 봄날의 산자락과 들녘은 온통 파스텔톤이다. 양광과 난풍 속에 바야흐로 환희 같은 자연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나무건 풀이건 봄날에 꽃을 피우고 움을 틔운다는 것은 생명력이 있다는 것이다. 땅 속에서 생명수를 찾아 뿌리가 쉼없이 물을 길어 올리고 자양분을 흡수하는 자생적인 일손을 멈추지 않았었기에 개화와 생동의 설레임을 맛보는 것이다. 얼핏 보면 당연하고 무덤덤한 것 같지만, 땅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뿌리에서 밑동, 줄기, 가지로 이어지는 물오름 작용이 끊이질 않았었기에 초목은 소생과 개화로 번성하는 것이다. 자연에 물이 오르고 만물에 생기가 도는 3월은 그래서 ‘물오름달’이라고도 한다.식물에 있어서의 필수적인 물오름은 생명의 원천이요 성장의 근간이다. 그러나 뿌리를 통해 스며든 물이 가지 끝으로의 이동이 줄어든다거나 공급이 중단된다면 이내 시들거나 메말라 고사하게 될 것이다.단순해 보이는 초목의 생장이 이럴진대, 하물며 인간에게는 다양하고 미묘하며 고차원적인 물오름 현상들이 얼마나 많을까 싶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각양각색의 물긷기(?)를 해가면서 자신의 삶을 채우고 새로운 나날을 맞이하는 것이리라.어떤 뜻이나 꿈을 계속적으로 지켜나가기란 정말 만만찮은 일이다. 누구나 마음먹기는 쉬워도 꾸준한 실천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간에 회자되는 괄목할만한 일들은 대체로 수많은 반복과 지속이 만들어낸 각고의 결정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끊어질 듯 이어지며 거듭되는 물오름의 창조적 노력으로, 울음인 듯 웃음인 듯 신열로 복받치는 꽃망울처럼-.비단 돋보이고 주목받는 시도가 아니더라도, 무슨 일이든 한 우물을 꾸준히 파게 되면 소기의 목표에 근접하고 최소한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를테면 걷기, 자전거 타기 등 생활 속의 운동을 꾸준히 실천한다거나 독서, 시낭송 등 자신의 취향에 맞는 취미활동의 지속으로 보람을 느끼고 기쁨을 누려가는 일들은, 자신을 새롭게 키워가는 도전이자 약속인 것이다. 실제 필자의 주위에선 1년 이상을 여명 속에 맨발로 해변을 걸으며 일출을 맞이하고, 한편으론 해양 쓰레기까지 수거하는 플로깅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가 하면, 어떤 지인은 주말마다 맨발산행을 하기도 하고, 한 직장 동료는 새벽녘에 강둑을 어김없이 걸으며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반복은 기적을 낳는다고 했던가. 지속하는 습관과 반복하는 연습은 꿈의 현실화에 도움을 준다. 1만 시간의 법칙이 시사하듯, 끊임없는 연마와 꾸준한 습작, 지침없는 훈련을 통해 성취해가는 결실은 찬사와 아울러 사회적으로도 선한 영향력을 줄 것이다.

