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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대구 북구, 역사·문화·관광 어우러진 ‘매력도시’ 만든다

대구 북구가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관광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칠곡지역의 수려한 자연경관, 구암동고분군과 팔거산성의 살아 숨 쉬는 역사, 금호강, 경북대박물관 등 지역에 산재한 풍부한 문화관광자원을 개발하고 재조명해 관광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지난 2020년에 관광종합개발 10개년 계획을 수립해 기존 관광자원 활성화 및 신규 잠재자원 발굴·육성 등 단계별 개발을 통해 체계적인 관광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특히, 다양한 관광자원을 발굴해 ‘일상이 여행이 되는 생활관광도시’의 관광비전을 제시하면서 역사·문화·관광도시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옛 경북도청 터가 지난해 도심융합특구 선도사업지로 선정돼 산업·주거·문화 등 우수한 복합 인프라를 갖춘 도심 내 고밀도 혁신 공간으로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이곳은 창의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 글로벌 문화예술창조도시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문화예술 허브로 조성하는 안이 국정과제로 반영됐다.배광식 북구청장은 “역사·문화·관광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고자 기존의 대표 관광자원과 문화유산들은 더욱 보강해 새로운 자원 개발과 홍보에 힘쓰고,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 발굴로 관광, 문화산업이 지역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위축됐던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일상이 즐거운 행복한 문화 북구로 도약하는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 북구 8경 지역관광을 선도하다북구 8경은 전문가와 지역주민의 의견수렴을 통해 지난 2017년 3월에 선정했다.제1경 금호강하중도, 제2경 꽃보라동산, 제3경 운암지수변공원, 제4경팔달대교야경, 제5경 경북대학교캠퍼스, 제6경 함지공원, 제7경 구암서원, 제8경 침산정 등 지역 명소 8곳이다. 이 곳에는 2019년부터 2021년에 걸쳐 관광객 홍보를 위한 명소별 입구 관광안내표지판 설치를 시작으로 인생샷 포토존 및 야간 조명시설을 조성 등 사진찍기 좋은 명소화 사업을 완료했다. 북구 8경은 대구 북구의 상징이자 주요 관광명소로서 관광객들에게 볼거리, 즐길 거리에 더해 남길 거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조성해 많은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지역문화발전을 선도할 북구 대표 거리 조성길이라는 개념은 단순한 이동수단의 개념을 넘어서 문화와 역사를 배경으로 한 주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도시공간이다. 북구도 사람과 자원, 문화가 유통되는 길, 역사와 전통이 이어지는 길이 필요하다.문화예술거리 이태원길은 칠곡의 천재 소설가 이태원을 기리는 문화예술거리로 특색적인 문화자원으로 관광화해 북구의 대표 거리로 육성하고자 조성됐다.소설가 이태원을 중심 콘텐츠로 삼은 ‘이태원길’에서는 그의 생애를 볼 수 있는 ‘문학관’과 그의 소설 ‘객사’를 각색한 거리극도 관람할 수 있다. 또한, 거리 활성화를 위한 ‘초청공연’, ‘예술장터’ 등을 마련해 시민들에게 즐거운 경험과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강북에 문학을 테마로 한 이태원길이 있다면 강남에는 도시의 역사를 테마로 한 ‘옥산로 테마거리’가 있다. 도시철도 3호선 북구청역에서 호암로까지 이어지는 1.6km 구간에 가로환경의 개선 등을 통해 스포츠와 역사, 종교가 어우러진 현대화된 명품거리로 재탄생하고 있다.이 밖에도 중구와 협력해 경제발전의 역사적 의미가 담긴 장소를 직접 걸어보는 ‘경제신화도보길’ 체험관광코스를 운영하고 있다.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 제일모직뿐만 아니라 대성산업, 평화산업 등 북구와 중구에서 경영을 시작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일명 ‘경제신화’ 기업들의 역사를 엿볼 수 있으며, 걷기를 통해 건강과 힐링을 동시에 충족시켜 주는 관광코스로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 친수적 문화휴식 공간 조성북구는 금호강 오토캠핑장, 유채꽃이 만발하고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절정을 이루는 노곡동에 있는 하중도, 동화천과 팔거천, 운암지와 서리지 등 친수적 문화휴식 공간을 조성해 자연과 수변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일상 속 바쁜 도심을 벗어나 가까운 곳에서 캠핑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금호강 오토캠핑장은 2019년 개장해 최근 붐 업하는 오토캠핑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춰 인기몰이 중이다.금호강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도심 속 힐링쉼터인 금호강 오토캠핑장은 코로나19로 여가활동이 제한된 지역주민들에게 캠핑 체험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는 공간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북구 노곡동에 있는 하중도는 봄이면 유채꽃이 만발하고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절정을 이루어 대구시민의 사랑받는 관광지로 손꼽힌다. 하중도 명소화 사업을 통해 진·출입 보도교, 다목적 광장 조성 등으로 시민들이 좀 더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어 한층 활기를 찾고 있다. 올해 말까지 보도교 경관 조명과 하중도 조명 설치공사 등이 마무리되면 야간에도 아름다운 하중도의 모습을 관람할 수 있어 북구 최고의 관광지로서 하중도 역할이 기대된다.북구는 수변도시로서의 면모를 강화할 하천정비와 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해 안전한 도시의 토대가 될 동화천과 팔거천, 운암지와 서리지에 생태와 문화라는 새로운 옷을 입힌 정비과정을 통해 수변환경이 환경과 생명의 도시문화로 재조명 받고 있다. □ 구암동고분군과 팔거산성대구 북구는 금호강, 팔거천 주변을 따라 고대 선사유적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유산이 존재하는 곳이다. 특히 구암동고분군과 팔거산성은 도심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삼국시대 문화유산이다.구암동고분군은 2018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된 이래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맞춰 다양한 정비사업이 추진 중이다. 1975년 발굴조사된 제56호분에 대한 재발굴을 시작으로 58호분, 5호분 등이 도굴되지 않은 채 발굴조사되어 토기류, 말갖춤새, 철기류, 장신구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면서 고고학적 성과가 축적됐을 뿐만 아니라, 1호분 주변 정비 등을 통해 탐방객들에게 보다 쾌적한 관람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고분군과 인접한 시 기념물 팔거산성의 발굴조사에서 대구지역 삼국시대 산성 처음으로 목간이라는 유물이 확인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북구는 이미 발굴조사가 완료된 구암동고분군 56∼58호분에 대한 봉분복원 설계사업, 304호분 정밀발굴조사, 사유지 매입사업, 56호분 기록화 용역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팔거산성 2차 정밀발굴조사, 사적 지정 학술용역도 추진하고 있다.팔거산성이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승격되면 적극적인 국·시비 확보를 통해 체계적인 정비와 복원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로써 구암동고분군과 함께 지역을 대표하는 삼국시대 문화유산으로 거듭남과 동시에 지역의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주민 중심의 특색있는 축제 및 문화행사금호강바람소리길 축제는 대구의 대표적 수변자원인 금호강을 무대로 펼쳐지는 북구의 대표축제다.가을에 금호강변에서 느낄 수 있는 음악과 문화가 힐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축제로 누적 관람객이 20만명을 넘는 등 대구에서도 규모가 큰 축제로 2020년 예비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됐다. 코로나19로 2년 연속 축제가 취소돼 아쉬움을 남겼으나 올해는오는 9월 24일부터 25일까지 금호강 산격대교 하단 둔치 일원에서 열린다. 축제는 친수지구로 지정된 금호강을 배경으로 체험 등의 행사와 다채롭고 풍성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향후 전국적 규모의 축제로 발전시킬 계획이다.이 밖에도 지자체 최초의 떡볶이 페스티벌인 ‘떡잘알 프로젝트’, ‘북꾸러운 스타킹’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북구가 지닌 가치를 재발견한다.□ 전문적인 문화예술활동을 통한 새로운 비전행복북구문화재단은 다채로운 문화행사와 프로그램으로 문화 다양성을 품은 지역의 대표 문화 플랫폼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지역 내 무용, 연극, 음악, 전통분야의 유망예술가들의 작품을 교육청과 협력해 지역 고교생들에게 선보이는 ‘유망예술가발굴프로젝트’와 가곡의 도시 대구의 전통을 잇고 청년 작곡가를 발굴하는 ‘대학창작가곡제’를 준비하고 있다. 어울아트센터 상주단체로 활동중인 ‘CM심포니오케스트라’의 공연 기획, 북구의 대표 문화공간인 ‘이태원길, 범 내려온다’등 야외전시와 토요문화골목시장 등 북구만의 특색을 담은 풍성하고 차별화된 문화 프로그램을 추진할 예정이다.전시로는 기존에는 지역 출신 청년예술가들을 선정해 진행하던 ‘EAC 시즌 전시’를 다양한 연령층의 작가들을 초대해 예술의 장을 선보이는 등 지역예술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하는 실험예술발굴 지원사업을 시행한다. /심상선기자 antiphs@kbmaeil.com

2022-07-04

‘아사달과 아사녀’는 영지 못의 물길이 되고…

‘아사달이 석가탑을 완공하기를 기다리던아사녀는 탑 그림자가 비치지 않자 못에 몸 던져후대 사람들은 이 못을 ‘영지’라 부르고그림자가 비치지 않은 탑을 무영탑이라 불러…’현진건이 연재한 소설 ‘무영탑’에서 설화 유래경주시 예산 투입 ‘영지설화공원’으로 변모이야기 바탕 2024년까지 ‘설화체험관’ 건립□아사달과 아사녀 슬픈 전설 깃든 영지외동읍 괘릉리에 있는 영지(影池)는 토함산과 관련된 곳 중 가장 풍성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림자가 비치는 연못’이라는 뜻의 영지는 불국사역 구정로터리에서 7번 국도를 타고 울산 쪽으로 가다 보면 보이는 저수지다.예전에는 베스를 잡던 낚시터였지만 지금은 경주시가 예산을 투입해 영지설화공원으로 조성하면서 주변이 깔끔해졌다. 산책로와 어린이 놀이터가 생겼고, 2024년까지 아사달과 아사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설화체험관이 건립될 예정이라고 한다.잘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영지 못 주변을 둘러보면 이야기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실감하게 된다. ‘아사달과 아사녀’ 설화는 단지 전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영지 못의 물길이 되고 산책로를 만드는 근간이 됐다.연못 너머로 토함산이 보인다. 토함산 어깨쯤에 아사녀가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올리며 그림자가 보이기를 바랐던 불국사의 석가탑이 있다.석가탑을 창건할 때 재상 김대성은 당시 가장 뛰어난 석공이라 알려진 백제의 후손 아사달을 불러 석가탑 조성을 맡겼다. 그에게는 아내 아사녀가 있었다. 아사달이 탑에 온 정성을 기울이는 동안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몇 달이면 돌아올 것 같았던 남편은 한 해 두 해가 흘러도 돌아오지 않았다. 하루빨리 석가탑을 완공하고 남편을 기쁘게 만날 날만을 고대하던 아사녀는 기다리다 못해 불국사로 찾아갔다.그러나 탑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여자를 들일 수 없다는 금기 때문에 남편을 만나지 못했다. 천 리 길을 달려온 아사녀는 남편 얼굴도 못 보고 돌아갈 수는 없었다. 애달픈 마음에 날마다 불국사 문 앞을 서성거리며 먼발치로나마 남편을 보고 싶어 했다.이를 보다 못한 한 스님이 꾀를 내었다. “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그마한 못이 있소. 그곳에서 지성으로 빈다면 탑 공사가 끝나는 대로 탑의 그림자가 못에 비칠 것이오. 그러면 남편도 볼 수 있을 것이오.” 금기가 깨질 것을 두려워한 스님의 거짓말이었다.이를 철석같이 믿은 아사녀는 다음날부터 온종일 못을 들여다보며 탑의 그림자가 비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무심한 수면에는 탑의 그림자가 비치지 않았다. 상심한 아사녀는 고향으로 되돌아갈 기력조차 잃고 남편의 이름을 부르며 못에 몸을 던지고 말았다고 한다.한편 탑을 완성한 아사달은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영지 못으로 한걸음에 달려갔으나 아내의 모습은 찾을 길이 없었다. 아내를 그리워하며 못 주변을 방황하고 있는데, 아내의 모습이 홀연히 앞산의 바윗돌에 겹쳐지는 것이 아닌가. 웃는 듯하다가 사라지고 또 그 웃는 모습은 인자한 부처님의 모습이 되기도 했다.아사달은 그 바위에 아내의 모습을 새기기 시작했다. 조각을 끝낸 아사달은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하나 이후의 이야기는 전해진 바 없다. 후대의 사람들은 이 못을 ‘영지’라 부르고 끝내 그림자가 비치지 않은 석가탑을 ‘무영탑’이라 했다.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 준 무영탑무영탑은 수많은 문학인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었다. 특히 민족시인 신동엽은 ‘너를 새기련다’ 라는 시를 통해 아사달의 다함 없는 사랑을 노래했다.너를 조각하련다 너를 새기련다이 세상 끝나는 날까지이 하늘 끝나는 날까지이 하늘 다하는 끝 끝까지찾아다니며 너를 새기련다.바위면 바위에 돌이면 돌몸에미소 짓고 살다 돌아간 네 입술눈물 짓고 살다 돌아간 네 모습너를 새기련다.나는 조각하련다. 너를 새기련다.이 목숨 다하는 날까지정이 닳아서 마치가 되고마치가 닳아서 손톱이 될지라도심산유곡 바위마다 돌마다네 모습 새기련다.그 옛날 바람 속에서미소 짓던 네 입모습눈물 머금던 네 눈모습그 긴긴 밤오뇌에 몸부림치던 네 허리환희에 물결치던 네 모습산과 들 다니면서 조각하련다. 아사달과 아사녀 설화는 빙허(憑虛) 현진건이 1938~1939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소설 ‘무영탑(無影塔)’에서 유래한다. 무영탑은 석가탑 건립 뒤안길에 서린 전설을 다룬 역사 소설이다. 현진건은 마치 역사 속 실화처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아사달과 아사녀의 이야기는 ‘소설적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정확히 말하면 역사서 어디에도 ‘아사달’이라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나마 아사녀에 대한 기록은 일본 동경도서관에 보관되고 있는 불국사 고금창기(경상도강좌대도호부 경주동령토함산 대화엄종불국사고금 역대제현계창기·慶尙道江左大都護府 慶州東嶺吐含山 大華嚴宗佛國寺古今 歷代諸賢繼創記)에 일부 나온다. 영조 16년(1740) 5월에 동은(東隱) 화상이 지은 고금창기는 불국사의 역사적 배경과 건축물, 유물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기록돼 있다. 현재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 사적기로 평가되고 있다.고금창기에는 “석가탑은 일명 무영탑이라고 한다. 불국사 건축 때 불사를 맡았던 장공(匠工)이 있었는데 그는 당(唐)나라에서 온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누이동생이 있어 아사녀(阿斯女)라고 했다. 아사녀가 오빠인 장공을 찾아왔으나 (당시 건축책임자로 추정되는) 대공(大功)이 아직 석가탑이 완공되지 않아 장공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장공은 날이 밝는 대로 서방 십 리쯤 된 곳에 가면 천연 못이 있을 터이니 그 못에 가면 탑 그림자가 비칠 것이라 했다. 그녀는 대공의 말을 따라 연못에 가보았지만 탑의 그림자가 비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석가탑의 이름을 무영탑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는 기록이 있다.이에 따르면 석가탑을 조성한 이는 ‘장공(匠工)’이다. 장공은 높은 기술을 가진 장인을 일컫는 말일뿐 사람의 이름이 아니다. ‘아사달’이라는 이름은 기록에 존재하지 않는다. 설화처럼 아사녀는 아사달의 아내도 아니다. 고금창기 원문에 나오는 ‘매(妹)’자는 누이를 뜻하는 것이지 아내는 아니라고 한다. 더군다나 장공은 백제의 후손이 아니라 당나라에서 온 사람이었다. □아사달 설화는 소설의 상상력이 빚은 허구아사달과 아사녀 설화는 신라시대부터 전해져 오는 것이 아니라 소설 무영탑에서 작가가 소설적 상상력을 동원해 만들어낸 허구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정설이다.아사녀가 연못에 몸을 던져 죽었다는 것도 근거 없는 이야기다. 석가탑의 그림자가 비치지 않는다면 왜 연못에 그림자가 비치지 않느냐고 스님에게 가서 따지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영지의 위치에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많다. 설화의 이야기처럼 불국사 석가탑이 완공되면 영지에 모습이 비칠 것이라고 했는데 현실적으로 석가탑의 그림자가 11km(28리) 너머에 있는 영지 못에 비치는 것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사실 영지는 불국사 경내의 백운교, 청운교 앞 구품연지를 가리킨다는 추측이 더 현실적이다.영지 연못 우측 솔밭에는 통일신라시대 석불인 영지 석불좌상이 있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204호 석불좌상은 아사달과 아사녀의 명복을 빌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대략 통일신라시대 8세기 중엽 이후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불상의 얼굴은 뭉개졌지만 몸체와 대좌 광배 등은 모두 뚜렷하게 남아 있다. 비바람 등 세월의 흔적으로 망가진 듯 했으나 자세히 살펴보니 누군가 고의로 훼손한 듯하다.영지를 돌아 나오는 순간 수면 위로 햇살이 비추며 윤슬이 반짝였다. 문득 아사녀의 미소를 본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최병일 작가

2022-07-03

“주변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여기까지 온 거야”

세상에 홀로 남겨진 김두호. 그때부터 세상살이는 혼자만의 싸움이었다. 그림만이 그를 위로했다. 다행히 어려운 시기마다 손을 내밀어준 고마운 사람들이 있었다.어느 때인들 예술가에게 호락호락한 시절이 있었던가?삶이 고단할수록 예술혼은 치열했다. 대학 입학부터 귀향까지의 여정을 들어 본다. 배 : 대입 관문은 통과했다지만 서울 생활이 녹록치 않았을 텐데요. 대학 등록금도 그렇고 생활비는 어떻게 마련하셨습니까?김 : 대학 가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고생했어. 친구 하숙집에 얹혀살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고군분투했지. 생활비며 미술 재료비를 전부 혼자 해결해야 했으니까. 막막하던 차에 서병언 선배를 만나게 되었지. 선린애육원 원장이던 서두필 장로의 아들로 당시 서울대 공대를 다니고 있었어. 생활비를 마련하려면 일을 해야 하는데 도와줄 수 있느냐고 했더니 기다려보라고 하더군. 나중에 연락이 와서 가보니 어느 가정에 아이들이 모여 있는데 그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었지.배 : 미술을 지도했나요?김 : 국어, 산수, 과학, 사회 과목을 가르쳤어. 그렇게 번 돈으로 등록금을 내고 생활비로도 썼지. 아이들을 가르치고 친구 하숙집 방에 돌아오면 하늘이 노랄 정도였어. 내가 대학을 졸업한 건 어떤 면에선 기적이지.배 : 이명석 선린애육원 원장도 도움을 많이 주셨다고 들었습니다.김 : 내가 선린애육원에 있을 때 원장이셨어. 수도산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뒤에 서서 잘 그린다고 칭찬을 해주셨지. 이명석 원장님은 대학 다닐 때도 도움을 많이 주셨어. 학비를 마련해준 적도 있고, 한 번씩 찾아와서 도움을 주셨어. 미술 교사 시절에는 작업실을 마련하도록 해주셨고. 원장님은 내가 못 잊을 분이야. 그리고 부례문 선교사도 학비 일부를 도와주셨지. 그렇게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지금까지 살아온 거야.배 : 대학 졸업 후에는 서울에 계셨더군요?김 : 졸업 후에 서라벌예술대학 장리석 교수가 고향으로 가지 말고 서울에서 그림을 그리라고 하셨어. 서울에 있어야 그림을 그리지 고향 가면 못 그린다고 말이야. 원래는 포항에 가서 교직 생활을 하려고 했거든. 당시는 미술과 졸업만 해도 교사 자리를 구할 수 있었어. 그래도 교수의 말을 믿고 서울 서대문에 아폴로미술학원을 냈지.배 : 장리석 교수가 김 선생님을 많이 아꼈나 봅니다.김 : 나를 좋게 봤나 봐. 그림으로 성공하라고 서울에서 그림을 그리라고 하신 것 같아. 장리석(1916∼2019)은 평양 출신으로 1960년부터 서라벌예술대학 강단에 섰다. 그의 교수법은 많은 일화를 남겼는데, 학생들의 작품에 과감한 가필(加筆)로 유명했다. 뭉툭뭉툭한 붓 터치와 강렬한 색채의 대비에 의한 가필에 고등학교에서 아카데믹한 교육을 받고 올라온 학생들의 세밀한 그림은 다시 손보기가 어려울 정도가 되어버렸다고 전한다.배 : 학원 운영은 어땠습니까?김 : 학원 근처에 이화여고가 있어서 미술반 학생들이 많이 왔어. 이젤 놓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학원생들이 많았지. 수입이 괜찮아서 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는 되었어. 그런데 종종 화실에 놀러 오던 지인이 실내 디자인을 해보자고 하는 거야. 당시 명동에 미장원이나 옷가게가 우후죽순 생겼거든. 디자인만 해주면 된다는 거야. 세상 물정을 모르는 나는 그 말만 믿고 종로3가 단성사 앞에 사무실을 마련했어. 충무로, 종로, 명동에 상권이 마구 생겨날 때라 처음에는 수입이 괜찮았지. 그러다 그 지인이 이번엔 보건사회부와 상공부가 주관하는 불량 상품 전시회를 맡아보자고 제안하더라고. 사업권은 본인이 따낼 수 있으며, 계약금의 절반 이상은 남을 거라고 하면서 말야. 당시 서울시청 앞에 국립공보관 건물이 굉장히 넓었는데 그곳을 가득 채우는 일이니 사업이 꽤 컸지.배 : 불량 상품 전시회라니 독특한 행사였네요.김 : 그때는 불량 상품이 수두룩했으니까. 문제는 보건사회부 직원들이야. 저녁마다 공무원 대여섯 명이 오면 술을 사줘야 하는데 술값이 말도 못 해. 그것도 연못에 배를 띄우고 술을 먹는 생전 처음 보는 술집에만 가는 거야. 배 : 불량 공무원이었네요?김 : 기막힌 일이 많았어. 도중에 다른 업체가 보건위생과 직원을 구워삶아 사업을 따내려고 달려든 거야. 선린애육원 이명석 원장의 아들인 이진우 국회의원을 찾아가서 사정을 토로하니 보건사회부에 전화를 넣더군. 그제야 상대 업체가 손을 뗐는데 국회의원 힘이 대단하다고 느꼈어. 그렇게 일은 시작되었는데 그 넓은 전시공간을 채우기에는 시간이 촉박했어. 또 박정희 대통령이 개관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얼마나 재촉하는지. 거기다 선금은 공무원 회식비라며 10퍼센트를 떼고 주더군. 그 돈으로 판자며 각목, 못 같은 재료를 사서 밤낮으로 일했어.배 : 불량 상품은 어떻게 모았는가요?김 : 보건사회부 직원들이 시중에 수집하러 돌아다녔어. 그러니 물품제조 업체 관계자들이 찾아와서 야단인 거야. 자기네 회사 물건이 전시되면 아무도 안 산다고 난리를 치는 거지. 공사하랴 그런 업체 막으랴 정말 가관이었어. 행사를 끝내고 정산해보니 적자가 났더군. 학원을 운영하며 모아둔 돈까지 날렸지. 세상 물정 모르고 욕심을 부린 탓이었어. 그때 학원은 수강생이던 미대 졸업생에게 맡기고 서울 생활을 끝냈지.김두호의 서울 생활을 청산하게 만든 불량 상품 전시회는 역설적이게도 연일 성황을 이루었다.상공부와 보사부가 공동 주최로 국립공보관에서 지난 10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여는 ‘불량상품전시회’에는 하루 평균 1만 5천여 명씩 몰려들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전시장을 꽉 메운 관람객은 한결같이 이번 전시회를 잘한 일이라고 칭찬하면서 ‘조금 일찍 했더라면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주고 악덕 상인이 지금쯤은 없어졌을 것’이라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신문, TV, 방송 등에 요란한 광고를 내는 소위 일류 메이커의 제품 등 총 1천539종이라는 엄청난 양의 불량상품이 전시된 회장엔 저녁때가 되어도 ‘고객’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았다.-「부끄러운 인기 최고」,『조선일보』1970년 9월 13일자.배 :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어디로 가셨나요?김 : 대구에 대학 동기인 최병소가 있었거든. 지금도 대구에서 활동하는 친구인데, 대구 상서여상 미술 교사였어. 교직에 몸담기 전에 운영하던 학원이 있었는데 그걸 맡아달라고 부탁하더군.최병소(1943∼ )는 서라벌예술대학을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1970년대 박현기, 이강소 등과 함께 한국 현대미술운동의 획을 그은 대구현대미술제 주축 멤버로 활동했다. 미술대학 재학 시절의 김두호. 배 : 포항에는 어떻게 오게 되었습니까?김 : 대구로 가면서 권영호 선생한테 어디 가서 머리 좀 식히고 싶다고 말했어. 그랬더니 권영호 선생이 죽장중학교 권태환 교장과 연결해주더군. 권태환 교장이 대구에 와서 나를 만났고, 그 직후 죽장중학교 발령을 받았어. 사실 권영호 선생이 대구여고 미술 교사 자리를 권했지만 응하지 않았어. 포항에서 미술 교사를 하고 싶었거든.배 : 죽장은 지금도 포항 도심에서 버스로 한 시간 넘는 거리인데 당시엔 오죽했을까 싶습니다. 생활은 어떠셨어요?김 : 교장 사택에 비어 있는 아랫방을 사용했어. 최소 3년은 근무하기로 약속했는데 2년도 못 버텼어. 학교에 전화기가 없어서 우체국까지 가서 공중전화를 썼지. 막상 들어가 보니 너무 외진 데다 그림 그릴 여건이 안 되는 거야. 밤마다 동료 교사들이 어울리는데 거절하기도 쉽지 않고. 이따금 학생들 견문을 넓혀주려 대구로 사생대회를 다녔는데, 최병소가 나더러 골짜기에 살더니 촌놈 다 되었다고 말했을 정도지.배 : 그래서 대동중학교로 옮기신 건가요?김 : 포항에서 활동하던 서예가 박인호가 대동중학교에 자리가 났다는 소식을 전해주었어. 박인호 선생과의 인연은 대구에서 시작되었지. 대구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할 때 포항여고 다니던 딸을 데리고 왔더군. 그 딸이 주말마다 대구에 와서 내 지도를 받았지. 그때 박인호 선생이 고향으로 가서 활동하는 것이 어떠냐고 권했어. 대동중학교로 부임하는 과정은 일사천리였어. 동인교육재단 초대 이사장이 김경섭 동인병원 원장인데 그 아들이 중학교 동창이었어. 미술 교사 자격증이 있느냐기에 그렇다고 하니 바로 김현호 교장(1969년 대동중학교 초대 교장, 1972년 대동고등학교 초대 교장 역임)과 연락이 닿았고, 마침 그때가 2월 말이어서 며칠 후에 출근했지.대담·정리 : 배은정(소설가) / 사진 촬영 : 김훈(사진작가) / 사진 제공 : 박경숙(미술평론가)

2022-06-29

779년 또는 1430년, 경주 훑고간 지진 탓 추정

길고 긴 인류의 역사. 그 속에서 유적은 물론, 번성을 누렸던 거대한 도시 전체가 자연재해나 전쟁에 의해 파괴되거나 통째 사라져버리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전 세계 관광객들이 ‘잊을 수 없는 고대 유적지’로 지목하는 폼페이. 이탈리아 캄파니아 나폴리 인근에 위치한 이 도시는 역사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낯선 이름이 아니다.지금은 사라진 고대 로마의 도시들 가운데 가장 유명하다고 불러도 좋을 폼페이. 귀족들의 휴양지로 이름 높았던 이 도시는 지금으로부터 2천여 년 전 여름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하루 만에 완전히 폐허가 됐다.폼페이가 실재했다는 증거는 1592년 운하 건설 과정에서 발굴된 유물과 유적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600여 년 전 인도 중부에 존재했던 힌두왕국 함피. 16년 전 여행자로 이곳을 찾았을 때 내려쬐는 뜨거운 햇살 아래 곳곳에 남겨진 수많은 힌두사원을 보며 문화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폼페이는 화산 폭발이라는 자연재해 탓에 유적과 유물이 1500년 이상 화산재에 덮여 있었다.반면 함피는 인간의 욕망이 야기한 종교간 전쟁 때문에 ‘파괴된 유적의 도시’가 됐다. ‘두산백과’는 함피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고대 인도의 대서사시인 ‘라마야나’에 등장하는 왕국 키슈킨다의 중심지로 인도신화의 신(神) 비슈누의 7번째 화신인 라마가 다녀간 곳이라고 한다. 14세기에서 17세기 사이 남인도에서 번성한 힌두왕조 비자야나가르왕국의 수도였으며 그 사실을 증명하는 유적지가 남아 있다. 무슬림연합국의 침략을 받아 왕조가 망하면서 폐허가 됐다. 함피엔 비루팍샤사원·하라자라마사원·비탈라사원 등이 있다. 시바신을 모신 비루팍샤사원에는 높이가 50m에 이르는 큰 문이 있고…” □ 남산 마애불을 쓰러뜨린 지진은 언제 발생했을까폼페이나 함피처럼 도시 전체를 황량하게 만들어버린 큰 규모의 재해나 전쟁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80,000kg짜리 남산 마애불을 넘어뜨린 건 무엇이었을까.학예연구관 이희진의 논문 ‘경주 남산 열암곡사지 석조불상 연구’엔 남산 마애불이 바위에 새겨졌던 위치와 쓰러진 형상, 정확한 크기까지가 서술돼 있다.“열암곡사지 마애석조여래입상(남산 마애불)은 2007년 석조여래좌상 주변 발굴조사 과정에서 발견되었는데, 석조여래좌상에서 남동쪽으로 약 30m 거리, 30도 정도 경사진 산 사면에 마애불상이 새겨진 면이 바닥으로 향한 채 앞으로 넘어져 있었다.마애여래입상이 위치한 곳은 열암곡사지 석조여래좌상과 같은 능선에 연결되어 있는 선상에 있고 건물지 축대 인근에서 발견된 것으로 볼 때, 열암곡사지 사역 내에 석조여래좌상과 같이 모셔졌을 것으로 생각된다.마애여래입상이 위치한 곳은 산 사면과 노두(露頭)가 발달되어 있는데 원래는 노두에 얹혀 있던 것이 후대에 외부의 어떠한 충격으로 넘어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마애여래입상은 화강암(약 250×190×620cm, 무게 약 80t) 한 면에 높은 돋을새김으로 표현돼 있다. 여래상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460cm, 연화대좌가 100cm로 전체 높이가 560cm에 이르는 대형 마애불인데, 여래상의 머리 위쪽 끝 부분과 허벅지 부분만 암반과 돌덩이에 닿아 여래상을 지탱하고 있다…(후략)”엄청난 무게와 높이를 가진 이 불상은 왜 쓰러졌을까? 가장 먼저 머리를 스치는 의문이다. 당연한 수순처럼 발견 당시인 2007년부터 이에 관한 연구와 조사가 지속됐다.오랜 세월 몸을 숨기고 있던 남산 마애불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다시 드러낸 지 2년쯤의 시간이 흐른 2009년 6월 부경대학교 환경지질과학과 지질구조재해연구실은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여래입상 붕괴에 대한 지질학적 접근’이라는 논문을 발표한다.당시 이 연구에 참여한 학자들은 “경주는 양산단층과 울산단층이 만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최근 양산단층과 울산단층 주변에서는 20여 개의 제4기 단층이 보고돼 이 단층들의 활성도와 고지진과의 연관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며 “역사적 기록으로 볼 때 경주 지역에서는 많은 인명과 문화재가 대규모 지진에 의해 피해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신라 혜공왕 시절의 지진이 마애불 붕괴의 원인?이 논문은 다음과 같은 내용도 담고 있다.“경주 남산의 열암곡에서는 석불좌상 정비사업 중 8세기 후반의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여래입상(남산 마애불)이 전복된 상태로 발견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 마애여래입상의 붕괴가 779년의 경주 지진과 같은 지질재해와 연관될 가능성을 검토하고, 이 불상의 원위치와 방향을 추정하였다…(후략)”실제로 혜공왕이 왕위에 오른 지 15년째 되던 해인 779년 신라에선 큰 지진이 발생했다.김부식의 역사서 ‘삼국사기’에도 ‘혜공왕 15년 봄 3월, 경도에 지진이 있어 주민들의 집이 무너지고 죽은 자가 100여 명이었다(十五年 春三月 京都地震 壞民屋 死者百餘人)’는 기록이 나온다.남산 마애불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이후인 7세기 후반에서 8세기 초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혜공왕 시절의 지진으로 불상이 전복됐다면 새겨진 후 얼마 되지 않아 몸 전체가 뒤틀려 쓰러지는 비극을 맞이한 것이 된다.인명 피해와 함께 적지 않은 유물과 유적의 파괴까지 동반했을 지진만이 아니었다. 혜공왕 시절엔 다른 흉사(凶事)도 많았다.커다란 호랑이가 왕궁에 들어와 사람들을 위협하며 어슬렁거린 일이 있었고, 국가가 관리하던 황룡사에 유성이 떨어져 한바탕 난리가 벌어지기도 했으며, 정치적으로도 크고 작은 혼란이 지속됐다.12년이라는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여섯 차례의 지진이 연이어 발생하자 “왕의 덕이 부족해 땅이 흔들리고 집이 무너지니, 왕은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정치를 똑바로 하라”는 상소까지 빈발했다.샤머니즘(Shamanism)에 기대 세상사를 해석하는 이들이라면 ‘불교국가인 신라에서 자연재해와 정치 다툼으로 백성이 고통 받았으니, 이를 안타깝게 여긴 불상이 쓰러진 것“이란 의견을 내놓을 수도 있을 듯하다. 물론, 이런 견해가 이성적일 수는 없다. □ 부경대 지질구조재해연구실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추정은…앞서 언급된 부경대 환경지질과학과 지질구조재해연구실의 논문은 과학적 조사와 분석을 통해 다음과 같은 추정을 사람들 앞에 제시한다. 남산 마애불의 붕괴 이유에 관한 것이다.“마애여래입상(남산 마애불)의 붕괴 원인은 이 불상의 크기와 무게로 미루어볼 때 인위적인 파괴나 이동에 의해 붕괴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며, 특히 이 불상의 얼굴 부분이 전혀 손상을 입지 않고 온전하게 보존돼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인위적 파괴보다는 갑작스런 지진이나 홍수와 같은 큰 자연적인 재해에 수반된 진동이나 산사태 등에 의해 붕괴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여기에 더해 “(붕괴돼 쓰러져 있는) 현재 위치에서 반경 약 12 m 이내의 사면 상부에 존재하는 자연암반에 조각되었던 것으로 판단되었다”는 연구 결과를 서술하고 있다. 7~8세기 최초로 남산 마애불이 새겨졌던 위치를 가늠해낸 것이다.지난 2018년에는 남산 마애불을 쓰러뜨린 건 1430년에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 지진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문화재청이 의뢰한 관련 연구를 수행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남산 마애불은 약 600년 전 넘어진 것이며, 그 원인은 1430년 경주 일대를 뒤흔든 지진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내놓았다.이 지진에 관해서는 ‘세종실록’에 그 기록이 남아 있다. 아래와 같은 문장이다.“1430년 9월 30일 경상도 경주(慶州)·신령(新寧)·흥해(興海)·청하(淸河)·영일(迎日)·밀양(密陽)·김해(金海)·울산(蔚山)·의성(義城)·영해(寧海)·하양(河陽)·문경(聞慶)·진보(眞寶)·장기(長鬐)·청도(淸道) 등 고을에 지진이 일었다.”어쨌건 15년 이상 축적된 학계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남산 마애불을 쓰러뜨려 땅을 보고 엎드려 있게 만든 건 지진이 분명해 보인다. 신라 혜공왕 때의 지진이건, 조선 세종 때의 지진이건.그렇다면 이제 남아 있는 가장 큰 의문은 “왜 아직 남산 마애불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가”라는 게 아닐까./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2-06-28

