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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메타분석에 근거한 운동과 암의 상관관계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부경대 겸임교수최근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 83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7.4%였으며, 남자(80세)는 5명 중 2명(39.8)%, 여자(86세)는 3명 중 1명(34.2%)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암 치료를 받고 살아가는 사람 또한 국내 100만 명을 넘었다. 이같이 주위에서 암환자나 암을 치료한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암은 흔한 병이 되었다.규칙적인 운동과 적절한 신체활동은 암 발생에 대한 예방효과가 있으며, 암환자에게는 암의 진행 정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알려지면서 운동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하지만 요즘처럼 인터넷, 도서, 환우회 모임 등에서 암 관련 정보들이 홍수처럼 넘쳐나는 상황이 오히려 환자들의 불안감을 증가시키고 적합한 치료를 받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메타분석에 근거한 정보 제공이 필요한 이유이다.암 치료가 끝난 직후 지친 몸을 이끌고 운동을 시작한다는 결심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운동에 담을 쌓고 지냈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암이 없는 사람에게 운동이 웰빙(well-being)이라면 암환자에 운동은 생존(being) 그 자체이다. 이처럼 암환자에게 운동은 건강한 사람의 운동보다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암환자가 왜 운동을 해야 하는지 이유부터 알아보자.운동이 암 관련 사망률을 줄이고, 무엇보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수명 연장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 이 하나만으로 운동할 이유는 충분하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운동이 암 치료의 효과 자체를 높여준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운동은 항암화학치료로 인한 부작용을 감소시키고 여러 증상을 개선시켜 치료를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컨디션을 최적화한다는 것이 다수의 연구 결과들에서 나타난 공통점이다.운동과 암에 관한 메타분석 연구에서 운동은 암환자에게 나타나는 피로와 통증을 줄이며 불면증을 해소하고 심지어 호흡곤란까지도 해소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운동은 암환자에게 나타나는 암 유발 피로, 체력 감소, 신체적인 기능, 체구성 요소 변화, 삶의 질 및 면역력 감소를 포함하는 암 유발 마커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완화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같이 규칙적인 운동은 암을 예방하고 이미 암에 걸린 경우라도 그 증세 개선 및 전이, 재발 방지에도 효과가 있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연구 결과에 따르면 암 경험자가 운동을 잘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떤 운동을 언제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암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도 유연성운동, 근력운동, 유산소운동 모두 필요하다. 한 메타분석을 통한 연구에서 운동 중 특히 스트레칭, 요가 등 유연성운동은 여성 환자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으로 다른 운동에 비해 어깨 관절의 가동범위 증가와 더불어 피로를 효율적으로 제거하고 수면 장애를 제거하는 동시에 불안이나 스트레스 등 심리적 중재에도 매우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암의 예후에 운동을 통한 제지방율의 증가를 강조하고 있다. 매일 하루 30분 이상의 적당한 강도의 걷기운동이 암 예방과 진전 및 예후에 효과가 있으며. ACSM(미국스포츠의학회)에서도 암 생존자들에게 운동은 안전한 활동으로 오히려 비활동적인 삶의 위험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운동으로는 일주일에 150분 이상의 적당한 운동과 일주일에 2번 정도의 격렬한 유산소운동을 권장하고 있으며, 탄력밴드 등을 이용한 주 2회의 저항운동을 병행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유산소 운동은 양질의 산소를 공급해주고, 적당한 활동을 통해 인체의 순환을 촉진시켜주며 암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고, 햇볕을 쪼여 피부에 비타민을 형성하게 하여 암환자가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표적인 방법이다.또 다른 연구에서는 저항운동, 유산소운동 프로그램을 적용한 복합운동은 유방암 생존자들에게 삶의 질과 근력을 증진시켜 유방암 부작용으로 발생되는 근력감소, 상지의 병력과 불편함, 림프부종 및 감소된 삶의 질을 회복하는 데 효과적이다 밝혔다.최근 암 중재에 관한 운동 시기와 운동 강도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주목받고 있다. 한 연구보고에 따르면 암환자들의 운동중재 시기는 암의 종류나 운동의 종류 및 개인적 차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암에 대한 운동중재 효과는 대부분 운동의 강도가 저강도보다는 중강도에서 효과적이고 운동의 기간도 많을수록 염증 마커나 암의 예후에 효과적인 것으로 밝히고 있다. 가능하다면 다양하고도 더 많은 운동과 신체활동을 장시간, 장기간 동안 수행하며 점진적으로 운동 강도를 높여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뜻이다.흔히 “운동은 스스로 해나가는 항암치료이며 자신을 위한 보약이다” 말한다. 운동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건강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할 수 있다.

2021-03-28

불안한 대구경북 코로나 발생… 상춘객 비상

전국적으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불안한 조짐을 이어가는 가운데 대구와 경북도 신규 확진자가 줄지 않아 걱정이다. 주말인 27일 0시 대구는 23명 경북은 11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일요일인 28일에도 대구 10명 경북 7명으로 모두 17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국적으로는 27일 505명, 28일 482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19일(561명)이후 36일만에 처음으로 신규 확진자가 500명대를 넘기기도 했다. 일요일인 28일 400명대 후반으로 떨어졌으나 보통 주말이면 검사 건수가 줄어드는 점을 고려하면 우려할만한 숫자다.특히 주말인 28일 부산 56명, 인천 33명, 강원 19명 등 비수도권에서의 발생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여 대구와 경북 등 지역단위의 코로나 방역에 긴장을 높여주고 있다.지난 25일 기준으로 우리나라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증가 속도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21일 누적환자 3만명을 넘긴 지 불과 4개월 사이에 7만명이 더 늘어난 것이다. 사우나, 식당, 직장 등 일상 공간 곳곳에서 감염이 끊이질 않는다.전문가들은 백신접종이 시작됐으나 이런 불안한 상황은 4월까지 지속될 것 같다는 전망을 한다. 정부도 이런 분위기를 고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 및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조치를 내달 11일까지 다시 연장했다. 그러나 기온이 풀리면서 전국 유명 벚꽃단지마다 상춘객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어 코로나 확산의 불씨가 될까 걱정이다. 대구에도 금호강 벚꽃길, 수성못, 앞산 벚꽃길 경북에서는 경주 보문단지 등에 상춘객들이 몰려와 코로나 방역 분위기를 느슨하게 하고 있다. 2월말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됐으나 이달 현재까지 국민의 백신 접종률은 겨우 1.4% 수준이다. 세계 백신의 60%가량을 생산하는 인도가 자국민 접종을 이유로 수출을 일시 중단하면서 국내 백신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이다.봄철 꽃구경 나올 상춘객은 이번 주가 절정이다. 다시한번 방역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 작년 11월 중순부터 시작한 3차 대유행이 벌써 5개월째다. 이동량이 많은 봄철 시도민 각자가 주의를 갖는 것이 최고의 방역이다.

2021-03-28

“윗물이 맑아야”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지덕풍(君子之德風)’을 이렇게 풀이했다.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바람에 의해 눕는 풀이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기 마련이라 했다.“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뜻이다. 윗사람이 부당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아랫사람도 따라서 양심에 가책이 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가르친 말씀이다.“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우리 속담에서 윗물은 부모나 권력자 등 사회지도층을 말한다. 부모의 행동과 말은 자식이 본받게 마련이고 사회지도층의 행동 양식은 오로지 백성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20년도 우리나라 고위공직자의 재산 현황을 들여다보면 가히 놀랍고 충격적이다. 부동산에 대한 고위공직자의 애착이 얼마나 깊은지를 단번에 느끼게 한다. 중앙정부 공직자 759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388명이 본인이나 가족 명의의 토지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집이 두 채 이상인 다주택자도 148명이나 됐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엄중한 다주택 억제조치에도 여전히 많은 공직자는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6명의 1명꼴인 49명이 다주택자였다. 지방의회 의원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고위 공직자와 사회 지도층의 부동산 보유는 정부 정책의도와는 아주 먼 거리에 있다. 정부가 아무리 부동산 규제를 외쳐도 그들에겐 마의동풍인 셈이다.그들이라고 부동산을 소유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유독 부동산에 많은 재산이 쏠려 있는 것 자체가 국민의 눈총 깜이다. 코로나로 하루하루 생계 위협을 받는 서민이 받을 상대적 박탈감이 너무 크다.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이라 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3-28

‘바이오랩’ 유치경험 자체가 포항의 資産이다

정부가 올 상반기 중에 ‘K-바이오 랩센트럴’ 구축 사업 후보지 공모를 한다고 발표하자 포항시가 공모 참여의사를 밝혔다. 포항시는 다음 달 초 대학, 연구기관, 바이오 관련 기업, 병원 등이 참여하는 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랩센트럴은 지난 2012년 미국 보스턴에 설립된 바이오 분야 벤처·스타트업 지원기관이다. 벤처·스타트업에게 실험시설, 사무공간 등을 제공하면서 바이오 분야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포항에는 산·학·연·병원에 걸쳐 바이오 벤처·스타트업을 위한 다양한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 랩센트럴을 유치할 의욕을 가질 만하다. 제넥신 같은 바이오벤처 40여 개가 활기있게 운영되고 있고, 지난해에는 대형 제약회사인 한미사이언스와 3천억 규모의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바이오 관련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준공한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센터(BOIC)는 랩센트럴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랩 센트럴의 실질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최적지라고도 할 수 있다. 랩센트럴 유치전에는 현재 대전과 인천, 청주(오송)가 뛰어들어 접전을 벌이고 있다. 대전은 과학부시장을 따로 둘 정도로 바이오 분야 산업에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지역언론사 주최로 각계 랩센트럴 관련 리더들이 모여 포럼을 열기도 했다. 인천은 지난 2002년 셀트리온이 송도에 입주한 후 동아쏘시오, 바이넥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머크 등 국내외 바이오 기업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청주 오송읍은 대기업 바이오 생산 공장뿐만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 6대 바이오 행정기관이 있는 곳이다.이강덕 포항시장이 언급한 것처럼 포항은 오랫동안 바이오 산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왔고, 세계 최고 수준의 신약개발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 포항의 최대강점은 교육이 연구로 연결되고, 연구가 산업으로 발전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곧 출범할 랩센트럴 유치위원회에 포항시의 바이오 관련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해서 포항시의 미래 먹을거리를 구상해 보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2021-03-28

