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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으로 1

등록일 2014-03-13 02:01 게재일 2014-03-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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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정 례
서천 냇가에 고기 잡으러 갔다

솜방맹이 석유 묻혀

깊은 밤 검은 내 불 밝히면

붕어들 눈 멀거니 뜨고 가만 있었다

흐르는 냇물 안고 자고 있었다

밑 빠진 양철통 갖다대도

아직 세상 흐르는 줄 알고 가만 있었다

우리 언니 죽을 때 꼭 그랬다

착한 눈 멀거니 뜨고

입 벌린 채

가슴 아픈 가족사가 시의 바탕에 깔려있다. 시인의 내면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을 아픔의 사건이다. 시인은 언니의 죽음을 통찰하지 않고 그냥 보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섬뜩한 대면에 어떤 힘이랄까 운명 같은 것이 지배하고 있다라는 것을 느끼게해주는 작품이다. 어떤 불가항력의 순간을 우리에게 툭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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