수술 年 1만례… 국내 정형성형 대표병원으로 우뚝

포항세명기독병원은 지난 23일 본관 10층 광제홀에서 정형성형병원 개원 20주년 기념식을 열고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다.이날 기념식은 정형성형병원 류인혁 원장의 인사와 포항세명기독병원 한동선 이사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지난 20년간 정형성형병원 발전에 기여한 직원에 대한 공로상 수여 및 상지관절센터, 하지관절센터, 척추센터, 성형재건센터 대표들이 지난 2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류인혁 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2002년 당시 세명정형성형외과의원을 운영하며 가장 큰 고민이 정형외과 환자가 가진 내과적인 문제가 원스톱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었다”며 “환자가 늘고 수술 건수가 많아지며 그 고민이 점차 깊어질 때 한동선 원장님께서 함께하자는 제안에 마음이 움직였고, 포항지역에도 환자들이 믿고 찾는 병원을 만들고 싶다는 일념으로 합병을 선택했다”고 소회를 밝혔다.이어 “지난 20년 동안 우리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노력해 준 덕분에 정형성형병원이 전국에 소문난 정형외과 분야 대표병원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우리의 최종 목표는 지역을 넘어 우리나라 중심병원, 더 나아가 정형외과 분야 세계적인 병원으로 발전하는 것인 만큼 더 연구하고 공부하는 자세로 병원을 찾는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2002년 6월 정형성형병원 발걸음 시작20년 전 포항기독병원은 14개 진료과에 전문의 24명이 진료하는 종합병원이었다. 그 당시 IMF가 지나가며 의료계 또한 그 파급을 피해 갈 수 없었고, 고가의 수입 장비를 대부분 리스로 구입했던 병원들은 경영 부담으로 이어지며 전국 병의원 폐쇄율이 연평균 10%를 웃돌았다. 한동선 병원장은 수도권 대학병원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98년 초 부친(한영빈, 포항기독병원 설립이사장)의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급하게 원장으로 부임해 IMF의 여파를 고스란히 겪는 상태였다.한동선 병원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고심 끝에 병원을 전문 특성화 병원으로 전환하고 50년간 이어오던 병원 명칭을 변경하며 변화를 위해 집중했다”며 “그 첫 번째 선택이 실력 좋기로 소문난 세명정형성형외과의원과의 합병이었다”고 말했다.2002년 포항기독병원은 14개 진료과에 전문의 24명, 운영 병상 214병상에 직원 수 232명인 포항시 5개 종합병원 중 5위에 해당하는 병원이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포항세명기독병원은 24개 진료과에 전문의 126명, 운영 병상 776병상, 전체 직원 수 1천900여명에 이르는 포항지역 대표병원으로 성장 발전했다.포항세명기독병원의 발전 성과를 단순히 한 의료기관의 발전으로만 보기에는 부족하다. 병원은 일반 산업과 달리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있는 지역은 의료비 역외 유출을 막아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담당한다.세명기독병원 정형성형병원은 정형외과 전문의 2명과 성형외과 전문의 1명 등 전문의 3명으로 출발했다.병원은 이후 발전을 거듭하며 2011년 관련 전문의 20명이 진료하는 연간 내원 환자가 10만명을 넘어서는 단계에 이르자 ‘정형성형센터’를 ‘정형성형병원’으로 확대 개편했다. 이어 정형성형병원에 상지관절센터, 하지관절센터, 척추센터, 성형재건센터로 세분화하며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했다. 정형성형병원은 개원 원년부터 매년 10% 넘는 성장을 이뤄내며 개원 20주년을 맞은 현재 관련 전문의 29명이 연간 외래 환자 20만명, 수술 1만건을 진행하는 국내 정형성형 분야 대표병원으로 발전했다. □ ‘전문 분야 NO1’ 지향하는 정형성형병원류인혁 원장은 정형성형병원이 인구 50만명인 중소 도시 포항에 위치하면서도 국내 정형외과 분야 선두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을 상지관절센터, 하지관절센터, 척추센터, 성형재건센터로 세분화한 동시에 질환별 맞춤형 진료 시스템을 갖춘 덕분이라고 강조한다.정형성형병원은 상지관절센터에 전문의 7명, 하지관절센터에 전문의 6명, 척추재건센터에 전문의 6명, 성형재건센터에 전문의 2명 통증 치료와 마취를 담당하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8명 등 29명의 전문의가 각각 분야별 진료를 통해 전문성을 강화했다.이 같은 시스템은 연간 1만명에 못 미치던 정형외과 내원 환자 수를 연간 20만 명이 넘게 찾는 국내 정형외과 단일 분야 1위 병원으로 탈바꿈하게 만들었다.수술 분야의 발전은 더욱 눈부시다. 2001년 연간 400여건에 못 미치던 정형외과 수술 건수가 현재 연 1만례를 넘어서 우리나라에서 정형외과 수술 가장 많이 하는 병원’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2020년 기준 서울에 위치한 국내 탑5 병원 중 A병원이 6천425건, S병원 6천59건과 비교하면 더욱 놀라운 결과다. □ 정형성형병원의 큰 놀라움은 학문적 노력정형성형병원 의료진들은 학문적 노력을 지속해 왔고 2006년 이후 SCI 급 국제학회지에 게재된 논문만 31편에 이른다. 발표한 논문은 외국 교과서에 게재되고 임상 의사에게 관련 질환의 치료 방향을 제시하는 근거로 인용되며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무엇보다 개원 당시부터 매년 어깨, 팔꿈치, 손목, 관절경 수술, 발목, 척추 등 각 분야별 전국 규모의 학술 심포지엄을 꾸준히 주관 개최하는 한편 일정 기간 근무한 의료진들은 원할 경우 외국의 유수 대학 연수를 지원하며 진료서비스 향상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또 소속 의료진들은 대한수부외과학회, 대한미세수술학회, 대한관절학회, 대한척추학회 등 여러 학회에서 중심적으로 활동하고 류인혁 원장의 경우 2022년 대한수부외과학회 회장으로 추대되며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는 국내 정형외과 분야 발전에 디딤돌 역할을 다하고 있다. □ 대학병원급 이상의 진단 장비와 수술 장비 구축으로 치료 효과 극대화정형성형병원은 최신의 최첨단 장비를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2016년 대구·경북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640채널 CT 3.0T MRI는 의료진들의 질환 진단과 수술 결정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어깨와 팔꿈치, 손가락, 손목 관절과 하지관절의 발목, 무릎, 대퇴 관절 등 모든 관절 수술에 활용되는 가장 최신의 관절경 수술 장비 8세트를 갖췄다. 이 장비는 영상 전송 장치를 갖춰 실시간으로 수술 장면 저장이 가능하다.견관절 수술용 beach chair set spider 3대는 어깨 수술 환자의 고정 장치로 회전근개파열(RCT) 수술 및 어깨 관절 주위의 수술 시 안정적인 자세를 잡아줘 수술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외에도 최첨단 미세혈관 접합 수술용 현미경 OPMI Vario S88 2대와 뼈 수술에서 직접 뼈를 보며 정확한 수술에 필요한 c-ARM 장비를 수술방마다 구비하고 이들 장비에서 취득한 영상은 곧바로 의학영상정보시스템(pacs)으로 전송 저장해 결과 학인이 바로 가능하다.경북 동해안권은 바다를 끼고 있고 철강 공단이 많은 지역 특성상 사고가 많고 고난이도의 수술과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 발생률도 높다. 이런 중증 외상 환자 치료를 위해 우수한 의료진 확보와 첨단 장비와 편리한 시설에 대한 투자를 끊임없이 이어가는 포항세명기독병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2022-06-27

산림생물 다양성 지켜내는 보물창고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일원에 위치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고산식물 등 기후변화에 취약한 산림생물자원의 보전과 관리를 위해 2009년부터 2015년까지 국비 2,200억원이 투입되어 설립되었다. 임시개원을 시작한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누적 방문객은 78만 명에 달한다. 수목원은 그동안 방문객은 산림생물자원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전파하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2022년 현재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내에 39개의 전시원이 있으며 대표적으로 고산식물 수집 및 보존을 위한 암석원, 진달래속 식물 수집 및 보전을 위한 만병초원 등이 조성되어있다. 백두대간수목원이 산림보전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역할과 효과를 소개한다. □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산불피해 회복, 산림보전·복원’ 위해 ‘총력’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올해 3월 발생한 울진·삼척 산불피해지 보호구역에 대하여 산림청의 의뢰를 받아‘울진·삼척 보호구역 산불피해지 산림생태복원 전략 수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본 사업은 민·관·학이 함께 참여한 공동조사단을 편성하여 과업을 수행하며, 수행기간인 5월부터 9월까지 토양, 식생 및 동식물자원 등 다양한 생태 환경 분야를 조사하여 산림피해 현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유형별 산림생태복원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또한, 산불피해 회복을 위해 공공정원 조성과 무료관람서비스 제공 등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하여 추진하고 있다.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인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의 원활한 복원을 위해 정밀조사를 적극 추진하여 산불 피해지 생태복원 및 복구대책을 앞장서 마련할 계획이다.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지난 2019년도 백두대간 생태계의 보전정책 지원과 연구를 하는 산림복원지원센터로 지정되었다. 2020 세계산림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훼손된 산림면적은 약 4억 2천만ha로 우리나라 산림면적의 약 66배라고 한다.우리나라도 황폐화된 국토의 녹화에 성공하였지만 다양한 원인으로 여전히 산림면적은 줄어들고 있다. 산림복원은 이러한 산림을 복구하고 생태계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인간의 복지와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숲의 면적을 넓히고 복원하기 위한 사업은 가장 시급한 일 중 하나이며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산림복원’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산림생물자원의 보전을 강화하기 위해 백두대간 산림생물 자원의 조사, 멸종위기종 모니터링 등을 통해 보전기반을 구축하고, 백두대간 산림훼손지역의 산림생태계 복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자생식물 종자정보구축, 복원용 종자생산을 위한 시드존(Seed Zone) 설정, 작물재래원종과 아시아권역 유용식물자원 수집 및 현지외 보전 등을 통해 야생종자의 글로벌 보존체계를 갖추어 나가고 있다. □ 태범, 무궁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유학’ 활발한 근황 전해작년 10월 에버랜드에서 태범, 무궁 남매가 한국 호랑이 공동 연구를 위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으로 유학을 왔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범궁남매를 위해 지난 1월부터 호랑이숲 운영을 중단하고 시설을 개선했다.하나로 된 대방사장에 철책을 설치하고 2개의 방사장으로 나눴다. 또한 환경개선을 위해 연못과 그늘동굴, 행동풍부화를 위한 놀이기구를 설치했다. 범궁남매는 약 6개월여 동안 적응기간을 거쳐 지난 4월 15일 호랑이숲 재개장에 맞춰 관람객에게 첫선을 보였다.범궁남매는 두살배기로 덩치는 크지만 아직 성장하는 단계로 호랑이숲에 적응을 위한 지속 훈련중에 있다. 현재 두 마리 모두 잘 적응하여 야외 대방사장에 나와 산책과 물놀이, 장난감 놀이 등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으며 식단으로는 쇠고기와 닭고기 4~6kg을 섭취하고 있다.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앞으로도 보유한 호랑이들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이며 호랑이숲의 새로운 변화를 통해 동물복지에 기반한 시설운영을 실현토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관람객을 대상으로 호랑이 보호교육을 실시하여 백두산호랑이 보전의 장을 구현하고 장기적으로는 호랑이 개체 수 확대 및 생태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지역축제 ‘봉자페스티벌’, 경제적·비경제적 성과 톡톡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지역상생 협력체계 구축을 위해 지역 산·학·연·관·민이 참여하는 지역상생협력 및 지역특성산업지원을 벌이고 있다.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이를 위해 △계약재배 및 재배기술 보급 △지역 상생형 ESG 콘텐츠 개발 △청년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실시하는 등 ESG 경영을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 지역농가와 위탁 계약재배 통한 상생 페스티벌 개최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지역상생협력 프로젝트 일환으로 국민과 지역민이 함께하는‘봉자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봉자 페스티벌’을 통해 지역 임·농가들은‘봉자 페스티벌’에 필요한 각종 야생식물을 위탁 재배해 조달한다.‘봉자 페스티벌’에 활용된 식물을 공급하기 위해 지난해 한 해 경북 봉화지역 32개 지역 농가가 계약재배사업에 참여했다.이를 통한 경제적·사회적 가치도 크다.‘봉자 페스티벌’을 통해 신규 창업 10건과 32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봉자 페스티벌’에 참여한 지역 농가는 5억 8천5백만 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봉자 페스티벌’을 통해 수목원의 보유기술인 재배기술을 보급함으로써 지역 농가의 재배기술 역량도 크게 높였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작년 한 해 초보 지역 농가를 대상으로 전수한 재배기술은 모두 15건으로 전년 대비 7%나 늘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SNS 홍보채널을 활용해 지역 농가들의 애로사항을 실시간 청취하기도 했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수목원 ESG 콘텐츠 개발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수목원의 공간과 자원을 적극 활용해 지역에 전시 문화를 확산하는 동시에 지역 예술인을 육성 및 지원하는 지역 상생협력사업을 진행중이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지난해 주민 참여형 강연과 음악회 등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문화가 있는 날’을 운영했다. 또한 지역상생협력 프로젝트 추진으로 지난해 7월 ‘제 16회대한민국 CSR/ESG’대상 지역사회 부문에서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더불어 경북지역 산림관광·문화 확산 공로를 인정받아 경북도지사 표창을 받았다.인 / 터 / 뷰 이종건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원장 이종건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원장세계유일 야생종자 ‘시드볼트’ 보유한 亞 최대 수목원답게 차별화 운영 노력-원장 취임 2년이 되셨습니다. 지금까지의 성과와 소회를 말씀해 주세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재작년 7월 부임 당시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사무처의 세종 이전과 국립세종수목원의 개원으로 조직이동이 활발히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임기동안 조직의 조기 안정을 위해 업무시스템 정착에 최우선을 두었습니다.더불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고산식물 보전의 차별화를 두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특히, 수목원 내 멸종위기 고산칩엽수 보전원을 조성하여 현지외 보전에 힘쓰고 있습니다.또한 보전가치가 높은 멸종위기식물의 복원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를 통해 산불로부터 피해를 입은 강원도 울진과 삼척지역의 산림자원과 천연기념물을 보호하는 중기계획을 수립하였습니다.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그린바이오 산업을 위한 연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작년, 에센셜 오일 효능과 관련한 특허 3개를 출원해 (주)에세파인에 기술이전 하였으며 (주)드문 연구 수요를 반영하여 제품 효과를 검증하고 신제품 개발과 출시에 도움을 주었습니다.그 외에도 지역민과 함께하는 봉자페스티벌 개최를 통한 일자리 창출 및 지역 경제 활성화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함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였습니다.앞으로도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국민에게 사랑받는 최고의 수목원·정원 서비스 전문 기관이 되기 위해 산림청 및 관련 민·관 단체와 협력하여 국민행복에 기여할 것입니다.-마지막으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을 찾는 방문객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소속으로 백두대간 및 고산지역 산림생물자원 보전을 위해 설립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전체 구역 5,179ha내에 206ha, 39개 전시원을 가진 아시아 최대수목원이자 세계 유일의 야생종자 영구저장시설인 시드볼트를 보유한 수목원입니다.또한 6마리의 백두산호랑이가 사는 호랑이숲과 백두산·한라산 및 중앙아시아지역 등 고산식물을 보유한 수목원으로 다른 수목원보다 많은 분야에서 차별되는 수목원입니다.천혜의 자연경관 조건을 가진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3,940여종에 달하는 우리 자생식물을 관람할 수 있으며 산림생물자원의 보전과 활용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봉화/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2-06-27

송도 숲에서 스케치하며 화가의 꿈 키워

김두호는 포항 미술의 여명을 밝힌 서창환을 만나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우고 화가의 꿈을 꾼다.인터뷰 내내 서창환 선생에 대해 감사를 표했고, 그림에 대한 기억의 근원은 모두 서창환 선생에게로 닿았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미대 입시를 준비하라며 석고상까지 빌려준 권영호도 빼놓을 수 없는 인연이다. 미술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학창시절 이야기를 들어보았다.배 : 선생님께서 처음으로 화폭에 담은 풍경을 기억하시나요?김 : 송도 숲이지. 포항중학교 다닐 때 서창환 선생님이 미술반 학생들을 데리고 토요일마다 송도 숲에 갔어. 그때 그림을 많이 그렸고 실력도 늘었지. 유화는 구경도 못 할 때여서 수채화를 주로 그렸어.배 : 야외 스케치는 몇 명 정도 나갔나요?김 : 대여섯 명씩 같이 갔어. 미술반 학생은 열 명 이상 됐지만 빠지기도 했으니까. 이젤도 없이 스케치북을 들고 갔어. 연필 스케치를 한 다음에 미술실에서 채색하기도 하고, 송도 숲에서 바로 채색할 때도 있고. 미술실에서 그릴 때는 4절지에 주로 그리고, 송도 숲에 갈 때는 8절 스케치북을 가지고 갔지.배 : 미술 도구는 학교에서 지원해줬나요?김 : 학교에서는 미술실만 제공하고 재료는 우리가 준비했어. 당시에는 물감도 비쌌지. 그림을 그리고 싶어도 물감이나 재료를 구하기가 힘들었어. 다들 가난하던 시절이지.배 : 포항중학교 미술반원 가운데 지금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나요?김 : 노태룡과 이방웅, 나 정도로 기억해. 선배 몇몇이 그림을 더 그렸는데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 미대에 진학하는 경우는 드물었어. 학교는 달랐지만 권영호 선생도 서창환 선생님 도움을 받았지. 1950∼60년대 미술교육 현장의 풍경은 다음의 글에서 읽을 수 있다.선생님들도 관심이 없고 “나가서 그려라” 하고 한 시간 쉬었다. 준비물을 안 가져오면 화장실 청소를 했다. 특별히 관심이 있는 선생님은 수업을 좀 했는데 그것도 서예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그림 감상 쪽은 선생님들이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으니 가르칠 수도 없었다.- 양민영, 『제1차·제2차 교육과정기 한국 미술교육의 역사적 풍경』, 한국학술정보, 2019, 81쪽배 : 서창환 선생은 평생 나무와 숲을 그린 화가로 알려졌습니다. 김두호 선생님도 평생 자연을 주제로 작업하셨지요?김 : 그렇지. 서창환 선생님은 평생 나무와 숲을 그렸고, 나도 평생 자연을 그리고 있지. 서 선생님의 초기 그림은 굉장히 사실적인 편이었는데 대구에 가서 바뀌었어. 상세하기보다 큰 덩어리로 그렸고, 주로 흰 나무를 그렸지. 작품에서 경건하고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건 종교의 영향이 아닌가 싶어. 선생님이 북한에서 부유하게 살다가 토지개혁 때 추방당해 포항까지 오면서 어려움이 많았지. 그때마다 기도로 극복했다고 말씀하셨거든.배 : 서창환 선생님이 대구로 가신 이후에도 만나셨는지요?김 : 대구로 가신 다음에도 날 잊지 않으셨어. 포항에 전시하러 한 번씩 오시면 반드시 나를 불러 “요새도 그림 그리고 있지?” 하고 물어봐. 그러면 “예, 하고 있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대답했지. 지난 4월, 서창환 선생을 기리는 제자들의 작품전이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는데 제자 여덟 명 중 나를 맨 처음에 넣어놨어. 대구 제자들만 해도 충분할 텐데, 포항에서는 유일하게 내가 포함되었지. 포항에 계실 때 댁에 자주 들러 인사를 나눴던 사모님의 의중도 있지 않았나 싶어. 서 선생님 덕분에 그림에 입문해 지금까지 왔으니 고마움은 평생 잊지 못하지.서창환은 제자 김두호를 어떤 시선으로 보았을까? 서창환이 김두호의 개인전에 부친 축사로 짐작해본다.자신의 영예보다 대의를 먼저 생각하는 그이기에…. 그는 구상계열의 작가로서 가장 즐겨 그리는 물의 소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그의 붓끝을 거치면 심오한 물의 세계로 변해버리는 것은 그의 성품과 무관하지만은 않으리라고 생각이 든다. 그의 작품은 화려함을 내세우기보다는 오히려 사물의 내면의 세계를 솔직하고 순박한 심정으로 그려냄으로써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상당한 깊이를 느끼게 하는 것은 그만의 독특한 기법이라 하겠다.- 1993. 9. 7. 서양화가 서창환배 : 포항중학교를 졸업하고 포항고등학교를 다니다가 경주로 전학 가셨지요?김 : 선린애육원에서 포항고등학교 2학년까지 다니고 경주로 갔어. 선린애육원에 있을 때 대구에서 활동하던 미국 선교사 부례문(Rev. Raymond C. Provost, Jr)을 알았는데, 그분이 포항에 와서는 경주로 오라고 하는 거야.알고 보니 경주 문화중·고등학교를 인수했더라고. 경주로 전학 오면 대학 진학을 도와주겠다고 해서 문화고등학교로 옮긴 거야.서라벌예술대학에 합격했을 때 부례문 선교사가 등록금을 대주었지.부례문 선교사는 1948년 한국에 선교사로 건너와 연희전문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 6·25전쟁을 겪었다.대구 선교부로 배치되어 그의 아내 부마리아 간호사와 함께 전쟁고아와 결손가정, 성직자 자녀를 위한 한국장학재단을 설립해 그들을 지원했다.1960년대, 경주 문화학교가 파산 위기에 이르자 교장으로 취임해 미국 교회의 후원을 통해 무너진 학교 건물을 다시 세우고 학교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부례문 부부는 능력은 있지만 가난해서 공부할 수 없었던 수많은 지역 청소년들을 후원했다. 배 : 예나 지금이나 미대 진학을 위한 실기시험 준비가 만만치 않은데, 경주에서 입시 준비는 어떻게 하셨나요?김 : 문화고등학교는 미술실이 없었어. 따로 지도하는 사람도 없어 순전히 독학으로 했지. 우연히 다시 만난 권영호 선생의 도움이 컸어. 권 선생은 경주에서 태어났지만 포항에서 학교를 다녔어. 내가 포항중학교에 다닐 때 수산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송도 숲에 자주 그림을 그리러 왔어. 예술적 기질이 뛰어난 사람이었지. 서라벌예술대학 연극학과로 진학했다가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혀 미술로 전향한 것으로 알아. 구룡포중학교 미술 교사로도 있었고. 포항에서 활동한 초기 서양화가라고 할 수 있어.권영호(1936~2012)는 1960년대 포항 화단의 근간을 형성하는 데 일조한 인물이다. 포항수산고등학교(현 포항해양과학고)를 졸업했으며, 서라벌예술대학을 나와 1961년 구룡포중학교 미술 교사로 부임했다. 고향이 경상도인 서라벌예술대학 학생들을 모은 ‘문동미우회(文童美友會, 서라벌동문전으로 명칭이 바뀜)’의 창립 멤버로 활동했다. 1963년에는 포항 인근 미술대학 출신 모임인 ‘향미전’을 창립해 노태용, 원용일, 박명순, 이방웅, 김순란, 정외자와 함께 포항 화단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76년 경남대학교 사범대학 미술학과 교수로 부임하면서 포항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발자취는 포항 미술사에 중요하게 남아 있다.배 : 권영호 선생이 입시를 어떻게 도왔나요?김 : 경주로 전학 가서 통 못 만나다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우연히 포항 시내에서 만났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입시 준비를 하고 싶은데 석고상이 없어 힘들다고 하니 선뜻 학교에 있는 줄리앙 석고상을 빌려주겠다는 거야. 그때는 대입 실기로 소묘를 봤거든. 그 석고상을 빌려와서 혼자 연습했어. 요즘은 연필로 그리지만 그때는 목탄으로 그렸거든. 제대로 되는 건지도 모르고 막무가내로 연습했지. 그렇게 서라벌예대 시험을 보러 가니까 마침 줄리앙을 그리라고 하는 거야. 다들 너무 잘 그려서 붙겠나 싶었는데 다행히 합격했더라고.배 : 소묘를 그리면서 권영호 선생과 의견을 나누기도 했나요?김 : 그런 건 못 했어. 그냥 석고상만 빌려와서 내 나름대로 해본 거지. 권 선생과는 인연이 각별해. 마산에 작업실이 있었는데 거기까지 가서 가깝게 지냈지. 권 선생이 술을 좋아했어. 만나면 술이었지. 성격도 호탕했고.대담·정리 : 배은정(소설가) / 사진 촬영 : 김훈(사진작가) / 사진 제공 : 박경숙(미술평론가)

