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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이 돌아왔다

등록일 2022-03-22 19:21 게재일 2022-03-2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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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인기를 끌고 있는 포켓몬 빵.

요즘 없어서 못 구한다는 문제의 포켓몬 빵. 친구가 포켓몬 빵 사겠다며 새벽같이 일어나 편의점 순회를 돈다고 이야기 했을 때, 나는 그 옆에서 대놓고 피식 비웃었더랬다. 그런데 별 생각 없이 들른 편의점에서 우연히 포켓몬 빵을 발견한 뒤론 문제의 빵 구하는 재미에 푹 빠지고 말았다.

운은 처음이 다였는지 그 다음날에도, 심지어는 보름이 넘어가는 데도 포켓몬 빵 구하기는커녕 그림자 보기도 힘들어졌다. 점점 욕심이 생기기 시작하자 어느덧 포켓몬 빵을 구하기 위해 옆 동네와 옆옆 동네 편의점까지 원정을 나서는 열정을 보이고 있었다.

포켓몬 빵은 2000년대 초 캐릭터 라이선스 계약이 종료되면서 자취를 감추었다가 올해 4월 22일 돌연 모습을 드러내었다. 총 7종으로 구성되어 16년 만에 고스란히 돌아온 포켓몬은 출시 2주 만에 약 350만개 판매량을 돌파했고, 편의점 빵 매출 1위 자리를 단숨에 꿰찼다. 3월 19일 기준 SNS상에선 #포켓몬빵 해시태그로 등록된 게시글만 해도 4만3천 개나 된다.

2030세대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덕에 물량 구하기도 쉽지 않다.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따라가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해서 현재 편의점 당 하루 1~2개의 빵만 입고되고 있을 정도다.

워낙 희귀하다 보니 천오백 원짜리 포켓몬 빵에 이만 원 가량이나 하는 초콜릿이나 사탕을 끼워 파는 상술도 생겨났다. 편의점보다 마트 물량이 더 많다고는 하지만 1인당 포켓몬 빵 구매 개수가 5개로 제한이 걸려 있는데다 마트 오픈과 동시에 매진되다 보니 이마저도 쉽지 않다.

포켓몬 빵의 인기 비결은 바로 빵과 함께 들어있는 ‘띠부띠부 씰’이다. 떼었다 붙였다 하기 쉬운 스티커로 총 159개의 포켓몬 캐릭터로 구성되어 있다. 귀여운 스티커를 보며 잠시 소소한 기쁨을 맛보기도 하고 어릴 적 포켓몬 빵 하나 사며 행복해했던 추억으로 복기하는 재미도 있다. 더군다나 이렇게까지 포켓몬 빵을 사는 이유는 아무나 살 수 없단 희소성과 SNS나 친구들 사이에서 상황을 공유하여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것 또한 한 몫 하는 듯하다.

159개의 띠부 씰을 전부 모으는 컬렉터들도 많다. 띠부 씰이 무작위 랜덤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빵을 구한다 한들 스티커가 중복되는 경우가 생긴다. 컬렉션을 다 모으기 위해선 기약 없는 빵 사기를 계속 해야 하고, 한계가 있다 보니 오히려 컬렉터들의 소유하고 싶은 심리를 자극하는가 보다.

현재 인터넷 중고 장터에서 띠부씰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희소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가장 인기 많은 ‘뮤’와 ‘뮤츠’ 캐릭터 스티커는 개당 최대 5만원선으로 거래되고 있을 정도다.

여러 군데 전전해본 결과 포켓몬 빵을 사기 위해선 몇 가지 간단한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집근처 포켓몬 빵을 파는 편의점을 확인해야 한다. 안파는 편의점을 제외하고선 동선을 체계적으로 짜야 하기 때문이다.

또 중요한 점은 각 편의점마다 물건이 입고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제품이 들어가는 시간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고객 유입량이 적은 한적한 편의점을 노리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상황이 녹록치 못해 사람 많은 편의점 위주로 돌아야 한다면, 편의점 앱을 이용하여 해당 편의점 재고 파악을 한 뒤 가면 좋다. 물론 편의점으로 가는 사이 팔릴 수 있단 위험 리스크가 있다.

기다림을 즐길 수 있다면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해 대량 구매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몰도 매진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기나긴 완불 대기를 감내해야 한단 단점이 있다.

진심인 듯 보이지만 내게 포켓몬 빵 사기는 일종의 가벼운 취미다. 산책도 할 겸, 같이 걷는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눌 겸 이곳저곳을 열심히 걷고 있다. 다행히 날도 좋아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우연히 마주친 포켓몬 빵 하나엔 어찌나 기쁜지 모른다.

너무 조급하게 하루하루 생활하다 보니 가끔 이렇게나 가까이 있는 행운을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듯싶다. 행운은 생각보다 가까이 머물러 있고, 만약 보이지 않는다면 이렇게 뚜벅뚜벅 두 다리에 힘주고 찾아 나서면 되는 거니 말이다. 오늘도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이곳저곳 소소한 운을 맞이하러 나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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