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청산이발소 김씨

등록일 2014-03-07 02:01 게재일 2014-03-07 18면
스크랩버튼
이 우 걸
폭력의 정치들이 거리를 누빌 때도

그는 말이 없었다 창밖의 풍경에 관해

시간이 그런 인내를 그에게 가르쳤다

다만 의자 위에

잠이 든 손님을 보며

그는 생각했다 잊고 있던 그의 생을

때로는 상처에 의해

가꾸어지는 영혼을

거울 속으로 사라지는 푸른 날의 기억들

김 씨의 손끝은 이제 조금씩 떨리지만

그 어떤 가면 앞에서도

의연히 가위를 든다

폭력의 정치를 인내와 침묵으로 보낸 한 사람. 내밀하게 앓으며, 상처받으면서 그의 영혼은 정화되고 또 다른 것으로 승화되어 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나이들어 분노도 비탄도 사그라들고 세월의 무게로 인해 손끝이 떨리기도 하지만 의연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이발사를 통해 시인은 우리를 일깨워주고 있다. 시대의 모순을 지켜보면서 삶의 상처를 안고 열심히 자신의 일을 챙겨가는 것이 부패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시인>

김만수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