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왕 노
북소리는 백년 소 울음을 우려내는 일이다
거친 풀을 뜯어먹고 밤새 되새김질한 것은
우황 같은 울음 주머니 가죽 안에 만드는 일이었다
나도 한 때 쉽게 삭이지 못한 생각
밤새 되새김질할 때 가슴에 쌓이는 것은 울음이었다
어머니 울음도 저승 어디서 북소리로 살아나
둥둥 울릴 것 같이 하늘 새파란 날
소같이 일만 하시다가 가신 아버지 울음
북소리로 살아나 둥둥 울리는지 이 신명 속
조금씩 살아나는 까닭 모를 이 서러움, 이 애달픔
둥 둥 둥 북이 운다.
소가 운다
어머니 아버지가 운다.
북소리를 들으며 평생 소처럼 일만 하다가 하늘로 가신 어머니 아버지를 생각하고 있다. 백년 소울음을 우려내는 일이 북을 치는 일이라면, 그 울음이야말로 밤새 되새김질할 때 가슴에 쌓이는 우황 같은 것이리라.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이 평생을 일만 하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리며 까닭 모를 서러움과 애달픔에 젖어 울음을 삼키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