대구경북 합쳐야 살 길 생긴다

심충택논설위원사회 전 분야에 걸쳐 확산하는 ‘섹트주의’를 보면 나라 앞날이 걱정이다. 매일 자고 일어나면 ‘니편 내편’으로 나누어 싸우는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오죽하면 친여권으로 분류돼 왔던 조남관 검찰총장대행조차 최근 대검 간부회의에서 친(親)정권 검사들을 겨냥해 “검찰 조직이 편을 나누기 시작하면 공정과 정의를 세울 수 없다”며 공개 비판했겠는가.나는 검찰조직의 섹트주의보다 더 치졸하고 역풍이 거센 것이 ‘지역별 편가르기’라고 생각한다. 4월 7일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이 가덕도 신공항을 이용해 부산시민과 대구시민을 이간질하게 한 행위는 우리 역사상 길이 남을 섹트주의의 전형이다. 어떻게 한솥밥을 먹고 있는 식구와 다름없는 사람들을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편가르기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현 국가권력자들의 행위와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대구와 경북도 섹트주의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 한뿌리에서 태어난 시·도민들은 지금도 콩 한 쪽을 나눠 먹는 사이로 지내고 있지만 대구시와 경북도 공무원은 그렇지 않다. 정부 공모사업이나 기업 유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서로 출혈경쟁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시·도간 연계되어 있는 각종 현안이 숙원(宿願)으로 남아 있는 게 한두 건이 아니다. 경산~하양간 대구지하철 연장, 대구~칠곡~구미간 광역철도망 건설, 대구취수원 이전문제, 포항신항 물동량 유치 실패 등이 주요 사례다. 민선 4·5기와 6·7기에 추진됐던 경제통합 추진위원회와 한뿌리 상생위원회가 별 성과를 못 낸 것도 따지고 보면 섹트주의 탓이다.곧 주민여론조사 절차를 밟게 될 대구경북 행정통합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는 것도 ‘니편 내편’ 의식 때문이다. 지금 대구는 각종 경제·사회지표에서 광주보다도 더 처지는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경북은 얼마 안 가면 주민이 없어 소멸할 시·군이 줄지어 있다. 현 행정 시스템으로는 누가 시장, 도지사가 돼도 문제를 해결하기가 불가능하다. 역대시장이나 도지사가 역량이 부족해서 상태가 이렇게 악화한 것은 아니다. 비수도권의 어느 자치단체도 혼자 힘으로 수도권 블랙홀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행정통합 후의 대구경북이 어떤 위상을 가질지 예측하기가 어렵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니편 내편’ 출혈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대구는 포항이나 경주, 안동, 구미 등과 같은 행정구역이 되면 유서깊은 관광지와 공단, 해양을 낀 큰 도시로 변모한다.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도시가 된다는 말이다.최근 대구, 경북, 부산, 경남, 울산 등 영남권 5개 시·도와 4개 연구원(대구경북·부산·경남·울산연구원)이 수도권 블랙홀에 맞서 ‘영남권 그랜드 메가시티’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같은 이유에서다. 먼 훗날 이 지역이 지명조차 잊혀져 가는 처지가 되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살림을 합쳐 생존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통합으로 인해 예상되는 문제들은 그때 가서 해결하면 된다. 새로운 길이 바로 고속도로 일 수는 없지 않은가.

2021-03-28

목련꽃 그늘 아래서

하루를 꽃그늘 아래서 보냈다. 목월 시인의 ‘4월의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말이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노랫말처럼 목련이 키를 한껏 키운 곳으로 소풍을 갔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나무가 열심히 수 놓은 꽃잎들이 봄기운에 흔들리고 있었다. 아, 목월 시인이 이것을 보고 썼구나. 이 그늘 아래서 젊은 베르테르가 쓴 편지를 읽고 있으면 새의 날개옷 같은 하얀 꽃잎이 편지처럼 나리겠지.불국사 주차장에서 동리목월문학관으로 가는 길, 연못 위로 다리 하나가 놓였다. 입구에 자목련 세 그루는 아직 입을 다 열지 않았다. 그 모습이 새 같다고 하니 함께 간 E는 촛불을 켠 것 같다 하고, S는 꽃등 같다고 거들었다. 자목련이 아직 새의 부리같이 꽃잎을 맞은편을 향해 지저귄다. 오늘이 절정인 백목련이 환하게 웃는다. 다리를 건너니 양쪽에서 가지를 뻗어 나와 하늘을 덮었다. 목련 이불이다.목월 시인이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경주라서 그런가. 키 큰 목련이 유독 많다. 작정하고 목련 투어를 나선 날이니 한 곳을 더 찾아갔다. 오래전 4월 5일, 아직 식목일이 공휴일이던 때에 남편을 만나고 첫 야외데이트 날에 경주 남산을 올랐었다. 포석정에 주차를 하고 오르는 산책로는 길이 좋아 이야기하며 걷기 안성맞춤이다. 산 중턱 너럭바위에서 싸간 김밥과 커피를 마시고선 반대편 통일전으로 내려왔다. 그날 통일전에 들어가니 목련이 많이도 심겨 있었고 그 꽃들이 막 피기 시작해서인지 넓은 뜰에 향기가 그윽하게 번졌다. 목련도 향기가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그곳을 30년 만에 다시 찾았다. 목련이 폈을까, 올해 꽃이 빨리 와서 이미 져버리진 않았나, 그 사이 정원수가 바뀐 건 아닐까 걱정을 하며 들어섰다. 내 걱정이 쓸데없다는 듯 기와를 인 담장 옆으로 흐드러지게 목련이 일렁거렸다. 키가 아주 높진 않아서 꽃 속까지 자세히 들여다보였다. 반들거리게 닦아 놓은 정자에 오르니 경주의 자랑거리인 능선이 멀리 보이며 들 풍경이 환하게 펼쳐졌다. 목련 나무가 발아래 있어서 올려다보는 것과 또 다른 감흥을 느끼게 했다.수백 장의 사진을 찍은 우리는 이제 카메라는 내려놓고 마루에 철퍼덕 우리도 내려놓았다. 평일에 통일전을 찾는 이가 거의 없어서 넓은 정원이 다 우리 것이었다. 꽃보다 더 환하게 웃으며 봄바람을 즐겼다.그러다 목련꽃 그늘 아래 섰으니 우리도 시 한 편을 읊어 보자고 했다. 내내 흥얼거린 4월의 노래가 목월 시인의 시이니 읽어주겠다고 하니까 “무슨 노래요?” 한다. 검색해서 들려주었더니 함께 간 두 여인이 처음 듣는 노래라는 것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나오지 않았나, 음악 시간에 불러본 적 없느냐 했더니 없단다. 나보다 열세 살 어린 그들의 교과서와 내 것이 달랐던 모양이다. 그 대신 ‘오~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아야’ 이 곡으로 수행평가를 했단다.초등 4학년 담임이 풍금으로 ‘아름다운 것들’을 들려주신 날, 노래가 너무 예쁘고 좋아서 그 자리에서 다 외워버렸다. 중학교 합창 대회 때는 ‘카프리섬’과 ‘오 솔레미오’를 연습했더랬다. 음악 시간에는 음악실로 이동해서 선생님의 피아노 소리에 맞춰 가곡을 배웠고, 그때 듣고 배운 것들로 평생을 읊조린다.아들에게 학창시절 음악 시간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자습이었다고 한다. 음악 선생님도 그닥 즐거운 표정은 아니었다고 하니 미술도 저 먼 나라 이야기였을 것이다. 체육까지 하지 말라면 남학생들이 들고일어날까 봐 그나마 공 하나 던져주면 신이 났었다고 한다. 그러니 ‘4월의 노래’도 목련화도 듣느니 처음이란다. 아들이 나이 들며 목련 나무 아래서 흥얼거릴 가곡이 있으려나 싶어 안타까웠다.아직 3월인데 아파트 화단에 목련꽃은 벌써 지고 연두 잎이 돋았다. 더 북쪽인 서울에도 목련이 핀다니 목월 시인의 ‘4월의 노래’가 이젠 ‘3월의 노래’로 바꿔야 하나 하는 걱정을 해 본다. /김순희(수필가)

2021-03-28

흙에서 생산되는 먹거리의 중요성

이승율청도군수인간이 언제나 걱정해야 하는 것이 먹거리다.우리의 조상은 ‘의식주(衣食住)의 해결이 가장(家長)의 덕목’으로 챙길 만큼 먹거리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가장 슬픈 것이 배고픔을 참는 것이다”란 말이 회자할 정도로 먹거리의 중요성은 현재에도 진행 중이지만 미래에도 그 가치는 더 중요해질 것이다.먹거리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과 흙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크게 구별할 수 있다. 우린 한 때 자기가 사는 땅에서 산출한 농산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신토불이(身土不二)’를 외친 적이 있었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는 공급이 달리면 언제든지 확대공급이 가능하지만, 흙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는 인간의 의지로 좌지우지할 수 없어 흙에서 생산되는 먹거리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청도군은 흙에서 생산되는 먹거리의 중요성을 오래전에 간파해 농업인에 대한 복지와 경영안정, 농지의 효율적인 이용관리 등에 집중투자하고 필수요건인 농업인 육성에 노력하고 있다.지역의 농업인이 고령화되고 있는 현실을 타파하고자 군은 지난해 1월 귀농귀촌담당을 신설해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젊은 층의 욕구를 해소하며 다양한 정책지원을 하고 있다.귀농인의 정착지원을 위해 농업창업과 주택구매를 지원하고 농지임차료 지원, 정착 장려금, 주택수리비지원 등과 마을주민들과 융화될 수 있도록 교육과 초청행사도 진행하고 있다.청년 창업농을 육성하려고 영농정착지원 등 다양한 지원에 나서고 귀농귀촌·청년 창농인 박람회 참가 등으로 귀농·귀촌인을 유치하기 위한 홍보에도 적극적이다.젊고 유능한 농업분야 진출과 건실한 농업 경영체로 성장시키고자 독립경영 1년차 100만원, 2년차 90만원, 3년차 80만원과 창업자금, 기술·경영교육, 컨설팅을 지원하는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사업과 청년 농부 창농기반구축사업 등으로 청년창업농을 발굴·육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덕분에 2018년 390명이던 귀농귀촌인구가 2019년 633명으로, 2020년에는 825명으로 증가하는 등 귀농귀촌의 중심에 서 있다.올해는 귀농지원센터가 운용돼 귀농귀촌 지원 관련 홍보, 교육, 정보제공, 청도에서 미리 살아보기 등 찾고 싶고, 살고 싶은 청도를 만드는데 일조하게 된다. 농지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서 불법전용농지 지도단속을 강화하고 불법전용농지관리를 전산화해 단계별 행정조치 등 투명성을 높일 예정이다.흙에서 생산되는 먹거리가 중요해도 흙을 경작해야 할 농업인이 대접받지 못하면 공염불에 그치게 된다. 청도군은 농작물 재해보험과 가축 재해보험을 지원해 기상재해를 대비하고 농가 도우미와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특수건강검진비 지원 등 농업인의 복리증진과 경영안정 지원에, 영농 편의를 위해 농기계를 저렴한 사용료로 임대하고 있으며 새로운 영농기계의 구매에도 적극적이다.농촌자원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자 농산물 안전 분석실 건립과 청년 임대형 스마트 팜 단지 조성, 드론 방제단 운영, 농산물 가공 부가가치 향상, 고품질 과실 생산기반 지원, 신소득 작물 및 특화작물 확대 육성 등 스마트 농업 인프라를 적극 구축하고 있다. 또 통합마케팅 출하조직 육성과 농산물 수출 확대 기반조성, 농축산물 가격안정기금 운용, 농특산물 온·오프라인 마케팅 강화, 친환경 축산경영 지원 등 지속 가능한 농업생태계 기반을 조성해 농업인의 사기를 높이고 있다. 특히 거점세척소독시설을 조기완공 해 AI, 구제역, ASF 등 가축질병으로부터 청정 청도를 유지해 지역의 농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축산농도 보호할 것이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누구나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농업인들의 시간은 더 힘들었다.출하시기를 놓치면 상품가치가 하락하지만, 소비자와의 거리는 멀어 마음고생 할 때 한재미나리, 복숭아 등 농산물 팔아주기 등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흙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인의 수고로움이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다시 원론으로 돌아가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려면 흙을 보존하고 농업인의 사기진작에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도 흙에서 생산되는 먹거리의 안정적인 가격형성을 위한 청도군의 행정서비스는 계속된다.

