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냇가에 고기 잡으러 갔다솜방맹이 석유 묻혀깊은 밤 검은 내 불 밝히면붕어들 눈 멀거니 뜨고 가만 있었다흐르는 냇물 안고 자고 있었다밑 빠진 양철통 갖다대도아직 세상 흐르는 줄 알고 가만 있었다우리 언니 죽을 때 꼭 그랬다착한 눈 멀거니 뜨고입 벌린 채가슴 아픈 가족사가 시의 바탕에 깔려있다. 시인의 내면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을 아픔의 사건이다. 시인은 언니의 죽음을 통찰하지 않고 그냥 보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섬뜩한 대면에 어떤 힘이랄까 운명 같은 것이 지배하고 있다라는 것을 느끼게해주는 작품이다. 어떤 불가항력의 순간을 우리에게 툭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시인
2014-03-13
발밑에 하염없이뱀들을 풀어놓고뱀딸기는 익어갔다모여서 익어갔다아무도 먹지 않지만누군가는 먹고 싶었다그날까지 걸어가면걷다 보면 닿으리라뱀딸기 몸 뜨겁던서늘한 풀밭머리맨발로뙤약볕 삼키며한 아이 서 있으리라뱀딸기를 매개로 시인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시의 내용처럼 아무도 먹지 않지만 누군가는 먹고 싶었을 뱀딸기의 맛에는 금지(禁止)와 유혹(誘惑)의 의미가 내재돼 있다. 뱀딸기에 대한 그리움은 자기 본원의 정체성이나 자아에 대한 근원적 그리움이다. 아득한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오르게 하는 끌림의 매체가 아닐까.시인
2014-03-12
난 너에게늦은 밤 바지춤 열고짠물로 네 뿌리를 능멸했건만넌 나를이 봄에도 마중하는구나대추열매 바라지 않을 테니오래 푸른 잎들만이라도풍성하게날려주련수령이 높아도 매년 열매를 맺을 줄 아는 대추나무에서 인생의 보편적 진리를 찾아가는 시인의 눈이 깊다. 나이들수록 신실한 삶을 살아가는 인생은 얼마나 값지고 귀한 것인가. 나이 들었다고 포기하거나 단념하지 말고 끊임없이 성취에 대한 열망으로 살아간다면 반드시 결실에 이르를 수 있다는 진리를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열매가 열릴지는 알 수 없으나 푸른 잎새라도 누리고 싶은, 간절히 봄을 기다리는 노래다.시인
2014-03-11
얼마 전 다니러 온 생각들마음 밑바닥에 몇 켤레 벗어던진 낯선 양말짝들근일 부쩍 조신해진 봄볕에양구침음 중인 늙고 마른 매화 등걸이제 겨드랑이께 밭은기침처럼 뱉어 놓은 저 갓난 꽃들쥔 엄지손가락 묻힐 정도로양재기 대접 가득 찰름찰름 받아든 서울막걸리거기 걸게 뜨는 흥감한 적막엄동을 건넌 만물들에 봄빛이 스미고 꿈틀거리는 생명감이 차오르는 이른 봄을 그리는 시인의 손 끝에 어룽어룽거리는 아지랑이가 보이는듯하다. 겨우내 움츠리고 눈감고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풀꽃, 나무들이 가만히 되살아나고 일어서기 시작하는 봄. 잎이 나오기 전에 먼저 꽃봉오리를 맺는 순간은 엄숙하고 경이로운 순간이다. 시인의 말처럼 흥감한 적막이 아닐 수 없다.시인
2014-03-10
폭력의 정치들이 거리를 누빌 때도그는 말이 없었다 창밖의 풍경에 관해시간이 그런 인내를 그에게 가르쳤다다만 의자 위에잠이 든 손님을 보며그는 생각했다 잊고 있던 그의 생을때로는 상처에 의해가꾸어지는 영혼을거울 속으로 사라지는 푸른 날의 기억들김 씨의 손끝은 이제 조금씩 떨리지만그 어떤 가면 앞에서도의연히 가위를 든다폭력의 정치를 인내와 침묵으로 보낸 한 사람. 내밀하게 앓으며, 상처받으면서 그의 영혼은 정화되고 또 다른 것으로 승화되어 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나이들어 분노도 비탄도 사그라들고 세월의 무게로 인해 손끝이 떨리기도 하지만 의연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이발사를 통해 시인은 우리를 일깨워주고 있다. 시대의 모순을 지켜보면서 삶의 상처를 안고 열심히 자신의 일을 챙겨가는 것이 부패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시인
2014-03-07