2022-06-27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 기업 존중받는 사회 만들겠다

‘기업이 국가다’라는 말에서처럼 기업과 경제는 국민 생활과 직결돼 있고 그만큼 기업인의 역할은 중요하다. 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 혁신의 주체이자 환경 고용 성장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을 주역이다.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은 “산업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맞게 사회와 기업을 연결하여 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사회적 책임 이행으로 친기업 분위기를 만드는데 더 노력하겠다”고 말한다.기업의 역할을 새겨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함으로써 시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기업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겠다고’고 했다. 지역 기업인들의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큰 것 같다.△지금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생각이나 철학이 밑으로 내려와 실천 단계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걸리지 않나.사실 기업인들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크다. 기금 기업인들의 사기도 높다. 지난 정권에서 반기업 정서가 팽배했던 데 비하면 이번 정부는 친기업 정서가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개혁은 역대 정부에서도 한다고 하지 않았나. 대표적인 기업규제라면 어떤 것을 들 수 있나.△물론 역대 정부에서도 규제 개혁을 하겠다고 했고 노력도 했다. 그러나 건수 위주 추진이나 개선하기 쉬운 과제 해결 등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던 것 같다. 또 제도나 규제들을 시대에 맞게 정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불필요하고 중복되는 규제는 통폐합하고 간소화하여 기업이 중복적으로 규제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중대재해처벌법이나 주52시간제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의 규제만이 문제가 아니다. 현재 규제들은 기업들의 ‘가능 행위’를 하나하나 규정하고 제한하는 방식으로 정해져 있다. 상황에 맞춰 과거의 제도가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일이 없도록 정비해야 한다.- 기업인이 존경받는 환경을 강조해 왔다.△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성공의 핵심 요인 중 하나가 ‘기업가 정신’이라 생각한다. 경제발전의 원천이 되는 기업가 정신은 기업이 존중받는 사회에서 제대로 발현될 수 있다. 물론 기업인이 존중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국민들이 기업을 올바르게 보고 평가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가능하다.- 기업인이 존중받는 환경을 강조하는 배경은 어디서부터 왔나.△기업인은 일자리창출과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고생하는 만큼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의 DNA가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공부 잘 하면 기업가 아닌 관료나 공직자를 선호하고 있지 않은가. 행사장에 가보면 보통 기업인에게는 앞자리가 없다.회장 취임 직후부터 ‘기업인이 존경받는 환경’을 강조해왔고 대구산업대상을 시상하고 대구를 빛낸 기업을 소개하는 등 기업인의 사기를 높이는 ‘경제계 신년인사회’를 개최했다. 또 기업인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기업가 박물관도 추진하고 있다.2019년부터 시작한 리딩기업 간담회와 원로 기업인 초청 간담회를 통해 기업인의 자부심과 긍지를 높이고 지역을 대표하는 100년 기업들이 많이 생겨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새 정부에서 법인세 등 세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기업인으로서 상속세를 폐지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기업은 많은 세금을 내는 세원이기도 하다. 기업이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기업 승계를 통한 노하우의 축적이 중요하다. 그런데 돈으로 상속받는 것이 아닌데도 상속세를 물리고 있다. 그러니 제품 만들고 경영하는 데 신경 써야 할 기업이 어찌 재테크에 더 신경 쓰고 있는 이상한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상속세를 줄여서 2세 기업인이 많이 나오게 해야 한다. 100년, 200년 된 기업이 나오기 위해서는 경영의 노하우가 필요한데 축적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주52시간 근무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대구상의가 2020년 말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8.2%)이 ‘임금이 줄어들었다’고 하더라. 근로시간 단축으로 휴게 시간은 늘어났지만 실질적 근로시간 감축에 따라 소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저녁이 있는 삶도 소득이 보장돼야 가능해지는 것이다.법 취지는 사람을 더 채용하라는 고용증대에 있지만 실제 기업으로서는 한 번 고용하면 위기가 닥쳤을 때에도 쉽게 해고할 수 없다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어 쉽지 않다.또 원청과 하청의 구조적 문제, 산업별 직무별 특수 작업환경으로 인한 초과근로 상황이 발생하는 등 복잡하다. 초과근로 제한은 기업 생산에도 차질이 생겨나고 근로자는 임금 감소로 이어지는 등 현실적으로 문제가 빚어지고 있다.- 대구는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도시다. 대구 경제와 중소기업 육성책으로 특히 필요한 대목은 어떤 것이 있나.△대구가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규모가 작다거나 어렵다는 말은 결코 아닐 것이다. 세계적으로 중소기업 중에서도 세계 1등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많이 있다.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이 자신만의 기술을 가지고 끊임없이 RD(연구 개발)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RD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런 여력이 되는 중소기업이 드물기 때문에 대부분 위탁생산에 그치고 있어 안타깝다. 내가 취임 초부터 지역 기업의 RD 지원을 강조하고 동대구 벤처벨리에 RD 지원기관들을 집적화해 연구 개발부터 제품 출시까지 지원할 수 있는 대구 RBD(사업화 연계 기술개발) 지원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 발전의 조건으로 RD를 강조한다. 마치 RD가 중소기업 성장의 도깨비 방망이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 기술을 가져야 하는데 이는 그저 주어지지 않는다. 과거 우리 중소기업이나 기업인은 첨단 기술을 벤치마킹하는 시대였고 그 때는 ‘Fast Follower’여야 했다. 그러나 우리 수준이 높아진 지금은 그렇게 해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지금은 ‘First Mover’여야 한다. 1등 기업이 되면 더 이상 배울 데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신기술에 따른 장치 설비는 처음 투자할 때는 힘들어도 양산 체제에 들어갈 때면 후발 주자들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게 된다. 이런 기술은 RD에 대한 투자에서 나온다. 샘이 깊어야 물이 고인다. RD에 투자해야 세계적 석학이나 연구 인력들이 모여들고 좋은 기술이 나오게 된다.- 동대구역 네거리에 위치한 동부소방서가 이전하게 되면 그 자리에 ‘대구 RBD 지원센터’를 건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그런 이유인가.△그렇다. 지역 중소기업들이 독자적으로 RD를 운영할 수준은 되지 못하지만 대구로서는 절실한 문제이다. 지역 과학의 혁신 역량을 높이고 우리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신기술 개발과 이를 사업화할 수 있는 종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또 기업인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회 있을 때마다 연구소의 중요성과 유치의 필요성을 전파해왔고 또 실제 건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 대구 중소기업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관이 유치돼야 하나.△대구로서는 중소기업은행 유치가 가장 필요하다. 기업 경영에는 금융이 필수 요소이다. 코로나19 위기 때도 기업들이 자금 지원을 가장 필요로 했을 만큼 정말 중요하다. 이런 문제는 정치논리로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효과를 최우선 고려해야 한다.나는 운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구를 방문했을 때 직접 건의하기도 했다. 또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도 경제발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나도 인수위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지자체와 함께 경제계에서도 총력을 기울여 유치에 나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최저임금 협상에 대한 대구상의의 입장은 무엇인가. 업종별 지역별 차등적용에는 동의하나.△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최저 임금 인상 수준은 고민해야 한다. 통계청 자료에도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15.6%나 된다. 특히 업종별로 차이가 커서 숙박음식업 종사자는 절반 가까이(42.6%) 최저임금을 못 받고 있다.기업 규모로도 4인 이하 기업의 36.3%가 최저임금 미만으로 일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 규모, 업종별로 지불능력, 근로조건, 생산성에 차이가 있는 만큼 최저 임금의 업종별 지역별 차등적용은 필요하다.- 자동차 부품 산업은 대구의 핵심 산업이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 수소차 시대로 전환해 가고 있는데 대구의 자동차 부품산업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나.△끊임없는 신기술의 등장과 접목으로 앞으로의 자동차 산업은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미래 자동차 시장의 변화와 트렌드를 사전에 예측하고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는다면 현 경쟁 구도에서 생존해 나가는 것조차도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지난해 대구상의가 대구경북연구원과 공동으로 실시한 ‘지역 미래차 전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57.1%가 미래차 개발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삼보모터스도 미래차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RD에 집중 투자하고 있으며 특히 ‘친환경 미래차’라는 큰 테마에 초점을 맞추고 선행 개발을 실행하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에 연임됐다. 회장직 수행이 개인적으로 기업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기업인으로서 회장직 수행은 실리적, 실질적으로 엄청난 기회손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역 상공업계의 권익을 대변하고 제도 개선과 기업들의 어려움을 지원하고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적극 나서면서 보람을 찾고 있다. 기업인들이 경영 성과를 사회와 공유하고 우리 사회가 기업인을 존중하면서 기업과 사회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 회장님이 경영하는 삼보모터스의 성장 과정에는 어떤 기업가 정신이 있었나.△미술선생에서 자동차 부품 산업에 뛰어들어 성공하기까지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여 다른 곳을 돌아보지 않는다’는 ‘주일무적(主一無適)’ 정신이 있었다. 1994년 국내 최초로 자동변속기 부품 개발에 성공, 점유율 국내 1위, 세계 9위로 세계적으로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앞으로는 ‘Fast Follower’가 아닌 ‘First Mover’로 산업 변화의 중심 역할을 해 나가려 한다. 회사로서도 대구 상공회의소 차원에서도 RD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 최근 계명대에서 명예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상도 많이 받았다.△실력보다 더 좋은 상을 받을 때면 상복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을 하면서도 수출탑 산업훈장 등 더 받을 것이 없을 만큼 받았다. 상은 언제나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인다.□ 이재하(李在夏·68)안동출생계명대 서양화과 졸, 계명대 교육학 석사. 대구대 명예 경영학 박사. 계명대 명예 공학박사.포항 대동고 교사.삼협산업 대표이사. 삼보모터스 회장.대구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삼보문화재단 이사장. 대구사진비엔날레 조직위원장.대구FC이사회 회장. 은탑·금탑 산업훈장. 무역의날 1억불 수출탑.신기술을 개발해서 세계 1등 제품을 생산해야 기업이 살아남는다며 RD 중요성이 몸에 배어 있는 철저한 기업인. 미술선생에서 기업가로 변신해 직원 3천명에 매출 1조5천억원의 삼보모터스를 일궜다./이경우 편집위원

2022-06-27

“다르게, 바르게, 풍요롭게… 색깔있는 청송 만들겠습니다”

“청송을 다르게! 바르게! 풍요롭게! 우리만의 색깔을 입히겠습니다.”지난 6·1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윤경희 청송군수가 민선8기 출범을 앞두고 향후 군정 추진방향을 발표했다.윤경희 청송군수는 “지난 민선7기 숨 가쁘게 달렸었던 4년간의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며, 동시에 민선8기 청송의 미래를 향한 뜨거웠던 선거 열기를 다시 한 번 가슴 깊이 새겨본다.”며, “코로나19로부터 빠른 일상회복을 위해 군민들과 함께 하는 민선8기 청송군의 군정비전은 군민의 결집이 군정 운영의 중심이 되는 ‘하나 되는 청송, 그 이상의 도약!’이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민선7기의 성공적인 군정운영 경험이 있지만, 현재 유례없는 혼란스러운 세계상황과 경제 상태에 맞물려 민선8기 군정운영을 시작하기에 참으로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청송군민들은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제 자리에서 본인의 생업과 본분을 놓지 않는 훌륭한 군민이다.”며 “이런 위대함을 청송군의 도약으로 보답하기 위해 이전과는 다르고, 바르고, 풍요로운 민선8기의 3가지 군정 목표를 정하고 크게 발걸음을 내딛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청송군의 민선8기 군정비전은 ‘하나 되는 청송, 그 이상의 도약!’이다. 여기에는 군민이 필요로 하고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하고 추진함에 있어 군민 모두가 행정과 하나 된 마음으로 고민하고 노력해 나가고,특히 지역의 소득 증대와 군민 삶의 질 향상으로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이루어 ‘청송군의 무궁한 발전과 군민의 안녕’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또한 이를 실현할 군정목표는 “(다르게!) 새롭게 피어나는 미래농촌”, “(바르게!) 발맞춰 함께하는 나눔복지”, “(풍요롭게!) 문화로 미소 짓는 상생경제”로 설정했으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 (다르게!) 새롭게 피어나는 미래농촌농업이 주를 이루는 청송군은 봄을 시작으로 사계절 동안 여러 농업재해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 이에 군은 자연재해가 닥쳐야만 해결하는 방안이 아니라, 농업재해를 당한 농민의 상심을 빠르게 달래고 다시 일터로 나갈 수 있도록 농업재해 대응 예산확보와 지역할증폐지 등 농작물 재해보험 제도를 크게 개선할 방침이다.이러한 지원을 시작으로 농민들이 애써 키워온 농축산물의 가격안정화와 수급조절 위해 농축산물 가격안정기금운용, 청송사과의 품질 향상을 위한 경북 미래형 2축형 사과원 조성, 청송과수 표준 메뉴얼 제작으로 청송사과 재배시스템을 혁신시킬 계획이며, 황금사과의 열풍을 일으키고 지역의 새로운 소득원이 되기 위한 기틀인 ‘황금사과 연구단지의 조성’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복안이다.또한 청송사과유통센터의 시설을 확충해 손쉽게 청송사과를 팔고 만날 수 있는 유통구조로 개선한다. 농민은 농사에만 전념하고 행정에서는 선진기술 도입·보급으로 농사짓기 좋은 환경을 닦아 기존 농업인뿐만 아니라 귀농인과 청년농부가 많아지는 다양한 지원 사업을 시행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 (바르게!) 발맞춰 함께하는 나눔복지이어서 군민의 신체건강과 심리적 만족감을 뒷받침하기 위해 활기찬 사회활동 지원에 앞장선다. 이는 다양한 계층이 더불어 살고 있는 청송군민의 행복을 위해 두루 살피겠다는 의미이다.우선 노인 사회활동 지원을 더욱 확대하고 거점경로당을 조성하는 한편, 행복청송 군민대학 운영 등으로 평생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청송군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함께하는 이웃사촌 복지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아울러 산남지방 건강증진센터를 활성화 위해 걷기프로그램, 건강 체조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여 건강불평등을 해소하며, 지역아동센터를 확충하여 돌봄을 공백하고 지역아동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 나간다.또한 신축·이전한 청송인재양성원에 도시수준의 학습 시스템을 도입하여 지역 청소년의 학습권을 보장해 주는 등 학생과 부모 모두가 만족하는 교육여건을 다져 나가며, 여기에 청송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항일의병기념공원 보수 및 콘텐츠 개발로 역사교육을 시행하여 청소년들에게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방침이다.특히 청송버스 무료승차 지원으로 다양한 혜택을 교통제약 없이 누릴 수 있게 도와 드리며, 나아가 청송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이 편리한 교통으로 지역 구석구석 찾아볼 수 있도록 할 전략이다. □ (풍요롭게!) 문화로 미소 짓는 상생경제청송은 농업이 주를 이루는 지역이지만, 관광지로서의 발전 가능성도 넘치는 곳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이 곳곳에 산재해 있고 대한민국 최고의 맑은 공기를 가지고 있기에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에서 차별화된 체류형 관광지로 발돋움할 계획이다.이를 위해 한국 관광100선에 이름을 올리며 정평이 나있는 주왕산 국립공원과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른 산소카페 청송정원을 필두로, 골프장을 골자로 한 산림레포츠 휴양단지를 완공하고, 주산지 테마파크 조성사업 마무리, 한국산림사관학교 신설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 간다.또한 전국규모 체육대회와 전지훈련을 유치하고 청송군을 배드민턴메카로 육성하여 여러 분야의 방문객들을 사시사철 청송으로 불러들일 예정이다. 관광객들의 증가량과 지역민 소비촉진에 발맞춰 청송사랑화폐 10% 상시할인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관광객, 군민, 지역상인 모두에게 실질적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다.특히 올 가을에는 반드시 대한민국 대표축제인 청송사과축제를 개최하여 청송사과의 우수성과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뽐내 관광객, 지역민 모두 한바탕 신나게 놀 수 있는 지역행사로 만들어 나간다.이와 함께 군은 장기적으로 지역과 사람을 이어주는 통합신공항과 연계한 동서횡단 철도 건설, 남북 9축 고속도로 조기 건설 등 광역교통망 확충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심혈을 기울인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기 위해 발로 직접 뛰면서 청송군의 발전과 군민의 복리 증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아울러 군민의 안전한 정주여건 조성을 위해 전선 지중화사업, 지방상수도 확장, 탄소중립 지원센터 설립, 액화석유가스(LPG) 보급·확대 등으로 쾌적한 삼의 터전을 만들어 나간다는 전략도 세웠다.끝으로 군민과 함께 머리를 맞대 신뢰받는 행정을 펼칠 계획이다. 공약이행을 위한 공약배심원단 운영, 군정발전 방안과 주요정책 수립과 자문, 시책 발굴 위한 지역발전협의회 운영, 새내기 공무원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로 청송군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한 ‘청송어람’을 운영하며, 특히 민선8기의 다양한 사업을 스마트마을방송 서비스를 통해 시간·장소 제약 없는 송수신 서비스로 주민들에게 홍보하여 예산절감과 행정신뢰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윤경희 청송군수는 “앞으로 4년간 해야 할 것도 많고, 군민을 위해 하고 싶은 일도 참 많다.”며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기 위해 발로 직접 뛰면서 청송군의 발전과 군민의 복리 증진에 최선을 다해 군민의 가슴에 다정한 바람이 풍성하게 일렁이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김종철기자 kjc2476@kbmaeil.com

2022-06-26

알에서 태어난 석탈해… 춘분이면 후손들은 제사를 올린다

토함산을 이야기하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신라 4대 왕 석탈해다. 유리왕에 이어 왕위에 오른 석탈해는 고대국가 신라를 탄탄한 반석 위에 올려놓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역사 속에서 석탈해는 대단히 미스터리한 인물이기도 하다. □ 왜국 동북 1000리서 온 것으로 추정석탈해는 출생부터 의문에 싸여있다. 석탈해는 용성국(龍成國) 혹은 다파나국(多婆那國)의 왕자로, 왕비가 임신 7년 만에 큰 알을 낳자 아버지인 함달파왕이 이를 불길하게 여겨 버리라고 했다. 왕비는 비단에 알을 싸서 보물과 함께 궤짝 속에 넣어 바다에 띄워 보냈다. 배는 처음에 금관가야 해변에 이르렀는데, 금관인들이 배의 알을 보고 괴이하게 여겨 다시 바다로 띄워 보냈고 이후 진한(辰韓) 아진포구(阿珍浦口)에 닿았다.마침 해변에 있었던 한 노파가 배를 발견하고 궤짝을 열어보니 알을 깨고 나온 작은 아이가 있어 거두어 길렀다는 것이 신라본기에 나오는 석탈해의 출생에 관한 기록이다.여기서 말하는 용성국은 왜국의 동북 1천리에 있다고 전해진다. 삼국유사에도 “나는 본래 용성국 사람”이라는 구절이 있다. 용성국은 정명국이라고도 하고 다파나국, 완하국, 화하국이라고도 한다. 당시 왜국은 지금의 일본 규슈섬을 가리킨다.용성국의 위치에 대해 다파나와 음이 비슷한 일본의 다지마국(但馬國)이나 히고노국(肥後國) 다마나군 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지만 신빙성이 부족하다. 어떤 이는 일본의 고대 소국 중 하나인 탄바(丹波)국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고구려 개국공신인 협보가 세운 국가이다 보니 이곳이 다파나국이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왜국 동북쪽 1천리 바깥에 있었다는 사료에 근거한다면 석탈해는 오히려 러시아의 캄차카 지방에서 온 것이라는 설도 있다. 캄차카 일대에 석탈해의 탄생설화와 비슷한 설화가 있다. 철을 다루는 야장을 타르사드(tarxad) 혹은 타르퀴안(tarquan)이라고 하는데 탈해라는 발음과 비슷하기 때문이다.또 다른 주장은 석탈해가 절강성 일대 양쯔강 하류에서 왔다는 것이다. 이 부근에서 유일하게 한반도 남부 지방에 있는 남방계 고인돌이 발견됐다는 게 근거다. 고인돌을 만들던 사람들이 바닷길을 따라 절강성과 한반도 남부를 왕래했던 기록으로 보아 석탈해가 이들의 후손이라는 것이다.마한 진한 변한 등 삼한과의 세력 다툼에서 밀려나 배를 타고 동쪽으로 탈출한 세력이라는 설도 있다. 실제로 석탈해를 마한사람으로 기록한 사서도 있다.석탈해는 외모도 특이했다. “신장이 3척이요, 머리둘레가 1척(삼국유사)”이라는 기록이 있고 “너는 범상한 사람이 아니고 골상이 특이하니(삼국사기)”라는 기록도 있다. □ 알에서 태어난 특이한 출생 이력사람이 알에서 태어난다는 난생설화(卵生說話)는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고대신화에서 영웅이나 건국 시조의 탄생을 신비화하고 초인적(超人的)인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알 속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난생설화다.역사학자 이덕일은 난생설화가 회이족~동이족 등에 걸친 문화이며, 은나라의 시조도 난생설화를 사용했음을 강조한다. 난생설화는 동이족에서 보이는 공통된 특징으로, 일본과 중국에는 난생설화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 모모타로(桃太郞)라는 복숭아에서 나온 사람이 장성해 영웅이 되었다는 설화는 있지만 알 속에서 사람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없다.현재 중국인의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한족(漢族)의 원류가 되는 화하족에서는 난생설화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서국(徐國)의 32대 군주인 서언왕 신화에서 난생설화가 보이는데 서국이 동이족 국가인 것을 보면 결국 난생설화는 고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설화라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부여를 비롯해 고구려·신라·가락의 건국신화는 모두 난생설화다.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朴赫居世)와 석탈해(昔脫解)·김알지(金閼智)·수로왕(首露王)·동명왕(東明王) 등이 모두 그러한 예다. 고구려 건국신화에 나오는 물의 신 하백(河伯)의 딸 유화(柳花)와 해모수(解慕漱) 가 결혼해 고구려 시조 동명왕을 낳았다. 동명왕도 커다란 알에서 나온 난생설화의 주인공이다. 박혁거세는 하늘에서 내려온 자줏빛 알에서, 수로왕은 구지봉에 내려온 황금알에서 태어났다.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난생설은 고대 민족의 신앙에서 비롯된 우주관이고 민족 철학이라 한다. 이러한 설화는 특히 동북아시아 지방 민족에게서 많이 볼 수 있다.난생설화는 터무니없는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현대인도 마치 알에서 태어난 것 같은 현상을 볼 때가 있다. 일반적으로 태아는 어머니 뱃속에서 양막에 둘러싸여 성장하다 출산 전에 양막이 파열하면서 세상에 나오게 된다. 드물게 파열하지 않은 양막에 둘러싸인 채 아기가 태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 모습이 마치 알에서 나온 것처럼 보여 난생설화가 유래된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는 이들도 있다. 현대인의 눈으로 보아도 양막에 쌓여 태어난 아이의 모습은 신기한데, 천 년 전 신화와 전설의 시대에 이런 아이가 태어났다면 당연히 알에서 사람이 태어났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난생설화를 확장하면 조류를 숭상했던 우리 조상들의 문화와도 일맥상통한다. 민간신앙으로 세운 솟대는 성역이나 경계의 상징 또는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했다. 이 솟대에 올려진 조각은 물오리나 봉황, 황새, 기러기 같은 새의 형상이다. 새는 대표적인 난생 동물이다. 이런 이유로 인물의 상서로움이나 권위를 강조하기 위해 ‘알에서 태어났다’는 설화를 퍼트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 학문과 예절이 출중한 인물로 성장고기잡이하는 노파의 손에서 자란 석탈해는 학문과 지리에 두루 통달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머리도 대단히 영특했다. 당시 재상인 호공의 집이 좋다는 것을 알고 이를 빼앗고자 그의 집에 몰래 숯과 숫돌을 묻어두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집안은 원래 대장장이인데 호공의 집이 원래는 자신의 집이라고 관가에 소를 제기했다. 관가에서는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를 대라고 했다.이에 석탈해는 땅을 파면 숯과 숫돌이 나온다고 말하고, 한번 파보라고 했다. 땅을 파보니 숯과 숫돌이 나오자 이를 근거로 호공의 집을 빼앗았다.삼국사기에 나온 이 이야기는 원문 그대로 이해했다고 보기 어렵다. 당시 경주 동해 변에 이주한 석씨 일가가 수렵 생활을 했으며, 철을 다룰 줄 알았고, 이주민인 석탈해 집단과 원주민인 호공(박씨 일가)과 대립해 석씨 집단이 승리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당시 2대 왕인 남해차차웅은 학문과 예절에 뛰어난 젊은이가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탈해를 입궁시킨다. 신체도 출중한 그에게 이름을 물으니 말하지 못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성명이 없었기 때문이었다.이에 남해왕은 “청년이 태어날 때 까치들이 울다가 날아가고 남은 아기였으니 까치작(鵲)에서 새(鳥)를 날려버리고, 남은 글자인 옛석(昔)으로 성을 삼고, 궤를 열고 알에서 태어났으니 이름은 탈해(脫解)로 함이 좋겠다”고 해 석탈해라는 성과 이름을 얻게 됐다.석탈해는 이후 기원전 8년, 남해왕 5년에 왕의 맏딸 아효 공주와 결혼하여 부마가 되었고, 10년에는 신라 최고의 관직인 대보(현 국무총리)의 자리에 오른다. 이후 곧바로 왕위에 오를 수 있었지만 사양했다. 자신보다 지혜가 더 뛰어난 유리이사금(儒理尼師今)이 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유리이사금이 나이가 석탈해보다 더 많고, 치아가 한 개 더 많다는 이유로 먼저 왕이 되었다는 설화가 있다. 이후 유리이사금에게 왕위를 넘겨받은 석탈해는 서기 57년 신라 제4대 왕으로 등극했다.□ 경주 곳곳에 석탈해 왕의 흔적 남아석탈해 왕의 흔적은 경주 일대 곳곳에 남겨져 있다. 양남면에는 석탈해 왕의 탄생을 기리기 위한 탄강비각이 있다. 동천동에는 석탈해 왕의 왕릉이 있고, 그 옆에는 석탈해 왕을 기리고 제사를 모시기 위해 광무 2년(1898년) 건립한 숭신전(崇信殿)이 있다. 매년 춘분이면 전국의 후손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는 곳이기도 하다.삼국통일의 과업을 이룬 문무왕은 600여 년 전 황산진에서 가야군과 싸워 크게 이긴 석탈해 왕의 유골을 파내 생전 모습 그대로 조각상(塑像)을 만들고 토함산에 봉안했다. 이후 석탈해 왕을 토함산에 동악신으로 모시고 계속 국사(國祀)를 지냈다고 전한다. 국사를 지낸 흔적이 있는 토함산 정상의 석탈해 사당터에는 고려 후기에 중건된 건물의 흔적도 있다. 중심 건물지의 서편에서 토석축으로 벽체를 조성한 1칸의 부속 건물지도 확인됐고, 이 건물지에서는 철제마(쇳물을 부어 만든 말 인형), 토제마(흙으로 구운 말 인형)를 비롯해 청동방울, 통일신라시대 암막새편, 평기와, 고려시대 명문기와, 해무리굽 청자, 상감청자, 분청사기 등이 출토됐다. 화로나 잔 받침 등 제사와 관련된 청자와 분청사기도 발견됐다.문화재청 관계자는 “고려 후기 몽고족의 침입 이후 계사년(1353)에 불국사와 함께 탈해 사당도 중건됐음을 알 수 있는 자료”라며 “신증동국여지승람, 동경잡기 등 지리지와 여러 문집의 기록을 보면 탈해 사당에서 조선 전기까지 제사를 지냈다”라고 말했다. /최병일 작가

2022-06-26

발길 닿는 곳마다 ‘수국’… 오색빛깔 풍경과 마주하다

세상의 길들에 존재하는 다양한 것들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긴 혹은 짧은 여행을 떠났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급습하기 전까지는. 사나운 빗줄기처럼 몰아쳐 온 역병의 기세는 한참을 집 주변만 서성이게 했다.이제 비가 걷히고 어두운 구름이 물러간다. 해가 비쳐 살갗에 닿는 공기가 다르게 느껴진다.우리의 여행은 다시 시작된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들판에 핀 꽃들과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이 전하는 소소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겠다. 이곳에 펼쳐놓는 여행의 단상과 기록들이 길잡이가 되어 길 위에서 뜻밖의 풍경들을 마주하길 바란다.6월의 제주에는 수줍은 신부의 부케 같은 꽃다발이 지천으로 피어난다. 노란 유채꽃이 봄의 전령이라면 파스텔을 칠해 놓은 듯한 탐스러운 수국이 제주의 여름을 알린다. 화사한 봄꽃이 저문 제주에 여름이 짙어지면 다양한 빛깔의 수국이 향연을 펼친다.어떤 색을 뿜어낼지 그 속내를 알 수 없어 더 신비로운 수국은 색마다 다른 꽃말을 지닌다. 한결같은 사랑을 속삭이다가 쉽사리 마음이 변하는 변덕을 부린다. 심보가 도깨비 같아 도채비꽃(도깨비꽃)이라고 불리는 수국이 다채로운 색을 뽐내는 여름 제주로 꽃놀이를 떠나보자. □ 제주 서쪽 관광명소 트로피칼 한림공원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한림공원은 1971년 10만여 평의 황무지 모래밭에 야자수 씨앗을 심어 일군 테마파크다. 에메랄드빛이 물든 협재해수욕장과 금능해수욕장 사이에 있어 수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명소다.이 테마파크에 계절마다 다른 꽃을 피우며 매월 축제가 열린다. 6월에는 수국 동산에서 하얀빛, 핑크빛, 붉은빛, 보랏빛, 파란빛까지 다양한 색이 쏟아져나온다. 꽃잎의 색이 다른 이유는 토질 때문이다. 수국의 안토시아닌이라는 성분이 산성토양에서는 알루미늄 이온과 만나 푸른색 꽃이 피고, 염기성 토양에서는 알루미늄 이온과 결합하지 못해 붉은색 꽃이 핀다. 한그루에 다양한 색의 꽃이 피는 경우는 여러 갈래로 뻗은 뿌리가 닿는 토양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국이 도깨비 같은 변덕을 부리는 이유인 셈이다.한림공원은 수국만 보고 가기에는 아깝다. 한라산 화산 폭발로 용암이 흘러 생긴 경이로운 동굴도 있다. 천연기념물인 협재굴과 쌍룡굴은 용암동굴이면서 석회동굴에서 볼 수 있는 석순과 종유석들이 자라고 있다.여름 수국을 즐기다가 시원한 동굴 안에 들어가 흘린 땀을 식히기에도 더할 나위 없다. □ SNS 수국 명소 카페 마노르블랑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마노르블랑은 경관이 빼어난 산방산이 정원 배경이다. 개인 소유의 카페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언덕 위에 얹은 하얀 집이 그림 같고, 정원에서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 SNS 사진 명소로 입소문이 나 있다.6월이면 카페 정원에는 어김없이 수국이 만개한다. 웅장한 산방산과 어우러진 꽃밭은 수국 명소로 알려지면서 수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야외 스튜디오처럼 잘 가꾼 포토존에서 꽃을 배경 삼아 인생 사진을 남긴다.산책로에는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붉은 수국 담길이 이어진다. 꽃이 열어 놓은 사잇길을 걷다 보면 삶에도 꽃길이 펼쳐질 것 같다. 산방산만 바라봐도 좋은 곳에 아름다운 꽃들이 덤으로 피어 있으니 시원한 커피 한 잔과 더불어 눈의 호사를 누려보면 어떨까. □ 조용한 바다마을 위미리 수국길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는 남쪽의 조용한 바닷가 마을이다. 옛날에는 ‘쉐미, 뛔미’라 이름 불렀고 한자로 ‘우미촌(又尾村)’이라 표기했다. 해안 산기슭을 따라 중산간 지역까지 길게 펼쳐진 마을 북쪽에는 큰동산·족은동산·쇠동산이 있다. 쇠동산의 지형이 마치 소가 누워있는 모습이고, 족은동산(작은동산)이 소의 꼬리와 닮아 ‘우미’라 부르다 지금은 ‘위미’로 바뀌었다.서귀포에서 남원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의 잔잔한 풍경을 따라가다가 닿게 되는 위미리는 겨울에는 바닷가 동백나무 군락지에서 붉은 꽃이, 여름에는 길가에서 푸른 꽃이 반긴다. 위미리 수국길의 꽃들은 여름의 아름다운 한 장면을 위해 인내하다가 길가에서 짧고 굵게 피어난다. 마을은 고즈넉한 포구를 품고 있다. 위미항 방파제에 핀 한 다발의 수국은 엽서 한 장에 담긴 그림 같다. 화려하게 가꿔 놓은 수국 명소보다 조금 쓸쓸하지만 항구를 포근하게 감싼 서정적인 마을 안으로 들어가 보면 제주의 속살을 마주한 듯 마음이 따뜻해진다. □ 사랑을 맺어주는 혼인지 수국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에 있는 혼인지도 수국 명소로 이름난 곳이다. 짙은 파란색 수국이 가득한 혼인지에는 설화가 전해진다. ‘제주’는 고려시대에 붙여진 이름으로 그 이전에는‘탐라’라 불리는 섬나라였다.탐라국의 시조인 삼신인(三神人)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는 수렵 생활을 하다가 온평리 바닷가에 떠밀려 온 오색찬란한 나무상자를 건져 올렸다. 상자 속에는 벽랑국의 세 공주와 오곡백과가 들어 있었다. 삼신인은 세 공주를 각자의 배필로 정하고 온평리 혼인지 연못에서 혼례를 올렸다.나무상자에서 나온 망아지와 송아지를 기르고 오곡 씨앗을 뿌려 농경 생활을 시작했다. ‘온화하고 평화롭다’라는 뜻의 온평리는 탐라국의 시작을 알린 곳으로 이때부터 제주가 흥하게 됐다는 전설이다. 이런 이유로 온평리는 혼인지 마을로 불리면서 전통혼례를 치르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온다.혼인지에 수국 피는 계절이 오면 연못가에서 푸른 꽃들이 물안개처럼 피어오른다. 돌담을 따라 삼공주추원사까지 이어진 꽃길은 공들여 장식한 결혼행진 무대처럼 화려하다. 햇살에 부푼 꽃다발 앞에서 두 손을 꼭 잡은 커플들의 얼굴이 꽃잎처럼 화사하다. □ 환상의 드라이브 길 종달리 수국길제주시 구좌읍 종달리는 작은 종달새의 지저귐이 들릴 듯한 조용한 마을이다. 조선시대 제주에 부임한 제주 목사(지금의 제주도지사)가 성산읍 시흥리를 시작으로 마을을 순회하다 종달리에서 행차를 마쳤다고 해서 ‘마칠 종(終)’, ‘도달할 달(達)’을 써 이름 지었다. 끝에 도달한 동네, 종달리는 제주목의 마지막 마을이자 제주 올레의 마지막 코스다.낮은 지붕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은 유명한 소금 생산지였다. 소금의 질이 좋아 임금에게 진상했다고 한다. ‘소금바치’라 부르는 소금밭 자리에 지금은 억새가 자라고 철새가 날아든다.마을 한가운데 우뚝 솟은 오름, 지미봉에 오르면 푸른 바다와 성산일출봉, 우도까지 시원하게 내다보인다. 제주다운 모습을 간직한 마을 해안은 용암이 식으면서 구멍 뚫린 기암괴석이 널려 장관을 이룬다. ‘고망난돌(구멍난돌)’을 시작으로 6㎞나 해안을 따라 나 있는 드라이브 길은 수국의 성지다. 바다와 엉킨 꽃무리는 환상적이다. 바다 너머 우도를 배경으로 도드라진 꽃들은 제주 수국 여행의 백미다. □ 석양빛에 물든 우도 수국제주시 우도면의 우도는 ‘소가 누워 머리를 내민 모습과 같다’라고 해 이름 붙여진 화산섬이다.1697년 조선 숙종 때 국유목장을 짓고 국마(國馬)를 사육하기 위해 섬에 사람들이 드나들었고, 헌종 때 김석린 진사 일행이 정착했다. 구좌읍에 속해있다가 1986년 우도면으로 승격했다. 제주 본섬에서 약 15분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우도는 산호가 반짝이는 백사장과 우도 8경이 신비로운 섬이다.여름이면 소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쇠머리오름과 우도 등대공원 일대에는 수국이 들꽃처럼 피어난다. 바람 많기로 유명한 섬, 바람이 흥겹게 노래하면 꽃들이 현란한 춤을 춘다. 색의 일렁임을 따라 천천히 쇠머리오름 정상에 오르면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 너머로 한라산과 성산일출봉까지 한눈에 들어온다.숙박이 아니면 차량 진입이 금지된 섬 안에서 스쿠터나 우도 전기차를 빌려 마을을 달리다 돌담 따라 핀 수국을 마주하는 것도 즐겁다. 해가 바다로 내려앉으면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섬은 고요하다. 섬에서의 하룻밤, 석양이 짙어질수록 쪽빛 바다는 붉게 물들고, 파스텔 수국 빛은 아련하다./제주=글·사진 이솔 객원기자 esol@kbmaeil.com