2021-03-28

복지사각지대와 업무 핑퐁

김락현 지역부최근 구미에서 3세 여아 방치 사망사건과 30대 엄마가 원룸 3층에서 6세 딸을 떨어뜨려 중상을 입히는 등 아동학대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복지사각지대에 대한 정확한 현황과 그에 맞는 현실적 대안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일각에서는 사회복지직 공무원 인원 부족이 복지사각지대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과연 사실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인원 부족이 복지사각지대의 원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복지직 공무원 정원이 현 정부가 내놓고 있는 복지정책에 비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복지직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복지사각지대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될 수가 없음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현재, 각 지자체의 복지업무는 복지직과 행정직이 함께 담당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늘어가는 복지업무를 담당하는 전체 직원들의 수가 부족하다고 봐야한다.이는 전체 공무원 정원 수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실제, 최근 아동학대사건이 발생한 구미시의 경우 2020년 12월 기준으로 총정원 1천795명의 공무원이 41만6천328명의 인구를 담당하면서 공무원 1인당 주민수가 232명으로 경북도내 전체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포항시 226명, 경산시 210명, 경주시 151명이고, 군단위에서는 칠곡군이 136명으로 가장 높았다. 구미시의 사회복지직 총인원이 포항시와 비교해 부족한 것은 사실이나, 포항시에는 구청이 2곳이나 존재하기 때문에 구청이 없는 구미시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그렇다면, 복지업무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구미 3세 여아 사건과 관련한 취재를 하면서 공무원들의 업무 행태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속칭 ‘업무 핑퐁’이다.한 예로 복지업무를 담당하는 한 행정직 공무원은 복지상담건과 관련해 전문가인 복지직이 맡아서 해야한다며 일을 미루고, 현장 업무로 바쁜 복지직 공무원은 행정직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그러면 행정직은 복지업무에도 행정업무가 있기 때문에 자신들은 행정업무를 하기에도 바쁘다고 둘러댄다.공무원은 시민들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이다.최소한 시민들을 위한 복지 업무에서 만큼은 ‘업무 핑퐁’없어 맡은 업무에 충실해 주었으면 좋겠다./kimrh@kbmaeil.com

2021-03-25

‘나’하고 관계 없는 세대가 있다

무척이나 몸이 안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나 피할 수 없는 일이 있게 마련이다. 변호사로 이미 명성을 얻은 ‘친구’가 소설을 써냈다. 그냥 소설도 아니고 미래소설, AI가 사람을 죽이는, 문제적인 이야기다.이런 바쁜 세상에서 소설을 쓴다는 건 쉽지 않고, 그것도 시대의 추세를 앞서가는 것도 쉬운 일 아니다. 나 역시 소설을 쓰지만 낡은 시대의 끝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며, 합정동에서 망원동 가는 쪽에 있는 전라도 음식점으로 서둘러 향했다.식당에는 이 장편소설을 펴낸 솔출판사의 임 선배가 이미 와 계셨고, 표지를 그린 오 선생도 함께 합석을 했다. 수년 동안 늘 둘이서만 술을 마시다시피 한, 평론가 이 후배도 미리 와 있다. 섬세한 그가 책을 출간한 작가를 위해 사 온 프리지아 꽃다발이 유난히 아름다워 보인다. 좋은 모임이지만 나는 우리가 모두 나이가 들어 버렸다고 생각했다. 이 평론가가 나보다 11년 후배나 되고 그래도 벌써 사십 대 후반에 접어들었으니 ‘세상’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나온 셈이다. 무슨 이야긴가 끝에 임 선배가 세상에는 ‘나’하고 관계 없는 세대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 나는 즉각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솔출판사는 최근에 카프카 전집을 내고 버지니아 울프 전집을 냈는데,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는 젊은 세대란 없다시피 하다. 그리고 바로 이들이 ‘세상’을 이루고 있다. 웹툰이며 웹소설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고, 이런 작품들이 영화가 된다.나도 그런 생각을 한 때가 있었다. 벌써 16,7년이나 된 일이다. 모교에 와서 첫날 강의에 들어간 나는 예기치 않게 심중에 담아 놓은 이야기를 토설하고 말았다. “저는 여러분 세대와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의 세대의 사연을 그대로 보따리째 싸들고 그냥 살아가다 홀연히 사라지고 싶었습니다.”그 무렵 나는 어떤 독한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었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에 관해 ‘세상’은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았다.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 책 중에 ‘나의 에고이즘’이라는 것이 있어 꼭 나의 감정을 대변하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혀 있었다.지금도, 나는 사실은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다. 임 선배처럼 나도 나와 관계없는 세대와 ‘함께’ 호흡하며, 한때의 신조를 어기고 때때로 그들에게 나의 세대의 사연들을 노출하고 만다.그러면서 또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사람은 세대에서 세대로 경험과 기억을 이어주고 이어받을 수밖에 없다고. 많은 것이 그러는 사이에 잊혀지고 놓쳐지고 거부된다 해도, 그렇게 사람의 삶은 연결되는 것이라고./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

2021-03-25

국회는 응답하라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의혹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공직자 재산등록 결과가 발표돼 서민들의 소외감을 부채질 하고 있다.인사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25일 행정부 소속 정무직, 고위공무원, 국립대학총장, 공직유관단체장, 지방자치단체장 등 재산공개대상자 1천885명의 정기 재산변동사항 신고 내역을 공개했다. 공개 대상자의 평균 재산은 14억1천297만원으로 집계됐고, 종전에 신고한 재산 평균보다 약 1억3천112만원 증가했다.고위공직자의 약 80%는 지난 1년간 재산이 늘어났다. 재산이 늘어난 것은 주택·토지의 공시지가 및 주가지수 상승, 비상장주식의 평가방식 변경으로 실물자산 가치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대구·경북지역 공개 대상인 시장·부시장·시의원·구청장·군수 등 고위공직자 42명의 2020년 신고 재산 평균은 13억3천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역시 공개자 중 64.3%인 27명은 이전 신고 때보다 재산이 늘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해보다 1억1천500만원이 증가한 19억2천900만원을 신고했고,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해 말 기준 전년보다 4천299만5천원 줄어든 15억2천810만8천원을 재산으로 신고했다. 부동산 광풍이 불어닥친 수도권과 달리 대구·경북지역의 공직자 재산은 그리 크게 요동치지 않은 셈이다. 21대 국회의원의 경우 298명 가운데 신고총액이 500억원 이상 2명을 제외한 296명의 신고재산액 평균은 23억 원대로 나타났다. 또한 10명 중 8명꼴로 재산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이 와중에 국회는 지난 24일 본회의를 열고 LH 5법 중 3개 법안을 처리했다. LH 등 부동산 관련 업무나 정보를 취급하는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는 공직자윤리법,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50억원 이상의 투기 이익을 거둘 경우 최대 무기징역에 처하는 공공주택특별법, LH 임직원뿐 아니라 10년 내 퇴직자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거래가 적발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얻은 이익의 3∼5배 벌금을 부과하는 LH법 개정안 등이다. 문제는 이날 통과된 법안은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에 연루된 LH 직원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리상 소급적용은 위헌소지가 많다는 이유에서다.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국가체제 아래 부를 추구하는 것은 죄가 아니며, 죄악시해서도 안된다. 하지만 공직에 있으면서 획득하게 된 정보를 이용해서 토지나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며, 공직윤리에 어긋나는 범법행위다. 이런 공직자들을 엄단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분을 정치권은 반드시 해소해줘야 한다. 특히 투기이익을 거둘 경우 엄벌에 처하도록 한 ‘LH법’은 소급적용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소급입법 조항이 비록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지만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사안이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는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공직자들의 투기에 분노한 국민의 공분을 풀어줘야 한다. LH투기 의혹에 분노한 국민들에게 국회는 응답하라!

2021-03-25

수도권 맞선 ‘영남권 메가시티’ 추진 기대된다

‘영남권 그랜드 메가시티’ 청사진 마련을 위한 첫 연구보고회가 그저께(24일) 울산연구원 주재로 온라인에서 열렸다. 대구, 경북, 부산, 경남, 울산 등 영남권 5개 시·도와 4개 연구원(대구경북·부산·경남·울산연구원)이 지난 1월 15일 맺은 협약을 계기로 첫발을 내디딘 이날 회의에서는 향후 추진계획과 분야별 실행계획 수립 등 연구 착수에 관한 내용이 보고됐다. 그리고 대구경북·부산·경남 3개 연구원이 지난해 10월부터 과제로 연구하고 있는 영남권광역교통망 구축방안, 영남권 안전한 물관리체계 구축방안, 낙동강 역사문화 관광벨트 조성에 대한 중간보고도 있었다.영남권 4개 연구원은 앞으로 경제·산업, 교통·물류, 환경·안전, 문화·관광, 행정·교육, 보건·복지 6개 분야에 걸쳐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영남권 전체를 아우르는 민관 거버넌스 조직 체계구축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대형프로젝트 사업을 발굴할 예정이다.이미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됐지만, 영남권 5개 시·도는 지난해 8월 5일 국가균형발전과 상생발전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를 만들었다. 그동안 시장·도지사 회의, 실무자 협의회도 여러 번 열었으며, 영남권 자치단체가 우리나라 새로운 경제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연구해 왔다. 영남권 5개 시·도는 오는 8월까지 ‘발전방안 공동연구’가 마무리되면 연구에서 도출된 분야별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영남권 발전방안 공동연구’의 목적은 노골적으로 진행되는 수도권 일극주의 체제에 브레이크를 걸자는 것이다. 서울, 경기, 인천과 충청권 일부까지 포함하는 수도권은 계속 몸집을 불리며 국내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비수도권 자치단체들이 뭉쳐서 이를 저지하지 않으면 국가 균형발전은 물건너간다는 초조감에서 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비수도권 자치단체가 수도권에 대항할 수 있는 ‘메가시티’를 형성하지 못할 경우 경제, 산업,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계속 쇠퇴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다. 이번 공동연구에서 영남권 발전과 관련한 실천가능한 대안이 제시돼 비수도권 주도의 국가균형발전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2021-03-25

