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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지대와 소통의 리더십

등록일 2022-03-23 19:01 게재일 2022-03-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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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욱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노승욱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이 윤석열 당선인으로 결정됐다. 차점자인 이재명 후보와는 불과 0.73% 포인트 차이다. 24만7천77표가 박빙의 승부를 갈랐다. 선거 전문가들은 31만766표 차이를 보인 서울을 승부처로 꼽고 있다. 강서구를 제외한 한강벨트 전역에서 윤 당선인이 승리한 것이 주효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 결과를 거시적으로 다시 한번 살펴보자. 주목할 만한 사실은 서울에서의 1, 2위 간 득표율 차이가 충청북도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서울과 충북의 1, 2위 득표율은 소수점 이하를 생략하면 50%와 45%로 같다. 승부처인 서울과 대선의 풍향계인 충북의 유사한 득표율은 흥미롭다.

충북은 정치적으로 명실상부한 중도지대이다. 지금까지 모두 13번의 대통령 직접선거에서 12번이 충북의 선거 결과와 일치했다. 선거 때마다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는 충북 지역은 남한 국토만 놓고 보았을 때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충북의 지정학적 위치는 변화하는 정세, 시대적 흐름을 읽어내기에 유리할 수 있다.

정치, 경제적으로 수도 서울은 대한민국의 중원이다. 이번 대선에서 서울은 충북과 같은 숫자상의 표심을 나타냈다. 서울과 충북은 윤석열 당선인에게 승리를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중도의 균형 감각을 요구하고 있다. 중도의 균형감은 끊임없는 소통의 의지에서만 유지될 수 있다.

최근 윤석열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의 이전 문제로 소통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광화문 시대를 열고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던 선거 공약이 용산 시대 개막으로 급하게 방향 선회를 했다. 일사천리로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행이 추진되고 있다. 물론 유현준 홍익대 교수가 ‘공간이 만든 공간’이란 책에서 말했듯이, 새로운 생각은 때로는 지리적 환경이 만들어낼 수 있다.

그동안 청와대는 구중궁궐로 불리워졌다. 미국 백악관의 웨스트 윙처럼 대통령이 참모들과 공간적으로 가까워져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그런 측면에서 용산의 대통령 집무 공간에 집무실·비서실·기자실 등을 함께 두겠다는 발상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물론 기존의 청와대 건물 구조를 그와 같이 리모델링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집무실 이전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국민과의 소통이다. 윤 당선인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 시대를 마감하고자 한다면, 집무실 이전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결정에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모순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보수 진영을 대표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출발해야 하는 자리는 중도지대에 가깝다. 역대 최소 표차로 당선된 윤 당선인은 무엇보다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 중도지대는 태풍의 눈과 같아서 잠잠해 보이지만 민심의 향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공간의 이전에 몰입하느라 겉으로 보이지 않는 국민의 마음과 소통하는 것에 소홀하지 않기를 새 대통령 당선인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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