2022-06-23

경북판 ‘메타버스’, 새로운 대한민국 중심 도약 ‘큰 걸음’

경북도는 올해 ‘다시 대한민국 중심으로! 메타버스 수도 경북’이라는 목표 아래 돈 되는 메타버스, 사람이 몰리는 메타버스, 디지털로 통합하는 메타버스를 추진방향으로 잡고, 도정 대전환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경북도는 △메타버스 인재 양성 △메타버스 산업 육성 △ 메타버스 문화·관광 활성 △메타버스 특화 서비스-존 조성 등 4대 분야 20개 중점과제를 통해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양성, 메타버스 아카데미 개설, 메타버스 영재교육센터 구축, 메타버스 전문학과 개설 지원, 메타버스 글로벌 한글캠퍼스 구축 등 ‘메타버스 수도 경북’의 기본 구상을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24일 메타버스와 현실을 융합한 신개념 디지털 방식으로 ‘메타경북 정책자문단 출범 및 메타버스 수도 경북 비전선포식’을 열고, 지방자치단체로는 최초로 메타버스 관련 정책자문단을 출범하는 등 기업 얼라이언스를 구축했다. 이 자리에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네이버, 아마존 등 메타버스를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경북도는 메타버스 경북의 정의를 본캐릭터(본캐) ‘새바람 행복경북’, 부캐릭터(부캐) ‘메타버스 수도 경북(메타경북)’이라고 내리고, 정책자문단으로 하여금 메타버스 전략과제 기획·발굴, 산업·기술 동향 공유, 연구지원 등 메타버스 수도 경북 조성을 위한 브레인 역할을 맡겼다. 특히, 경북도는 이철우 도지사의 지시에 따라 각 실국별 1 메타버스 프로젝트(24개), 시·군별 1 메타버스 프로젝트(23개), 산하공공기관별 1 메타버스 프로젝트(28개)를 추진과 대구광역시와 함께 할 수 있는 메타버스 사업도 발굴한다. 이 프로젝트는 총 88개로 향후 시·도민들이 메타버스 공공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대표 사업이다.여기에 88개 메타버스사업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사업성(돈 되는 메타버스) △대중성(사람이 몰리는 메타버스) △적합성(디지털로 통합하는 메타버스) △시급성(우선순위) 등을 감안해 정책자문단으로부터 전략자문을 구하고, △(플랫폼) 메타버스 대구경북 신공항 및 4대 한류 프로젝트 △(교육·체험) 지자체 최초 MR(혼합현실)기반 메타버스 교육·체험센터 △(인재양성+취업연계) 메이저 기업·대학 등과 협업을 통한 메타버스 아카데미 등을 대표사업으로 선정했다. 메타버스 대구경북 신공항 및 4대 한류 프로젝트는 도 및 시·군, 단체 등의 메타버스사업을 담을 대표 플랫폼으로 1단계로 올 하반기부터 메타버스 신공항 및 한글·한복·한식·한옥 등 4대 한류 메타버스 체험-존 서비스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후 2단계로 실국 분야별 메타버스사업 및 시군별 특화 메타버스사업을 연동, 3단계로 타 광역지자체 메타버스 플랫폼과 연결하는 등 시·도민들에게 다양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경북도는 메타버스 신공항은 해외 유명한 공항의 출입국 프로세스, 스마트 시스템 등을 메타버스로 먼저 실험하고 체험한 뒤 실제 대구경북 신공항에 접목시킨다는 전략도 세웠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컨설팅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지자체 최초로 구축하는 MR(혼합현실) 기반 메타버스 교육·체험센터는 포항공대의 메타버시티 MR 강의실을 벤치마킹해 올 하반기부터 도민들에게 메타버스를 실감 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특히, 경북도청 내 도민들의 접근성이 좋은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해 메타버스 체험 공간, 교육 공간, 휴게 공간 등을 마련하고 메타버스 기본개념, 제작기술 기초교육, 콘텐츠 제작 등 학생, 기업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체험·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할 방침이다. 메타버스 아카데미는 인재양성과 취업연계에 주안점을 두고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교육 제공을 통해 메타버스 개발자 및 창작자를 양성하여 메타버스 창작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선수학습, 자기주도 학습, 기업연계 학습 등 단계별 학습프로그램과 국내 주요기업 및 전문가 밀착 학습지원으로 메타버스 우수인력을 양성해 수요가 있는 기업에 인력 풀을 제공한다. 또한, 온라인 학습과 함께 MR기반 메타버스 체험·교육센터를 연계해 학습효과를 극대화시키고 하반기에는 권역별 아카데미 개설도 준비하고 있다.이와 함께 발굴된 4대 분야 메타버스사업도 전문가 자문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고 정부사업과 매칭, 사업 규모화 등을 통해 국비, 민자 등을 확보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경북도는 메타버스사업의 구체적인 논리개발 및 타당성 확보를 위해 △메타경북 마스터플랜 수립 △메타버스-NFT(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연계 △메타버스 국책 및 지역거점기관 유치·설립 △메타버스 사회혁신센터 구축·운영 등의 연구용역을 6월 중 마무리할 예정이다.국회에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경북도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지역 국회의원들과 지난 3월 ‘메타버스 수도 경북 조성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메타버스 수도 경북 조성 및 메타버스 산업 선점’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이날 세미나를 통해 경북도는 RD 지원, 기반구축, 규제 샌드박스 등 종합적인 로드맵 수립과 메타버스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메타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의원들에게 인식시키고, 메타버스를 창작할 크리에이터 양성을 통한 크리에이터 경제육성,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생산성 혁신, 공공 메타버스 인프라 서비스 구축, 메타버스 육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방안 마련 등을 제안했다.경북도는 메타버스 선점을 위해 서울시와도 협업도 진행했다. 양 시·도는 업무협약을 통해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서 선제적인 메타버스 서비스를 시·도민들에게 제공하고 상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모범적 메타버스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메타버스 사업 상호 공유 및 기술 증진 △인재, 산업, 문화, 관광 등 분야별 메타버스를 활용한 정책을 발굴 및 협업사업 추진 △반기별 ‘서울경북 메타버스 협업회의’ 개최 △지역 소재 메타버스 기업, 기관, 대학 등 민간 차원의 교류 지원 △‘서울경북 메타버스 Alliance’ 구축 등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경북도는 이러한 메타버스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예산확보의 구체적인 목표도 내놨다. 국비의 경우 올해 정부 메타버스 예산 5천560억 원의 10%인 500억 원을 확보하고 지방비는 2026년까지 300억 원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정부, 국회 등에 ‘메타버스 수도 경북 조성’의 핵심사업인 메타버스 융합산업 클러스터 조성과 디지털플랫폼정부 대표과제를 건의하고 사업채택, 예산확보 등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이와 관련, 이철우 지사는 “4차 산업 메타버스 시대는 반드시 온다. 아이디어와 아이템을 바탕으로 철저히 준비해 메타버스를 통한 경북 대전환과 다시 대한민국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새 정부가 목표로 하는 디지털 플랫폼정부 구현과, 메타버스 선도국가로의 도약은 경북에서 시작하고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2-06-23

취약 작업자 고위험 작업 막고… 지게차 사고 원천 차단

□ 가상제철소로 스마트팩토리 미래 그린다지난해 포스코는 연원료 최소 비용·최적 배합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디지털 트윈 포스플롯(Digital Twin PosPLOT)을 개발했다. 포스코는 제선·제강 공정을 가상의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해 탄소배출 등 환경 영향과 수익성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PosPLOT은 POSCO Process based Lowest-cost-oriented Optimization Technology의 약어로, 철강사업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연원료 부문에서 최소비용으로 최적의 배합을 찾으려고 개발한 포스코 고유의 시스템이다. 포스코는 원료 가격 변동성 증가와 탄소배출 이슈 등 경영환경 변화로 연원료 투입과 배합을 상시 조정해야 했지만, 원료의 수많은 성분들을 고려하며 공정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증하기에는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이에 포스코 기술연구원은 2014년부터 복잡한 최적해를 계산하는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고, 2019년부터는 철강부문 선임조직에서 시스템 개발을 주도하면서 생산기술·마케팅·구매투자본부간 적극적인 소통과 그룹사의 협업으로 연구 결과가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디지털 트윈 포스플롯 시스템을 활용하면 품질, 원가, 생산 영향은 물론 ESG관점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변화까지 2분 이내에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 포스플롯은 2020년 말 정식 오픈해 현재 약 350명의 직원이 활용하고 있으며, 유관부서 간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류하는 플랫폼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어 전사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원료실 담당자는 “디지털 트윈 포스플롯을 활용해 구매, 조업, 품질 조건을 변경하며 최적해를 산출할 수 있어 연간 구매전략 수립에 유용하다. 제철소의 가공비를 고려한 사용성을 쉽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 유용하다”고 했다.2022년에는 경영계획 수립단계에 시스템을 활용하고 수익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디지털 트윈 포스플롯은 포스코의 IT 인프라를 기반으로 동종업계 최초로 온라인 가동되고 있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1년 8월 25일 개최된 포스코 기술컨퍼런스에서 기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이 디지털트윈 모델 공장으로 선정됐으며, 향후 탄소강공정 중심의 디지털 트윈 포스플롯을 스테인리스 공정까지 확장하고, 디지털 트윈 컨셉에 맞춰 시스템 리뉴얼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향후 탄소중립 전략 수립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다.□ 안전한 작업장 구현도 스마트하게최근 포스코의 화두는 ‘스마트 안전(Smart Safety)’이다. 지난해부터 포스코는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작업안전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산업용 로봇, 스마트 CCTV 등을 이용해 고위험 수작업을 자동화하고, 밀폐공간 유해가스 존재 여부를 사전 감지할 수 있는 스마트세이프티볼(Smart Safety Ball)을 개발했다.최근에는 제철소 작업안전관리를 위해 포스코 ICT와 함께 ‘작업현황 종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했다. 포스코가 개발한 ‘작업현황 종합 모니터링 시스템’은 작업별위험정보, 개소별 작업자 현황, 관계사 투입 현황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관련 인원은 누구나 각 작업 개시 전부터 안전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해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안전관리 시스템이다. 기존에도 포스코는 제철소 내 작업 및 작업자 정보를 관리하고 관련 부서 및 담당자에게 제공해왔다. 그러나 작업관리자가 직접 수기로 작성했기 때문에 실시간 통합관리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포스코는 이러한 현장 작업자들의 VOC를 수렴하고 문제점을 반영해 제철소 환경에 최적화된 통합 작업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키로 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포스코는 포스코ICT와 협업해 ‘작업현황 종합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으며 현재 전 사업장에 적용 중이다.특히 작업관리자는 시스템을 통해 작업자의 안전교육 이수 여부, 작업 수행 이력 등의 정보를 사전에 확인하고 최적의 안전작업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기존에는 작업계획 수립 시 작업자의 과거 이력정보를 알 수 없었으나, 현재는 ‘작업현황 종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 상으로 사전 등록된 작업자의 작업이력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전교육 미이수자, 초도 작업자, 고연령자 등은 시스템에서 별도 표시돼 미적격자의 작업 투입을 제한하고 취약 작업자의 고위험 작업 배치를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작업현황 종합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계획된 작업자와 실제 투입되는 작업자를 현장에서 최종 확인할 수 있어 임의의 작업자 변경에 따른 마지막 안전 리스크까지 관리할 수 있다. 만약 작업 수행전 해당 작업을 위해 결정됐던 작업자 대신 임의의 작업자가 긴급히 투입되면 사전 작업미숙지로 인한 각종 안전 리스크 요인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업 수행전안전미팅(Tool Box Meeting)에서 작업자가 출입증을 스마트폰에 태깅(Tagging)하면 계획된 작업자와 실제 작업자의 일치 여부가 확인된다. □ 곳곳에 자리잡아가는 스마트 시스템‘작업현황 종합 모니터링 시스템’은 5월 현재 관계사를 포함해 1만1천여 명 이상의 제철소 내 근무자들이 활용하고 있다. 특히 실제 제철소 내 작업을 수행하는 포스코 및 관계사 직원들로부터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는 ‘작업현황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한 사용자들의 VOC를 정기적으로 청취하고 있으며, 관계사 직원을 포함한 모든 직원이 활용하는 실질적 안전관리툴(Tool)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지속 개선해나갈 방침이다.지난 5월에는 RIST, 포스코홀딩스미래기술연구원, 중소기업과 협업해 지게차 자동정지기술을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지게차에 적용되는 안전 기술은 충돌 위험시 운전자에게 경고 알림을 보내는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지게차 자동 정지 기술은 ‘영상 인식 기술’, ‘자동 정지 제어’ 등이 적용돼 충돌에 따른 재해를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지게차 자동 정지 기술에 적용된 ‘영상 인식 기술’은 AI·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사람과 사물을 구분해 인식한다. 지게차에 설치된 광각렌즈로 촬영한 영상을 바탕으로 지게차와 사람간의 정확한 거리를 산출해 경고 알람을 울린다. 지게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기존에는 지게차와 작업자에 태그(Tag)를 부착해 거리를 측정해 왔는데, 이번에 개발한 새로운 기술은 별도의 태그 없이 충돌 위험을 감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여기에 ‘자동 정지 제어 기술’을 더해 안전사고 위험을 원천 차단했다. 지게차가 주변 작업자에게 접근하면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지게차가 단계적으로 자동 정지한다. 충돌 위험 거리가 6m 이내일 경우 알람이 울리고(1단계), 4m 지점에서는 감속이 시작되며(2단계), 2m 이내로 작업자가 근접하면 지게차가 자동 정지한다(3단계).이외에도 지게차에 설치된 조명을 활용해 지게차 주변의 위험 구역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기술도 적용됐다. 현장 작업자가 지게차 주변 위험구역에 진입하면, 지게차 조명이 붉은색으로 바뀌어 작업자가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고 대피할 수 있도록 돕는다.포스코는 제철소 내 기술 적용 이후 협력사까지 확대해 협력사 ‘영남산업’과 ‘대명’의 지게차에도 신기술을 적용했다. 향후 포스코는 해당 기술을 필요로 하는 국내 기업 및 기관에 포스코의 경험과 기술을 전파하고 지게차와의 충돌사고를 예방해 산업안전 확보에 기여할 예정이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2022-06-23

돌고 돌아 4년 만의 보수 회귀… 정치 다양성 회복 급선무로

올해는 대통령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한꺼번에 실시됐다. 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이후 3개월 만에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지지율을 보이며 4년 전과는 판이한 정치지형을 보였다.대구·경북 지역은 대선 승리 이후 더욱 강한 보수성향을 보이며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 2명 전원과 대구 8곳과 경북 23곳의 기초단체장 31명중 무소속 당선자가 탄생한 영천·의성·울릉 등 3명을 제외한 28명이 당선되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당시 대구 달성군과 경북의 김천, 안동, 영천, 봉화, 울진 등 모두 6곳에서 무소속 기초단체장이 배출됐다. 특히 경북 구미시장에는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발생하기도 했다.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은 4년전 보다 국민의힘 강세가 더 뚜렷해졌고 보수의 심장임을 재확인하게 됐으며 일당 독주체제를 더욱 공고히 했다.본보는 창간기념을 맞아 14대 대선과 지방선거로 달라진 대구·경북지역의 달라진 정치지형을 점검하면서 일당 독주체제 극복을 위한 다양성 부족이라는 과제해결 방안을 논의해 본다. (편집자 주)□4년 만에 보수로의 회귀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경기도와 광주·전남·전북 지역을 제외하곤 대부분 지역에서 국민의힘 소속 광역·기초단체장 들이 대거 당선됐다. 전국 교육감도 지난 지방선거 당시와 비교할 때 17명 중 8명이 보수성향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진보시대의 막을 내렸다는 지적이다.물론 대구·경북지역도 예외는 아니었고 몇몇 광역·기초의원을 제외하면 거의 이변은 없었다.선거 결과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등 광역단체장 2명이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고 기초단체장은 대구 8곳 전원, 경북은 영천과 의성·울릉 등 3곳의 기초단체장만을 제외하고 20곳에서 모두 승리해 대구·경북지역이 여전히 보수의 텃밭임을 재확인했다. 이는 대선에서 정권을 잡은 윤석열 정부의 출범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지역 유권자들이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됐다.4년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미시장이 당선된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달라진 정치지형임을 알 수 있다. 그나마 무소속 후보들이 당선되는 이변이 연출됐을 뿐이며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무소속 바람이 거세게 일 것이라는 관측도 들어맞지 않았다. 무소속 당선자들도 면면을 살펴보면 모두 친 국민의힘 성향으로서 실질적으로는 보수진영 인사의 전원 당선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런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선 승리후 보수층이 더 결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분석이다.제1야당인 민주당은 대구·경북 지역 31곳을 통틀어 겨우 11명의 후보만을 등장시켜 체면을 구겼고 대구시장에 후보를 낸 정의당과 기본소득당은 기초단체장 후보를 단 한명도 내지 못했다.□제3회 지방선거때부터 특정정당 독점화그동안 8차례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국민의힘과 보수 정당 후보들이 100% 당선된 경우는 몇차례 되지 않아 싹쓸이는 거의 없었다.민자당이 여당이었던 제1회 지방선거때 대구는 자민련의 오기환 동구청장, 이재용 남구청장·이명규 북구청장·김규택 수성구청장·황대현 달서구청장·양시영 달성군수 등 6명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었다. 경북은 민주당 박기환 포항시장과 박팔용 김천시장·정동호 안동시장 등 14명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이에 대구·경북지역에 모두 20명이나 민자당 출신 이외의 인사들이 당선되면서 비주류 정당과 무소속 기초단체장들이 나오면서 지역 정치색이 어느정도 다양성을 보였다.제2회 지방선거에는 대구는 이재용 남구청장이 무소속으로 당선됐을 뿐이고 경북은 자민련 김학문 문경시장·김수남 예천군수, 새정치국민회의 신정 울진군수 및 무소속 정동호 안동시장 등 모두 5명이 당선되면서 다양성을 이어갔다.제3회에는 대구는 전원 한나라당이 당선됐다. 경북은 박팔용 김천시장·박인원 문경시장 등 2명이 무소속 당선돼 이때부터 지역에 특정정당 싹쓸이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제4회때 대구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모두 당선되면서 대구가 특정 정당의 텃밭화의 길을 걸었고 경북은 정윤열 울릉군수·이태근 고령군수·박영언 군위군수·김복규 의성군수 등 4명이 무소속 당선되면서 무소속 명맥을 유지했다.제5회에는 보수당이 아닌 무소속은 대구의 경우 서중현 서구청장·김문오 달성군수 등 2명, 경북은 김주영 영주시장·신현국 문경시장 등 모두 8명의 무소속 기초단체장이 나와 특정 정당 일색이라는 색깔론에서 벗어나는 듯했다.그러나 지난 제6회 지방선거에서 대구는 전원 새누리당으로 채워졌고 경북은 무소속 이정백 상주시장·김주수 의성군수·한동수 청송군수 등 단 3명으로 대폭 감소했다.제7회 지방선거에서 보수진영 후보를 제외한 기초단체장 당선인은 대구는 무소속 김문오 달성군수, 경북은 민주당 장세용 구미시장을 제외한 김충섭 김천시장 등 5명이 무소속 후보로 당선돼 비주류의 명맥을 이어갔다.하지만 이번 제8회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은 보수당의 텃밭으로 회귀했다.□중선거구제로 그나마 희망의 불씨는 살려지역에서 제대로 후보를 내지 못했던 민주당은 제8회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의원 56명을 배출해 그나마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당초 민주당은 대구·경북에서 공천 파동 등으로 인해 전멸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주류를 이루는 등 선거 여건과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보수텃밭에서 민주당은 광역·기초의원들이 선전하며 그나마 재기 가능성을 보여 진보 셩향의 지역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안겨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기초의원의 경우 2∼5인까지 선출할 수 있는 중대선거구제의 덕을 톡톡히 봤다는 평가다. 중대선거구제 선거 특성상 다소 낮은 득표율로도 충분히 당선권에 들 수 있었기 때문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지역에서 2∼3위 권에 들어 당선된 케이스가 많았다.민주당은 대구의 경우 지역구 기초의원 24명, 광역 비례 1명, 기초 비례 1명 등 총 29명이 당선됐고 경북은 지역구 기초의원 21명, 광역 비례 2명, 기초 비례 4명 등 총 27명이 당선됐다. 중대선거구제의 효과가 아니었다면 이보다 더 못한 결과를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다양성 확보 위한 선거구제 변경 시급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권에는 특정지역 특정정당의 독점화라는 고착화된 상황의 타개책 마련이 우선적인 과제로 부상했다. 그 대안이 한 선거구에서 2∼5명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특정 정당으로의 쏠림을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고 이미 특정 정당이 지방 의회 의석 대부분을 독식하는 현상이 반복돼 온 자치구·시·군의회 선거에 지난 2006년 지방선거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광역의회의 반대 등으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만 실시됐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시범지역에만 도임되는 등 전국적으로 실시하지는 못했다.우리나라는 3차 개헌 후 참의원 선거시 이 선거제가 처음으로 도입됐고 제4공화국과 제5공화국 당시 국회의원 지역구 선거에 중선거구제를 채택한 바 있다.하지만, 일본이 실시하고 있는 중선거구제하에서 후보자는 득표활동을 위한 정책보다는 이익유도에 집중하고 지역구에 고착화된 고정지지표를 바탕으로 한 번 당선되면 이후 어렵지 않게 재선, 다선에 등극하는 단점이 드러났다.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인 조정 변호사는 “현재의 특정정당 독점화를 깰 수 있는 것은 중대선거구제로의 변화를 통해 지역정당 출현 등 다양성이 확보돼야 정치의 발전을 기할 수 있다”며 “정치권은 중대선거구제의 단점보다는 제대로 된 지방분권 실현과 특정정당으로의 쏠림현상만이라도 개선하도록 선거구제도의 개선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2022-06-23

경북 동해안 신성장 기반 ‘원전 클러스터 조성’ 청신호

경상북도의 역점사업인 동해안 원자력 거점 조성계획이 탄력을 받는다.문재인 정부시절 탈원전 정책에 따라 이미 예정된 원전도 백지화 되는 등 경북도는 엄청난 난관에 봉착했다.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탈원전을 공식폐기해 원전 클러스터를 꿈꾸는 경북에 새로운 희망의 불길이 되살아났다.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에 ‘탈원전 정책 폐기,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가 포함됐다.국정과제에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및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을 비롯한 원전의 적극적 활용, 원전 핵심기자재에 대한 국산화, 첨단기술 확보를 위한 RD, 인력양성을 통한 원전 생태계 경쟁력 강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하는 원전수출산업화, SMR(소형모듈원전) 개발 및 원전연계 수소생산 등 차세대 원전기술 확보 주요 사업이 포함됐다.또 한미 원전동맹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원자력 협력 외교 강화, 고준위 방폐물 처분 방안 마련을 위한 방폐물 관리, 원자력 안전 확보 등의 내용도 담겼다.□ 원전 클러스터 탄력신 정부의 원전강화 방침에 따라 경북도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확정된 후 발 빠르게 동해안 원자력클러스터 추진위원회를 개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원자력 주요 사업을 건의하고 소관 중앙부처를 방문해 설명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 핵심 사업들이 국정과제에 담기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경북도의 건의 내용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시 재개, SMR특화 국가산단 조성, 원자력 활용 수소생산 실증 및 국가산단 조성, 국립탄소중립 에너지미래관 설립, 글로벌 원자력 공동캠퍼스 설립, 지방이전 과학기술연구기관 지원 특별법 제정 등이다.원전산업의 국정과제 반영으로 경북 원전사업 육성이 강한 탄력을 받게 됐다.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 건설 및 기존 원전 계속운전으로 소요되는 각종 부품 발주 등 원전 산업계 일감이 창출될 전망이다.탈원전 정책으로 침체됐던 원전기술 연구개발 및 인력양성도 활성화 돼 원전 생태계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SMR 시장을 선점하고 수소경제 시대를 선도한다는 계획에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경북도는 이미 경주에 SMR 개발을 담당할 문무대왕과학연구소를 조성 중이며, SMR 사용화를 통한 수출 공급망 확보를 위해 SMR 특화 국가산단 유치를 추진 중이다. 울진에는 원자력 활용 수소생산 및 기업유치를 위한 수출·실증단지를 조성 할 계획이다.원자력의 고온 열과 전력을 활용, 값싸고 질 좋은 그린수소 대량생산도 기대된다.이외에도 경북도는 원전해체, 소형모듈원자로 등 첨단기술 수요에 따라 우수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글로벌 원자력 공동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이며, 국립 탄소중립 에너지미래관 설립과 한수원 아트센터 및 연수원 설립도 추진한다.앞으로 경북도는 확정된 국정과제가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소관 중앙부처, 국회 등을 찾아 관련 사업을 설명하고 국비 반영 등 각종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과거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경북은 가장 큰 피해를 봤다. 우수인력의 유출, 원전생태계 파괴 등 문제도 심각했다.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는 당연하며 좋은 결정”이라며 “원전사업재개는 우수한 인력이나 인프라가 더 유출되기 전에 빨리 진행돼야 하는 만큼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SMR 기술개발, 원전활용 수소생산 등 주요 사업이 신속하게 진행 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내고, 관련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 소형모듈원자로(SMR) 탄소중립시대EU 집행위는 최근 원전 투자를 친환경,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지속가능한 녹색금융 분류체계(그린택소노미)로 분류하는 기준안을 확정했다. 이에, 과학기술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이행과 친환경에너지 전환 추진과정에 원자력의 역할을 인정한 당연한 결과로 이해하고 있다.최근 미국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원전을 무공해 전원으로 발표했으며,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도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계획을 발표한 것은 EU 그린 택소노미와 맥락을 같이한다.원자력에 대한 재평가는 발전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제로에 가까워 탄소중립에 기여하고, 태양광ㆍ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변동성도 보완할 수 있다는 원전의 장점에 기인한다.경북도는 지난해 7월 착공한 문무대왕과학연구소를 향후 미래 원자력 먹거리인 ‘글로벌 초기 SMR 원전시장 선점’의 초석으로 보고 있다. 경북도는 현재 국비 2천700억원을 포함한 총사업비 6천540억원을 들여 경주 감포읍 일원에 국내 SMR 연구개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혁신원자력연구단지 조성 공사가 진행 중으로 2025년 완공 목표다.경북도는 연구단지를 바탕으로 SMR 제조, 소부장 기업 집적을 위한 SMR 산업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장래 지역에 SMR 특화 국가산업단지를 유치한다는 구상이다.또한 국내 대학뿐만 아니라 IAEA 연계 국제 교육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글로벌 원자력 공동캠퍼스 조성과 국립 탄소중립 에너지미래관 설립 등 각종 연계 사업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아울러, 수소생산에 적합한 SMR인 고온가스로(HTGR)를 활용해 미래에너지라 불리는 그린수소를 대량 생산하기 위한 연구개발 인프라를 구축하고 ‘원자력 활용 그린수소 생산·실증단지’ 조성을 통해 수소 저장·운송·활용 등을 산업화한다는 전략이다.이를 위해 현재 추진 중인 타당성 연구용역을 올해 마무리하고 산업부와 과기부 등 정부에 국비 반영을 위한 예비 타당성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다.경북도 관계자는 “과거 원자력은 해외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기저전력으로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향후 국가 에너지주권 확보와 탄소중립 실현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앞으로 SMR을 중심으로 산업과 일자리를 연계해 환동해 지역을 SMR 글로벌 거점지역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원자력클러스터 2조5천억원 투입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정책폐기에 따라 원자력 클러스터 추진위원회의 역할이 강화될 전망이다. 위원회는 원전지역 지역발전과 주민의 생활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 2012년에 구성된 자문회의 기구이다.하지만, 지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방침에 따라 다소 맥이 빠졌으나 윤석열 정부에서 원전을 강화함에 따라 상당한 역할이 기대된다.원자력 클러스터 추진 전략목표는 당초 4개 분야 12개 사업에서 현실에 맞게 수정·보완을 거쳐 연구실증, 인력양성, 산업육성 등 5개 분야에 19개 세부사업으로 재구성하고 경주 및 울진 동해안 지역에 2조4천578원을 투입할 계획이다.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난 4월 경북도는 이철우 지사가 첨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향후 전략을 세밀하게 논의했다.특히 회의에서 울진이 주목을 받았다. 울진군은 계획된 신한울 4기가 건설되면 총 10기의 원전을 보유한 최대집적지로서, 원자력을 활용한 수소생산 실증단지 조성사업 추진을 위해 정부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원자력 수소기술 개발 공약인 ‘수소병합원전 개발 및 수출상품화’와 맥락을 같이해 귀추가 주목된다.또 새 정부의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계획에 발맞춰 ‘SMR특화 국가산업단지’와 차세대원자로를 연구할 혁신원자력연구단지와 연계한 관련 소부장 산업을 육성하고 원전수출 시장을 선점한다는 구상이기 때문이다.원자력클러스터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경북도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중수로해체기술원, 방사성폐기물정밀분석센터 등 굵직한 사업을 유치하며 RD기반을 확보하는 등 미래원자력의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면서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원전정책 대전환기를 맞은 만큼 정부와 긴밀하고 신속한 협의로 원자력클러스터 사업에 대한 지원을 이끌어 내겠다”고 밝혔다./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2022-06-22