미국의 콤플렉스

지금 미국은 계속된 총기 사고로 매우 흥분돼 있다. 애틀랜타에서 총기 사고로 8명이 숨진 뒤 바로 엿새만에 22일 콜로라도에서 또 10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자 미국 사회는 충격에 휩싸여 있다.백악관도 총기규제에 대한 행정명령과 입법조치 등 다양한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총기 규제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그간의 조치를 보면 흥분된 만큼 실효적 결과를 낸 적이 없다.총기사고에 대한 강력한 대응조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총기사용을 규제하고 총기를 회수하는 방법에 관해서는 국민의 정서가 다르다. 법률적으로 총기를 규제할 방법이 없는데다 총기 규제에 관한 찬반양론이 극렬히 맞서고 있는 모순된 상황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미국인에게 총기 휴대는 일상적 생활의 한 부분이다.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 총기 다루는 법을 배운다. 미국에서 총기를 사는 것은 술을 구입하는 것보다 더 쉽다고 한다. 우리에겐 황당한 얘기로 들리지만 30개주에서 초등학생이 총기를 보유해도 법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나라다.미 연방수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민간인이 보유한 총기 수가 국민 1인당 1정에 가까운 2억7천만정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가 날지 예측이 안 되는 상황이다. 링컨이나 케네디와 같은 대통령에 대한 총기 암살사고가 일어나는 곳이 미국이다. 백주에 총을 든 범인과 경찰이 대치하는 마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총기 사고도 종종 목격된다.총기휴대에 대한 관념이 우리와는 정서적으로 많이 다르다. 총기를 회수하는 것 자체를 개인 사생활 침해로 생각하는 나라다. 총기휴대 문제는 미국의 딜레마이자 콤플렉스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3-25

IMF 이후 최악 대구경제, 특단 대책 세워라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지난해 대구의 산업관련 각종 지표가 IMF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0년 대구지역 경제현황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대구지역 경제성장률은 -7.9%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돼 1998년(-9.9%) 이후 가장 부진했다.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제적 타격이 심각할 것이란 짐작은 했으나 대구경제 성장률이 이처럼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놀랍다.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밝힌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1.0%와 비교하면 상대적 박탈감 또한 심각하다.대구상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중소제조업의 평균 가동률은 64.5%로 전년보다 5.9%p가 떨어졌으며, 업종별로는 전자부품을 제외하고는 전 업종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지역의 주력업종인 섬유업(-18.2%), 기계장비(-16.9%), 자동차(-13.8%) 등이 모두 큰 폭 감소했다.통계 작성 이후 한 번도 감소한 적이 없던 서비스업 생산도 지난해는 2.9%가 감소했다. 수출액과 수입액이 동시에 감소하면서 무역수지는 전년보다 30.2%가 줄었다. 대구지역 산업단지 생산액도 전년보다 13.1%가 감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같은 기간 국가 전체 흐름과 비교했을 때 백번 양보하고 해석하더라도 대구의 경제성과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대구지역 산업구조의 취약함이 여실히 드러낸 결과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대구시와 대구상의 등 지역경제단체를 중심으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를 악무는 각오없이 이같은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다.정치적으로 소외가 지속되고 부산 가덕도 공항 건설과 같은 대구경북 경제에 불리한 환경 등이 잇따라 조성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지역경제를 살릴 묘안 찾기가 급하다.때마침 이재하 대구상의 회장이 연임에 들어갔다. 한차례 거친 대구상의 회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세련되고 완숙한 능력으로 대구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면 한다. 경제 주체가 발벗고 뛰고 대구시나 정치권은 문제 인식을 같이해 그들을 도와야 한다. 이번이 대구경제에 대한 심각성을 다시 인식하는 절실한 계기가 됐으면 한다.

2021-03-25

대통령 사저(私邸)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이정규 스웨덴 주재 대사가 SNS에 올린 타게 엘란데르 전 총리에 대한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운동권 출신이었지만 23년간 총리를 하면서 각계각층의 인물들과 스스럼없이 만나 대화와 타협을 했다. …. 총리 관저에서는 공식 집무만 보고 거주는 임대주택에서 했다. 막상 총리에서 퇴임하자 살 집이 없었다. 이를 안 국민들이 한적한 시골 마을에 별장을 지어주었다. …. 55년간 해로한 부인 아이나도 검소했다. 남편이 총리였지만 고등학교 화학교사를 계속했다. 그녀는 남편이 퇴임한 후 한 뭉치의 볼펜을 들고 총무 담당 장관을 찾아가 건네주었다. 볼펜에는 ‘스웨덴 정부’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남편이 총리 때 쓰던 볼펜인데 이제 정부에 돌려주는 것이 맞다’고 했다. …. ” 엘란데르 전 총리는 관용차 대신 부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출근했으며, 총리시절 입었던 양복은 색이 바랜 것이었고 신발은 여러 겹의 밑창을 대고 신었다. 그런 검소함은 부인도 닮아서 23년 동안 국회 개원식 때 입은 정장은 한 벌뿐이었다.#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린다. 노타이에 낡은 통바지, 싸구려 운동화, 헝클어진 머리칼로 유명한 그는 재임 기간 동안 월급의 90%를 기부했고, 관저는 노숙자에게, 별장은 시리아 난민 고아들에게 내주었다. 정작 대통령 자신은 쓰러져가는 시골 농가에 살며 낡은 차를 직접 몰고 출퇴근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재임 기간에도, 또 퇴임 후에도 평범한 농부의 삶을 살고 있다. 물은 우물에서 길어다 쓰고, 빨래도 직접 한다. 그는 대통령이 되어서도 자신의 프로필에 ‘농부’라고 적었다는데 마당에는 무히카 부부가 오랜 기간 가꾼 꽃과 화초가 무성하다. 이런 그를 아는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고 부르지만, 그는 그렇게 불리는 걸 좋아하지 않고“나는 가난한 것이 아니라 절제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에 거처할 사저를 짓기 위해 경남 양산에 부지를 매입한 과정에 석연치 못한 점이 있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그 중 일부가 농지라서 농사를 지을 목적이 아니라면 살 수 없다는 것과, 9개월 만에 대지로 형질을 변경한 것이 특혜가 아니냐는 것이다. 농지법 6조에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 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처음부터 형질을 변경해 사저를 지을 목적이었으니 명백히 농지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는 문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해 마지않는 부동산 대책과도 맞지 않는, 누가 보아도 공정한 과정이나 정의로운 결과로 볼 수는 없는 처사인데, 정작 본인은 사과는커녕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좀스럽고 민망한’ 짓을 그만하라고 나무라는 글을 올려서 논란을 증폭시켰다. 타게 엘란데르나 호세 무히카 같은 세계가 칭송하는 청렴하고 소박한 지도자는 아닐지라도, 불법과 편법까지 동원한 퇴임 후 대책은 부끄러운 면모가 아닐 수 없다. 아직도 ‘문재인 보유국’인 것이 자랑스럽다는 소위 ‘대깨문’이라는 자들이 적지 않은 것은 여간 씁쓸한 노릇이 아니다.

2021-03-25

코로나로 일어난 변화들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마스크가 일상화 된 모습이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진다. 겨울 독감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마스크를 종종 잊고 나가 애를 태우던 시대에서 이제는 마스크를 안 쓰면 무언가 불편하게 느껴 외출을 못하는 이상한 시대로 바뀌었다. 줌(Zoom)이라는 온라인 미팅 프로그램이 세계의 각종 학회나 회의의 황제로 군림하고 있다.요즘 대부분의 미팅이 줌으로 진행되고 대학에서의 강의나 세미나도 줌으로 하고 있다. 각종 행사의 형식도 많이 간소해졌다. 리셉션이나 행사만찬이 없어지거나 대폭 축소되었다. 악수도 생략되고 주먹으로 인사하고 식당에 가면 띄어 앉는 게 일상이다.대학은 교무회의를 온라인으로 하기 시작했다. 수업도 온라인이나 동영상으로 진행되어 캠퍼스는 텅 비어 있다. 학생이 없는 캠퍼스 모습도 처음 보는 풍경이다.접촉이라는 컨택트(Contact)가 아닌 비접촉이라는 언택트(Untact)라는 신조어를 부상시키며 비대면·비접촉 소비 등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도 생겨났다. 쇼핑시장은 온라인 쇼핑으로 대폭 바뀌면서 택배업체와 배달업체들이 호황을 맞고 있다. 학원, 취미강습 등을 다니지 못하면서 화상통신을 이용한 원격교육, 온라인 요가, 요리강습 등이 강세를 보이면서 아예 온라인으로 체험을 하는 환경이 집집마다 구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여행 산업도 크게 위축 되었다. 필자도 대학에서 대외협력 일을 맡으면서 거의 매달 나가던 해외 출장을 공적인 일로는 작년에 한번도 해외 출장을 가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국제회의가 실시되기도 하지만, 또한 귀국 후 자가격리라는 기간이 너무 일상을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해외 가족 결혼 때문에 출국 시 보았던 인천공항의 풍경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차를 댈 수 없을 정도로 붐비던 인천공항의 주차장은 거의 차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텅 비어 있다. 수천명의 탑승객이 붐비던 공항 출국대도 사람 몇 명이 왔다 갔다 할 정도다.문제는 언택트 시대에서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변할까 하는 점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SNS 같은 온라인 소셜미디어가 더 활성화 될 전망이다. 그래도 성이 차지는 않을 것이고 우울감은 심화될 수 있다.코로나 블루가 걱정이다. 상호단절된 상황 속에서 우울감을 증폭시키면서 코로나 피로감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가 걱정이다. 백신접종이 전세계적으로 시작되었다. 백신을 통해 코로나가 종식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이제 인간은 독감처럼 코로나와 함께 생존해야 한다는 예측도 있다.BC, AD는 예수 이전과 이후로 나누는 연대 계산 방식이다. BC는 예수 탄생 이전이라는 의미이지만 아마도 미래에는 코로나 이전이라는 의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농담만은 아닐 것이다. C가 예수가 아니라 코로나가 될것이라는 것이다. 정말 우리는 지금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속에 살고 있다. 이 변화의 끝이 어디가 될 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2021-03-25

