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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 광장

등록일 2014-02-20 02:01 게재일 2014-02-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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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효 인
초파일이었다. 찬송가를 부르는 두 사내 곁으로 비둘기와 스님들이 지나가고 사내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날아가는 새처럼 두 팔을 벌리고 역의 간판을 보는 것 같았다. 하늘은 비둘기 색, 어느 것도 날 수 없는 끝의 끝. 우리는 걸어 여기까지 오고, 날아서 다른 곳에 가야 한다. 부산 바람에 연등이 흔들린다.

노숙자들이 옷깃을 여민다. 소주를 턴다. 찬송가 악보가 날아가 연등 곁에 앉았다.

더 갈 곳이 없이 어색해진 두 사람, 소개받은 돼지국밥 집이 저 건너에 있을까.

바람이 광장에서 하늘로 건더기들을 쓸어 올린다. 광장이 텅 비었으면 좋겠는 날이 있다. 부산의 바람이 그 날 불었다.

부산역 광장 뿐이겠는가. 수없이 사람들이 떠나고 돌아오는 역 광장에는 오갈데 없는 노숙인들이 세상과 사람들을 멀뚱하게 바라보며 더 지칠 일도 없고 더 기다릴 것도 없이 그냥 놓여있다. 그 앞으로 찬송가를 부르며 혹은 독경을 하며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시인은 진정한 구원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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