2021-03-29

쓸쓸한 삶 속에서 발견된 찬란한 작품

다큐멘터리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를 연출한 존 말루프는 동네 벼룩시장 경매에서 수십만장의 필름이 들어있는 상자를 단돈 400달러가 채 안되는 돈으로 낙찰받는다. 그가 집필중이던 역사책에 쓸 시카고의 옛날 사진을 위해 낙찰 받은 물건이지만 사진을 스캔하면서 그가 원하던 사진이 아님을 깨닫는다. 그 사진의 촬영자였던 비비안 마이어를 구글로 검색해보지만 전혀 정보가 없다. 스캔했던 사진들을 사진 공유 사이트에 올려 좋은 반응들을 확인하고는 전시회를 추진한다. 그리고 그 전시는 흥행에 흥행을 거듭하며 전세계 순회전시까지 이어진다.여기까지는 천재적인 작가의 성공담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주인공인 작가는 지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존 말루프 감독이 낙찰 받은 필름은 고인의 유품으로 단 한 번도 발표하지 않은 사진작품이었다. 비비안 마이어는 어떤 삶을 살다 갔길래 이 많은 사진과 그녀의 자잘한 유품들을 남기고 떠났는가를 추적한다.‘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몇 가지의 질문을 내포하고 있다. 그 질문은 감독이 직접적으로 던지는 것이 아니라 그가 진행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기저에 깔린 것으로, 스스로 그 질문을 던지지 않더라도 중요한 것은 그 질문을 의식하고 있다는 점이다.질문은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몇 개의 질문은 직접적으로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기저에 깔린 묵직한 질문들은 쉽게 해답을 찾지 못하고 ‘비비안 마이어’의 생애를 추적하는 과정 속에서 깔끔하게 풀리지 않고 과제로 남는다.1926년 미국 뉴욕 출신으로 이집 저집을 전전하며 보모로 생업을 삼고 사진을 찍으면서 미혼으로 평생 외롭고 가난하게 살다가 2009년 시카고에서 생을 마감한 비비안 마이어의 삶이 그녀의 작품과 함께 펼쳐진다. 신문 스크랩과 영수증, 기차표와 메모 등 그녀의 유품들을 정리하며 단서들을 이어 붙이며 비비안 마이어의 생을 따라간다.그 여정 속에서 ‘왜 그녀는 이토록 많은 사진들을 남겼는가’도 궁금하지만, ‘왜 그녀는 이토록 많은 사진들을 전혀 발표하지 않았던가’에 무게감이 실린다. 전자의 의문은 작가의식에 관한 고찰이다. 그녀의 삶을 기억하는 이들의 인터뷰는 짧거나 길거나 그녀가 길렀던 아이들과 그녀를 기억하는 아이들의 부모들이다. 그들의 기억에 담겨있던 비비안 마이어는 친절하고 다정하거나, 괴팍하고 이기적이며, 심술궂은 사람이었고, 따뜻하거나 어두운 사람이며 즐거운 사람, 염세적인 사람 등으로 평가가 갈린다. 그녀의 삶 속에서 독특한 이력을 토대로 작품 속에 담긴 예술적 의미들을 더듬는다.이는 분명한 작가의식과 주제의식을 가지고서 촬영된 사진의 예술적 평가를 작가론과 함께 작품론으로 구축하는 과정이다. 이제 후자의 질문이었던 ‘왜 그녀는 이토록 많은 사진작품을 전혀 발표하지 않고 생을 마감했느냐’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질문은 작품으로 인한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느냐로 이어지기 때문에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진행형으로 남는다.영화는 ‘비비안 마이어’라는 사라질뻔했던 한 명의 천재적인(?) 작가를 발견한 과정과 그녀의 삶을 추적하는 것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그녀가 잠시 살기도 했고 먼 친척이 있는 프랑스의 시골 사진관에서 그녀의 사진을 관광상품으로 팔고 싶어했음을 확인한 것이 전부다. 이것으로 온전히 그녀가 작품 발표에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평가하기엔 미흡하다.지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그녀의 작품 속에서 정작 그녀는 존재하지 않는 기묘한 현상을 만난다. 두 번째 의문이 확실하게 풀리지 않고서, 그녀의 삶에 대한 스토리와 알려지지 않은 삶을 살다간 신비로움이 더해지면서 지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그녀는 만족하고 있는가.지금 그녀의 작품으로 인해 받는 보상은 온전히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감독도 이것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었고 이에 대한 부채의식을 어떻게든 덜고 싶었음을 읽을 수 있다.흥미롭고 감동적인 영화가 끝나고(2013년) 난 이후 벌어졌던 저작권 수익 상속에 관한 법적인 진행(2018년)을 보면서 감독도 풀지 못했던 현실의 숙제가 남아서 진행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그녀의 삶에 대한 감동과 함께 쓸쓸함과 서글픔이 밀려온다. /문화기획사 엔진42 대표