부활,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어 주신 예수 그리스도

정석수 신부​​​​​​​대구가톨릭 요양원장코로나19는 우리의 삶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서로의 안전을 위하여 거리두기를 하게 됨으로써 단절의 아픔을 겪고 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하여 정부는 다양한 백신을 제공하고 있다. 요양원에 생활하고 있어서 일차 백신의 대열에 동참하게 되었다. 통증과 오한의 아픔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길고긴 밤을 느끼며 참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독일 철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현대사회를 산업화와 근대화로 인하여 물질적 풍요를 가져 왔으나 다양한 재앙과 위험이 따르는 위험사회라고 하였다. 환경파괴에 의한 생태학적 재앙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일회용품의 피해는 바다의 생물이 고스란히 겪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코로나시대에 더욱 증가하는 일회용품의 사용은 이제 바다생물만이 아니라 인간생태계를 되돌아보게 한다.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우연한 사건처럼 다가온 코로나는 역사상 흑사병 이래로 인간 삶의 환경을 흔들어 놓고 있다. 이럴 때 전환의 기회가 필요로 하다. 한 청년이 전투에서 부상을 당하여 집으로 돌아와서 성인전을 읽으며 삶의 전환을 이룬 로욜라의 이냐시오처럼. 아씨시 지역의 부잣집 한 청년이 흥청망청 젊음을 불태웠고, 기사가 되고자 전투에 참여하였다가 부상을 겪고 돌아와 병을 앓았고 이 시간을 통하여 새로운 삶을 드러낸 프란치스코처럼 각자가 겪고 있는 위험에서 새로운 삶의 지평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본다.이냐시오와 프란치스코만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인생 여정에서 예수님을 새로운 삶의 희망과 의미로 찾는다. 그리스도인이 따르는 그리스도는 어떤 분이신가? 그리스도는 자신의 삶에서 다가오는 죽음이라는 위험 앞에서 적극적으로 마주하였다. 아울러 당신의 제자들에게도 고난 앞에서 용기를 내도록 말씀하셨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은 당신의 말씀대로 세상을 이겼다. 그리고 당신의 말씀대로 새로운 길을 완성하셨다. “나는 아버지에게서 나와 세상에 왔다가, 다시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 간다.” 당신의 생명을 바쳐서 우리가 새롭게 걸어갈 수 있도록 아버지께로 가는 길을 완성하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길, 부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하여 고난 가운데서 용기를 내도록 격려를 받고 있다. 그래서 다시금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삶의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찾게 된다.

2021-03-24

따뜻한 경북교육 ‘대안학교 1호 체육관’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선생님, 수선화예요. 봄까치꽃과 꽃다지도 폈어요. 봄꽃 잔치에요!”한 학생이 아침 급식 지도를 마치고 교무실로 가는 필자를 불렀다. 운동장이 좁을 정도로 다른 학생들은 마스크를 쓴 채 운동장에서 활발하게 봄맞이를 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에너지에 버거움을 느낀 땅이 뽀얀 먼지 숨을 거칠게 토해낼 정도로 활발한 학생들의 모습은 생명을 밀어 올리기 시작한 봄 그 자체였다. 봄에 봄을 닮은 학생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은 최고다.학생들이 봄인 이유 중 하나는 다양성이다. 축구를 하는 아이들, 농구를 하는 아이들, 그네를 타는 아이들, 드럼을 치는 아이들, 산책하는 아이들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1교시 수업 전 10분의 쉬는 시간을 보내는 50명의 학생은 분명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봄꽃들이다. 그중 필자를 불러세운 학생은 화단에서 키를 한껏 낮추고 봄꽃들과 인사를 나누는 중이었다.“수선화 꽃말이 뭔지 아세요? 자기사랑이에요. 그래서인지 다른 봄꽃과는 달리 훨씬 커요.”학생의 말을 들었는지 수선화는 활짝 더 폈다. 수선화조차 춤추게 하는 학생의 따뜻한 마음에 화단에서 잠시 게으름을 피우던 다른 들꽃도 열심히 꽃대를 밀어 올렸다. 필자는 필자의 그림자가 학생과 들꽃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학생보다 더 키를 낮추었다. 그러면서 보았다, 학생과 인사를 하는 더 많은 들꽃을. 그들과 필자도 반갑게 꽃 인사를 나누었다.들꽃과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 학생이 고마웠다. 과연 학생은 들꽃들과 어떤 인사를 나누었는지 물어보려고 하는데,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쳤다. 학생은 혹시나 들꽃들이 다칠까 봐 조심히 발을 옮겨 화단을 나갔다. 그리고 빠르게 교실로 뛰어갔다. 학생이 떠난 자리가 하도 따뜻해서 그 자리로 가려다가 보았다, 필자가 밟고 있는 들꽃들을. 하지만 학생이 앉은 자리는 움이 돋기 전의 땅이었다. 필자는 필자의 부주의를 깊이 반성했다.학생들이 떠난 운동장을 보았다. 비록 비어 있지만, 운동장은 전혀 쓸쓸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남겨 놓은 웃음들이 들꽃의 응원을 받아 곧 쏟아져 나올 학생들을 위해 운동장을 더 따뜻하게 만들고 있었다. 인간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여전히 잡히지 않는 코로나-19와 좀스러운 정치인들의 좀스러운 정치 이야기에 한겨울을 사는 필자에게 학생들은 봄을 선물해주었다.봄꽃 소식만큼이나 따뜻한 교육 이야기 하나를 전한다. 필자는 지금까지 대안학교 학생들이 받는 교육계의 불평등과 불공정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 해왔다. 그런데 이제 경북 소재 대안학교에도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경북교육청과 영천시청, 그리고 천주교대구대교구가 공동 투자한 산자연중학교 체육관이 1년 여의 공사를 마치고 드디어 준공식을 열었다.이 체육관의 의미는 민관이 합작하여 지은 경북 소재 대안학교 1호 체육관이라는 것이다. 따뜻한 경북교육을 지향하는 경북교육청이 시작한 교육 불평등, 불공정 깨기가 들불처럼 피어나는 들꽃처럼 교육부, 정부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2021-03-24

정치인 윤석열의 정당 선택 시나리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전 검찰총장 윤석열이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그는 지난 3월 4일 임기 5개월을 남기고 전격 총장직을 사퇴하였다. 그는 사퇴 전날 한국정치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반문재인 정서가 강한 대구에서 문재인 정부를 신랄히 비판하였다. 그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검수완박’, ‘부패완판’이라며 법치주의 파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외치는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그의 모습은 마치 선거 유세장을 방불케 하였다. 지난 국회 법사위 답변에서‘임기 마친 후 국민에게 봉사’하는 문제를 고려하겠다던 약속은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렸다.사퇴 직후의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윤석열은 지지율 32%로 선두에 나섰다. 여당의 이재명 지사를 앞서고 이낙연 후보도 멀리 따돌렸다. 검찰개혁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의 그에 대한 탄압이 윤석열 대망론으로 이어진 것이다. 조국 교수 가족에 대한 거침없는 수사, 원전과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 추미애 장관과의 갈등이 그를 정치에 입문시켰다. 윤석열은 과연 정치적 ‘별의 순간’이라는 행운을 잡았을까. 그가 내년 유력한 대선 후보로 등극할 지는 아직은 미지수이다. 정치는 혼자 할 수 없기에 그는 이제 정당 가입 등 정치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윤석열이 선택할 첫 번째 시나리오는 그가 야당인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이다. 김종인은 이미 윤석열을 야당 사람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그의 국민의힘 입당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국민의힘 내의 보수 강경세력은 그의 입당을 결코 환영치 않을 것이다. 당내에는 박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의 책임을 그에게 물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다. 당내의 대선후보들도 그의 입당을 탐탁해 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이 보수 1당의 입당의 전제로 당 개혁을 요구할 경우 이로 인한 당의 분열은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다. 두 번째는 제3지대에 머물면서 그가 새로운 신당을 창당하는 시나리오이다. 그가 안철수 등 중도 보수 인사나 윤사모를 중심으로 제3의 신당을 창당한다는 것이다. 우선 제3의 텐트는 칠 수 있지만 신당 창당은 결코 쉽지 않다. 신당의 이념이나 조직에는 많은 갈등과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선에서 제3의 신당 후보가 당선된 적도 없다. 1987년 민중항쟁 이후 대선에서는 결국 제 1, 2당 후보만 당선되었다. 현재 제3당 신당 창당에 여론은 호의적이지만 정치적 성공과는 별개 문제이다. 정치 신인 윤석열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지켜볼 수 밖에 없다.윤석열은 아무런 준비 없이 반정부 여론에만 의존하여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그는 당분간 메시지를 통한 이미지 정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는 과거의 대쪽 판사 이회창이나 안철수와는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윤석열은 정당 선택에 앞서 이제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이 지금껏 살아온 개혁적인 삶의 궤적이 보수 야권 대선후보에 합치하는가. 그가 당면한 장모와 가족의 재판 등 그에 대한 철저한 검증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는 검찰 조직 이기주의가 아닌 국민 공복의 민주적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윤석열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부터 해야 할 운명에 처해 있다.

2021-03-24

대학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장규열한동대 교수‘벚꽃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는다.’ 인구감소를 바라보면서 예견하였던 위기가 실제로 눈 앞에 펼쳐진다. 대학들, 특히 지방대학들은 신입생을 채우지 못하여 존폐의 기로에 선다. 모든 대학들이 그렇지는 않다고 해도, 학령인구 격감이 가져다줄 대학캠퍼스의 내일에는 그늘이 드리웠다. 교수들 사이에는 이미 ‘대학에 미래가 있는가’를 고심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대학이 스스로 정체성을 다시 생각하고 앞으로 펼쳐질 고등교육의 나아갈 바를 새롭게 살피고 정돈해야 한다. 겉으로 보기엔 학생숫자가 당장 문제이겠으나, 미증유의 코로나19 상황을 지나면서 나타나는 또 다른 변화도 대학의 고심을 더욱 깊게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모든 교육기관들은 온라인 비대면 강의로 팬데믹에 대처하였다.봄학기를 맞아 백신접종과 치료제개발 소식을 접하면서 대면강의를 폭넓게 시도하지만, 어느 틈에 온라인 강의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이전처럼 강의실로 돌아오지 않는다. 팬데믹이 지나간 다음 다가올 ‘대학의 뉴노멀’은 온라인강의와 사이버대학을 보다 넓게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의 습관과 태도에 온라인접촉은 대학경험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교수와의 교감과 교류, 사제지간의 소통과 협력이 물론 소중하지만, 그마저도 온라인과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이미 깊게 자리잡은 듯하다. 학생들이 대학과 대학생활에 거는 기대 가운데 ‘강의’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이전과 사뭇 달라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대학이 학생들을 위하여 제공하는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데에도 이전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게 되었다.사회 일반이 대학을 바라보는 관점도 변화해 간다. 대학은 더이상 지성인을 기르는 상아탑이 아니라, 안정된 직업을 목표로 하는 취업준비의 현장처럼 변모하고 말았다. 졸업생 취업률이 대학의 성공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었고 대학마다 차별화와 특성화를 시도하기에는 우리 대학은 너무나 서로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대학교육에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대학들을 도와온 끝에, 이제는 대학들이 정부에 의존하는 현상이 깊어져서 돌이키기 어려운 관례의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재정적인 자립을 온전히 이룬 대학이 드물 정도가 아닌가. 정부의 지원사업에 의존하며 생명을 이어가는 우리 대학의 모습은 처연하기 짝이 없다. 대학과 정부는 고등교육의 본질을 뿌리부터 다시 살펴 대학다운 모습을 회복하도록 결연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대학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대학 지성을 기르는 자긍심으로 수십 년을 지내왔다면 ‘보편적 지식인’을 기르는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해야 한다. 대학에서 낭만과 교감을 기대하던 대학생의 모습은 이제 온라인소통과 비대면교류로 변화된 환경을 경험하며 바뀌어 간다. 학생을 만나며 지적 대화에 익숙했던 교수의 모습도 디지털시대가 제공하는 신박한 교감을 받아들여야 한다. 대학은 적극적으로 변모해 가야 한다. 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21-03-24

