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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 시절

등록일 2014-03-10 02:01 게재일 2014-03-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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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신 선
얼마 전 다니러 온 생각들

마음 밑바닥에 몇 켤레 벗어던진 낯선 양말짝들

근일 부쩍 조신해진 봄볕에

양구침음 중인 늙고 마른 매화 등걸이

제 겨드랑이께 밭은기침처럼 뱉어 놓은 저 갓난 꽃들

쥔 엄지손가락 묻힐 정도로

양재기 대접 가득 찰름찰름 받아든 서울막걸리

거기 걸게 뜨는 흥감한 적막

엄동을 건넌 만물들에 봄빛이 스미고 꿈틀거리는 생명감이 차오르는 이른 봄을 그리는 시인의 손 끝에 어룽어룽거리는 아지랑이가 보이는듯하다. 겨우내 움츠리고 눈감고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풀꽃, 나무들이 가만히 되살아나고 일어서기 시작하는 봄. 잎이 나오기 전에 먼저 꽃봉오리를 맺는 순간은 엄숙하고 경이로운 순간이다. 시인의 말처럼 흥감한 적막이 아닐 수 없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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