2021-03-29

쪽샘 44호 출토 ‘신라 행렬도’의 발견과 의미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8년째 한 기의 신라고분을 발굴 중이다. 바로 쪽샘 44호 적석목곽묘이다. 지름 약 30m로 중형급에 해당하는 무덤인데, 연구소에서 2007년 폐고분(廢古墳·무덤인지 아닌지 조차 불분명한 상태의 무덤)상태인 것을 처음 확인하고 2014년부터 정밀 발굴조사를 진행하였다.작년 연말 출토유물과 무덤의 구조 등 그간의 발굴성과에 대한 대대적인 현장공개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 발표 이전인 2019년에도 주목할 만한 유물에 대한 공개가 있었다. 소위 ‘선각문(線刻文·토기 표면에 여러 가지 그림을 선으로 새긴 무늬) 장경호(長頸壺·목이 긴 항아리)’가 바로 그것이다. 선각문 장경호에는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다양한 모습의 인물, 동물 등이 새겨져 있었고 전체적인 그림의 내용이 마치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행렬도(行列圖·왕이나 귀족들이 말이나 수레를 타고 호위 군대를 거느린 채 나들이하는 모습 등을 그린 그림)를 닮아 있었다.44호 적석목곽묘(積石木槨墓·돌무지덧널무덤)의 북쪽 호석(護石·둘레돌) 바깥으로는 큰 항아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것이 확인되었는데, 무덤 축조가 완료된 후 일정 기간 동안 후손들이 무덤에 찾아와 제사를 지냈던 흔적이다. 커다란 항아리 외에도 작은 항아리와 접시, 흙으로 만든 방울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었다. 제사에 쓰고 그대로 버리고 간 것이다.그런데 이 유물들 가운데 장경호 한 점이 완전히 파괴된 채 파편으로 확인되었다. 파편을 하나하나 세척하고 복원해보니 놀라운 모습이 드러났다. 말 탄 사람, 활 쏘는 사람, 춤추는 사람, 멧돼지, 사슴, 호랑이 또는 개 등이 확인되었다. 이외에 다양한 기하학적 문양도 새겨져 있었다. 최대한 복원을 시도하였지만, 아쉽게도 문양은 전체의 절반 정도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신라에서는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는 놀라운 그림이었다.신라에서는 토기 표면에 다양한 문양을 새긴 것이 확인된다. 주로 기하학적 문양이나 말 문양, 사람 문양을 비교적 간단하고 반복적으로 표현한 것이 일반적이다. 일종의 패턴 문양처럼 토기에 그려 넣었던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44호에서 출토한 선각문 장경호는 신라는 물론이고 주변 가야, 백제 지역에서도 확인된 바 없는 상징적 유물이다.44호 출토 선각문장경호는 용기의 추정 복원 높이가 약 40cm 정도 되는데, 문양은 주로 장경호의 목 부분(頸部)부터 몸통(胴體部)까지 걸쳐 있으며, 총 4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목 부분은 다시 2단으로 나눠지는데, 팔 벌린 사람 또는 나무를 형상화한 기하문이 반복적으로 그려져 있다. 몸통 부분에는 파도나 구름을 형상화한 기하문이 반복해서 그려져 있다. 주된 문양은 모두 어깨 부분에 그려져 있는데, 다양한 동물, 인물들이 복합적으로 배치되어 있다.먼저, 말을 탄 인물과 말들이 행렬하는 장면이 상하 2열로 표현되었다. 말의 머리 부분에는 갈퀴를 의도적으로 묶어서 뿔처럼 묘사하였다. 그 뒤로 2명의 사람이 있는데 바지와 치마(또는 두루마기)를 입은 것이 표현되어 있고, 옷소매가 늘어진 모습에서 고구려 무용총의 춤추는 사람 모습과 매우 흡사한 장면이다. 다시 그 뒤로는 활을 쏘는 사람, 암수 사슴, 멧돼지, 호랑이 또는 개로 추정되는 동물들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수렵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맨 마지막에는 말 탄 사람과 그 옆을 따르는 개와 같은 동물이 표현되어 있다. 말 탄 사람은 모든 문양들 중에서 가장 크게 그려져 있어 이 행렬의 주인공으로 추정된다.심현철 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원전체적인 문양의 내용은 화면상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하는 행렬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주인공으로 추정되는 말 탄 인물이 있고, 기마행렬과 무용(舞踊), 수렵(狩獵) 등의 내용들이 비교적 상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행렬이라는 큰 주제를 바탕으로 무용, 수렵과 같은 내용을 포함시킨 복합 구성인데, 신라 회화 관련 자료 중에서는 최초로 확인된 것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어떤 선각문 토기보다도 회화성이 우수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특히, 무용, 수렵 등의 내용은 고구려 고분벽화의 내용 구성과 많이 닮아 있어 신라와 고구려의 교류 관계 등을 연구하는데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 밖에는 신라인의 사후 관념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으며, 문양의 내용 구성이나 표현방식 등이 새롭게 확인되어 신라 회화사를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가치가 있다.이렇듯 이 선각문장경호가 가지는 의미는 특별하다. 비록 전체의 절반 정도 밖에 확인되지 않아 많이 아쉽지만, 깨어진 모든 파편이 확인되어 완전한 형태로 확인되었다면 지금까지 확인된 모습 외에 또 어떤 내용들이 그려져 있었을지, 우리 모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2021-03-29

전월세 신고제

전월세신고제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 주택 임대차(전월세) 계약 때 임대계약 당사자, 보증금, 임대료, 임대기간, 계약금 및 중도금과 잔금 납부일 등의 계약 사항을 30일 내에 시·군·구청에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다.지난 2019년 8월 발의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 포함돼 오는 6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전월세 신고만으로 확정일자, 전입신고가 동시에 이뤄지며, 모든 세입자가 자동으로 법적인 대항력을 갖게 돼 빌라, 다세대 등도 빠짐없이 보증금 보호를 받게 되는 장점이 있다.국토부는 전월세 신고제 후속 작업으로 새 제도를 시행할 지역 범위, 신고 의무 대상 등을 확정해 이르면 이번주 안에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예고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신규, 갱신, 변경 계약일로부터 30일 안에 세입자 혹은 집주인이 임대차 신고를 무조건 해야 한다. 계약금액, 계약일자, 면적, 해당 층수 뿐 아니라 추가로 갱신 여부, 계약기간 등 상세정보를 ‘정부24’홈페이지나 주민센터 등에 신고해야 한다. 30일 안에 신고하지 않으면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게 된다.다만 보증금이 1천만원 이하거나 월세 5만원 이하 등 소액인 경우나 임대료를 조정하지 않고 계약을 자동 연장하는 ‘묵시적 계약’, 그리고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고 세들어 사는 무상 임대차도 신고 의무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집주인 입장에선 임대료 수입이 100% 공개되기 때문에 늘어난 세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건 아닌가 걱정이다.집값을 잡겠다던 문재인 정부 들어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게 전셋값이다. 집없는 서민들은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부동산정책에 가슴 조마조마한 나날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29