공유 킥보드, 안전한 교통문화로 정착시켜야

지난해 전국에 본격 도입된 공유형 전동 킥보드가 도심의 새로운 단거리 교통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사고는 물론 무질서한 주차 등의 각종 문제가 뒤따르면서 교통수단에 걸맞는 교통 안전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구와 포항 등 대도시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공유형 전동 킥보드는 이동의 편리성과 친환경적이라는 특성으로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다. 대구에는 9개사가 4천여대의 공유형 전동 킥보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포항도 2개사가 150대 가량의 공유형 전동 킥보드를 대여하고 있다.현재 우리나라에 도입된 공유형 전동 킥보드는 자유업으로 분류돼 행정당국의 등록이나 허가없이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다. 특히 언제 어디서든 QR코드 확인만으로 사용이 가능하고 단거리 이동의 편리성 때문에 수요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그러나 공유형 전동 킥보드의 보관 장소가 마땅찮고 헬멧 미착용, 과속질주 등으로 인한 보행자 위협 등 각종 문제 야기도 적지 않아 이에 따른 적절한 보완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전국적으로 공유 전동 킥보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일부 지자체는 도로 등 기반 시설의 정비 내지 확충 또는 주차권장 구역 지정 등 안전한 이용을 위한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 관련업계와 협의를 벌이고 있는 곳도 있다.국민권익위 자료에 의하면 2019년 447건이던 전동 킥보드 안전사고가 2020년 10월까지 688건으로 늘어났다. 또 전동 킥보드로 인한 불편 민원은 2019년 981건이었으나 2020년에 와서는 2천371건으로 대거 증가했다.공유형 전동 킥보드는 중국의 공유 자전거처럼 그 수요가 앞으로 크게 증가할 수 있다. 공유경제 개념이 도입되면서 공유 전동 킥보드와 같은 업종의 사업장이 또다른 형태로 갑자기 생겨날 수도 있다. 공유경제 개념의 전동 킥보드는 이미 우리에게도 공유경제가 현실로 다가왔음을 의미한다.공유형 전동 킥보드는 대중교통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옳다. 그러나 정착 과정에 무질서나 보행자 위협과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보완책도 병행해 마련해야 한다. 건전한 교통문화 형성에 전동 킥보드도 함께 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2021-03-24

대구경북線 전액국비건설이 순리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그저께(23일) 손명수 국토교통부 2차관을 만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을 경유하는 대구경북선을 전액 국비로 건설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도지사는 지난 18일에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같은 건의를 했었다. 통합신공항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려면 대구경북선 국비확보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경부선 서대구역과 통합신공항, 의성을 잇는 대구경북선은 경부선의 교통량 분산과 중앙선을 연결하는 간선철도일 뿐만 아니라 통합신공항이 중부권 거점공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된다. 이 도지사가 최근 대구경북선 예산에 신경을 쓰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철도 건설이 경남도의 철도망 계획과 함께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의 실세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정부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지는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경남도는 얼마 전 창원~부산~울산~신경주~영천~동대구~서대구~창녕~창원을 잇는 ‘동남권 메가시티 급행철도’ 구상을 정부에 건의했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두 철도 모두 광역철도로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대구경북선이 광역철도망으로 분류되면 전액 국비가 투입되는 일반철도와 달리 30%를 자치단체에서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대구경북선을 포함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확정을 앞두고 다음 달 중 주민공청회를 열 예정이다.현재 대구·경북지역민들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제정으로 인해 많은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통합신공항 접근과 관련해 추진되고 있는 각종 SOC사업이 가덕도 신공항과 연결돼 종속변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크다. 가덕도 신공항이 영남권 SOC 예산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히 있지 않은가.대구·경북의 미래가 걸려 있다시피 한 통합신공항이 성공하려면 공항 이용객의 교통 편의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통편의성 확보의 최우선 수단은 철도망이다. 4월 중 열릴 국가철도망 구축 주민공청회를 앞두고 대구·경북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정부 설득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정부는 특별법으로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고 있는 만큼,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 관련한 SOC사업을 전액 국비로 충당하는 것이 형평성에도 맞다.

2021-03-24

뉴스페이스 시대

우리나라 첫 ‘차세대 중형위성 1호’가 지난 22일 발사·교신에 성공함으로써 ‘뉴스페이스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위성발사를 주도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내년에 2호를 쏘아올릴 계획이다.뉴 스페이스는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주체가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가고 있는 최근의 우주산업 트렌드를 가리킨다. 특히 이번 중형위성 발사 성공은 발사체와 탑재체의 크기와 무게를 크게 줄였다는 점에서 우주 개발 상업화 가능성을 처음 확인한 쾌거다.1호는 고도 497.8km궤도에서 약 6개월간 통신 점검 등 초기운영 과정을 거쳐 10월 이후부터 본격적인 표준영상을 제공할 예정이다. 흑백 0.5m, 컬러 2m 해상도로 정밀하게 지구를 관측하며, 해당 영상을 국토·자원관리와 재해·재난대응 등에 사용된다. 1호 위성은 크기를 2.0m×3.8m에서 1.4m×1.55m로 절반으로 줄였고, 무게도 1천100kg에서 500kg로 600kg이나 가벼워졌다. 차세대 중형위성은 소형위성으로 가는 중간단계다.차세대 중형위성 개발사업은 500㎏급 중형위성 5기를 국내에서 독자 개발하는 사업으로, 1~2호기를 개발하는 1단계와 3~5호기를 개발하는 2단계로 나뉜다. KAI는 1단계 사업으로 구축된 500kg급 표준플랫폼을 활용해 우주과학연구, 농산림, 수자원 감시 등을 위한 3기 위성을 국산화개발하는 2단계 사업도 주도하게 된다. 3·4호는 2023년에, 5호는 2025년에 발사될 예정이다.이를 위해 지난해 8월 중대형위성 6기를 동시에 조립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우주센터를 건립했다.정부가 아니라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이 첫 발을 떼는 뉴스페이스 시대의 도래가 이 나라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궁금해진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24

또다시 온 삼월

강길수수필가세레나.또다시 삼월이 왔습니다. 작년 삼월은 정월부터 불어 닥친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염병에 정신이 홀려버렸었지요. 그 때문에 봄 편지 한 장 못 쓰고 지나갔었습니다. 세레나도 그랬다고요. 아마도 지구촌 모든 이가 그리 살았을 터입니다.올 삼월에도 자연은 솟아나는 연록 새싹들의 희망으로 가득합니다. 매화, 개나리, 진달래, 목련, 살구, 복숭아, 벚나무가 잇달아 사랑을 꽃피웁니다. 저 낮은 곳에는 하얀 별꽃과 파란 까치꽃들이 앙증스레 봄을 뽐내고 있고요. 한데 우리 사회와 지구촌은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코로나 19 바이러스 전염의 공포와 싸우고 있습니다. 언제쯤 우리는 마스크를 벗어 던질 수 있을까요.너무 작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병원체(病原體)…. 사람들이 어찌 피하며 살라고, 하늘은 이런 존재들의 생성을 허용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지구란 행성은 생명에게 괴로움과 고통을 주는 도장(道場)으로 설계된 곳일까요. 생명체와 비 생명체의 특성을 다 가졌다는 묘한 존재 바이러스. 숙주의 생체 안에 들어가야만 증식하며 살 수 있는 이상한 병원체 바이러스. 21세기 과학 문명의 사회에서 왜 코로나바이러스 퇴치가 쉽지 않을까요.세레나.사람들은 코로나19가, 오고 있는 언택트(untact) 시대를 더 앞당겼다고 말합니다. 이 흐름은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설파한 ‘인간은 폴리스(polis)적인 동물이다’란 정의를 무산시키는 것일까요. 후에 세네카에 의해서 ‘사회적인 동물’로 번역되었다지만, 그 의미는 ‘인간은 공동체적 존재’로 보아도 될 테지요. 얼핏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가 무너졌다 볼 수는 있겠으나, 우리가 누리는 컴퓨터, 휴대폰 등 정보 소통 도구들을 생각한다면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소통 방법만 달라졌지, 공동체로 살지 않을 수 없는 인간의 존재 방식이 달라진 것은 아닐 테니까요.바이러스가 생체에 기생하듯, 생명도 자연에 기대어 삽니다. 또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사람 몸에 붙어살듯 인간은 자연에 기댈 뿐 아니라, 공동체에도 참가해야 삽니다. 올 삼월엔, ‘사회적 거리 두기’로 대표되는 ‘언택트 시대’란 명제가 제 앞에 턱 버티고 서 있습니다. 산골 농가에서 태어나 자라며, 사람에게는 친 생태계의 본능이 있음을 체험했습니다. 당시 농사는 완벽한 자연 순환형 농법이었으니까요. 한데 왜, 그 인간이 이룩한 물질문명 사회가 오늘날 기후변화, 생물 종의 감소, 사스나 코로나 19 바이러스 등의 병원체 발생, 전염과 같은 자연의 역습을 받는 처지가 되었을까요.컨택드(contact) 시대의 개인이 흙 입자라면, 언택트 시대의 개인은 모래 알갱이라 볼 수 있겠지요. 흙과 모래의 결속력을 따진다면 당연히 흙이 강합니다. 그러나 모래가 시멘트와 물을 만나면 콘크리트가 되어, 그 단단함은 구운 흙벽돌과도 견줄만할 것입니다. 어쩌면 언택트 시대의 가능성이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언론 매체와 컴퓨터, 휴대폰 등 사회의 소통 도구와 방법들을 물과 시멘트의 용도로 쓸 수 있도록 인간이 지혜를 모은다면 말입니다.세레나.보도 가에 때 이른 작은 해님들이 삼월을 밝힙니다. 해님들은 머지않아 하얀 갓털 송이로 변신하여 봄바람을 기다릴 것입니다. 이윽고 명지바람 남실남실 불어오면 갓털은 씨방을 모시고 날아, 새 땅에 새 민들레로 태어날 테지요. 기후변화에 곧바로 대응하는 민들레가 거룩해 보입니다. 식물이 생태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며 살아내는 모습을 보노라면,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듭니다. 코로나 19로 얼룩진 두 번째 삼월을 하릴없이 삽니다. 웬일인지 올핸 새싹에 눈길이 더 갑니다. 철 이른 새싹은, 식물이 살기 위해 우리가 모르는 소통과 결정으로 변화하는 기후와 환경에 대처한 결과가 아닐까요. 정부가 강제한 ‘거리 두기’, ‘비대면’, ‘백신 접종’ 부작용 등이 사람을 우울하게 합니다. 하지만, 언택트 시대로 가는 훈련이라 여기며 새싹처럼 대처하려 합니다.또다시 온 삼월, 연록 새싹들의 생명 찬가가 온 누리에 메아리칩니다.