마당 한구석 작은 염소 한 마리가그 가족의 모든 미래다온전히 기댈 언덕이다여인 하나 제 몸보다 더 큰푸성귀를 이고 푸른 들에서유채꽃밭을걸어나온다꽃과 꽃 사이 또 하나의 길이 열린다작은 염소 한 마리가 한 가족의 생계 수단이 될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면서 시인은 여인이 걸어나오는 길에서 인생의 새로운 한 길을 발견하고 있다. 위대한 인간만이 인간 세상에 길을 내는 것은 아니다. 노동을 끝낸 여인이 밭을 걸어나오는 순간 시인은 거기서 지극히 가난하고 소박한 시골 아낙네의 한 생이 만들어 가는 생의 한 길을 발견하고 우리에게 툭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시인
2014-03-06
사람들 어우러져 신나게 북과 장구를 친다북소리는 백년 소 울음을 우려내는 일이다거친 풀을 뜯어먹고 밤새 되새김질한 것은우황 같은 울음 주머니 가죽 안에 만드는 일이었다나도 한 때 쉽게 삭이지 못한 생각밤새 되새김질할 때 가슴에 쌓이는 것은 울음이었다어머니 울음도 저승 어디서 북소리로 살아나둥둥 울릴 것 같이 하늘 새파란 날소같이 일만 하시다가 가신 아버지 울음북소리로 살아나 둥둥 울리는지 이 신명 속조금씩 살아나는 까닭 모를 이 서러움, 이 애달픔둥 둥 둥 북이 운다.소가 운다어머니 아버지가 운다.북소리를 들으며 평생 소처럼 일만 하다가 하늘로 가신 어머니 아버지를 생각하고 있다. 백년 소울음을 우려내는 일이 북을 치는 일이라면, 그 울음이야말로 밤새 되새김질할 때 가슴에 쌓이는 우황 같은 것이리라.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이 평생을 일만 하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리며 까닭 모를 서러움과 애달픔에 젖어 울음을 삼키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
2014-03-05
오늘이 어제 같고 어제가 어제 같은 날어제가 또 오늘 같고, 시간의무수한 기적소리가 나를 벗겨가나는 죽을 기회를 잃어버리고추하고 추하게 살아남아더 이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술기운 약기운으로 버티며술이 곧 약이지 어떤 흥분을 불러모아내 몸에서 터뜨려줄 약을 찾아방바닥에 술잔을 놓고 쓰러져 잠들 때까지약을 또 먹고 먹어 나를 쓰러뜨리면무수한 꿈이 일어나 걸어간다소리 없이, 소리 지르며끝까지, 추하게, 비틀거리며 걸어간다내가 한번도 누려보지 못한 평화 속으로천상병 시인은 우리의 한 생을 잠시 다녀오는 `소풍`에 비유한 바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은 우리의 인생을 여행자가 걸어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평생 어떤 약을 입에 털어넣으면서, 무수한 꿈이 일어났다가 스러져간 것이 결국 우리네 한 생이라고 말하는 시인의 가슴이 무겁게 젖어있다. 약을 또 먹고 일어나 걸어가며 소리지르며, 혹은 소리없이 비틀거리며 가는 우리가 저만치 선명하게 보인다.시인
2014-03-04
혹시 거미줄은이슬의 벤치가 아닐까?떠돌다 갈 곳이 없이, 쓸쓸히 앉아 있는가을 공원의 벤치거리줄은 이슬의,그런 공원의 벤치가 아닐까?흔하디흔한 거미줄, 그 사소한 존재에 대한 시인의 인식이 자상하고 따스한 존재감의 인식이다. 약육강식의 한 도구로서의 거미줄이 이슬이 잠시 머물러 제 스스로의 내면을 바라보게 하는 벤치로, `가을`이라는 시간과 `공원`이라는 확대된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짧은 한 편의 시 속에서 시인은 우주를 발견하고 거기에 재밌고 새로운 언어와 정서를 덧입히고 있다.시인
2014-03-03
이상과 이중섭이 윤동주 김정희가이항복 노천명 서정주 김달진이오늘은 겸재를 따라 인왕산에 가더라수성동 계곡에서 돌다리 건너더니느닷없이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더라겸재의 화첩 속으로 들어가 버리더라저녁 늦게까지 제비다방 불 꺼지고부락은 텅 비어서 여름비가 채우고온 골목 오르골 소리 밤새도록 들리더라인왕산 아래 아름답게 펼쳐진 풍경을 그림으로 글씨로 문장으로 그려낸 사람이 어디 한 두 사람 뿐이랴. 서촌, 수성동 계곡의 진경산수를 그려낸 겸재 정선의 예술혼은 놀라운 것이다. 또한 그를 시로 문장으로 그려낸 이상, 윤동주, 노천명 서정주 김달진의 시정신이나 기막힌 언어들도 그럴 뿐 아니라, 이중섭의 한 폭 그림들에 담겨져 있는 서촌의 풍경과 그 평화경은 예나 지금이나 고요하고 아름다운 한 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시인