모욕감에 대처하는 법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모욕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모욕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모욕은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준다. 쑤퉁의 ‘쌀’이라는 소설의 주인공 우룽의 이야기는 조금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모욕의 무게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고향에 홍수가 나서 먹을 것이 없어 우룽은 석탄 수송 기차를 타고 도시로 오지만 도착하자마자 부두 깡패에게서 심한 모욕을 받는다. 대홍기 쌀집에 가서 하인으로 써달라고 사정하지만 펑 사장과 그의 두 딸 쯔윈, 치윈에게 말할 수 없는 모욕을 당한다. 우룽은 증오의 화신이 되어 대홍기 쌀집을 차지하고 와장가의 두목이 되어 잔인하게 복수하고 자신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윌리엄 어빈의 ‘알게 모르게, 모욕감’이라는 책에서는 모욕이라고 느끼는 여러 상황을 소개하면서 자존감이 낮거나 자아상이 취약할 때 모욕을 참기 어렵다고 한다. 그는 모욕 평화주의라는 말을 만들어 덕을 쌓아 안정적인 자아상을 확립하면 남이 나를 모욕할 수 없으니 모욕감을 느끼지 않게 된다고 한다.그러나 이런 처방을 우룽에게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덕을 쌓기 위해서는 덕을 쌓겠다는 의지가 먼저 있어야 가능하고 그런 의지를 발동하기 위해서는 덕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우룽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모가 굶어 죽었고 동냥으로 연명해온 처지라 덕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전혀 없었다. 설사 어느 정도 덕을 쌓았다고 하더라도 그가 받은 모욕은 덕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너무나 심각한 물리적인 가해를 동반했다.우룽과 비슷한 처지의 인물 아큐의 대응은 좀 다르다. 루쉰의 ‘아큐정전’에 나오는 이 사람은 모욕을 당해도 마음속으로 자기가 이긴 것이라며 정신승리법을 사용하여 모욕을 견딘다. 그 역시 자기보다 약한 사람은 함부로 모욕한다.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우룽과 아큐는 사회적 지위가 무척 낮다는 것이다. 주먹이든, 재화든, 지식이든, 권력이든 한쪽이 극단적으로 많으면 그렇지 못한 상대방을 모욕할 가능성이 많다. 아큐가 정신승리법이라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우룽보다 형편이 나아서 움막같은 집이나마 돌아가서 몸을 뉘일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우룽이 아큐보다 모욕감을 더 크게 느낄 가능성이 많다.윌리엄 어빈도 사회적 지위 차이가 클수록 약자가 모욕을 느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같은 언행이라도 안정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은 모욕이라고 느끼지 않을 수 있는데, 불안정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심한 모욕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면서 내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간다. 모욕 금지법 같은 물리적 방법은 효과가 별로 없다고 하면서 내면의 덕 쌓기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그러나 무엇보다 모욕감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모욕할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 권력 관계가 평등해질수록 모욕하기 어려워진다. 내면의 덕 쌓기도 물론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사회적 불평등을 좁혀야 한다. 이런 사회 환경이 만들어지면 모욕의 힘은 약해지고 내면의 덕 쌓기도 수월해진다.

2021-03-29

봄나들이철 신규 감염 확산 불안불안하다

국내 코로나19 신규감염자가 휴일효과로 어제(29일 0시기준) 300명대 후반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5개월째 3차유행이 지속되고 있어 걱정이다. 인구 이동량이 많은 봄철 들어서는 수도권을 넘어 대구·경북을 비롯한 비수도권에서도 산발적 감염이 잇따르고 있어 전국적으로 확산세가 언제든 거세질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신규감염이 주로 가족·지인모임, 다중이용시설 등 일상공간을 통해 진행되고 있어 방역당국도 확산세를 잡는데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하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난 28일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특별방역대책을 내놓았다. 대구시는 시민단체·종교인 등 200여 명으로 구성된 범시민대책위원회를 통해 시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역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으며, 경북도는 경주 벚꽃 축제, 청도 소싸움 축제, 구룡포 대게 축제 등 주요 봄 축제 18개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정부도 확산세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 및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를 다음 달 11일까지 2주 더 연장하고, 다중이용시설의 방역을 강화한 기본방역수칙을 마련해 어제부터 시행에 들어갔다.정세균 국무총리는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야 하는 2분기에 4차 유행이 현실화하면 일상 회복의 꿈도 멀어진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부활절도 방역의 위험요인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정 총리도 언급했듯이 지금은 나들이하기 좋은 봄철인데다 다음 달에는 부활절(4일), 4·7 재보선등이 있어 자칫 재확산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부활절 행사는 동시다발적인 교회발 집단감염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어 모두가 긴장하고 있다. 집단감염 추세가 다양한 일상 공간을 고리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 간의 접촉이 증가하면 그만큼 감염 위험도 커진다.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금 전국적으로 일상 곳곳에 침투해 있다고 보면 된다. 될 수 있으면 사람끼리 모이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역대책이다. 모든 국민이 소규모 모임이나 단체식사를 자제하고, 일상생활에서도 기본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 집단감염 확산세를 하루빨리 전정시켜야 한다.

