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순 영
산비탈 허허벌판에 자리잡고 앉은 폐차장
수많은 차들이 닳아진 시간 앞에 목을 들이밀고 서 있다
뉘엿뉘엿 지는 햇살이 안수기도처럼 눈이며 이마 볼때기에
반짝 찍고 지나간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려가던 지난날 하루하루 바퀴 속에는
각기 다른 몸집과 얼굴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는
무서운 속력으로 질주하며 세상 어딘들 달려가고 달려왔던 바퀴들이 여기저기 방치된 페차장의 풍경 속에서 시인은 우리네 인생의 모습을 본다.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자신의 청춘을 다 사용해버리고 이제는 쓸쓸히 인생의 마지막 부분을 낡고 상한 몸과 마음으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그 닳아진 시간들을 겸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