2014-02-28
갈기를 세운 바람이 머물다 가는 7부 능선비탈에 선 나무의 일대기를 읽는다눈길이 오래 머무는 곳은은사시나무의 백서다수사는 생략했다 간결하지만 깊은 문장꽃으로 잎으로 차마 못했던 말들을수피에 음각으로 새겨이다지 간곡하다나무 앞에서 부끄럽다농담처럼 보낸 시간들어깨를 툭 치고 가는 가랑잎마저 아프다잘 벼린 문장 한 줄은끝내 나를 비껴 갔다자연은 그냥 구경하고 관조하는 대상만은 아니다. 자연은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자기의 문장을 써 내리고 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는 의미없이 피어나고 스러져가는 것이 아니다. 엄격한 자연의 문법에 따라 저마다 최선의 문장을 쓰고 있는 것이다. 어찌 인간의 문장으로 흉내조차 낼 수 있단 말인가.시인
2014-02-27
극명하게 찍어놓은마침표 뒤에못내잘 가시라는 추신 한 줄,마침내 서녘 하늘이 버얼겋게소인을 찍는다망자를 보내는 마지막 의식인 하관의 과정에는 고인의 관 위에 흙 한 줌을 내려놓는 의식이 있다. 요즘은 국화꽃잎 한 줌을 뿌리기도 하지만 한 줌 흙을 뿌리는 의미를 시인은 짧은 이 시에서 이승에서의 한 많은 한 생을 마치고 잘 가시라고 부치는 한 줄 추신이라고 말하고, 붉은 노을이 등성이를 물들이며 번지는 것을 소인을 찍는다라고 표현한 것은 매우 감동적이 표현이 아닐 수 없다.시인
2014-02-26
봄의 눈이 마구 내어 밀 듯 새내기들이 얼굴 내민 교정단정한 화단의 매화나무가 웃음을 한껏 매달고 있다갑작스런 추위와 마른 바람에도 등굣길 페달이 둥근 아침교문을 지나 언덕 오르기란 5교시 졸음보단 낫지만식사 후 배를 쓸어내리는 양지 바란 곳에겨우내 없었던 꽃그늘이 생겨까치 두 마리 총총 뛰어 다닌다갑자기 친해진 두 녀석에게 묻는다어째서그냥요 그냥 좋은 걸요녀석들의 미소가 포르르 가지 위로 날아가서매화꽃이 되었다그늘이 다 환하다아직은 시린 봄, 화단 구석에 환하게 불을 밝힌 매화나무 곁으로 갓 입학한 신입생 새내기들이 깔깔거리며 지나고 있는 교정의 봄을 그려내고 있는 이 시는 싱싱한 생명감으로 일렁거리는 작품이다. 겨우내 없었던 꽃그늘이 다시 생기고 까치들이 찾아들고 선생님과 아이들이 어울려 미래를 열어가는 힘차고 희망찬 모습들이 이 땅 여기저기 배움터마다 활기차게 일렁이고 있으리라.시인
2014-02-25
동백나무 숲으로 뛰어드는 여우비에일제히 목을 놓는 꽃들의 환한 도열꽃받침 덩그런 자리 미열 아직 남았다못 지킨 언약처럼 필 때보다 질 때 붉은서로가 미루지 않고 유감없이 저무는 일덧 자란 그늘에 엎여 봄은 마냥 저만치다오면 가는 것이 숨 탄 것의 항다반사목숨껏 받든 나날 다 앗기고 스러졌다꽃으로 다녀갔구나,날 잃고 널 얻었는데입춘 지난 남녘에는 봄빛이 완연하다. 남해안의 여러 섬이나 해안에 산재해있는 동백나무 숲에는 붉은 빛이 번지고 있다. 아직은 차가운 기운이 아침 저녁으로 뻗쳐오고 있는데 자연의 순환은 어길 수 없는 진리다. 화르르 타오르다 후두둑 떨어져버릴 꽃들의 환한 도열을 생각하는 시인의 가슴 속에는 동백꽃보다 붉은 사랑의 빛이 스며 있음을 본다.시인
2014-02-24
들끓는 웃음소리가 넘치고도 높아이끌려 들 때와 빗겨날 때그 잠깐 동안에 교대되는 어떤 심사똑딱선이 바다의 전모가 아니듯표박에 든 배 심해에도 뜬다어시장 좌판을 사이에 두고 왁자한 흥정광어는 넙치의 별명이라 그것 말고 우럭 한 마리에조피볼락을 덤으로 얹으려는 흥정이사투리보다 가파르다, 죽은 물고기도 아니고활어를 자꾸만 끼워 넣으려는 이 행락이나는 조금 더 두근거려주었으면 바라지만한 생이 항구 밖으로 끌려 나가는지무적이 고삐 끌린 황소울음으로 운다누구도 주인이 아닐 때 안팎에서 떠도는풍문으로 숨구멍이나 틔우듯재래식 수다 말고 더 섞을 것이 없는 무료!삼천포 어시장 좌판에서 시인은 왁자한 흥정과 시끌벅적한 풍경 속에서 사람 사는 얘기의 한 면을 재미난 시어로 전해주고 있다. 광어 우럭 조피볼락이 꼼지락거리고 사투리가 즐비한 어판장에서 뜨겁게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어울려 재래식 수다에 끼여드는 시인의 모습이 환하게 보인다.시인
2014-02-21