2021-03-29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이번에는 성사되길

대구시와 경북도가 팔공산 도립공원에 대한 국립공원 승격을 다시 추진키로 하면서 그 성사 여부가 관심이다.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은 이미 2012년말부터 2013년에 걸쳐 추진된 바 있다. 그러나 그때는 주민 재산권 제한과 시도간의 이해관계 등이 얽혀 승격이 불발됐다. 그러나 당시 함께 논의선 상에 있었던 광주 무등산은 국립공원으로 승격해 이미 8년동안 자치단체의 예산을 줄이면서 공원관리는 물론 국립공원으로서 브랜드 가치 효과도 누려왔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2018년 10월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문제를 대구 경북의 상생협력 과제로 꺼내면서 다시 재추진이 이뤄지고 있다. 시도는 추진에 앞서 주민자치회, 상가번영회 등 지역대표를 대상으로 주민간담회를 8회 걸쳐 가졌으며 이달 29일부터는 지역주민과 토지소유자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도 청취한다고 한다.팔공산은 1980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행정구역을 이유로 시와 도가 별도 관리하는 관리의 효율성을 발휘하지 못했다. 또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난개발이라는 부작용도 많이 겪었다. 이번 국립공원 재추진은 이런 측면에서 지역민의 기대가 적지 않다.전체 면적 125.24 k㎡ 규모의 팔공산은 대구시와 경북도 영천, 경산, 군위, 칠곡 등에 걸쳐 있는 우리 고장 최고의 명산이다. 역사와 문화, 생태자원이 풍부해 지역민들이 언제나 즐겨 찾는 힐링의 장소이기도 하다. 수달과 삵, 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 희귀종 동물과 천연기념물이 잘 보존돼 있으며 동화사, 은해사 등 고찰과 국보급 문화유산도 곳곳에 남아 있다. 우리 고장이 오랫동안 지키고 보존해야 할 명산 중의 명산이다.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에 가장 큰 장애였던 재산권 침해문제는 국립이 돼도 지금과 달라질 것이 없다고 하니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이 이번에는 성공적으로 추진되길 바란다. 광주 무등산 국립공원 승격에서 보았듯이 자치단체가 직접 관리하지 않아 예산절감 효과도 크지만 국립공원이 되면 전문공단의 일관된 관리로 자연이 가진 가치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또 국립공원 승격으로 생기는 브랜드 가치로 인한 경제적 효과도 적지 않으니 이번 추진이 좋은 결실을 보길 기대한다.

2021-03-29

너의 MBTI가 궁금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으레 나누게 되는 말들이 있다. 이름, 나이, 사는 곳 등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저런 것을 묻고 답한다. 혹자는 ‘호구조사’를 하는 것이냐며 냉소를 보내기도 하지만, 나는 이런 행동이 상대를 향해 손을 내미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질문을 던지는 것은 상대의 일면을 파악함과 동시에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예컨대 중앙동에 거주한다는 말을 들으면 “아, 거기에 슈크림 빵이 맛있는 제과점 있잖아요”와 같이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소소하고 작은 공감이 조금씩 쌓여가면서 서로를 향한 친밀도가 형성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요즘은 이 ‘호구조사’에 재미있는 것이 하나 더 추가된 것 같다. 상대의 MBTI가 무엇인지 질문하는 것이다. MBTI 성격유형 검사는 꽤 이전부터 밀레니엄 세대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다. 잠깐의 성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관심은 지금까지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청년층 사이에서는 이 검사를 안 해본 사람이 없을 정도이며 인간을 판단하는 과학적 근거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다.MBTI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로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성격 유형 검사 도구이다. 12분 이내에 주어진 질문에 따라 답을 내리게 되고 그에 따라 개인을 16가지 심리 유형 중 하나로 분류한다.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자신의 MBTI가 무엇인지 알려주면 단번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있다. 만일 상대가 자신을 ‘ENFP‘라고 한다면 그는 외향적이고 직관적이며 감정적이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시도하는 전망적인 특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당신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혹은 “당신은 자신에게 엄격한 편인가요?” 같은 질문을 하는 대신에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요령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이제 우리는 처음 만난 사람의 내밀한 부분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이런 현상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MBTI 테스트가 유행하기 전, 우리는 혈액형이나 별자리로 개인의 성격을 규정짓곤 했다. A형은 소심하고, O형은 활발하고, AB형은 종잡을 수 없이 독특하다는. 혹은 황소자리는 고집이 세고, 물병자리는 지적 호기심이 많다는 식으로. 거기엔 과학적 근거가 없지만 우리는 쉽게 고개를 끄덕인다.왜 우리는 자꾸만 자신을 틀에 가두어버리는 것일까? 자기 존재를 타인과 분별할 수 없이 동일한 것으로 만들고 싶은 것일까?우리는 평생에 걸쳐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이 세상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골몰한다. 그건 너무도 관념적인 일처럼 여겨진다. 당장 눈앞의 먹고사는 문제와 비교하면 사소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인생을 관통하고 있는 중요한 일이다. 그 때문에 마음 한구석에 꼭 풀어야 하는 숙제처럼 존재에 관한 질문을 간직하고 있다.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현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보낸다. 살면서 다양한 선택을 하고 그것은 삭제할 수 없다. 그것이 바보 같고 멍청한 일일지라도. 나라는 사람을 임의로 규정짓고 거기에 따라서 내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 본다면 꼭 필요한 일이다.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엇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건 더할 나위 없이 큰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나와 같은 유형의 동료가 있다는 건 감정적 유대를 느끼게 하지만 동시에 어떤 의문을 품게 한다. 짧은 질문과 답으로 개인을 완전하게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양한 문학 작품은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 생물인지에 관해 이야기해왔다. 분명하고 환한 빛으로 길을 밝혀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로 갈지 모른 채 표류하는 인간들을 보여주었다. 인간은 자신의 선택과 모호한 결론에 울기도 웃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존재라고 말이다.그러니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라고 분명하게 정의 내릴 필요는 없다. 그건 자기 세계를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막아두는 것이 된다. 그보다 내 안에 다양한 면이 있다고 인지하고 그에 관해 얘기하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다.관계란 상대에 대한 호기심에서부터 시작한다. 가까워지고 싶은 누군가를 만난다면 이런 질문도 좋겠다. 당신은 어떤 날씨를 좋아하는지, 무슨 음식을 먹을 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끼는지. 타인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다는 건 알면서도, 매번 무력하게 미궁 속에 빠질지라도 말이다.