2021-03-24

구름의 언어

구름을 보면서 수증기가 뭉친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만약 있다면, 모든 것을 과학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이거나 감수성이 사막처럼 마른 사람일 것이다.구름은 지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지위가 아무리 높은 사람도 구름을 보려면 하늘을 우러러보아야 한다. 높은 곳에서 우리네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존재가 구름이다.언덕에 누워 구름을 가만히 보면 나도 구름이 된다. 뭉게구름을 바라보면 마음속에도 무언가가 뭉게뭉게 일어난다. 양떼구름을 보면 초원에서 노니는 양 떼를 보는 양 마음의 지평에도 평화가 깃든다. 파란 도화지 위에 잔잔히 깔린 솜털 같은 구름을 보면 마음이 보송해진다. 산봉우리를 넘어가는 구름을 보면 나도 산 너머로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비구름 - 하늘을 가득 채운 짙은 회색빛 먹구름탑구름 - 구름 상부에 성벽 위의 작은 탑이나 총구멍 모양이 있는 구름새털구름 - 푸르고 높은 하늘에 나타나는 새털 같은 구름조개구름 - 높은 하늘에 펼쳐지는 희고 작은 비늘 같은 구름차일구름 - 흐린 날씨 구름, 회색의 장막 같은 구름양떼구름 - 다수의 구름 덩어리들이 모여 만들어진 구름(높쌘구름)안개구름 - 수증기가 지표 근처 또는 낮은 높이에서 응결하여 형성된 구름뭉게구름 - 수증기가 상승기류를 타고 위로 솟구치면서 만들어진 구름쌘비구름 - 많은 양의 수증기가 강한 상승기류로 탑 모양으로 솟구치면서 만들어진 구름연직구름 - 밑면은 낮은 고도에 있지만 매우 높게 솟아 있는 구름밑턱구름 - 물방울과 얼음 알갱이가 간간이 섞여 있는 구름아치구름 - 낮은 고도에서 수평으로 형성되는 기다란 형상의 구름모루구름 - 적란운의 윗부분에 나타나는 모루 또는 나팔꽃 모양의 구름유방적운 - 모양이 포유류의 유방을 닮은 구름꼬리구름 - 내리는 비가 땅에 닿기 전에 증발하여, 마치 꼬리를 끄는 것처럼 보이는 구름모자구름 - 산 꼭대기를 덮거나 둘러싸는 모양의 구름삿갓구름 - 외딴 산봉우리의 꼭대기 부근에 두른 갓 모양의 구름진주구름 - 20~30km 높이에서 나타나는 진주색 구름렌즈구름 - 볼록렌즈를 하나 또는 여러 개 합친 듯한 모양의 구름버섯구름 - 원자폭탄 등이 폭발할 때 버섯 모양으로 발생하는 거대한 구름털보구름 - 구름 윗부분에 털 또는 섬유질의 조직이 나타나는 구름(복슬구름)깔때기구름 - 토네이도가 발생할 때 형성되는 회오리 모양의 구름햇무리구름 - 희거나 옅은 회색의 빛으로 얇게 덮이는 베일 같은 구름대머리구름 - 구름 상부가 매끄럽고 평탄한 모양의 구름두루마리구름 - 회색 구름이 담요처럼 둘둘 말리면서 헝클어진 구름(층쌘구름)거친물결구름 - 거친 물결이 치는 듯한 모양의 구름(악마의 구름)구름은 높은 지위를 상징한다. 출세하려는 꿈을 꿀 때, ‘청운(靑雲)의 뜻을 품는다’라고 한다. 용이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오르듯, 좋은 기운을 타고 천하에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을 ‘풍운아(風雲兒)’라고 한다. 잡히지 않는 헛된 꿈을 꿀 때 ‘뜬구름 잡는다’라고 한다.구름은 전조를 표현한다. 위험이나 파탄의 기미가 일어날 때 ‘암운(暗雲)이 드리우다’라고 말한다. 전쟁이 일어나려는 형세가 일어날 때 ‘전운(戰雲)이 감돈다’라고 말한다. 벼락이라도 때릴 것 같은 조마조마한 상황을 ‘뇌운(雷雲)’이라고 한다. 사람이 구름처럼 모여들면 ‘운집(雲集)’이라고 한다. 구름처럼 변화가 무쌍한 현상을 ‘풍운조화(風雲造化)’라고 일컫는다.구름은 은유이다. 잠자리를 나눈 남녀 사이는 ‘운우지정(雲雨之情)’이며, 남녀가 잠자리에서 누리는 쾌락은 ‘운우지락(雲雨之樂)’이다. 비에 흠뻑 젖은 듯 빠져드는, 바람결을 따라 구름을 탄 듯 몸이 두둥실 떠오르는, 꿈인 듯 생시인 듯 몽롱한, 구름결 같은 그 해방의 운치를 은근히 빗대기에 구름만한 것이 있으랴.세속을 벗어나 자연에 은거하면 ‘운서(雲棲)’라고 한다. 속세를 떠나 깊은 산에서 없는 듯 살면 ‘운와(雲臥)’라고 하며, 구름처럼 자유롭게 노닐면 ‘운유(雲遊)’라고 한다. 그래서 당나라 시인 맹호연은 맑고 깨끗한 마음을 “야객운위심 고승월위성(野客雲爲心 高僧月爲性)”이라고 읊었다. 길손은 구름을 마음으로 삼고, 고승은 달을 성품으로 삼는다는 뜻인데, 가벼우면서도 참으로 높은 말이다.우리네 정서에도 구름이 많이 나온다. 숱한 시인이 구름을 동경하고 숭배하고 노래했다. 만약 구름이 없다면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라는 표현이 없어진다. 모든 시詩에 구름이 빠지면 삶에서 구름이 사라진다. 삶의 하늘에 구름이 없다면 우리네 마음은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황량한 사막이 된다./수필가·문학평론가

2021-03-24

결식아동 돕는 선한 가게 확산돼 ‘훈훈’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느 직종보다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선한 영향력 가게’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고 있어 포항사회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서울 홍대 파스타 가게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은 결식아동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거나 재능기부를 하는 자발적 사회운동이다. 포항시 북구 덕산동에서 토스트 가게를 운영하며 지난해부터 이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는 장원철씨는 생계난을 겪는 아이들이 제때 밥을 먹지 못해 굶고 있다는 내용의 TV보도를 본 후 이 캠페인에 동참하게 됐다고 했다. 이 가게에서는 아동급식카드가 있으면 매장에서 판매하는 전 메뉴 중 2가지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가게 벽면에 붙여진 작은 스티커에는 ‘매일 와도 괜찮으니, 부담 갖지 말고 웃으며 보자’라는 글귀가 적혀 있어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북구 양덕동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노일창 사장은 이달 초부터 이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으며, “결식아동들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삼촌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이 맛있는 것을 많이 먹고 튼튼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포항지역 내 18세 미만 급식지원사업 대상자는 모두 3천968명이다. 이중 아동급식 전자카드인 ‘경북참사랑카드’를 이용하는 사람은 2천111명이며, 식비는 한 끼 당 5천원이다. 현실적으로 이 가격으로는 식사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음식점 주인들을 중심으로 이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포항지역에서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는 가게는 7곳(식당 6곳, 학원 1곳)이다. 23일 현재 ‘선한 영향력 가게 홈페이지’에 등록된 업소는 1천390개다. 캠페인 초기에는 음식점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학원, 미용실, PC방 등도 참여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에서 ‘선한 영향력 가게’를 검색하면 참여업체를 확인할 수 있다.코로나 19 대유행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큰 가운데서도 결식아동을 돕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선한 영향력 가게’를 본보기로 삼아 어려운 이웃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2021-03-23

유전자 검사

한 아버지가 자신이 키운 자식이 자신을 닮지 않았다는 생각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더니 DNA 불일치 판정을 받았다. 화가 난 아버지는 아내와 자식을 당장 내쫓았다. 그러나 훗날 그 결과가 DNA 검사과정의 실수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아버지는 큰 번뇌에 빠졌다. 그러나 그들의 가족 관계는 이미 망가진 뒤여서 그 가정은 정상으로 되돌아갈 수 없었다.이 이야기는 과학의 힘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것 같지만 사람의 일이란 예측을 할 수 없을 때도 종종 있다는 것을 말해 준 것이다.유전자 기술이 발달하면서 지금은 DNA 검사를 활용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서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 미제 사건의 해결과 실종자 수색, 친자 확인 등에 이르기까지 유전자 검사의 유용성이 높게 평가된다.다양한 민족이 모여 사는 미국에서는 조상찾기 DNA테스트가 인기라고 한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나의 조상을 찾고 나아가 특정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을 미리 체크해 예방하는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른바 유전자 비즈니스다.유전자 검사 기술의 발달로 강력 범죄의 진범을 찾아내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일도 있다. 대표적인 게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다. 온 동네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이 사건은 33년이 지난 뒤에야 진범이 드러났다. 유전자 검사라는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에서도 100년 전 사망한 머리없는 시신의 신원을 밝히는 데 DNA 검사가 공을 세웠다.구미 3세 여아 사망사고가 미궁에 빠졌다. 친모로 지목된 당사자는 아기를 낳은 적이 없다고 하고 경찰은 DNA 검사를 내세워 친모가 아닐 확률이 0라 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는데, 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자못 궁금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3-23