‘듣고 즐기는 뉴스’로… 활자뉴스의 이유있는 변신

경북매일신문이 새로운 언론매체로의 진화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올해 창간 32주년을 맞아 AI 뉴스 플랫폼을 이용해 신문 기사를 영상으로 제작하는 획기적인 AI 뉴스 서비스를 제공해 인기몰이 중이다.경북매일의 실시간 뉴스를 현직 뉴스 진행자를 빼닮은 AI 아나운서가 자체 제작 유튜브를 통해 직접 전달하는 경북매일신문의 AI 뉴스 서비스는 활자로는 미처 표현하지 못하는 생생한 소식을 영상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전국 언론사 중 최초인 경북매일의 AI 뉴스 서비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매체의 다양화로 종이신문의 한계를 극복하는 도전과 혁신의 첫 사례로 의미가 깊다. △새로움을 향한 사회적 대화의 시발점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디지털 기술이 강화되면서 이제 신문은 더이상 종이매체에 머물 수 없게 됐다. 웹, 모바일을 겨냥한 매거진과 뉴스레터들이 또 다른 읽을거리로 부상하면서 디지털은 신문의 또 다른 생존전략 영역이 됐다.신문 미디어가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이미 지난 1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 스마트 미디어의 대명사인 ‘스마트폰 신문’은 뉴스의 즉시성과 휴대성의 장점을 통해 ‘종이 신문’을 능가하고 있다. 실제로 뉴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신문 구독률은 급격히 떨어졌다. 이런 변화로 인해 정치·경제·사회적인 공공문제에 대한 참여와 관심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민주사회로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언론학자들의 우려도 있다.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는 지난 2010년 8월 ‘테크놀러지의 미래’를 주제로 한 컨퍼런스에서 “종이책은 죽었다”고 했다. 그는 종이 시대의 종말과 함께 종이 신문은 앞으로 5년 안에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종이 신문과 스마트 미디어 융합의 시대 흐름에 따라 경북매일은 뉴스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만들어냈다. 신문 읽기 과정이 일방향이 아닌 상호작용성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진화함에 따라 AI 아나운서를 통해 영상과 소리를 활용한 쌍방향 정보처리 방식을 적용해 ‘들으며 즐기는’ 뉴스 제공이라는 혁신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용자 니즈(needs)가 길잡이신문(news paper)은 말 그대로 새로운 정보나 소식을 전하는 매체다. 뉴스 수용자인 독자들에게 정기적으로 기사를 제공하며, 그들의 정신적 욕구를 만족시켜주고 그 대가로 이윤을 추구하는 공공성을 지닌 문화적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다. 보다 나은 세상 구현에 나서는 선봉자가 되는 것이 신문의 임무다.최근 정보화 시대와 4차 산업혁명의 급격한 문명적 변화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은 사물인터넷, 로봇, 인공지능과 같은 뉴테크놀러지 등과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기술적 발전을 통해 더욱 편리한 생활을 하고 있다. 대세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물결 속에서 어떻게 발전하고 적응할 것인가는 신문 산업의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신문시장도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20페이지 이상 빽빽하게 글로 채워진 지면을 소화해야 하는 신문 읽기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시간이 드는, 불편하고 골치 아픈 일이 됐다. 기사체의 문장은 블로그나 SNS 글과 달리 딱딱하기 이를 데가 없다. 경북매일 AI 뉴스는 실시간으로 경북매일 뉴스를 AI 아나운서가 들려주기 때문에 초스피드 시대에 걸맞는 실시간 정보전달의 메커니즘을 구축한다. 뉴스 전달 방식도 유익하고 흥미적인 요소를 갖춰 영상과 텍스트가 결합돼 흡인력을 가질 수 있다. 플랫폼의 다양화를 통해 쇠퇴해가는 종이신문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익 기반 확대 및 매체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한 조건이 되기도 하다.신문이 생산자인 신문사의 이윤 확대와 사용자인 독자의 윤택한 생활에 공헌하기 위해서는 상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사용자의 니즈를 추출, 반영하는 전략이면서도 트렌드 중심의 프로세스를 통한 고부가가치의 디자인 모델을 필요로 한다. 올해로 창사 32주년을 맞은 경북매일신문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명실상부한 디지털시대를 선도하는 혁신적인 미디어로 새로운 길을 가고자 한다. 새로운 시도는 많은 설렘도 주지만 두려움을 수반한다.더 많은 독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한 가지 플랫폼에 의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콘텐츠가 더 많은 독자를 향해 흐를 수 있도록 물꼬를 트고, 새로운 플랫폼을 고안해야 한다. 그 저변에는 신문 매체 이용자인 독자에 충실하고자 하는 언론 정신이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본지 뉴스 접해 현장기자 캐릭터 개발도 추진경북매일 AI 뉴스 제작을 책임지고 있는 최상석 미디어본부장으로부터 경북매일 AI 뉴스 제작 현황을 들어보고 앞으로의 발전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AI 뉴스와 일반 뉴스의 차이점은 무엇인가.△AI 뉴스는 글자 그대로 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글자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시스템을 활용해서 신문기사를 방송뉴스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신문이라는 활자매체가 눈과 귀로 보고 들을 수 있는 영상매체로 바뀌는 것이다. 뉴스 기사의 전달이라는 본질적인 역할은 변함이 없지만 뉴스 수용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경북매일신문의 뉴스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뉴스 제작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나.△지난 20대 대선 기간에 선보였던,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AI 영상이 큰 화제가 됐다. 그 영상을 제작했던 ‘(주)딥브레인’이라는 회사의 뉴스제작 플랫폼을 활용해 경북매일신문 AI 뉴스를 제작하고 있다. 김현욱 AI 아나운서가 메인뉴스를 맡고 있는데 신문기사를 입력하면 김현욱 아나운서의 음성과 몸짓으로 전달된다. 여기에 동영상과 자료 사진을 배경으로 하고 자막을 넣어 실제 방송 뉴스처럼 만들어 내고 있다.-독자들이 경북매일 AI 뉴스를 볼 수 있는 방법은.△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 6시에 5분 정도의 길이의 ‘경북매일 헤드라인 뉴스’를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이를 경북매일신문 홈페이지에 같이 올리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뉴스를 클릭하시거나 ‘경북매일신문’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시면 놓치지 않고 AI 뉴스를 시청하실 수 있다.-경북매일 AI 뉴스는 어떤 차별점이 있나.△신문사에서 AI 아나운서를 전격 도입해서 방송을 만드는 시도는 경북매일신문이 아직까지 유일하다. 전국 최초일 뿐만 아니라 어쩌면 세계 최초일지도 모르겠다. 기존 신문매체에서도 영상뉴스를 만드는 곳이 많고 유튜브 채널로 유통하는 방식은 흔해졌지만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AI 아나운서를 활용해 독자들이 보다 편하고 이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다가갔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싶다.-앞으로의 계획은.△현재는 기존에 제작이 완료된 AI 아나운서를 활용하고 있지만, 새로운 모델을 발굴하고 신선한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는 것도 과제 중의 하나다. 이외에도 현장에서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기자 캐릭터를 개발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AI 캐릭터를 뉴스 전달 뿐만 아니라 지역홍보, 기업체 정보 전달, 시민 캠페인 등에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 중에 있다. 경북매일신문이 지역 정론지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독자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뉴스 서비스를 계속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22

전쟁고아의 길잡이가 된 미술

예술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도시의 매력을 찾아낸다. 도시는 예술가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고 예술가의 눈에 띈 도시는 작품 속에 남는다. 지역의 근현대사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예술사를 밝히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척박한 환경에서 지역에 미술의 뿌리를 내리고 화단(畫壇)을 꽃피운 이가 있다. 6·25전쟁의 포연이 채 가시지 않은 포항에서 미술을 배우고, 1970년대 고향으로 돌아와 30여 년간 후학을 양성한 김두호 선생. 포항 미술의 산증인 김두호 선생을 만났다. 배은정(이하 배) :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김두호(이하 김) : 특별한 건 없고 화실에 나와서 그림을 그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화폭에 담지. 간혹 제자들이 찾아오면 차 한잔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배 : 선생님은 지역 미술과 함께해온 분입니다. 포항의 현대미술은 언제, 누구에게서 시작되었습니까?김 : 포항 미술의 태동기는 1950~60년대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 포항 출신인 장두건 선생이 한국 화단의 거두였다면, 포항에서 활동한 1세대로는 포항중학교 미술 교사였던 서창환 선생이 대표적인 인물이야. 당시는 포항에서 미술 활동을 한 분이 많지 않았어. 장두건 선생이 한국의 대표적인 서양화가로 포항 미술을 빛낸 분이라면, 서창환 선생은 포항에서 제자들을 길러내며 지역 미술을 개척한 분이지.초헌(草軒) 장두건(1918∼2015)은 포항에서 태어나 메이지(明治)대학교 법학과와 다이헤이요(太平洋)미술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한국 미술계의 거장으로 꼽히며, 수도여자사범대학 미술학과 학과장, 성신여대 예술대학 학장, 동아대 예술대학 학장을 거쳤다. 1984년 국민훈장 석류장, 2010년 대한민국 예술원상을 받았으며, 포항미술관에 장두건 상설전시관(초헌관)이 있다. 2005년부터 장두건미술상이 운영되고 있다.서창환(1923∼2014)은 함경남도 흥남에서 태어나 일본 니혼(日本)대학교 예술학부를 졸업했다. 1946년 월남해 영주농고를 거쳐 1947년 포항중학교에서 미술 교사로 근무하며 많은 제자를 길러냈고, 1959년 경북중학교로 부임하면서 대구에 정착했다. 구도자의 자세로 나무와 숲을 주로 그렸으며,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배 : 선생님께서 처음 접한 미술 작품을 기억하십니까?김 : 나를 직접 가르친 서창환 선생의 그림을 기억해. 대학에 들어가서야 다른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었어. 서양화보다 수묵화가 친숙하던 시절이었지. 포항에서는 한때 수묵화의 인기가 굉장히 높았어. 포항종합제철이 건립되면서 외지 사람들이 포항에 몰려 들어올 때 수묵화 붐이 일었어. 덕분에 수묵화가 잘 팔렸지. 외지에서 온 동양화가들이 돈벌이를 목적으로 그림을 많이 그렸어. 여관에 방을 얻어놓고 그렸고, 주로 다방에서 전시하며 팔았지. 당시 권영호(전 경남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 선생이 무분별한 동양화 전시를 못마땅하게 여겨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했어. 본격적인 서양화 전시는 1981년 포항향토미술회가 만들어지면서 이루어졌을 거야.포항에서 동양화 붐이 일어난 것은 1960년대이고, 1970∼80년대에 극성을 부렸다. 당시 상황은 ‘포항시사’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1970년대 이후 1980년대 초반까지 지역에서 두드러진 현상으로 표구화랑들의 극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표구화랑이란 작품 표구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매매도 겸하는 점포로서, 이들 업주는 당시 지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서 발생하는 반사이익을 노려 지역민들의 미술에 대한 무지를 악용, 서울에서 활약하는 동양화가들을 불러들여 다방이나 여관방을 주무대로 작품 매매를 일삼았다. 이들의 무제한적인 미술 상행위는 그 후 오랫동안 지역 미술계나 미술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 독소가 됐다.-『포항시사』제3권, 2010, 106쪽.배 : 장두건 선생이 포항 출신으로 서울에서 활동하셨고, 서창환 선생은 이북 출신으로 포항에서 활동하셨다면, 김두호 선생은 포항 출신으로 포항 미술의 터전을 만든 셈이군요. 당시 포항 이야기를 들려주신다면.김 : 내 호적에 구룡포로 기재되어 있는데 정확한 건 잘 몰라. 당시 부모님이 구룡포에서 살았던 것 같아. 구룡포 읍사무소에 내 호적을 만들어놨더라고.배 : 사연이 있을 것 같습니다.김 : 나는 열두 살 때 전쟁고아가 되었어. 6·25전쟁 때 포항에 인민군이 들어오는 바람에 동해면 임곡까지 걸어서 피난 갔지. 형산강 너머로는 인민군이 못 넘어왔거든.배 :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누가 돌봐주었나요?김 : 구룡포에 아버지 친구가 있었어. 내가 어릴 때 아버지가 친구와 나누던 이야기가 기억나. 아버지 고향은 충북 청주인데, 열다섯 살 때 부모님이 혼인을 강요하니 고향을 등지고 친구와 도망갔다는 거야. 처음엔 둘이서 만주에 갔다가 나중에 구룡포로 왔다고 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 친구분 집에서 좀 살았어. 그런데 어떤 분이 내게 “여기 있으면 학교도 못 다닌다”고 하더군. 학교 보내준다는 말에 그분을 따라나섰는데 선린애육원에 넣어주었어. 거기서 포항국민학교와 포항중학교를 졸업했지. 그때 안 따라갔으면 학교도 못 다녔을 거야.배 : 부친의 친구분은 어떤 일을 하셨는지요?김 : 엿장수였어. 그 형편에 남의 자식을 학교에 보낼 생각은 할 수 없었겠지.배 :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없나요?김 : 어머니는 동생을 낳고 산후조리를 잘못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어. 그 후 아버지도 돌아가셨지. 그런 곡절을 겪으면서 선린애육원에 들어가게 된 거야. 동생도 일찍 죽었어. 동생이 있었으면 내 삶에 변화가 있었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외톨이로 오늘까지 살아온 거야.배 :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역경이었을 것 같습니다.김 : 오죽했겠어. 그림 덕분에 극복했던 것 같아. 어릴 때부터 재생지에 혼자서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 학교에서도 그림 잘 그린다고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게 되었지만 과정이 만만치 않았어. 고독한 전쟁이었지. 겨우 대학은 졸업했지만, 졸업만 한다고 되나. 서울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면서 고생을 꽤 했지. 대학 졸업하고 곧바로 포항으로 왔으면 고생을 덜했을 텐데….배 : 주민등록이 잘못돼 정년퇴임도 빨리하셨다고요.김 : 주민등록에는 1937년생이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1941년생이야. 일제 때 태어나서 소화(昭和) 몇 년으로 기입되어 있었거든. 1960년대 주민등록법이 시행되면서 모든 국민은 주민등록을 하게 했지. 서울에서 미술학원을 할 때였는데, 구룡포 읍사무소에 가서 주민등록을 만들라는 거야. 2월이라 미대 입시로 바쁠 때였어. 구룡포에 갔는데 기한이 얼마 안 남아서 그런지 사람이 많았어. 직원에게 부탁해놓고 서울로 돌아왔는데 소화(昭和) 연도를 서기(西紀)로 옮기면서 1937년생으로 잘못 적은 거야. 전화해서 고쳐달라고 하니 재판을 해야 한다더군. 학원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재판까지 할 틈이 어디 있었겠어? 젊을 때야 나이 몇 살 더 먹고 덜 먹는 게 중요하다고는 생각 못 했지. 그 바람에 공짜로 네 살이나 더 먹어버린 거야. 교직에서 정년도 빨리 맞게 되었고.배 : 그림을 본격적으로 배운 시기가 6·25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죠?김 : 1956년 3월 포항중학교 입학식 날, 강당에서 누가 나를 부르더군. 누군지 몰라서 어리둥절했는데 알고 보니 서창환 선생님이었어. 손을 들고 나가보니 나더러 클럽 활동 시간에 미술반에 꼭 들어오라는 거야. 그래서 미술반에 들어가니 선배들이 많더라고. 서창환 선생님이 나더러 미술에 재능이 있다고 하면서 선배들에게 나를 잘 이끌어주라고 말씀하셨지. 그게 계기가 되어 평생 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거야.배 : 서창환 선생님이 어떻게 먼저 알아보신 걸까요?김 : 국민학교 6학년 때 포항 지역 학생 전시가 있었는데, 내가 수업시간에 그린 그림을 담임을 맡았던 김두익 선생님이 출품한 모양이야. 나는 그런 전시가 있는지도 몰랐고 무슨 그림이 출품되었는지도 몰라. 그때 서창환 선생님이 내 그림을 유심히 봤던 거지. 미술반에 들어가 보니 선배들이 꽤 많았는데 다들 서창환 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 서창환 선생님이 포항중학교에 있으면서 배출한 화가는 나와 노태룡, 이방웅 등이 있어. 나와 이방웅은 서라벌예술대학을 갔고, 노태룡은 홍익대에 갔어. 김두호1941년 포항에서 태어나 6·25전쟁 무렵 부모님을 잃고 선린애육원에서 성장했다. 포항국민학교와 포항중학교를 졸업했고, 포항고등학교에 다니다가 한 선교사의 권유로 경주문화고등학교로 전학했다. 서라벌예술대학(현 중앙대 예술대학)을 졸업한 후 고향으로 돌아와 죽장중학교, 대동중·고등학교에서 미술 교사로 재직하며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포항미술협회 창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며, 1995∼1996년 지부장을 맡았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화폭에 담아낸 ‘서정적인 구상’을 지향하면서 개성적인 필치로 독자적인 미술 세계를 구축했다. 1978년 국립현대미술관 앙데팡당(Indé pendants)전, 1986년 대구중앙미술관 초대전, 1992년 일본 히로시마(広島) 시모카마가리(下蒲刈) 란토가쿠(籣島閣)미술관 초대전, 1997년 중국 옌지(延吉)시 화원 초대전 등 국내외의 많은 전시회에 출품했으며, 2010년 포항시립미술관 초대 개인전 등 7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제5회 경북예술상 본상, 제6회 애린문화상 등을 수상했다.대담·정리 : 배은정(소설가) / 사진 촬영 : 김훈(사진작가) / 사진 제공 : 박경숙(미술평론가)

2022-06-22

탁 트인 바다 위 새로운 랜드마크, 관광객이 몰린다

포항시가 천혜의 해양관광자원을 적극 활용하며 철강산업도시에서 매력적인 해양문화관광도시로의 시원한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1지방선거를 통해 ‘3기 이강덕호’ 출범이 확정되면서 1∼2기에 걸쳐 이강덕 포항시장이 역점 추진한 해양문화관광도시 포항이 마침내 완성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 스카이워크, 스페이스워크에 해상케이블카까지포항시에 따르면 도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난 영일대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정상에서 바라보는 영일만 해안 경관이 매우 아름다운 환호공원, 포항시립미술관, 송도해수욕장과 포항운하 등을 포함한 환호동∼중앙동∼송도동 일원 2.41㎢가 지난 2019년 영일만관광특구로 지정됐다.시는 최근 일상 회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영일만관광특구협의회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트렌드에 맞춘 특구의 관광컨텐츠 및 관광상품 아이디어 발굴 등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개최하며 특구 관광활성화에 매진하고 있다.포항은 경북 해안선의 절반에 해당하는 총 204㎞에 달하는 천혜의 해안 절경이 남북으로 길게 펼쳐져 있다. 북으로는 화진·월포·칠포, 남으로는 구룡포·칠포·도구 등 해수욕장과 오도리 등 피서와 휴식을 즐길 간이 해변과 ‘SNS’를 통해 인생사진을 촬영할 ‘뷰맛집’ 곤륜산 등 다양한 천혜 해안 절경과 기암괴석들이 마치 목걸이를 이루는 진주처럼 바닷가를 따라 알알이 박혀있는 것이 포항만이 가진 소중한 해양관광 자산들이다.포항시는 이를 더욱 활용하고 천혜의 바다 경관을 체험할 색다른 볼거리와 즐길거리인 청하면 이가리 닻 전망대와 동해면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 환호공원의 스페이스워크와 여남동의 스카이워크, 영일대와 송도 해수욕장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워터폴리 전망대 등을 최근 연이어 조성했다.특히 지난 4월 임시개장 이후 평일 1천500명, 주말 3천명 이상 몰리며 유명세를 타고 있는 국내 최대 해상보도교인 스카이워크도 이달부터 야간 운영을 시작, 밤바다 정취를 만끽하며 한층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스카이워크는 평균 높이 7m, 총길이는 463m에 이르는 전국에서 가장 긴 해상 보도교로, 바닥이 투명한 특수유리로 제작돼 마치 바다를 걷는 듯한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출입구가 해안 산책로와도 연결돼 있어 바다와 육지를 넘나들며 아름다운 포항 영일만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이달부터는 멋진 조명과 함께 야간개장을 통해 밤바다의 아름다운 풍경까지 감상할 수 있다.또한, 지난해 11월 개장 이후 누적 관광객이 50만 명을 훌쩍 넘긴 ‘스페이스 워크’는 전국적인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한 국내 최초·최대 체험형 조형물이다.마치 우주를 걷는 기분이 든다는 의미로 스페이스 워크로 이름 붙여진 이 철제 조형물은 길이 333m에 이르는 트랙이 높이 57m까지 뒤엉켜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신비로운 기분과 함께 푸른 동해 바다를 한눈에 보고 직접 느낄 수 있어 하루 평균 3천명 이상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이와 함께 영일대해수욕장 일원 환호공원과 여객선터미널을 가로지르는 길이 1.8㎞의 해상케이블카를 조성 중이다.해상케이블카가 건립되면 영일만관광특구를 대표하는 핵심이자 스페이스워크 등과 연계해 관광객들을 더욱 유인하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의 도심 해양관광과 MICE 산업의 허브이자 중심축이 될 국제전시컨벤션센터 건립과 500실 규모의 특급호텔 유치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 ‘호미반도 해안둘레길’로 이어지는 끝없는 발길호미반도와 영일만을 품은 해안둘레길에도 언텍트 힐링 관광을 즐기려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포항시 호미곶∼송라 지경리까지 긴 해안에 설치된 데크로드와 전망대, 방향표시판과 포토존, 로프난간 등 해안둘레길 풀코스 112㎞ 중 아직 설치되지 않은 일부 잔여 구간을 조만간 완공할 예정이다.이를 통해 아름다운 포항의 해안선을 따라 각 지역의 역사와 전설의 이야기까지 담은 트레킹로드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며 인근 카페와 식당 등과 연계해 관광벨트로써 해양 관광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이와 함께 올해의 세계등대유산으로 지정되며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호미곶등대와 국내 유일의 국립등대박물관, 호미곶해맞이광장과 새천년기념관, 동빈내항의 포항함 체험관과 포항을 배경으로 한 인기 힐링 드라마 촬영지인 구룡포와 청하 일원의 아름다운 해안 경관들도 빼놓을 수 없는 포항의 해양 관광 자원이다.특히 포항시는 천혜의 해안경관과 바다 생태계의 보고인 호미반도 일원에 ‘국가해양정원’을 조성해 해양생태·문화·관광 거점으로 만들기 위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경북도 등과 힘을 합쳐 국가해양정원 지정을 위해 지난 4월 연구용역 최종보고회와 전문가자문회의를 가진데 이어 올해안에는 국가사업 반영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 사업은 호미곶 일대 해양생태계를 비롯해 장기면의 장기읍성·유배문화, 동해면 연오랑세오녀 설화와 국내 최대 규모의 모감주나무 군락, 구룡포읍 근대역사(적산가옥거리) 등의 생태·문화·역사인문 자원을 아우르는 것이 목표이다.호미반도 일원에 해양정원센터, 바다도서관, 친환경버스투어 등을 계획하는 국가해양정원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양 생태계 보호와 인문 교육까지 어우러진 특별한 친수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이와 함께 포항시는 흥해 오도 주상절리 탐방로, 여남지구 해양문화 공간 조성, 마리나 계류장 등 포항의 매력적인 해양 명소를 활용해 체험, 관광 자원화하는 시도를 지속 추진 중이다. □ 해양관광을 중심으로 포항관광 리부팅 선언포항시는 해양문화관광과 더불어 해양레저 중심 도시로의 도약 또한 꿈꾸고 있다.‘전국 3대 서핑의 성지’로 불리며 전국에서 온 서핑객들로 넘쳐나는 흥해읍 용한리 해변에 최근 ‘용한서퍼비치’를 조성했다. 이곳에는 장비보관실, 탈의실, 샤워실 등 각종 편의시설과 포토 존도 마련해 더욱 편리하게 서핑을 즐길 수 있어 서핑객들의 방문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시는 각종 전국대회와 국제대회 유치까지 준비해 명실상부한 최고의 서핑의 중심지로 만들 계획이다. 또한 영일대해수욕장에서는 패달보트, 카약, 딩기요트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교육받으며 즐길 수 있고, 포항운하에서는 포항 비치 맨발걷기, 야간 카약 등 다양한 체험 행사가 수시로 진행돼 시민들에게 친숙하게 해양 레포츠를 다가가고 있다.포항시는 올해 포항관광 리부팅(Re-Booting·새로운 시작)을 선언하고 포스트 코로나시대 변화된 관광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고 포항만의 관광 생태계와 콘텐츠를 더욱 확보해 관광스펙트럼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관광생태계 혁신, 관광콘텐츠 확장, 타깃별 전략마케팅 강화 빅이벤트 축제 개최 등 4대 분야 20개 과제 발굴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됨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대형 축제를 철저한 사전준비를 거쳐 2년 만에 정상 개최, 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상생을 견인할 계획이다. 지역대표축제인 포항국제불빛축제를 오는 9월쯤, 포항해병대문화축제는 10월쯤 개최할 예정이다. 시는 변화된 관광 추세에 발맞춰 호미곶에서 ‘포항캠핑페스타’를 7월에, 도심 철길숲에서 ‘철길숲야행축제’를 8월 새롭게 마련하면서 지역 관광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계획이다.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만이 가진 해양과 문화, 관광 자산을 지속 발굴하고 활용해 관광, 레저, 문화가 공존하는 환동해 해양문화관광도시 포항을 만들어 가겠다”며 “이를 위해 민관 협력과 포항만의 관광 정체성 확립을 강화하고, 관광이 지역 경제 활력소가 돼 포항의 미래먹거리인 관광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22-06-22

2고로 생산량 年 8만5천t 늘고 불량률은 63% 줄었다

2019년 7월 3일 포스코는 철강산업 고유의 스마트 공장 플랫폼을 구축해 국내 최초 등대공장으로 선정됐다. 등대공장이란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을 활용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이끌고 있는 공장을 의미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18년부터 선정하고 있으며, 해마다 2차례에 걸쳐 발표되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2019년 7월 포스코가 등대공장에 등재됐다. 등대공장 선정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포스코의 스마트팩토리는 얼마나 진화했는지 상·하 두편으로 나눠 살펴본다.등대공장 상징 ‘스마트 2고로’쇳물 생산, 직관서 데이터로 예측포항제철소 2고로는 2017년 이후 5년에 걸쳐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고로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스마트 고로는 제철소 고유의 스마트팩토리 기술로 기존 조업 기술을 성공적으로 대체하고 있다.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의 내부 온도는 최대 2천300℃까지 치솟기 때문에, 고로 내부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기존에는 표면의 온도, 압력, 가스 성분으로 용광로 내부의 상황을 추정했고, 고로 운전 또한 수동제어로 실시됐기 때문에 제철 공정은 숙련된 직원의 경험에 의존하는 프로세스로 여겨져 왔다.새롭게 제시된 ‘스마트 고로’는 실시간 측정된 데이터로 수많은 케이스를 학습하고, 용광로 상태를 스스로 체크해 조업 결과를 미리 예측한다. 이를 바탕으로 조업 조건을 선제적으로 자동 제어해 품질 편차가 적은 쇳물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이다. 경험과 직관에 의해 제어되던 쇳물 생산을 데이터에 맡기게 된 것이다.스마트팩토리 기술개발을 위해서 2018년 산·학·연의 ‘스마트 고로’ 협력체계가 구성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조업 기술을 보유한 포스코, IoT 센서 및 영상처리기술과 빅데이터 솔루션을 제공하는 국내 벤처기업, AI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지역 대학·연구소가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활용 고로 자동제어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산·학·연 협업 체계를 구축을 시작으로, 포스코 고유의 스마트팩토리 인프라인 ‘포스프레임(PosFrame)’이 적용됐다. 시범운영을 거쳐 201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전 제철소 스마트화에 나섰고, 2020년에는 조업을 넘어 설비·물류·안전·사무 등으로 스마트팩토리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스마트 고로의 정보는 포스프레임에 모인다. 제철소는 생산 계획부터 최종 제품을 고객사에 인도하기까지 모든 공정이 연속적으로 이뤄진다. 여의도 3배 면적의 제철소에 산재된 수백 개의 공장들에서 생성되는 정보들을 한 곳에 모으고, 이를 정형화·데이터화하기 위해서는 제철소 특성에 맞춘 데이터 플랫폼인 포스프레임이 필수적이다. 포스프레임을 이용해 약 3개월 후의 쇳물 생산량을 예측하고, 이후 제품 생산까지 연결해 고객사에 차질 없이 전달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포항제철소 2고로의 스마트 고로 도입은 철강 생산량 증대와 품질 향상에 획기적으로 기여했다. 생산량이 연 8만5천t 증가했고, 품질 불량률이 기존 대비 63% 감소했다. 8만5천t은 중형 승용차를 연간 8만5천대 더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직원들의 근무 여건 또한 개선됐다. 수동제어가 자동제어로 전환되니 작업자의 안전도가 향상됐고, 단순·반복 업무에서 벗어나 직원의 창의성을 발휘해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포항제철소 2고로는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2019년 대한민국 최초로 세계경제포럼(WEF)에 의해 ‘등대공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포항제철소는 2고로에 적용한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3·4고로로 확대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소Lot 주문 처리, 12→ 1시간으로주문량 미달에 긴 처리시간 안 보내제철소 생산 계획 담당자들은 더는 ‘소Lot(제철소에서 요구하는 최소 주문량에 미달돼 생산단계에서 제약을 받는 주문)’ 주문을 처리하는 데 긴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단 1시간 만에 소Lot 주문을 판단하고 설계하기 때문이다. 기존엔 주문이 들어오면 담당자가 일일이 소Lot 주문인지 파악하고 이 주문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다른 주문이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고객 입장에서도 양이 적은 주문은 출강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급한 주문일 때는 납기를 맞출 수 있을지 고민이 컸다. 소Lot 주문 처리에 드는 평균 시간은 무려 12시간이었다.이제는 단 1시간이면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주문의 소Lot 여부를 판단해 준다. 포스코는 그간의 데이터를 분석해 소Lot 주문에 영향을 주는 인자 12개를 도출해내고, 인공지능이 스스로 주문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학습시켰다. 그 정확도는 무려 97%에 달한다. 소Lot 주문이 원가 낭비 없이 최적으로 제작될 수 있도록 설계 사이즈를 맞추는 것도 정확도가 99.9%다.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수준이다.제선부 3소결공장 공정자동화 이뤄조업 편차 60% 개선·연료비 19억 절감철의 원료인 철광석은 용광로에 들어가기 전 소결 공정을 거친다.균일한 크기와 성분의 소결광을 만드는 것이 작업의 핵심. 하지만 철광석과 코크스는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울 만큼 알맹이가 작다. 작업자의 숙련도와 노하우에 따라 소결광의 품질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이제는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공정을 제어한다. 포항제철소 제선부 3소결공장은 스마트 센서를 활용해 작업자가 육안으로 확인해야 했던 부분들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딥러닝을 통해 인공지능이 스스로 실시간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자동 제어 시스템 적용 결과 조업 편차는 60% 개선됐으며 3%에 달하는 연료비가 절감됐다. 연 단위로 환산하면 19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버튼 하나로 깨끗한 쇳물 분리성분 이상률 0%… 작업자 사고 막아포항제철소 제강공장에서는 버튼 하나로 출강이 이뤄진다. 출강은 고로 쇳물을 전로에 받아 정련한 뒤 깨끗한 쇳물(용강)만 분리하는 공정이다. 이전에는 작업자가 일일이 수십 차례의 출강 작업을 직접 감당했다. 고온, 고열의 작업 환경상 안전사고 위험이 있고 작업자의 숙련도와 집중력에 따라 미세한 품질 편차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포스코는 2018년 제강 공정에 스마트 기술을 도입하기로 결정,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선에 나섰고 2020년 5월 국내 최초로 출강 공정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작업자들은 현장에서 일정 거리가 떨어진 조작실에서 원격으로 고열의 출강 조업을 면밀하게 살피고, 정밀하게 조작한다. 컴퓨터 화면 속 시작 버튼을 누르면 출강 공정에 필요한 일곱 가지 절차가 자동으로 이뤄진다. 포스코의 원터치 출강 자동화 시스템은 성분 이상률 0%를 기록했다.열연 全 공정 통제 ‘통합운전실’ 구축세계 처음… 연간 9만t 열연재 증산포스코가 2020년 7월, 세계 최초로 열연 전 공정(가열, 압연, 권취)에 스마트 기술을 적용해 한곳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통합운전실을 구축했다. 기존에는 압연된 소재를 두루마리 형태로 돌돌 말아주는 권취 공정의 운전실이 분리돼 있어 작업 효율이 떨어졌다. 이를 해결하고자 포항제철소는 권취 자동 운전 기술을 개발하고 권취 운전 기능을 가열·압연 운전실로 이전해 전 열연 공정 운전실을 통합했다. 가열 공정의 경우, 인공지능을 적용해 품질 편차를 획기적으로 줄였고, 압연 공정은 조업 상황에 따라 최적의 압연량을 자동 설정해 주는 스마트 기술로 제품 손실을 크게 줄였다. 전 공정에서 스마트화를 추진해 통합운전실을 갖춘 포항 열연부는 연 9만t의 열연재 증산을 기대하고 있다. 열연 전 공정이 스마트팩토리화돼 통합운전실에서 컨트롤되는 것은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세계 최초 사례다.인공지능 초정밀 도금 제어 기술 개발89%이던 도금량 제어 적중률 99%로앞선 공정을 통해 생산된 강재 중 일부는 그 목적에 따라 도금 공정을 거치게 된다. 기가스틸 등 고급 자동차 강판이 도금 공정을 거치는 대표 강종이다. 세부 과정을 말하자면 먼저 열처리한 강재를 용융아연 욕조에 담갔다 꺼낸다. 그다음 강판 표면에 응고되기 전의 아연을 에어나이프가 미세하게 깎아내 도금량을 제어한다. 숙련된 작업자가 일일이 이 과정을 제어했는데, 정확한 도금량은 아연이 완전히 응고된 후에야 측정이 가능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최적의 도금량을 제어하는 것이 난제였다.포스코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 초정밀 도금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 바로 딥러닝을 이용해 제품의 강종, 두께, 폭, 조업 조건과 목표 도금량을 스스로 학습해 정확히 제어하는 것이다. 그 결과 기존에는 89% 수준이었던 도금량 제어 적중률이 이제는 99% 이상을 웃돌고 있다. 이 기술은 포항, 광양제철소 모든 도금공장에 적용됐고, 우리나라 ‘국가핵심기술’로 등재돼 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2022-06-22