2021-03-29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올 초엔 내내 우울했다.가깝게 지내던 K형이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형은 마흔을 앞 둔 나이에 암을 발견했고, 일 년 정도 병마와 싸우다 잠들었다. 누구의 죽음이 슬프지 않겠냐마는 형의 죽음은 유독 안타까웠다. 삶을 마감하기에는 너무 젊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동안 너무나도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형은 의사였다. 뒤늦게 시작한 의학전문대학원 시험 준비가 좀 오래 걸린 편이었다. 나이 서른이 넘도록 한 번 제대로 놀아보지도 못하고 공부를 하고, 대학원에 들어가서도 국가고시에 매달리고, 고되다는 전문의 과정을 거쳐서 삼십 대 중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어엿한 의사가 되었고 재작년에는 사람 좋고 능력도 있는 분을 만나 결혼도 했다. 그 고생을 해서 의사가 되었으면 사치도 좀 부리고 이래저래 으스댈 만도 한데 형은 그런 게 하나도 없었다. 초창기에 나온 스마트폰을 십 년 씩이나 쓰고, 차 욕심이 없다며 버스와 지하철을 고집하다가 끝내 300만원 짜리 중고차를 하나 샀다고 자랑을 하던 사람이었다. 생전 멋 한 번 부릴 줄 몰랐고, 비싼 술 한 번 먹으러 가자고 이끄는 일도 없었다. 나는 도대체 형은 의사 월급 어디다 쓰는 거냐며, 그 돈 쌓아뒀다 도대체 뭐할 거냐고 놀리곤 했다. 원하던 바를 이룬 뒤에도 성실하고 검소했던 사람. 누구도 형의 찬란한 미래를 의심하지 않았다.그런 형이 세상을 떠났다고 했을 때 형을 아는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거다.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그렇게 열심히 살지 않아도 좋았을 텐데. 공부에 이십대를 통째로 바치지도 않았을 거고, 공부로부터 해방된 이후에도 누릴 수 있는 것을 마음껏 누리며 지냈을 텐데. 그랬더라면 이렇게 떠났더라도 조금이나마 덜 아쉬울 텐데. 그런 생각에 나는 더 깊이, 오래 속상했다.몇 해 전에도 나는 가까운 형을 한 명 잃었다.S형은 얼마 전 떠난 K형과 비슷한 나이에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S형의 삶은 K형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른 나이에 모두가 부러워 할 만 한 직장을 얻어 순탄한 생활을 했지만, 형은 배우가 되고 싶었다. 결국 형은 모두의 ‘미쳤다’라는 이야기들을 외면하며 퇴사를 했고 마음껏 배우 생활을 했다. 그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을 때도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지만, 한 편으로는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그래도 회사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다 간 것이 그로서는 최고의 선택이었다”고.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두 형의 삶과 죽음이 내게 던지는 메시지는,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누릴 수 있는 것을 마음껏 누리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당장 한 치 앞을 장담할 수 없는데 미래를 위한 투자나 희생 같은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내일 같은 것은 생각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며 살아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을 했다.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가끔 주변 친구들의 앞날 걱정을 들어보면 그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얼마 전에는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 금방 마흔이 되고 시간은 점점 빨리 가니까 또 금세 쉰이 될 텐데, 만약에 그때 더 이상 우리를 찾아주는 이들이 없다면 우리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기술 없는 노년의 남성이 할 수 있는 일이래 봐야 몇 가지 안 되고, 그러니 사람들은 그 직업들을 향해 모여들어 치열하게 경쟁할 텐데 우리는 그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강백수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돈을 모아 자영업을 해도 망하는 사람들이 더 많고, 그렇게 망하면 또다시 그 경쟁 속에 던져질 것이 분명하다. 혹시 모를 노후를 위해 일찌감치 자격증이라도 하나 따 둬야 할 것 같은데, 어떤 자격증을 따야 나이가 들어서도 일을 할 수 있을까. 행사장으로 가는 몇 시간 동안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농담처럼 시작한 말이었지만, 나중에는 우리 둘 다 마음이 무거워지고 말았다.나는 아직도 정답을 모르겠다.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시키는 일 따위 하지 않고 지금 당장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마음껏 즐기며 사는 삶이 정답인지, 아니면 혹시 모를 미래를 미리 착실하게 대비해가며 살아가는 삶이 정답인지. 애초에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그것이 지금 내게는 가장 큰 고민거리다.

2021-03-29

어떻게 살 것인가?