이사

이재현동덕여대 교수“낡은 재건축 아파트 철거작업이 끝나자 / 마지막으로 나무들이 철거되기 시작한다 / 아직 봄은 오지 않았는데 / 뿌리를 꼭 껴안고 있던 흙을 새끼줄로 동여매고 / 하늘을 우러러보던 나뭇가지를 땅바닥에 질질 끌고 / 이삿짐 트럭에 실려가는 힘없는 나무 뒤를 / 까치들이 따라간다 / 울지도 않고 / 아슬아슬 아직 까치집이 그대로 남아 있는 나무 뒤를 / 울지도 않고”2004년에 창작과 비평사에서 정호승 시인이 펴낸 시집 ‘이 짧은 시간 동안’에 실린 시 ‘이사’의 전문(全文)이다. 시인은 아파트 단지의 철거로 까치집을 그대로 얹은 채 뿌리째 뽑혀나간 나무들에 대한 아릿한 심사를 이렇게 그렸다.내가 사는 동네 근처의 아파트가 재건축이 되면서 지난 가을부터 집들이 하나둘 비워지기 시작했다. 가을 끝 무렵에는 주민들의 이주로 텅 빈 아파트 건물들만이 괴이한 모습으로 줄지어 겨울을 맞이했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건물 사이사이에 꿋꿋이 버티고 을씨년스러움을 가려줘 그나마 다행인 듯 보였다. 아파트가 들어설 때 심어졌을 테니 못해도 삼사십 년은 된 나무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 뒤 나무들이 댕강댕강 잘린 채 차량 빠진 아파트 주차장에 널부러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정호승 시인은 아파트가 철거되고 마지막으로 나무가 철거됐다고 했는데 내가 본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철거 모습은 사뭇 달랐다. 가가호호 집들이 비워지자 맨 먼저 철거된 것은 건물이 아니라 나무들이었다. 재건축 단지의 나무들은 뿌리에 흙을 새끼줄로 동여매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것이 아니고 까치 둥지를 가지에 건 채로 토막토막 잘려 자기의 천명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안전진단에서 위험 판정을 받지 않은 아파트 건물이지만 사람들의 재산가치 증식을 위해 재건축 결정이 나고 철거가 시작되면서 아파트 주민들에게 맑은 공기를 베풀고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 주던 나무들의 수십 년 길지 않은 삶은 사람들의 욕망에 스러져 갔다.재건축으로 못해도 몇 억의 재산가치가 상승할 터인데 그깟 나무들이 잘려나가는 것이 무슨 대수랴. 까치 둥지가 허물어지는 것, 까치가 집을 잃고 헤매는 것은 내 알 바 아니다. 과연 그럴까? 김광섭 시인은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성북동 비둘기만 번지가 없어졌다고 했다. 비둘기에겐 애초부터 번지라는 것은 없었으려니와, 있고 없고는 둘째 문제이고 살아온 터전을 잃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새들의 삶이 애처롭다.성북동 골짜기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와 도시 한복판 아파트 단지의 길조 까치가 집을 잃고, 나무들이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잘려나가는 일은 이 땅에 인간이 존재하는 한, 사람들의 욕심이 끝모르게 이어지는 한 계속돼야 하는 운명일까. 더욱이 재건축, 재개발로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는 서민들의 아픔과 슬픔은 이루 말하기조차 어렵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까치는 울지 않아도 가슴 속에 한 줄기 뜨겁고 검은 물이 흐른다. 우리들 이사가 몸과 물질의 안녕만을 위한 이사가 아니라 정서의 안녕과 사랑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이사가 됐으면 좋겠다.

2021-03-23

65세이상 백신 접종, 불신 씻는 계기돼야

논란을 일으켰던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보건당국은 23일부터 요양병원 만65세 이상 입원환자와 종사자에 대한 접종을 시작했다. G7 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AZ백신 접종을 했다. 65세 이상 일반인의 경우는 4월부터 접종을 시작한다.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가 AZ백신과 혈전 생성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며 백신 접종을 권고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유럽의약품청(EMA)도 AZ사의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백신 접종을 중단했던 독일과 이탈리아가 접종을 재개했다고 한다.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이 AZ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요양병원과 시설내 65세 이상 고령자들의 예방접종 동의율은 76.9%에 그쳤다. 65세 미만의 동의율 93.7%보다 많이 낮다.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한 결과다.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도입한 백신은 AZ사가 주종이다. 앞으로도 1천만명 분의 AZ백신을 더 접종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67만명 정도가 백신 접종을 해 백신 접종률이 이제 겨우 1.3%에 그치고 있다.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는 계획에 도달하려면 갈 길이 바쁘다. 백신 접종에 대한 불신을 가라앉히지 못하면 코로나 감염증의 유행을 막는 것이 매우 힘들지도 모른다.어제부터 시작한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백신 접종이 이래서 특별하게 더 중요하다. 백신 접종을 가장 먼저 시작한 이스라엘은 경제활동을 서서히 준비한다는 소식이다. 우리도 지금부터 철저한 준비와 관리로 백신 접종의 속도를 내야 한다.백신 접종의 불신감을 먼저 잠재워야 한다. 백신 접종과 관련한 내용을 투명하게 밝히고 인과성 여부도 있는대로 설명해야 한다. AZ백신 접종후 면역 이상반응을 상세히 설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회지도층이 앞장서 맞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세계보건기구는 AZ백신 접종에 대해 접종으로 얻을 이익이 부작용으로 인한 위험성보다 크다고 결론을 낸 바 있다. 국민들도 백신 접종에 대한 효용성을 믿고 따르는 것이 코로나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해야 한다. 지금도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400명 안팎 발생하고 있다. 백신에 의한 면역력 형성이 가장 확실한 대응책임을 믿어야 한다.

2021-03-23

탐진치 삼독과 LH사건

김규종 경북대 교수석가족으로 정반왕과 마야부인의 소생인 고타마 싯다르타는 29살에 아내인 야쇼다라 공주와 아들 라훌라를 버려둔 채 출가한다. 한밤에 궁성의 담을 넘으면서 그의 흉중에 어떤 상념이 자리했을지 궁금하다. 자리를 보전하기만 한다면 군왕이 되었을 터, 무엇 때문에 6년에 걸친 고행의 길을 선택했단 말인가?!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의 순환이 그토록 견디기 어려웠던가?!극한의 고행으로 깨달음에 도달하려던 고타마는 수행 방법을 바꾸어 해탈한다. 엄혹한 수행을 통해 카르마를 극복하는 방도는 자이나교에 고유한 것이다. 고타마는 그런 방식으로 열반에 이르지 못한다. 그가 궁극의 깨달음을 얻어 해탈한 근거는 고행마저 놓아버리는 데서 발원한다. 내려놓고 다시 내려놓음으로써, 비우고 또 비움으로써 그는 마침내 깨달음에 도달한다.의상의 ‘화엄일승법계도’에 나오는 ‘초발심시변정각’에 들어맞는 깨달음이다. 득도하겠다는 마음이 든 순간 깨달음에 도달한다는 의미다. 그 후의 경지가 ‘생사열반상공화’다. 삶과 죽음, 열반이 늘 조화롭다는 것이다. 생과 사의 미묘한 차이, 깨우침과 어리석음이 지나칠 만큼 가깝다는 설파다. 생사와 열반이 하나의 흐름에 있다는 깨우침의 경지가 일순간 성취되는 현장.붓다가 된 고타마 싯다르타는 오래도록 묵상(默想)에 잠긴다. 대중의 삶이 처한 ‘삼계개고(三界皆苦)’가 너무도 도저(到底)했던 까닭이다. 세상 모두가 괴로움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얘기다. 괴로움의 원인은 탐욕, 분노, 어리석음의 삼독(三毒)이다. 삼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대중이기에 생로병사와 ‘수비뇌고(愁悲惱苦)’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하여 끝없는 윤회의 수레바퀴에서 이리저리 떠돌며 고통받는 것이다.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토지주택개발공사(LH)’ 사건은 탐욕에서 출발하여 어리석음으로 끝날 듯하다. 남다른 정보와 인맥을 가지고 물질적인 탐욕에 사로잡힌 자들이 보여주는 한바탕의 칼춤! 돈의 노예가 된 자들이 쉽고 안전하게 돈을 벌고자 하는 욕망에 빠져 투기꾼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1년 365일 ‘돈 돈 돈’하고 살아가는 중생들의 탐욕과 타락이 만들어낸 희화의 한마당이 LH사건의 본질이다.문제는 그렇게 돈을 번 자들이 불러일으키는 선망과 질시다. 그들이 얻어낸 불의한 돈과 물질적인 풍요는 직장과 미래기획, 물려받은 재산 없는 2-30대 청년세대를 절망의 나락으로 몰고 간다. 돈이 돈을 벌고, 정보가 인맥을 낳고, 인맥이 다시 돈을 물어다 주는 희한한 작태는 그만둘 때다. 불로소득이야말로 공정과 평등에 지극히 어긋나는 대척점이기 때문이다. 이런 지경에 누가 피와 땀을 흘려가며 노동하고 싶어 하겠는가?!끝없이 돈을 좇는 것은 갈증을 면하려고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돈의 갈증은 돈으로 해갈되지 않는다. 그것은 멈출 줄 아는 것에서, 바닷물을 그만 마시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것이 어려운 자들에게는 법의 엄혹한 심판과 벼락같은 죽비(竹7BE6)를 내릴 일이다.

2021-03-23

지속가능한 양성평등, 협력거버넌스에서 시작

박은미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책실장1995년 여성정책의 기본법으로 제정되어 시행되어 온 ‘여성발전기본법’은 2014년에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되어 정책의 전 분야에 여성참여를 확대하고 양성평등 관점을 통합하였다.‘제1차 양성평등정책기본계획(2015-2017년)’은 2017년까지를 여성정책에서 양성평등정책으로 전환하는 과도기로 설정하고, ‘제2차 양성평등정책기본계획(2018∼2022년)’은 양성평등 정책으로의 본격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반영하였다.양성평등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한 단계 발전된 실질적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협력거버넌스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이를 위해 첫째, 시민주도형 젠더거버넌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협력사업 확대 및 지역사회 파트너십 활성화가 중요하다. 주요 정책 현안과 연계되는 기관 간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컨소시엄 구성 뿐만아니라 공동 학술회의 및 워크숍을 전략적으로 개최할 필요가 있다.양성평등정책 추진과정에서 조직과 제도 및 문화 혁신이 필요하므로 지속적인 관심과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한다. 지역이라는 생활세계 내에서 양성평등정책은 관중심 행위주체들에서 시민중심의 젠더거버넌스 운영으로 요구되고 있다. 지역 풀뿌리단체들의 자발적 참여에 기초한 다양한 활동은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마을만들기’ 등과 같은 생활공동체 운동의 형태로 전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성평등정책이 보다 실효성을 제고하려면 관 중심에서 도민 중심의 실천 현장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민간영역 양성평등활동 지원조직을 적극적으로 설치하여 양성평등활동 지원 전문성, 지속성, 지역 접근성 등을 고려하고, 지역 활동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서 양성평등의제를 발굴하고 전개하여야 할 것이다.둘째, 새로운 유형의 젠더폭력 대응에 관한 컨트롤타워 기능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디지털성범죄·스토킹·데이트폭력 등 여성폭력 대응 및 보호·지원체계를 강화하고, 다양한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정책의 추진 근거가 되는 제도적 기반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와 정책실무자의 쌍방향 협력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민간전문가 중심 여성폭력방지위원회를 토대로 관계 부처 간 실무협의 등을 거쳐 피해자 보호 및 재발방지 대책을 적극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다.여성가족부는 성폭력피해자 보호법에 따른 성희롱, 성폭력 피해자 무료법률지원, 의료비, 심리치료 지원 등을 통해 재발방지대책 수립 및 시행하고 있다.여성폭력 근절에 대한 사회공감대 형성을 위해 성폭력 성희롱 피해 사실을 알리고 대책을 촉구하는 캠페인 또는 피해자의 자조모임 및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아울러 성인지 관점에서의 정책개발 및 평가,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양성평등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쌍방향 교류 민·관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2021-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