초파일이었다. 찬송가를 부르는 두 사내 곁으로 비둘기와 스님들이 지나가고 사내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날아가는 새처럼 두 팔을 벌리고 역의 간판을 보는 것 같았다. 하늘은 비둘기 색, 어느 것도 날 수 없는 끝의 끝. 우리는 걸어 여기까지 오고, 날아서 다른 곳에 가야 한다. 부산 바람에 연등이 흔들린다. 노숙자들이 옷깃을 여민다. 소주를 턴다. 찬송가 악보가 날아가 연등 곁에 앉았다.더 갈 곳이 없이 어색해진 두 사람, 소개받은 돼지국밥 집이 저 건너에 있을까.바람이 광장에서 하늘로 건더기들을 쓸어 올린다. 광장이 텅 비었으면 좋겠는 날이 있다. 부산의 바람이 그 날 불었다.부산역 광장 뿐이겠는가. 수없이 사람들이 떠나고 돌아오는 역 광장에는 오갈데 없는 노숙인들이 세상과 사람들을 멀뚱하게 바라보며 더 지칠 일도 없고 더 기다릴 것도 없이 그냥 놓여있다. 그 앞으로 찬송가를 부르며 혹은 독경을 하며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시인은 진정한 구원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시인
2014-02-20
내가 자금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나의 한쪽 눈을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사람들이 자금주를 소개시켜줄 나의 한쪽 눈을맡기지 않았기 때문이다나는 한쪽 눈을 배수진으로 치고다른 한쪽 눈을 내놓을 방법을 찾으려고화분에 물을 준다광장에 나간다전태일의 일기를 읽는다세상 살다보면 이리 저리 나를 퍼 줘버리는 때가 있다. 그래도 절대로 건드리지 못하는 내 정체성, 실존적 자존을 지켜나가겠다는 시인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시이다. 화분에 물을 주기도 하고 광장에 나가기도 하면서 진정한 자신을 키우고 격려하며 언젠가 자신을 위해 아니면 세상을 위해 한 번은 몸 내놓아야할 때를 기다리는 것이리라.시인
2014-02-19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 집 마늘 밭에 눈은 쌓이리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 집 추녀 밑 달빛은 쌓이리발목을 벗고 물을 건너는 먼 마을고향 집 마당귀 바람은 잠을 자리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한 고향집의 평화경이 펼쳐진 작품이다. 어린 시절 추억이 채곡이 쌓인 고향집 풍경은 투명한 기억들이 되살아나는 곳이다. 고단하고 힘든 현실에 살면서 우리 모두는 그리움의 붓으로 저마다의 고향집을, 그 아름다운 풍경들을 그리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시인
2014-02-18
꽃과 꽃 사이피어나는 꽃꽃과 꽃 사이에새로이 몸을 내는 꽃꽃과 꽃 사이에서 피어난꽃 사이에서 피어나는 꽃꽃과 꽃 사이에서 피어난꽃 사이사이사이에서 피어나는 꽃그대와 나 사이 꽃꽃들은 그 자체로도 화려하고 아름답기도 하지만 꽃과 꽃 사이에서 어울려 피어날 때 더 아름답고 화려하다. 아름다운 조화를 말하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빛깔과 향기가 각기 다른 꽃들이지만 어울려 피어있을 때 그 아름다움은 배가 되는 것이다. 모습도 생각도 정신도 각기 다른 인간들도 서로 연합하고 어울릴 때 아름다운 관계와 조화를 이뤄낼 수 있는 것이다.시인
2014-02-17
산비탈 허허벌판에 자리잡고 앉은 폐차장수많은 차들이 닳아진 시간 앞에 목을 들이밀고 서 있다뉘엿뉘엿 지는 햇살이 안수기도처럼 눈이며 이마 볼때기에반짝 찍고 지나간다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려가던 지난날 하루하루 바퀴 속에는각기 다른 몸집과 얼굴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누가 누군지알 수 없는무서운 속력으로 질주하며 세상 어딘들 달려가고 달려왔던 바퀴들이 여기저기 방치된 페차장의 풍경 속에서 시인은 우리네 인생의 모습을 본다.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자신의 청춘을 다 사용해버리고 이제는 쓸쓸히 인생의 마지막 부분을 낡고 상한 몸과 마음으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그 닳아진 시간들을 겸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인
2014-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