서수백대구가톨릭대 교수어느 날 뉴스를 보는 중에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갖지 못한다면 차라리 ‘영끌’을 해서라도 집을 사고 부동산 관리로 생계를 이어가겠다는 한 청년의 말에 깜짝 놀랐다. 지나치는 우스갯말이 아니라 현실의 말이었다. 믿기지 않는 집값 이야기와 부동산 투기 문제로 떠들썩한 시국에 젊은이들의 말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씁쓸하기 그지없다. ‘세상이 어찌되려고 하나….’, ‘이 나라를 어쩌나….’하는 난데없는 나라 걱정을 하며 몇 번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냉철한 판단을 굳게 붙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였다.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는 한 나는 영화나 책을 두 번 이상 보거나 읽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벌써 세 번째 읽고 있는 책이 있다. 데이비드 브룩스의 ‘인간의 품격’이다.“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다”라는 이 책의 주제 문구가 나와 내 삶에 변화를 줄 듯했다. 그것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으리라….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톡톡히 겪으며 한 인간으로의 소명을 다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나로 하여금 몇 번을 다시 읽게 했다. 그것은 단순히 훌륭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다. 모진 삶에서 나를 어떻게 다스리고 타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깨우치게 하는 이야기다. 현 시대를 살아가며 우리는 전에 없던 갑질 행태, 사람에 대한 수저 논란으로 평등한 인권이 무너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불쌍하기까지 한 갑들의 우월감이나 을이 겪는 비참한 패배감은 우리 사회에 더 큰 무력감과 분노를 퍼뜨렸다. 이 나라와 이 민족은 역사를 거스른 세상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듯하다.정치인들의 대중적 TV프로그램 출연은 그들 또한 국민과 함께하는 한 사람이라는 인간미를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일 것이다. TV프로그램 속 정치인들을 보는 데 그들의 화려한 이력은 2차적인 문제가 된다. 장애가 있는 자녀를 성숙한 품성을 지닌 아이로 훌륭히 길러내었다는 데 감동을 하고 진실한 사랑의 마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배우자와의 소탈한 일상과 서로의 삶에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 주는 부부의 모습에 나와 나의 일상을 되돌아보는 배움의 자세를 갖게 된다. 어찌 보면 치열하고 각박한 현실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라 더 큰 한숨이 쉬어질지도 모르겠다. 이 한숨이 결론이 되지 않도록 정치인들의 신실한 자세를 기대한다.지금 사람들은 더 이상 참지 않는다.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이나 학교 폭력, 가정 폭력 등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체감하고 있다. 이 또한 그릇된 것을 바로잡고 올바로, 평안하게 살고자 하는 외침일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 앞에 내 개인을 보호하는 데만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공동 삶의 범위에서 찾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교육자로서의 사명, 책임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거듭하는 일상이다.

2021-03-28

보이지 않는 손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아침에 일어나면 휴대폰을 열고, 코로나로 만나지 못하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 날도 노트패드에 깔아두고 재미 삼아 하는 그림 색칠하기 앱을 열었더니 ‘앱을 중지했습니다’라는 표시가 뜬다. ‘이상한데, 그럴 리가….’ 하며 빠져나왔다가 다른 앱에 들어가 봐도 마찬가지다. 카톡 대화도 안 되고 네이버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지난 23일 아침의 일이다. 황당해하며 ‘앱 설정’에 들어가서 이리저리 해보다가 ‘아! 혹시 해커의 장난이 아닐까?’ 하며 얼른 덮어버렸다.매일 들춰보던 앱을 열어보던 아내도 안된다며 포기하고 “당신이 너무 사용하니까 고장 났다.” 하며 핀잔을 준다. 그럴지도 모른다며 오후에 판매점에 가보려고 했다.한참 후에 관련 앱뷰를 삭제하거나 새로 깔면 된다고 하는 긴급공지가 떴고, 구글은 오후 3시가 지나서야 사과문을 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앱이 업그레이드되면서 기존의 앱과 충돌하며 일어난 사고라는 것이다. 다음 날 기사를 보니 이동통신 3사에 수만 건의 오류 문의가 접수됐고 서비스센터에도 수리하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고 한다.네이버는 디도스(DDOS) 공격으로 빚어진 오류일 가능성이 있다고 신고했고 방송통신위원회도 사태의 원인을 분석한다고 한다. 하루만에 문제가 해결됐지만 나의 머리에 맴도는 것 하나, 디지털 사회가 안고 있는 위험성이다. 누군가가 악성 코드를 심거나 데이터를 조작하여 전체 통신망을 흔들거나 마비시켜 사회적 환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업데이트하라는데 데이터 손실은 없을까? 자료가 새어나가지는 않을까? 염려하면서도 초기 버전으로 바꾸거나 저장공간을 정리하는 등 임시방편으로 해결한 사람들도 많으리라. 그러나 최근 과기정통부의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 보듯이 고령자, 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 등의 정보 의존성이 점점 높아지는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이 당황했을 것이다.문득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의 ‘빅 브러더’가 생각난다. 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 또는 사회체제를 일컫는 말이다. 하기야 오웰이 미래라고 한 그 40여 년 전의 텔레그래프가 이제 CCTV로 발전하여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는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다. 소리 소문도 없이 프로그램 하나의 잘못으로 수많은 폰 이용자들이 무기력하게 된 아침, 만일 그것이 인위적인 빅 브러더의 짓이었다면, 아니 그보다 더 끔찍한 내용이었다면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진다. 보이지 않은 손에 의해 얼마든지 네트워크의 통제 조작이 가능하리라. 그러니 빅 데이터를 이용하여 미디어도 통제하고 정보를 왜곡하고 민중을 유혹하는 독재 권력이 안 생긴다고 어찌 단언하겠는가. 디지털 정보로 사회와 문화를 장악하는 거대한 네트워크 속에서 일상의 지식을 얻고 그것을 믿고 살아가는 인간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가까운 미래의 자율주행 자동차와 배송 드론 같은 운행시스템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먹통으로 되어버린다면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너무 편한 디지털 시대만을 꿈꾸지 말자.

