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명 숙
발밑에 하염없이
뱀들을 풀어놓고
뱀딸기는 익어갔다
모여서 익어갔다
아무도 먹지 않지만
누군가는 먹고 싶었다
그날까지 걸어가면
걷다 보면 닿으리라
뱀딸기 몸 뜨겁던
서늘한 풀밭머리
맨발로
뙤약볕 삼키며
한 아이 서 있으리라
뱀딸기를 매개로 시인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시의 내용처럼 아무도 먹지 않지만 누군가는 먹고 싶었을 뱀딸기의 맛에는 금지(禁止)와 유혹(誘惑)의 의미가 내재돼 있다. 뱀딸기에 대한 그리움은 자기 본원의 정체성이나 자아에 대한 근원적 그리움이다. 아득한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오르게 하는 끌림의 매체가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