결실 거둘 4년, 기업 찾고 일자리 넘치는 ‘더 큰 경주’로

국민의 힘 주낙영 현 경주시장은 지난 6·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78.86%라는 압도적 지지로 재선에 성공했다. 주 시장은 지난 4년은 지역발전을 위해 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면 미래 4년은 계획했던 일의 결실을 거두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기에 중단 없는 경주발전을 위해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강한 포부를 드러냈다. ◇ 더 큰 미래 경주 위한 10대 공약 실현 매진지난 4년간 오직 경주발전만을 바라보고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혁신원자력 연구단지·중수로 해체기술원 등 원전 국책사업 유치·착공, 7천389억의 역대 최다 규모 국비확보의 성과를 거뒀다. 또 전기차 완성차 공장 등 신성장산업 유치, 각종 정부 공모사업 선정을 비롯해 도심 고도제한 완화 등 수십 년간 해묵은 지역 고질 숙원해결의 실타래를 푼 시기였다고 자평했다.주 시장은 미래 경주 100년 대계를 위해 △역사문화관광특례시 지정 등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 육성 △한류관광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등 ‘관광산업 혁신을 통한 관광객 2천만 시대’ 개척 △미래 자동차 부품산업 혁신 생태계 조성 등 ‘미래 첨단 신성장산업 육성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조성 등 ‘온(溫)가족 행복누리도시 구현’ △ICT 기반 스마트팜·스마트축산 확대 보급 등 ‘젊은이가 돌아오는 부자 농어촌’ 건설 △동천·황성 그린뉴딜 천년숲길 조성 등 ‘쾌적하고 아름다운 친환경 도시’ 조성 △도심 고도제한 완화, 도심상권 르네상스 추진 등 ‘침체된 도심 경제 활성화’ △청년 복지 행복하우스 등 ‘희망무지개 7대 청년정책’ 추진 △클린경주, 메타버스 디지털 시장실 개설 등 소통·공감하는 ‘열린 시정’ △안강 칠평로 도시계획도로 개설 등 ‘미래 네트워크형 사통팔달 교통망 구축’ 등 더 큰 미래 경주를 위한 10대 공약을 내걸었다.이들 공약은 경주에 남다른 애정을 지닌 윤석열 정부와 함께 실현시켜 나갈 것을 다짐했다.경주는 역사문화도시이지만 한수원, 월성원전, 중저준위방폐장,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 원전-건설-운영-해체-처분으로 이어지는 원전산업 전주기 사이클이 집적되어 있는 원전 메카이기도 하다.새롭게 출범하는 현 정부의 친 원전 정책에 따른 원전산업 부활에 발맞춰 지역경제 회생화 국책사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우선 정부의 기후변화 위기대응과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국립 탄소중립에너지미래관 유치, 원자력에너지 원천 기술발전과 안전관리 체계 강화 등을 위해 ‘원자력안전재단’ 등 원안위 산하기관 경주이전, 방폐물 지역자원시설세 근거 지방세법 개정, 2GeV급 양성자가속기센터 용량 확대, 원전 중수로 해체기술원 조기완공, SMR(소형원자로) 특화 국가산단 조성, 미래형 원자력 연구 산실인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조기 완공에 모든 행정력을 올인 한다는 계획이다.◇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에 사활또 시는 20년 만에 한국에서 미·중·일·러 등 21개국의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회원국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여 상호 경제·기술협력, 무역·투자 자유화 촉진, 새로운 시장 확대 개척 등 국제 정책포럼이자 문화관광도시 경주발전을 10년 앞당길 수 있는 ‘2025 APEC 정상회의’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시는 그간 ‘2012 APEC 교육장관회의’, ‘2015 세계물포럼’, ‘2016 유엔NGO 컨퍼런스’, ‘2017 세계유산도시기구 세계총회’ 등 국제행사의 성공적 개최 경험과 △아름다운 세계문화유산의 보고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 △세계 정상 경호에 유리한 보문관광단지 등을 비롯해 △석굴암, 불국사, 동부사적지 등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많은 역사문화유산을 갖추고 있어 세계 정상들에게 진정한 한국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다는 큰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행사장소인 화백컨벤션센터는 지난 2015년 개관 이후 연간 약 200건의 국제·국내행사를 개최하여 오고 있으며, 추가로 사업비 238억원을 투입해 2023년 완공 목표로 ‘화백컨벤션 센터 전시장 증축’ 등을 통해 APEC 정상회의 개최 장소로써 위용을 갖출 예정이다.APEC 정상회의 개최로 경제 유발효과가 1조원 육박, 경북지역 경제에 9천72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4천654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7천908명의 취업 창출 효과가 예상되고 특히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 경주의 도시브랜드의 상승효과가 상당할 것이다.시는 국제행사 유치노력에 이어 침체된 지역상권 활성화에도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이에 지난해 10월 문광부·중기부 공모사업인 ‘상권 르네상스’ 사업 선정에 이어 올해 3월에 ‘2022 스마트관광도시 조성사업’이 연이어 선정되어 총 150억을 들여 중심상가 등 구도심을 배경으로 2026년까지 상권활성과 관광혁신 두 마리 토끼를 겨양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주 핵심은 현재 전국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황리단길과 대릉원으로 몰려드는 관광인파를 옛 경주의 상권 중심인 중심상가 등 구도심으로 유도해 지역상권 활성과 젊은 층의 일자리 창출을 비롯해 다양한 관광인프라 구축 등 도심 활성화를 역점 추진한다.◇ 경주발전 위한 시민의 성원과 협조 당부여기에 올해 3월 문체부 주관 민간 관광기업 발굴·육성을 통한 지역 관광활성화를 위한 ‘경북관광기업지원센터’를 유치해 사업비 108억으로 2026년까지 관광스타트업 창업·기업 맞춤형 창업 육성 지원, 전통형 관광기업 개선 지원, 관광 일자리 허브 구축을 위해 입주기업 공간을 20곳을 마련하고 신규 벤처기업 발굴·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창업과 일자리 지원, 융자, 연구개발(RD) 등 관련 정책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메타버스 시스템과 스마트 관광 플랫폼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으로 경북도 전체 관광산업을 선도할 관광거점도시를 구축할 계획이다.경주는 역사문화 원전산업 도시지만 경북도 23개 시군 중 자동차 관련 산업이 1천300여개로 도내 64%를 차지하는 중소 자동차 부품산업도시로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의 환경변화에 선제적 대응을 위해 ‘미래차 자동차 부품 혁신 클러스터’ 도시를 조성해 나간다. 지난해 12월 안강지역에 전기차 완성차 공장 투자유치 성과에 이어 올해 4월 3천300억 규모의 ‘노후 산업단지 대개조’ 공모 선정, ‘423억 규모의 전기이륜차 배터리 공유스테이션 기술개발 및 실증사업’에 선정돼 내년부터 울산과 연접한 외동소재 일반산단에 △영세 노후 산단환경개선 △고부가가치 소재산업 육성 △미래형 모빌리티 부품 전진기지 구축 △e-모빌리티 배터리 공유스테이션 통합관제허브센터 건립 △배터리 관련 기술 국산화와 서비스 표준화 등 국내외 비즈니스 모델 검증 등 미래형 모빌리티 부품 전진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주낙영 경주시장은 “시민들의 변함없는 성원에 먼저 감사를 드린다”며 “미래 경주 100년 대계를 위한 시민과의 약속한 10대 과제 81가지 공약의 성공적 추진, 2025 APEC 정상회의와 미래 먹거리 원전 국책사업 유치, 미래 자동차 혁신클러스터 구축, 지역 상권 활성화, 7대 청년정책 사업, 시민복지 사업 확대 등 미래 지향적인 경주발전의 기틀을 확고히 다지겠다”고 다짐했다.경주에 기업과 사람이 몰려오고 일자리가 느는 더 큰 경주, 더 나은 경주 미래를 위해 혼신을 다 할 각오지만 사업 성공을 위한 시민의 적극적 성원과 협조를 간곡히 당부했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2-06-22

2030년, 중남부권 거점 경제물류공항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오는 2030년이면 대구·경북 신산업의 성장거점이자 대구·경북의 미래 100년 먹거리를 책임질 수 있는 중남부권 거점 경제물류공항인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새롭게 탄생한다.글로벌 항공수송 역량을 갖춘 중남부권 거점 경제물류공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중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한 활주로와 연간 1천만명 이상의 여객과 경제물류공항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규모의 터미널을 갖추어야 한다.대구시는 여·야 국회의원, 관계부처 차관 등이 참여하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건설 지원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운영을 주도해 신공항 건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방안들을 발굴하고 실현시켜 나가고 있다. □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추진소음과 고도제한으로 인한 생활권과 재산권 침해로 공항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자 대구시는 대구·경북의 관문공항 기능을 수행하는 제대로 된 경제물류공항 건설과 국가균형발전과 지역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지난 2016년 7월 11일 박근혜 대통령의 민간·군공항 통합이전 추진 지시로 시작된 이 사업은 국무조정실 주재 ‘대구공항 통합이전 TF’ 3차 회의에서 군공항은 ‘기부 대 양여’ 방식, 민간공항은 현 민간공항 부지매각대금과 정부재정을 활용해 민·군공항을 통합 이전하는 방식과 일정을 확정했다.공항 유치 희망 지자체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된 최종 이전부지 선정 과정을 슬기롭게 넘기며 군공항 이전을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 중 전국 최초이자 유일하게 2020년 8월 28일 군위군 소보면과 의성군 비안면 일원을 최종 이전부지로 확정했다.현재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군공항 ‘대구 통합신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통해 군공항 시설 규모 및 배치 등을 포함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민간공항은 국토교통부가 2020년 10월 ‘대구공항 민간공항 이전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을 착수하여 민간공항의 항공수요, 시설 규모 및 배치, 사업비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군공항은 2022년 기본계획 수립이 완료되면 기획재정부의 ‘기부 대 양여’ 심의를 거쳐 국방부와 합의각서를 체결한 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며, 민간공항은 202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2023년 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2024년 군공항 이전사업과 동시에 착공하게 된다. □ 중남부권 거점 경제물류공항으로 건설새롭게 탄생하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대구·경북의 미래 100년 먹거리를 책임질 수 있는 중남부권 거점 경제물류공항으로 건설돼 대구·경북 신산업의 성장거점 역할이 기대된다.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조기 건설을 포함시켜 사업추진의 큰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신공항이 경제물류공항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와 연계한 신공항 주변지역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항공산업과 물류산업 단지 조성, 관련 기업 유치를 통해 항공산업과 물류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하고 공항도시도 건설해 공항과 주변 산업단지 종사자 등이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글로벌 항공수송 역량을 갖춘 중남부권 거점 경제물류공항으로 자리매김하면 항공산업, 물류산업 등 공항 기반 산업과 더불어 관광·문화가 융합된 복합신도시가 형성되어 지역의 새로운 성장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0년 7월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통합신공항 건설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5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대구·경북 생산유발액 35조9천669억 원, 부가가치유발액 15조3천171억 원, 취업유발 인원 40만5천544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으며, 전국적으로 미칠 총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액 53조3천408억 원, 부가가치유발액 20조5천564억 원, 취업유발효과 49만1천812천여 명으로 분석했다. □ 통합신공항 접근교통망 확충통합신공항이 성공한 공항이 되기 위해서는 접근교통망을 확충해 공항 이용객들이 어디서나 빠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대구시는 도로망 구축을 위해 4차 순환도로, 조야~동명 광역도로, 금호JC에서 의성IC간 중앙고속도로 확장, 신공항 IC 및 진입도로 건설 등 도로망과 대구~경북 광역철도 등 철도망 구축사업도 추진하고 있고, 경북도도 6개의 도로와 3개의 철도망 구축 등 공항 접근성 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가장 중요한 접근수단인 대구~경북 광역철도는 2021년 7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된 데 이어 8월 비수도권 광역철도 선도사업으로 선정되어 9월 사전타당성 검토용역을 시작했다. 경북도가 추진 중인 북구미IC~군위JC 고속도로 사업은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반영되었으며 중앙선(도담~영천) 복선화는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이며, 김천~신공항~의성 철도 및 군위 관통도로, 경북도청~신공항 도로 건설사업도 국가계획에 반영되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이와 함께 공항 급행버스와 공항 리무진, 도심공항터미널 설치도 항공수요의 증가 추이에 맞추어 점진적으로 추진할 계획인 등 신공항 접근성 향상 SOC사업들이 계획대로 완료되면 대구 도심에서 신공항까지는 30~40분대에 접근 가능하며 충청, 호남, 강원권에서도 빠르고 편리하게 신공항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 공항후적지 개발통합신공항이 군위·의성에 신설되면 대구·경북은 중남부권역을 아우르는 물류·여객 중심지로 부상한다. 현재는 지방 어디에도 대규모 물류공항이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평당 1천만 원 수준의 수도권에서 기업활동을 하지만 물류여객 중심의 통합신공항이 건설되고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기업부지도 분양받을 수 있다면 굳이 수도권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대구시는 대구 도심에 위치한 210만평의 대규모 K-2 종전부지를 장기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통합신공항과의 접근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글로벌 관광·상업도시 조성과 4차산업 기반의 첨단산업(로봇·UAM·AI 등) 유치를 통해 대구의 새로운 신성장 거점으로 개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특별법 제정을 통해 관광특구, 규제자유특구, 경제자유구역, 연구개발특구, 특별건축구역 등 다양한 규제완화 방안과 함께 조세와 부담금 감면 등 정부의 재정지원도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각종 규제완화와 투자기업에 대한 획기적 재정지원을 통해 초고층 개발과 대규모 쇼핑몰을 들어오게 해서 문화, 관광, 레저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등 수도권 대기업들이 지역으로 내려와서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간다는 것이다. □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 제정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군공항과 민간공항을 동시 이전하는 사업으로, 군공항은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한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민간공항은 ‘공항시설법’에 따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부지가 확정되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장기간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국가안보시설이자 국가 중요기반시설인 민·군공항 건설사업을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가책임과 지원근거를 명확히 하는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지난 2020년 9월 홍준표 국회의원이 ‘대구통합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하고 2021년 1월 추경호 국회의원이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특별법’을 발의했으나 끝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국가 주도의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조기 건설이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로 반영된 만큼 대구시와 경북도는 물론 지역 정치권을 역량을 모으면, 올해내 특볍법이 제정 될 것으로 기대된다./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

2022-06-22

영천, 행복나눔·행복금고 사업으로 위기가구 돕는다

영천시가 민·관 협력을 통해 복지사각지대 제로를 추진한다.시는 복지사각지대를 없애고 ‘어느 한 사람, 어느 특정 계층만이 아닌 각계각층의 모든 시민이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영천’을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이를 위해 공적 지원부터 민간자원 연계까지 맞춤형 복지 지원으로, 지역에서 소외되는 이웃이 없도록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 소외계층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행복나눔 지원사업’ 추진연말연시 희망2022 나눔 캠페인으로 모금된 성금 중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정기탁성금 1억8천만원을 영천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연계해 소외계층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행복나눔 지원사업에 투입한다.지원대상은 기준중위소득 100%(4인 가구, 5,121천원) 이하의 복지사각지대 저소득 가구이다. 지원내용은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워진 위기가정에 생계·의료·주거환경개선비 등을 신속하게 지원하고,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결식우려가 있는 저소득계층 320가구에 주 1회 1개월간 밑반찬을 전달하며 안위를 살핀다.또한, 치아가 없거나 부실해 음식물 섭취가 어려워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만 65세 이하 저소득계층 중 틀니가 필요한 대상자에게 틀니 시술비를 지원하며, 기초수급·차상위 가구 중고등학교 입학생에게 교복비를 지원한다. □ 복지사각지대 제로를 위한 위기가구 기획 발굴 실시가족 해체, 지역 사회와의 단절에 따른 고립문제 및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위기징후 정보를 통한 1인 중장년 위기가구 1천78세대를 조사해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연계하고 건강 및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상담 중 희망하는 가구에는 영천살피미 앱을 설치하여 지정시간 동안 휴대폰 사용이 없는 응급상황 발생 시 등록한 보호자에게 구호문자가 자동 전송되는 신속한 현장 대응 체계를 마련한다.또한, 관내 아파트 관리비 체납가구 전수조사를 통해 대상자의 생활실태와 욕구를 파악하고 긴급복지 지원이나 주거급여 등 이용 가능한 자원정보를 제공하고 있다.위 같은 다양한 위기가구 상시 발굴체계 구축으로 정보취약 가구가 복지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조기 발견하고 지원한다. □ 민관 협력 통한 자원발굴 및 연계 강화17일에는 2022년 제2회 버팀목 간담회를 개최하여 사례관리 실무자 회의 및 복지자원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회의는 영천시의 사례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민·관의 사례관리사 27명이 참여해 △관내 복지자원 공유 △상호학습 △대상자 연계회의 순으로 진행했다. 회의를 통해 고난도 사례 및 위기가구 발생 시 민·관이 함께 해결방안을 찾고 중복지원을 방지하는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지난 13일에는 영천지역자활센터에서 희망복지팀이 의뢰한 독거어르신 댁을 방문, 청소사업단 참여자들과 함께 어르신 집을 청소하고 소독하는 봉사활동을 펼쳐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든든한 복지안전망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우리동네 이웃사촌과 함께하는 ‘따숨쿠폰 사업’ 지원‘따숨쿠폰 사업’은 동네 주민이 주체가 되어 직접 참여 가게를 모집하고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찾아내 ‘이웃이 이웃을 도와주는’ 주민 중심의 복지공동체 만들기에 한발 앞장 선 복지정책이다. 이 사업은 읍·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중심이 되어 홍보 활동을 펼치고 신청을 받으며, 현재 지역 내 음식점, 이·미용, 목욕탕 등 생활밀착형 따숨가게 145개소에서 매월 무상이용 쿠폰을 발행해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최근에는 따숨가게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따숨꾸러미 사업도 추진되고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이웃에 대한 관심과 나눔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 마을복지재원 스스로 더하기 ‘함께모아 행복금고 사업’ 지원영천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업무협약을 통해 지원하는 민·관 협력 사업인 ‘함께모아 행복금고 사업’은 복지사각지대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사회 스스로 복지재원을 마련하여 사업을 추진한다.현재 읍·면·동에서 자체 모금한 4천700만원의 성금으로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특화사업을 추진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에게 보탬이 되고 있다. 주요 특화사업으로 따뜻한 밥상사업을 시행한 북안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관내 저소득 독거노인 및 장애인 세대에 밑반찬 지원과 안부 확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부동과 자양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붕괴 위험이 있는 독거노인 가구에 각계계층의 재능기부자와 후원자를 발굴해 민·관 협력으로 사랑의 집짓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외에 경로효친 사상 고취를 위한 어버이날 카네이션 달아드리기, 취약계층 구급함 지원 사업 등 민·관 협력을 통한 지속적인 재원을 마련해 지역민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위기가구 지원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영천시는 정기적인 모니터링으로 위기가구의 생활 실태를 파악해 적극적인 발굴 및 신속한 지원으로 사회구성원 누구도 위기가구가 발생하지 않도록 포괄적이고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여 한층 강화된 복지서비스 제공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최기문 영천시장은 “우리 주변에 위급하고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하지만 마땅히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복지사각지대 가정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며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문제는 모든 사회구성원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공통의 숙제인 만큼 시민 상호 간의 신뢰와 정을 바탕으로 지역공동체가 함께 ‘지속 가능한 사회복지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영천시에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영천/조규남기자 nam8319@kbmaeil.com

2022-06-21

‘파손 방지’ 우선… 치밀한 복원 계획 마련돼야

676년. 백제와 고구려를 병합하고 삼국통일을 이룬 신라는 7~8세기 문화예술은 물론, 정치와 경제, 종교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낸다.그 시기 신라의 지배층은 국가가 관리하는 거대한 사찰을 연이어 건립하고, 영적인 힘이 깃든 산으로 인식되던 경주 남산에 수많은 불상을 세웠으며, 산 속 커다란 바위에 부처의 형상을 조각한다.신라는 석가모니의 이상(理想)이 현실에서 실현되는 불국정토(佛國淨土)를 꿈꾸던 나라였으니, 불교와 관련한 대형 프로젝트가 곳곳에서 진행됐던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지금은 쓰러져 그 전체 모습을 숨기고 있는 남산 열암곡의 마애불도 그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높이가 5m에 육박하고, 새겨진 바위의 무게가 80t에 이르는 남산 마애불이 우뚝 섰던 날. 그 웅장함과 빼어난 예술성 앞에 불교를 숭상했던 수많은 신라 사람들이 감탄하며 합장배례(合掌拜禮) 하지 않았을까?이희진의 논문 ‘경주 남산 열암곡사지 석조불상 연구’는 7~8세기 열암곡 마애불상을 포함한 경주 남산에 조성됐던 거대한 불교 유적이 발견됐을 때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남산 열암곡사지(列岩谷寺址)는 고위산 남서쪽 백운계(白雲溪) 본류의 오른쪽 열암곡에 위치한 절터다. 경주시 내남면 노곡2리 마을회관에서 백운암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가면 열암곡이 있으며 다시 800m 정도 오르면 열암곡사지에 이르게 된다. 현재의 열암곡사지는 보수된 모습이지만 그 전에는 건물의 초석들과 넘어지고 깨진 불상의 부재들이 주변에 흩어져 있었는데, 2007년 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주변을 발굴조사하고 불상과 절터를 보수·정비하였다. 그 과정에서 보수·정비된 석조여래좌상과 30m 정도 거리에서 5m가 넘는 대형 마애여래 입상이 넘어진 채 발견되면서 크게 주목받은 바 있다.”그야말로 ‘우연한 발견’이었다. 의도하거나 목적하지 않았던 상태에서 발견된 쓰러진 남산 마애불. 하지만, 발견이 우연했다고 이후 이어진 연구와 보존·복원 노력까지 우연에 기댈 수는 없었다.신라 불교예술의 주요한 유물임이 분명한 남산 마애불은 최초로 현대인 앞에 모습을 드러낸 2007년부터 지금까지 ‘역사의 필연’을 증명하는 불상 중 하나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 2007년 발견 때부터 진행된 연구와 보존·복원 노력남산 마애불, 혹은 열암곡 마애불상으로 지칭되는 불상은 ‘귀한만큼’ 그 연구와 조사, 보존과 복원 과정도 조심스럽고 까다롭게 진행됐다. 국가의 예산이 투입되고, 고대사와 신라의 문화를 연구하는 단체의 적지 않은 인력들이 동원돼 이 불상의 비밀을 해석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남산 마애불을 포함한 그 일대 고대 유적에 관한 발굴조사는 ‘경주 남산 일원 종합정비사업’이란 큰 틀 아래서 이뤄졌다.미시적으로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 긴급정비사업’이라 지칭된 이 프로젝트는 남산 마애불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주변을 정비하는데 목적이 있었다.이와 관련 당시 조사를 주도한 경주문화재연구소는 “열암곡 마애불상이 위치한 지점은 경사가 심한 사면이었다. 추가적인 슬라이딩(미끄러짐에 의한 붕괴)의 우려가 제기되었기에, 불상 전면으로 임시 옹벽을 구축해 슬라이딩을 방지하고자 했다”고 설명한다.바위에 새겨진 불상이 붕괴된 채 발견되었기에 정비사업 초기엔 더 이상의 파손을 방지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는 이야기다. 임시 옹벽은 모래주머니에 흙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축조됐다.훼손을 막은 이후인 2008년 초반기엔 사진 촬영과 인근 스케치, 유적을 3D스캔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이 이어졌다.다음 단계로 열암곡 마애불상 암석에 대한 안전진단 연구용역이 의뢰됐고, 이를 통해 암석의 조사와 마애불에 새겨진 바위의 성분이 분석됐다. 쓰러진 마애불이 발견된 2년 뒤에는 모래주머니로 쌓은 임시 옹벽의 붕괴를 우려하는 학계의 지적이 있어,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옹벽 시공 방법인 자연석 석축이 만들어졌다.남산 마애불은 발견된 위치의 특성상 주변 세굴(洗掘·물에 의해 바닥이 파이는 것)과 토사 유실의 위험성이 상존한다. 이를 방지하고 유물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주변의 정비공사가 필수적이었다. 이런 작업은 2011년 상반기까지 꾸준히 계속됐다. □ 마구잡이식 유물 복원은 불행 불러올 수 있어발견되거나 발굴된 유적과 유물은 비단 한국에만 있지 않다. 그것들에 관한 연구와 조사, 보존과 복원을 위한 투자는 세계가 보편적이다.몇 해 전 이란을 여행했을 때 아케메네스 왕조의 광대한 유적지 페르세폴리스를 찾았다. 자그마치 2천500여 년 전 축조된 페르시아의 대표 유적.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에서까지 조공을 받던 강위력한 고대 제국 페르시아의 왕들은 페르세폴리스에서 휴양을 즐겼다. 한국에서도 개봉돼 인기를 끈 영화 ‘300’에 등장하는 크세르크세스(Xerxes)도 그 왕들 중 하나다.하지만, 영화는 짧았다. 마케도니아의 정복자 알렉산드로스 3세는 아케메네스 제국을 짓밟고, 페르세폴리스를 폐허로 만들었다.그래서,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부서진 거대한 열주(列柱)가 서있고, 곳곳에 깨어진 조각상이 남은 황량한 페르세폴리스다.그러나, 그곳은 어떤 유적지보다 인상적이다. 역사의 흔적은 파손된 자체로도 크나큰 문화예술적 감흥을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법이므로.억지스럽고 조잡하게 진행된 복원은 차라리 망가진 채 남겨진 유적과 유물만 못하다. 기자는 그런 사례를 2011년 라오스에서 직접 목격했다. 라오스 북부에 자리한 루앙프라방은 14세기부터 16세기에 이르는 기간 동안 란쌍왕국의 번성했던 수도였다. 주변 국가들을 제압하며 번영을 누렸던 란쌍왕국의 지배자들은 7~8세기 신라의 왕들이 그랬던 것처럼 적지 않은 불교 사원을 만들었다. 라오스도 신라처럼 불교국가였으니 당연했다.그러나 오늘날 루앙프라방의 불교 사원들은 시멘트로 덕지덕지 보수된 불탑과 석상으로 인해 건립 당시의 신비함과 우아함을 잃고 있다. 막무가내식 유물 복원이 어떤 의도치 않은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주는 라오스의 불교 사원들.그래서다. 쓰러진 남산 마애불의 복원은 지극히 조심스러운 작업이다. 철저한 사전조사와 치밀한 복원 계획 없이 함부로 불상을 일으켜 세우려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게 역사학계의 공통된 목소리.경주문화재연구소를 포함한 남산 마애불 보존·복원의 주체들이 주변 환경 보존과 과학적 검증을 위해 ‘보존 관련 전문가 검토회의’를 열어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불상이 새겨진 암석에 대한 정밀한 안전 진단과 변위측정 계측기 설치 등도 이런 필요성에 의해 진행된 작업이었다. □ 다시 궁금증 하나… 남산 마애불은 왜 붕괴됐는지철학자 칼 마르크스(Karl Marx·1818 ~1883)에 의하면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고, 어떤 현상도 본질에 우선할 수 없다’.이를 남산 마애불 복원에 대입한다면 먼저 불상이 무너진 이유를 정확히 파악해야 앞으로의 복원 해법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성립된다. 원인 분석에 이은 결과 예측이 필요하다는 말이다.단단한 바위에 새겨진 열암곡 마애석불이 힘없이 무너진 이유는 상당한 강도의 지진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건 역사학계의 공통적인 해석이다. 그러나, 지진 발생의 시기가 언제였는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부경대학교 환경지질과학과 지질구조재해연구실은 지난 2009년 발표된 논문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여래입상 붕괴에 대한 지질학적 접근’에서 남산 마애불의 붕괴 시기를 아래와 같이 추정했다.“2007년 5월 경주 남산의 열암곡에서는 석불좌상 정비사업 중 8세기 후반의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여래입상(남산 마애불)이 전복된 상태로 발견됐다...(중략) 이 마애여래입상의 붕괴가 779년의 경주 지진과 같은 지질 재해와 연관될 가능성을...(후략)”그로부터 11년이 흐른 2018년에는 남산 마애불 붕괴를 가져온 지진이 1430년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주장이다.이 두 가지 지진 발생 추정 시점에는 600년 가까운 시차가 있다. 어떤 게 보다 합리적인 추측일까? 다음 회에선 이를 포함한 또 다른 ‘남산 마애불’의 비밀을 살펴볼 예정이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2-06-21