2021-03-28

왜 행복으로 나아가지 않는가?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한 나무꾼이 뭉뚱한 도끼로 땀을 흘리며 무척 열심히 나무를 베고 있다. 지나가는 나그네가 나무꾼에게 “도끼날이 뭉뚱하니, 도끼날을 갈고 나무를 베시죠”라고 권했다. 나무꾼이 “제가 너무 바쁩니다. 도끼날을 갈 시간이 없습니다”라고 나그네에게 말한다. 이 나무꾼은 어리석은 사람일까? 지혜로운 사람일까?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은 “나무 베는데 6시간이 주어진다면, 도끼를 가는데 4시간을 쓰겠다”고 했다. 나무꾼의 목적이 나무를 많이 베는 것이라면, 우리 인생의 목표는 보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우리는 어릴 때부터 언제나 어떤 일을 할 때면, 열심히 하라고 배웠다. 힘들면 힘내라고 배웠다. 물론 열심히 사는 것은 중요하다. 힘들 때 힘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뭉뚱한 도끼날을 갈지 않고 나무를 베는 어리석은 나무꾼처럼, 우리도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마음공부를 하지 않고 어리석게 사는 것은 아닐까?우리가 보다 행복하려면 먼저 행복에 대한 통찰력을 깨우치는, 행복으로 나아가는 지혜, 마음공부를 하고 인생을 사는 것은 어떨까? 행복의 문은 아는 만큼 열린다.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힘들 때 힘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복하고 싶다면 나를 만나는 시간, 마음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이 행복으로 나아가는 생각인지, 감정인지, 행동인지 알고 열심히 하고 힘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위의 나무꾼은 방향성이라도 있지만, 우리는 방향성조차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동대구역에서 서울을 가기 위해 서울행 기차를 타야하는데, 혹시 반대편 방향인 부산행 기차를 탄 적은 없는가? 반대편 기차를 타는 경우가 드물지만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편 기차를 탔다고 하더라도 대개는 이를 알아차리고 다시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기차를 갈아탔을 것이다.그러나 우리 인생은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하면서, 불행으로 나아가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본인이 불행으로 가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남이 나에게 준 비난, 경멸, 조롱의 말에 화가 나고 분노에 시달린다. 사람이 화를 낼 때 나오는 숨을 냉각시킨 뒤에 그 침전물을 쥐에게 주사했더니 쥐가 단 몇 분 만에 죽었다는 실험이 있다. 우리가 화를 낼 때 진짜로 독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분노는 가장 사랑하는 자기 자신을 파괴하고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것이다.행복은 남이 나에게 선물처럼 주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모든 사람이 다 내 마음을 잘 이해해 아내는 나에게 잔소리를 안 하고, 아이들은 내 말을 잘 따르며, 친구들은 나를 좋아 한다면, 대개는 행복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는다면, 내가 불행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상대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내가 행복해지기도 하고 불행해지기도 한다면 이는 타인 의존적 삶이지 주체적 삶이 아니다. 행복은 나 자신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어떤 부모도 사랑하는 자녀가 불행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하는 자녀가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자녀를 불행하게 몰고 가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자녀를 불행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최하위이고 자살률은 1위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스트레스와 자살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성적이다. 물론 부모가 자녀들이 커서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녀가 공부를 잘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겠지만, 과도하고 일방적인 요구는 자녀에게 마음의 상처가 되고, 자존감의 성장을 방해하고, 심지어 그들을 자살로 내몰 수도 있다. 부모들은 자신의 인생을 통해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님을 안다. 부모의 바람과 자녀들의 수용성 사이에는 큰 간격이 존재한다. 자녀들은, 부모들이 어렸을 때 몰랐던 것처럼, 부모들의 바람은 모른다. 자녀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이 중요하다. 현재의 부모들이 어렸을 때 그토록 바랐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나와 자녀의 관계가 사랑으로 가득차고 자녀가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유턴해야 한다.우리는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그런데 왜 행복으로 나아가지 않는가? 우리는 행복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라 행복을 창조하는 능동적 존재이다.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행복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다. 마음공부를 하게 되면 내가 어떻게 살아야 나를 더 사랑하고 더 행복해지는지를 알 수 있다. 내가 어떻게 해야 나의 자녀와의 관계가 사랑으로 가득하고 자녀가 더 행복해지는지를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타인을 더 배려하고 우리가 더 행복해지는지를 알 수 있다.우리는 지금 행복에 대한 통찰력을 깨우쳐주는, 행복으로 나아가는 지혜, 마음공부가 절실히 필요하다. 마음공부를 위해서는 먼저 좋은 글이나 책 읽기, 좋은 강연 듣기, 명상을 하자. 나의 생각, 감정, 행동을 들여다보는 힘을 갖자. 혼자하기 어렵다면 전문가를 찾아 마음 처방전을 받아 보는 것은 어떨까.

2021-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