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정 례
솜방맹이 석유 묻혀
깊은 밤 검은 내 불 밝히면
붕어들 눈 멀거니 뜨고 가만 있었다
흐르는 냇물 안고 자고 있었다
밑 빠진 양철통 갖다대도
아직 세상 흐르는 줄 알고 가만 있었다
우리 언니 죽을 때 꼭 그랬다
착한 눈 멀거니 뜨고
입 벌린 채
가슴 아픈 가족사가 시의 바탕에 깔려있다. 시인의 내면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을 아픔의 사건이다. 시인은 언니의 죽음을 통찰하지 않고 그냥 보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섬뜩한 대면에 어떤 힘이랄까 운명 같은 것이 지배하고 있다라는 것을 느끼게해주는 작품이다. 어떤 불가항력의 순간을 우리에게 툭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