영화는 첨단 과학 기술이 융합된 미래 먹거리 산업이다

범죄도시 2가 1천만 관객을 동원한 28번째 한국영화가 됐다.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 영화상은 한국영화가 세계 영화시장의 절대 강자임을 확인시켰다. 영화는 이미 국경과 이념을 초월한 세계적 공용어가 되고 있다.영화는 오락과 예술을 넘어 첨단 과학 기술이 융합돼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어가는 4차 산업의 핵심이다.대구가 한 때는 한국의 헐리우드였으나 지금은 영화 소비도시에 머물고 있다. 젊은 영화인들을 이끌고 대구의 영화산업 부흥에 앞장서고 있는 서성희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그는 대구가 영화 소비도시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고 독려한다. “영화 인프라를 확충하는 일이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일”이라며 “250만 대구의 문화 예술은 ‘선택과 집중’ 아닌 ‘다양성’을 위해 영화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윤석열 대통령이 영화인들을 초청해 격려하면서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겠다’고 했다.△정권이 바뀔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이번에는 꼭 지켜지길 바란다. 지지난 정권의 블랙리스트도 아직 해결이 안 된 상태인데, 간섭은 안 될 말이다.- 영화의 세계적 발전 추세와 한국 영화는 앞으로 어떻게 나가야 하나.△한국영화는 개화기에 도입된 이후 세계적 호평을 받는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특히 K-POP, K-드라마 등 한류가 확산됨에 따라 한국 영화에 대한 해외 인지도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앞으로 한국 영화는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 기술인 AI(인공지능),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기술 간 융합을 통해 영화 기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영화 관련 원천기술의 높은 해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체계적인 기술 개발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구가 한국 영화의 중심지였던 적이 있었다. 기억할 만한 대구 출신 영화감독은 누가 있나.△대구는 한국 근대 예술의 근거지다. 6·25 한국전쟁은 대구를 문학 음악 미술 등에서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도 한국 중심으로 만들었다. 그러다가 1962년 영화법을 개정해 영화사 등록여건을 강화시키고 전국 71개 영화사를 16개로 통폐합했다. 이때부터 서울로 집중되면서 대구의 영화산업이 쇠락해 진 것이다.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을 비롯, 국어교사에서 영화감독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이창동 감독, 그들은 대구에서 영화적 소양을 키웠다.제작과 감독 촬영 편집 등 혼자서 만들어낸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으로 세계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를 알린 배용균 감독도 대구가톨릭대 교수였다. TV의 드라마 PD에서 상업영화로 성공하고도 독립영화의 길을 모색했던 영원한 영화 청년 박철수 감독도 대구가 낳은 영화인이다.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강점기인 1932년 한국영화사의 대표적 영화 ‘임자없는 나룻배’를 만든 이규환 감독도 대구 출신이다.6·25전쟁이 막 끝난 1955년, 출산한 지 한 달 되는 딸을 업고 여성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미망인’을 찍은 박남옥은 대구의 여성과 영화인이라는 이미지를 영화사에 새겨놓았다.- 현재 대구 영화계의 사정은 어떠한가.△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한국영화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대구는 영화에서 소비도시로 그 역할이 제한되고 있다. 문화 예술이 경제 발전의 힘이라고 하면서 첨단 과학기술의 융합인 종합 예술로서의 영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최근 지역 젊은 영화인들의 노력은 눈이 부실 정도다. 박재현 감독의 ‘나랑 아니면’이 지난해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단편 경쟁 부문에서 감독상을 수상했고 6월에는 박찬우 감독의 ‘국가유공자’가 평창국제영화제 한국단편 경쟁 부분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김정원 감독의 ‘희수’는 전북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받고 스페인 빌바오 단편영화제에 초청받는 등 국내외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김정원 감독이 ‘희수’로, 김현정 감독이 ‘흐르다’로 데뷔했고 유지영 감독은 ‘Brith’ 촬영을 마치는 등 3명의 여성 감독이 모두 장편을 만들어내 대구영화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구 영화계의 과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최근 지역 청년 창작자들의 성과를 살리면서 악화하는 영화계 외적 환경을 극복해 내는 일이 지역 영화계의 시급한 과제다. 대구만의 영상영화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역에서 영화를 한다는 것은 이미 영화 산업으로 자리 잡은 서울의 대형 영화사의 제작 배급 방식과는 달라야 한다. 대구만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해 나가며 위기를 기회로 변화시켜 대구에 적합한 영화도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오오극장 대표도 맡고 있다. 대구 오오극장은 어떤 곳인가.△독립영화전용관으로 7년 전인 2015년 2월11일 인디스페이스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개관했다. 영화인뿐만 아니라 지역 시민과 관객들의 십시일반 성금으로 설립됐다. 시내 한복판에 있는데 이름처럼 좌석수가 55석뿐이다.오오극장은 가능하면 지역에서 제작되는 영화들을 소개하려 노력한다. 전국적인 우수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것도 중요한 미션이었지만 지역의 영화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것 역시 중요한 임무이기 때문이다. 영화 상영 후에는 GV(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하고 있다.- 독립영화는 어떤 영화인가.△상업 자본에 의지하지 않고 만들어지는 영화다. 자본으로부터 독립이다. 흥행을 목표로 하고 대박을 터뜨려 제작비를 건지고 막대한 이윤을 남기는 영화와 달리 비상업적 자본에 의해 만들어지는 영화다. 그러니 이야기 전개 방식도 마케팅 면에서 유리하게 만들어지기보다 제작자나 감독의 주제의식을 표출하기 위한 내용과 형식을 담아낸다.보통 15억 원 이하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를 독립영화라고 부른다. 장편 영화는 편당 1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다.언제 어떤 영화가 히트 칠지 모른다. 독립영화는 상업영화를 제작하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돈을 목적으로 하는, 흥행위주의 상업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제와 형식을 다루며 예술성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독립영화는 한국 영화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대구의 독립 영화와 단편영화는, 또 대구단편영화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대구에는 독립영화 중에서도 상영시간 40분 이내의 단편 영화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2017년 유지영 감독은 순수 대구 제작진으로 장편 독립 영화 ‘수성못’을 찍어냈다. 대구의 장편 영화 제작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올해 23회째를 맞는 대구단편영화제는 2000년 3월 대구에서 만들어진 대구독립영화협회가 같은 해 11월 창립영화제를 열면서 시작됐다. 현실적으로 대구 지역 청년 영화인들의 제작 여건을 고려한 선택이 상업영화 아닌 독립영화였고 장편 아닌 단편영화였다. 해마다 1000편이 넘는 경쟁 단편 영화들이 출품되는데 여기서 성공하면 장편으로, 또 상업영화로 나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영화 생태계가 건강해야 한다는데 영화 생태계는 어떻게 작동하나.△영화 생태계는 교육부터 제작, 후반작업, 배급, 마케팅, 상영까지 사업 분야가 명확히 나뉘어져 있다. 따라서 분야별 지원체계가 유기적으로 작동될 수 있어야 한다. 한 편의 단편영화도 제작자 감독 배우에서 촬영 조명 등 15명 정도의 제작 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영화 제작이 계속 이어지지 않으면 그들은 영화 한 편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영화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영화 산업은 대기업 중심, 서울 중심으로 구성돼 지역에서 영화를 할 환경 조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구영화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영화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영화학교를 운영하고 지금은 대구영상미디어센터가 맡고 있다. 열악한 대구 영화계는 지역 영화인과 영화 지망생들을 서울 등으로 빠져나가게 만들고 있어 이들을 붙잡아 지역 영화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하는 한국영화 아카데미 연출전공 11기 출신이다. 대구에는 그런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영화 교육 기관이 없고 대학에도 영화과가 없다.대구에는 영상위원회가 없고 대구영상미디어센터가 교육 기관의 역할과 함께 영화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대구영상미디어센터는 대구시가 문화관광부와 공동으로 설립해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이 수탁 운영했다. 그러다가 2019년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이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운영하다가 올 2월부터 단독 운영하고 있다.대구영상미디어센터는 영화와 창작 활성화를 위해 대구영화학교를 운영하고 센터가 보유하고 있는 장비와 창작지원 사업을 통해 지역 미디어 인력 양성과 제작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는 창작 지원활동뿐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대구 영화 산업은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나.△영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다. 스튜디오를 건설하고 촬영 장비를 구비하는 것이다. 문화 예술이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낸다면 영화야말로 30년 후 먹거리를 만드는 일이다. 예술 작가를 키우는 일, 크리에이티브를 키우고 창작과 과학 기술이 융합한 예술이 영화다. 그 역량은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대구는 250만 도시다. 문화와 예술에서도 도시 규모에 걸맞은 ‘다양성’을 추구해야 할 때이지 더 이상 ‘선택과 집중’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 이젠 영화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대구단편영화제는 장편까지 포용하도록 판을 더 키워야 한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는 교육이라는 본연의 의무에 충실하고 대구 영화의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실행할 수 있는 영상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 대구 영화는 더 큰 힘이 필요하다.- 영화계에서 바닥부터 다져왔다고 했다. 대구 영화계와의 인연과 역할은 어디서부터인가.△대학(연극영화학과)을 졸업한 뒤로 줄곧 영화계에 몸담고 있었고 대구에서도 대학에서 영화 강연으로 활동했다. 그러다가 2007년 결혼 후 대구로 와서 본격적인 영화인의 길을 걸어왔다. 대구단편영화제 심사위원을 10년 간 맡으면서 지역 영화 생태계를 지켜봤고 2017년 대구경북영상영화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되면서 대구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이와 함께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소장을 맡아 2019년에는 영화진흥공사의 공모사업을 통해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이 대구영화학교를 운영하게 되었다. 이런 일들에는 지역 젊은 영화인들의 영화에 대한 열정과 땀이 큰 힘이 됐다.- 영화인으로서 후회나 바람이 있을 것 같다.△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다. 배우가 됐더라면, 감독이 됐더라면, 제작자가 됐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그러나 어떤 일을 하더라도 영화라는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영화라는 소신을 지켰으니 영화는 내 인생인 셈이다. □ 서성희(徐成姬)대구 출생. 성화여고, 청주대 연극영화학과. 경북대 대학원 경영학석사. 동국대 영화영상학 박사.경일대, 영남이공대 초빙 및 겸임교수, 계명대 영남대 외래교수.한국영화기획정보센터, 이우영상 기획실 근무.한국영화평론가협회 정회원, (전)기획이사.현)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 대표.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센터장.고교 시절엔 무용을 했다. 뮤지컬 배우 남경주를 보고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청주대에 지원했다. 그러나 대학 졸업 후 서울의 충무로 영화사 기획실에서 수입영화의 홍보와 배급, 한국영화 제작회의 등을 거치면서 영화계 실전을 익혔다. 석사가 되고 박사가 된 것도 모두 영화에의 꿈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했다.처음엔 직접 연기하는 배우의 길을 희망했는데 제작자의 길을 걷게 되었고 지금은 영화 기획과 행정 지원을 맡고 있다./이경우 편집위원

2022-06-20

도전과 혁신 DNA로 ‘행복한 고령’ 만든다

고령군이 오랜 기간 지속해서 꿈꿔온 것은 ‘군민의 행복’이었다. 군의 슬로건으로 이야기되는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도 그런 차원에서 만들어졌다.고령군은 최근 10년 이상 내외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그럼에도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새롭고 희망찬 고령군’으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3년을 지속된 ‘코로나19 사태’의 어둠 속에서도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처로 어려움을 이겨온 고령은 이제 지역 실정에 맞는 다양한 정책과 실천을 통해 한 단계 더 나아간 고령군을 꿈꾸고 있다.지난 12년간 도시 경쟁력과 주민 행복감을 높이기 위해 도전과 혁신을 지속한 고령의 그간 행적을 아래에서 구체적으로 점검해보고자 한다.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군민의 행복’지역민 삶의 질을 한 차원 끌어올리고자 수년 간 다각도로 열정을 쏟은 결실은 고령군 전반에 가시적인 성과로 잘 드러나 있다.보건소 신축을 시작으로 추후 이어진 2015년 문화·체육·복지 복합시설인 대가야문화누리 건립은 주민들의 일상을 새롭게 바꿨다.대가야문화누리는 삶의 품격을 높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했고, 이후 다산면 행정복합타운, 출산통합지원센터와 아이나라 키즈교육센터, 파크골프장, 쌍림면 행복이음터 등을 지속적으로 건립했다.현재는 다목적 군민체육관 신축, 다산 건강가족센터, 대가야 청춘누리관과 어르신 백세건강센터 건립, 대가야읍·다산면 도시재생사업 등을 추진함으로써 고령군민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사람 중심의 쾌적하고 안전한 도시 환경 구축도 고령군의 행정 목표였다. 이를 위해 도시가스 공급 확대, 지방상수도 급수구역 확장, 노후관로 개량, 하수관거 확충 등 다방면의 정주여건 개선사업을 추진했다.여기에 더해 각종 재난상황 및 사건·사고를 즉각 파악해 대처하는 재난 통합시스템과 스마트 관제시스템을 구축했고, 다산 119 안전센터 개소로 군민 생명과 재산 보호는 물론 양질의 소방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그외에도 고령군 CCTV 통합관제센터 운영, 개진면 신안지구 수해상습지 개선사업, 소하천정비 종합계획 수립·추진, 회전교차로 설치 확대는 군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완비하는데 일조했다.지난 2020년 2월 코로나19로 감염자가 폭증하던 위기의 순간에는 주민과 군청이 합심해 선제적 방역 조치를 취함으로써 당시 대구와 인접한 자치단체 중 가장 적은 수의 확진자를 보였다. 이후엔 코로나19 백신예방접종센터 개소, 경북 최초 음압형 워크스루 선별진료소 설치, 발 빠른 백신 보급·접종 등도 신속하게 이어져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 경제 기반 구축으로 삶의 질 높아져기업 경영에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사통팔달의 교통망 구축을 추진한 것도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그 계획 아래 광주-대구고속도로 확장, 국도 26·33호선, 국지도 67호선(우곡~운수), 월성~송곡간 광역도로, 다산 산업레저 연계도로, 성산 인안산업단지 연계도로, 동고령 물류단지 진입도로가 개통됐고, 운수~용암간 국지도 67호선과 성산 득성~다산 송곡 간 지방도 905호선 확장사업도 진행 중이다.동고령 일반산업단지 조성 및 열뫼·월성·송곡 일반산업단지 조성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동고령IC 인근 물류단지 건설로 낙동강 경제벨트도 완성 단계에 이르고 있다. 또, 대가야시장 활성화를 위한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 대구경북 최초 모바일·카드형 지역사랑상품권 출시, 청년 일자리 및 청년 창업지원 사업, 시가지 전선 지중화 사업을 통한 도시미관 개선사업 등도 지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적지 않게 기여했다.□ 문화관광의 21세기로 향해 가는 대가야 고령고령군은 5개 시·도 26개 시·군이 참여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행정협의회인 가야문화권 지역발전 시장군수협의회의 의장군이다.이 위치에 걸맞게 지난 10여 년간 영호남의 공동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통합과 상생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그간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및 복원 정비 국정과제 선정 등의 성과를 거뒀고, 대가야읍에 자리한 지산동 고분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최종 등재를 앞두고 있다.대가야의 옛 도읍으로서 역사성과 상징성을 부여하고자 기존의 고령읍을 대가야읍으로 명칭 변경해 군민의 자부심을 높이고, 고령군을 대가야 역사문화 도시로 각인시키는 계기도 마련했다. 또한 대가야 정체성 확립을 위해 가야국의 시조인 ‘정견모주’와 대가야국의 시조인 ‘이진아시왕’의 정부 표준영정 지정 및 대가야 종묘 건립, 대가야 대종 제작 등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이런 역사문화 콘텐츠를 각종 관광자원 개발사업과 연계해 대가야 문화벨트를 완성시킨다는 것이 고령군의 복안이다.가야금의 발상지이자 우륵의 고장으로서 도립 국악단 이전, 고령군립가야금 연주단과 우륵청소년 가야금연주단 창단, 전국 우륵가야금경연대회 개최, 뮤지컬 ‘가얏고’ 제작 등을 통해서는 국악도시로 자리 잡았으며, 2014년엔 서양의 현악기인 바이올린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크레모나시(市)와 우호교류를 맺기도 했다.2005년 처음 시작돼 2022년까지 개최된 대가야체험축제는 매년 3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는 대구·경북 대표축제로 자리 잡았다.이 축제는 민감하게 변화하는 관광 트렌드에 맞춰 민관 합동의 고령군관광협의회를 구성해 경쟁력을 강화한 덕에 수차례 대한민국 우수축제로 지정됐고, 2017년에는 고령군이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되는 등 구체적 성공 사례도 적지 않았다.얼마 전 열린 2022년 대가야체험축제는 일상으로의 복귀를 바라는 이들이 응답이라도 하듯, 수많은 인파가 몰리며 여행자들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 선진 농업도시와 화합의 행정도시로…21세기 농업이 처한 어려움 속에서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갖추고 새로운 희망을 창출하기 위한 고령군의 노력도 꾸준히 지속돼 왔다.고부가가치 농업도시 조성을 위해 농·축산산업 지원조례 제정, ICT스마트팜 시스템 도입, 농업회의소 설립, 기후변화 대응 작목 보급, 스마트농업 및 정밀과학농업 확대, 땅심 회복 지원사업과 농업인 교육 및 전문경영인 양성에 힘썼고, 농기계임대사업소 확충과 무인항공 병해충 방제사업 등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애플수박, 한라봉, 블루베리, 아로니아 등 새 소득 작목 개발보급 사업도 추진해 농산물 생산 품목 다각화를 통한 기후 변화와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했다. 여기에 “농산물의 안정적 판로 확보와 산지 마케팅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았다”는 것이 고령군의 설명이다.이와 함께 교육행정 서비스의 질적 강화를 위해 교육지원청을 신축·이전하고, 미국·중국 등 청소년 국제교류사업 확대했다.자아실현의 실천적 학습 시스템을 갖춘 평생교육의 강화와 다산도서관 건립 등 지역 교육 여건 개선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청렴한 공직사회를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청렴자가학습시스템을 도입하고, 공사와 관련된 부정부패를 예방하고자 계약 사업주에게 청렴 알림문자를 발송한 것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고령군은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최근 3년간 연속 2등급을 달성했다.앞으로도 고령군은 ‘희망차고 행복한 도시’ ‘대한민국 대표 행복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군민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다수가 공감하는 행정을 펼칠 계획이다.새롭게 시작되는 민선8기 고령군은 또 어떤 변화와 발전의 청사진을 그려가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까? 이에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령/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

2022-06-19

야생화 피는 ‘천국의 화원’… 천년세월 담았네

□ 다양한 동식물 서식하는 생태관광지우리 시대의 가객 송창식은 토함산을 이렇게 노래했다.“토함산에 올랐어라 해를 안고 앉았어라 가슴 속에 품었어라 세월도 아픔도 품어 버렸어라 터져 부서질 듯 미소짓는 님의 얼굴에도 천년의 풍파세월 담겼어라 바람 속에 실렸어라 흙이되어 남았어라 님들의 하신양 가슴속에 사무쳐서 좋았어라 한발 두발 걸어서 올라라 맨발로 땀흘려 올라라 그 몸뚱이 하나 발바닥 둘을 천년의 두께로 떠바쳐라 산산히 가루져 공중에 흩어진 아침 그 빛을 기다려 하늘을 우러러 미소로 웃는 돌이 되거라.” 글 싣는 순서1 토함산의 역사와 전설2 토함산의 동·식물3 토함산의 수호신 석탈해4 토함의 전설 담긴 영지5 ~ 8 불국의 나라를 꿈꾸다9 ~11 신이 빚은 솜씨 석굴암12 유흥준 교수와의 대담13 천년고찰의 향기 기림사14 흔적만 남아도 부처님 형상 폐사지15 토함산 자락의 마을들16 ~17 토함과 얽힌 문화예술 인사18 토함의 과거를 이야기 하다19 토함의 현재를 이야기 하다20 토함의 미래를 이야기 하다가객의 노랫말처럼 토함산은 천년의 풍파 세월이 담겨 있다.경주의 동쪽을 둘러싸고 있는 토함산은 높이 745m로 경주에서는 단석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산이다. 토함산의 서쪽에는 불국사가 부채모양으로 넓게 펼쳐져 있다(佛國寺扇狀地). 북서쪽에는 추령(楸嶺), 남쪽으로는 동산령(東山嶺)이 있고, 경주에서 감포(甘浦)에 이르는 도로는 추령을 통과하며, 산세가 웅장하고 경치가 수려하다.토함산이 밋밋한 산이라 얼핏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토함산을 포함한 토함산 지구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생태관광지로도 손색이 없다.토함산은 다양한 야생화가 피는 ‘천국의 화원’이기도 하다. 앵초, 변산바람꽃, 개별꽃, 둥근털제비꽃, 각시붓꽃, 은방울꽃, 조개나물, 둥근잎 천남성, 줄딸기꽃, 괴불나무, 팥배나무, 남산제비꽃, 연분홍분꽃, 복수초, 병꽃, 분홍색 노루귀, 백합과인 중의무릇, 고추나무꽃 등의 희귀종 야생화들이 함께 자생한다. 탐방로 주변 계곡에서 자주 보이는 선괭이눈을 비롯해 별꽃, 꽃다지, 현호색 등이 지천으로 핀다. 족두리꽃, 광대수염, 미나리냉이 등은 발에 치일 만큼 흔하게 발견된다. 산 중턱에선 또 다른 명물인 앵초의 군락지도 볼 수 있다. □ 생태적 가치 높은 토함산 습지경주국립공원 토함산 지구에는 두 개의 습지가 있다. 동대봉산(680m) 정상부근 해발 500m 지역에 있는 토함산 습지와 암곡 습지가 그것이다. 두 곳 다 산지형 습지인데 암곡습지가 1만3천228㎡로 토함산 습지(3천824㎡)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암곡습지에는 오리나무, 산수국, 진퍼리 새 등 식물 70종 정도가 자라지만 규모가 훨씬 적은 토함산 습지는 그야말로 식물들의 천국이다. 꽃창포, 노루오줌, 버드나무 등 식물 132종이 분포하고 있다.토함산습지는 지난 2010년 발견됐다. 탐방객들의 발길이 미치기 힘든 다소 외진 곳이어서 습지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토함산 지구는 이름난 불교유적지를 품고 있어서 토함산 등대봉산 등에 경주인들이 즐겨 찾았다. 수많은 이들의 발길이 쏠렸던 지역에서 천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습지가 오랜 세월 동안 발견되지 않은 것은 신기한 일이었다.토함산 습지는 작은 봉우리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다.습지의 규모는 폭 30m, 길이 100m 약 3천㎡의 타원형 모양의 평지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각종 수생식물과 야생동물이 서식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습지 주변에는 물이끼를 비롯한 각종 수초들과 이름을 알 수 없는 식물들이 마치 풀밭 모양으로 습지 곳곳에 빽빽이 서식하고 있다. 야생동물의 서식처 역할을 하는 습지답게 지금까지도 동물들의 발자국을 흔하게 볼 수 있다.습지는 제법 높은 지역에 있지만 습지를 가득 채운 뒤 계곡으로 흘려보낼 정도의 물이 땅속에서 계속 솟아오르는 샘터도 있다.무장봉에 있는 암곡습지는 국립공원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알려지지 않은 관심 받지 못한 산지습지 중 하나다.암곡습지는 토함산과 시루봉(502m)을 잇는 능선에 오래전부터 생겨난 산지형 습지로 생태적 가치가 뛰어나다. □ 멸종위기 야생생물 서직지인 암곡습지암곡습지는 다양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국립공원공단 경주국립공원사무소는 2020년 암곡습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인 벌매를 발견했다. 벌매는 경주국립공원단지에서 최초로 발견된 종이다. 이밖에 암곡습지가 담비, 삵, 참매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깃대종인 원앙의 서식지 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멸종위기 야생생물이 다수 발견된 암곡습지를 비롯한 암곡초지 일원은 지난 2021년부터 5년간 약 15억 원을 들여 집중 복원·관리하고 있다.경주국립공원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국가관리를 시작한 2008년에 12종에서 2020년에는 23종으로 늘어났다. 경주국립공원사무소는 야생생물과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여섯 곳의 국립공원특별보호구역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국립공원관리공단 경주국립공원사무소는 지난해 12월 31일 자로 고시된 국립공원 공고에 따라 멸종위기 2급 식물 경주국립공원 토함산지구의 애기송이풀 자생지를 국립공원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은 공원 내 핵심 생물종 서식지를 특별하게 보호 관리하기 위해 일정 기간 사람의 출입을 제한하는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경주국립공원 토함산지구에 자생하고 있는 애기송이풀은 2012년 7월 개정된 야생동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한국특산 식물이다. 분포지는 경기 가평군과 연천군, 강원 횡성군, 경북 영양군으로 알려진다.경주국립공원 관계자는 “최근에 자생지가 발견된 경주국립공원은 국내 남한계로 추정되며 우리나라 21개 국립공원 중에서 최초로 발견됐다”라고 설명했다.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애기송이풀 자생지에 대한 특별보호구역 지정은 기존에 이 지역이 야생화 단지로 알려지면서 주변 식생이 야생화 사진작가들에 의해 일부 훼손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적극 추진하게 됐다”며 “향후 현장관리를 강화해 애기송이풀 자생지 보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 야생화가 지천에 핀 자연마을 ‘시부거리’토함산지구에서 습지와 함께 주목할 만한 곳이 바로 애기송이풀 서식지 인근의 시부거리마을이다.변산바람꽃, 노루귀, 복수초 같은 야생화 관찰지로도 유명한 시부거리마을은 애기송이풀 탐방지로도 이름이 높은 토함산 지구의 자연마을이다.청정하고 건강한 생태계가 잘 보존되고 있는 시부거리 마을은 사방이 토함산에 폭 안겨있는 듯한 형상이다.새롭게 알려지기 시작한 ‘애기송이풀’에 대한 안내판도 볼 수 있다. 시부거리마을은 약 200년 전 오천 정씨 집성촌에서 시작됐다고 한다.‘시부거리’라는 마을 명은 정착 당시의 마을 앞 논이 커다란 늪지대여서 물이 많이 나오고 잡초가 자라는 마을 환경을 묘사한 것이다.사실 시부거리마을은 오지에 가까운 동네였다. 그러다 오랫동안 야생화를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봄이 되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른 봄, 봄꽃이 필 무렵부터 야생화가 피는 5월까지 탐방객이 가장 붐비는 시기라고 한다.전국에서 야생화 개화 소문을 듣고 사진작가와 사진동호회원들이 찾는 단골 촬영지기도 하다. 발 닿는 길 주변으로는 수십 종의 야생화들이 약초, 산나물들과 함께 자생하고 있다. 산벚꽃과 연달래, 참꽃의 수줍은 분홍은 낙화로 사라졌지만 개화 시기를 달리해 피어나는 야생화들이 사람들을 반긴다.이곳에서 본 멸종 위기종인 애기송이풀은 존재 그 자체로 경이로웠다. 마치 플라맹고를 추는 여인의 치마폭이 연상됐다.애기송이풀을 보고 돌아서며 귀하고 소중한 청정 생태계의 보고인 토함산에 대해 생태학적으로 재평가돼야 한다는 생각이 스쳤다. 야생화나 산나물 등 야생식물의 채취금지 등의 소극적인 보호 작업뿐만 아니라 생태학적 가치를 찾는 적극적인 작업들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천년 세월 동안 묵묵하게 버티며 경주를 지켜온 토함산이 말없이 건네는 화두일 것이다./최병일 작가

2022-06-19

다시 하늘과 맞닿을 날, 천년을 숨겨온 미소와 만난다

경주국립공원 새갓골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남산에 오를 준비를 했다. 관광객이나 여행자가 드문 평일 오전이었다.까마득히 먼 옛날 8세기에 만들어져 수백 년 전에 쓰러졌고, 아직 넘어진 그 형상 그대로 엎드려 땅을 보고 있는 ‘열암곡 마애불’을 조용한 가운데 세밀하게 관찰하고 싶어서였다.주차장에서 만난 경주국립공원 안내원은 “가볍게 산책하듯 올라가면 됩니다. 20~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을 걸요”라며 더위가 시작된 초여름 산에 오를 기자의 긴장감을 풀어줬다.그러나, 매일 남산을 오르내린다는 안내원과 보통 사람의 산행 속도는 달랐다. 체감하는 힘겨움 역시 같을 수 없었다.한 번도 쉬지 않고 30분쯤을 헉헉대며 걸었다. 종아리는 뻐근했고 셔츠가 땀에 젖었다. 그때서야 마침내 거대한 바위 전면에 몸을 숨긴 마애불이 우뚝한 콧날을 드러냈다.마애불(磨崖佛)은 ‘바위에 새겨진 부처’를 의미한다. 경주만이 아닌 한국, 더 나아가 인도와 중국에도 다양한 기법으로 새긴 마애불이 적지 않다.지난 2000년으로 시간을 되돌려보자. 아프가니스탄 바미안 지방의 암벽에 우뚝 섰던 2개의 불상, 즉 마애불은 높이가 각각 52.5m와 34.5m였다. 세계에서 가장 컸던 이 마애불은 불교 유물을 이단(異端)으로 규정한 과격 이슬람 세력에 의해 폭파됐다.탈레반이 주도한 이 행위는 인류의 공동자산이라 할 문화예술을 모독하고, 인간이 축적한 역사의 시간을 거스르는 행동이었기에 세계 각국의 비판을 받았다.경주 남산의 마애불은 이 같은 인위적인 이유로 쓰러진 것은 아닌 듯하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신라 혹은, 조선시대에 발생한 지진이 남산 열암곡 마애불의 붕괴 이유라고 추정하고 있다. □ 마애불, 경주 남산에서 1천200년의 시간을 뛰어넘다남산 마애불은 높이가 4m60cm, 부처가 새겨진 바위의 무게가 80t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불상이 온전한 형태로 지금까지 보존됐더라면 4세기 중국에서 만들어진 둔황의 천불동(千佛洞)에서 받은 감동을 경주에서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이마에 맺힌 땀을 닦고 유물 보호를 위해 쳐놓은 철망 가까이 다가가 마애불의 얼굴을 올려다봤다.매끈한 코와 얼굴 형상이 어제 만든 것처럼 또렷했다. 도저히 1천200년 전에 새겨진 불상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바위에 깃든 부처는 저 홀로 시간을 뛰어넘고 있었다. 경외감이 느껴졌다.경주 남산은 1971년 경주국립공원 남산지구로 지정됐고, 1985년엔 사적 제311호가 됐다. 지난 2000년 12월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경주 역사유적지구)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아름다움과 그 안에 간직한 수많은 유물을 인정한 결과다.‘남산 마애불’ 또는, ‘열암곡 마애불상’으로 불리는 이 유물은 언제 어떤 경로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까?이 의문에 관해 경주문화재연구소가 펴낸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 정비 보고서’는 이런 답변을 들려준다.“2007년 5월 22일 경북 경주시 내남면 노곡리 산119번지, 열암곡 석불좌상((列岩谷 石佛坐像)에서 남동쪽으로 30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되었다. 당시 이곳에는 열암곡 석불좌상과 그 주변 사역에 대한 발굴조사가 진행 중이었다. 사역 안에는 광배와 대좌를 갖춘 열암곡 석불좌상의 구성 부재가 흩어져 있었으며, 석불좌상의 보수·정비를 위해 유실된 부재 여부와 사역 배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주변 다른 불상의 조사와 발굴 과정에서 그야말로 ‘우연히’ 찾게 된 남산 마애불은 발견 당시부터 역사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언제 만들어진 것인지” “왜 쓰러졌는지” “어째서 일으켜 세우지 못했는지” 등의 의문은 발견 후 15년이 지난 현재까지 온전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다. □ 안전한 보존 위해 철 구조물과 CCTV 등 설치바위에 불상을 새기는 건 흔하게 볼 수 있는 불교미술의 한 양식이다. 학자들은 2~3세기 고대 인도의 석굴사원 조영에서 마애불 양식이 시작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양식이 서역을 거쳐 중국과 한국으로 넘어왔다고 보는 게 일반적 견해.인도의 경우 초기에는 바위로 생성된 굴의 벽에 부처의 일대기와 관련 설화를 표현하다가 차츰 불상을 새기는 방식으로 변화했다.한국의 경우엔 7세기를 전후해 충청도 해안 지역에서 마애불이 처음 나타나기 시작한다.경주 마애불은 신라가 통일 후 번성기를 누리던 8세기 즈음에 새겨진 것으로 학계에서는 추측하고 있다.발견 당시와 달리 현재는 보존과 복원을 위한 과정이 진행 중이라 쓰러진 마애불 바로 앞까지는 접근이 어렵다.외부 요인 탓에 발생하는 미세한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한 기계 장치가 설치됐고, 더 이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 철망과 CCTV도 갖춰졌다. 또한, 인근 바위의 추가적인 붕괴를 방지하고자 철 구조물까지 추가로 제작됐다.첨단 장비와 육중한 철제 구조물로 현대적 보호 장치를 완비해놓았음에도 남산 마애불 주위에선 고대의 신비스런 향기가 수시로 풍겨온다.불상의 코와 바닥의 간격은 겨우 5cm 안팎. 어떤 역사학자는 이 틈을 ‘기적의 5cm’라 명명하기도 했다. 남산 마애불은 쓰러지는 순간에도 수백 년 후 자신을 발견할 사람들을 배려한 것일까?□ 발견 초기부터 붕괴 이유 파악과 복원 논의 진행돼지면에 거의 닿을 듯 엎드린 형태라 남산 마애불의 전체 형상을 육안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다만 발견 초기부터 마애불의 보존과 복원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경주문화재연구소의 아래 설명을 통해 전체 모습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열암곡 마애불상은 소발의 머리에 높은 육계가 표현되어 있다. 타원형의 얼굴에는 오뚝하게 솟은 코와 아래로 내리뜬 길고 날카로운 눈매, 그리고 도톰하고 부드럽게 처리된 입술 등이 조각돼 있다. 귀는 어깨 바로 위까지 내려오고 목에는 볼륨감 있는 삼도가 표현됐다. 불상의 수인은 왼손 등을 바깥으로 하여 손가락을 가지런히 펴서 가슴 위에 얹었으며, 오른손 역시 손등이 밖을 향하고, 엄지손가락을 안으로 감싼 채 네 손가락을 가지런히 하복부에 대고 있는 특이한 형식이다.”남산 마애불이 쓰러진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지난 2018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1430년에 발생한 규모 6.4의 지진으로 넘어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다른 연구자는 신라시대에 발생한 지진이 마애불을 넘어뜨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정확한 붕괴 이유 파악과 함께, 보존과 복원을 위한 노력도 15년간 꾸준히 이뤄졌다.“미적경관 정비, 탐방객을 위한 출입로, 마애불상 주변 배수로 작업 등 마애불상의 안전과 관람을 고려한 일련의 작업들이 하나씩 추진되었고, 마애불상 아래 석축 축조와 수목 식재 등을 통한 주변 지반의 붕괴를 미연에 방지하도록 하는 조치가 이어졌다”는 것이 이와 관련한 경주문화재연구소의 부연이다.그렇다면 남산 마애불이 발견된 2007년부터 2022년 현재까지 붕괴 원인 조사, 보존·복원 방안 연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돼 왔을까? 다음 회에선 그것들을 알아보기로 한다. 기왕 경주 남산까지 갔다면…바로 옆 쪽 ‘열암곡 석불좌상’‘봉화곡 봉수대’ ‘염불사지’ 등발걸음마다 역사·예술 ‘만끽’쓰러진 마애불을 보러 경주 남산까지 갔다면 주위에 흩어져 있는 귀한 신라의 유적과 유물을 함께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경주국립공원 새갓골주차장을 출발해 남산 마애불상이 위치한 곳까지 오르면 바로 옆엔 ‘열암곡 석불좌상’이 자리해 있다. 파손된 채 흩어진 조각을 모아 복원한 불상으로 연꽃무늬 대좌와 화려한 광배가 눈길을 끈다.산행을 좋아하는 관광객이라면 거기서 더 올라가 ‘봉화곡 봉수대’와 8세기 신라 불상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다는 국보 ‘칠불암 마애불상군’과 만나도 좋을 듯하다.조금 더 힘을 내서 등산을 지속한다면 ‘기이한 승려의 염불 소리가 먼 산에서 서라벌 성안까지 들렸다’는 설화가 전하는 ‘염불사지’에도 이를 수 있다.역사와 불교문화에 관심이 있는 여행자라면 시간을 내 한 번쯤 찾아보길 권한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2-06-14

