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현 덕
이상과 이중섭이 윤동주 김정희가
이항복 노천명 서정주 김달진이
오늘은 겸재를 따라 인왕산에 가더라
수성동 계곡에서 돌다리 건너더니
느닷없이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더라
겸재의 화첩 속으로 들어가 버리더라
저녁 늦게까지 제비다방 불 꺼지고
부락은 텅 비어서 여름비가 채우고
온 골목 오르골 소리 밤새도록 들리더라
인왕산 아래 아름답게 펼쳐진 풍경을 그림으로 글씨로 문장으로 그려낸 사람이 어디 한 두 사람 뿐이랴. 서촌, 수성동 계곡의 진경산수를 그려낸 겸재 정선의 예술혼은 놀라운 것이다. 또한 그를 시로 문장으로 그려낸 이상, 윤동주, 노천명 서정주 김달진의 시정신이나 기막힌 언어들도 그럴 뿐 아니라, 이중섭의 한 폭 그림들에 담겨져 있는 서촌의 풍경과 그 평화경은 예나 지금이나 고요하고 아름다운 한 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