독서 생활화 기여, 진정한 문화 도시 대구 만들겠다

모든 것이 광속으로 움직이는 디지털 시대. 그런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뒤돌아보고 한 번 더 생각하는 여유를 가지게 하는 힘, 그것은 독서를 통해서 가능하다. 책이 인류의 지혜와 정보의 보고라면 그 보물과 소통하는 방법이 독서다.책을 읽는 사람은 생각을 깊게 하게 된다. 독서는 지식에의 허기를 채워주고 독서카페나 동아리 문화센터를 통해 지적 허영심까지 해소시켜 준다.평생을 책을 만들어 온 신중현 학이사 대표. 그는 “책 읽기는 숙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생활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에 좋은 출판사 하나가 있다는 것은 좋은 언론사나 대학이 있는 것과 같다’라고 말하는 그는 책을 통해 개인의 발전뿐만 아니라 지역 대구가 진정한 문화의 도시, 책의 도시가 되는 길을 고민한다. 그가 독서아카데미에 열중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 대구가 인쇄 출판 도시라 불렸는데, 대구 출판업계의 현황은 어떠한가.△역사적으로 대구는 출판 문화의 도시였다. 특히 6·25 전쟁을 계기로 서울의 작가와 출판사가 대구로 피란 우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이 때 출판의 수도로 번창한 곳이 대구다. 내가 출판사 이상사에 입사하던 1987년만 해도 전국을 무대로 활발한 영업을 하던 수많은 출판사들이 있었으나 지금은 대부분 없어지고 신생 출판 기획사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대구시에 등록된 출판기획사 수만도 1천개는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그렇게 많지만 단행본을 출판하는 출판사는 몇 되지 않고 대부분 관공서나 특정 업체의 인쇄물을 수주 받아 인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종이책의 위기라 그런다.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인가.△옛날이나 지금이나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책값이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독서 인구는 오히려 늘어난 것 같다. 지금 지하철에도 도서관 시스템이 있고 동네 도서관을 통해 책을 빌릴 수 있다. 독서 환경이 정말 좋아졌다.예전에는 20대 중반부터 30대 여성이 가장 큰 독자층이라 했다. 지금은 30 ~40대가 가장 큰 독자층이라 생각한다.- 대구서적 문화서점 본영당서점 제일서적 학원서림 태양당 등 문화도시 대구의 위세를 보여준 서점들이 대부분 사라졌다.△정말 서점들이 많이 줄었고 대구가 특히 심하다. 중앙로를 중심으로 번창했던 서점들이 건물 임대료에 밀려 업종을 바꾸고 사라진 것이다. 현재 대구를 대표할 토종 서점이 없다. 많은 서점들이 학습교재 판매로 주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그나마 긍정적인 면으로는 전국적으로 작은 책방이 골목마다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 모바일이나 e북이 종이책을 삼킬 것으로 보나.△절대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양적인 면에서는 당연히 줄어들겠지만 종이책과 모바일이나 e북이 지닌 물성이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평생을 책을 만들어왔다. 종이책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종이책은 읽는 사람에게 깊게 사유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이건 정말 중요하다.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작가와 교감할 수 있고 자신의 상상을 펼쳐 나갈 수 있다.기억하고 싶은 곳은 밑줄을 치거나 포스트잇 등으로 표시할 수 있어 다시 찾기 편리함과 더불어 내용을 기억하기에 유리하다. 종이책은 읽는 사람에게 무게와 형태, 그리고 종이의 감촉 등이 책의 물성을 느끼게 한다.- 지방 출판사의 어려움은 어떤 것인가.△이건 지방신문과 중앙일간지를 비교하는 것과 같은 차원이라고 보면 된다. 중앙과 지방의 차이는 인력과 마케팅 능력, 자본 등에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좋은 책은 기획하려면 그만한 투자가 뒤따라야 하는데 지방 출판사에서 그만한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지방 출판사의 어려움은 지방 작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작가의 작품을 출판사가 책으로 만들면 서점에서 일반 독자와 만나는 선순환의 유통 구조를 이뤄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서점들이 거의 사라지고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 중앙 중심, 대형출판사 중심으로 책의 유통구조로 짜여 지면서 지방출판사는 물류면에서도 불리하고 지방출신 작가의 위치도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작가와 독자의 만남이 어려운 구조라는 이야기인가.△좋은 작가의 책을 기획해서 서점에 내놓고 책이 독자와 만나는 구조가 돼야 한다. 그런데 그런 기획출판은 드물고 대부분의 책은 작가가 자비출판해서 배급까지 떠맡고 있다.자비출판의 경우 저자가 출간한 책을 본인이 지인들에게 배포하는 것이다. 어쩌다 판매가 예상되는 책이 있을 때는 출판사에서 일부 판매에 나서기도 하지만 물류창고도 있어야 하고 영업능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흔하지 않다.책이 더 이상 라면 냄비 받침에서 탈피해야 한다. 안 팔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이런 책도 있다는 정도는 알려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책 광고만 하더라도 한 때는 책 광고 한 번에 뉴 그랜저 한 대 값이었던 적도 있었다. 그때는 그만한 값어치를 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 지역 출판사임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 출판사가 필요하고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지역 출판사가 그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만 생각하면 아주 미미하다. 그러나 책 출판 이상의 역할을 맡고 있다고 자부한다. 출판은 그 지역의 진정한 삶을 발굴하고 기록한다. 그것은 문학이 되고 철학이 되고 역사가 된다. 그래서 ‘지역에 좋은 출판사 하나 쯤 있다는 것은 언론사나 대학이 하나 있는 것과 같다’는 말에 위안을 삼고 용기를 얻는다.지역 출판사의 역할이 왜 소중한지, 왜 지역 출판사를 아껴야 하는지를 알리는 데에도 적극 나선다. 책을 통해 개인의 발전뿐만 아니라 내가 사는 지역 대구가 진정한 문화의 도시, 책의 도시가 되는 길을 고민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학이사(學而思)라는 출판사 상호부터 특이하다. ‘학이’는 뭐고 사(社)가 아니기도 하다.△논어 위정편에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답답하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에서 이름을 따왔다. 출판사명을 생각 사(思)로 쓰는 것도 그래서이고 이건 기업정신이기도 하다. 2007년 대구의 한자 옥편 전문 출판인 이상사(理想思)를 맡으면서 이름을 바꿨다.학이사는 2017년 ‘제37회 한국출판학회상(기획 편집부문)’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한국출판학회가 제정한 상으로 출판사가 가장 받고 싶어 하는 기획 편집부문 상을 지역출판사로서 받은 것이다.- 그동안 어떤 책을 얼마나 발간했나. 어느 책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나.△종이책 400종, 전자책 150종, 그리고 오디오 북 몇 권을 냈다. 1년에 30권 가량을 내고 있다. 가장 자랑스러운 책은 대구에서 코로나가 창궐하던 당시 국내 처음으로 코로나 관계 도서를 발간해 기록으로 남기고 전국적인 코로나 관련 도서 발간의 동기를 만들어 냈다는 거다.코로나가 발생한 지 한 달 여 만인 2020년 4월 17일 ‘그때에도 희망을 가졌네’를 발간했다. 각기 다른 직업의 대구시민 51명의 코로나 체험기다. 이어 대구에서 의료활동을 했던 의사와 간호사, 구급대원 등의 체험과 제안을 수록한 ‘그곳에 희망을 심었네’를 냈다.책이 나오자 중앙 일간지에서 대서특필했고 일본에서도 번역 출간되고 NHK를 비롯한 일본 언론까지 관심을 갖고 취재했다. 독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지역 출판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게 했다.기억에 남는 책으로는 환경운동가 정홍규 신부의 ‘마을로 간 신부’로 중국국제도서전을 앞두고 우리 정부의 사전검열에서 4대 금서 리스트에 오른 일이다.- 출판사 운영에 어려운 시절은 없었나. 언제가 제일 힘들었나.△시쳇말로 ‘단군 이래 안 어려운 적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디지털시대인 지금이 어렵다면 가장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펄프 값이 40%나 뛰고 제작비가 인상되어 힘들다. 그러나 출판 환경은 예전과 달라졌다. 대통령 욕이든 어떤 이야기든 제지받지 않고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학이사에서 주관하는 독서아카데미가 지역 문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책을 통해 개인과 지역이 함께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책을 제대로 읽는 훈련을 하는 곳이다. 2016년 시작, 지난해 7기까지 배출했다. 매 기수 15명이 주 1회씩 3개월간 12강으로 완성한다. 문무학 시인의 강의와 서평쓰기 공부를 통해 제대로 읽는 방법을 배운다. 수강생 중에는 멀리 경주나 구미에서 오는 사람도 있고 대학생부터 70대까지 연령층과 직업 또한 다양하다. 각 기수별 수료생들의 서평집을 발간해 시중에 판매하고 있다. 또 지역 일간지에 매주 토요일 ‘내가 읽은 책’으로 연재(6월 4일 현재 237회)하고 있다.-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출신의 모임인 ‘책으로 노는 사람들’도 책읽기를 전파하고 있다.△한 달에 한 권의 동서양 고전문학을 번갈아 읽고 토론을 벌이는 모임으로 2016년 7월 설립됐다. 코로나로 한 자리에 모일 수 없었을 때는 단체 톡이나 줌을 이용해 독서토론을 벌여왔다.또 문학작품의 배경지 답사를 연례적으로 벌이고 있기도 하다. 춘향전의 배경인 남원, 무영탑(김동리)의 배경 경주, 삼국유사 배경 군위 인각사, 칼의 노래(김훈)를 읽고는 고령, 덕혜옹주(권비영)를 읽고는 ‘대마도 하루 만에 다녀오기’ 등 작품이 탄생한 현장을 찾아 작품의 깊이를 되새기고 있다.- 학이사 창사 10주년 기념으로 작가 60명의 자기 책에 대한 생각을 담은 ‘내 책을 말하다’를 출간했다.△올 해는 창사 15주년이자 학이사의 전신 이상사를 기준으로 35주년이 된다. 그동안 나는 출판인으로 학보사 활판인쇄에서부터 청타와 인화지의 사진식자 시대를 건너 현재의 전산 시대까지 출판 현장을 경험했다. 내달 쯤 개인의 출판계 역사를 출간하려 한다.- 지역 출판사로 서평쓰기 대회를 열고 있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학이사 취지에 공감하는 지역인의 지원으로 2017년부터 시작하고 있다. 기업이 이름을 걸고 후원하고 수상을 받은 개인은 물론 회사에서도 독서 활동으로 이어지는 행사다.앞으로 ‘책 학교’를 만들고 싶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책이 부담스런 것이 아니라 생활에서 항상 함께 할 수 있는 것으로 친해질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어린이에게 장난감이 친밀한 것처럼. 아직은 막연한 꿈일 뿐이지만. 신중현 학이사 대표경남 거창 출신. 가조고, 계명전문대 무역과. 방송통신대, 방통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중퇴.1987년 6월 29일 이상사에 입사해 편집자와 영업사원을 거쳤다. 2006년 7월 1일 이상사를 물려받아 학이사로 변경하고 대표가 됐다. ‘월급을 안 받아도 좋을 만큼 책을 만드는 일이 신이 났다’고 회고한다.그가 자란 거창군은 군 단위에서 고교가 6개나 있는 전국 굴지의 교육도시이다. 독학사 자격을 따고는 대학원에서 문예창작과에서 공부하다 접었다. “학력을 세탁해서 출세할 일도, 취업할 일도 없는데 밤새워 공부하기보다는 더 나은 사회 기여의 길을 찾은 것”이라 한다.35년을 책과 살아온 그는 돈 많이 벌면 ‘책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시민들에게 취미로서의 독서가 아니라 생활로서의 독서를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다./이경우 편집위원

2022-06-13

‘사통팔달 철도망’ 시동 김천, 철도교통 허브 도약 날개 편다

김천시는 국토 중심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과 사통팔달의 교통의 중심도시로서 KTX, 일반철도, 고속도로, 국도가 십자축을 이루며 교차하는 남부내륙의 교통 요충지이다.지난해 발표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김천∼거제, 김천∼문경, 김천∼전주를 연결하는 철도 신설과 대구권 광역철도 김천 연장 등 4대 사업이 모두 반영됐다. 김천시는 이러한 교통 인프라 확충을 성장 동력으로 십분 활용하여 미래 100년을 내다보는 지역발전의 기반을 튼튼히 다지고 있다.최근 국토교통부에서 김천에서 거제를 연결하는 남부내륙철도 건설사업은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2027년 준공을 목표로 기본 및 실시설계를 착수함에 따라 상반기 타당성조사 발표 예정인 중부내륙철도(김천∼문경)와 연계하여 수도권과 남해권을 연결하는 광역철도망이 구축되어 김천이 철도교통의 중심허브 도시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뿐만 아니라 김천에서 전주를 잇는 동서횡단철도도 금년 상반기 사전타당성조사용역을 착수하였고, 높은 경제성을 확보한 대구권 광역전철 김천 연장 사업 또한 높은 경제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재선에 성공한 김충섭 김천시장은 “물류·교통의 허브도시로 거듭날 김천시는 혁신도시와 일반산업단지의 순조로운 정착에 이어 인구 30만 이상의 중추도시로의 발전을 실현하는 중대한 기회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국토균형발전의 거점도시로 도약할 여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자부했다.남부내륙철도(김천∼거제간)기본·실시설계 추진… 2027년 개통총연장 177.9㎞ 총 4조8천억원 투입1966년 기공식까지 치른 김천∼삼천포간의 김삼선(金三線) 철도가 김천∼사천(舊삼천포)∼거제 간 남부내륙철도로 이름표를 바꿔달고 사업에 착수했다.정부의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포함되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으로 선정된 후 기본계획을 확정·고시했고, 현재 기본 및 실시설계를 추진중에 있다.경북 김천시에서 경남 거제시까지 연결하는 남부내륙철도는 총연장 177.9㎞에 4조8천억원을 투입하여 2027년 개통하게 된다. 철도가 완공되면 김천에서 서울까지 1시간 30분, 거제까지 1시간 10분에 도달이 가능하여 수도권과 중부내륙 및 남해권을 연결하는 중심지로서 김천이 교두보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김천시는 김천∼거제간 남부내륙철도의 조기 착수를 위해 철도가 통과하는 9개 시군과 행정협의체를 구성하여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였고, 김충섭 시장과 송언석 지역 국회의원이 함께 정부를 비롯한 관련기관을 수차례 방문·건의한 결과 2019년 12월 기본계획수립 용역이 착수됨에 따라 남부내륙철도 건설 사업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됐다.남부내륙철도 건설로 김천시는 남해권의 풍부한 해양·관광자원과 수도권의 인적·물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공급하는 물류교통의 거점도시로 새롭게 도약할 뿐만 아니라, 인접한 구미, 상주, 영동, 무주 등의 자치단체와의 연계를 통한 문화, 관광, 지역 특화사업 발전도 크게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부내륙철도(김천∼문경·수서간)문경~김천 구간 71㎞ 1조2천억 들여상반기중 예비타당성 조사결과 발표김천시는 수서∼문경간 중부내륙철도를 남부내륙철도(김천∼거제)와 연계한 철도교통망을 구축하기 위해 많은 정성을 드렸다. 이를 위해 관련부처를 방문·건의한 결과, 2016년 제3차에 이어 2021년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철도운영 효율성제고를 위한 단절구간 연결사업”으로 반영되었으며, 올해 상반기 중 예비타당성 조사결과를 발표 할 예정이다.중부내륙철도는 수도권인 수서에서부터 이천, 충주를 거쳐 문경을 잇는 철도사업으로서 2구간으로 분리 추진되고 있으며, 이천∼충주구간은 2021년, 충주∼문경 구간은 2023년 준공 계획이다.중부내륙철도 문경∼김천간 건설사업은 총연장 71㎞에 1조 2천억원이 투입되며 사업이 완료되면 기존의 중앙선·경북선의 용량부족 해소는 물론 철도운영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나아가 국토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매우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김천∼문경간 철도는 수도권과 남부권을 연결하는 또 하나의 국가 대동맥을 구축하고 남부내륙철도(김천∼거제간)와 연계하는 내륙철도망이 완성됨으로써 국토의 효율적인 발전과 연결이라는 측면에서 김천시가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동서횡단철도(김천∼전주간)지난해 타당성 인정 노선 특별 지정연내 사전 타당성 조사 마무리 계획동서횡단철도는 제2차에 이어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영되어 사업의 필요성은 공감하였으나, 사업추진이 더딘 상황이었다.그러나 김천시는 철도관계 부처에 지속적인 건의요구를 하는 한편, 지난 2020년 11월 경상북도와 전라북도를 비롯한 철도노선 지자체장의 공동건의문과 시민들의 호소문 제출 등을 거쳐 지난 2021년 7월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타당성이 인정되면 사업을 추진하는 노선”으로 특별 지정되었다.금년에 사전타당성 조사용역에 착수하여 금년 12월 완료할 계획으로 김천시는 국토교통부와 철도통과 노선 지자체와 긴밀히 공조해 노선신설의 경제성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대구권 광역철도 김천 연장국가철도망구축계획 신규 사업 반영사업완료땐 1일 61회·15분간격 운행경부고속철도 개통에 따라 기존 경부선의 여유 용량을 활용한 저비용 고효율 사업인 대구권 광역철도가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2019년 4월 착공하는 등 본격적으로 건설되고 있다.대구권 광역철도는 1,200억원을 투입하여 대구시청으로부터 반경 40㎞이내에 전체구간이 포함된 구미에서 경산까지 총 연장 62㎞를 광역철도 노선으로 지정하고 2023년 개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김천시는 도시간 대중교통 역할 수행은 물론 지역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구미까지 계획된 대구권 광역철도를 김천까지 연장해 줄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기 위해 김천∼구미간 연장 사전타당성 조사용역을 실시했으며, 그 결과 경제성과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이에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신규사업으로 반영되어 대구권 광역철도의 김천 연장을 위한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사업이 완료되면 1일 61회, 15분 간격으로 운행된다.김천시는 “대구권 광역철도 김천 연장 운행으로 대구와 경북남서부지역이 하나의 생활권으로 형성되면서 지역의 균형발전과 경제권의 확대 등 대구·경북의 상생발전을 더 촉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재선에 성공한 김충섭 김천시장은 “교통 인프라 확충을 성장 동력으로 십분 활용하여 미래 100년을 내다보는 지역발전의 기반을 튼튼히 다지겠다”며 철도와 연계한 미래 신산업 육성 의지를 피력했다. 김천시는 도로교통 여건 개선과 도시의 균형발전을 위해 도로교통망 확충 및 SOC기반 구축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김천에서 거창을 연결하는 국도3호선 확장사업은 총연장 44㎞에 4,300억원을 투입하여 2022년 개통될 예정이며, 김천에서 구미 선산간 국도59호선은 총연장 16㎞에 495억원을 투입해 2023년 준공예정으로 토지보상 및 구조물 시공 공사를 진행에 있다.또한, 도심지 교통체증과 국도의 기능향상을 위한 국도대체우회도로 건설사업은 총 4개 구간을 단계별로 시행하고 있다. 2,573억원을 투입해 1·2단계 양천∼농소월곡∼어모옥률간 18.2㎞는 개통되었고, 현재 3단계 구간인 어모옥률∼대항대룡간 6.94㎞는 1,235억원을 투입해 2023년 개통 예정이며, 4단계 구간인 대항대룡∼양천구간은 제5차 국도·국지도 건설계획에 반영되어 설계용역에 곧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도심 네트워크 간선도로망 확충사업으로 시청에서 혁신도시간 연결도로 개설사업은 총 연장 5.6㎞에 1,483억원을 투입해 4~6차로로 2023년 개통예정으로 시청에서 환경사업소 1구간은 대신터널과 함께 2021년 10월 개통했으며, 국도·고속도로, 감천을 횡단하는 교량 설치를 완료했고 현재 경부선 철도 횡단교량을 시공 중에 있다. 그 외 김천대학교∼봉산면간 도로확장 2.2㎞ 구간에 255억원, 대홍맨션∼묘광마을간 도로확장 2.45㎞ 구간에 176억원, 신음동 금음마을∼아홉사리 도로개설 0.7㎞ 구간에 95억원, 양천 진입도로 개설 0.25㎞ 구간에 75억원 등 총 14개 지구에 2,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연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김천시는 도심네트워크 간선도로망 확충 및 도시계획도로 개설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도심지 교통체증을 해소하고, 농촌지역의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지역현안 도로사업을 통해 지역균형 발전을 촉진시켜 농촌과 도시의 조화로운 발전과 미래에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다.김천/나채복기자 ncb7737@kbmaeil.com

2022-06-13

불국정토 꿈꾸던 신라인들 품어안은 진산

신라인들에게 토함산은 어머니와도 같은 산이었다. 제주도에 한라산이 있어서 제주인들의 숨결이 되었듯이 신라인들에게 토함산은 호국의 염원을 담은 진산으로 지극한 숭배의 대상이었다. 신정일치 시대였던 신라 시대는 국가 대사가 있을 때마다 하늘이나 산신에게 제를 지냈다. 아무 곳에서나 제를 지내는 것이 아니라 신라인들은 신성하게 여겼던 영산을 찾았다. 당시 신라에는 토함산 등 5개의 영산이 있었다. 이를 오악(五岳)이라 불렀다.신라 오악은 중국의 음양오행사상과 산악신앙에서 영향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 때 오악은 동쪽의 타이산(泰山), 서쪽의 화산(華山), 남쪽의 헝산(衡山), 북쪽의 헝산 (恒山), 중부의 쑹산(崇山)이 있다. 중국 역시 조정에서 대사를 앞두고 이곳에서 제사를 지냈다.신라의 ‘경주 5악(五岳)’은 선도산이 서악(西岳)이고 남산이 남악(南岳), 백율사 뒤편에 있는 소금강산이 북악(北岳), 토함산이 동악(東岳), 경주에서 제일 높은 단석산이 중악(中岳)이다. 이중 토함산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불국사와 석굴암이 자리 잡고 있어 불교의 성지이자 유적지로 이름이 높다. 흔히 불국사와 석굴암은 위대했던 신라 불교미술의 정수라 한다. 불국사와 석굴암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마치 영혼의 인장처럼 뇌리에 찍힌 낙인 같다고도 할 수 있다.불국사와 석굴암을 칭하는 말의 성찬은 셀 수 없을 정도다. 당연히 불국사와 석굴암을 만들었던 신라인들의 진심은 오직 불국(佛國)하나였을 것이다. 왜 신라인들은 부처의 나라(佛國)를 꿈꾸었을까? 부처의 나라가 고단한 민초들의 삶과 무슨 관련이 있기에 신라인들은 모든 열정을 바쳐 신묘한 석불을 제작한 것일까? 너무도 잘 알려진 불국사와 석불을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 제대로 알고 있는가?허황한 미명이 아닌 입체적이고 살아있는 불국사와 석굴암의 실체를 느낄 수는 없을까. 신라인들이 불국사와 석불을 만들면서 전해주고자 했던 불국정토의 꿈을 공유하고 싶어 지금까지 엄청난 이들이 토함산에 올랐을 터다. 필자 마음도 똑같다. 토함산 취재에 나서면서 신라인들의 소박한 숨결만을 느끼고 싶을 뿐이었다. 출발에 앞서 불국사와 석굴암의 예술적 문화사적 의미 등은 이번 기획에서 아예 내려놨다. 필자가 그만한 역량을 갖춘 것도 아니고 이미 수많은 이들이 빼어난 저술을 남겨놓은 바 있어 말을 보탬은 무지의 소치만 드러낼 뿐이니까. 오히려 가장 순진무구한 눈으로 토함산의 예술문화를 찬찬히 살펴보려 한다. 있는 그대로 살피다 보면 문득 신라인들이 전해주려던 진심에 닿아있지 않을까?불국사와 석굴암을 품은 토함산. 다른 산들도 저마다 정기를 가지고 있지만 적어도 토함산에 비견키는 어렵다. 토함산은 신라초기 위대한 제왕 석탈해와 연결되면서 역사의 전면에 나섰고, 경주 신라와는 영광과 아픔 등이 얽히고 설켜 있다.이번 연재는 토함산을 시작으로 석탈해의 신화는 물론 불국사와 석굴암 등 토함산에 깃들어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하나씩 그려내려 한다. 취재를 마칠 무렵에는 신라인들이 우리에게 전해주려는 염원의 일단을 독자들과 함께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글 싣는 순서1 토함산의 역사와 전설2 토함산의 동·식물3 토함산의 수호신 석탈해4 토함의 전설 담긴 영지5 ~ 8 불국의 나라를 꿈꾸다9 ~11 신이 빚은 솜씨 석굴암12 유흥준 교수와의 대담13 천년고찰의 향기 기림사14 흔적만 남아도 부처님 형상 폐사지15 토함산 자락의 마을들16 ~17 토함과 얽힌 문화예술 인사18 토함의 과거를 이야기 하다19 토함의 현재를 이야기 하다20 토함의 미래를 이야기 하다 □ 구름을 토하고 삼키는 형상에서 유래토함산을 제대로 느끼려면 역시 온몸으로 부딪혀야 한다. 책이나 인터넷 검색으로 이해하는 것보다 한 걸음씩 토함산에 발을 내디뎌야 비로소 산이 가진 역사성이 체득되게 마련이다.길을 오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동악 토함산의 유래다. 토함산은 한자로는 ‘吐含山’이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머금고 토하는 산’이라는 의미다.토함의 유래를 살펴보니 대략 세 가지 정도의 설이 전해진다. 먼저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토함산은 바닷가 근처에 있어서 안개가 자주 끼고 사라지는 모습이 마치 구름을 삼키고 토하는 것 같다 해서 붙여졌다는 것이다. 토함산에는 동해의 습기와 바람이 변화무쌍하게 올라와 마치 그 형상이 안개와 구름을 삼키고 토하는 비현실적인 모습을 연출한다.실제 토함산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지척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안개가 온산을 뒤덮다가 어느새 안개가 순식간에 걷히고 한 폭의 동양화가 펼쳐지듯 비현실적인 경관을 연출한다.불교 보물을 품고 있는 산답게 부처님의 진리를 언제든 머금고 토해낸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또 다른 설은 토함산의 수호신인 석탈해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석탈해의 탈해는 토해(吐解)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석탈해왕의 또 다른 이름인 토해가 토함과 비슷한 음으로 발전해 토함산이 되었다는 것인데, 조금은 억지스럽기도 하다. 아마도 석탈해왕과의 인연 때문에 생겨난 설화인 것으로 추정된다.토함산이란 지명이 석탈해에서 유래했다는 설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질지 몰라도 석탈해의 주요 근거지는 토함산인 것은 분명하다. 석탈해가 동악의 신, 즉 토함산의 신으로 추앙받는 것도 그의 주요 활동무대였기 때문이다. □ 토함산 무한한 가능성 가진 길지풍수적으로 토함산은 명당의 풍모를 갖춘 곳이다. 토함산의 옛 이름은 토월산이었다. 풍수가들은 반달(半月) 혹은 초승달 모양의 땅 모양(地勢)을 길지로 본다. 초승달과 반달은 막 시작하거나 아직 성장하고 있는 과정이므로 앞으로 무한한 발전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반달형의 지세를 풍수적 길지로 보고 그런 곳에 동읍지를 정하거나 주택을 지어 살게 되면 모든 기운이 상승해 발복과 장래의 발전성을 가져다준다고 한다.울산 쪽 방향인 경주 외동읍에 있는 영지에서 토함산을 풍수적으로 보면 ‘여성이 머리를 감고 있는 모양(옥녀세발형)’이라고들 한다. 토함산에서 경주 시내 쪽으로 뻗은 산의 형세도 여성의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인다.신라 천년의 힘이 어쩌면 토함산에서 발원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토함산은 동해와 맞닿아 있다. 그래서 바다로 침입해 오는 외적의 침입을 빨리 감시할 수 있었다. 소위, 국방의 요새였던 것이다. 토함산과 관련해 우리 역사의 전면에 나선 최초의 기록도 전해진다.삼국사기에 따르면 BC14년(신라 남해차차웅11년)에 왜인들이 민가를 약탈하자 박혁거세의 아들인 남해차차웅이 6부의 군사 1천명을 동원해 왜인을 내쫓았다. 신라군이 왜인들을 토벌하느라 신라왕성을 비우자 신라와 적국이었던 낙랑군이 재빨리 당시 신라의 수도였던 금성을 공격했다. 낙랑군의 공격이 이뤄진 날 밤에 묘하게도 낙랑진영으로 유성이 떨어졌다. 혼비백산한 낙랑군이 퇴각을 하면서 신라군의 추격에 대비해 돌무더기를 알천에 쌓아놓고 물러갔다. 토함산의 동쪽에서 추격에 나선 신라 병사들이 알천에 이르러 낙랑군이 쌓아놓은 돌무더기가 많은 것을 발견하고 적병이 많다고 여겨 추격을 중단했다고 한다. 이 일화는 토함산과 시내 알천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음을 연상시켜주고, 적당한 선에서 멈출 줄 아는 신라 병사들의 지혜를 돋보이게 해준다. 역사가들 또한 동해에서 경주로 진입하는 중간에 토함산이 있었기에 외적이 경주 침입을 계획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한다. 토함산의 역할과 중요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토함산을 오르는 길은 다양하지만 불국사 주차장에서 천천히 올라 석굴암 정문에서 토함산 입구로 몸을 틀어 성화채화지를 거쳐 정상에 오르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 토함산 ‘3년 동안 화재’ 흥미로운 기록도한참을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울창한 편백 나무 숲길이 나타나고, 편백 나무 숲길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성화채화지 입구가 나온다.이곳 토함산의 성화채화지는 매년 개최되는 경북도민 체육대회 때 성화 채화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성화와는 결이 다른 이야기지만 삼국사기에는 토함산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이야기 나온다. “신라시대 진평왕 31년 정월 모지악의 땅이 타기 시작하여 그해 10월에 꺼졌다.” “무열왕 시대에 토함산의 땅이 타다가 3년 만에 꺼졌다”는 것이다. 토함산이 무려 3년간이나 불탔다는 것은 아마도 천연가스나 석유가 매장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한다. 토함산이 성화채화지가 된 것도 어쩌면 우연이 아닌 역사의 배려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성화채화지를 지나면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로 토함산의 정상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이어진다. 정상에 서면 보문호와 덕동호를 비롯해 멀리 문무왕 수중릉이 있는 감포 앞바다까지 굽어볼 수 있다. /최병일 작가

2022-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